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경악에 휩싸였다.“뭐라고 했어?!”원지민은 미친 듯한 표정으로 얼굴에 추악한 미소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네가 사랑하는 그 여자가 임신했어. 그리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네 아이일 거야...”그녀는 일부러 말을 끊으며 의미심장하게 남겼다.이미 이준혁이 원지민을 죽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이상 그녀도 가만히 머리를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차라리 끝까지 싸우고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든 후에 함께 망가져 버리는 편이 나았다.이준혁의 얼굴에 있던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한걸음에 원지민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원지민의 옷깃을 움켜쥐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야...”하지만 원지민은 미친 듯한 웃음을 지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준혁은 더욱 미친 듯이 그녀를 흔들며 소리쳤다.“말해! 그건 어떻게 안 거야!”그러나 원지민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마치 벙어리가 된 것처럼 그저 섬뜩한 웃음소리만 낼 뿐이었다.“하하하하하...”마치 자신만 알고 있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정말로 기뻐하는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원지민은 진정으로 기뻤다.그녀가 아는 바에 따르면 윤혜인은 한구운이 사람을 시켜 다시 끌어온 상태였다.어쩌면 모든 일이 이렇게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두려움보다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윤혜인이 이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원지민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이준혁은 원지민이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혼란스러웠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의 판단으로도 원지민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혜인이는 왜 임신했으면서 나에게 알리지 않았지?’하지만 이준혁은 이 기간 동안 원지민과 에단 찰스를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런 이유로 윤혜인이 말하지 않은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그가 알고 있어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이준혁은 그저 윤혜인의 미래를 최대
“하!”이준혁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너 정말 내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거지? 그래야 에단 찰스가 오면 네가 혐의를 벗을 수 있으니까.”원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준혁은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벌레 같았다. 그녀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냈으니 말이다.곧 이준혁은 손을 뻗었으나 원지민에게 닿지는 않았다.그러고는 마치 거리를 두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시늉만 하며 말했다.“원지민, 꿈도 꾸지 마. 내 아이와 혜인이, 그리고 내 어머니가 받은 상처가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원지민은 그 말에 온몸이 소름 돋았다. 마치 독이 있는 전갈이 그녀의 머리 위를 기어 다니며 언제든지 찌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너...”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창문이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원지민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안으로 뛰어들었다.“짝짝짝!!!”큰 박수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그들의 앞에 선 사람은 바로 에단 찰스였다. 그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리고 비꼬듯이 말했다.“두 분 정말... 애정이 넘치네요!”그 순간, 공간은 마치 지옥으로 변한 듯 차갑고 끔찍한 공포로 가득 찼다.눈이 휘둥그레진 채 실 같은 공포에 원지민은 온몸이 칭칭 감겨있었다.“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요...”떨리는 목소리는 원지민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찰스 같은 피에 굶주린 광인을 마주하는 사람은 누구든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었다.이때, 이준혁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그는 원지민 앞에 서서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에단 찰스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당신 누구야?”그는 마치 최고의 남편인 척 애절하게 말했다.“이 사람 해치지 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한테 하라고.”“쿵쿵!!”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각각 이준혁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웁!”이준혁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
