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19화

작가: 이한나
소원은 섹시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말랐지만 몸매는 여전히 쭉쭉빵빵했다.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사실 육경한은 소원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숨 쉬기도 힘들만큼 마음이 아팠다. 이 고통은 5년 전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던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시간이었다.

소원은 어디서 이름 없는 시체를 구해 그를 희롱한 것이었다.

그날 소원을 우연히 마주치고 바로 시체에서 DNA를 채취해 조회했지만 맞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길 가던 노숙자와 마주친 것 같았다. 하지만 육경한은 이런 장난에 바보처럼 놀아나고 말았다.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사악하고 매정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가 당한 걸 생각하면 목 졸라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왠지 자꾸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전해지는 고통도 파도처럼 계속 밀려들기만 할뿐 끝나지 않았다. 총을 맞는다 해도 이 정도로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소원은 육경한과 마주친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은 듯 보였다.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렇게 물었다.

“육경한, 이거 좀 놓지?”

태연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걸로 봐서 소원은 육경한에게 전혀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덤덤한 말투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 같았다.

하지 말아야 할 장난을 한 건 분명 소원인데 왜 그녀는 이렇게 태연하고 침착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왜?

육경한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입 밖으로 내뱉었다.

“소원. 나 갖고 노니까 재밌었니?”

소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요. 소원이 놓아달라는 거 못 들으셨어요?”

육경한은 윤혜인의 말을 아예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윤혜인이 손을 내밀어 육경한을 뜯어말리며 화냈다.

“이거 놔요!”

육경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윤혜인을 밀쳐내려 했지만 가늘고 약한 팔에 단단히 잡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0화

    주훈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경매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이준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냥 조금 더 에돌아가는 수고를 무릅쓰고 윤혜인과 더 있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하지만 눈치 없는 김성훈이 찬란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너희들이랑 좀 작작 다녀야겠어. 아니면 나까지 윤혜인 씨한테 홀대당하겠는걸?”이준혁이 고개를 돌려 김성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넌 솔로 기간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아.”“...”김성훈은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런 팩폭을 들어야 하는 걸까? 솔로가 뭔 죄인가?이준혁이 이내 이렇게 덧붙였다.“너랑 잘 어울릴만한 돈 많은 여자 알고 있는데.”김성훈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걱정하지 마. 나 아직 짱짱해. 소개팅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우씨 가문 셋째 딸, 우희 말이야.”“이런!”김성훈이 괴성을 질렀다.“어떻게 우희를 소개해 줄 생각해? 그런 드센 여자를 소개해 준다는 건 나보고 죽으라는 거 아니야?”우희는 사랑에 죽고 사는 사랑에 미친 여자로 소문나 있었다. 우희가 전에 쫓아다니던 남자는 그 공세를 이기지 못해 이민을 선택했고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제일 중요한 건 우희가 아주 어릴 때 김성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김성훈이 외국으로 가고 나서야 목표를 바꿨다.김성훈이 귀국한 지도 꽤 오래됐지만 우희는 그를 떠올리지 못한 듯싶었다. 우희가 쫓아다니던 그 시간은 마치 악몽처럼 생각날 때마다 김성훈을 괴롭게 했다.“나한테 우희를 소개해 주면 나도 윤혜인 씨한테 다른 도련님 소개해 줘야지. 요즘 서울 재벌 3세들이 그렇게 우수하다던데. 야망이 큰데 연하라 풋풋하니 데리고 놀기 딱 좋지...”이준혁이 차갑게 웃으며 대뜸 이렇게 불렀다.“우희야.”김성훈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이름 부른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나 김성훈, 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 없...”“준혁 오빠!상큼한 목소리가 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1화

