“그 외국 놈들 말 하는 거야? 내가 이미 배웅해줬어.”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다음 순간, 그는 구석진 곳에 꽁꽁 묶여 있는 은아를 보고 마침내 한숨을 내쉬었다.은아에게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늦지 않았다.“다가오지 마! 내가 설은아를 죽일 수 없을 거라고 믿어?” 설민혁은 독한 말로 입을 열었고 책상 위의 비수를 집어 들더니 설은아에게 달려들었다.“퍽______”하현이 발길질을 하자 갑자기 책상이 날아와 설민혁을 바닥에 내리쳤다.이어 하현이 앞으로 나가 오른발을 밟자 비수가 설민혁의 손바닥을 꿰뚫어 그를 땅에 박아 버렸다. “아______”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흘러나왔고 설민혁은 온 땅을 뒹굴며 끊임없이 울부짖었다.“너는 빈대 한 마리일 뿐이라 밟아 죽일 관심도 없었어.”“근데 사실이 증명하듯이, 때로는 자비를 베풀면 안 돼. 너를 죽여야만 앞으로 나를 걱정시키지 않을 거 같아.”하현은 비수를 밟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설민혁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원래 자신이 대구 정가의 뒷산에서 금지되어 있는 몇 가지 기술을 연습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하현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현에게 얼굴을 마주하고 발바닥으로 밟힐 줄은 몰랐다.“하현! 넌 날 죽일 순 없어!”“대구 정가는 알고 있겠지! 나는 정가 사람이야! 네가 감히 나를 죽이면 대구 정가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설민혁이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지난 번 골드코스트에 있을 때 하현은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이번에도 설민혁은 자신을 죽일 용기가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하현은 설민혁을 잠시 외면한 채 은아에게 다가가 밧줄을 풀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여보, 늦었네.”은아는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여보, 난 괜찮아. 네가 날 구하러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별다른 설명 없이 그녀의 비서 밧줄까지 풀어주며 말했다.“우선 설 회장님을 모셔다 드
“금지된 뒷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람을 죽이려고 하면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알아.”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곧 이어 설민혁의 얼굴을 밟으며 조금씩 힘을 주었다.설민혁의 머리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머리뼈가 터질 것 같은 느낌에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하현이 자신을 죽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밟아 죽일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이때 하현이 갑자기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한쪽으로 피했다.뒤이어 몸을 기울여 한 방 날렸다.“쾅______”그의 주먹에 지팡이 하나가 날아가 벽 한쪽에 박혀 계속 흔들렸다.“스승님, 스승님, 어르신께서 오셨군요? 살려 주세요.”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설민혁은 발버둥을 치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실눈을 뜨고 창고 입구를 바라보았다.고대 복장을 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의 머리카락은 온통 눈송이같이 하얬지만, 원기가 가득하고 혈기 왕성해 보였다.“대구 정가, 고대 무술 수련자?”하현은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당시 병부에 있을 때 하현은 대하에 몇몇 오래된 가문에는 숨겨진 집단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이 집단들은 모두 대하의 고대 시대에 전해 내려오는 것들, 예를 들어 내가권, 외가권법 등을 수련하고 있었다.그들은 고대 무술이라는 하나의 통일된 호칭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하현은 항상 이게 다 전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고대 무술 수련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친구야, 네가 대구 정가를 알고 있는 이상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그를 놓아주는 것이 어떻겠어?" 정무성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지만,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은근히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내가 싫다고 하면?”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 “방금 그 두 계집애들은 간지 얼마 안됐지?"“내가 친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그 두 여자애들을 공격한다면, 나를 막을 수 있을까?”정무성은 미소를 지으며 부