이준혁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원지민이 미친 사람처럼 절규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원지민이 이렇게 소리칠수록 에단 찰스는 그녀가 죄를 회피하려 한다는 확신이 더 들었다.분명히 원지민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알고 있었다.그들은 과거에 여러 차례 협력한 적이 있었고 특히 원지민이 원진우를 통해 에단 찰스와 여러 번 거래를 했었으니 말이다.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이준혁을 제압했다.한편으로는 이준혁이 일부러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의 말 때문에 이준혁은 원래 계획했던 것들을 변경해야만 했다.그는 이전까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갑자기 그렇게 무모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김성훈의 말에 따르면 이준혁에게는 아직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한다.최악의 경우 원지민이 가진 영약을 먹고 조금 더 시간을 버티고 싶었다.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서 그 아이를 한 번이라도 보고 죽고 싶었다. 그게 이준혁의 유일한 바람이었다.하지만 그는 윤혜인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며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그녀와 아이를 지켜볼 생각이었다.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그녀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이러한 이유로 이준혁은 에단 찰스를 잡으려는 특수 요원들의 계획을 더욱 강하게 지원하고 있었다.에단 찰스만 사라진다면 윤혜인과 아이들의 안전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원래 플랜 A를 사용해 에단 찰스를 체포하기로 특수 요원들과 합의했으나 에단 찰스는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세력은 이미 특수 요원의 눈을 피해 결혼식장에 폭탄을 설치할 만큼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그리고 그들이 결혼식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준혁과 특수 요원들 사이의 은밀한 통신 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에단 찰스 측에서 교란 장비를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이준혁은 에단 찰스의 모든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폈다.에단 찰스의 성격상 지금 당장 원지민을 죽이지
그 망치 한 방이 마치 원지민의 심장을 직접 내려친 듯한 고통을 주었다.평소 철저히 관리해 온 그녀의 얼굴은 이제 두려움과 추악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고통의 순간 그녀는 혀를 깨물어 자살할 뻔했지만 순간적으로 손목을 대신 깨물어 그 극심한 통증을 참아냈다.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에단 찰스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사람을 고문할 때 그 남자는 치밀하고 잔혹했다.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벌어져 원지민에게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입에서는 단지 고통에 찬 비명만이 터져 나왔다.못이 발에 박히는 생생한 감각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고 그녀는 거의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그 순간, 원지민의 눈앞에 마치 환영처럼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그녀에게 몸을 낮추며 다가오고 있었다.“아가씨...”그러자 원지민은 어렵사리 입을 뗐다.“...임호.”하지만 손을 뻗자 그 남자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또 다른 장면이 보였다. 희미한 연기 속에서 임호의 발은 유리 조각에 찔려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고통을 참으며 원지민을 등에 업고 걸었다.그것은 그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장면이었다.임호는 목숨을 걸고 폭발 직전의 차에서 원지민을 끌어냈다.두 발이 모두 차창에서 떨어진 유리에 찔려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 장면은 지금도 원지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임호에게는 오직 ‘아가씨’만이 중요했다.이제 원지민은 임호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그 헌신적인 남자를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은 바로 원지민 자신이었다.임호는 결국 그녀의 명령에 따랐고 이제 원지민은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그랬다면 지금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랐다.눈앞의 에단 찰스는 마치 악마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또 다른 녹슨 못을 집어 들고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원지민의 다른 발을
지금 그의 모든 플레이는 에단 찰스에 의해 감시되고 있었다.윤혜인이 어떻게 여기에...“에단 님, 저 사람 전처가 이 건물에 있어요. 오늘 제가 몰래 종업원을 시켜서 안에 가뒀는데 아마 도망가지 못했을 거예요.”“에단 님, 이건 그저 에단 님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단일 뿐이에요. 저를 믿으시나요? 아니면 이 남자를 믿으시나요? ”그녀는 주저없이 에단의 편을 들면서 이준혁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이 사람의 목적은 에단 님을 잡아 죽이는 것이에요.”에단 찰스는 손을 뻗어 두건을 짚었다. 그리고 이준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두 검은 옷차림인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이준혁의 손을 묶은 후 몸을 일으켜 두 개의 창구를 살피러 갔다.10초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당황하여 대답했다."주인님, 큰일 났어요. 밖에 아직 많은 메모가 있어요.”에단 찰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그림자들에게 즉시 알려.”그림자 팀은 에단 찰스가 데려온 팀이다.그들은 전부 찰스 가문의 용사들이다.“네.”검은 옷차림의 사람은 장비를 꺼내 밖의 동료들을 호출했다.원지민은 이 기회를 잡아 흐느끼며 말했다.“에단 님, 저 사람은 제가 시달리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한을 풀려면 차라리...”원지민은 매 한마디 속에 원한이 담겨있었다.“저자의 아이를 직접 가져다주면 더욱 한을 풀 수 있지 않겠나요?”“...”말이 떨어지고 족히 몇십 초는 되었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원지민의 악독함에 사람들은 충격에 모두 말을 잇지 못하였다.에단 찰스만 피식 미소를 지었다.“지민 씨는 나와 같은 생각이네.”우당탕.에단이 들고 있던 망치가 윈지민의 발밑에 떨어졌다.“아!!”원지민은 방금 고통에 가슴이 떨렸고 놀라움에 비명을 질렀다.“하하하...”에단 찰스는 토끼처럼 겁이 많은 윈지민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뒤에서 갑자기 가벼운 코웃
