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달려가 하현 앞에 다다랐다. 양정국은 하현이 무사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위원용은 하현에게 깍듯하게 경례를 했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충격을 받게 했다!하현은 도대체 무슨 성인인가!뜻밖에도 이런 어르신이 그를 이렇게 존중하다니!특히 1인자 양정국이!이 큰 인물이 나타나다니?이건 뭘 말해주는 것인가!그만큼 데릴사위의 권세가 대단하다는 뜻이다!이 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이 바뀌었고 심지어 놀라워하기까지 했다. 방금 모두의 눈에 기둥서방이었던 데릴사위가 지금 한 순간에 신비로운 큰 거물로 신분이 바뀐 것인가?은아는 지금 극도로 멍한 표정이었다. 최가가 이렇게 자기의 체면을 세워준 건가?소 사부님이 나타난 것도 이해가 가고, 변백범이 나타난 것도 이해가 가고, 심지어 위원용이 나타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원 1인자 양정국까지 찾아오다니?은아는 조금 이해가 안됐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도 물어보기는 어려웠다. “하 선생님, 괜찮으신 거죠?”양정국은 공손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위원용은 경례를 하고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하 선생님, 제 관할 구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제 잘못입니다. 제가 반드시 만족스런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사람들을 데리고 가. 앞으로 여기서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 말이 나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의 시선이 소 사부님에게로 떨어졌다. 소 사부님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재빠르게 말했다. “하 선생님,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파리 이 놈은 평생 침대에만 누워있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듣고 파리 형님은 눈 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이윤희는 각 방면의 어르신들이 그녀를 쳐다보자 순간 피가 흐를 때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절을 했다. 이덕재와 그의
최가 거실. “아버지, 어머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하현이 물었다. “잘 모르겠어. 오늘 아침 일찍 최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발표할 큰 일이 있대.”“내 생각에 백운회사의 지분의 일부를 우리에게 돌려주려는 건가 싶어.”희정은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맞아! 최가는 어쨌든 네 친정이니까. 그들도 양심이 있으면 우리가 힘들어 하는 건 차마 보기 어려울 거야!”재석도 감격했다. 요 며칠 그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앞으로 뭐에 기대서 살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은아는 조용히 하현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여보, 오늘 기회를 봐서 외삼촌에게 감사하다고 해. 우리가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미안해서 우리에게 기회를 준 거 같아.”분명 은아도 최가에 조금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이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육의 정이니까!은아는 최가가 그들 일가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최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지분을 양보하는 이런 좋은 일은 100%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얼마 후 최가 할머니의 인도에 따라 최가 사람들이 뒤쪽에서부터 하나 둘씩 줄지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 외에도 양복 차림의 언론 기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최가가 특별히 초청한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은아를 바라보는 최가 사람들의 입가에는 싸늘한 마소가 번졌다. 은아네 식구들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들도 감히 묻지 못했다. 곧 최가 할머니는 상석에 앉았고 그리고 난 후 다른 최가 사람들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가 할머니는 은아네 가족을 앉힐 마음이 전혀 없었다. 최준은 이때 미소를 지으며 그 기자를 보고 다급한 눈빛으로 말했다. “천 기자님, 장비와 서기는 다 준비가 잘 된 거죠?”