“얼마 안 남았어요. 미국에서 데려온 사람은 수십 명밖에 안 남았어요.”최 집사는 온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그런 막강한 전력이 없으면 미국 최가는 남원에서 위세를 떨칠 자본을 잃게 된다.셋째 영감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상대방의 목적이 뭐야?”최 집사는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는 분명 셋째 영감님을 겨냥해서 왔을 겁니다.”셋째 영감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자부심이 강하긴 했지만 절대 바보가 아니었다.한 사람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절대적인 수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게다가 남원은 어쨌든 남의 땅이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셋째 영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람 수는 여전히 적습니다. 중요한 두 명의 텍사스 챔피언도 망했고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미국 최가가 누구를 두려워하겠습니까?”한참을 중얼거린 끝에 셋째 영감은 당부하며 말했다. “잠시 수습을 하자. 잠시 남원을 떠나 텍사스로 돌아가 병력을 파견하자.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바로 비행기 타고……”“아니. 상대방이 이미 우리에게 손을 댔으니, 우리는 수로로 나가서 항성으로 가서 다시 미국을 경유해야 해야 해.”분명 셋째 영감은 이 방면에 경험이 많았다.남원의 모든 사람들은 오늘까지 기세가 등등했던 셋째 영감이 밤에 탈출할 준비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동시에 하현도 셋째 영감이 밤새 떠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우리 대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렇게 오고 싶어했으면 영원히 남지.”하현은 냉소를 지으며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알겠습니다!”변백범은 빨리 물러나서 일을 처리하러 갔다. ......30분 후, 남원 교외.이때 셋째 영감과 최 집사는 남은 인원을 데리고 이미 시내를 떠났다.그들은 바로 항성 쪽으로 향했다.드디어 남원을 떠났다."빌어먹을 하 세자!
“뭐 하는 거야? 운전할 줄 몰라? 어르신 손에 죽어 봐야겠어!?”최 집사는 펄쩍펄쩍 뛰었다.셋째 영감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럴 때 급정거를 하면 모르는 사람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 것 이다. 설마 이 운전기사는 사람을 놀래키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그러자 운전기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집사님, 앞에 누가 길을 막고 있어요.”“뭐? 누가 감히 내 앞길을 막아?”셋째 영감은 차창을 열고 들여다보았다.바로 바리케이드 뒤에 지금 한 가닥 그림자가 보였는데,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다.“너 이 패장 주제에 뭘 하려는 거야?”앞장선 사람이 하현인 것을 보고 셋째 영감은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하 세자지, 하현이 아니었다.“셋째 영감께서 이미 남원에 오셨으니 영원히 남아 계시지 왜 가십니까?”하현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건방지긴! 그를 잡아!”셋째 영감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비록 이 데릴사위가 자신이 도망가는 길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을 쓰는 데는 걸림이 없었다. 최가의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뛰어나갔다.하현의 뒤에 서 있던 변백범이 손을 흔들자, 즉시 사방팔방에서 길바닥 건달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퍽퍽퍽______”최가의 경호원은 비록 대단했지만, 두 주먹으로는 네 주먹을 당해낼 수 없었고, 곧 모두 쓰러졌다.셋째 영감과 최 집사는 모두 신기한 표정으로 하현과 사람들을 쳐다 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하현 이 데릴사위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지?주위의 그림자를 보며 셋째 영감은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반문했다.“하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하현은 웃었다.“미국 최가는 미국에서는 대단하지만 우리 대하에서는 뱀이 강한 용을 제압할 수는 없어.”“더구나 너희같이 작은 최가가 어디 용이 될 자격
