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16화

작가: 이한나
“안 돼요!”

속눈썹이 떨리고 윤혜인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런 장소에서 한 번으로도 부족한 건가, 얼마나 더 원하냐고...’

그러자 이준혁은 그녀의 허리 쪽을 살짝 눌렀다.

“왜 안 돼? 아까 만족하지 못했어?”

얼굴은 어느새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지금 이거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해!’

조금 전 이준혁은 자꾸 그녀를 놀려서 억지로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윤혜인은 그의 뜻대로 해버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윤혜인은 그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준혁은 그녀가 만족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윤혜인은 매우 만족했다.

그녀의 반응이 전보다 훨씬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이준혁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항상 부끄러워하며 얌전하게 굴던 그녀를 조금만 밀어붙이면 두 사람 모두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이준혁은 미소를 짓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번엔 저녁에 와, 사무실 큰 창에서 보는 저녁 풍경이 정말 좋거든...”

너무나 귀에 거슬리는 말이었다.

윤혜인의 심장은 거의 터질 것 같았다.

“준혁 씨...!”

뒤이은 말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끊기고 말았다.

이준혁은 그녀의 볼을 꼬집고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가자.”

차에 다다랐을 때, 윤혜인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은을 보았다.

여은은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이전 경호원은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윤혜인을 따라다니기 어려웠고 그다지 안전하지 않았다.

이준혁은 여은에게도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윤혜인을 가까이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래서 여은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렇게 이준혁은 윤혜인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천천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 또 다른 차가 윤혜인의 차량을 따라나섰다.

윤혜인은 바로 별장으로 돌아갔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17화

    원진우는 ‘진우야’라는 호칭을 듣고 순간 표정은 물론이고 몸도 얼어붙었다.윤아름은 그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들며 약간 의아해했다.“진우 씨, 왜 그래?”원진우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다.“아니야, 기분이 어때?”윤아름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약간 찡그렸다.“왜인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그러자 원진우는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불러서 한 번 봐달라고 할게.”윤아름은 피곤한 표정으로 ‘응’이라고 대답했다.그렇게 원진우가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냈을 때 침대 위의 윤아름이 물었다.“진우야, 우리 부모님은 어디 계셔?”탁!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원진우는 윤아름의 얼굴을 주시하며 차가운 기운을 발산했다.하지만 윤아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했다.“진우야, 핸드폰 떨어뜨렸어.”원진우는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무시하고 그녀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뭐라고 했더라...”윤아름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아빠... 맞아, 부모님은 왜 집에 없지?”눈빛이 차가워진 채로 원진우는 방을 둘러보았다.방의 인테리어는 그녀의 소녀 시절 방과 똑같았기에 윤아름이 이런 질문을 한 말도 했다.“아름아, 네 부모님은...” 그러나 원진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아름이 끊었다.“엄마 불러줘, 내가 줄곧 혼수상태였으니 엄마가 걱정하셨을 거야...”원진우는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깊고 복잡한 감정이 오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원진우가 다시 말을 꺼냈다.“네 엄마가 널 걱정하고 있다고?”“응, 왜 그래?”“아름아...”원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너 설마 일부가 기억 안 나는 거 아니야?”그러자 윤아름은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내가 뭘 잊어버렸는데?”원진우는 말했다.“아름아, 너 몇 살이지?”“18살이지!”원진우는 평온하게 말했다.“난 몇 살인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18화

