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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소원은 섹시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말랐지만 몸매는 여전히 쭉쭉빵빵했다.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사실 육경한은 소원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숨 쉬기도 힘들만큼 마음이 아팠다. 이 고통은 5년 전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던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시간이었다.

소원은 어디서 이름 없는 시체를 구해 그를 희롱한 것이었다.

그날 소원을 우연히 마주치고 바로 시체에서 DNA를 채취해 조회했지만 맞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길 가던 노숙자와 마주친 것 같았다. 하지만 육경한은 이런 장난에 바보처럼 놀아나고 말았다.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사악하고 매정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가 당한 걸 생각하면 목 졸라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왠지 자꾸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전해지는 고통도 파도처럼 계속 밀려들기만 할뿐 끝나지 않았다. 총을 맞는다 해도 이 정도로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소원은 육경한과 마주친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은 듯 보였다.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렇게 물었다.

“육경한, 이거 좀 놓지?”

태연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걸로 봐서 소원은 육경한에게 전혀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덤덤한 말투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 같았다.

하지 말아야 할 장난을 한 건 분명 소원인데 왜 그녀는 이렇게 태연하고 침착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왜?

육경한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입 밖으로 내뱉었다.

“소원. 나 갖고 노니까 재밌었니?”

소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요. 소원이 놓아달라는 거 못 들으셨어요?”

육경한은 윤혜인의 말을 아예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윤혜인이 손을 내밀어 육경한을 뜯어말리며 화냈다.

“이거 놔요!”

육경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윤혜인을 밀쳐내려 했지만 가늘고 약한 팔에 단단히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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