    “나는...”육경한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소원이 비아냥댔다.“내가 왜 죽지 않고 살았나 했더니 다 너 때문이네. 죽은 것도 억울한데 내 명예까지 실추되는 게 억울했나 봐.”육경한의 잘생겼지만 차가운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왜? 할 말 없어?”소원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할 말 없으면 비켜. 기억해. 이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가 될 거야. 다음은 없어.”소원이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육경한이 큰 손바닥으로 소원을 벽에 바짝 밀었다.육경한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마치 앞에 선 소원까지 활활 태우려는 것 같았다.그는 소원을 부서트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맞다고 하면?”이런 말을 하는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5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차갑던 마음도 그녀라면 무서울 정도로 뜨거워지는 사람으로 변했다.아득하고 절망적인 나날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이 사람을, 살아서 움직이는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시뻘겋게 충혈된 육경한의 눈은 피가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캐물었다.“소원아, 나 진짜 너 사랑해. 너 없으면 못 살 정도로 말이야. 이제 어떡할 거야?”이렇게 말한 육경한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소원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 표정에서 육경한은 역겨움과 매정함을 읽어냈다.정확하게 읽었다. 소원은 그런 육경한에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그저 죽도록 싫을 뿐이다. 이 감정을 육경한이 정확하게 보고 알아채고 깨닫길 바랐다. 소원에게 육경한은 그저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육경한, 너 정말 역겹다.”하지만 이 말은 육경한에게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소원아, 그런 말로는 나 못 밀어내.”이제 더는 5년 전에 뭐만 하면 발끈하던 육경한이 아니었다.“네가 싫어하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2화

    육경한의 눈동자는 여전히 어두웠지만 표정은 여러 번 변했다.“무슨 말이야?”육경한이 보기 드물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소원이 빨간 입술로 묘한 웃음을 지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허허. 육경한. 뭐든 다 알고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넌 탐욕스럽고 가식적이고 악독한 여자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린 것뿐이야. 내가 말한 사람 누군지 알겠어? 네가 오랫동안 좋다고 물고 빨았던 진아연, 그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락없는 사기꾼이야.”순간 육경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쇼는 이제 시작이었다. 소원은 이 순간을 참으로 오래 기다려왔다.소원은 육경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육경한, 너 출국하기 전에 내가 찾아갔었다고 했던 거 기억나? 너는 안 믿을지 모르지만 나 진짜 찾아갔었다?”“갔을 뿐만 아니라 60억을 준비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했어. 하지만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났지.”전에는 코웃음 치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이 에피소드가 지금은 육경한을 무섭게 했다. 마치 귓가에 누군가 듣지 말라고, 더는 들으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만약 그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진다면 멍청했던 과거와 그 과거에 상처받은 소원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온몸의 피가 쑥 빠져나간 것처럼 손끝까지 하얘진 육경한의 차가운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온몸으로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소원아, 지나간 일은 이제 꺼내지 말자. 내 곁으로 돌아오면 내가 잘해줄게.”지나간 과거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에는 진상에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지금은 그 진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육경한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질수록 소원은 끊임없이 쏟아냈다. 소원이 손수 만든 지옥에 뛰어드는 육경한의 표정이 미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안 믿는 거 알아. 근데 우연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 사라졌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3화

    귓가에 울려 퍼졌던 절규와 절망을 육경한은 못 들은 척 차갑게 흘려보내곤 했었다.소원은 매 순간 변하는 남자의 표정을 보며 5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희열을 느꼈다.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짓는 가식적인 미소랑은 다르게 말이다.“육경한, 내가 지금 말한 거 L 국에서 범인이 8년 전 자백한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어요.”“아니... 볼 필요 없어...”육경한은 목구멍에 뭐가 걸린 듯 버겁게 이 말을 뱉어냈다.더 찾아볼 필요가 뭐가 있을까?사실 전에 진아연이 위태로울 때 육경한에게 죽을 때까지 모르고 싶었던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하지만 육경한은 그 진실을 외면했고 자기를 기만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잘 덮어놓았던 보호막을 소원이 억지로 찢은 셈이라 더는 가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어둡고 추악한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육경한은 더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육경한.”소원이 느긋하게 육경한의 이름을 부르더니 날카롭게 웃었다.“그런데 어떻게 서로 갚은 걸로 해?”“그러기엔 네 죄가 너무 크지?”이 한마디가 마치 풀스윙으로 날린 귀싸대기처럼 육경한의 볼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그는 벙찐 표정으로 영혼이 쑥 빠진 듯 좀비와도 같았다.육경한은 오랜만에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거로는 부족했다.소원이 보고 싶은 건 육경한이 처절한 슬픔에 빠진 모습이 아니었다. 소원은 자신이 겪었던 뼈저린 고통과 살을 에는 듯한 상처, 그리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절망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소원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매혹적인 말투로 말했다.“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네 쇼를 봐 줄 시간이 없어. 안녕.”육경한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안녕이라는 소원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다.“소원아, 가지 마.”목구멍은 끓는 물이라도 부은 듯 불타올라 목소리가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소원이 빨간 입술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거 알아? 우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4화

