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흥 업소에는 경호원들이 많았다. 족히 서른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강 사장의 명령에 전부 룸으로 들어섰다.이와 반대로 상대방은 나이도 젊어 보이는 데다가 경호원 두 명에 비서 한 명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점잖아 보이는 비서는 싸움을 전혀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강 사장은 승리를 확신하며 사악하게 웃었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경호원들에게 공격하라고 했지만 젊은 남자는 전혀 겁을 먹지 않은 듯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팍팍팍!격렬한 마찰음과 함께 강 사장이 정확히 보기도 전에 서른 명이 넘는 그의 경호원들은 이미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그 과정은 5분도 넘기지 않았다.상대방은 두 명이서 서른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을 쓰러트린 것이다.강 사장은 그제야 겁을 먹기 시작했으며 악마를 보듯 이준혁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그의 물음에 주훈이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이분은 저희 이 대표님입니다.”바닥에 던져진 명함을 확인한 순간, 강 사장은 다리에 힘이 풀려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었다.“죄… 죄송합니다. 제가 멍청해서 대단하신 분을 몰라봤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희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같은 쓰레기는 상대할 것도 못 됩니다.”“아버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아버지가 이러면 앞으로 내가 창피해서 어떻게 살아요…”팍!강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 사장이 돌아서서 아들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당장 그 입 다물어!”멍청한 그의 아들은 아직도 자신이 어떤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다!강 사장은 곁에서 소리를 지르는 아들을 뒤로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준혁에게 말을 건넸다.“제 아들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잘 모르지만 제가 대신 이렇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조용하게 지켜보던 이준혁이 반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버리더니 담담하게 대꾸했다.“사과는 필요 없어요. 오늘 그런 일을 저지른 만큼 당신 아들은 더 이상 손을 달고 다닐 필요가 전혀 없을
흠칫 놀란 윤혜인은 이준혁이 언제 들어왔는지 의아했다.유유하게 다가오던 이준혁이 침대 끝에 멈춰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거절해.”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은 그때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도와줄게.”그러다가 윤혜인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음성 메시지를 남기려고 했고 윤혜인이 다급하게 말렸다.“잠깐만요! 지금 제 핸드폰으로 뭐 하려는 거예요?”“네가 말을 못하겠다면 내가 너 대신 거절해 준다고.”이준혁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윤혜인은 화를 참으며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이 사람은 제 대학교 선배예요. 제가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그냥 가볍게 저를 걱정해줬을 뿐이라고요.”“이 남자랑 밥 먹지 마.”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싫어요.”본인은 임세희랑 다정하게 안고 스킨십을 마음대로 하면서 그녀는 왜 이준혁의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더군다나 그녀와 한구운은 그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정상적인 왕래밖에 없는데 말이다.이준혁은 겉으로 평온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만은 매우 차가웠으며 이를 꽉 깨문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다시 한번 말해봐.”윤혜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준혁의 모습에 화가 났다.“존중이라는 걸 알기나 해요? 우린 이제 이혼할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사회생활을 간섭하는 건데요?”“네가 이혼하고 싶은 게 이 사람 때문이야?”이준혁이 콧방귀를 뀌면서 묻자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담아두고 있었던 건 분명 이준혁이고 지금까지 그녀를 대체품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따져 묻는 거지?화가 잔뜩 난 윤혜인은 변명하기도 싫었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그녀를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누가 먼저 변심했는지 따지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다.“정말이야?”이준혁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이준혁 씨, 우리는 곧 이혼할 사이예요.”그녀의
이준혁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윤혜인의 턱을 더 높게 들어올리더니 각도를 바꾸어 조금의 틈도 벌어지지 않게 더욱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키스는 차분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쳤고 꾹 다문 윤혜인의 입술을 조금씩 벌리고 있었다.너무 뜨거운 이준혁의 입술에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고 그녀의 작은 행동에 자극을 받은 이준혁은 더욱 깊은 입맞춤을 선사했다. 윤혜인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너무 놀라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이준혁은 도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임세희인데, 왜 그녀의 마음을 자꾸 흔들고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는 걸까?