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이 지경까지 날뛰자 파리 형님의 얼굴에는 온통 피에 굶주린 웃음이 떠올랐다. “임마, 넌 끝장이야!”“우리 보스가 오면 너는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 지 알게 될 거야!”“너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포함해 내가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하현은 아무 말 없이 쇠파이프를 주워 들고는 파리 형님의 얼굴을 내리쳤다. “악______”파리 형님은 이가 바로 부숴졌고, 뜻을 알기 어려운 비명을 질러댔다.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원망과 악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위협을 가하고 싶었지만 하현이 계속 손을 댈까 무서워 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은 끝장났다. 이 일은 아마 손발을 끊는다고 해결 될 수 없을 것이다. 은아는 놀라서 울 것 같았다. 그녀는 하현이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몰랐다. 이제 최가가 나선다고 해도 이 일은 수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때 은아는 하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보, 우리 빨리 가자. 우리 남원을 떠나서 서울로 돌아가자.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자.”“하늘가와 바다 끝이라도 나는 너랑 같이 갈 거야!”하현이 웃었다. “우리가 왜 가야 돼? 다들 이성이 있는 사람들이야. 이 일은 또 내 잘못도 아니니 그들이 우리한테 사과할 때까지 기다려야지!”“이제 와서 도망치면 우리가 너무 약해 보이지 않겠어?”은아는 하현의 가벼운 모습을 보고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최가가 메시지를 받고 빨리 손을 써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같은 시각, 최가. 최준은 핸드폰의 메시지를 보고 갑자기 실소를 하며 말했다. “하현 이 놈의 머리는 괜찮은 거겠지? 노점을 차리고는 뜻밖에도 소 사부님을 건드리다니?”최우현은 옆에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버지, 이 소 사부님은 길바닥에 계신 분이시죠?”“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최우현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아버지, 이 집안은 문제
불과 몇 분 만에 승합차 한 대가 산책로 길가에 멈춰서더니 한 무리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돌진해 왔다. 이 모습을 보았을 때 파리 형님은 삼엄한 얼굴빛을 띄었다. 이덕재와 사람들도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크고 덩치가 클 뿐 아니라 딱 봐도 전부 깡패들처럼 보였다. 앞장선 고대 복장을 하고 있는 중년 남자는 딱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바로 남원 길바닥에서 유명한 보스, 소 사부님이었다. 소 사부님과 사람들이 이 사람들 앞에 오자, 특별히 지금 하현 앞에 무릎을 꿇은 파리 형님을 보자 하나같이 안색이 크게 변했다. “보스, 살려 주세요! 이 놈이 감히 저를 때렸어요! 이건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은 거예요!”파리 형님은 구세주를 보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결국 소 사부님은 하현 앞으로 다가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괜찮으세요?”이때 깡패들은 하나같이 두 손을 드리우고 감히 바닥에 있던 파리 형님을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약간 두려운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별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방금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놀라 거의 죽을 뻔 했습니다!”소 사부님은 식은 땀으로 가득 찼다. 지금 그는 파리 형님을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이 분까지 건드리다니?지금까지 소 사부님은 그날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자기가 빨리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죽은 지 얼마나 오래 되었을 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 눈앞에 있는 이 동생은 이미 서울 길바닥의 왕이 되었다!이 분이 도대체 어떤 신분이고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소 사부님의 깍듯한 태도는 모든 사람을 멍하게 만들었다!특히 파리 형님은 지금 믿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보스, 다친 사람은 저예요!”파리 형님은 억울하기 짝이 없어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자기 보스
이때 파리 형님만 어리둥절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하현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인가?은아도 조금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확실히 최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설마 최가의 체면이 이렇게 큰 건가? 전화 한 통으로 소 사부님에게 이렇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최가는 강남 경찰계를 통솔했고 길바닥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상대였다. 설마 하현이 이 점을 확실히 알고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것이란 말인가?이때 밖에서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왔는데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변백범이었다. “이, 이 사람은 강남 길바닥의 새로운 왕, 변백범이다!”“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그가 어떻게 나타난 거지!?”다들 놀라 자빠질 뻔했다. 오늘 이런 사소한 일로 이런 거물을 불러 내다니. 