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어도 성혜인은 반승제가 한 말을 똑똑히 들었다.무엇을 알겠다는 거야?성혜인이 그의 소매를 꽉 쥐었지만 그는 묵묵히 성혜인을 껴안을 뿐이었다.성혜인은 그저 자신이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들고 귓가가 윙윙거렸다.반승제가 옆의 두 사람에게 물었다.“고통을 줄이는 약은 없나요? 진통제는요?”진세운이 성혜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대답했다.“나한테 진통제가 있긴 한데. 효과는 겨우 3일이야. 게다가 3일이 지나면 고통이 배가 돼.”배현우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연구기지에서 만들어낸 약물에 대응할 수 있는 진통제, 그 진통제가 있는 사람 역시 보통이 아니다.“그럼 먹게 해줘. 힘들어하는 거 더는 못 보겠어.”잠긴 목소리로 어렵게 대답한 반승제가 진세운이 바늘을 꺼내 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이때, 성혜인이 어디서 힘이 솟구친 건지 반승제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주사 안 맞을래요. 승제 씨 마음 다 이해하는데 그래도 전 가고 싶지 않아요. 승제 씨 곁에 있을래요.”성혜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한자 한자 어렵게 말하고 있었다. 안색은 백지장같이 창백했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얼굴에 아무런 핏기가 보이지 않았고, 게다가 눈앞도 보이지 않으니 말로써 그 초췌함을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반승제가 어떻게 제 애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혜인아, 일단 진통제만.”“싫어요.”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만 까무러칠 뻔했다.진세운도 동작을 멈추고 반승제에게 다시 물었다.“정말 맞힐 거야? 설마 3일째 되는 날 효과가 사라지면 바로 보낼 생각인 거야?”반승제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별다른 방법이 없다.전에 성혜인이 K 씨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의 목적이 무엇이든 적어도 성혜인의 목숨을 살려둘 것이다. 또 수령에 대해 말하기도 했었다. 지금 상황도 말을 듣지 않아 복수 당한 것이라고 했다.반승제가 한쪽
반승제에게 있어 누군가를 이토록 정성스럽게 보살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성혜인의 몸을 깨끗하게 씻기고,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은 후에야 침대에 눕혔다.성혜인의 머리카락도 섬세하게 수건으로 감싸고 씻겼으므로 조금도 젖지 않았다.반승제는 밤새 성혜인의 침대 곁을 지키며 한 발짝도 떠나지 않은 채 얼굴을 주시했다.아무리 봐도 보고 싶은 얼굴이다.반승제는 성혜인과 손가락을 살며시 걸고 침대에 엎드린 채 밤을 새웠다....성혜인이 깬 것은 다음 날 아침 7시였다. 눈을 뜬 그녀는 아무 탈 없이 목이 잠긴 것만 느꼈다.“승제 씨, 지금 몇 시예요?”“아침 7시.”“저 어제 어떻게 잤어요? 조금 어수선한 것 같았는데.”“세운이가 약 처방해 주고 갔어.”성혜인은 어제 정신이 몽롱했던 상태였기에 어젯밤 들은 내용은 이미 잊은 뒤였다.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가 유달리 좋은 것을 느꼈으며 기분도 상쾌했다.“무슨 약이요? 저 오늘 상태가 많이 좋아진것 같아요. 요즘 계속 머리도 무겁고 이상한 착각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승제 씨가 제 옆에 있다는 게 실감 나서 너무 기분 좋아요.”성혜인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의 손을 더듬었다.반승제는 입술을 꾹 깨물며 그녀를 꼭 안았다.“응.”“매일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몸이 편해져서인지 얼굴의 미소가 더 환해 보였다.반승제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성혜인을 안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이렇게 반승제가 말이 없을 때면 성혜인은 불안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아니, 오늘은 아침으로 뭘 해줄지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요리한단 말에 성혜인은 자신이 칼로 찔렀던 것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상처 좀 볼게요.”성혜인이 그의 옷을 벗기려 할 때, 반승제가 성혜인의 손을 꽉 잡았다. 마치 그녀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소중히.성혜인은 설레는 마음에 입꼬리를 올리며 예쁘게 웃었다.“깊게 찌른 것도 아닌데, 괜찮아. 나 요리하러 갈 테니까 거실에서 텔레비전 소리