입가에서 짠맛이 느껴지자 거칠게 밀어붙이던 이준혁의 행동이 살짝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귓볼에 살짝 입을 맞추다가 이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살짝 갈라진 이준혁의 목소리에 흠칫하던 윤혜인은 더욱 울고 싶어졌다.그녀는 이게 무슨 시그널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준혁이 그녀의 몸을 원하고 있다…“계속 반항할 거야?”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정말 그녀를 덮칠까 봐 감히 그를 자극하지 못했다.“날 화나게 하지 마.”계속되는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명령하듯 말했다.“날 봐.”이준혁의 손가락에 얼굴을 꿈쩍도 할 수 없었던 윤혜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쳐다보았고 조금 전에 너무 거칠게 입을 맞춘 이준혁 때문에 그녀의 입술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촉촉한 윤혜인의 입술을 쳐다보던 이준혁은 또다시 참기 힘들었다.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의 갑작스로운 반항이 이준혁의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윤혜인이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그녀의 남자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윤혜인의 눈가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몸을 격하게 떨면서 흐느끼던 그녀는 이준혁에게 욕을 퍼부었다.“이준혁, 이 나쁜 놈,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맨날 날 괴롭히기나 하고…”순간, 심장이 저릿한 이준혁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그 행동에 윤혜인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이준혁은 그녀를 뭘로 생각하는 걸까?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그녀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서럽고 분한 마음이 북받쳐 오른 윤혜인은 훌쩍거리면서 물었다.“날 사랑해요?”이준혁의 입술이 흠칫 떨렸고 어두워진 눈빛은 그대로 굳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침묵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를 10년이나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단 일말의 마음도 주지 않았다.손에 부상을 입은 탓에 힘을 줄 수 없었던 윤혜인은 입을 벌리더니 그대로 이준혁의 턱을 꽉 물어버렸다.“쓰읍!”갑자기 느껴진 통증에 이준혁이 숨을 들이마셨고 그녀의 턱을 살짝 꼬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장 놔.”입을 벌려 그를 놔준 윤혜인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지만 눈물은 계속 줄줄 흐르고 있었다.이준혁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윤혜인을 보며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반항한다고 여겼다.화가 치밀어 오른 이준혁은 결국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안 건드릴 테니까 그만 울어.”말을 마친 이준혁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섰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윤혜인은 심장에 구멍이 뚫린 듯 숨을 쉴 수가 없었으며 참다못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위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듯 너무 메스꺼워서 그녀는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이준혁은 임세희를 찾으러 갔겠지? 그 여자야말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이준혁에게 있어서 윤혜인의 유일한 가치는 2년 동안 바쳐온 이 몸뚱어리밖에 없으니까…윤혜인은 소리를 내지
이리저리 훑는 김성훈의 눈빛에 언짢아진 이준혁이 고개를 들더니 살짝 웃으며 물었다.“그러지 말고 더 가까이 다가와서 볼래?”그 웃음은 얼음장 마냥 차가웠으며 살기가 가득했기에 김성훈은 어색하게 웃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 너무 격렬하게 한 거 아니야? 임세희는 그 허약한 몸으로 어떻게 감당해낸 거야?”“세희 아니야.”김성훈의 말에 이준혁이 굳은 표정으로 쌀쌀하게 대답했고 그 대답에 화들짝 놀란 김성훈은 입을 쩍 벌리고 다시 물었다.“뭐? 그럼… 설마 윤혜인?”이준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인한 셈이다.“내 기억으론 윤혜인은 말도 잘 듣고 고분고분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거칠게 놀았어?”김성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묻자 곁에서 몸매가 화끈한 여인을 품에 안고 있던 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너랑 이혼하기 싫어서 얕은 수를 쓰는 거 아니야?”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이준혁이 결국 임세희와 결혼할 거라고 확신했다. 여자에게 곁을 주지 않는 이준혁이 임세희에게만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그녀를 애지중지 아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두 사람은 신분 지위가 비슷했기에 다들 임세희가 당연히 이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모순이 생겼는지 임세희가 해외로 나가자마자 다른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던 이준혁이 갑자기 결혼 발표를 했다.처음엔 다들 이준혁이 윤혜인의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여 윤혜인을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고 보니 윤혜인은 조용하고 착실한 성격으로 문제를 전혀 일으키지 않았다. 그로 인해 다들 윤혜인에 대한 오해는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그들은 임세희에게 더욱 마음이 갔다.이 바닥 문화가 그렇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한 건 그저 전설에 불과하고 그들과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결국 비즈니스를 위한 결혼이 답이다.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던 이준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야.”차라리 이 모든 게 윤혜인의 얕은 수였다면 그는 이렇게까지 짜증이 나
