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외국에서 여름 씨는 수 차례 위험한 일이 있었지만 그 녀석들이 보호해 주었죠. 그리고 육민관이 호신술도 가르쳐주면서 점검 스승이자 가족 같은 관계가 된 겁니다.”“외국에서 무슨 위험한 일을?”하준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여자잖습니까? 그리고 낯선 곳이고. 여자들끼리만 살고 있으니 여러 가지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겠죠.”최양하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오늘날의 강여름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심지어 애까지 둘 데리고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느라 툭하면 병까지 잘 나곤 했었다.그러나 그 부분은 하준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다.“형님이랑 백지안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외국까지 나가서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말을 하다보니 점점 부아가 치민 최양하는 여울을 데리고 자리를 떠 버렸다.여울은 곧장 자기 놀이방으로 향했다.하준의 본가에 엄마는 없었지만 하준의 가족은 진심으로 여울을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여기며 잘 해주고 온갖 장난감을 사주곤 했다.놀고 있는데 곧 하준이 휠체어를 밀며 들어왔다.“여울아, 큰아빠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하준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렇게 어린 꼬마에게 자신이 뭔가를 간절하게 부탁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 처량한 기분이 들엇다.“여름이 이모 좀 불러내 줄 수 있어? 네가 같이 놀자고 하면 여름이 이모가 나올 것 같은데?”“전에 여름이 이모 만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여울이 고개를 들더니 일부러 꼭 집어 말했다.“날 납치했으니까 나쁜 사람이라고 했잖아요.”“……”하준은 마른 세수를 했다. 자신이 너무나 한스러웠다.“전에는 큰아빠가 오해를 해서 그랬지. 큰아빠는… 여름이 이모가 너무 좋아. 그래서 여름이 이모가 너무 보고 싶구나. 여울아, 제발 큰아빠 좀 도와주라. 그러면 큰아빠가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게.”“됐어요.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요. 나는 그냥 큰아빠 때문에 여름이 이모가 슬프지 않으면 좋겠어요.”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
第922章 ‘그러네. 난 늘 여름이가 악랄하다고, 나쁘다고 했어.하지만 좋은 사람에 세상에 그렇게 많은데 착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랑했나? 그건 아닌데.’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큰아빠는 여름이 이모를 왜 좋아해요? 나쁘면 미워하고, 안 나쁘면 또 좋아지고 그래요?”하준은 이상하다는 듯 여울을 바라보았다.“넌… 양하랑 얼굴만 조금 닮았지 성격은 영 딴판이구나. 어쩐지 성격이 나랑 비슷하네. 말솜씨도 날카롭고… 나중에 크면 변호사가 되어도 되겠는걸.”여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원래부터 나는 양하 삼촌의 딸이 아닌걸, 뭐.’“큰아빠 안 닮았어요, 뭐! 할머니가 큰아빠 나쁜 녀석이라던데. 난 나쁜 녀석 안 할 거예요.”“……”하준은 난처한 나머지 코를 문질렀다. 이제 보니 ‘최하준=나쁜 놈’은 이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공식이 된 듯했다.“여울이 말이 맞아. 예전에 나는… 너무 극단적이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좋아. 그런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그러니까 여울이가 큰아빠를 좀 도와….”“싫어요.”여울은 다시 냉정하게 거절했다.“자꾸 여울이 이모를 속이면 이제 다시는 여울이 보러 안 나올지도 모른단 말이야.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해야죠.”“하지만 여름이가 이제는 날 안 보려고 한단 말이야.”하준이 힘없이 말했다.여울은 자신과 사뭇 닮은 그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따로서 역시 그런 아빠의 얼굴을 보고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 엄마가 물방울 바위도 뚫을 수 있다고 했어요. 열심히 해보세요.”그러더니 꼬맹이는 후다닥 도망쳤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에게 연애에 관해서 조언을 듣고 하주은 흠칫했다.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까짓 거 매일매일 끈질리게 매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여름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싶었다.저녁 식사를 끝내고 하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바로 기사를 불러 성운빌로 갔다. 상처의 통증을 꾹 참고 하준은 허리를 숙여 단지 내 광장에 초로 글씨를 만