반승제에게 부축되어 차에 탄 성혜인은 더듬거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 꺼냈다.“승제 씨랑 대화창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려줘요.”반승제가 그녀의 핸드폰을 가져와 자신과의 카카오톡 대화창을 열었다.성혜인이 또 물었다.“그럼 음성메시지는요?”반승제가 성혜인의 손가락을 잡고 위치를 알려주며 화면을 터치했다.“여기, 길게 누르면 음성메시지가 보내져요.”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운전해요.”반승제가 안전벨트를 매주고 조용히 차를 몰았다.회사의 최상층까지 부축받아 도착했을 때,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한 여인의 귀청을 찢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다 회사 동료 아니에요? 어떻게 애 일을 하나도 몰라? 설마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걔 몸이 탐나서 돈 주고 산 건 아니죠? 어쩐지 어린 계집애가 돈을 잘 벌어온다 했더니, 다 이렇게 벌어온 거였구나! 전엔 온몸에 누군가한테 빨린 흔적이 가득한 채로 나 만나러 나온 적도 있었지. 정말 천한 년이야. 대체 어떻게 나한테서 저런 천한 년이 나왔을까!”“여기저기 흘리고 꼬시고 다니느라 정신없지. 역겨워 죽겠어, 정말. 지금 당장 저한테 설명해야 할 거예요. 여기 사장 안 나오면 바로 내려가서 언론사 불러올 거야. 당신들 회사 어떤지 똑똑히 알게!”성혜인은 자신의 딸을 저렇게 폄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그녀가 금방 최상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한서진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대표님.”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성혜인을 향해 인사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곧이어 모두의 시선이 반승제에게 집중되었다. 모두 놀란 눈치였다.반승제와 임수아 사이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대표님과 만나는 건가?어떤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특히 그중 온수빈은 주먹을 꽉 쥐며 분해했다.모두가 성혜인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노임향은 도도하게 고개를 돌렸다.“당신이 여기 대표예요? 대체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예요! 하리가 밖에서 몸 판단
노임향은 장하리를 붙잡더니 목에 있는 스카프를 뜯어버렸다.장하리는 어젯밤 심하게 시달리는 바람에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 게다가 어젯밤 바로 남자가 사는 곳에서 자버렸기에 알람을 설정하는 것도 잊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목의 울긋불긋한 자국들이 그대로 드러났고, 노임향은 딸의 옷을 직접 아래로 끌어내려 사람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했다.“다들 봤어요? 아, 회사 대표라는 작자도 보셨어요? 이 천한 년이 분명 남자 만나기 위해 출근도 안 한 게 분명해. 이게 몇 번째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이 흔적들 다 여태 얘가 몸 판 남자들이 남긴 거야. 이제 정말 더러워서 더 못 봐주겠기에 회사에 고발하러 온 거예요. 여러분, 모두 보세요! 이런 애와 일해서 무슨 전염병에라도 걸릴까 두렵지 않아요?”“엄마!”아침에 생리를 막 시작했기에 장하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기력 없이 자기 옷을 끌어 올리는데 또 한 번 노임향에게 뺨을 맞았다.젊었을 때 배달일을 했던 노임향은 손아귀 힘이 엄청났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몸이 좋지 않은 장하리는 피하려야 도저히 피할 수도 없었다.목의 흔적을 본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은 눈에 띄게 변했다.모두가 이제 노임향의 말을 믿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 울긋불긋한 흔적들은 어떻게 생긴 것이겠는가.게다가 장하리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말은 종래로 들은 적이 없었다. 한 남자 동료가 그녀에게 구애할 때 장하리는 본인이 솔로라고 했었다.그런데 몸에 흔적이 이리도 많이 남은 것을 보니, 어젯밤 남자와 격하게 밤을 보낸 듯 했다.평소에 조신하게 행동하던 장하리가 실제로는 이렇게 문란하게 놀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모두 갑자기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성혜인은 앞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노임향이 장하리의 뺨을 때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성혜인이 반승제의 몸에 살짝 기대며 속삭였다.“무슨 일이에요?”왜 사람들이 갑자
