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성 같은 인물은 무슨 명품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가 입고 있는 정장은 이탈리아의 최고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재단한 것이다.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도 주문 제작한 것이고 하나에 몇 십억 하는 글로벌 한정판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의 몸에 걸친 것의 특별함을 볼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보였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1, 2류 가문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몸을 치장하려면 평생은 분투해야 한다!항성 이씨 집안은 비록 대하 10대 최고 정상 가문들 중 하나는 아니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인물이 나오면 남원의 1인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강남 1인자 이준태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이때 이장성은 하현을 무시한 채 슬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슬기 아가씨 아니세요? 제가 있는 곳에 오셔서 식사를 하시는데 어떻게 전화 한 통 안 하셨어요?”“이 하인들이 대접을 소홀히 했다면 제가 미움을 사게 되지 않겠어요?”“당신은 이장성씨!”슬기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눈빛이 약간 달라졌다. 이장성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씨 집안에 혼담을 꺼낸 사람들 중에 제일가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연경 이씨 집안의 뜻에 따르면 반드시 그녀와 이장성은 결혼을 해야 한다. 지난 번 블랙티 레스토랑에서 하현은 이미 연경 이씨 집안 사람과 마주쳤었다. 그러나 양쪽은 서로 안 좋게 헤어진 셈이었다. 그 후 이장성이 이미 여러 차례 찾아왔기에 이씨 집안 세자에 대해 슬기는 조금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왜요? 아가씨 표정을 보니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한 거 같네요?”이장성은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치면서 레스토랑 셰프를 불렀다. “퍽!”곧이어 그는 주방장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여기 와서 식사하신 이 아가씨가 내 약혼녀라는 걸 몰라?”“이 하인이 자기 주인의 안방 마님도 못 알아보고, 여기 남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혼사를 의논하고 있는 단계에서 밖에서 빈둥거리는 남자를 데리고 목에 힘을 주고 다니다니요?”“이 일에 대해 내가 이씨 집안을 찾아가서 설명을 드리면 이 남자는 아마도 죽겠죠?”이장성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경시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전에 그는 하현을 빈대라 여기며 따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벌레가 앞에서 기어오르고 있으니 닥치는 대로 눌러 죽여야 하지 않겠는가?이 말을 듣고 슬기의 얼굴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 연경 이씨 집안의 능력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항성 이씨 집안이 정말 찾아온다면 체면을 위해서라도 연경 이씨 집안은 모두 하현을 상대하려고 손을 댈 것이다. 그리고 하현은 이미 은퇴를 했다. 이전에 대장이었던 사람이 정말 최정상 가문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특히 연경 이씨 집안은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다!연경 이씨 집안의 그분은 9대 장로중의 한 분이다!이 생각에 미치자 슬기는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한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장성씨, 당신과 나 둘 사이의 일은 어떤 사람과도 관계가 없어요!”“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는 내 몫이에요.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세요!”“만약 내가 싫다면?”이장성은 웃을 듯 말 듯 했다. 슬기는 한참 동안 이장성을 싸늘하게 쳐다보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먼저 가세요. 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하현이 웃었다. 그는 일어서서 손을 뻗어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바보야,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방금 내가 너한테 벌써 말하지 않았어? 앞으로 누가 너를 건드리려면 나를 먼저 시체로 만든 다음에 지나가야 한다고.”이장성은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이 빈대는 죽으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때 송주용이 식당 구석에서 튀어 나와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난 후 조용히 말했다. “세자, 이 사람은 너무 날뛰네요. 세자는
하현은 마침내 송주용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같이 작은 배역을 밟아 죽이는 데는 취미가 없어. 내 기분이 좋을 때 무릎 꿇고 기어나가면 이 일은 잊어버릴게.”“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남은 한 평생 밥 먹을 필요가 없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지.”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하현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이 말이 나오자 장내를 놀라게 만들어버렸다. 꼬박 몇 십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들 반응을 보였다. “하하하, 어디서 얼빠진 놈이 튀어나왔지? 너 송 대표가 이 세자를 대표하는 거 알지?”“어르신이 사과를 하면 네가 감히 받아 주겠다고?”“그래, 네 까짓 게 뭔데!? 이 세자가 이미 명령을 내렸으니 너는 오늘 반드시 기어 나가야 해!”“너 혼자 기지 못 할거 같으면 우리가 도와줄게!”이 종업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항성 이씨 집안의 하인들이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를 해칠 때 돕는 것을 오히려 영광으로 여겼다. 이장성과 송주용에게 아부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그들이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옆에 있던 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오늘 이 일이 잘 수습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회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 회장님 앞에서 이렇게 날뛰다니, 이것은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송주용은 자신에게 기어나가라고 하는 말을 듣고 순간 화가 폭발했다. 곧이어 그는 손을 뻗어 하현의 얼굴을 툭툭 치려고 했다. 하지만 몇 초 뒤 하현은 번개처럼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 “퍽______”동시에 하현은 송주용의 배를 걷어찼다.“아______”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송주용은 솔직히 말해 문약한 선비였다. 진작에 돈과 여자에 빠져 몸이 나약해져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을 어찌 견뎌낼 수 있겠는가?모든 사람들이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퍽!”하현은 또 송주용의 옷섶을 들고 뺨을 한 대 때렸다. 뺨 한대일 뿐인데 송주용