육경한은 술집에서 같이 있던 여자에게 안긴 채 술집을 떠났고 김성훈은 술에 반쯤 취한 이준혁을 보며 눈썹을 살짝 들썩였다.“오늘밤엔 우리집으로 오면 안 돼. 그러다가 숨어있는 기자들한테 찍히면 우리 둘이 뭐라도 있는 줄 알고 오해할 거 아니야.”“꺼져.”차갑게 한마디 내뱉던 이준혁이 말을 이어갔다.“난 집에 갈 거야.”이준혁이 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보니 임씨 아주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임세희가 몸이 아파서 울고 있다는 말에 이준혁이 운전기사에게 말을 남겼다.“병원으로 가.”고급 외제차는 어느새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고 뒤좌석에 놓인 이준혁의 핸드폰엔 부재중 전화가 반짝거리고 있었다.차에서 내린 이준혁은 담배를 한 대 다 피우고 나서도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바로 이때,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병원 입구를 힐끗 쳐다보던 이준혁이 다시 차문을 열고 차에 들어서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가.”한편, 이제야 겨우 침대에 누운 윤혜인은 조금 전에 너무 심각하게 구토를 한 탓에 도우미가 준비한 야식도 먹지 못했다. 도우미의 도움으로 샤워를 마친 그녀는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밖에서 폭우가 몰아치고 천둥번개까지 번쩍거렸지만 방안은 방음이 잘 되어 있기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윤혜인은 침대에 누워 오늘 이준혁이 했던 행동들을 떠올렸다가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는 좋아하지 않는 여자랑도 그런 일을 할 수가 있구나.하지만 윤혜인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녀는 이준혁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이준혁에게 바쳤는데 결국엔 어떻게 되었는가…그녀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보잘것없는 물건뿐이었다.윤혜인은 갑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이제부터 이준혁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시간만 나면 머릿속에 온통 그 남자뿐이다.그녀는 아마도 이곳 스카이 별장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찌 됐든 이곳 구석구석에 두 사람이 알콩달콩했던 흔
한쪽 발을 슬리퍼에 넣은 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에 깜짝 놀라 다시 침대위로 풀쩍 뛰어오른 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전 안 내려갔어요.”“혜인아?”이준혁이 눈썹을 살짝 들썩거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유난히 다정했지만 그 말투가 다정할수록 뼛속까지 숨긴 그의 짜증 지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윤혜인은 잘 알고 있었으며 이 또한 점점 위험하다는 신호이다.“내가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닐 텐데?”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 2년 동안이나 함께 했는데 이 여자는 아직도 그를 경계하고 있다.순간, 그녀의 대답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아진 이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품에 와락 껴안았다. 그러더니 손바닥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 번쩍 들어올렸으며 자신의 턱에 찍힌 이빨 자국을 보여주었다.“늑대 새끼도 아니고, 너무 세게 물었잖아.”깊은 밤, 주위가 한없이 고요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준혁의 목소리가 유난히 섹시했다.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이준혁이 윤혜인의 귀를 살짝 물더니 말을 이어갔다.“내일 이대로 회사 갔다가 누가 놀리기라도 하면 넌 각오해야 할 거야.”윤혜인의 심장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야릇한 스킨십이 불편했던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준혁이 갑자기 몸을 돌려 침대에 누운 채 이를 악물며 참고 있는 듯 말했다.“움직이지 마. 잠만 잘 거야.”윤혜인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이준혁의 말투에 피곤과 서러움이 섞여 있는 듯했다. 이준혁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살짝 올렸다. 옷 위로 만졌는데도 뜨거운 이준혁의 손바닥이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윤혜인은 혹시라도 이준혁에게 들킬까 봐 최선을 다해 참고 있었고 등 뒤에서 그녀의 말랑한 살결을 만지며 이준혁이 원망하듯 입을 열었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얌전히 잠만 자겠다고 했잖아.”윤혜인은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네 생각엔?”이준혁이 팔목으로 머리를 지탱한 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았고 윤혜인은 살짝 눈치를 보다가 곧바로 대답했다.“된 거 같아요.”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한 침대에 누운 거라 윤혜인은 괜히 더욱 난감하고 쑥스러웠다.“혜인아.”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머리카락들을 정리해주다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귓볼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내가 언제 그렇게 빨리 끝냈어?”그의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 이준혁은 점점 빨개지는 귓볼을 감상하며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응? 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줄래?”윤혜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 남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야릇한 말을 잘하게 됐지?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리더니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저 이제 그만 일어날래요.”