반승제는 바로 한쪽으로 걸어가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장하리 씨 의붓아버지 조사해 봐. 무슨 일 저질렀는지 확인해 보고 감옥에 가둬버려.”서주혁은 두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로 담담히 물었다.“하리 씨는 갑자기 왜?”“하리 씨 어머니라는 작자가 혜인이 욕했어.”서주혁이 잠시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그래. 지금 바로 조사하지.”조사하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장하리의 의붓아버지가 저지른 일은 꽤 많았다. 예전에 학교 경비원이었던 그는 아이들을 성추행하여 아이 부모님에 의해 고소당한 전적이 있었다.그러나 이러한 엄중한 범죄 행위도 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윗선들의 노력 덕분에 묻히게 되었고 그는 여전히 경비원 일을 하고 있다.경비원 일로는 돈을 잘 벌지 못했고, 그와 노임향 두 사람은 모두 딸 장하리가 보내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었다.인간 같지 않은 행동에 서주혁의 눈빛이 급속히 차가워졌다. 그가 누군가에게 이 일을 알리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 살찐 남자는 경찰서에 끌려갔다.하지만 노임향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현재 두 경호원의 감시 아래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다. 반승제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크게 소란 피우지 못했다.그리고 사무실에서, 성혜인은 테이블을 더듬으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장비서, 대체 무슨 일이에요. 몸의 흔적은 어떻게 된 거예요?”성혜인은 장하리와 방우찬 사이의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장하리의 성격대로라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새 남자 친구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성혜인의 앞에 선 장하리는 아무 말 없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앞이 보이지 않는 성혜인은 그녀가 침묵하는 줄 알았다.“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모두 사실이에요?”“아닙니다. 전 그저 얼굴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서 오랫동안 잠자리 관계를 유지해 온 것뿐입니다. 죄송해요. 제 개인적인 일인데 관계를 잘 처리하지 못해서 어머니께 들킨 거예요. 어머니는 제가 몸을 파는 줄 아세요.”성혜인은 그녀의 사생
성혜인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주는지 알지 못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장하리의 동공이 빠르게 움츠러들었다. 마치 무언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듯 놀라며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전부터 알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모든 직원에게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계신 참된 사장이라는 것을.성혜인은 소속사 아티스트의 일이라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온수빈, 송아현, 한서진, 유해은, 그리고 장하리의 일까지 성혜인은 항상 팔 걷고 나서곤 했다.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성혜인이 방금 한 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정 붙일 데가 필요하면 S.M에 붙여보라니.장하리는 가슴이 아파 손을 얹은 채 호흡을 가쁘게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은 장하리의 사정을 들으면 이해해 주지 못했다. 오히려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뿐. 어떻게 돈으로 부모의 정을 살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어떻게 그런 취급을 받고도 반항할 생각 한번 못할까.아무도 그녀의 어두운 이면의 강박적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나 성혜인은 이해해 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까지 캐치해냈다.“장 비서?”장하리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성혜인이 이름을 불렀다.장하리는 일을 성실히, 그리고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섞인 일을 마주하면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구제 불능인 것은 아니었다. 처음 장하리는 방우찬에게 의존했었다. 하지만 방우찬이 바람을 피우고 홍규연과 결혼한 이후, 장하리는 빠르게 놓아주고 포기했다. 이는 그녀가 연인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의존이 더 강하다는 것을 설명했다.장하리가 서둘러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눈물은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자꾸자꾸 흘러내렸다.장하리는 조금 전 어머니께 폭행당한 여파로 입술이 터지고 찢어졌고 얼굴도 조금 부어있었다.오늘 회사에서 크게 일을 쳐버려 체면을 잃었으니 앞으로 그녀를 대하는 모든 사람의 눈에 편견이 생길 것이었다.그러나 장하리는 회사를 떠나고 싶지 않았고 성혜인 같은 우수한 상사를 떠나고 싶지 않았
