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경악에 휩싸였다.“뭐라고 했어?!”원지민은 미친 듯한 표정으로 얼굴에 추악한 미소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네가 사랑하는 그 여자가 임신했어. 그리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네 아이일 거야...”그녀는 일부러 말을 끊으며 의미심장하게 남겼다.이미 이준혁이 원지민을 죽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이상 그녀도 가만히 머리를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차라리 끝까지 싸우고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든 후에 함께 망가져 버리는 편이 나았다.이준혁의 얼굴에 있던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한걸음에 원지민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원지민의 옷깃을 움켜쥐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야...”하지만 원지민은 미친 듯한 웃음을 지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준혁은 더욱 미친 듯이 그녀를 흔들며 소리쳤다.“말해! 그건 어떻게 안 거야!”그러나 원지민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마치 벙어리가 된 것처럼 그저 섬뜩한 웃음소리만 낼 뿐이었다.“하하하하하...”마치 자신만 알고 있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정말로 기뻐하는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원지민은 진정으로 기뻤다.그녀가 아는 바에 따르면 윤혜인은 한구운이 사람을 시켜 다시 끌어온 상태였다.어쩌면 모든 일이 이렇게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두려움보다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윤혜인이 이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원지민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이준혁은 원지민이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혼란스러웠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의 판단으로도 원지민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혜인이는 왜 임신했으면서 나에게 알리지 않았지?’하지만 이준혁은 이 기간 동안 원지민과 에단 찰스를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런 이유로 윤혜인이 말하지 않은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그가 알고 있어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이준혁은 그저 윤혜인의 미래를 최대
“하!”이준혁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너 정말 내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거지? 그래야 에단 찰스가 오면 네가 혐의를 벗을 수 있으니까.”원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준혁은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벌레 같았다. 그녀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냈으니 말이다.곧 이준혁은 손을 뻗었으나 원지민에게 닿지는 않았다.그러고는 마치 거리를 두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시늉만 하며 말했다.“원지민, 꿈도 꾸지 마. 내 아이와 혜인이, 그리고 내 어머니가 받은 상처가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원지민은 그 말에 온몸이 소름 돋았다. 마치 독이 있는 전갈이 그녀의 머리 위를 기어 다니며 언제든지 찌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너...”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창문이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원지민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안으로 뛰어들었다.“짝짝짝!!!”큰 박수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그들의 앞에 선 사람은 바로 에단 찰스였다. 그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리고 비꼬듯이 말했다.“두 분 정말... 애정이 넘치네요!”그 순간, 공간은 마치 지옥으로 변한 듯 차갑고 끔찍한 공포로 가득 찼다.눈이 휘둥그레진 채 실 같은 공포에 원지민은 온몸이 칭칭 감겨있었다.“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요...”떨리는 목소리는 원지민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찰스 같은 피에 굶주린 광인을 마주하는 사람은 누구든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었다.이때, 이준혁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그는 원지민 앞에 서서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에단 찰스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당신 누구야?”그는 마치 최고의 남편인 척 애절하게 말했다.“이 사람 해치지 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한테 하라고.”“쿵쿵!!”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각각 이준혁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웁!”이준혁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