이준혁이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 윤혜인이 빠른 속도로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들어갔고 한참 동안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다가 조심스럽게 나와보니 침대에는 이미 이준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그녀가 화장실을 독차지하고 있어서 이준혁이 다른 방에 샤워하러 간 모양이다.이제 아침 8시가 거의 되어가니 이준혁은 샤워를 마치고 바로 회사로 가겠지.이런 생각에 윤혜인이 밖에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그녀의 샤워를 도와달라고 높은 목소리로 불렀고 아래층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바로 올라가겠다고 대답했다.윤혜인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부탁하기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혼자 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욕조에 물을 받은 윤혜인은 잠옷을 벗고 욕조에 몸을 담궜다. 이내 욕실의 문이 열렸고 윤혜인은 여전히 욕조안에 앉아있었으며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본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아주머니, 저 욕조물에 꽤 오래 담그고 있었어요. 수건으로 제 몸만 닦아주시면 돼요.”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상대방이 대꾸를 안 하자 윤혜인이 고개를 들었고 유리창의
육연주는 다짜고짜 소원의 머리채를 붙잡아 탁자 위로 내리눌렀다.힘껏 눌러대며 외쳤다.“오늘 반드시 내가 그날 느낀 굴욕과 분노를 똑같이 느끼게 해줄 거야!”하지만 소원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의 고통쯤은 감내할 수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방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방민아 씨, 약속은 지키셔야죠. 우리가 한 대로 이행해주세요.”방민아는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요. 내가 한 말은 꼭 지킵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자기 이름이 거론될 일을 피하려고 애써 돌려서 말했다.소원은 방민아가 무슨 꾀를 부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약속만 지켜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렇지 않다면 육연주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육연주는 샴페인과 맥주를 들고 소원의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그러고는 미친 듯이 웃으며 외쳤다.“술 좋아한다며?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게 만들어 줄 테니 잘 마셔 봐!”알코올이 따갑게 소원의 머리와 얼굴을 적셨다.소원은 눈을 꼭 감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육연주는 더욱 흥분하며 소원의 뺨을 두 차례나 세게 때렸다. 그래도 모자랐는지 술병을 집어 들어 그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까지 했다.그 순간, 방민아가 육연주의 손목을 꽉 잡아 멈췄다.“연주야, 내가 뭐라고 했어? 겉으로 티 나는 상처는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러면 너한테도 안 좋아.”그들의 관심은 소원의 안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재벌가 자제 이미지가 더러워질까 하는 것이었다.그렇게 육연주는 힘없이 손을 풀었고 술병은 바닥으로 떨어져 몇 번 굴러갔다.방민아는 처음부터 이렇게 경고했다. 목숨을 앗아가선 안 되고 모욕하고 짓밟는 건 가능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절대 안 된다고.처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연주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소원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날 결혼식에서 소원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꼴이 됐는지, 모든 사람들에
“네, 괜찮아질 거예요...”잠시 충전한 덕에 상태가 많이 나아진 소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언니, 이제 가서 일 봐요. 저도 제 일하러 갈게요.”“응.”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갈 길을 갔다.소원은 방민아가 말한 그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민아가 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고 옆에 육연주가 함께 앉아 있었다.소원은 무표정하게 다가가 물었다.“방민아 씨, 제가 뭘 하면 되죠?”방민아는 입술을 가리며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서 그쪽을 부른 게 아니에요. 연주가 보고 싶다고 해서요.”소원은 육연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갑자기 육연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들어 소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며칠 못 봤더니 눈이 멀었나 봐? 나 못 봤어?”소원의 얼굴은 한쪽으로 젖혀졌고 귀가 웅웅거릴 정도로 아팠다.이 뺨 한 대를 때리기 위해 육연주는 며칠 동안이나 참아왔던 것이다.지난번 그녀가 결혼식에 난동을 부렸을 때 이미 목이라도 졸라 죽이고 싶었다. 당시 육경한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소원은 이미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반쯤 죽도록 맞았을 것이다.그런데 육경한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소문에 따르면 그는 소원을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갔다고 했다. 북쪽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들은 칼날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육연주와 같은 재벌 2세는 그들에게 단지 걸어 다니는 금고와 같았다.그런 사람들을 적으로 돌린 육경한이 앞으로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북쪽 사람들은 원한을 잊지 않고 반드시 갚는다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결혼식 후, 육연주는 소원을 제대로 혼내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소원이 육경한의 사람들에게 데려가져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그녀는 부모도 두렵지 않고 세상 무엇도 겁내지 않았지만 육경한만큼은 무서웠다.