“내가 잘못 말했나?”이준혁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여는 것을 보면 무릎뼈가 깨진 것도 그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는 그저 그가 매우 잘 참을 뿐이었다.기둥에 양손을 뒤로 묶이고 무릎뼈가 부러져도 그는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대신 온전한 무릎을 반쯤 굽히고 등을 꼿꼿이 세우며 강인하게 굴하지 않는 태도였다.“뱀파이어 같은 유명한 사람이 전부터 수법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소문을 들었어. 근데 어찌 여인이 목숨을 구해달라는 말을 믿고 동요할 수 있어?”그는 방금 원지민이 한 말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는 순전히 도망갈 핑계를 찾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원지민의 얼굴은 확 붉어졌다.‘이 괘씸한 남자 같으니라고!’이준혁의 눈빛에서는 한기가 돌며 비아냥거렸다.“그러니 이제 소문도 믿을 수 없군.”이 말에 자극을 받은 에단은 휙 하고 돌아 품에서 권총을 꺼내 반격하려고 하였다.원지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뒤를 겨누고 있었다.“나를 놀려먹은 대가는 단 하나뿐이야.”에단 찰스는 차갑게 말했다.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강렬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총구의 위치는 마침 원지민의 두뇌 중심까지 정확하게 와 닿았다.원지민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거의 1초라도 더 버티면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당황하며 말했다.“아뇨아뇨... 에단 님, 저를 믿어주세요... 저 이는 단지 자기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요.”그러자 방금 그림자들을 부르러 갔던 검은 옷차림인 사람이 달려들어와 말했다.“주인님, 흑기사들이 모두 연락이 끊겼어요.”연락 두절이라니...지금 연락이 끊긴 것은 분명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아마 그가 데려온 그림자 팀은 모두 한국 첩보원들에 의해 제거되었을 것이다.그러자 그는 바로 총을 돌려서 이준혁의 이마에 갖다 댔다.“흥. 너지?”이준혁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여기는 인터내셔널 호텔센터이야. 3m 간격으로 CCTV가 설치돼 있어 CCTV를 망가뜨려도
“걱정하지 마. 여자를 찾은 후에 네가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할게. 하지만?”남자는 멈칫하더니 잠시 후 하얀 이를 드러내더니 웃으며 말했다.“지민 씨가 날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네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낼 거야.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원지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에단은 더 호탕하게 웃었다.“지민 씨 무서워하지 말고. 그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일걸?”원지민은 이빨을 떨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에단 님, 안심하세요. 저는 에단 님을 속이지 않았어요. 절대로요.”에단 찰스는 총을 원지민의 턱에 갖다 대고 말했다.“자기야, 이제 알려줄래?”에단 찰스의 친절함은 매번 치명적이었다.원지민은 말을 더듬거렸다.“여자는 8층의 8019호실에 있어요... 제가 직접 확인해서 잠근 건데 절대 틀리지 않을거예요.”“그래. 내가 여자를 찾으면 다시 돌아와서 너에게 상을 줄게. 자기는 이 남자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에단 찰스는 계속 물었다.“눈 아니면 입술? 음... 혹시 섹시한 목젖? 지민 씨가 좋아하는 곳이면 내가 다 잘라서 감사 인사로 선물해줄게. 어때?”원지민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그가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에단 찰스의 수단을 보고 그녀는 자괴감이 들었다.에단 찰스는 정말 살인을 재미로 삼는 것 같았다.에단 찰스는 원지민이 겁에 질린 기색을 보며 만족스럽게 일어나 두 부하에게 분부했다.“너는 서쪽 창가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저들 첩보원이 우리 흑기사들을 건드렸으니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고 우리도 그들에게 선물을 줘야지.”“너는 이 두 사람 잘 보고 있어. 난 아가씨를 잠깐 만나고 올게.”에단 찰스가 이 말을 할 때 눈빛은 이준혁에게 향했다.하지만 이 남자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위장이 깊은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지 도무지 알아챌 수가 없었다.그는 그 여자를 잡으면 이준혁이 여전히 지금처럼 침착할 수 없다고 믿었다.그
“저의 대표님 전처예요.”지휘관은 물었다.“건물 안에 있던 상관이 없는 사람들은 이미 대피했는데 어떻게 안에 있었나요?”“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과 연락해야 알 수 있어요. 사모님과 연락이 닿은 후에도 지휘관님과 어떻게 계속 계획을 세워야 할지 협의가 필요하므로 제가 무례하게 찾아왔네요.”지휘관이 위성 정보를 확인한 후 주훈이 말한 사람은 실제로 건물 안에 나타났다.두 시간 전 그들은 악랄하고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뱀파이어같은 에단 찰스가 인터내셔널 호텔센터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현장에서 그들은 호텔센터의 인파에 관심을 가졌고 다행히 모두 안전하게 철수했다.원래는 제보자도 함께 철수하라는 취지였다.하지만 제보자는 에단 찰스의 목표가 자신이며 이미 늦었다고 알려왔다.그는 안에서 그들의 체포를 돕고 있었다.원래는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놓았는데 에단 찰스가 그들 눈앞에서 호텔센터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이제 제보자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사태가 긴박하여 한시도 늦출 수 없었다.