이준혁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원지민이 미친 사람처럼 절규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원지민이 이렇게 소리칠수록 에단 찰스는 그녀가 죄를 회피하려 한다는 확신이 더 들었다.분명히 원지민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알고 있었다.그들은 과거에 여러 차례 협력한 적이 있었고 특히 원지민이 원진우를 통해 에단 찰스와 여러 번 거래를 했었으니 말이다.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이준혁을 제압했다.한편으로는 이준혁이 일부러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의 말 때문에 이준혁은 원래 계획했던 것들을 변경해야만 했다.그는 이전까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갑자기 그렇게 무모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김성훈의 말에 따르면 이준혁에게는 아직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한다.최악의 경우 원지민이 가진 영약을 먹고 조금 더 시간을 버티고 싶었다.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서 그 아이를 한 번이라도 보고 죽고 싶었다. 그게 이준혁의 유일한 바람이었다.하지만 그는 윤혜인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며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그녀와 아이를 지켜볼 생각이었다.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그녀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이러한 이유로 이준혁은 에단 찰스를 잡으려는 특수 요원들의 계획을 더욱 강하게 지원하고 있었다.에단 찰스만 사라진다면 윤혜인과 아이들의 안전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원래 플랜 A를 사용해 에단 찰스를 체포하기로 특수 요원들과 합의했으나 에단 찰스는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세력은 이미 특수 요원의 눈을 피해 결혼식장에 폭탄을 설치할 만큼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그리고 그들이 결혼식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준혁과 특수 요원들 사이의 은밀한 통신 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에단 찰스 측에서 교란 장비를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이준혁은 에단 찰스의 모든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폈다.에단 찰스의 성격상 지금 당장 원지민을 죽이지
그 망치 한 방이 마치 원지민의 심장을 직접 내려친 듯한 고통을 주었다.평소 철저히 관리해 온 그녀의 얼굴은 이제 두려움과 추악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고통의 순간 그녀는 혀를 깨물어 자살할 뻔했지만 순간적으로 손목을 대신 깨물어 그 극심한 통증을 참아냈다.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에단 찰스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사람을 고문할 때 그 남자는 치밀하고 잔혹했다.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벌어져 원지민에게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입에서는 단지 고통에 찬 비명만이 터져 나왔다.못이 발에 박히는 생생한 감각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고 그녀는 거의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그 순간, 원지민의 눈앞에 마치 환영처럼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그녀에게 몸을 낮추며 다가오고 있었다.“아가씨...”그러자 원지민은 어렵사리 입을 뗐다.“...임호.”하지만 손을 뻗자 그 남자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또 다른 장면이 보였다. 희미한 연기 속에서 임호의 발은 유리 조각에 찔려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고통을 참으며 원지민을 등에 업고 걸었다.그것은 그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장면이었다.임호는 목숨을 걸고 폭발 직전의 차에서 원지민을 끌어냈다.두 발이 모두 차창에서 떨어진 유리에 찔려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 장면은 지금도 원지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임호에게는 오직 ‘아가씨’만이 중요했다.이제 원지민은 임호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그 헌신적인 남자를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은 바로 원지민 자신이었다.임호는 결국 그녀의 명령에 따랐고 이제 원지민은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그랬다면 지금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랐다.눈앞의 에단 찰스는 마치 악마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또 다른 녹슨 못을 집어 들고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원지민의 다른 발을
지금 그의 모든 플레이는 에단 찰스에 의해 감시되고 있었다.윤혜인이 어떻게 여기에...“에단 님, 저 사람 전처가 이 건물에 있어요. 오늘 제가 몰래 종업원을 시켜서 안에 가뒀는데 아마 도망가지 못했을 거예요.”“에단 님, 이건 그저 에단 님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단일 뿐이에요. 저를 믿으시나요? 아니면 이 남자를 믿으시나요? ”그녀는 주저없이 에단의 편을 들면서 이준혁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이 사람의 목적은 에단 님을 잡아 죽이는 것이에요.”에단 찰스는 손을 뻗어 두건을 짚었다. 그리고 이준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두 검은 옷차림인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이준혁의 손을 묶은 후 몸을 일으켜 두 개의 창구를 살피러 갔다.10초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당황하여 대답했다."주인님, 큰일 났어요. 밖에 아직 많은 메모가 있어요.”에단 찰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그림자들에게 즉시 알려.”그림자 팀은 에단 찰스가 데려온 팀이다.그들은 전부 찰스 가문의 용사들이다.“네.”검은 옷차림의 사람은 장비를 꺼내 밖의 동료들을 호출했다.원지민은 이 기회를 잡아 흐느끼며 말했다.“에단 님, 저 사람은 제가 시달리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한을 풀려면 차라리...”원지민은 매 한마디 속에 원한이 담겨있었다.“저자의 아이를 직접 가져다주면 더욱 한을 풀 수 있지 않겠나요?”“...”말이 떨어지고 족히 몇십 초는 되었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원지민의 악독함에 사람들은 충격에 모두 말을 잇지 못하였다.에단 찰스만 피식 미소를 지었다.“지민 씨는 나와 같은 생각이네.”우당탕.에단이 들고 있던 망치가 윈지민의 발밑에 떨어졌다.“아!!”원지민은 방금 고통에 가슴이 떨렸고 놀라움에 비명을 질렀다.“하하하...”에단 찰스는 토끼처럼 겁이 많은 윈지민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뒤에서 갑자기 가벼운 코웃