    육경환은 마치 희망이라도 본 듯 모든 걸 포기할 각오로 소원의 손목을 꼭 잡았다.“소원아, 나 안 믿는 거 알아. 근데 나 정말 후회해. 네가 떠난 그날부터 뼈저리게 후회했어. 그때야 발견했지. 너를 원망하는 것보다 너를 사랑하는 게 더 많았다는 걸.”육경한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남은 핑계가 얼마 남지 않은 원망이었지만 진실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원망은 애초부터 모래성에 쌓아 올렸기에 진실의 공격을 받은 순간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하지만 소원은 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사랑한다니, 육경환이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우스웠다.그녀에게 육경환은 그녀의 명예를 짓밟고 그녀의 회사를 무너트리고 그녀의 가족을 핍박해 죽게 만든 사람일 뿐이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한 육경환이 매 순간 지옥이었으면 했다.그런데 지금 감히 ‘사랑’을 거론하다니. 소원은 육경환에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소원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원망을 꾹꾹 누른 채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 기회를 원한다고요? 뭐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육경한은 머리가 하얘졌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곧이어 소원이 전시 센터 대문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대표님, 저기 보여요? 저기는 전시 센터에서도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곳이죠. 저기 가서 기회 줄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요. 어때요?”육경한은 소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는 전시 센터의 랜드 마크인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하여 중요한 회의나 경매, 그리고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꼭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육경한은 그냥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뉴스에 날 정도인데 무릎을 꿇고 있는다면 더 대박일 것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지 알 수 있었다.육경한의 표정을 살핀 소원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대표님, 조금 전만 해도 후회한다고 그러더니, 이제 그 후회가 얼마나 싸고 우스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5화

    참으로 큰 도약이 아닐 수 없었다.윤혜인이 노크하자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윤혜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울로 누군지 확인한 이진영이 순간 경계하기 시작했다.“당신 누구야?”윤혜인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진영 씨는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를 폭로하겠다는 거예요?”이진영이 넋을 잃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당신이 우리 남편을 꼬신 그 사람이에요?”윤혜인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이진영 씨, 입은 삐뚤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했어요. 제가 그쪽 남편에 의해 누명을 쓴 건 맞아요. 근데 남편분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은 거 보면 모르겠어요?”이진영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남편이 안에 갇혀 있는데 전혀 관심하지 않고 누구의 감언이설을 들었는지 윤혜인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사법 체계가 고작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영향은 받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윤혜인은 이진영이 멍청한지 아닌지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냥 이 사건의 배후가 대가만 치르면 된다.감히 곽아름까지 들먹이다니, 윤혜인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줄 생각이었다.폭로를 좋아한다면 이번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의 대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사실 이진영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임세희가 이 기회에 여론의 힘을 빌려 남편도 살리고 사람들에게 피해자 이미지도 굳힐 수 있다고 알려줘서 그대로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일약 톱스타로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여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우리 남편 가정적이기로 소문난 사람이에요. 모함할 생각이라면 포기해요.”“그냥 우리 남편한테 빌붙어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생각이었나 보죠?”“약을 탄 것도 모자라 검색어까지 내리고, 지금 이렇게 찾아와서 훈수까지 두는 거예요?”윤혜인의 눈동자는 경멸을 감추지 못했다. 윤혜인은 이진영의 머리로 어떻게 살벌한 정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6화