또 하루를 꼬박 새운 채로 아침을 맞았다. 막 옷을 갈아입는데 밖에서 요란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었더니 송영식이 와락 들어왔다. 아직 여기저기 난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본래 강아지 상인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야! 온라인에서 그렇게 대놓고 지안이를 차냐? 게다가, 뭐? 영원히 재결합 예정은 없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지안이가 지금 얼마나 상처투성이인데,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괴롭힐 수가 있어?”하준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드디어 집에서 풀려났냐?”“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방금 지안이 보고 왔는데 너 때문에 손목까지 그었었다며? 오늘 진짜 너 죽고 나 죽자!”송영식은 분노에 타오르는 손가락으로 하준을 가리켰다.“애가 납치된 걸로만은 부족했냐? 내가 집에 잡혀들어갔으면 너라도 지안이를 제대로 보호해 줬어야지. 다른 사람 말만 믿고 애를 의심해? 대가리에 뭐가 들었길래 지안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거야?”“……”그런 영식을 보고 있자니 하준은 너무 화가 나서 어이가 없었다. 여름이 왜 그렇게 예전에 자신에게 눈이 멀었다는 둥 소리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 자신이 송영식을 보면서 답답한 것처럼 여름이도 똑같은 심정이었겠구나 싶었다..“영식아, 이번 사건은 강여름과 육민곤이 벌인 일이 아니….”“결국은 강여름 편을 들고 싶은 거잖아. 아주 강여름 때문에 돌아서 이제는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구먼.”송영식이 외쳤다.하준의 태양혈에서 필줄이 불뚝불뚝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됐어. 네가 아무리 욕을 하고 뭐라고 떠들어도 내 마음은 변함없어. 지안이를 사랑하지 않아. 저도 지안이랑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걔도 걔 인생이 있는데 평생을 지켜줘야 할 이유가 없어. 앞으로 네가 걔랑 만나더라도 날 부를 필요도 없어. 이제는 네가 무릎을 꿇어도 소용없어.”“좋아! 네 말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두마! 앞으로 내게는 너처럼 매정한 형제는 없어! 네가 지안이를 버린다면 앞으로 내가 책임질 거
“당장 꺼져.”민정화가 명령하듯 외쳤다.배용호는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지만 지룡의 배후에는 최하준이 있으므로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젠장, 최하준은 손 떼겠다더니 왜 지룡 멤버가 백지안한테 붙어있는 거야?’배용호가 자리를 뜨자 민정화가 바로 백지안을 부축했다.“지안님,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외국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찾느라고 좀 늦었더니 이런….”“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오늘 진짜 큰일날 뻔했는데.”백지안이 민정화를 안고 울었다.“이제 다들 내가 뒷배가 없어졌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고…”그런 말을 들으니 민정화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정말 회장님은 너무 매정하세요. 지안님과 알고 지낸 지가 얼마인데,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렇게 온 세상에 크게 떠들 일입니까?”“그나저나, 준이 자기가 돌아온 거 알면 가만 두지 않을 텐데.”백지안은 당황해서 민정화의 등을 밀었다.“나한테도 이렇게 매정한데 자기한테는 더 심할 거야.”민정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자신을 아주 지룡에서 내쫓으려고 하지 않았던가!“내 곁에서 얼쩡거리지 말아. 