    “건강하다고?” 원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지만 그 미소에는 차가운 기운이 섞여 있었다.“내가 반나절이나 진찰을 받게 했는데 그게 당신 결론인가?”그의 미소는 날카롭고 의사는 마치 단두대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더니 갑자기 의사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빌었다.“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오늘 아름이가 깨어난 건 좋은 일이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지. 하지만...”원진우는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의사의 머리카락을 잡아채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당장 사라져!”호화로운 저택의 구조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한쪽은 대문으로 통하는 길, 다른 쪽은 깊고 어두운 지하실로 이어지는 길이었다.의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머리를 감싸며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마치 공처럼 몸을 굴리며 내려갔다.다른 건 모르겠지만 의사는 자신의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에만 해도 감사했다.원진우가 지금까지 바꾼 의사는 열 명은 되지 않지만 여덟 명은 족히 된다.하지만 바뀐 모든 의사들은 한결같이 잔인한 죽음을 맞이했다.많은 의사들은 원진우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했다.보상은 상당했지만 그만큼 목숨을 걸어야 했기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목숨을 잃는 것은 싫었다.그러나 원진우의 지목을 받은 의사들은 오지 않으면 죽을 것이며 운이 좋다면 일 년 반 정도는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저택 안은 매우 조용했다. 도우미들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걸었다.원진우는 지하실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침실로 들어갔다.윤아름을 돌보던 도우미들은 원진우가 들어오자마자 정중하게 낮은 목소리로 인사했다.곧이어 원진우는 손짓으로 도우미들에게 나가라고 지시했고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다.침대 옆으로 다가가 앉은 원진우를 보며 윤아름은 약간 서운한 얼굴로 물었다.“진우야, 우리 엄마는 왜 아직 안 와?”그러자 원진우는 한 손을 윤아름의 다리 옆에 두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엄마는 안 오실 거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19화

    “그래, 자.”원진우는 급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니 말이다.아름다운 윤아름이 눈을 감고 호흡이 점점 안정되기까지 기다린 후, 원진우의 얼굴에서의 감정도 점차 사라졌다.조금 전의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어둠이 깃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수많은 기억을 떠올렸다.윤아름을 만났을 때, 그는 원씨 가문의 버려진 자식이었다.그의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평범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면서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었다.원진우의 아버지는 집안에서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생활하는 데에 부족함은 없었다.그러나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사랑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사라졌다.돈이 부족할 때, 다툼이 점점 많아졌다.결국 어느 날, 아버지는 원진우와 그의 어머니를 버리기로 결심했다.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 원진우의 어머니는 중고차를 빌려 아버지를 치어 죽이고 자신도 현장에서 사망했다.그리고 이후 원진우는 이웃집 사람에게 발견되어 키워졌다.이웃은 술주정뱅이로 술에 취하면 그를 때리거나 구박했다.원진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양부의 학대 아래서 자랐다.어느 날, 양부는 술에 취해 넘어져 뒷머리를 다쳤고 원진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하지만 원진우는 차갑게 그를 지나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양부가 구조 요청을 하려다가 촛대를 넘어뜨린 것 같았다.하지만 원진우는 불길이 점점 커지는 것을 차분하게 바라보며 그 술주정뱅이를 구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작은 마을을 떠난 후, 원진우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고 6살의 윤아름을 우연히 구했다.윤아름의 부모는 원진우가 부모 없는 아이임을 알고 좋은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였다.원진우는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호신술에 흥미를 느껴 많은 것을 배웠고 이를 계기로 윤아름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윤아름이 성장함에 따라 두 사람의 감정은 점점 깊어졌다.윤아름은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0화

    잠에 깊이 빠져 있던 여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주변은 황혼이 내려앉았고 그녀의 손은 침대 시트를 꽉 쥐고 있었다.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이 진주처럼 흘러내렸다.‘원진우, 이 괴물! 이길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해.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 반드시 탈출해야 해! 딸이 보고 싶어. 그리고 그 짧은 생을 마감한 내 아들도...’...다음 날, 아름이는 오늘 대디 이준혁이 온다는 소식에 들떠 있었다.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수십 벌의 드레스를 꺼내어 가장 예쁜 것을 골라 그와 함께 놀러 가려 했다.아침부터 점심까지 아름이는 그 이야기만 했다.윤혜인은 웃으면서 아이에게 말했다.“대디는 퇴근 후에나 올 거야.”그러자 아름이는 그 큰 눈을 반짝였다.“그럼 우리 가서 대디 퇴근하는 거 기다리면 안 돼요? 대디 차 타고 집에 오고 싶어요.”결국 아름이의 성화를 못 이긴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물어본 후 아름이와 함께 이선그룹으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하지만 그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기다렸다.윤혜인은 아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미리 말했다.“아름아, 대디랑 엄마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그러자 아름이는 큰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엄마, 나 맞춰봐도 돼요?”“응, 아름이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할 것 같은데?”아름이는 똑똑하게도 단번에 맞혔다.“대디가 진짜 아름이의 아빠가 되는 거예요?”윤혜인은 놀랐다.“아름아, 너...”“엄마,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이들은 하늘에서 부모님을 선택해서 태어난대요. 아름이는 엄마랑 가까운 것처럼 대디에게도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대디가 진짜 아빠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따뜻한 아름이의 설명에 윤혜인은 미소를 지었다.“아름아, 진짜 아빠가 무슨 뜻인지 알아?”“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진짜 아빠는 유일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빠란 뜻이야.”윤혜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아빠는 아름이의 유일한 아빠고 아름이는 아빠의 유일한 아기야.”그러자 아름이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1화