    윤혜인이 이렇게 말한 것도 사실 이진영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이진영의 체면을 지켜준다고 그녀를 용서하는 건 아니었다.그녀가 팬을 시켜 곽아름이 다니는 유치원을 공격한 것만으로도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지시나 부추김을 받아서 한 일이라고 해도 한가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이진영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공인으로서 팬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 힘을 빌려 악을 도모한다면 정말 동기가 불순하고 심보가 사악한 자가 틀림없었다.이진영이 코웃음 치며 조롱했다.“웃기지 마요. 내 체면을 왜 당신이 지켜줘요?”이진영의 눈에 윤혜인은 서울로 상경해 일거리를 찾으러 온 젊은 여자로밖에 안 보였다.젊고 예쁜 여자가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몸을 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조건을 거론한단 말인가.이진영은 피해자 연기만 잘하면 돈과 명예를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이진영이 얄짤없이 말했다.“당신이 뭔데 이래요! 몸 파는 여자 주제에 자기 걱정이나 해요.”윤혜인이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눈동자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이진영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더 입씨름할 필요도 없었다. 이 사람의 민낯을 팬에게 드러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윤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이진영 씨, 기자 회견에서 원하던 바를 이루길 바랄게요.”이 말을 뒤로 윤혜인은 이진영이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먼저 대기실에서 나왔다.윤혜인의 예쁜 날개뼈와 아름다운 몸매,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매혹적인 자태는 누가 봐도 있는 집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 같았다. 이진영이 아무리 후천적으로 배운다 해도 배워낼 수 없는 뼈에 새겨진 기품이었다.순간 이진영은 걷잡을 수 없는 화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내 음침한 눈빛으로 툴툴거렸다.“잘난 척은. 내가 조금 이따 내 팬들에게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이진영의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에 맞춰 시작되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7화

    관중석에 앉은 팬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진영아, 울지 마!”“진영아, 힘내!”“진영아, 너는 아무 잘못 없어! 사과 안 해도 돼!”아래 서 있는 기자들도 일부는 그들이 미리 손 써놓은 사람이었다. 질문지도 사전에 맞췄기에 질문지에 있는 문제만 질문했다.“이진영 씨, 남편의 외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이진영 씨, 내연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신가요?”“...”이진영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먼저 제 남편은 유혹을 당한 거지 바람을 피운 건 아닙니다. 우리 사이에 끼어든 여자는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습니다. 질문 사항 있다면 지금 그 내연녀도 현장에 있으니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겠네요.”이 말에 현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누군데 이 정도로 나대는 건지 저마다 궁금해했다.윤혜인은 가만히 있었다. 뒤집어씌운 게 사실도 아니니 절대 먼저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이때 임세희가 침통한 표정으로 윤혜인을 힘껏 밀었다“혜인 씨, 또 이런 짓 하고 다니는 거예요? 했으면 반성의 기미라도 보여야지 현장까지 오는 건 뭐예요? 아내분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쏠렸다. 몇몇 기자들은 기레기 정신을 발휘해 그쪽으로 뛰어가 임세희를 인터뷰하기 시작했다.임세희가 DS 디자인 작업실 이사인 걸 아는 사람도 있었기에 바로 임세희의 이름을 찍어 이렇게 물었다.“임 대표님, 이분도 혹시 대표님 친구인가요? 왜 ‘또’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는 말씀이세요?”임세희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큰 비밀이라도 얘기했다는 듯 생쇼를 했다.“제 남자 친구까지 꼬셨다고 한 적은 없어요. 절대 함부로 추측하지 마요. 그런 일은 없었어요.”기자들은 눈치가 빠르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기에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그럼 이 여자분이 남자 친구한테도 찝쩍거렸다는 겁니까?”“아니요. 아닙니다. 다 지나간 일이니 함부로 추측하지는 말아주세요. 안 그러면 윤혜인 씨를 뒤에서 보호해 주고 있는 사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6화

