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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다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26 18:00:00
“저도 같이 갈게요.”

말이 끝나자마자 설우현과 반승제는 동시에 성혜인의 손목을 잡았다.

“안돼.”

설씨 가문에서 자라온 설우현은 누구보다도 집안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설의종이 쓰러진 것도 모자라 주식 전부가 다른 사람에게 넘겼으니 오늘 이 자리에서는 욕을 먹는 게 확실하다. 진실을 알지 못한 두 어르신의 눈에 비친 성혜인은 그저 외부인에 불과하니까. 두 어르신은 설태진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호락호락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단지 설태진이 워낙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라 상대적으로 허술할 뿐 그들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설우현은 심호흡하며 입을 열었다.

“일단 승제 씨랑 같이 돌아가. 당분간은 설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비록 두 분 모두 현명하시고 합리적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아버지가 몇 년 동안 널 찾아다녔어. 아들인 나도 최근에서야 알았는데 두 분을 아마 절대 모르실 거야. 이런 상황에 대뜸 주식 양도가 적힌 서류를 들고 나타나는 건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죄를 뒤짚어 쓰는 격이 되는 거야.”

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설기웅과 설우현은 오늘 밤에 어떻게 될까? 그들은 사람들의 빈정거림을 피할 수 있을까?

설우현은 그녀를 반승제 쪽으로 밀었다.

“너한테 아직 더 중요한 일이 남았잖아. 난 아버지 얼른 의식을 되찾았으면 좋겠어. 해독제를 구하는 건 너한테 맡길게. 혜인아, 미안하다. 우리가 이런 초라한 모습을 보여서.”

반승제는 성혜인을 이끌고 차에 올라탔으나 걱정 가득한 그 모습에 손 하나를 그녀의 배에 얹었다.

“널 혼자 플로리아에 두고 가는 것도 걱정되지만, 그 자리에 네가 가는 게 더 걱정돼. 임신했는데 몸 생각해야지. 이제 그만하고 가자.”

성혜인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만지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반승제가 막 운전하려고 할 때 성혜인의 핸드폰이 마침 울렸고 낯선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우현이랑 같이 오거라. 직접 보고 싶구나.]

추측할 필요도 없다. 이건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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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수치심과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공지민이 냉큼 2층 난간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뭐 하는 거야?!”공지민은 난간에서 몸을 날리며 도발하듯 한마디를 던졌다.“오빠 바지 내가 벗겨버렸네. 근데 정말 별로다.”남자는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공지민은 1층으로 떨어지며 다리에 피가 맺힐 정도로 다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부리나케 폐공장을 빠져나갔다. 근처에 도로가 보이자 지나가던 차를 세워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폐공장 2층. 연승혁은 머리에 쓰고 있던 가발을 벗어 던졌다. 천천히 얼굴에 바른 까무잡잡한 분장을 휴지로 닦아내고 붙였던 눈썹과 수염도 떼어냈다. 그러고 나서 벗겨진 바지를 내려다보았다.‘좋아, 공지민. 제대로 기억해 두겠어.’연승혁은 바지를 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던 경호원은 그 모습을 보자 속이 서늘해졌다.방금 그의 바지가 벗겨지는 것을 봤을 때 경호원은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그 여자가 정말 무사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연승혁이 멍해진 틈을 타 2층에서 뛰어내렸다.경호원은 이 여자가 대담한 건지, 아니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형님...”연승혁은 가발을 휙 던지며 말했다.“돌아가자.”그는 공지민의 허벅지에 있는 꽃 모양 반점을 자세히 확인했다. 문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할머니의 말이 맞을 터였다. 그녀는 연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 그의 친누나일 가능성이 높았다.연승혁은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공지민의 피부에서 느껴졌던 부드러운 감촉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운전 중인 남자가 백미러로 그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형님, 어떻게 보십니까? 정말 누님이 맞을까요?”연승혁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내려놓았다.“그럴 가능성이 높지.”그런데 그녀의 성격이 꽤 거칠다고 생각했다.그는 공지민의 과거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연예계에 들어온 후로는 아주 조용히 지내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7화 오빠 왜 이렇게 급해요?