셋째 영감은 식은 땀으로 가득 찼다. 지금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소위 자신의 비장의 카드는 상대방 앞에서는 우스갯소리일 뿐이었다. 이때 무슨 말을 하든 자업자득일 뿐이었다. 위에 있던 최 집사는 하현이 대장, 하 세자라는 말을 들은 순간 비명을 지르고는 ‘쿵’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더니 끊임없이 절을 했다. 자신이 감히 대장의 부인에게 손을 대다니, 이것은 백 번 죽어 마땅했다! “대, 대장님, 전에는 이놈이 태산을 몰라보았습니다. 이놈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는 반드시 앞장서서 잘 모시겠습니다!”셋째 영감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금 처음으로 찌질함을 인정했다. 하현은 웃었다. “셋째 영감님은 미국에서 적이 없는 고수이신데 어떻게 이렇게 찌질함을 인정하십니까?”“지금 내가 기회를 줄 테니……”“무슨 기회요?”셋째 영감은 속으로 기뻐했다.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하현은 비아냥거리는 표정이었다.“듣기로 접화파 말고도 5번이나 연속으로 번개를 칠 수 있다는데 한번 보고 싶네.”“허______”셋째 영감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그는 알았다.대장께서 오늘 자신의 접화파 앞에 패하셔서 인정하기가 좀 어려워 자신을 가로막고 다시 한 번 자기와 싸우려고 하는 것이군!권세로 따지자면 셋째 영감은 대장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싸워야 하고, 공정하게 싸워야 한다면 자신의 '접화파'와 '번개 5연발'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그러자 조금 전 공포에 질린 얼굴은 미소로 바뀌었다. “대장님, 솔직히 말해서 제 번개 5연발의 위력은 너무 강해서 이 한 수를 쓰면 저 자신도 통제할 수 없어요.”“조심하지 않았다가 대장님을 때려 죽이기라도 하면, 저는 큰 죄를 짓게 될까 두렵습니다.”“괜찮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만약 나를 이기면 네가 가고 싶으면 가. 안 막을 테니까.”“정말이세요!?”셋째
“이게 번개 5연발이라고?”하현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다시 확인했다. 이 셋째 영감은……그냥 바보였다.그러나 셋째 영감은 하현의 기괴한 표정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다가 날카롭게 말했다.“말도 안 돼. 늙은이의 번개 5연발에 맞은 사람은 죽거나 다치게 될 텐데!”“한 번 더 받아라!”“접!”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오른손을 치켜든 뒤 뺨을 내리쳤다.“퍽”셋째 영감은 바로 얼굴에 타박상을 입었고, 머리가 핑 돌았다.그는 비틀비틀 일어나 다시 뛰쳐나와 오른손을 흔들었다.“화!”“퍽”하현은 손바닥을 뒤로 젖히고 뺨을 한 대 때리자 이번에는 셋째 영감이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몸을 계속 흔들었다.“믿을 수가 없어!”“필살기! 파!”“퍽______”하현은 또 뺨을 후려쳤는데, 이번에는 셋째 영감의 머리가 땅에 심하게 부딪혀 눈이 멍들고 입 꼬리가 부어 올랐다.셋째 영감은 간신히 고개를 들고 하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갑……갑자기 습격을 하다니……”“방심해서 재빨리 피하지를 못했네……”“대장님, 무덕을 중시하지 않으시네요!”“제멋대로 행동하다니!”하현도 어이가 없었다. 이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 말인가?“셋째 영감님, 셋째 영감님, 그만하세요. 그만요!”이때 최 집사가 옆으로 기어 나왔다.“영감님은 대장님을 이길 수 없어요. 죽음을 자초하지 마세요!”"내가 어떻게 그를 이길 수 있겠어? 미국에서 이 정도 수준이면 내가 몇 대 때려줬을 텐데!”최가 셋째 영감은 기어오르며 승복하지 않는 표정이었다.“내가 방심했어!”하현은 웃는 듯 안 웃는 듯 셋째 영감을 쳐다보았다.최 집사는 두피가 저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셋째 영감님, 영감님이 방심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니에요. 전에 미국에서 매번 링에서 싸움을 하기 전에 제가 상대에게 돈을 찔러줬었어요.”“이분은 이길 수 없어요.”이 말을 들은 셋째 영감은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멍해졌다.그는 줄
