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그룹. 하현은 마침 슬기가 보내준 미국 최가에 대한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때 당인준에게 전화가 왔다.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장 선생님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습니다. 공항 쪽에서 이미 CCTV를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당인준은 조금 흥분했다. 장북산 선생이 이전에 전선에서 얼마나 많은 군사들을 치료했는지를 잘 알았기에 병부 사람들은 그를 매우 존경했다. 지금 장북산이 실종되자 병부 사람들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하현의 얼굴빛도 달라졌다. “내가 직접 공항에 모셔다 드렸기 때문에 무슨 변고가 생길 리는 없어. 유일한 가능성은 내가 공항을 떠난 후에 누군가 강제로 장 선생님을 데리고 갔을 거라는 거야!” “바로 그 시간대의 영상을 찾아보고 어떤 단서도 놓치지 마.”당인준은 명을 받아 가더니 곧 소식을 전했다. “대장님, 찾았습니다. 나쁜 놈들이 장 선생님을 데리고 갔습니다. 도요타 엘파를 타고 갔어요.”“제가 이쪽에서 이미 남원 경찰서 사람에게 그 차가 어디로 갔는지 찾으라고 해놨습니다.”하현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곧 당인준에게 또 전화가 왔다. “대장님,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차는 종합병원에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듣기로 어느 교포가 사람을 보내서 장 선생님을 공항에서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교포?”하현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는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 “이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할게.”……같은 시각. 병원 수술실 안. 장북산은 최뉴튼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잠시 후에야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최 선생, 아드님의 상황은 아주 특수하네요. 원래는 맞아서 부상을 당했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마치 누군가 그에게 약을 먹인 거 같아요.”“뇌간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어서 지금 수술 하기에는 부적합한 상황이에요.”“이렇게 합시다. 당신이랑 나랑 중주로 가서 입원시키고 관찰해보도록 합시다.”“하지만 그 과정이 3년에서 5년정도
협박이다!이건 가장 직접적인 협박이다! 셋째 영감이 이렇게까지 난폭하다니. 장북산 선생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다.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사람을 죽일 기세였다. “너……”장북산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병부의 장군들도 감히 그를 이렇게 대할 수 없었다. 그 앞에서는 길바닥 왕도 깍듯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셋째 영감은 정말 너무 과했다. 협박하는 걸로 부족해 그의 조수를 죽이려고 하다니. 그런데 문제는 장북산이 정말 남원에 오래 머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주 쪽에 환자가 너무 많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주에서는 하루 지체하면 그 사람들의 병세도 하루 더 길어진다. 최뉴튼이 회복이 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렸다가는 아마 환자들이 죽을지도 모른다. 장북산은 심호흡을 하고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은 뒤 노파심에 거듭 충고하며 말했다. “셋째 영감, 나는 말한 것은 꼭 지키는 사람입니다. 내가 아드님을 치료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당신 아들과 내가 같이 중주로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셋째 영감은 냉소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는 분명하게 알았다. 중주는 대하의 수도이고 그곳에서는 각 방면의 최고 전문가들과 재단들이 모여있었다. 지금 위세를 떨치고 있는 미국 최가라고 해도 중주에 가면 아마 수그려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장북산을 남원을 떠나 중주로 가게 하면 셋째 영감은 자신이 계속 장북산을 가둘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셋째 영감은 냉소하며 말했다. “장북산, 뻔뻔하게 굴지 마. 지금 어르신이 너한테 정중하게 부탁할 때 그냥 받아들여.” “어르신 성질 나게 하지 마. 그때가 되면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될 거야!”장북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퍽______”셋째 영감이 장북산에게 뺨을 갈겨 장북산을 땅 바닥에 주저앉혔다. “방금 개인병
하현을 보자 뒤에 있던 최우빈이 가장 먼저 뛰어나와 큰 소리로 말했다. “최 집사님, 이 사람이 바로 하현이에요!”“최뉴튼 선생님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놈이에요!”“우리 남원 최가가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다 이 놈 때문이에요!”“거기다 최우현도 이 사람이 때렸어요!”“최 집사님 빨리 이 쓰레기 좀 치워주세요!”“그는 미국 최가를 아주 업신여겼어요. 이건 반역이에요. 죄를 지은 거죠!”한 무리의 최가 사람들이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은 죽어야 마땅했다. 최 집사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주시하며 말했다. “네가 뉴튼 도련님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어?”그의 주변에 하얀 고대 복장을 입은 깡패들도 모두 하현을 노려보며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응, 내가 때렸어.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야.”“다음에는 내가 꼭 기억하고 있다가 손을 대게 되면 꼭 죽여 줄게.”하현은 ‘사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장북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장 선생님, 이번에 제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사람들은 한 명도 갈 수 없을 겁니다.”