    공지민은 아침에 잠깐의 휴식을 마친 후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 한참을 돌아다녔다.연승혁이 언제 움직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성격으로 볼 때 그녀를 압박하며 위협할 게 분명했다.그녀는 차를 골목 한쪽에 세운 뒤 물건을 사러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다가오는 덩치 큰 남자 몇 명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공지민은 저항할 틈도 없이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눈을 떴을 때 눈 위에는 두꺼운 검은 천이 씌워져 있었고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당신들 누구야? 왜 날 납치한 거야?”마음속으로 대충 짐작은 갔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마도 연승혁이 보낸 사람들이겠지.’그때 누군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생각보다 꽤 예쁘게 생겼네. 듣자 하니 연예인이라며? 아직 연예인이랑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공지민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리며 몸을 뒤로 뺏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발목을 잡아챘고 이내 그녀는 다시 그들에게 끌려갔다.“뭐야? 들리는 말로는 너 남자도 꽤 많이 만났다며? 설마 우리 같은 놈들은 마음에 안 드는 거냐?”공지민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제 그녀는 이들이 정말 연승혁의 사람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만약 연승혁의 사람이었다면 연씨 가문이나 그녀의 태어날 때부터 있는 특징에 대해 추궁했을 텐데 이들은 단순히 그녀를 망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곧바로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혹시 원아정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원아정은 최근 큰 망신을 당했으니 분명 복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손목에 묶인 밧줄은 이미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어 빨갛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남자가 말했다.“오, 아가씨 허벅지에 있는 그 모반 참 독특한데?”공지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곧 그녀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모반을 언급했다는 건 이들이 연승혁의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적어도 연승혁은 그녀를 진짜 해치지는 않을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6화 난 너처럼 저질은 아니야

    “할머니, 이 일은 서두르지 마세요. 제가 철저히 조사해 보겠습니다.”하지만 안정숙이 어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는가.“그 애는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남동생까지 모두 잃었고, 혼자서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했어. 이미 사람을 시켜 당시 일을 조사했는데 부모님의 일은 확실히 사고였고 원아정이 그 애에게 한 짓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심했어. 이건 더 조사할 필요도 없어. 다만 골치 아픈 건 그 애가 이미 결혼했다는 거야. 게다가 결혼 상대가 온시환 그 방탕아라니, 내가 어찌 그놈이 갑자기 변했을 거라고 믿겠니.”연승혁은 안정숙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저에게 일주일만 주세요. 이 일을 속속들이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공지민이 정말 제 누나라면 절대로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안정숙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버지도 조사했는데 결론은 같아. 사흘 밖에 휴가를 안내서 지금 다시 일터로 돌아갔으니, 이 일은 너에게 맡길게.”연승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그는 곧바로 사람들을 동원해 조사에 나섰다. 공지민의 고등학교 동창들에게까지 연락해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있다는 점 같은 태어날 때부터의 특징이 언제 생긴 것인지 알아보려 했다. 혹시 연씨 가문의 딸인 척하려고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허벅지 안쪽 같은 곳은 너무나 은밀한 위치라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그때 연승혁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온시환이었다.온시환은 공지민과 결혼했고 이미 부부 관계를 가진 사이였다. 그는 그 특징을 봤을 가능성이 있었다.그런데 온시환은 사실 그 점을 전혀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공지민과의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우연히 그 특징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거 언제 문신했어? 그런데 문신 같지도 않은데.”공지민은 다리를 약간 뻗으며 대답했다.“원래부터 있었던 거예요.”“그래? 난 전에 본 적 없는 것 같은데.”“그건 시환 씨가 나한테 관심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5화 모반이 드러나다

    온시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고 멀리서 공지민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순간 그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며 손을 뻗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를 힘껏 밀쳤다.“꺼져. 당장 차에서 내려.”여자는 순간 당황했다. 예쁜 여자라면 누구든 좋아하고 게다가 절대 여자를 거부하지 않는 온시환이 갑자기 왜 이렇게 냉정하게 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여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멀리 보이는 공지민을 발견했다. 공지민 역시 온시환의 차를 알아보고는, 잠시 그의 쪽을 바라보더니 곧장 술집으로 들어가려 했다.온시환은 순간 다급해져 서둘러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오해하지 마! 나랑 저 여자 아무 사이도 아니야!”공지민은 차갑게 대꾸했다.“오해? 시환 씨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하루에도 몇 명씩 상대할 수 있는 사람. 심지어 내 앞에서까지도요.”온시환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답답함에 이를 악물었다. 그의 시선이 방금 전까지 차에 타고 있던 여자에게로 향했다.“여기 와서 네가 직접 설명해.”여자는 상황 파악을 못 한 채 물러서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알던 온시환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갈게요.”그녀는 빠르게 근처 택시를 잡아 타고는 사라져버렸다.온시환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자의 이런 행동은 마치 현장에서 딱 걸린 사람이 급히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오히려 그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 뿐이었다.“지민아, 난 정말...”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공지민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공지민!”온시환은 죄를 지은 강아지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지민을 쫓아갔다.하지만 공지민은 그가 뭘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녀는 그저 지나가는 길이었고 온시환이 여기서 무슨 짓을 하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한참을 걷고 난 뒤 그녀는 그가 여전히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대체 뭘 하려는 거죠? 왜 자꾸 따라와요?”“이 늦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4화 내가 너한테 빚졌어?