    윤혜인은 이 한마디만 듣고 얼른 곽아름의 입을 막고 뒤로 물러섰다.차에 도착해서도 곽아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곽아름은 고개를 돌려 윤혜인을 바라봤다.“엄마, 내가 아빠 유일한 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아줌마는 아빠한테 아이가 또 있다고 하는 거예요?”이 말에 윤혜인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준혁이 설명하기를 기다려야 했고 이 일에 곽아름을 포함해서는 안 되었다.“아름아, 아빠한테 물어보고 대답해 줄게.”윤혜인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곽아름도 이제 다섯 살이었고 또래보다 성숙했기에 어설프게 속였다가 들키면 상처받을 수도 있다.“그래요. 그러면 아빠랑 잘 얘기해 봐요. 싸우지 말고.”곽아름은 어른처럼 당부했다.“응, 아빠랑 잘 확인해 볼게.”윤혜인은 여은을 시켜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혼자 남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었다. 원지민이 어쩌다 이준혁의 아이를 갖게 되었는지 말이다.마음이 착잡했다. 화해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이가 단단해지기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원지민의 말이 진짜라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사고하고 해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윤혜인은 자꾸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한참 지나서야 이준혁이 전화를 걸어왔다.아직 주차장에 있다는 말에 이준혁이 부랴부랴 내려왔다.차에 올라타 보니 윤혜인밖에 없었다. 이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름이 먼저 돌려보냈어요.”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윤혜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미안, 회의하느라 늦었어.”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이준혁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다면 이 일을 숨길 생각인 걸까.“회의를 이렇게 오래 해요?”이준혁이 멈칫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이 사과에 윤혜인은 완전히 실망했다.어물쩍 넘어간다는 건 말하기 싫다는 의미였다. 순간 윤혜인은 모든 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2화

    집에 돌아온 윤혜인은 핸드폰을 꺼두고 푹 잤다.곽아름은 얌전했다. 윤혜인이 아파 보이자 칭얼거리지 않고 홍 아줌마가 시킨 대로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윤혜인은 이튿날 오후까지 쭉 잤다.잠에서 깬 윤혜인은 작업실에서 찾을까 봐 전원을 켰다.핸드폰엔 구지윤이 보내온 문자밖에 없었다. 작업실 주문은 예정대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는 문자였다.하지만 정작 이준혁은 밤새 문자 한 통이 없었다.윤혜인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고 있었다.윤혜인은 씁쓸하게 웃었다.‘이렇게 끝인가 보지...’이렇게 생각한 윤혜인은 정리하고 작업실로 향했다.어떤 상황에서든 그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업무뿐이었다.작업실에서 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다른 잡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그렇게 날이 어두워졌다. 구지윤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의 업무를 토론해 보자고 했다.두 사람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상가로 향했다.절반쯤 먹었는데 구지윤이 갑자기 걸려 온 업무 전화에 먼저 자리를 비웠다.윤혜인은 저녁을 먹고 곽아름에게 뭘 좀 사주려고 1층에 있는 어린이용품 매장으로 향했다.매장에 들어가려는데 점원이 앞을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매장은 아직 개방 전입니다.”윤혜인이 멈칫하더니 물었다.“오픈한 거 아니에요?”“매장 VIP를 모시는 중이라, 죄송합니다.”매장은 가끔 이런 상황이 있었다. 레벨이 높은 VIP가 올 때면 매장을 닫고 오직 그 VIP에게만 집중했다.윤혜인이 상황을 이해하고 돌아서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윤혜인 씨.”고개를 든 윤혜인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원지민이 배를 내밀고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왔다. 문현미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부축했다.“윤혜인 씨도 어린이용품 보러 온 거예요? 누구 사주려고요?”원지민은 윤혜인이 사라진 5년간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원지민의 배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3개월쯤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3화