변백범은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 앞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하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방금 전화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이 놈들이 감히 선생님의 머리를 건드리다니요. 돌아가면 제가 반드시 그들을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풉!”이 순간 모든 사람들은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이 녀석은 데릴사위 아닌가? 기둥서방 아닌가?뜻밖에도 강남 길바닥의 왕, 변백범이 그를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다니?맙소사!상상이 안 간다!다들 하현의 신분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이건 누구의 머리만 건드린 일이 아니야!”“보통 사람들이 장사를 하는 건 다 생존을 위한 건데 너희 길바닥 사람들이 매일 행패를 부리고 괴롭히고 하는 게 말이 돼?”“어떻게 해야 할지 네가 알아서 처리해.”하현의 말을 듣고 변백범은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대장님이 화가 나셨다. 곧이어 그는 뒤를 돌아보며 소 사부의 뺨을 때렸다.“어떻게 된 거야? 소 사부!? 어르신이 회의할 때 이미 말하지 않았어? 길바닥 사람들은 모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보호
두 사람은 달려가 하현 앞에 다다랐다. 양정국은 하현이 무사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위원용은 하현에게 깍듯하게 경례를 했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충격을 받게 했다!하현은 도대체 무슨 성인인가!뜻밖에도 이런 어르신이 그를 이렇게 존중하다니!특히 1인자 양정국이!이 큰 인물이 나타나다니?이건 뭘 말해주는 것인가!그만큼 데릴사위의 권세가 대단하다는 뜻이다!이 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이 바뀌었고 심지어 놀라워하기까지 했다. 방금 모두의 눈에 기둥서방이었던 데릴사위가 지금 한 순간에 신비로운 큰 거물로 신분이 바뀐 것인가?은아는 지금 극도로 멍한 표정이었다. 최가가 이렇게 자기의 체면을 세워준 건가?소 사부님이 나타난 것도 이해가 가고, 변백범이 나타난 것도 이해가 가고, 심지어 위원용이 나타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원 1인자 양정국까지 찾아오다니?은아는 조금 이해가 안됐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도 물어보기는 어려웠다. “하 선생님, 괜찮으신 거죠?”양정국은 공손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위원용은 경례를 하고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하 선생님, 제 관할 구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제 잘못입니다. 제가 반드시 만족스런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사람들을 데리고 가. 앞으로 여기서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 말이 나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의 시선이 소 사부님에게로 떨어졌다. 소 사부님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재빠르게 말했다. “하 선생님,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파리 이 놈은 평생 침대에만 누워있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듣고 파리 형님은 눈 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이윤희는 각 방면의 어르신들이 그녀를 쳐다보자 순간 피가 흐를 때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절을 했다. 이덕재와 그의
최가 거실. “아버지, 어머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하현이 물었다. “잘 모르겠어. 오늘 아침 일찍 최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발표할 큰 일이 있대.”“내 생각에 백운회사의 지분의 일부를 우리에게 돌려주려는 건가 싶어.”희정은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맞아! 최가는 어쨌든 네 친정이니까. 그들도 양심이 있으면 우리가 힘들어 하는 건 차마 보기 어려울 거야!”재석도 감격했다. 요 며칠 그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앞으로 뭐에 기대서 살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은아는 조용히 하현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여보, 오늘 기회를 봐서 외삼촌에게 감사하다고 해. 우리가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미안해서 우리에게 기회를 준 거 같아.”분명 은아도 최가에 조금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이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육의 정이니까!은아는 최가가 그들 일가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최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지분을 양보하는 이런 좋은 일은 100%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얼마 후 최가 할머니의 인도에 따라 최가 사람들이 뒤쪽에서부터 하나 둘씩 줄지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 외에도 양복 차림의 언론 기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최가가 특별히 초청한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은아를 바라보는 최가 사람들의 입가에는 싸늘한 마소가 번졌다. 은아네 식구들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들도 감히 묻지 못했다. 곧 최가 할머니는 상석에 앉았고 그리고 난 후 다른 최가 사람들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가 할머니는 은아네 가족을 앉힐 마음이 전혀 없었다. 최준은 이때 미소를 지으며 그 기자를 보고 다급한 눈빛으로 말했다. “천 기자님, 장비와 서기는 다 준비가 잘 된 거죠?”