    전화를 받은 공지민이 쇼핑몰에 있다는 말에 온시환은 곧장 그녀를 찾아갔다. 그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명품 브랜드의 물건들을 사주었지만 공지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온시환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공지민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애써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자신이 우스웠다.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과거에 겪은 괴롭힘과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었다.‘왜 지민이를 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 왜 예전에 지민이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대했을까?’온시환은 자신을 자책했다.“이게 다 마음에 안 들면 해외 패션쇼에서 이번 시즌 신상을 직접 공수해 오라고 할게. 지민아, 너 이제 내 아내야. 그 정도는 좀 인식하고 살아줬으면 좋겠어.”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차에 올라타 있었고 뒷좌석에 쌓인 값비싼 선물들을 힐끗 본 뒤 마지못해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난 사과를 좋아하는데 억지로 배를 쥐여주고 기뻐하라니, 그게 말이 돼요?”순간 자동차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온시환은 핸들을 꽉 쥐며 낮게 말했다.“내가 너한테 빚졌어?”공지민을 기쁘게 해주려 할수록 그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조금의 부드러운 말조차 하지 않았다.“내려.”공지민은 그 말에 굴하지 않고 문을 열어 대뜸 차에서 내렸다.온시환은 핸들을 세게 내려치며 잠시 고민했다. 그제야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다. 그녀를 찾겠다고 나왔으면서 정작 그녀를 내쫓아버렸으니.그는 바로 차를 몰고 그녀가 있는 쪽으로 갔다. 공지민은 여전히 길가에 서 있었다.차창을 열며 그는 말했다.“타. 방금 한 말은 화가 나서 그랬던 거야.”하지만 공지민은 마치 못 들은 것처럼 다른 골목으로 걸어갔다.“공지민!”온시환은 화가 나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차에서 내려 그녀를 뒤쫓았다. 하지만 그가 골목 안으로 들어섰을 때 공지민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초조해진 그는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3화 연씨 가문 사생아

    연승혁의 눈에는 흥미로운 기색이 스치더니 그는 망설임 없이 공지민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좋아요, 한 번 먹어볼게요.”메뉴판이 금세 나왔고 가장 비싼 메뉴도 한 꼬치에 고작 2천 원이었다.공지민은 성의 있게 설명을 덧붙였다.“여기 오뎅은 전부 수제로 만들었어요. 재료도 신선하고 국물은 오래 끓인 뼈 육수라서 정말 맛있어요. 첨가물도 전혀 없고요. 승혁 씨 식사량이 많은 편이면 메뉴에 있는 걸 전부 시켜도 될 것 같아요. 우리 둘이 다 먹을 수 있을 거예요.”연승혁은 이런 음식은 처음이었지만 흥미를 느껴 메뉴에 있는 모든 것을 주문했다.곧이어 커다란 그릇 두 개가 나왔는데 하얀 국물 위에 빨간 고추가 살짝 떠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공지민은 먼저 한 입을 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가를 손바닥으로 부채질했다. 너무 뜨거워 입천장이 덴 모양이었다.그 모습을 본 연승혁은 피식 웃으며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어 먹었다.첫입에 그는 살짝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연승혁은 공지민과 한마디 나누려 했지만 그녀는 오롯이 음식을 먹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조용히 그릇을 비웠고 공지민은 일어나 계산을 했다. 그는 사장 아주머니가 말한 금액을 들었다.“1만 8천 원이요.”고작 2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그 순간 연승혁은 어이가 없어졌다. 공지민이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한테 이런 걸 대접한 거예요?”공지민은 태연하게 말했다.“승혁 씨가 저한테 밥을 사라고 했잖아요. 제가 사는 건데, 뭘 먹을지는 제가 정하죠. 그리고 저 요즘 돈 없어요.”돈이 없다는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하는 그녀를 보며 연승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의 차는 모두 견인되어 수리를 맡겨야 했다. 결국 그들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렸다.그때 공지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온시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나 친구랑 뭐 좀 먹고 있어요.”친구라는 사람은 바로 연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2화 나더러 이런 데서 먹으라고?