육경한은 냉혹하게 행동할 때 진정으로 냉혹했으며 혈연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다행히 방민아가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사실 크게 다친 것도 없었고요.”그러나 사실 그녀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육경한만큼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그녀도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각한 일을 겪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숙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작은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영숙은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여기 왜 온 건지 말해봐.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봐도 좀 더 쉬어야 하는 거 같은데?”“오늘은 일이 있어서 왔어요. 제가 아는 단골 손님이 요청해서요.”소원이 답했다.“단골 손님?”영숙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소원은 이곳에서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녀의 손님은 대부분 영숙이 직접 배정해준 사람들이었다.때문에 소원이 말하는 ‘단골 손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영숙은 알 수 없었다.영숙의 걱정은 진심이었다.소원은 왜 영숙이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영숙이 굳이 말하지 않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하지만 소원은 이번 일의 진실을 영숙에게 말할 수 없었다.방민아가 오늘 밤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밖에 흘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이를 어기면 아이를 만나게 해주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었다.“괜찮아요, 언니. 정말 아는 손님이라니까요.”소원은 모호하게 대답하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그러자 영숙은 ‘그래’라고 짧게 대답하며 비웃듯 말했다.“넌 이제 네 멋대로 하는구나. 내가 상관할 수 없겠네.”소원은 피식 웃었다.“그럴 리가요. 언니가 저를 이 일로 이끌어주셨잖아요. 하루라도 스승이면 영원히 스승인데 제가 언제 영숙 언니 말 안 들은 적 있나요?”이 말을 듣고 영숙은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 이렇게 말재간이 좋은 애인 줄 몰랐네.”“스승이니 뭐니 하지 마. 내 밑에 평생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조금 안정되면 얼른 나가.”사실 영숙은 방민아와 관련된 일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래서 그는 방민아가 나중에 유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유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방민아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그녀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 믿었다.“필요 없어. 임 교수님에게 빨리 수술 일정 잡아달라고 해줘.”육경한이 결혼을 위해 결단을 내린 건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속임수에 휘말려 또 다른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그는 다른 사람이 낳지 않은 아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소종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육경한은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그의 마음이 완전히 굳었다는 것을 의미했다.육경한이 결정한 일은 아무도 바꿀 수 없었다.다만 소종은 이런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재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 소종조차도 대를 이을 아이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별을 떠나 건강한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었다.어쩌면 대를 잇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을 살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육경한의 방식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그럼에도 소종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전화를 걸기 위해 소종이 막 나가려다가 육경한이 불러 세웠다.“잠깐.”“무슨 일이세요?”육경한은 말했다.“이 소식을 민아 씨에게 알려.”소종은 잠시 멍해졌다.‘정관 수술 한다는 걸 예비 신부에게 알리라고? 이건 결혼하기 전에 도망가라고 부추기는 일 아닌가?’그러나 육경한의 목적은 방민아를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다.이전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평생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말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방민아더러 함께하자고 했다.그러자 방민아는 주저 없이 동의했다.육경한이 방민아에게 난관 수술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은 건 이것이 신체에 손상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결혼을 약속한 상대라면 충분한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스스로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이번에 소종을 통해 이 소식을 흘린 건