스마트 밸리로 돌아오니 말소리가 들렸다.알고 보니 유아가 대학을 살펴보러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하현이 문을 밀고 들어서자 유아는 양복 한 벌을 들고 나왔다. “형부, 빨리 준비하세요. 대구 대학 입학처 선생님이 곧 저를 시찰하러 오실 거예요!”“정신 차리고 접대 좀 해주세요.”하현은 희정과 재석과 인사를 나누며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렇게 오래 답사하고 나서 대구 대학이 마음에 든 거예요?”“맞아, 맞아, 근데 대구대 점수가 너무 높아서 내가 신청하러 갔더니 선생님 한 분을 보내서 우리 집을 시찰해 보자고 하셨어.”“형부, 언니가 요즘 너무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나 봐요.”하현은 웃으면서 거절하지 않았다. 어쨌든 처제의 인생에서 큰 일이었다. 결국 집에서는 그가 대구 대학에서 온 입학사정관 선생님의 접대를 맡기로 했다.얼마 후 하현은 양측이 약속한 호텔에 도착했다.“응? 어째서 당신이? 하현!?”대구대 입학사정관실의 미녀 선생님이 다가와 하현을 잠시 위아래로 훑어본 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은 상대방을 잠시 자세히 쳐다보다가 생각이 났다.눈앞의 미녀 선생님은 대학 시절 당시 조교였다.이 조교는 정말 좋은 물건이 아니었다.그때 대학 다닐 때 하현이 재벌 2세라는 걸 어디서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하현을 꼬시려고 했었다. 하현에게 거절당한 후, 그녀는 학교에 하현이 쓰레기 남자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나중에 하현은 그녀를 상대하기가 귀찮아서 바로 학교 측에서 그녀를 퇴학 처리하도록 했다.그런데 학교에서 쫓겨난 그녀가 대구 대학 입학처 선생님이 되다니.하현을 본 임수지의 예쁜 얼굴에는 이를 갈 정도로 괴상한 표정이 역력했다.하현에게 차인 후 대학에서 쫓겨난 다음, 임수지는 대구로 떨어졌고 후에 능력을 발휘했다. 얼마나 많은 늙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하고 나서야 대구 대학에 들어갔는지 모른다.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 덕분에 몇 년 동안 순풍에 돛을 단 그녀는
임수지의 질문에 설유아는 다소 긴장하며 입을 열었다. “임 선생님, 제 형부이자 저에게 가장 중요한 분으로 저희 가족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약 임 선생님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부모님께 대접하시라고 하겠습니다.”설유아의 말에 임수지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네 형부라면 해도 괜찮지.”“참, 시찰하는 일은 너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너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어.”유아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임수지에게 집안 사정에 관한 자료 뭉치를 건네주고는 폴짝폴짝 뛰며 자리를 떴다.그녀는 자기 형부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형부가 있으면 만사 걱정 없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설유아가 자리를 뜨자 임수지는 자료를 뒤적이며 빈정대는 표정을 지었다.이어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해괴한 웃음을 지었다 “하현, 우리가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너같이 거만한 사람이 남의 데릴사위가 될 줄이야?”임수지는 피식 웃었다. 자료에는 하현이 설씨 집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군데군데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네가 선생님이 됐을 줄은 몰랐어. 넌 이미 해고당했잖아.”그러자 옆에 있던 한 남자 선생님이 냉소하며 말했다.“아저씨, 분수에 맞게 말씀을 하셔야죠!”“임수지 선생님은 지금 우리 대구 대학 입학처장님이세요. 당신 처제가 대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다 이 분이 결정하는 겁니다!”“심지어 임 선생님의 전화 한 통으로 처제가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이 남자 선생님은 임수지에게 아첨을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현은 임수지를 비웃으며 순간 자리에서 일어섰다. 임수지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팔짱을 끼고는 하현을 향해 냉소를 연발했다.하현은 임수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쫓겨 나갔을 때 교사 자격증도 취소됐는데 어떻게 대구대에 들어 간 거야?“너……”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