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넋이 나갔다. 이런 건 계약서에 쓰지 않아도 되는 상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때는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 봤자 비웃음만 살 것 같았다. 자의식 과잉이라면서 말이다.그녀의 얼굴에 붙은 잔머리를 넘겨준 이준혁은 입꼬리를 위로 올리면서 말했다.“결혼까지 해놓고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나?”욕조의 물이 넘쳐났다. 안으로 들어온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차갑게 물었다.“앞으로 할래? 뒤로 할래?”흠칫 놀란 윤혜인은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준혁이 그녀의 발목을 확 낚아챘다.“꺄악!”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욕조를 붙잡았다. 눈부시도록 하얀 등은 자꾸만 남자를 자극했다.이런 자세에 흥분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압도적인 덩치 차이에 이준혁은 손쉽게 그녀의 허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생하고 싶지 않으면 허리 들어.”윤혜인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그녀는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이준혁에게 잡힌 탓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물었다.“준혁 씨, 이러지 마요. 무섭다고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눈물만은 끝까지 흘리지 않았다.“왜 그 새끼를 따라갔어?”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윤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흐트러진 호흡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뚝뚝 욕조 안에 떨어졌다.“따라간 거 아니에요...”그녀는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겨우 설명했다. 그러나 이준혁은 믿지 않는 듯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CCTV에서 한구운이 그녀를 안을 때, 그녀는 추호의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후에 이준혁은 GPS로 두 사람의 위치를 추적했다. 뒤따라가는 그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굳이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만약 막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차가 흔들릴 것 같았다.아이가 생긴 것을 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한구운이 치료받으러 가기 전에 생긴 일일지도
힘이 빠진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나른했다. 이준혁의 입장에서는 약간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목욕할 때부터 그녀는 계속 얌전히 있었다. 덕분에 마음이 약해진 이준혁은 훨씬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여기 뭐 묻었어.”이때 무언가 떠오른 윤혜인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조금 전 그녀는 이준혁을 진정시키기 위해 꽤 주동적으로 움직였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한없이 수치스럽고 슬픈 것들이었다.‘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날 때도 똑같이 해야 하나?’다행히 아직은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계약이 끝날 때가 되려면 4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 계약이 끝나기 전에 들킨다면 아주 귀찮아질 것이다.윤혜인은 굳이 직접 묻지 않아도 이준혁의 태도가 예상이 갔다. 아이를 낳든 말든 떠나서 그는 절대 그녀에게 아이를 넘겨주지 않을 사람이었다.이 아이는 분명히 그녀의 아이인데, 어떻게 이준혁에게 빼앗길 수 있겠는가?이미 한 번 잃어 본 트라우마와 오늘 밤의 기억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그녀는 임신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결심을 점점 더 굳혔다.그녀는 너무 후회되었다. 애초에 이준혁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이다.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멍청하게 결혼한 탓에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않는가?그녀는 우느라 퉁퉁 부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욕망이 가신 다음의 이준혁도 이성을 되찾았다.이준혁은 그녀의 몸에 남은 키스 마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분노도 약간은 달래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실망과 두려움이었다.실망은 끝까지 거짓말한 그녀를 향한 것이었고, 두려움 그녀가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그는 이제 그녀와 떨어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그는 아마도 전자를 선택할 것 같았다.이준혁은 자신의 곁에 누워있는 윤혜인을 계속 바라봤다.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허하
윤혜인이 아무리 험한 말을 한대도 이준혁에게는 타격이 없었다. 그는 위로 올라가 그녀를 품에 가둔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계약 결혼인 걸 잊지 않는 것도 좋지만, 이게 결혼이라는 것도 잊지 마. 부부면 부부다운 일도 해야지. 안 그래?”“어떻게 지금도...”화가 났던 윤혜인은 말을 끝까지 하지도 못했다. 오늘 밤의 일이 아직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지는데 말이다.“준혁 씨랑 결혼한 건 내 인생 가장 잘못된 선택이에요.”이 말은 이준혁의 가장 나약한 신경에 바로 꽂혔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다시는 이런 말 하지 마.”“왜요?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는 것도 안 돼요?”윤혜인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제는 하다 하다 감금까지 한다니 말이다.“얌전히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덤덤한 말투와 달리 싸늘한 눈빛에 공기 속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윤혜인은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로 겨우 입을 열었다.“또... 또 뭘 하려는 거예요?”“실수를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이준혁은 이미 이성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안 돼... 안 돼요...!”윤혜인은 위로 피하다가 침대 머리에 머리를 부딪혔다.탁!이제 더 이상 피할 길은 없었다. 이준혁은 사정없이 몸을 숙여 그녀의 목을 깨물었다.