희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가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엄마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이것을 위해 특별히 기자들까지 초청하다니?이것은 우리 일가에게 살 길을 전혀 내주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재석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일의 결과는 너무 심각했다. 그들 일가는 밥을 구걸할 곳도 없게 된 것이다. 은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외할머니와 외삼촌은 자신의 4천억 가치의 주식을 가지고 갔지만 지금 자기 가족에게 한 줄기 살 길도 주지 않았다. 가장 관건은 이 일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발표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최가는 더 이상 설은아 일가의 빽이 아니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셈이었다. “외할머니, 외삼촌, 왜요!?”“어젯밤에도 우리를 도와주셨잖아요?”“오늘 저희를 왜 이렇게 대하시는 거예요?”은아는 믿기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 최준은 비록 조금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냉소하며 말했다.“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어! 어쨌든 할머니가 이미 이렇게 말씀을 하신 이상 이 일은 이렇게 결정이 난 거야!”“너희 가족 일은 너희 스스로 알아서 수습하는 게 가장 좋을 거야. 오늘부터 우리 최정상 가문 최가는 너희 집안이 망한 거랑은 조금도 관계가 없으니까!”“너희는 앞으로 우리 최가와는 더 이상 연루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쩌다 우연히 마주쳐도 서로 모르는 척 해!”“빨리 꺼져!”최준은 냉담하고 무자비 했다. “우리 최가에서 썩 꺼져!”“우리 집안은 너희들이 필요 없어!”“참, 희정아, 너 기왕 설재석한테 시집 갔으니 네 성도 고쳐! 너는 최씨 성을 가질 자격이 없어!”최가 사람들은 모두 냉담하고 무비하게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은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문득 자신의 이전 사업을 모두 눈먼 늑대들에게 빼앗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눈먼 늑대들이 가져갔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최가 사람
하현이 나서서 입을 열자 최가 사람들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들의 눈에 설은아 일가는 지위가 전혀 없었고, 데릴사위 하현은 더욱 아랫사람으로 보였다!“최가 할머니, 최준, 믿거나 말거나 너희들은 오늘 일을 두고 평생 후회할 거야!”“최정상 가문 최가? 난 너희들이 앞으로 일류가문의 영광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다!”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건방지게! 감히 우리 최고의 가문인 최가를 저주하다니, 이건 반역이야!”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최가가 후회하길 바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지금 은아의 모든 지분은 우리 최가의 손에 있고 우리 최가는 이제 비할 데 없는 권세와 부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후회할 수 있겠어!”“너 이 쓰레기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야! 우리 최가가 지금 얼마나 강해졌는지!”최가 사람들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입을 연 하현은 바보 같았다. “입 닥쳐!”이때 최희정은 마침내 회복되었고 그녀는 한번 화를 낸 후에야 몸을 똑바로 세우고 최가 할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엄마,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가족이 최가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있나요?”“우리 가족과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거예요?”“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요?”“죽더라도 우리가 알고 죽게 해주세요.”재석도 천천히 말했다. “어머니, 우리가 최가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았어도 이런 대접을 받을 거까지는 없지 않나요?”“더구나 우리는 최가에 공은 없지만, 고생은 했어요.”은아는 더욱 완강하게 말했다. “할머니, 당신들이 지분을 원해서 제가 결국 드리지 않았어요?”“설마 이것도 모자란단 말이에요?”은아네 일가는 죽음이 눈앞에 닥치자 여기서 큰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최가 할머니는 최준과 눈이 마주치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가 할머니는 이때 무슨 말을 하기도 귀찮아 손을 흔들며 은아네 식구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최준은 더욱 냉소하며 말
하현과 일행 4명이 떠났다. 하현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매우 강경했다. 하지만 최가 사람들이 보기에 이것은 고집이 센 걸로 보였을 뿐이다. 없어도 상관없다고? 이제 최정상 가문 최가에게 속한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알겠지? “이 폐물은 죽을 때까지고 큰 소리치는 버릇은 못 고쳤네!”“말해 봐. 말해 봐. 어쨌든 이 집안 사람들은 이미 우리 최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가장 좋은 건 큰 소리를 많이 쳐서 사람들에게 놀림 당하다 죽으면 우리야 좋지!”“역신을 쫓아내는 느낌은 너무 좋아!”“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최가는 정식적으로 최정상 가문이 된 거야!”“하하하하……”최가 사람들은 이때 껄껄 큰 소리로 웃었다. 기분은 상쾌할 대로 상쾌했고, 횡포는 난폭할 대로 난폭하게 부렸다. 천 기자는 지금 아주 능숙하게 바로 앞으로 나가서 아첨을 떨며 말했다. “할머니, 축하 드립니다. 최공, 축하 드려요. 오늘부터 최가가 강남의 유일한 최고 가문이 되셨네요!”“어쩌면 강남 최가로 개칭해야 해야 할 거 같은데요!”