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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나는...”

육경한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소원이 비아냥댔다.

“내가 왜 죽지 않고 살았나 했더니 다 너 때문이네. 죽은 것도 억울한데 내 명예까지 실추되는 게 억울했나 봐.”

육경한의 잘생겼지만 차가운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왜? 할 말 없어?”

소원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할 말 없으면 비켜. 기억해. 이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가 될 거야. 다음은 없어.”

소원이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육경한이 큰 손바닥으로 소원을 벽에 바짝 밀었다.

육경한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마치 앞에 선 소원까지 활활 태우려는 것 같았다.

그는 소원을 부서트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맞다고 하면?”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5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차갑던 마음도 그녀라면 무서울 정도로 뜨거워지는 사람으로 변했다.

아득하고 절망적인 나날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이 사람을, 살아서 움직이는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시뻘겋게 충혈된 육경한의 눈은 피가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캐물었다.

“소원아, 나 진짜 너 사랑해. 너 없으면 못 살 정도로 말이야. 이제 어떡할 거야?”

이렇게 말한 육경한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소원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 표정에서 육경한은 역겨움과 매정함을 읽어냈다.

정확하게 읽었다. 소원은 그런 육경한에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그저 죽도록 싫을 뿐이다. 이 감정을 육경한이 정확하게 보고 알아채고 깨닫길 바랐다. 소원에게 육경한은 그저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육경한, 너 정말 역겹다.”

하지만 이 말은 육경한에게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소원아, 그런 말로는 나 못 밀어내.”

이제 더는 5년 전에 뭐만 하면 발끈하던 육경한이 아니었다.

“네가 싫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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