남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었고 표정조차 변화가 없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소종이 입을 열었다.“소원 씨가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제가 거절했습니다. 작은 도련님이 간신히 밝아졌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육경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소종의 말을 묵인하는 듯 말이다.이제 됐다 싶어 소종은 긴 숨을 내쉬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육경한이 이번에 얻은 상처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다친 그가 이제는 소원에 대해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지금과 같이 냉정한 사람은 마음이 다치면 자신을 철저히 닫아버린다.육경한의 모습은 그야말로 심장이 죽은듯한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남자는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이제 마음도 몸도 여기 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붙잡는 건 양쪽 모두를 아프게 할 뿐이었다.소원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서현재 역시 제대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육경한이 많이 참은 셈이었다.육경한이 물어보지 않았기에 소종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소종이 대신 육경한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여러 번 말을 해봤지만 소원은 전혀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그게 진정 사람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드는 일이었다.소종은 소원이 방민아가 유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유진의 상태를 더 꼼꼼히 살피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방민아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다만 소종은 방민아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잠시 좋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 할 수는 없었다.오래도록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방민아 씨가 과연 유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대할 수 있을까? 자기 아이를 갖게 되면 유진이에 대한 태도가 변하진 않을까?’소종이 이런저런 생
소원은 방민아와 이런 복잡한 말싸움을 하는 걸 정말 싫어했다.연기를 하듯 감정을 숨기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었다.“방민아 씨, 아주머니를 만나볼 수는 없나요?”“그건... 방금 경한 씨한테 전화했잖아요? 경한 씨가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소원 씨.”방민아는 곤란하고 미안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사실 소원이 대문 앞에서 보인 모든 행동을 방민아는 창가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소원이 육경한에게 전화를 걸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끝내 허락받지 못한 모습을 보며 방민아는 확신했다.이제 자신이 육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고.방민아는 속으로 생각했다.‘다행히 연주의 말을 믿고 소원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어. 그냥 현명한 아내이자 자상한 엄마처럼 행동했더니 효과가 좋네. 경한 씨도 이제 나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었어. 소원? 이제 별로 두려워할 존재도 아니지.’소원은 한숨을 삼키며 자세를 낮추어 물었다.“그럼... 유진이랑 통화라도 할 수 있을까요?”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대한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방민아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소원 씨, 그건 저도 힘들 것 같네요. 경한 씨가 소원 씨가 유진이와 접촉하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거절당한 소원은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했다.방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덧붙였다.“소원 씨, 제가 기회를 드리지 않는 건 아니에요. 오늘 밤 일하러 가세요. 기분이 좋으면 유진이를 만나게 해줄 수도 있죠.”이 말에 놀란 소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정말인가요?”“그럼요.”방민아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결국 경한 씨가 없을 땐 이 육씨 가문내 일이 다 제 손에 달려 있으니까요.”소원은 방민아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육경한은 집안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내부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좋아요. 하라는 대로 할게요. 하지만 유진이를 반드시 만나게 해줘야 해
소원은 필사적으로 몸을 버둥거렸지만 두 명의 건장한 보안요원을 이길 수는 없었다.보안요원은 그녀를 끌고 가면서 말했다.“저희도 이러고 싶진 않습니다. 저희는 월급 받는 대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누구도 괜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제발 좀 협조해 주세요.”소원은 필사적으로 외쳤다.“제 아이가 위험해요! 경찰 부를 거예요, 경찰 부를 거라고요!”그러자 보안요원은 피식 비웃었다.“지금 농담하세요? 작은 도련님은 매일 베란다에서 뛰어놀 만큼 건강해 보이는데 뭐가 위험하다는 겁니까? 혹시 망상증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에요?”이 말을 듣고 소원은 잠시 안도했지만 마음속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보안요원은 이어서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경찰이 이런 걸 받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신고해 보세요. 아마 처음에 잡혀갈 사람은 그쪽일 겁니다. 정신병원으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네요. 작은 도련님은 방민아 씨가 아주 잘 돌보고 있어요. 방민아 씨는 정말 좋은 새엄마예요. 얼마나 세심한지 매일 작은 도련님을 돌보러 오신다니까요.”