    윤혜인은 지금 원지민이 혼전 임신했다고 비아냥대고 있었다.원지민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변했지만 이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가냘프게 생긴 윤혜인을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말발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흥. 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알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원지민이 이내 숨을 고르고는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수줍게 말했다.“이 아이 준혁이 아이예요.”윤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준혁 씨가 인정했어요?”이 말에 원지민이 멈칫했다. 윤혜인이 이렇게 덤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원지민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에요?”윤혜인은 이준혁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꼬웠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이준혁이 원지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만약 좋아한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진작에 만났을 것이다. 굳이 윤혜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만날 필요는 없다.가능성을 따져보자면 원지민이 무슨 방법을 써서 아이를 가진 게 그나마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리고 아이가 정말 이준혁의 아인지는 더 알아봐야 했다.“전에 원지민 씨가 발표회에서 준혁 씨와 업무 외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직접 해명하지 않았나요? 배 속의 아이는 친자 감정했나요? 준혁 씨 아이라고 확정 지을 수 있는 거죠?”속사포 질문에 원지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어서야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억제할 수 있었다.윤혜인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되려 말발에 밀려 말문이 막히고 만 것이다.원지민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를 지켜보던 매장 직원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혼전 임신뿐만 아니라 다른 비밀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옆에서 지켜보던 문현미는 원지민이 기싸움에서 밀리자 얼른 편을 들며 윤혜인을 손가락질했다.“지민이 내가 인정한 며느리야. 배 속에 아이도 우리 이씨 가문 핏줄이고. 날짜는 이미 잡았고 식 올리기만 기다리고 있어. 무슨 자격으로 지금 여기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야?”윤혜인은 이미 문현미에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4화

    문현미는 선생님의 말씀이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여러 번 죽을 뻔한 것도 다 이 불길한 여자와 엮여서 그런 거라고 여겼다.얼마나 어ㄹ벼게 얻은 아들인데 절대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문현미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젊은이가 사람 치네, 사람을 쳐.”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꿍꿍이일까.문현미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말했다.“그냥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라고 했다고 이렇게 밀면 어떡해? 이 나이에 넘어졌다가 죽으면 어떡하려고.”윤혜인은 문현미가 헛소리를 지어낼 정도로 무너졌을 줄은 몰랐다.재벌 집 사모님이 기본적인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원지민은 앞머리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기에 모든 시선은 윤혜인과 문현미에게로 쏠렸다.문현미는 밖에 잘 나오지 않았기에 재벌 집 사모님인 걸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윤혜인은 얼마 전 발표회를 열면서 유명세를 조금 얻었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문현미가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들을 꼬셔서는 안 되지. 며느리가 임신한 지도 3개월이 됐는데 험한 말로 협박하기나 하고.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선뜻 문현미를 부축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따가운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쏠렸다.“인물도 좋은 여자가 왜 내연녀를 자처하는 거지?”“유부남을 꼬신 것도 모자라 본처를 도발하기나 하고. 게다가 시어머니 폭행까지.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아가씨. 일자리나 찾아. 내연 관계는 오래 못 갈뿐더러 끝도 안 좋아.”“직장 있을걸? 전에 뭐 달밤 작업실 사장이라고 했나? 상도 받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뭐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자랑스럽긴커녕 목덜미 잡고 쓰러지지 않아도 다행이겠네.”“사진 찍어. 찍어서 사람들한테 알려. 아마 꼬신 사람이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어...”구경꾼들이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용품 매장의 직원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2화