희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가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엄마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이것을 위해 특별히 기자들까지 초청하다니?이것은 우리 일가에게 살 길을 전혀 내주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재석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일의 결과는 너무 심각했다. 그들 일가는 밥을 구걸할 곳도 없게 된 것이다. 은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외할머니와 외삼촌은 자신의 4천억 가치의 주식을 가지고 갔지만 지금 자기 가족에게 한 줄기 살 길도 주지 않았다. 가장 관건은 이 일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발표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최가는 더 이상 설은아 일가의 빽이 아니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셈이었다. “외할머니, 외삼촌, 왜요!?”“어젯밤에도 우리를 도와주셨잖아요?”“오늘 저희를 왜 이렇게 대하시는 거예요?”은아는 믿기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 최준은 비록 조금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냉소하며 말했다.“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어! 어쨌든 할머니가 이미 이렇게 말씀을 하신 이상 이 일은 이렇게 결정이 난 거야!”“너희 가족 일은 너희 스스로 알아서 수습하는 게 가장 좋을 거야. 오늘부터 우리 최정상 가문 최가는 너희 집안이 망한 거랑은 조금도 관계가 없으니까!”“너희는 앞으로 우리 최가와는 더 이상 연루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쩌다 우연히 마주쳐도 서로 모르는 척 해!”“빨리 꺼져!”최준은 냉담하고 무자비 했다. “우리 최가에서 썩 꺼져!”“우리 집안은 너희들이 필요 없어!”“참, 희정아, 너 기왕 설재석한테 시집 갔으니 네 성도 고쳐! 너는 최씨 성을 가질 자격이 없어!”최가 사람들은 모두 냉담하고 무비하게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은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문득 자신의 이전 사업을 모두 눈먼 늑대들에게 빼앗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눈먼 늑대들이 가져갔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최가 사람
하현이 나서서 입을 열자 최가 사람들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들의 눈에 설은아 일가는 지위가 전혀 없었고, 데릴사위 하현은 더욱 아랫사람으로 보였다!“최가 할머니, 최준, 믿거나 말거나 너희들은 오늘 일을 두고 평생 후회할 거야!”“최정상 가문 최가? 난 너희들이 앞으로 일류가문의 영광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다!”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건방지게! 감히 우리 최고의 가문인 최가를 저주하다니, 이건 반역이야!”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최가가 후회하길 바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지금 은아의 모든 지분은 우리 최가의 손에 있고 우리 최가는 이제 비할 데 없는 권세와 부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후회할 수 있겠어!”“너 이 쓰레기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야! 우리 최가가 지금 얼마나 강해졌는지!”최가 사람들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입을 연 하현은 바보 같았다. “입 닥쳐!”이때 최희정은 마침내 회복되었고 그녀는 한번 화를 낸 후에야 몸을 똑바로 세우고 최가 할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엄마,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가족이 최가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있나요?”“우리 가족과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거예요?”“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요?”“죽더라도 우리가 알고 죽게 해주세요.”재석도 천천히 말했다. “어머니, 우리가 최가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았어도 이런 대접을 받을 거까지는 없지 않나요?”“더구나 우리는 최가에 공은 없지만, 고생은 했어요.”은아는 더욱 완강하게 말했다. “할머니, 당신들이 지분을 원해서 제가 결국 드리지 않았어요?”“설마 이것도 모자란단 말이에요?”은아네 일가는 죽음이 눈앞에 닥치자 여기서 큰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최가 할머니는 최준과 눈이 마주치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가 할머니는 이때 무슨 말을 하기도 귀찮아 손을 흔들며 은아네 식구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최준은 더욱 냉소하며 말