    집사가 대답했다.“소원 씨는 지금 대기실에 갇혀 있습니다.”서진태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톡톡히 손봐주고 던져버려.”서진태는 독벌레가 진귀하지만 않으면 존재 자체가 화근인 소원에게도 한 마리 넣어 뇌를 남김없이 모조리 잠식당하길 바랐다. 엮이면 재수 없는 여자라 이가 바득바득 갈렸지만 다행히 몸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고 이번 기회에 쌍으로 지옥에나 보내버릴 생각이었다.상황이 종료되자 서진태가 손을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대기실.소원은 여기 갇힌 후로 도무지 나갈 방법이 없었고 서현재가 한 말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상했다. 그 모습은 마치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영혼을 뺏긴 사람 같았고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고민하는데 대기실 문이 다시 열렸고 까무잡잡한 보디가드 두 명이 들어오더니 몽둥이를 들고 험악한 표정으로 소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소원이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뭐 하려는 거야?”“뭐 하긴 뭐해? 위쪽 지시를 받고 너 혼내주러 온 거지.”“이거 불법인 거 알아, 몰라.”소원이 매섭게 쏘아붙였다.몽둥이를 잡은 기세를 봐서는 소원을 때려죽이기라도 할 것 같았다. 서진태는 보면 볼수록 음침하고 교활한 노인네였다.“우린 그냥 명령을 받고 결혼식에 물건을 훔치러 온 도둑을 혼내줬을 뿐이야.”보디가드가 한마디 덧붙였다.“결혼식에서 20억짜리 액세서리가 사라졌는데 그 범인이 너야. 지금은 잡힌 거고.”보디가드가 이렇게 말하며 액세서리 몇 개를 바닥에 던졌다.서진태는 소원을 죽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한 것 같았다. 소원은 바닥에 떨어진 액세서리를 보며 넋을 잃었다.“나 아니야. 나는 훔친 적 없어. 이건 모함이야.”보디가드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더니 말했다.“인증도 있고 물증도 있는데 네가 아니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보디가드는 그저 서진태가 시키는 대로 죄명을 소원에게 덮어씌우고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앞으로 그 누구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5화

    그 터전은 무당 일가의 집이었기에 채벌이 시작되면 더는 지금처럼 영기가 가득 찬 곳을 찾아 독벌레를 기르기 힘들었고 그렇게 되면 무당 일가가 몰락하고 대를 잇지 못하게 된다.독벌레를 만들려면 무당 일가인 그들이 첫 번째 숙주가 되어야 했고 유충을 몸에 넣고 천천히 부화해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까지 만들면 특수한 약초로 독벌레를 유인해서 빼내야 했다.독벌레가 몸에서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맑은 호숫가로 데려가 안개와 이슬, 그리고 하늘에서 내린 비를 양분으로 일정한 크기까지 자라나야만 단향 단지에 넣어 다른 용도에 쓰일 수 있었다.게다가 여자가 들고 있는 단지에 담긴 독벌레는 이미 40년이나 산 독벌레였기에 독성이 상상 이상으로 더 독했다. 하지만 이내 서진태가 큰소리로 보디가드를 불렀고 보디가드가 노인네를 당장 밖으로 끌어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주저하자 서진태가 주름 잡힌 얼굴로 음침하게 웃으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월생이라고 했나? 약속한 걸 모르면 안 되는 거 알지? 아니면 너도 너희 사부님도 무사히 서울을 떠나지는 못할 거야.”서진태는 노골적으로 무당 월생을 협박하고 있었다.월생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는 젊은이를 보며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묵념했다.‘미안해요. 당신 가족들이 당신을 죽이려 드는데 저도 달리 방법이 없네요.’월생이 손을 우산 모양으로 오므리자 작은 단지에서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더니 월생의 손에 앉았고 월생이 그 손을 남자의 눈에 올려놓았다. 5초쯤 지나 월생이 손을 떼자 하얀 벌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서진태가 약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이러면 벌레가 들어간다고?”월생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독벌레가 뇌로 들어가는 방법은 안구밖에 없습니다. 독벌레의 몸통은 안구의 모양에 따라 종잇장처럼 얇아져서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게 됩니다. 의학용 감마선을 쏘아봐도 사람의 신경처럼 보이기 때문에 절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서진태가 반신반의하는데 침대에 누워있던 서현재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4화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서현재의 상태를 확인하고 맥을 짚어보더니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네를 보며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노인네가 이를 듣고는 고개를 젓더니 손을 흔들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서진태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모습을 보아하니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사부님 말씀으로는 약을 너무 과다하게 사용해서 나온 합병증이라고 합니다. 뇌에 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약간만 외부의 자극을 받아도 머릿속에 두 가지 목소리가 싸우게 될 거예요. 이렇게 쓰러진 것도 다 몸이 좋아서 그런 거지 다른 사람이면 이미 뇌사 상태에 빠졌을 수도 있어요.”서진태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이 결혼은 어떻게든 완성해야 하니 방법은 알아서 생각해.”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말했다.“어르신, 지금으로서는 독벌레를 내려서 깨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몸을 많이 축내는 방법이라 매우 위험합니다. 독벌레는 사람의 뇌를 갉아 먹고 사는 거라 도련님...”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말끝을 흐렸지만 다들 서현재가 살기는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서진태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현재의 사활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직 외국으로 빼돌리지 못한 자산이 있는데 그 자산을 성공적으로 빼돌리려면 한국에 대신 죄를 뒤집어쓸 사람이 필요했다.서현재가 죽어도 괜찮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죽으면 서진태가 공들여 짜놓은 판이 다 무용지물이 되게 된다. 이 판을 위해 서진태는 육씨 가문을 끌어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 육경한이 서진태의 진짜 목적을 알고 있었다면 육연주가 아무리 죽고 못 산다 해도 절대 육연주를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애초에 육경한이 서씨 가문에 압력을 넣으며 육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을 밀어붙인 게 오히려 서진태에겐 도움이 되었다. 짬밥은 무시할 수 없다고 서진태는 능구렁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렸다. 잠깐 고민하던 서진태가 이렇게 말했다.“독벌레든 뭐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3화