그는 주훈에게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그쪽이 연결해 주세요.”주훈은 그 위성 전화를 걸었다.윤혜인의 휴대전화는 특수 제작된 것으로 특별한 경우 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방해받지 않고 위성 전화를 걸 수 있었다.전화의 단조로운 '뚜뚜'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렸다.하지만 저쪽에서 받지 않았다.방 안에서 윤혜인은 귀를 막고 침대 모서리와 벽면의 삼각 지대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방금 그 폭발은 고막을 찢을 정도였다.다행히 그녀는 방금 자고 있었고 방음이 잘 된 방에서 이불을 덮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충격으로 기절하여 생명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여파가 지나가자 공기 안은 온통 연기 냄새로 자욱했다.윤혜인은 순간 이것은 지진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오후에 그녀는 방에서 티비를 보다가 한구운이 등장하자 갑자기 화면을 꺼버렸다.윤혜인은 결혼식이 호텔에서
육경한이 그래도 대꾸하지 않자 육연주는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쳐댔다.“삼촌, 나 성폭행당했어요. 흑흑흑...”이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육경한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육연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길지 않은 말이었지만 육연주는 면죄부라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육경한의 관심만 남아있다면 다시 저 안으로 들어갈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육경한에게는 살아있는 혈육이 별로 많지 않았기에 육연주와 이지애가 제일 가까운 가족이었다. 게다가 육경한은 육연주가 커가는 걸 지켜본 사람이었기에 그 정은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나도 몰라요... 방씨 가문인지 서씨 가문인지 모르겠어요. 내 눈을 가리고 골목으로 끌고 가서 바닥에 누르고는... 반항할 새도 없이...”육연주는 이미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마구 울어대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꼴이 왜 그 모양인지, 괴롭힘당한 흔적은 뭔지 알 것 같았다.경비원들은 이미 육연주를 잡고 경찰이 오면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고의로 해치려고 한 건 엄연한 죄였기에 그대로 놓아줄 수는 없었다.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육연주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하지만 소원은 육연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태도 그렇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이런 얘기를 꺼낸 걸 봐서는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는 일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말할 여자는 이 세상에 없었지만 그중 어딘가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요소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삼촌, 삼촌,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잠깐 정신을 잃은 것 같아요...”육경한이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육연주의 사정이 딱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했다.“네가 빌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야.”비록 소원이 다치지 않게 육경한이 막아주긴 했지만 육연주가 정말 해치려든 사람은 소원이었기에 육경한이 용서한다고 해서 용서할 수 있
육연주도 깜짝 놀란 상태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경비원에 의해 바닥에 제압되고 나서야 훌쩍훌쩍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삼촌, 삼촌... 나 좀 살려줘요...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삼촌...”얼굴이 굳어진 육경한이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남은 힘으로 소원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너 괜찮아? 황산에 맞은 건 아니지?”육경한이 아래위로 훑으며 소원의 몸에 망가진 부분이 없는지 살폈다. 소원은 육경한에게 고려 백자 같은 존재였기에 조금의 흠집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아직 놀라움을 떨쳐내지 못한 소원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나 괜찮아...”“정말 괜찮은 거 맞아?”육경한은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다시 한번 되물었고 소원이 고개를 저어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보기 드물게 중얼거렸다.“너만 괜찮으면 됐어. 그러면 된 거야.”육연주가 아직 뒤에서 울부짖고 있었다.“삼촌, 이 사람들 좀 어떻게 해줘요... 너무 아파요. 빨리 풀어주라고 해요.”육경한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끔찍이 아껴왔던 조카였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육연주는 이제 육경한이 기억하던 순진하고 해맑은 여자아이가 아니었다.“연주야. 너무 실망이다.”육경한이 침통한 심정으로 말했다. 소원을 해치려 드는 사람이 가족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지금 소원에게 손대면 소원뿐만이 아니라 소원 뱃속의 아이까지 위험해지게 된다. 아까와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조금만 엇나가도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그러니 가족 간의 정이라 해도 더 봐줄 수가 없었다.육연주는 살짝 무섭긴 했지만 지금까지 줄곧 자기를 아껴줬던 육경한이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울기만 하면 육경한의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육연주가 무슨 사고를 치든 나서서 뒤처리를 해주던 사람이 바로 육경한이었으니 이다.육연주가 이렇게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변한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삼촌... 삼촌...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