“내가 잘못 말했나?”이준혁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여는 것을 보면 무릎뼈가 깨진 것도 그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는 그저 그가 매우 잘 참을 뿐이었다.기둥에 양손을 뒤로 묶이고 무릎뼈가 부러져도 그는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대신 온전한 무릎을 반쯤 굽히고 등을 꼿꼿이 세우며 강인하게 굴하지 않는 태도였다.“뱀파이어 같은 유명한 사람이 전부터 수법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소문을 들었어. 근데 어찌 여인이 목숨을 구해달라는 말을 믿고 동요할 수 있어?”그는 방금 원지민이 한 말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는 순전히 도망갈 핑계를 찾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원지민의 얼굴은 확 붉어졌다.‘이 괘씸한 남자 같으니라고!’이준혁의 눈빛에서는 한기가 돌며 비아냥거렸다.“그러니 이제 소문도 믿을 수 없군.”이 말에 자극을 받은 에단은 휙 하고 돌아 품에서 권총을 꺼내 반격하려고 하였다.원지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뒤를 겨누고 있었다.“나를 놀려먹은 대가는 단 하나뿐이야.”에단 찰스는 차갑게 말했다.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강렬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총구의 위치는 마침 원지민의 두뇌 중심까지 정확하게 와 닿았다.원지민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거의 1초라도 더 버티면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당황하며 말했다.“아뇨아뇨... 에단 님, 저를 믿어주세요... 저 이는 단지 자기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요.”그러자 방금 그림자들을 부르러 갔던 검은 옷차림인 사람이 달려들어와 말했다.“주인님, 흑기사들이 모두 연락이 끊겼어요.”연락 두절이라니...지금 연락이 끊긴 것은 분명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아마 그가 데려온 그림자 팀은 모두 한국 첩보원들에 의해 제거되었을 것이다.그러자 그는 바로 총을 돌려서 이준혁의 이마에 갖다 댔다.“흥. 너지?”이준혁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여기는 인터내셔널 호텔센터이야. 3m 간격으로 CCTV가 설치돼 있어 CCTV를 망가뜨려도
“걱정하지 마. 여자를 찾은 후에 네가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할게. 하지만?”남자는 멈칫하더니 잠시 후 하얀 이를 드러내더니 웃으며 말했다.“지민 씨가 날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네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낼 거야.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원지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에단은 더 호탕하게 웃었다.“지민 씨 무서워하지 말고. 그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일걸?”원지민은 이빨을 떨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에단 님, 안심하세요. 저는 에단 님을 속이지 않았어요. 절대로요.”에단 찰스는 총을 원지민의 턱에 갖다 대고 말했다.“자기야, 이제 알려줄래?”에단 찰스의 친절함은 매번 치명적이었다.원지민은 말을 더듬거렸다.“여자는 8층의 8019호실에 있어요... 제가 직접 확인해서 잠근 건데 절대 틀리지 않을거예요.”“그래. 내가 여자를 찾으면 다시 돌아와서 너에게 상을 줄게. 자기는 이 남자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에단 찰스는 계속 물었다.“눈 아니면 입술? 음... 혹시 섹시한 목젖? 지민 씨가 좋아하는 곳이면 내가 다 잘라서 감사 인사로 선물해줄게. 어때?”원지민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그가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에단 찰스의 수단을 보고 그녀는 자괴감이 들었다.에단 찰스는 정말 살인을 재미로 삼는 것 같았다.에단 찰스는 원지민이 겁에 질린 기색을 보며 만족스럽게 일어나 두 부하에게 분부했다.“너는 서쪽 창가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저들 첩보원이 우리 흑기사들을 건드렸으니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고 우리도 그들에게 선물을 줘야지.”“너는 이 두 사람 잘 보고 있어. 난 아가씨를 잠깐 만나고 올게.”에단 찰스가 이 말을 할 때 눈빛은 이준혁에게 향했다.하지만 이 남자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위장이 깊은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지 도무지 알아챌 수가 없었다.그는 그 여자를 잡으면 이준혁이 여전히 지금처럼 침착할 수 없다고 믿었다.그
“저의 대표님 전처예요.”지휘관은 물었다.“건물 안에 있던 상관이 없는 사람들은 이미 대피했는데 어떻게 안에 있었나요?”“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과 연락해야 알 수 있어요. 사모님과 연락이 닿은 후에도 지휘관님과 어떻게 계속 계획을 세워야 할지 협의가 필요하므로 제가 무례하게 찾아왔네요.”지휘관이 위성 정보를 확인한 후 주훈이 말한 사람은 실제로 건물 안에 나타났다.두 시간 전 그들은 악랄하고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뱀파이어같은 에단 찰스가 인터내셔널 호텔센터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현장에서 그들은 호텔센터의 인파에 관심을 가졌고 다행히 모두 안전하게 철수했다.원래는 제보자도 함께 철수하라는 취지였다.하지만 제보자는 에단 찰스의 목표가 자신이며 이미 늦었다고 알려왔다.그는 안에서 그들의 체포를 돕고 있었다.원래는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놓았는데 에단 찰스가 그들 눈앞에서 호텔센터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이제 제보자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사태가 긴박하여 한시도 늦출 수 없었다.그는 주훈에게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그쪽이 연결해 주세요.”주훈은 그 위성 전화를 걸었다.