하현과 일행 4명이 떠났다. 하현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매우 강경했다. 하지만 최가 사람들이 보기에 이것은 고집이 센 걸로 보였을 뿐이다. 없어도 상관없다고? 이제 최정상 가문 최가에게 속한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알겠지? “이 폐물은 죽을 때까지고 큰 소리치는 버릇은 못 고쳤네!”“말해 봐. 말해 봐. 어쨌든 이 집안 사람들은 이미 우리 최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가장 좋은 건 큰 소리를 많이 쳐서 사람들에게 놀림 당하다 죽으면 우리야 좋지!”“역신을 쫓아내는 느낌은 너무 좋아!”“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최가는 정식적으로 최정상 가문이 된 거야!”“하하하하……”최가 사람들은 이때 껄껄 큰 소리로 웃었다. 기분은 상쾌할 대로 상쾌했고, 횡포는 난폭할 대로 난폭하게 부렸다. 천 기자는 지금 아주 능숙하게 바로 앞으로 나가서 아첨을 떨며 말했다. “할머니, 축하 드립니다. 최공, 축하 드려요. 오늘부터 최가가 강남의 유일한 최고 가문이 되셨네요!”“어쩌면 강남 최가로 개칭해야 해야 할 거 같은데요!”최가 할머니는 웃다가 이마에 주름이 생겼는데 파리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 기자 말이 맞아요. 얘들아, 상! 큰 상이 있어!”곧 최가 전체에 화기애애한 광경이 펼쳐졌다. 큰 길가에서.재석, 희정과 은아 세 사람은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들 일가는 사실 모두 친정을 매우 중시했다. 이것이 바로 그 날 설씨 집안이 설은아를 여러 차례 대적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설은아가 울분을 삼킬 수 있었던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설씨 집안과 완전히 결별한 이후 설은아 일가는 최가의 가족애를 아주 중시했다.그런데 오늘 최가가 뜻밖에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 일가와의 연을 완전히 끊고 결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일이 이미 이렇게 터졌어도 설은아 일가는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조금 어려웠다. 하현은 운전을 하면서 이때
한동안 설은아 일가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모레면 강남 병부 수비 교체식이다. 설은아 일가의 뉴스는 하루 만에 수비 교체식의 열기로 대체되었다. 항성 이씨 집안의 장원 중 하나. 이장성은 이미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원규를 초청해 선물을 꺼냈다. “이 사령관님, 이 물건을 내일 대장님께 드리면 어떨까요?”이장성은 뒷짐을 지고 말했다. 이원규는 잠시 살펴본 뒤 말했다. “좋네요. 대장은 비록 이미 제대를 하긴 했지만 병부 사람이니 이런 물건은 분명 좋아할 거예요.”“좋네요. 아주 좋아요!”이장성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참, 대장을 우리 주례로 삼는 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준비는 잘 됐나요?”이원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문제 없어요. 제가 진작에 당도대 전신 당인준에게 연락을 했고, 이미 대장이 괜찮다고 했다는 답변을 들었어요.”이장성은 감격스런 얼굴로 말했다. “당인준? 그 강남 1인자, 강남 병부 1인자와 대등한 당인준이 대장의 지시를 받아야 해요?”이원규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당연하죠. 강남 병부 4대 전신을 포함해 오늘 새로 부임하는 원경천까지 우리는 모두 대장한테서 나온 병사들이에요!”“대장이 없으면 우리도 없어요!”“그러니 이 세자, 내일은 절대 대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그는 우리 대하에서 1명 아래 만 명 이상을 두고 있어요. 그가 원하기만 하면 1분 안에 병부 대 장로가 될 수 있어요!” “이런 사람한테 항성 이씨 집안이 미움을 사서는 안되죠.”이장성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장이 강하고, 권세와 부가 비길 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는 대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때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령관님,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그때 꼭 저를 도와서 몇 마디 해주세요!”“이번에 대장에게 빌붙을 수 있을 지는 당
최가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구기승은 얼굴색이 약간 회복이 되었다. 나성곤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할머니는 내일 일에 대해 무슨 준비가 되어 있는 지 모르세요?”최가 할머니가 말했다.“내일 수비 교체식은 강남 관청 대강당에서 열려요. 새로 임명될 강남 병부 수장 원경천 외에 장북산 선생님과 대장도 의식에 참관하러 올 겁니다.”“내일 최준이 자리를 마련할 테니 그때 가서 대장과 관계를 맺는 것은 두 분의 능력에 달려 있어요.”이 말을 듣고 나성곤과 구기승은 모두 감격했다. 그들은 이미 대장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요즘 특별히 병부 사람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나서야 대장의 자리를 알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대장을 알게 된다면 나가, 구가, 최가 세 가문은 더 이상 남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어진다. “흥, 그때가 되면 하씨 가문, 항성 이씨 가문 모두 우리 세 가문 발 밑에 밟히게 될 거예요!”그들은 지금 조금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대모산 뒤편의 숨겨진 장원.하민석과 하은수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하민석의 마지막 한 수가 떨어지자 바둑판 전체가 이미 검게 물들었다. 하은수는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은 과연 대단하십니다. 손만 갖다 대면 손바닥 뒤집듯 판이 바뀌네요.”“바둑판을 놓고 보면 강남 전체는 여전히 둘째 형님이 장악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하민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장악하고 있다고?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적어도 내일 수비 교체식 이후 강남은 정세가 바뀔 거야.”이 말을 들은 하은수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들은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 세자, 대장, 모두 동일 인물이었다. 이 점 때문에 하은수는 조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민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충분해.”“내일이 지나면 이 사람