노임향은 놀라서 얼른 장하리 등 뒤로 숨었다. 그저 장님에게 몇 마디 뱉은 것뿐인데, 왜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질책하고 욕하는지 몰랐다.노임향은 장하리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장하리, 얼른 저 사람들 좀 말려 봐.”하지만 장하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반승제는 손을 까딱하며 경호원에게 노임향을 데려가라 했다.집에 돌아간 후, 남자에게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면 이렇게까지 막 나가지 않을 것이다.노임향은 혼자서 많은 사람들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빌어먹을, 무슨 근거로 나를 그렇게 대해?’그녀를 화를 내며 남편에게 전화했다, 남자에게서 위안이라도 얻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서 온 연락이었는데, 남편이 경찰에 잡혀갔다고 했다.그리고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경찰에 잡혀갔다는 말만으로도 노임향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경찰이 사람 잘못 잡은 거 아닌가요? 제 남편은 잘못한 게 없는데... 요즈음에 조용히 잘 있었단 말이에요. 안 되겠어요, 얼른 경찰서에 가 봐야겠어요.”그녀에게 연락하여 사실을 통보한 사람은 그녀의 주절거림을 듣지도 않은 듯했다.노임향은 얼른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지만, 남자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노임향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머릿속에 성혜인의 얼굴이 떠올랐다.아까 성혜인이 그녀의 남편을 감방에 보내버린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정말로 경찰에게 잡혔다. 이러한 우연 속에 그녀가 한 일이 아니라면 또 누가 있을까.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노임향은 얼른 다시 회사로 달려갔다. 하지만 회사 아래에 도착했을 때야 깨달았다.‘간단한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감옥에 보냈는데, 지금 계속 신경을 건드리면 또 어떻게 되는 거지?’노임향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얼른 장하리에 전화를 걸었다.장하리는 아직
그는 손에 들어온 먹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장하리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여 그에게 입을 맞췄다.남자의 손끝이 날렵하게 그녀의 허리를 꼬집으며 고개를 돌렸다.장하리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노임향 때문에 화가 나서 정신이 나간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과 한 번도 키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었다.그는 키스가 매우 역겨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개를 돌려 날렵한 턱선을 드러낸 그를 보며 그녀는 얼른 물러나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능숙하게 그녀의 치마를 밀어 올려 침입해 왔다.차의 가림막이 내려졌다. 장하리는 심장이 떨려 그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그녀의 손은 옷감이 좋은 그의 양복 위에 올려져 있었다. 오늘 그의 기분도 괜찮은 듯했다, 등을 뒤로 기대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힘을 줬다.그의 시선은 장하리의 얼굴에 꽂혀있었다. 장하리는 온몸이 델 듯 뜨거워 났다.자동차가 목적지에서 멈출 때까지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꽂혀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남자는 에너지가 넘쳤다. 차 안에서의 40분으로는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차가 멈추고, 기사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 차만 정원에 주차해 두었다.남자는 한 시간 동안 더 괴롭히고 나서야 성에 찬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온몸이 나른해진 장하리에 그가 말했다.“약 먹는 거 잊지 마.”“네.”그녀는 침대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었다.그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콘돔 없이 관계를 맺고, 스스로 약을 먹는 것이었다. 이제 그마저도 습관이 되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고 조용히 옷을 입기 시작했다.남자는 입고 있는 양복을 벗지 않은 상태여서 조금만 정리하면 나갈 수 있었다.그제야 장하리는 이곳이 그의 집 별장임을 의식했다.온몸이 굳어진 그녀는 불편함에 옷을 움켜쥐었다.오늘 밤, 이 남자는 가문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자동차가 한 시간 동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