“이 사람들이 어르신에게 무슨 짓을 했든지 제가 백배로 갚아 주겠습니다.”장북산은 인상을 찡그리며 하현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전에 셋째 영감이 했던 일이 생각나 한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을 보고 흉악한 사람은 더 흉악한 사람이 괴롭힌다고 하는 것이다. 항상 날뛰던 최 집사는 지금 하현의 태도를 보고 오히려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미국 최가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사람을 처음 만나 보았다. 태세의 머리에 흙을 뿌리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전에 남원 최가 식구들이 하현이 얼마나 기고만장하고 원성을 샀는지에 말했어도 최 집사는 전혀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믿음이 갔다. 왜냐하면 눈앞의 이 하현이 남원 최가 식구들이 설명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만 방자했기 때
“폐물!”“한 사람을 못 막아?!”“남원 최가를 어디다 쓸 수 있겠어!”“너희들은 미국 최가의 개야. 주인을 위해서 생각을 좀 해야지. 한 사람조차 막지 못하다니!”이때 최 집사는 남원 최가 식구들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욕을 들은 남원 최가 사람들은 전부 얼굴이 하얗고 파랗게 질렸다. 그러나 그들은 반박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금 셋째 영감님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감히 반박을 했다면 아마 셋째 영감님은 친척이라고 봐주지 않고 그들을 없애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셋째 영감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폐가 터질 것 같았다. 그가 누구인가?젊었을 때는 권세가 비할 데가 없었고, 은퇴 후에는 제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길을 걸어 다니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설설 기었는지 모른다. 그는 미국 텍사스 주 정계의 대부라고 불릴 만 했다.그러나 지금 아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하현을 눈 앞에서 놓치다니!?이건 모욕이다!엄청난 모욕이다! 하지만 셋째 영감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곧 냉정을 되찾고 바닥을 뒹굴며 생사를 왔다갔다하는 깡패의 맥을 짚었다. 잠시 후에야 일어서고는 냉소하며 말했다. “역시 연마한 사람이네. 그래 봐야 세발 고양이 솜씨일 뿐이지. 문외한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어. 진정한 고수를 만나면 아무것도 아니지!”셋째 영감님의 이 말을 듣고 남원 최가 사람들은 갑자기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셋째 영감님은 통찰력이 있으시네요. 하현은 두세 가지 수를 배웠어요. 게다가 좀 거칠기도 하고요. 그래서 함부로 날뛰는 거예요!”“우리 남원 최가는 이 놈 때문에 손해를 너무 많이 봤어요!”“게다가 이번에는 우리 남원 최가의 체면만 구긴 게 아니라 영감님의 체면까지 구겼어요!”이 말을 듣고 셋째 영감은 화가 나서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이런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렇게 많은
같은 시각.이번에 하현은 장북산을 데리고 강남 병부로 왔다. 원경천은 병부 전용기를 배치하여 장북산을 중주로 보냈다. 장북산이 떠나자 원경천은 그제서야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장님, 이번에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이 사람들이 우리 대하에서 이렇게 날뛰고 있으니 제가 기회를 봐서 한두 번 손을 보겠습니다.”하현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네 신분은 손을 쓰기에 적합하지가 않아. 정말 두 나라간에 무력 분쟁으로 변할 수 있어.”“비록 우리 대하는 어떤 강대국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한번 전쟁을 치르고 나면 고통 받는 것은 언제나 국민들이야.”“그러니 치지 않을 수 있으면 안 치는 게 나아.”원경천이 말했다.“하지만 이 미국 놈들이 너무 날뛰네요!”“미국 말고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전투 민족, 섬나라, 중국, 천축 등 지금 대 가문과 재단들이 남원에 들어와 나눠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심지어 이번 기회에 우리 대하 시장에 진출하려고 해요!”“대장님, 우리는 이런 일들을 묵과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나는 사령관이 했던 말이 기억나. 우리 대하가 세계 최고가 되려면 평화롭게 일어서야 한다고 했어.”“전에 유라시아 1차대전이 끝난 지 3년밖에 안 됐으니 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적절치 않아.” “양정국에게 가서 이 해외 세력들이 어디서 왔든 우리 대하에게 유익하고 윈윈할 수 있게 비즈니스 규정에 맞게 온 거라면 우리는 환영한다고 전해……”“하지만 만약 누구든 돈이나 땅을 빼앗으러 온 거라면, 심지어 다른 악의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나는 지금 병부에 정식 보직이 없으니 내가 나서는 게 딱 알맞아.”“네! 알겠습니다!”이 말들을 듣고 원경천은 손을 드리우고 인사를 했다!대장은 이미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나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하에 대장이 있는 건 나라의 행운이요, 민족의 행운이다.“참, 미국 최가의 일