소원이 비웃으며 물었다.“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는 게 사랑이라면 그 사랑 참 위대하네요.”“현재 씨는 원래 내 꺼였어요. 소개팅한 그날부터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왜 나와 소개팅했겠어요?”육연주가 늘어놓는 말은 정말 갈수록 가관이라 소원도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 행색이 다소 이상해 보이는 육연주를 정신과에 데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육경한에게 제안해 볼 참이었다. 얼핏 보기엔 큰 자극을 받아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것 같았다.육연주는 아직도 씩씩대며 중얼거렸다.“다 너 때문이야. 빌어먹을 년. 여우 같은 년. 우리 삼촌을 꼬드긴 것도 모자라 내 남편까지 꼬드겼잖아.”소원은 새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욕을 들으며 어이가 없었다. 아까 이지애도 똑같은 욕을 했고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이 막무가내라 입씨름을 벌여봤자 전혀 의미가 없었다.더는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던 소원이 자리를 떠나려는데 육연주가 갑자기 쫓아오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병사리를 들고 욕설을 퍼부었다.“죽어. 네가 없어지면 현재 씨도 나 바라봐주겠지. 그래야 현재 씨가 나 영원히 사랑해 줄 거야.”마침 차를 끌고 온 주석훈이 이를 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소원 씨, 조심해요.”차로 박을 수도 없는 일이라 일단 먼저 세우고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육경한의 보디가드도 이지애를 끌어내느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소원 옆에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소원은 육연주의 손에 들린 게 뭔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었지만 좋은 물건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뚜껑이 열리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공기 속으로 퍼졌다.눈살을 찌푸린 소원은 속에 든 것이 황산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미쳐버린 육연주가 소원의 얼굴을 망가트리려 하고 있었다.소원이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얼굴을 막으며 다른 손으로 육연주를 밀어내려 했지만 육연주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 그럴 수가 없었다.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육연주가
두 사람의 관계는 이혼한 거나 다름없지만 이혼 신청은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 보충한다고 보는 게 맞았다.게다가 소원은 육경한이 했던 말을 도로 무를까봐 그러는지 변호사까지 대동했고 이혼 협의를 공증까지 하겠다고 했다. 소원도 쩍하면 제멋대로 약속을 어기는 육경한이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아이를 남기는 건 육경한의 제안뿐만이 아니라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서 포지션이 다시 엄마로 변하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처음에는 따듯하게 반겨주지 못했지만 아이의 형상이 소원의 마음속에서 점점 입체감 있게 만들어지고 있었다.잘못은 어른이 했고 아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기에 소원도 아이의 살 권리를 함부로 뺏을 수는 없었다.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을 비웃듯 웃었다. 이런 불평등 조약에도 속수무책인 건 그가 이기적이게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걱정하지 마. 이 아이가 태어나면 너 자유롭게 해줄게.”육경한이 사인하며 말했다. 이젠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질 때가 된 것이다. 소원과 아이를 보호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이제 정말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다른 일 없으면 이쯤 하자."소원이 이렇게 말하며 주지훈과 자리를 떠났고 육경한은 멀어지는 두 사람을 뒤에서 지켜봤다.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앞에 육연주가 나타났다.“소원.”육연주가 소원을 불러세웠다. 옷은 어딘가 헝클어져 있었고 표정도 약간 이상했는데 더 무서운 건 몸에 괴롭힘과 학대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소원은 육연주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라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 하는 말도 이지애와 똑같아 소원은 절로 웃음이 났다.“당신들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은 안 해요? 잘못을 저질러서 벌받는 건데 왜 자꾸만 다른 사람이 당신 인생을 망쳤다고 하는 거예요?”소원은 이 사람들의 뇌 회
방씨 가문에서 지키려 한다 해도 방민아의 인생은 별로 희망이 없었다.육연주는 적게 연루되기도 했고 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구치소에 한 달 구금되었다가 나왔다. 육경한이 육연주에게 변호사를 찾아줬지만 육연주 모녀는 이를 소원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한사코 거절하면서 일부러 육연주를 구치소에 들여보냈고 육경한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하지만 육연주 모녀가 모르는 게 있었다.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게 원칙인 방씨 가문은 방민아가 이 지경까지 된 게 다 육연주 탓이라고 생각한 이상 복수를 준비할 것이고 그 후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다음은 서씨 가문이었다. 