슬기는 안색이 변한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제가 오늘 밤 할아버지께 이 일을 수습해 달라고 부탁 드리러 가겠습니다.”하현이 웃었다.“왜 이 일을 수습하려고 해? 만약 방금 이장성이 빨리 도망가지 않았으면 내가 그의 남은 반평생 밥 먹을 필요가 없게 해줬을 거라고 장담해.”슬기는 한숨을 쉬며 잠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하현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자, 슬기는 조용히 떠나 이씨 집안 저택으로 왔다. “할아버지, 사고가 났어요. 제발 하현을 도와주세요! 지금 강남 전체에서 그를 도울 수 있는 건 할아버지 뿐이에요.”슬기는 이준태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녀 자신의 일을 위해서라면 굴복하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하현이 자신 때문에 항성 이가와 연경 이가를 건드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특별히 연경 이가를 말이다. 슬기는 연경 이가 사람이기 때문에 연경 이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더 잘 알고 있었다. 하현이 한때 당도대 대장이었다 하더라도 그는 지금 이미 은퇴를 했다. 슬기가 생각할 때 하현은 과거에는 화려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천일그룹의 회장일 뿐이었다. 이런 사람의 그룹은 보통사람들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강해 보였지만 연경 이씨와 항성 이씨 가문처럼 최정상 가문들이 봤을 때는 확실히 부족했다. “슬기야, 네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릎을 꿇는 거야?”이준태는 멍해졌다. “슬기야, 그 짐승 같은 놈이 뭐가 좋아? 그럴 가치가 있어?”“그가 능력이 좀 있다고 해도 우리 이씨 가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너 순순히 이 세자에게 시집갈 수 없어? 네가 이렇게 하면 우리 이씨 집안의 체면이 구겨져!”이씨 집안 사람들은 무릎을 꿇은 슬기를 보며 하나같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보기에 슬기는 정말 이씨 집안의 체면을 구겼다. 이준태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똑똑히 말해봐.”슬기는 사실대로 말했다.“하현이 이장성을 들
“좋아요. 약속할게요!”슬기는 여러 가지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현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지금 그녀는 이미 결심을 했다. 이장성이 설령 그녀와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절대 그녀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결국 양쪽 둘 다 죽게 될 것이다! 이때 슬기의 사촌 언니 주리아가 냉소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어떤 일은 단순히 약속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 할 때가 있어요. 합의서를 먼저 써야 하지 않겠어요?”이 말을 듣고 이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연신 동의를 했다. 곧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약속대로 하현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만 한다면 이슬기는 반드시 이장성과 결혼해야 한다. 슬기는 암담한 얼굴로 마침내 이를 악물고 서명을 했다. 이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항성 이씨 가문이 사돈이 됨으로써 연경 이씨 가문은 다시 한번 강하게 일어설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들의 신분은 더 높아질 것이고 장악할 수 있는 세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 합의로 슬기는 약속날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이장성과 결혼할 운명이 되었다. 이씨 집안 사람들은 연경 이씨 집안 쪽에서도 분명 이 조건을 들어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성 이씨 집안 쪽에서도 이준태가 나서서 조정을 해주기만 한다면 무슨 그렇게 큰 일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곧 이준태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장성은 이미 송주용이 불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하현을 혼내줄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때 전화를 받자 그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 어르신,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오늘 일은 분명히 알고 계시겠죠?”이준태는 다소 감개무량한 듯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이 일은 당신 이씨 집안에서 저에게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이장성은 차갑게 말했다. 이준태는 잠시 생각한 후에야 천천히 말했다.“지금 이 일로 의논을 하려고요.”“슬기가 하는 말이 당신