아침 9시.하현은 비교적 격식을 갖춘 옷으로 갈아입고 은아를 깨웠다. “아버지, 어머니, 은아야. 옷 갈아입으세요. 제가 어디 모시고 가서 기분 좀 풀어드릴게요.”은아와 두 사람은 조금 의아했지만 지금 그들은 출근할 필요도 없었고 어디 갈 곳도 없었다. 하현이 요청한 이상 그들은 묻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차에 올라탔다. 곧 하현은 차를 몰로 남원 신도시 방향으로 갔다. 은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남원 신도시는 새로 개발된 기능 지구였다. 그쪽에는 관청 기구들도 많았고 대형 상업 단지도 많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를 쇼핑몰에 데리고 가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은아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길목에서 그녀는 완전 무장을 하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로에는 많은 고급 차량과 일부 군용 녹색의 전투용 지프차가 있었다.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설마 무슨 대형 비즈니스 행사가 있나?”은아는 속으로 궁금해했다. “여보, 우리 어디 가는 거야?”하현이 웃었다.“한 행사가 있는데 듣기로 남원의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참석한대. 가서 기분전환도 하고 간 김에 몇 사람 알게 될 수도 있잖아. 그럼 앞으로 사업 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하현은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곧 차가 거대한 건물의 큰 입구에 멈춰 섰다. 이 곳을 보자 은아네 식구들을 깜짝 놀랐다. 강남 관청의 대강당!?이곳은 일반적으로 성대한 의식을 거행할 때만 열린다. 게다가 매 행사 때마다 적은 수량의 초대장만 나눠준다. 지금 이 상황을 보니 이 대강당에는 분명 성대한 행사가 있을 것이다. 하현 이 놈이 어디 인터넷에서 소식을 보고 가족을 데리고 온 건 아니겠지?이때 한 무리의 군사들이 줄지어 달려와 깍듯이 인사를 한 후 규정대로 검열을 진행했다. 은아네 가족이 어디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겠는가? 순
저녁 9시.술과 밥을 배불러 먹은 하현은 소항 회관을 떠나 설 씨 가문으로 돌아갔다.하루 종일 고생한 그는 전에 최희정과 한바탕 크게 싸운 것도 있고 해서 그녀를 다시는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 소리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자신의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설은아의 방에서 ‘아앗’하는 소리가 들렸다.하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설은아는 방금 목욕을 한 것으로 보였고 하얀 목욕 수건은 몸의 중요 부위만 감싸고 있었다.그녀의 백옥 같은 긴 다리는 수건 바깥으로 훤히 드러나 있어서 하현의 눈앞을 아찔하게 만들었다.하현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미녀들을 만났다.그녀들 각각의 매력도 상당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를 가장 설레게 한 사람은 역시 설은아였다.순간 하현은 자신의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그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아 얼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들어왔어?”누군가 들어오자 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하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긴장을 풀었다.하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이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들어왔어. 괜찮아?”설은아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조금 삔 것뿐이야. 주물러주면 괜찮아질 거야.”“내가 해줄게.”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설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설은아는 침대에 앉아 곧고 긴 다리를 하현 앞에 쭉 뻗었다.하현은 설은아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긴 다리를 주물렀다.손끝이 닿을 때마다 심장이 펄쩍 뛰었다.백옥같이 아름답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을 만큼 그녀의 다리는 곱고 매끄러웠다.하현은 거의 무아지경으로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설은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하현, 안마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만지작
고명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흔들렸다.“뭐라구요?”정홍매도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남편이 고향에 가서 조상님께 향불을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줄곧 그 이유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간단합니다. 당신은 기가 강한 사람입니다. 남을 압도할 만큼. 그래서 당신의 강한 기운이 조상의 기운을 눌렀던 거죠.”“만약 당신의 기운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은 열 번도 더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스스로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 평생, 당신 아들이 태어난 후 당신이 몇 번이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는지!”