혹시라고 준이랑 강여름이 재결합하게 되면 강여름에게 잘 해야 해. 알겠지?”백지안이 걱정스러운 듯 당부했다.“미안해. 내가 아무 도움이 못 되어서.” 민정화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남들은 다들 지룡이라면 무서워 벌벌 떨지만 사실 지룡은 그저 FTT의 일개 보디가드이자 개일 뿐이었다‘지안님 만이 나를 친구로 생각해 주었어. 지금도 자기 보다는 내 생각만 해 주시잖아.’“얼른 가!”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백지안이 민정화를 밀어냈다.민정화가 자리를 뜨자 백지안은 누구에겐가로 전화를 걸었다.“갔어요….”----주차장에서 넋이 나간 듯한 민정화가 막 차에 타려는데 갑자기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민정화 씨, 잠깐 얘기 좀 하실까요?”“누구세요? 비키시죠.”민정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선글라스를 쓴 사내는 가볍게 문을 눌러 닫으며 느긋
-백지안이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얘기지. 아지면 어떻게 최하준이랑 십 수년을 만나도 또 송영식이 십 수년을 바라만 보면서 기다렸겠어? 너무 감동적이다.-백지안이 최하준한테 복수하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니야? 어떻게 차이자 마자 다른 남자한테 가냐고?-어쨌든 아주 사이다네. 최하준은 지금쯤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리버사이드 파크.여름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서 휴대 전화를 보고 있던 임윤서는 놀라서 먹던 포테이토칩이 목에 걸릴 뻔했다.“커컥! 여름아! 이거 좀 봐봐. 송영식이 도라이가 백지안에게 청혼을 했대.”윤서는 후다닥 부엌으로 뛰어가 여름에게 소식을 전했다. “완전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아니냐?”여름은 눈을 끔뻑거렸다.“너한테는 송영식이 진주 목걸이로 보이니?”“……”윤서도 눈을 끔뻑거렸다.“좀 아까워서 그러지. 송영식이 말을 좀 막해서 그렇지 나쁜 놈은 아니잖아. 최하준처럼 지금 눈에 콩깎지가 살짝… 아니다, 최하준보다 한참 심각하게 끼었지.”“왜 이렇게 빨리 풀어줬을까? 아마 지금쯤 그 집 식구들 피를 토하고 있겠네.”여름은 생각에 잠겼다.“그 청혼 참 요란하네 완전 실시간 검색어 1위잖아.”“댓글 부대를 동원한 거겠지?”윤서가 툭 뱉었다.“얼마 전에 최하준이 재결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송영식에게로 뽀르르 갔담? 아유 불여시….”“당연한 거 아니냐? 최하준이 다시는 안 만나겠다는데 이제 송영식을 잡는 수 밖에 없잖아.”여름이 비웃었다.“최하준이 어떤 표정일지가 궁금하긴 하다.”“울분을 토하겠지. 백지안이 평생 자기만 바라보고 살 줄 알았을 테지만 저게 얼마나 여우인데.”-----FTT 사무실.하준은 송영식의 청혼 사진을 받았다. 사진 속 송영시과 백지안이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나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며칠 전에는 그렇게 울고 불고 매다리던 백지안이 바로 이렇게 송영식의 청혼에 넘어간 것에 놀란 듯했다.‘나한테 복수하려
답답한 기분에 휩싸여 있는 중에 휴대 전화에 갑자기 송우재의 번호가 떴다.송영식은 놀란 나머지 휴대 전화를 놓칠 뻔했다. 이제는 식구들에게 전화가 오면 염라대왕이 목숨을 받으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전화가 멈추더니 곧 계속해서 다시 울렸다.받는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할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라, 이 녀석아! 내가 한 말을 콧등 방귀로도 안 듣다니! 네 녀석을 내보내는 게 아니었어!”송우재는 혈압이 마구 올랐다.“풀어주자 마자 가서 청혼을 해! 당장 들어오거라!”“할아버지, 지안이는 정말 불쌍한 애예요. 이럴 때일수록 제가 나서서 보호해 줘야 해요. 왜 그렇게 다들 눈에 색안경을 끼고 지안이를 보시는 거예요.”송영식이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강여름은 남이잖아요. 걔가 하는 말을 다 믿어주시면서 왜 친손자인 제가 하는 말은 안 들으세요. 지안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도 제가 모르게어요?”“시끄럽다, 이 멍청한 녀석!”송우재는 불같이 화를 냈다.“어디 백지안이를 데려오기만 해 봐. 평생 우리 집안에서는 쫓겨날 줄 알아라!”“죄송합니다. 하지만 지안이랑 결혼은 꼭 해야겠어요.”송영식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송우재는 버럭버럭 화를 내며 전화기를 집어 던져버렸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혈압이 올라 쓰러질 지경이었다.