윤혜인의 휴대전화는 특수 제작된 것으로 특별한 경우 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방해받지 않고 위성 전화를 걸 수 있었다.전화의 단조로운 '뚜뚜'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렸다.하지만 저쪽에서 받지 않았다.방 안에서 윤혜인은 귀를 막고 침대 모서리와 벽면의 삼각 지대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방금 그 폭발은 고막을 찢을 정도였다.다행히 그녀는 방금 자고 있었고 방음이 잘 된 방에서 이불을 덮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충격으로 기절하여 생명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여파가 지나가자 공기 안은 온통 연기 냄새로 자욱했다.윤혜인은 순간 이것은 지진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오후에 그녀는 방에서 티비를 보다가 한구운이 등장하자 갑자기 화면을 꺼버렸다.윤혜인은 결혼식이 호텔에서
소종은 육경한이 아이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교도소 안에 있을 때 육경한은 모든 사람들의 면회를 거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두 아이를 그리워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타세요, 대표님.”소종이 침묵을 깨며 한마디 했다.육경한이 차에 타자 소종은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가족이 소 대표님을 잘 돌봐주셨어요.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그리고 김 대표님도 하정이와 유진이를 돌봐주셨어요... 그리고 윤혜인 사모님의 오빠가 8년 전에 결혼했어요. 집 가정부의 딸 구지윤 씨와 결혼했어요. 처음에 할아버지가 많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딸을 낳으면서 할아버지도 받아들이셨고요... 아, 참. 예전에 소 대표님과 친하게 지냈던 여경 강민혜 씨, 기억하시죠? 소 대표님의 친동생이었더라고요. 당시 소 대표님의 어머니가 과다 출혈로 위독하셨을 때 그 여경이 수혈해 줬거든요. 소 대표님이 두 사람의 혈액형이 같은 것을 알고 친자 확인을 했더니 강민혜 씨가 정말 친동생이었어요. 예전에 도둑맞아 죽었다고 알려졌던 아이가 사실은 살아 있었던 거죠...”소종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호화로운 호텔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육경한을 위해 환영회를 준비한 듯했다.육경한이 말했다.“이런 거 필요 없어.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아. 그냥 쉬고 싶어.”그러자 소종이 바로 말했다.“안 돼요. 오늘 식사 자리에는 꼭 가야 해요.”황진수도 말했다.“맞아요, 육경한 씨. 소소하게 준비한 것이니 우리 마음을 봐서라도 꼭 참석해 주세요.”마지못해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호텔 룸에 들어간 순간 방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예쁜 소녀가 육경한에게 다가오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고 말했다.“그쪽이 우리 아빠예요?”자신과 닮은 소녀의 눈매에 육경한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육하정이 계속 말했다.“엄마가 말했어요. 아빠가 잘못을 저질러
법정 안, 판사가 선고했다.“피고인 육경한, 살인죄로... 그러나 피해자와의 갈등 관계를 고려하고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여 본 법정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육경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대표님...”방금 깨어나서 법정에 나와 주석훈의 살인을 증언한 소종은 울며 육경한을 불렀다.뒤에 서서 두 달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아기의 얼굴과 핑크색 이불을 본 육경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더 이상 소원에게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소종을 보며 한마디 했다.“잘 돌봐줘.”육경한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캐치한 소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15년 후, 구치소 대문 앞.15년 전 입소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온 육경한은 여전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었다.교도소에 있는 동안 좋은 표현 덕분에 감형을 받아 조기 출소했다.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육경한의 얼굴에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깊고 온화한 매력을 내뿜었다.구치소 밖에서는 황진수와 소종이 육경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종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를 붙잡고 울었다.“대표님, 고생 많으셨어요!”키가 185cm나 되는 팔이 하나뿐인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대표님...”옆에 있던 황진수가 육경한에게 담배를 건네자 담배를 받은 육경한은 깊게 빨아들인 뒤 말했다.“내 재봉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나중에 너희들에게 옷 한 벌 만들어 줄게.”소종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슬픈 분위기가 육경한의 한 마디에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종이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기대하고 있을게요.”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꺼져.”먼 곳을 바라본 육경한은 소종과 황진수 외에 그를 맞이하러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왠지 실망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그녀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결코 좋은