하현의 말을 듣고 고명원은 마침내 큰 충격을 받았고 탄복해 마지않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엄 회장님이 이렇게 당신을 좋아하는군요!”“맞습니다. 난 정말이지 몇 번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때마다 중상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어요.”“하지만 운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죠.”“옛날 사람들은 큰 재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온다고 했어요.”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런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당신에게 조상의 비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에게 후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죠!”“그래서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 보길 권합니다.”“그러면 다음에 조상님께 제를 올릴 때 저절로 향불을 태우고 싶을 겁니다.”“봉분의 풀들도 그렇게 푸르지는 않은 것 같군요.”“조상들의 숨결이 모두 기운을 다했기 때문이죠!”“개자식!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자꾸 그런 말 하면 내가 당신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여보! 가! 가자구!”“자기가 무당이야? 뭐야?”“저 말을 믿느니 차리리 죽는 게 나아!”말을 마치자마자 정홍매는 고명원을 데리고 얼른 나가려고 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의술은 정말 잘 몰라. 하지만 살인술은 좀 알지.”“한번 보여줘?”“단번에 당신의 목숨을 앗아버릴 수 있는데.”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나서 아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농담하지 마세요! 형님! 농담도 참!”“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전 지금 형님이 제 목숨을 구해 주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구요!”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은침을 자신의 손가락에 살짝 찔러 피 한 방울을 짜낸 뒤 엄도훈의 미간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큰 혈이 지나가는 명치 몇 군데에도 떨어뜨렸다.그러자 가슴에 있던 흔적이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어? 어? 사라지고 있어?! 정말로 사라졌다구!”몇몇 측근들은 모두 놀란 얼굴을 한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들은 눈앞에서 흔적들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사라지는 것을 똑바로 목격했기 때문이다.엄도훈은 처음에 하현이 뭘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온몸을 얽매고 있는 기운도 함께 사라졌고 이윽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고명원도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처음에 하현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일을 보고 자신의 식견이 이렇게 모자랄 줄은 몰랐다.“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해요!”“정말 감동했어요!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에요!”엄도훈의 얼굴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다.“다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긴 해요.”“집이나 가게에 팔괘경을 비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무사했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거예요?”“그 물건이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다들 그런 골동품을 쓰니까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가지고 있던 팔괘경은 출토될 때부터 원한에 얽혀 있었어.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그 팔
”뭐야?”엄도훈의 가슴에 있는 용 무늬를 보고 고명원과 정홍매 두 사람은 모두 숨을 헐떡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들의 안색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엄도훈의 성격상 이런 비밀스러운 일을 하현에게 절대 알리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 씨 성을 가진 저놈이 설마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고?엄도훈은 지금 당장 고명원 부부를 결판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긴장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기만 했다.“형님, 이게 전신용이란 거군요. 그런데 왜 난 하나도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습니까?”“난 이름 모를 바이러스인가 하고 생각했어요.”“바이러스라면 오히려 다행이지.”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말했다.“전신용의 머리와 꼬리가 연결되면 죽음에 직면하는 거야.”엄도훈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럼 설마 제가 요 며칠 겪었던 재수 없는 일들도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용은 천지의 영물이야. 용이 온몸을 휘감으면 기운이 먼저 손상되지.”“당신의 운이 다하면 용의 머리와 꼬리가 서서히 연결돼.”“그러면 당신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거고.”“아!”