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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이혼 날짜를 미루다

“응.”

성혜인이 주저 없이 답했다. 남과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걸 꺼렸던 그녀는 말투가 아주 차가웠다. 하지만 성혜원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성씨 저택 안으로 들어온 성혜인은 성혜원만 바래다주고 바로 돌아가려 했는데 꽃에 물 주고 있던 성휘와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성한도 그와 함께 있었다.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고, 성혜원은 이미 차에서 내려 쪼르르 달려갔다.

“아빠! 오빠!”

성한과 회사 얘기를 주고받던 성휘는 성혜인의 차를 보고 동작을 멈췄다. 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와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성휘는 물 주는 일을 도우미에게 맡기고 바로 마중했다.

“그래그래, 왔으면 됐다. 네 이모가 오늘 저녁 식사에 엄청 신경 썼어. 들어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 나도 마침 할 말이 있고.”

성혜인은 아직 반승제를 만나러 가야 했기에 집 안에 들어가 앉을 시간이 없었다.

“아빠, 저 아직 할 일 있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

성휘가 흐뭇한 표정으로 성한의 어깨를 토닥이는 것을 보고 성혜인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성휘는 성혜인의 말을 듣는 체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한이가 제대로 된 직장이 없어서 네 이모가 인턴이라도 하라고 우리 회사에 보냈다. 보고하는 모습을 보니 신경 쓴 티가 나네. 참 잘 됐지?”

성휘의 질문에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윤이 자신의 아들을 회사로 보낸 의도가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혜인아, 너도 오래간만에 돌아왔는데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성혜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성한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어른 같이 말했다. 그리고 시선은 처음부터 성혜인의 몸매에 고정되었다.

성한과 성혜인은 성휘의 곁에 서서 다정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분명 세 사람 다 코 앞에 서 있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

성혜인은 말 못 할 공허함에 휩싸여 또다시 말했다.

“아빠, 저 진짜 할 일이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성휘는 표정이 점점 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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