“두 번째 것을 선택할게.”죽어도 소원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 육경한이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대답했다.“허허, 육 대표가 소원을 정말 많이 아끼나 봐.”주석훈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그럼 시작하지. 육 대표,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소녀의 이름이 뭔지 기억나?”자리에 얼어붙은 육경한은 주석훈이 혹시라도 소원을 해칠까 봐 바로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덫이 ‘탁탁’ 소리를 내며 그의 두 다리를 집었고 이내 피가 철철 흘렀지만 육경한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몰라.”손에 칼을 움켜쥔 주석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 소녀의 이름은 수정이야. 육 대표처럼 모든 지원을 다 받아 치료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큰 고통 속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육경한이 입을 열었다.“그 교통사고에서 소녀가 죽은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우리 미우 그룹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 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치료한 이유는 대동맥이 눌러져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소녀도 나와 똑같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 후에 소녀의 가족에게 위로금도 보냈어.”육경한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소녀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녀의 부모님이 통곡하는 모습을 본 육경한은 소종을 시켜 소녀의 가족에게 2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주석훈이 매서운 눈빛을 내뿜으며 큰소리로 외쳤다.“어쨌든 넌 살아남았고 나의 수정이는 떠났어. 아무도 우리 수정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주석훈은 더 이상 게임 따위 생각하지 않은 채 미친듯이 울부짖었다.“너희들은 모두 냉혈 인간들이야. 너희들은 죽어도 싸!”말을 마친 주석훈이 칼을 휘둘러 소원의 배를 찌르려 하자 육경한은 재빨리 몸을 날려 자신의 종아리로 칼을 막았다.소원을 밀어낸 육경한은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주석훈과 맞붙었다.팔다리가 멀쩡한 주석훈은 이내 다리가 다친 육경한보다 우위를 점했다.도우려고 한 발 나선 소
이후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소원의 입에 물린 천을 빼주며 말했다.“어떻게 여기에!”소원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를 계속 도와주던 주석훈이었다!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의심한 적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의 여자친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과는 원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주석훈이라니...“소원, 많이 놀랐지?”가면을 벗어 던진 주석훈은 마치 조금 전까지 잔인했던 사람이 본인이 아닌 듯 아주 평온해 보였다.“왜... 이렇게까지?”소원은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왼손을 사용해 물건을 잡는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너였어!”소원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상철 삼촌과 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너! 맞지?!”주석훈은 부인하지 않았고 그의 표정 또한 모든 걸 말해주듯 가볍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소원, 그 사람들은 죽어도 싼 사람들이야. 그들이 죽었으니 네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공모해서 네 아버지를 죽였잖아?”“아니야!”소원은 단호하게 부정했다.“그 사람들은 단순히 조종당한 희생양일 뿐이야. 내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너였어?! 넌 그냥 증거 인멸을 한 거야!”“소원, 정말 똑똑하네?!”칭찬하듯 한마디 한 주석훈의 말에 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올라 외쳤다.“왜! 아빠가 뭘 잘못했다고 죽인 건데?!”주석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네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이유? 알고 싶어? 나와 육경한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야.”“그게 아빠와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고?”주석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진용이 죽어야만 너와 육경한의 갈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넌 내 손에 있는 최고의 무기야. 넌 육경한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 존재지. 지난 5년 동안, 본인만의 원칙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깨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소원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남자의 방향으로 걸어가자 남자는 다친 전미영을 바닥에 내던졌다.전미영은 이미 의식을 잃었기에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소원은 체념한 듯 보였지만 사실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몰래 반지 속의 장치를 작동시켰다.이내 독이 묻은 바늘로 남자의 팔을 찌르자 팔이 곧바로 마비되기 시작한 남자는 저린 감각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망할 년! 감히 날 속여?”남자는 분노하며 소원을 발로 걷어찼다.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돌린 소원은 엉덩이가 세게 걷어차인 바람에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다행히 앞에 소파가 있었기에 소파를 붙잡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있는 힘껏 소리쳤다.“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그러나 남자가 바로 달려와 순식간에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최면제의 효과가 서서히 올라옴과 동시에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몇 발의 총성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이 들렸다.