최가 할머니는 웃다가 이마에 주름이 생겼는데 파리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 기자 말이 맞아요. 얘들아, 상! 큰 상이 있어!”곧 최가 전체에 화기애애한 광경이 펼쳐졌다. 큰 길가에서.재석, 희정과 은아 세 사람은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들 일가는 사실 모두 친정을 매우 중시했다. 이것이 바로 그 날 설씨 집안이 설은아를 여러 차례 대적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설은아가 울분을 삼킬 수 있었던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설씨 집안과 완전히 결별한 이후 설은아 일가는 최가의 가족애를 아주 중시했다.그런데 오늘 최가가 뜻밖에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 일가와의 연을 완전히 끊고 결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일이 이미 이렇게 터졌어도 설은아 일가는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조금 어려웠다. 하현은 운전을 하면서 이때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
”난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에 불과해.”“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만족스럽게 해 드릴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걸.”“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며 전 재산을 다 부어서라도 기꺼이 웃게 만들어야 해!”“하지만 당신들은 친자식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해도 마음만 전하면 된다?”“그래? 결국 난 남이라는 거지?”“부모님께 아무리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당신들의 흙 묻은 무보다도 못하다는 거지?”이영산은 억울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이윽고 그는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옆에서 장리나가 그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그러게 내가 당신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당신이 아무리 친자식처럼 효도한다고 해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의 정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영산을 바라보았다.“맞아. 요새 이영산처럼 저렇게 효도하는 아들도 드물어.”“최희정과 설재석이 늘그막에 이렇게 효도하는 양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야.”“무엇보다 이영산이 친딸보다 더 효도한다는 게 관건이야.”“오천만 원짜리 이 서화를 준비했다는 건 부모님을 위한 무한한 마음을 대변하는 거지.”“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는데 출가도 안 한 딸이 양아들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니!”“내가 보기엔 최 여사 부부가 이영산한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봐!”“저런 배은망덕한 것들한텐 절대 한 푼도 줘선 안 돼!”“당신들 정말...”사람들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설은아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이 손님들이 이미 이영산 부부에게 매수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이영산은 그녀의 미색을 탐낼 뿐만 아니라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의 발언권이 설재석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설은아, 설유아. 그렇게 화내지 마.”“이 흙 묻은 무는
”하하하, 선물 가져왔어요?”이영산은 씩 웃으며 하현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던졌다.“설마 이거 말하는 건 아니겠지?”“금정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재결합하려고 하는데 비닐봉지라니? 부끄럽지도 않아?”설은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영산은 이미 하현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앗아 자기 마음대로 열어 보았다.싹이 난 무같이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무? 조금 전 어디 밭에서 뽑아 왔어?”“포장도 따로 없이 검은 비닐봉지에?!”“이거 천 원은 하나?”“어쩐지 부모님이 당신을 두고 쓸모없다, 쓸모없다 하시더라니!”“재결합 선물에 이런 걸 선물이라고?”“천 원도 안 되는 것을! 염치가 없어도 원!”“썩 꺼져!”“우리 설 씨 가문에서 당신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최희정과 설재석이 금정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영산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과 경멸함이 가득 들어 있었고 하현의 존재가 그들의 모임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느꼈다.하현은 이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그 사람들 중 아무도 이 백두산 산삼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데릴사위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이영산은 하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자, 자, 자. 이번에 부모님을 위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좀 보시죠. 이것은 명나라 당인의 서화입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화 한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맹호하산도!”“당나라 말기 출세작이죠!”“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수집가들과 주먹다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결국 거금 오천만 원을 주고 손에 넣었죠!”“아마 진정한 가치는 그 열 배도 넘을 거예요!”이영산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