    사회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신랑분, 큰 소리로 대답해 주세요.”서현재가 입술을 뻐끔거렸다.“저...”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돼.”서현재가 멈칫하더니 의문에 찬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고 하객들도 일제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소원이 버진 로드로 올라가더니 남자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현재야, 이 결혼 하면 안 돼.”북적북적.하객들이 수군거리며 갑자기 나타나 결혼식을 중단시킨 여자를 놀라워했다.서현재는 멍한 표정으로 웨이터 복장을 한 여자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왜, 왜 똑같은 얼굴이지?’소원이 서현재의 팔을 잡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현재야, 우리가 한 약속 잊었어? 네가 결혼할 사람은 나야.”현재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마치 우레처럼 서현재의 머리를 강타했고 서현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게 산산이 조각났다. 과거의 조각들이 너무 하나씩 이어지며 파도처럼 몰아쳤다.“누나, 나랑 결혼해 주면 안 돼요?”“누나, 나 누나 좋아해요. 대답 안 해준다 해도 계속 기다릴 거예요.”“누나, 나 드디어 누나랑 사귀는 거예요?”“소원 누나, 누나.”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육연주가 먼저 반응하고는 소원의 귀싸대기를 날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저 미친년 당장 끌어내.”보디가드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다른 건장한 남성을 불러 소원을 끌어내려 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소원은 서현재의 팔을 꼭 잡으며 말했다.“현재야, 너는 육연주 사랑하지 않아. 날 믿어. 너는 육연주 사랑한 적 없어. 육연주랑 결혼하면 너 후회할 거야. 서씨 가문은 너를 이용해서. 아악.”머리채가 잡힌 소원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까만 옷을 입은 한 무리의 보디가드가 달려오더니 머리채를 잡는 사람 따로, 목덜미를 잡는 사람 따로, 팔과 다리를 잡는 사람 따로, 그리고 소원의 입을 막고 들어가는 사람 따로 있었다.“잠깐만요.”서현재가 갑자기 보디가드를 불러세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2화