소원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엄마를 구해 주세요...’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목걸이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점점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희미하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운송 차 안인 듯한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입안에는 천이 틀어막혀 있었고 팔도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순간 소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가면을 쓴 남자에게 끌려온 것이다.주위에 전미영이 보이지 않자 소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가 같이 끌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엄마를 병원으로 옮겼을 거야. 그러면 희망이 있어.’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속으로 행운을 빌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납치범에 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이 밀려왔다.‘이 사람은 대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지?’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안에 있는 소원은 졸음이 밀려왔다.임신 후기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극심한 피
육경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그 여경을 찾아서 같이 있도록 해. 이 사람이 아직도 쇼핑몰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 나도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소원은 순간 숨을 죽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을 응시했다.바로 앞에 하얀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한 중년 여성을 붙잡고 있었다. 그 중년 여성이 바로 모두가 찾는 전미영이었다.육경한의 말대로 그녀의 엄마는 정말 여기에 있었다.육경한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계속 들렸지만 소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미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면을 쓴 이 교활한 남자는 사람을 쇼핑몰 안에 붙잡아둔 채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짜 번호판 차량은 아마도 이 남자가 미리 파놓은 함정일 것이다.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똑똑한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았다.가면 쓴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소원에게 말을 하지 말고 전화를 끊으라는 뜻을 내비쳤다.자기 엄마가 상대방의 손에 있기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가면을 쓴 남자가 그녀에게 한마디 지시했다.“전화기를 꺼서 이쪽으로 던져.”소원은 남자의 말대로 순순히 전화기를 끄고 그의 앞에 던진 후 한마디 물었다.“누구세요? 지금 뭘 원하는 거예요? 제발 우리 엄마만 해치지 마세요!”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소원은 남자를 향해 두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상대방이 엄마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말을 하면서도 소원은 몰래 주변을 관찰했다. 가면 쓴 신비로운 남자는 정말 교묘한 장소를 선택했다.화장실은 휴게실 제일 안 쪽에 있었고 뒤쪽에 있는 창문과 거리가 가까웠다.남자는 전미영을 붙잡고 입구 쪽에서 소원과 정면으로 마주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좁은 포위망이 형성되어 소원을 한 구석에 가둘 수 있다.남자는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권총 비슷한 것
강민혜는 즉시 지시를 내려 이 수상한 차량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했다. 육경한이 회사의 위기 대응팀과 협력해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그들은 이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찾아냈다.육경한은 즉시 차량을 출동시켜 추적하도록 했지만 소원더러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현재 상대방의 목표가 소원의 엄마가 아니라 임신 중인 소원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게다가 차량 추격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소원 같은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차량 추격에 참여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본인까지 안 좋은 상황이 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 된다.육경한의 부탁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육경한은 회사 경호원 한 팀을 불러 상대방의 차량을 추적하도록 했다.쇼핑몰에 남아 있는 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원을 경호했다. 소원의 걱정을 덜기 위해 육경한도 차량 추적에 나섰다.이렇게 되어 여러 대의 차량이 CCTV에 찍힌 그 검은 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소원은 쇼핑몰의 휴게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심박 수가 빨라져 의사가 와서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몸에도 해로울 뿐만 아니라 조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소원이 걱정된 강민혜는 현장에 남아 그녀를 달랬고 소원이 화장실에 갈 때도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다.소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고 강민혜도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큰 고비도 넘겼는데 별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경찰과 육 대표님이 모두 추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본인이 아무리 불안해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육경한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자꾸 구역질이 났다.이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육경한이었다.당황한