    상황이 매우 긴급했기에 육경한은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으로 나와 곁을 지켰고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일은 운이 좋으면 빨리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힘들었다. 게다가 유진의 몸 상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소원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진에게 그 알약을 먹이려고 했고 육경한도 동의했다. 소원도 잘 회복하고 있었고 임신까지 했다는 건 약효가 정말 신기하다는 의미였다.약을 먹기 전에 소원과 육경한이 유진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유진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감했고 오히려 웃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 꼭 나아서 더 좋은 유진이가 될게요.”유진은 그 알약을 먹은 후로 고열에 시달리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작기도 했고 체질이 약해서 감당 능력이 어른과는 비길 수 없었다.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고 서현재도 소식을 받고 달려왔다. 유진이 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 감정이 여간 두터운 게 아니었기에 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육경한은 서현재를 보고도 드물게 화를 내지 않았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현재의 눈빛에서 유진에 대한 걱정을 보아내서 그런 것 같았다.서현재는 정말 유진을 끔찍이 아꼈고 유진도 서현재를 좋아했기에 육경한은 유진이 깨어났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가 된 후로 육경한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갔다. 아버지가 되면서 얻은 제일 큰 변화였다.지금 이 세 사람에겐 같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진의 건강이었다.세 사람이 이렇게 화목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 있은 건 처음이었다. 유진이 여기 있으니 병원의 모든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알약을 복용한 이튿날 밤, 유진이 잠에서 깼고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게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검사 결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1화

    진아연의 죄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진아연을 꼭 찾아내 벌받게 하고 진아연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그 배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야 해.’소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방에서 건너오더니 소원에게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아무 잘못 없는 거 맞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지영 씨 아빠 살인범 아니에요. 지영 씨가 있으니까 삼촌이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늘 지영 씨를 생각하더라고요. 지영 씨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삼촌이 엄청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안지영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뻐했다.“언니, 언니도 하루빨리 아저씨 죽인 범인 찾아내길 바라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소원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을 찾아내어 응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소원은 미리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안상철의 힘을 빌리면서 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두 사람을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으로 잠깐 피신해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소원은 그 자리에서 나오며 강민혜에게 소식을 알렸다. 강민혜는 소원이 안상철을 믿은 것에 놀란 듯 보였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안상철이 소진용을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에 안상철의 말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소원이 말했다.“나는 삼촌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삼촌이 맞았어요.”소원이 안상철을 믿기로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안상철은 소원을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진용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일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0화

    진아연이 소진용을 죽이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소진용의 죽음으로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만들고 소원이 아버지의 투신을 육경한이 건넨 파일때문이라고 생각해 육경한을 죽도록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소원은 육경한을 죽이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테고 진아연은 어부지리로 육경한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결국엔 육경한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진아연은 정말 뱀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여자였다.사실 소원은 소진용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었을 텐데 딱 봐도 흠집이 많은 계약서 때문에 옥살이할까 봐 투신자살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은 절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원도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에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 전미영까지 쓰러졌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잿더미가 된 소원은 좀비처럼 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죄라고 생각했다.모든 걸 털어놓은 안상철은 그제야 홀가분해졌다.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면서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결국 복수가 두려워서였다. 범인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계획을 알고 있는 안상철을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범인이 안상철만 노린다면 안상철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돌봐야 할 딸도 있고 모셔야 할 어른도 있었기에 그들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묵혀뒀던 사실을 털어놓은 건 소진용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였지만 다 털어놓음으로써 안상철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소원은 이제 안상철의 처지를 알았고 안상철이 왜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삼촌, 지금 이대로 출국해서는 안 돼요. 너무 위험할뿐더러 지영 씨도 힘들 거예요. 내가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연락하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9화

    안상철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살이 떨렸다.“아래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아까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던 분이 왜 갑자기 뛰어내린 건지 의문이었죠.”안상철의 머릿속에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이었고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안상철이 소진용의 죽음을 의심한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소진용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이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해도 딸에게 불리한 동영상은 무조건 지우지 켜두고 갔을 리 만무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올라와 조사할 것을 대비해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치했을 텐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상철은 이내 여기 있다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루된다는 생각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USB를 빼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뒤로 시골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진용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숨어있다가 소식을 알아보러 나왔는데 신문 기사에 소진용이 자살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이 사실이 이대로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안상철은 기회를 노리고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상철에게 외국 의사의 연락처를 보내줬다.소식이 잠잠해지자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수술하러 나갔지만 약간의 휴양 시간만 가지고 다시 귀국했다. 외국은 적응하기 힘들뿐더러 누구든 총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늘 안지영이 괴롭힘을 위험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고민 끝에 그래도 국내가 안전할 것 같아 안지영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다.그렇게 5년간 안정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찾아오면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안상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원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7화