아픈 동시에 서러웠던 그녀는 이 악문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사람도 아니에요...”이준혁은 있는 힘껏 그녀의 몸을 잡았다. 분노는 그의 힘에 완전히 드러났다.“오늘은 말이 안 나올 때까지 해야겠네.”윤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이준혁의 막무가내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배 속의 아이는 아니다.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애원했다.“그러지 말고 우리...”이준혁은 그녀에게 말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고된 시간은 또다시 시작되었다.그는 짐승이라도 되는 것처럼 해가 뜰 때까지 그녀를 몰아붙였다. 너무 피곤했던 그녀는 어느 순간 쓰러져 버렸다.다시 눈을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진찬성이었다. 빨간색 정장은 그의 몸에서 유난히 촌스러워 보였다.소원은 경계적인 눈빛으로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그녀는 진찬성에 관한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그는 사생활이 문란하기로 유명했는데, 한 번은 파트너를 죽인 적도 있다고 했다.진찬성은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내 집에 내가 있는 데 문제 될 건 없지 않나?”점점 가까워지는 진찬성을 보고 소원은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죄송해요, 제가 잘못 찾아왔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를 써도 문을 열 수가 없었다.“잘못 오지 않았어.”진찬성은 그녀의 바로 뒤에서 뜨거운 숨결을 불었다. 소름이 돋았던 소원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게 무슨 의미예요?”“여기까지 와놓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소원은 주먹을 꽉 쥐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네, 모르겠어요. 그러니 빨리 문을 열어 주세요.”“풉.”진찬성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어깨에 놓았던 손을 점점 아래로 움직였다.“꼭 설명을 해줘야 알겠어? 우리 매부가 널 나한테 보냈어.”진찬성의 손은 말하는 동시에 소원을 옷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소원은 그의 손을 쳐내더니 멀리 떨어지면서 물었다.“정말로 육경한 씨가 그랬어요?”그녀에게 맞은 손이 아팠던 진찬성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언제까지 설명해 줘야 해? 그래, 내 말 한마디에 육경한이 널 보내주더라.”소원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육경한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짓이었기 때문이다.“제 자유는 육경한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당장 문 열어요. 안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소원은 정말 신고할 기세로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통화 연결음이 들려오기도 전에 진찬성이 핸드폰을 쳐냈다. 그러고는 표독한 눈빛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소원은 뒤로 물러났다. 대문으로 도망가기는
두피는 찢긴 것처럼 얼얼했고, 피가 난다고 해도 이상해할 것 없었다.“하하하하하...”진찬성은 자기 작품에 만족스러운 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벌써 조용해지면 지루한데.”눈물이 앞을 가린 탓에 소원은 진찬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남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진찬성은 표독한 표정으로 말했다.“좀 반항이라도 해봐.”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다음 더 강한 고통이 이어졌고 소원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후에 가서는 머릿속이 완전히 흐트러졌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사지는 감각을 잃었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마리오네트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가 깨문 입술의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진찬성은 이제야 변태적인 심리가 만족했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랍장 앞에 가서 하얀 알약을 꺼내 먹었다.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그는 약을 먹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시각적 자극을 주는 것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약에 완전히 의지해야 했다.소원의 몸매는 정말 죽여줬다. 마른 데도 풍만한 것이 그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잠깐 숨을 고른 그는 바지 벨트를 풀었다. 소원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데도 반항할 힘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토할 것 같았다.그렇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나 싶을 때 진찬성이 갑자기 욕설을 내뱉었다.“제기랄!”아직 시작하기도 전에 소원의 몸매에 자극받아서 참지 못했던 것이다.그는 주절주절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서랍장 앞으로 갔다. 이번에는 단단히 결심했는지 약을 여덟 알이나 먹었다.리모컨을 누르자 TV에는 조금 전에 장면이 재생되었다. 고통 섞인 비명을 들으면 그는 더 빨리 흥분할 수 있었다.그도 바로 시작하고 싶기는 했지만, 소원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참았다. 아직은 산 사람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영상만으로도 만족이 되었다.소원은 자신이 얻어맞던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다. 입술은 주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온 진아연은 육경한에게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드레스 보러 가는 길 소종이 전화 왔다. 육경한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았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 원래도 차갑던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끼익!곧장 브레이크를 밟은 그는 핸들을 틀어 다른 곳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기분이 들었던 진아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더 이상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듯 어두웠다.“아!”이때 진아연이 갑자기 배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경한 씨, 저 배가 너무 아파요.”육경한은 바로 속도를 늦추며 머리를 돌렸다.“뭐?”