소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방민아는 결혼 전까지는 유진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라면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소원은 방민아가 지금 아주머니를 건드린 것도 육경한의 반응을 떠보는 일환이라 확신했다.육경한이 아주머니의 병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유진이의 위험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아니, 육경한이 아주머니를 걱정하더라도 방민아의 속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물론 이 모든 것은 소원의 추측일 뿐이었다. 하지만 세상사란 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그녀는 속으로 다짐했다.만약의 가능성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갑자기 소원이 크게 외쳤다.“방민아 씨! 나와요! 방민아 씨, 당장 나와요!”보안요원이 그녀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소원은 두 보안요원의 손길을 뿌리치며 대문 앞으로 달려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며 계속 외쳤다.“방민아 씨! 방민아 씨!”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소원은 일부러 유진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혹여 유진이가 자극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유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달랐고 소원은 아이의 모든 것에 대해 항상 신중했다.소원은 입을 열어 크게 외쳤다.“백씨 아주머니! 백씨 아주머니, 계세요?”몇 번 부르지 않았는데 보안요원이 달려와 그녀를 막았다.“여기서 이렇게 소리치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주거 지역이에요. 계속 그러시면 강제로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보안요원의 말투는 점점 공손함을 잃어가고 있었다.상대가 까다로운 사람이든 아니든 겁낼 필요는 없었지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소원의 행동을 보니 그녀가 육 대표님과 친분이 깊을 리는 없어 보였다.만약 친분이 있었다면 이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 테고 육경한이 이미 문을 열어줬을 것이다.그러나 소원은 보안요원의 경고를 무시한 채 말했다.“오늘은 반드시 아주머니를 만나야 합니다. 아주머니 이름 부르는 게 싫다면 백해란 아주머니가 여기 계신지만 확인해 주시면 돼요. 확인만 해 주면 조용히 돌아가겠습니다.”보안요원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런 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저택 안에 들어가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이렇게 계속 소리 지르시면 지금 당장 내보낼 겁니다.”보안요원의 태도는 한층 강경해졌고 소원은 이를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아주머니와 연락이 끊겼어요. 걱정돼서 왔습니다. 오늘 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하면 저는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 그쪽들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 이렇게 하죠. 아주머니가 계신지 확인하고 그분이 저에게 전화만 주시면 저는 바로 떠나겠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어때요?”소원의 이 말은 어느 정도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타협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보안요원들은 상황을 재빨리 판단해야 했다.안으로 들어가 관리인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건 큰일이 아니었지만 이 여자를 억지로 끌어내렸다가 경찰에 신고라도
소원이 침묵할수록 소종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그에게 소원은 냉혹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입장이 다르니 소종은 당연히 소원의 관점에서 이 일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그는 답답함에 목소리를 높였다.“알겠습니까? 모든 더러운 일은 내가 했습니다. 대표님은 저에게 너무 폭력적이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그게 싫었습니다. 사업 세계는 깊은 수렁 같아서 독하지 않으면 발붙일 수 없어요! 그래서 전 자발적으로 대표님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 칼로 저를 찔러도 대표님의 미래를 위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갑자기 소종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제가 소원 씨가 대표님을 해치는 걸 가만히 두고만 보리라고 생각합니까?”소원은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소 비서님, 제가 육경한을 찾는 건 유진이 때문이에요.”지금 그녀는 육경한을 무너뜨릴 생각도 없었고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마음에는 오직 유진이의 안전만이 자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종은 이 말을 듣고도 비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이제 와서 아들을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아들을 위한다면 아이의 친아버지를 그렇게 대했으면 안 됐죠.”“우리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다른 남자였으면 그쪽은 벌써 백번은 죽었을 겁니다.”소원은 다급히 물었다.“소 비서님, 요즘 유진이는 누가 돌보고 있습니까?”그녀는 소종이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든 개의치 않았다.소종이 육경한에게 충성하는 만큼 유진이에게 해를 끼치도록 방치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소종은 잠시 찡그리며 대답했다.“방민아 씨가 돌보고 있습니다.”이 말에 소원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저는 유진이를 만나야 합니다. 지금 저 경원 저택 앞에 있습니다. 육경한에게 연락해서 제가 유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주세요. 지금 당장이요. 유진이가 걱정돼요.”소종은 콧방귀를 뀌었다.“뭐가 걱정된다는 거죠? 방민아 씨가 아주 잘 돌보고 있어요. 어제는 유진이를 데리고 대표님을 보러 오기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