펄쩍 뛰는 셋째 영감을 보고 최 집사는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셋째 영감님, 제가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장북산은 이미 중주에 도착을 했고, 이런 상황에서 그를 다시 데리고 올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셋째 영감은 심호흡을 하고 냉정을 되찾고 말했다.“중주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와? 너 어르신을 바보로 아는 거야? 거기는 거물들이 너무 많아!”“누가 장북산을 보냈는지 찾아봤어?”“분명 하현 일 거예요!”최 집사는 입을 열었다. “제가 듣기로 하현이 직접 장북산을 비행기에 태워서 보냈다고 합니다.”“퍽!”셋째 어르신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땅에 내리치며 노호하며 말했다. “망나니!”“이런 망나니 놈!”“내 아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기만 한 게 아니라 장북산을 보내버리다니! 넌 죽었어!”최 집사는 조용히 말했다. “셋째 영감님, 하현이 천일그룹 하 세자의 운전기사라는 것도 알아냈습니다.”“천일그룹? 강남의 하늘이라고 불리는 천일그룹?”“하 세자, 이전 하씨 가문의 그 세자 말이야?”셋째 영감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일은 처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영감님!”최 집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셋째 어르신은 차갑게 말했다. “보잘것없는 천일그룹, 먼저 실력을 다시 시험해 보자.” “너 먼저 할 일이 있어. 내일 저녁에 우리 미국 최가에서 만찬을 연다고 해. 남원의 유명한 거물들 외에 그 외세의 대표들도 다 초대해.”“내가 온 것을 모두에게 알려야겠어.”“장소는 최가 조상님 댁으로 하고!”이 말에 최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심하세요. 제가 잘 처리 하겠습니다.” 최가 할머니는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아직 보고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당도대 대장이 내일 저녁에 저희 남원 최가에 오실 거예요. 저희는 대장님을 남원 최가의 외손녀 사위로 모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회장 사무실. 슬기가 서류를 작성하고 있을 때, 안내 데스크 직원이 허둥지둥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했다. “이슬기 비서님, 외부에서 누군가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게다가 초대장 내용이 잘못됐습니다. 한번 보세요!”슬기는 초대장을 펼쳐 보더니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왜냐하면 이것은 정식 초청장이 아니라 협박장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간단했다. 그것은 하 세자에게 내일 제 시간에 연회에 참석하라는 명령이었다. 곧 이 초대장은 하현의 책상으로 보내졌다. 초대장을 들고 그는 웃었다. 슬기는 옆에서 궁금해하며 물었다. “회장님, 이 최가 셋째 영감의 태도가 이렇게 엉망인데 연회에 참석하실 거예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가야지. 어떻게 안 갈 수 있겠어?”“너 못 봤어? 만약 내가 안 가면, 외교 분쟁이 될 거야.”“어떤 사람들은 알아듣게 말을 잘 해주지 않으면 누가 진짜 아버지인지 영원히 모를 거야.”……같은 시각, 남원의 일부 관청을 비롯한 거물들이 초대장을 받았다. 미국 최가가 남원에 왔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미국 최가의 강함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대 가문이 갑자기 나타나자 모두들 약간 술렁거렸다. 특히 이번에 오신 분은 미국 최가의 셋째 영감이라고 들었다. 이분은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미국 텍사스에 있을 때 흑과 백을 모두 잡아먹는, 틀림없이 독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 남원에 와서 성장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이것은 남원 시장을 좋게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초청객을 모해할 목적으로 차린 연회였다. 왜냐하면 미국 최가가 만약 진짜 손을 쓰면 절대 고개를 못 들 정도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풍택재단처럼 해외에서 온 세력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천일그룹이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 최가가 앞장서서 천일그룹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면 미국 최가가 떡을 먹을 때
최가 할머니는 너무 상쾌했다. 남원 최가가 언제 이런 산들바람을 쐰 적이 있겠는가? 최준이 있었을 때도 이렇게 위풍당당하지는 못했다. 당시 최가는 관청에서 약간의 지위만 있었을 뿐, 자산이 부족해 사람들 마음 속에서는 눈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미국 최가를 등에 업고 있으니 어느 누구나 다 그들에게 아첨을 떨기 시작했다. 접대를 받은 최우빈은 의기양양한 얼굴이었고, 과거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많은 재벌들도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일부 명문가에서는 자발적으로 연락처를 남겨 앞으로 친분을 쌓고자 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우빈은 꿈속을 거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수빈은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는 곧 대장과 결혼할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와 관계를 잘 맺어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빌붙으면 늦을 것이다. 군중들이 조금 흩어진 후에야 최수빈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최가가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체면이 서네!”최우빈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전에 내가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부잣집 애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그 때는 사람들이 나를 신경도 안 써줬어.”“지금은! 무릎을 꿇지 못해서 안달이네!”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최가 식구가 되다니 정말 영광이야!”최우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수빈아, 너는 우리 남원 최가의 복덩이야! 오늘 밤이 지나면 너는 대하에서 최고 권력 있는 여자 중의 한 사람이 될 거야!”“그 때가 되면 오빠를 절대 잊지 마라!”“무슨 일이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게!”최수빈은 겸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는 어쨌든 사촌이잖아. 한 가족이니 내가 있는 한 오빠의 지위는 아주 안정적이 될 거야!”최우빈은 눈 앞이 밝아졌다. 어떤 숨결을 느낀 듯 이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빈아, 최우현은 어쨌든 국내에서 자랐고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