    원아정은 그날 밤,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연승혁이 이미 화가 난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였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색한 분위기에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 이런 민감한 일이 퍼지면 자신들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아정은 너무 빠르게 말을 쏟아내며 그들에게 떠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연승혁은 주위 사람들을 스치듯 둘러보며 미소인지 냉소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미안한데, 다 나가줄래?”이 방 안에서 중심에 있던 사람은 늘 연승혁이었다. 그의 개인적인 능력은 물론 연씨 가문의 막강한 배경 덕분에 그는 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일어나 방을 나갔다.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이제 남은 사람은 원아정과 연승혁뿐이었다.연승혁은 천천히 술잔을 채우며 그녀의 두려움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태연하게 말했다.“계속 말해봐.”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원아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들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세우고 약혼 파기라는 수모를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시선이 연씨 가문의 사생아 문제에 쏠려버렸다.원아정은 입을 닫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껴 머리를 홱 돌려 피했다. 그것은 술병이었다.“원아정, 내가 널 정말 과소평가했네.”연승혁의 말에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서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오빠, 우리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나를 이렇게 쉽게 버리면 내가 얼마나 헛된 기대를 했던 건지, 오빠는 모를 거예요.”헛된 기대라니. 연승혁은 그 말이 우습게 느껴졌다. 원아정이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문자로 분명히 말했잖아. 끝났다고. 그런데도 내 앞에서 이런 꼼수를 부리면 내일 아침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1화 다시 한번 지껄여 봐

    모두의 시선이 연승혁에게 쏠렸다.연승혁은 그날 밤 연씨 가문 저택에 머물지 않았고 안정숙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묻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집안의 지시에 따라 원아정과 완전히 선을 그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머릿속에 공지민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웃기게도 그는 원래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지민이 출연했던 드라마만은 지루할 때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녀를 보고 나쁘지 않은 정도로 생각했었다.공지민은 처음에는 크게 눈에 띄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연기를 할 때 드러나는 뼛속 깊은 강인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특히 자신처럼 망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강인한 존재는 더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늘 단단한 무언가를 부수고 싶어 하는 충동을 느꼈고 그녀가 무너질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연승혁은 깨끗한 존재를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들의 세계에서는 그런 존재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때 누군가가 말했다.“원아정이 왔어. 승혁이 찾으러 온 건가 본데?”그 말이 끝나자마자 원아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연승혁과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만큼,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금세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승혁 오빠...”연승혁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문자로 그렇게 분명히 말했는데도 왜 또 찾아온 걸까?그는 잔에 담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야?”원아정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왔다.“승혁 오빠, 나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우리 다시 안 되는 거예요?”그 순간 방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떠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은 연승혁에게 그녀를 용서하라고 부추기기도 했다.연승혁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30화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

    두 번째 친자확인 검사 결과는 아주 빨리 나왔고 첫 번째 결과와 동일했다.공지민이 바로 당시 연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그 아이임이 확정되었다.안정숙은 기쁨과 감격에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공지민이 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괴롭힘을 당했던 일과, 부모와 남동생마저 교통사고로 잃고 고생했던 세월을 떠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정호야, 네가 꼭 지민이를 데려와야 한다. 지금은 결혼했더라도, 지민이는 결국 우리 연씨 가문의 아이야. 어떻게 우리 손녀가 밖에서 고생하게 둘 수 있겠니? 게다가 온시환이라는 아이는 너무 바람기가 많아. 다들 그 자식이 여러 여자들에게 관심을 두는 걸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지민이를 그런 사람에게 맡기겠니.”연정호는 친자 확인 결과를 보며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어머니, 제가 직접 가서 지민이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서둘러야 해. 내 손녀가 밖에서 더 이상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아. 그동안 내가 원아정을 손녀처럼 아껴왔다는 게 너무 후회돼. 아정이가 지민이를 그렇게 괴롭혔다니, 지민이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지?”“그럴 리 없어요. 연씨 가문이 지민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온씨 가문의 젊은이도 지민이를 설득하는 데 도움을 줄 거예요.”안정숙은 그제야 안심하며 말했다.“이 일은 승혁이에게는 당분간 알리지 말자. 사실 승혁이가 아정이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잖니. 단지 아정이가 승혁이를 구해준 적이 있고, 내가 아정이를 아꼈기 때문에 결혼을 받아들였던 거야. 이제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승혁이와 아정이는 다시는 서로 얽히지 않도록 해야 해.”“알겠습니다. 제가 잘 이야기해 볼게요.”안정숙은 감정의 기복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어머니, 먼저 쉬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안정숙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그래. 이젠 네게 맡길게. 이걸로 내 평생소원이 다 이루어진 것 같구나.”연정호는 어머니를 공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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