육연주가 서씨 가문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오라지 않았지만 서현재의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람이 점점 이상해진 데다 원래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재벌 집 아가씨라 서씨 가문에 척을 진 사람이 많았다.지금의 서씨 가문은 몰락하게 되었고 서현재가 암 덩어리 같은 사람들을 서씨 가문에서 몰아내긴 했지만 줄곧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그 어떤 미친 생각을 해도 놀라울 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육연주가 계속 서울에서 나댄다면 앙심을 품은 서씨 가문 사람들이 기회를 노리고 복수해 올 수도 있기에 아예 이지애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 피신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지만 모녀는 육경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소원에게 홀려 인사불성이라고만 생각했다.이지애는 끌려가면서 육경한에게 원망을 퍼붓기도 했다.“경한아, 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래? 우리가 잘해준 거 다 잊은 거야? 여자 하나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이 우리를 내치겠다고? 가족인데 어떻게 그래?”사실 잘해줬다고 할 것도 없었다. 상대편에 서서 손가락질하지 않고 돈 몇십만 원 쥐여준 게 전부였다. 이지애도 그때는 살만했기에 양심이라는 게 남아있었고 조금의 ‘선심’을 베풀었지만 육경한은 갚아야 할 돈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많은 돈으로 보답했다.다만 이지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빚쟁이 대하듯 대했다. 돈이 많으니 이걸로는
“경한아... 억울해서 죽을 것 같구나. 쟤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날 욕하고 때리고...”이지애는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소원은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만 나왔고 한편으로는 육경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육경한은 이 일에 엮이고 싶은 생각조차 없는지 차가운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바라봤다.“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데려가.”육경한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경호원들은 두피가 저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이지애는 육경한이 자신의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해 재빨리 다각 그의 손목을 잡았다.“역시 경한이가 최고야. 우린 가족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저 여자가 우리 남매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연주가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살도 많이 빠졌어. 삼촌이 무시한다며 얼마나 울었는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지애는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경호원이 왜 나한테 오지?’‘저 천박한 계집애를 끌어내지 않고 뭐 하는 거야.’“잠깐만... 지금 착각하는 모양인데 경한이는 저 여자를 끌어내라고 한 거야. 옆에 있는 변호사까지 묶어서 밖으로 쫓아내.”경호원들은 이지애처럼 눈치가 없고 멍청하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육경한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는 이지애였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빽이 있다며 대표님과 미우 그룹을 언급하는지...’‘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데,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런 거지?’경호원들은 이지애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현실 부정 중인 이지애는 육경한의 팔을 꽉 잡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경한아, 말 좀 해봐. 저 여자 쫓아내려고 했잖아. 나는 네 누나야. 어떻게 가족을 버리고 외부인 편을 들 수 있어? 경한아...”이지애는 눈물을 쏟았다.“말 좀 해봐.”“누나.”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진지하게 말했다.“여러 번 말했잖아요. 소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대뜸 욕을 바가지째로 먹었다.그럼에도 이지애는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X신들. 멍청하기는.”방금까지 동정심을 느끼던 여자에게 심한 욕을 먹었으니 다들 어이가 없었고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말을 지껄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저렇게 추잡스러운 엄마 밑에서 자란 딸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그러니까요. 좋은 사람이었다면 구치소에 수감되었겠어요?”이지애는 여론이 이렇게 빨리 바뀔 줄 몰랐는지 더욱 흥분했다.“너희들이 뭘 알아. 이 여자가 내 딸을 해쳤고 내 딸은 피해자야. 이 여자가 헛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수감될 일도 없었어.”사람들은 더 이상 이지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가 소리 지르며 욕하는 모습은 정말 품위가 없어 보였다.“그쪽이 돈 많고 대단한 사람이라면서요? 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면 당연히 빼냈겠죠.”이때 한 아주머니가 일침을 놓았다.“맞는 말이에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잡았겠어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맞장구를 쳤다.“이유 없이 사람을 잡았다면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우리가 일 순위이겠죠.”“됐어요. 됐어요. 이만하고 다들 들어갑시다. 구경났어요?”아파트 단지 관리자가 달려와 구경 중인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 시각.육경한은 고위급 회의에 참석 중이었고 황진수는 전화를 받고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육경한은 해외의 유명 대기업과 협상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중요한 회의인 만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소원에 관한 일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황진수는 몇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회의실로 들어갔다.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그는 육경한에게 다가가 보고 했다.그러자 육경한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더니 옆에 있던 황진수를 회의석으로 끌어당겼다.“네가 해.”‘지금 나한테 이 중요한 회의를 떠맡기고 간 거야? 내가 이런 걸 할