진아연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배가 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아요...”육경한은 차를 세우고 그녀를 길가에 앉혔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소 비서가 널 병원에 데려다 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단호하게 차에 올라타 멀어져갔다. 속도가 하도 빨라서 말릴 새도 없었다.‘나 지금 길바닥에 버려진 거야?’“아아악!”진아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이게 다 그년 때문이야!”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진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한편, 방안에서 영상을 너무 높게 튼 탓에 진찬성은 핸드폰은 진동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번에 그는 한참이나 준비하다가 소원을 향해 걸어갔다.잠깐 숨 쉴 틈이 생긴 덕에 소원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를 구할 사람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진창성이 더러운 모습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뒤로 넘어지며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찼다.“악! 아악!”무방비한 상태였던 진찬성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소원도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의자가 있는 덕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그녀는 의자에 묶인 채로 앞으로 기어가 과도를 잡았
진찬성은 대부분 안 좋은 일로 이곳에 온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호원을 대동해야 했다.소원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별장 밖의 경호원이 있던 것은 그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위층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다.그녀는 시간 낭비할 것 없어 방 안에 있는 유일한 의자로 출입문을 막았다. 곧이어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두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던 진찬성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자리에 앉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지금이 노크할 때야?! 당장 들어와!”소원은 너덜너덜한 천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피를 흘리는 채로 웅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아주 처참했다.이 기회를 빌려 소원은 긴급 전화를 걸려고 했다. 다행히 긴급 전화는 잠금을 해제하지 않고서도 걸 수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소를 말했다. 별장이 시내에서 떨어진 탓에 경찰은 30분 후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이때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육경한이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핸드폰을 아예 부숴버렸다. 입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쁜 사람... 다 나쁜 사람이야... 믿으면 안 돼...”퍽! 퍽! 퍽!밖에서 경호원은 문을 부술 기세로 발길질을 했다. 이미 힘이 풀린 소원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만 하염없이 떨어댔다.귀를 찌르는 소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과도를 들고 구석에 몸을 숨겼다. 눈물은 이미 앞을 가렸고, 경찰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었다.쾅!굉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고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먼저 진찬성 쪽으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진찬성은 곡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천을 뱉어낸 다음에는 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년을 다른 데로 옮겨. 곧 경찰이 도착할 테니까 그 전에 청소도 해줘.”소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달려 나갔다. 경호원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왔다.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경보음을 듣고 달
육경한의 눈빛은 아주 예리했고 보이는 감정이라고는 냉정함 밖에 없었다.소원은 순간 호흡을 멈추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진찬성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말했다.“매부, 저년을 차에 태우고 빨리 도망가요. 안 그러면 귀찮아질 거예요.”육경한은 그녀의 너덜너덜한 옷과 진찬성의 피로 얼룩진 다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그녀를 확 안아 올리더니 자신이 데려온 사람에게 지시했다.“여기 청소해요.”소원은 눈앞이 흐릿했고 온몸이 다 바들바들 떨렸다. 육경한은 진실을 감추려 하고 있었고, 그녀의 억울함도 풀 수 없게 되었다.진찬성의 말로 추정했을 때 피해자는 그녀 한 명뿐이 아닌 것 같았다. 순간 어디에서 온 용기인지 그녀는 육경한의 턱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습...”육경한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녀는 이 틈을 타서 그의 그곳을 찼다.“윽...”그는 안색이 확 변하더니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 소원은 그의 주머니에서 조금 전 빼앗긴 과도를 다시 꺼내 들고 진찬성을 향해 달려들었다.“죽여버릴 거야!”그녀의 눈빛에 겁먹은 진찬성은 화들짝 놀랐다.“악! 아악!”그는 원래 경호원을 끌어와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괜히 버둥거리다가 소원의 바로 앞에 엎어지고 말았다.칼은 결국 그의 어깨에 꽂혔다.“아아아!”그는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댔다.원래 찌르려고 했던 목을 찌르지 못한 소원은 칼을 뽑더니 다시 한번 휘둘렀다.“야! 이 미친년아!”진찬성은 오줌을 흘리며 겨우 칼을 피했다. 소원은 그를 죽이려고 결심했는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다리를 다친 진찬성은 달릴 수 없었다. 소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처럼 기어서 도망가야 했다.그는 경호원은 향해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가만히 서서 뭐 해?!”두 명의 경호원은 이제야 정신 차리고 광기 서린 소원을 붙잡았다.이때 별장 앞에는 검은색 차가 멈춰 섰다.“오빠! 오빠!”차에서 내려온 진아연은 피투성이가 된 진찬성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