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깜짝 놀랐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가슴팍에 있는 흔적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도저히 닦아낼 수가 없었다.이를 지켜보던 정홍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실룩거렸다.“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지껄이는 거야?”“무슨 드라마 찍어? 용에 뭐 기운이 있어?”“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아니, 저 흔적이 뭔지도 모르지만 저게 움직인다는 게 말이나 돼?! 도저히 믿을 수 없어!”엄도훈이 뭐라고 항변하기도 전에 전신용이 스르르 움직이며 한 치가 자랐고 머리와 꼬리 사이의 거리는 거의 1센티미터밖에 남지 않았다.머리와 꼬리는 곧 이어질 듯 서로를 향해 뻗어 있었다.눈앞에서 이를 본 정홍매는 혼비백산했다.과학적 사실에만 생각이 뻗쳐 있던 고명원도 화들짝 놀라며 눈
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정홍매는 끝내 참지 못했다.그녀는 냉소적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뭐? 뭘 닮아? 용?”“원한은 무슨 원한?”“하 씨! 당신은 사기꾼이야! 방금 우리가 그 사실을 폭로하지 않은 것은 엄 회장의 체면 때문이었어.”“그런데 지금 이 꼴을 봐? 정말 거짓말이 끝이 없어!”“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말로 사람을 속이려 드는 거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게다가 나도 당신을 조사해 봤어. 당신은 데릴사위였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쫓겨난 신세라던데!”“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당신이 풍수지리에 대해 뭘 알아?!”“허 참!”“엄 회장 앞에서 이렇게 들추어내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더 이상 엄 회장을 속이고 있는 꼴을 볼 수가 없어! 절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며 정홍매는 얼굴을 바꿔 끼운 듯 상냥한 표정으로 엄도훈을 바라보며 비위를 맞췄다.“엄 회장님. 난 회장님한테 망신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하현을 노린 것도 아니에요. 복수한 것은 더더욱 아니구요!”“내 성격이 직설적이어서 남이 뭘 속이는 꼴을 못 참아요.”“그러니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며칠 동안 사고가 잦았던 것은 재수가 없었던 것뿐이에요.”“그가 당신을 미행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이 틀림없어요!”“심지어 그가 음모를 꾸며 일부러 그런 일을 만들었을 수도 있구요!”“엄 회장님. 지금이라도 당장 그를 붙잡아 고문해야 해요! 그가 회장님한테 도대체 뭘 얻으려고 그런 짓을 한 건지 추궁해야 한다니까요!”정홍매는 스스로 정의감에 취해 한껏 자랑스럽게 하현을 헐뜯고 있었다.한참을 쏟아내고 나니 그녀는 속이 후련했다.하현이 엄도훈을 믿고 자신의 아들을 짓밟았다면 그녀도 엄도훈을 등에 업고 무참히 하현을 짓밟아야 했다!그래야 마음속의 분노와 억울함이 한 점도 남김없이 말끔히 사라질 것 같았다!흥!눈에는 눈! 이에는 이!“닥쳐!”결국 정홍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비수 좀 보여줘 봐.”엄도훈은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를 황급히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내놓았다.비수는 익히 아는 보통의 비수였다.하지만 깨끗하게 닦여 티끌 하나 없었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위에 묻어 있던 혈흔은 지운 거야?”하현이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정홍매는 입가에 비아냥거림과 냉소를 가득 떠올렸다.이까짓 솜씨로 감히 사람을 속이려 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엄도훈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깨끗한 비수를 몸에 지녀야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너무 더러우면 안 좋잖아요? 만약 뭔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찝찝해서 깨끗하게 씻었죠...”“어리석기는!”하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내가 당신한테 비수를 지니라고 한 것은 그 위에 묻은 혈흔이 당신 체내의 악운을 누그러뜨리고 심지어 조금 풀어주기 때문이야.”“그런데 당신은 비수를 깨끗하게 씻어 버렸으니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지.”“그리고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당신은 어제 누군가가 비명횡사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과 그의 몇몇 측근들은 모두 온몸을 덜덜 떨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들은 하현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엄도훈은 유난히 더 입꼬리를 부르르 떨다가 겨우 입을 뗐다.“하현 형님, 역시 대단하십니다.”“내가 전에 만났던 그 무슨 유명한 풍수지리사들보다도 훨씬 대단해요!”“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다니!”“맞아요. 어젯밤 집으로 오는 중에 몇몇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한 명이 화단에 부딪혀 어떻게 하다가 그만 죽어버렸어요.”“그 죽은 사람은 여자였던 것 같았는데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어요.”여기까지 말한 엄도훈의 얼굴엔 마치 하현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감탄해 마지않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정홍매는 냉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