    소원이 무릎을 꿇자 충격을 받은 안상철이 입술을 뻐끔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방에서 나 기다려.”안지영이 가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아빠,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요?”“말 들어.”안상철이 말했다. 안지영이 알면 자책할 게 뻔했기에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라는 족쇄는 안상철이 평생 지는 걸로 족했고 딸만큼은 여생을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만약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걸 알면 안지영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상철이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다.“설마 소원 언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죠?”안상철이 그런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아빠 못 믿어? 걱정하지 마. 아빠 절대 사람 죽인 적 없어.”이 말에 안지영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옆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안에는 소원과 안상철만 남았다.안상철이 앞으로 다가가 소원을 부축하더니 말했다.“소원 씨, 일어나요.”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나 삼촌 믿어요.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안상철이 입을 열었다.“소원이 예상이 맞아요. 대표님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거예요.”소원의 마음은 마치 무수히 많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아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니...’안상철이 그해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해 해산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떤 여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돈은 섭섭지 않게 줄 테니 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어떤 물건을 대표님께 보여드리면 된다고 했어요. 좋은 물건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준 테이프 안에는...”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자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원 씨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더라고요.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6화

    하지만 지금은...안상철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놓으며 말했다.“가요.”소원을 보내주는 건 안상철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아니면 정말 소원을 쓰러트리고 강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소원이 생각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안상철이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찾아오지 마요.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얼른 가요.”소원이 입을 열었다.“삼촌, 난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과거 얘기가 나오자 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지만 안상철도 결국 딸을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였고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아들이었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마음을 다잡은 안상철이 막대기로 소원을 가리켰다.“소원 씨, 5분 줄게요. 그래도 안 간다면...”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소원은 갈 생각이 없었다. 안상철이 이렇게 내쫓는다는 건 아직 양심을 완전히 말아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때도 딸을 살리기 위해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피해자의 딸인 소원은 안성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묵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삼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소원이 꿋꿋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제 발로 걷어차네요.”안상철이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며 소원에게 달려들었다.“아악...”옆에 있던 안지영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안상철의 팔을 잡고 울먹였다.“아빠, 아빠... 제발 다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요...”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지금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안지영이 울면서 말했다.“소원 언니가 나 살려줬는데... 이러면 안 되죠.”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5화

    소원은 안지영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지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소원 혼자 갔다. 괜히 안상철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 무언가라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이 보내준 장소는 꽤 멀리 있는 교외였다.안지영의 말로는 안상철이 안지영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를 타고 외진 변두리 작은 마을로 간 뒤 거기서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떠날 방법은 아주 많았다.소원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교외에도 집이 몇 채 있었다.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폐교가 된 학교 안에 숨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원은 문 앞에 도착한 뒤 안지영이 말한 대로 뒤쪽 담장의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학교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것이 그야말로 숨기 좋은 장소였다.소원은 교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확인했고 마침내 세 번째 교실을 찾았다.교실 안에는 키가 크지만 몸이 약간 구부정한 사람이 서 있었다. 소원은 그 사람이 안상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상철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등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것이 삶에 많이 짓눌린 듯했다.소원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자 안상철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손에 두꺼운 몽둥이를 쥔 채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상철은 소원을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소원이 먼저 말했다.“상철 삼촌, 오랜만이에요.”안상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어떻게 온 거예요?”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말했어요. 아빠, 내가 소원 언니를 불렀어요.”“지영아, 너 미쳤니?”안상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한 말 다 잊었니?”“안 잊었어요.”안지영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잊었기 때문에 소원 언니를 부른 거예요. 아빠가 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4화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