강남 이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하현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지금 이 말을 듣고 이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세자는 과연 선견지명이있어. 혼사를 발표한다는 건 항성 이씨와 연경 이씨의 관계를 공개하겠다는 거잖아!”“대장, 장북산, 강남의 신임 병부 수장 등이 증인이 된다는 건 온 나라를 뒤흔들 만한 큰 일이야!”“이 일이 있고 나면 우리 이씨 집안의 위상은 틀림없이 높아 질 거야!”이때 슬기의 표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슬기를 팔아서 이렇게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장사는 절대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같은 시각, 호화로운 별장 안. 이장성은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항성 이씨 가문의 먼 친척으로 이원규라는 사람이었다. 이원규가 속한 가문은 항성 이씨 가문의 분파였지만 줄곧 항성 이씨 가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원규 본인은 달랐다. 그는 연경 병부의 부사령관으로 실세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관건은 그가 있는 대대의 대하 9대 군대중의 하나로 한전이라 불리며 당도대 못지않게 유명하다. 이장성은 남원에 온 뒤 이원규와 온갖 방법으로 연락을 취해 드디어 오늘 그를 초대했다. “이 사령관님, 사령관님과 저는 모두 이씨 집안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이번에 저에게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이장성은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시에 그가 손을 흔들자 몇 명의 부하들이 상자를 가지고 올라오는 것을 보았는데 안에는 보석과 옥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이원규는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세자, 병부 사람들은 물질에 미련이 없습니다. 이 물건들은 가지고 가세요.”“말씀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나 이원규의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원규의 말을 듣고 이장성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이 사령관님, 연경 병부의 병왕답게 실력이 막강할 뿐 아니라 청렴결백하고
이원규는 흠모하는 얼굴로 존경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도대 대장, 그것은 병부의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장성은 이때 온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뭐요? 대장이 병부 대 장로의 자리를 물려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진짜예요!?”“확실히 그 사람 말고 누가 자격이 있겠어요?”이원규는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이장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재빨리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그러면 우리는 그의 동의를 더욱이 받아 내야죠!”“그가 동의만 한다면 이번에는 내 혼사뿐 아니라 관건은 지금부터 우리 항성 이씨 집안이 미래의 대 장로와 함께 미래를 세워갈 수 있겠네요!”“아마 이런 인연으로 우리 항성 이씨 집안은 훗날 10대 탑 가문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몰라요.”이장성은 아직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대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항성 이씨 집안에서 더 이상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원규는 잠시 중얼거리다 말했다. “그래요. 이 일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주례 서는 일은 내가 생각하기에 대장이 거절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그럼 정말 잘 됐네요!”이장성은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수비 교체식은 정말 본격적으로 자신이 집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경 이씨 집안과 혼인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대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때가 되면 무슨 하민석이나 하 세자도 모두 내 발 밑에 밟히게 될 거야!”“항성 이씨 집안은 내 손에 들어올 운명이네!”이장성은 뒷짐을 진 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마치 자신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스마트 밸리, 하현은 전화를 끊었다. 방금 당도대에서 전화 한 통이 왔다. 이원규라는 친구가 수비 교체식이 끝난 뒤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했다.이원규 이 사람은 하현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그도 일찍이 당도대에서 훈련한 적이 있었지만 불과 1년도 안돼서
같은 시각.최가.최가 할머니, 구기승, 나성곤 세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서 있었다. 남원의 일류 가문으로서 이 세 사람이 나타난 것은 큰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들 바로 앞에 멀지 않은 곳에서 제복을 입고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왼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기개가 있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기품은 최씨 할머니의 얼굴을 굳어지게 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다. 한참 후 이 사람이 왼손을 내려놓았을 때 최가 할머니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둘째 도련님, 무슨 바람이 불어 항성에서 오셨는지 모르겠네요!”“제가 마중 나갈 수 있도록 미리 말씀도 안 해주시고요.”하민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다시 오지 않으면 너희 4대 일류 가문은 무너질 거야.”이 말을 듣고 최씨 할머니와 사람들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하민석은 화가 났다. 지금 이 순간 이 세 사람은 평소에는 높은 사람이었지만 이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잘것없는 하 세자를 상대하라고 했었잖아. 근데 성공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소씨 가문까지 잃다니. 너희들 정말 능력이 대단하구나.”하민석의 표정은 냉담했다. 이 일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더욱 벌벌 떨며 감히 전혀 입을 열지 못했다. 하민석은 심오한 얼굴로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며 말했다. “너희들 강남 병수 수장 교체식에 참석할 거지?”“네!”최가 할머니와 사람들은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하민석이 자신들이 이 의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할까 봐 두려웠다. 필경 하민석의 눈에 일찍이 남원 4대 일류 가문은 하인에 불과했다. “너희들이 참석하든 말든 나는 별 이견이 없어. 하지만 그 전에 내가 한 가지 임무를 맡길게.”하민석이 말했다. “둘째 도련님이 무슨 분부를 내리시든 저는 전심 전력을 다해 하도록 하겠습니다.”하민석은 얼굴에 기괴한 웃음을 드러내며 천천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