    소원은 속았다는 생각에 머리가 윙 해졌다. 아니, 소원이 속은 게 아니라 서씨 가문이 너무 교활했고 혹시나 누군가 결혼식에 훼방을 놓을까 봐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캔디를 줍던 소원은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파티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아니 다 줍지도 않고 어딜 가는 거예요?”화가 잔뜩 난 웨이터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지금 바로 매니저님 찾아가서 덤벙거리기만 하는 당신을 자르라고 할 거예요.”결혼식 현장.서씨 가문과 육씨 가문이 공동으로 준비한 결혼식이었기에 호화롭기 그지없었고 축하해주러 온 사람도 많았다.사회자의 열정적인 소개와 함께 하얀 드레스를 입은 육연주가 친인척의 손을 잡고 서서히 등장했다.버진 로드의 끝에는 빨간 벨벳 턱시도를 입고 가슴에 꽃을 단 신랑이 보였다. 기다란 체구와 꼿꼿한 자세가 신랑을 더 도도하고 우아해 보이게 했다.육연주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보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렸다. 이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 드디어 이 남자를 손에 넣고 서씨 가문 사모님이 되었다.그렇게 신랑 앞까지 걸어간 육연주의 친인척이 육연주의 손을 신랑에게 넘겨줬지만 신랑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잘생긴 얼굴은 육연주의 손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현장의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사회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귀띔했다.“신랑분, 신부님 손을 잡아주세요.”사회자의 귀띔에도 서현재가 움직이지 않자 하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야. 혹시 신랑은 결혼하기 싫은 거 아니야?”“그러니까. 근데 신부가 약간 막무가내래. 성격이 오만하면서도 사납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서씨 가문 도련님이 후회한 게 아닌가 싶다.”“하기 싫은 건 그렇다 치고 그러면 미리 파혼해야 할 거 아니야. 이제 와서 성질부리면 양가 가문의 체면은 어떡해.”“허허. 억지로 결혼시킨 결과라고 봐야지...”“근데 신랑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어디가?”“예전에 신랑을 본적이 있는데 이렇게 멍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말이 좋아 멍하지 서현재는 거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1화

    소원은 바로 대기실 방향으로 향했지만 대기실 앞도 누군가 지키고 있었다.‘서씨 가문 너무 오버하는데?’지금 보면 서씨 가문은 소원만 경계하는 게 아니라 서현재도 같이 경계하고 있었다.‘설마 현재가 뭘 발견했는데 서씨 가문에서 그걸 알아챘나?’소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걱정되어 들어가 물어보려 했지만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들의 경비가 너무 삼엄해 파리 한 마리조차 그냥 들여보내지 않을 것 같았다.너무 다급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던 소원은 그저 조용히 옆에서 기다리다 서현재가 나오면 기회를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대기실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족히 쪼그리고 있다가 발이 저려서 감각을 잃어가는데 대기실을 지키던 보디가드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소원은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을 살펴보려고 대기실로 다가가 문을 살짝 밀어 보니 문이 그대로 열렸다.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흔적도 없었다.‘뭐지...?’‘왜 텅 빈 대기실을 지키고 있지?’소원은 자기가 속임에 걸려들었다는 걸 알고 밖으로 뛰어가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웨이터와 부딪히고 말았다.“아야...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는 거예요?”웨이터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미안해요. 미안해요...”소원이 얼른 사과하고는 자리를 뜨려는데 웨이터가 그녀를 덥석 잡고는 말했다.“어디 가요? 이거 주워주고 가야죠.”바닥에 캔디가 흩뿌려져 있었다. 소원은 어쩔 수 없이 같이 쪼그리고 앉아 캔디를 한 알씩 줍는데 같이 줍던 웨이터가 소원을 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실수로 부딪혔으면 수습할 생각을 해야지 도망가는 게 어딨어요? 매니저님께 알리면 바로 잘릴 거예요.”소원은 웨이터로 위장한 거라 찍소리도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열심히 캔디만 주었다. 이때 결혼식 입장을 알리는 익숙한 음악이 가든을 가득 메웠다. 아무래도 결혼식 파티가 시작된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0화

    육경한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당장 서씨 가문 어르신한테 연락해.”“알겠습니다.”소종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서진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것은 도우미였다..“어르신은 주무시고 계십니다.”소종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정말 대단하네요. 손자가 오늘 결혼했는데 이렇게 일찍 잠이 들다니... 참 태평하시네요!”더욱 짜증 난 듯 육경한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럼 연주는? 연주는 전화 연결되나?”곧바로 소종이 육연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소종은 기이하다는 듯 말했다.“이 집안은 정말 이상하네요. 이렇게 큰 경사날에 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요? 정말 그리 바쁜 건지.”육경한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다.그는 조사 중 이번 사건이 서진태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겠지만 서진태의 성격상 누군가를 이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그러나 당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었고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육경한은 바로 사람을 구하러 갔었다.그런데 이제 소원이 다시 서씨 가문으로 간다는 것은 스스로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서진태 같은 교활한 사람이 소원이 육연주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위한 희생’같은 일을 꾸민다면 소원이 위험에 빠질 것은 자명했다.그렇게 되면 서진태는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고 심지어 육경한의 보복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계략이었다.물론 이 모든 것은 육경한의 추측에 불과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이내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육경한은 무거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더 빨리 가!”...소원은 아침 일찍 서울로 향하는 차를 탔다.아무리 이른 시간에 출발했어도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1시가 넘어 있었다.서씨 가문의 결혼식은 저녁에 열릴 예정이었고 아직 늦지는 않았다.결혼식장은 경비가 삼엄했고 저택 전체가 철통같이 둘러싸여 있었다.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9화