소원은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허리를 짚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그녀를 부축했다.“소원 씨, 괜찮아요?”말을 건넨 사람은 주석훈이었다.오늘 아침 두 사람은 합의 사항을 만들기 위해 만나기로 약속했다.그러다가 미친 사람처럼 소원에게 달려드는 이지애를 목격했고 소원이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지려던 찰나에 타이밍 좋게 나타나서 부축했다.옆에서 발악하던 이지애는 어디선가 나타난 경호원에게 제압되었다.“너 누구야? 감히 날 막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경호원에게 꽉 붙잡힌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다.이지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당장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미우 그룹 대표가 내 동생이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다들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구나. 내 동생이 오면 너희는 하나도 빠짐없이 서울에서 쫓겨날 거야.” 이지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반응을 보니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육경한이 보낸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눈치다.경호원들은 육경한과의 관계를 듣고 쉽게 손을 쓰지 못했다. 그들의 임무는 소원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기에 이지애가 해치지 못하게 손을 묶어두었다.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지애와 소원이 다투고 있을 때 곧바로 육경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이지애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녀는 소원을 부축하는 주석훈을 보며 막말을 퍼부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동생이랑 헤어진 지 며칠 됐다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 너는 남자를 꼬시는 게 취미야?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하여튼 개 버릇 남 못 준다니까.”이지애의 말은 듣기 굉장히 거북했고 소원은 방금 한 대만 때리고 멈춘 자신을 원망했다.그 시각 주석훈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지애를 바라봤다.“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제 의뢰인이 내연녀라는 증거가 있나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일방적인 모함에 속하고 법에 의거하여 충분히 고소할 수 있
이지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생트집을 잡았다.그러나 사건의 경과를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무작정 소원을 내연녀라고 생각했다.하필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소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이를 본 이지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오늘 기필코 소원을 짓밟으리라 다짐했다.그녀는 계속하여 소리쳤다.“빈말이 아니라 여러분은 남편 간수 잘해요. 한동네 살다가는 이 여자한테 홀랑 넘어갈 수도 있다니까요?”소원은 분노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말조심하세요. 계속 이런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고소할 겁니다.”소원이 경찰에게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내자 이지애는 단번에 핸드폰을 쳐냈다. 소원을 모욕하려고 찾아온 만큼 절대 경찰에 신고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핸드폰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화가 났던 소원은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그 타이밍에 이지애가 손을 들어 그녀를 밀었다.계단에 서 있던 소원은 이지애가 손을 뻗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허리를 짚었다.그러고선 자신의 본능적인 행동에 깜짝 놀랐다,‘내가 왜... 이 아이를 신경 쓰는 거지...’그녀의 몸은 이미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 같다.비록 소원은 결정을 내린 상태가 아니지만 본능이 이렇게 행동하게끔 그녀를 이끌었다.이런 제스처를 취하는 건 타고난 모성애일까?이지애는 죄책감을 느낀 소원이 겁을 먹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착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더욱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로 욕설을 퍼부었다.“다들 봤죠? 겁먹었잖아요. 잘못한 게 있으니까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겠어요?”“이 여우 같은 계집애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세요. 남자에 환장한 X이에요. 천박한 것.”주변 사람들은 이지애의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우리 동네에 이런 여자가 살고 있었다니. 정말 몰랐네요.”“이래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야. 저 예쁜 얼굴로 이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