육경한이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 장모님은?”“엄마가 사라졌어...”소원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충돌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전미영은 그녀 곁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일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전미영이 사라졌다.전미영은 걸을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하지 못하고 지능도 두세 살 아이 수준인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소원이 급히 찾으러 가려 하자 육경한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너무 급해 하지 마. 우선 CCTV를 보자. 경호원들에게 찾으라고 했어. 네가 걷는 것보다 경호원들이 움직이는 게 빨라.”소원도 육경한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엄마를 찾아야 했다. 절대 당황하면 안 되었다.두 사람이 CCTV 실로 향했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전미영이 사라지는 영상을 찾아냈다.영상을 보니 전미영은 처음에는 경호원의 뒤, 소원 곁에 서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말싸움이 일어나면서 그 남자가 경호원과 몸싸움을 하려 하자 경호원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소원과 육경한 주변으로 몰렸다.그러면서 전미영은 자연스럽게 뒤에 갔다. 원래대로라면 전미영도 별일 없어야 했지만 무슨 일인지 전미영이 갑자기 혼자 모퉁이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그곳에 그녀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불과 7, 8걸음 되는 모퉁이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한편 소원과 육경한에게 정신이 팔린 경호원들은 전미영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미영이 뒤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다음 모퉁이의 CCTV에는 소원이 비상구로 들어가는 것이 찍었다. 계단에 CCTV가 없었고 출구에 CCTV가 한 대 있었지만 전미영의 모습은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즉 전미영이 출구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면 유일한 통로는 지하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출구의 CCTV가 때마침 고장이 나 있어 전미영이 그 출구로 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전미영이 실종된 지 불과 몇 분, 실종자를 한 시간 이내에
두 모자가 가식적으로 불쌍한 척하며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한 것을 안 사람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모자를 제일 먼저 도우려고 나섰던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소원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눈이 어두웠네요.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는 정말 톡톡히 교육해야 해요. 얼마든지 책임을 물으세요.”주변 사람들도 같은 입장이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본인이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를 만난다면 분명 화가 날 것이다.게다가 이 모자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아들은 말썽을 부리고 엄마는 말재주를 발휘해 변명했다. 누구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로 화가 날 것이다.구경꾼들이 흩어진 후 육경한은 두 모자의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아이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시킨 거야?”엄마가 아이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우리 애가 장난친 거예요.”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왜 이래요... 우리가 그냥... 사과할게요... 아이고,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한지...”그들은 완전히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이상해 보였다.조금 지친 소원이 육경한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됐어, 이만 가자.”“1분만 기다려.”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육경한은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압박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너를 시켰는지 말해. 안 그러면 바로 고소할 테니까.”겁이 많은 아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더니 이내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저씨가...”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이 아이의 엄마를 밀어내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똑바로 말해!”“어떤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부딪히면 엄마에게 100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러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