    소종이 말한 대로였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흉포한지는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과거 미국에서 목숨 걸고 활동하던 시절, 함께 일하던 친구들에게서 그 지역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 사람들이 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듣기만 해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이었다.다행히도 미우 그룹은 그런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발붙일 수 없었을 것이다.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이러한 불법적이고 회색 지대의 산업에 대해 엄격히 단속하며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이런 위험한 인물들이 한국에서 발호할 기회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이번에 잡힌 자들은 겨우 작은 졸개들일 뿐, 진짜 배후 세력은 여전히 해외에 있었다.이번 작전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곳에서 은신처가 전부 드러나고 파괴된 이상,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하여 소종은 육경한이 소원 때문에 이런 사람들과 엮이는 건 정말 가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소원 씨가 배은망덕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대표님이 아무리 잘해줘도 소원 씨는 결국 배신할 뿐이에요.”소종은 소원의 이름만 나오면 마치 한풀이를 하듯 멈추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그 여자한테는 마음이란 게 없어요! 제발 다시 속지 마세요, 대표님!”그러나 육경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엉뚱한 말을 꺼냈다.“오늘이 며칠이지?”그러자 소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네?”“오늘 며칠이냐고 묻잖아!”육경한의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26일입니다.”육경한은 차갑게 중얼거렸다.“오늘이 서현재의 결혼식 날이야.”그제야 소종은 모든 것을 깨달은 듯 눈이 번쩍 뜨였다.‘아하! 그래서였구나! 아침 일찍 사라진 이유가 다 있었어. 분명 그 서씨를 만나러 간 거야.’육경한을 보자 소종은 더더욱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그 여자는 눈을 뜨자마자 다른 남자 만나러 갔는데 대표님은 그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니... 이거 정말 너무 황당한 막장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8화

    “안녕하세요.”달콤한 목소리의 여자가 병실 문을 열며 들어왔다.육경한이 고개를 들어 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여자는 육경한을 본 순간 눈빛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다가와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픽업트럭에 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모두를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어요.”그녀는 들고 온 과일 바구니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자는 갈 생각도 없는 듯했다.구해준 사람이 이렇게 잘생겼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의 외모는 남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음에도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가 돋보였다.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냉철한 대표님’ 같았다.날카로운 눈빛과 잘생긴 얼굴은 그녀 같은 평범한 여자들이 평생 가까이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제가 사과 깎아드릴까요?”여자가 먼저 제안했다.하지만 그녀가 사과를 집어 드는 순간, 육경한이 차갑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나가세요.”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단호했다.여자는 순간 멈칫하며 사과를 손에 든 채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그러고는 이내 눈가가 붉어졌다.“저는 그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육경한은 냉담하게 대꾸했다.“나는 당신들을 구하려고 한 게 아니었으니까요.”이 말을 듣고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리를 구하려 한 게 아니면 왜 목숨을 걸고 그런 위험한 싸움에 뛰어든 거지? 그토록 무모한 일을...’옆에서 육경한의 말을 듣고 있던 소종은 속이 답답해졌다.최근 구급차에서 찍힌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며 언론은 육경한이 수많은 여성을 구한 영웅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그 덕분에 미우 그룹의 이미지는 하늘로 치솟았고 주식도 단기간에 급등했다.지금 병원 밖에는 그를 인터뷰하려는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하지만 육경한의 이런 모습이 퍼지면 언론의 긍정적인 관심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하여 소종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대표님이 머리를 다쳐서 지금 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