“아버지, 좀 진정하세요.”송윤구가 급히 와서 진정을 시키려고 했다.“너도 저리 가라! 대체 아들 녀석을 어찌 키운 게야? 이건 뭐 날 열 받게 하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니냐!”송우재가 성질을 부렸다.송윤구가 한숨을 쉬었다.‘영식이가 어렸을 때는 장손이 태어났다며 금이야, 옥이야 그렇게 물고 빨고 하시더니 그건 아 잊으셨나 보네.’“가서 근영이나 데려오너라.”곧 송근영이 왔다.송우재가 말했다.“임무를 하나 주겠다. 무슨 수를 쓰던 영식이가 백지안이를 우리 집에 들여오지 못하도록 해라.”“……”송근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듣고 자신인대체 기쁜 건지 슬픈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최하준을 놓치고 나서 바로 내년에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집안의 송영식을 잡았으니 부러움을 살만도 했다.“송영식이 그렇게 목을 멘다 싶었더니 예쁘긴 예쁘네.”“누가 아니래. 드레스 입은 걸 보니 몸매도 아주 모델이네.”“……”소곤소곤 들려오는 부러움의 말을 듣자니 백지안은 저도 모르게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최하준이 없으면 어때?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존재라고.’시아도 은근히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백지안이 하준에게 차였을 때 슬쩍 무시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쟤는 진짜 보통이 아니네. 하긴 그러니 강여름을 그렇게 바짝 누를 수 있었겠지?’이주혁만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백지안이 들어올 때 아주 찰나이긴 했지만 백지안의 눈에서 의기양양한 빛이 스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십수 년 동안 하준이를 사랑했고, 실연을 당했을 때는 자살소동을 벌일 정도였는데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영식이랑 이렇게 좋아진다고?’불현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우리는 진짜 지안이를 잘 모르는지도 몰라.지금의 지안이는 예전의 지안이가 아닌 거야.그런데…”꿀이 뚝뚝 떨어질 듯한 눈을 하고 벙실벙실 웃고 있는 송영식을 보니 그저 한숨이 나왔다.‘뭐, 영식이만 좋으면 된 건가. 마침내 소원을 이뤘잖아.’“지안아…”송영식은 벌떡 일어나 가서 백지안의 손을 잡았다.“아유, 이러지 마. 사람들 보잖아. 난 너무 부끄러워서.”백지안이 민망한 듯했다. 특히나 이주혁과 눈이 마주치자 더욱 그런 눈치였다.“주혁이도 왔었구나….”백지안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것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하준이는 안 불렀어.”송영식이 백지안의 마음을 읽은 듯 얼른 답했다.“그러면 되나….”백지안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네 친구잖아. 주혁이는 부르면서 준은 안 부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하준이가 너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주었는데도 넌 우리를 위해서 생각해
‘강여름하고 임윤서는 무슨 운명이 정해준 천적이냐고! 어째서 어딜 가도 나타나서 이렇게 방해를 하는 거야?’이 와중에 완전히 임윤서에게 고정된 백윤택이 시선에서는 탐욕을 숨길 수가 없었다.“오늘은 내가 꼭 쟤를 내 여자로 만들어야겠어.”백윤택은 백지안의 귀에 속삭였다.“임윤서는 어떻게 보면 볼수록 예뻐지냐? 오늘은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그래, 응원할게. 마침 기자들도 많이 와 있으니 이 기회를 이용해서 아주 오빠 여자라고 공개적으로 알려버려. 조심하고.”백지안은 심호흡을 했다. 이 분을 풀고 싶었다. 나중에 임윤서가 백윤태과 결혼하게 되면 괴롭힐 기회는 두고두고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그래.”백윤택은 간사하게 끄덕였다.무대에서 윤서는 사람들에게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신제품 책임자이자 조제사인 임윤서입니다….”송영식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윤서를 바라보았다. 윤서에게 제품 소개를 맡겨도 될지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런데 그 많은 기자들 앞에서도 윤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말을 잘 하는데다 시원스러운 이목구비가 시선을 끌어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만족스러웠다.여러 가지로 임윤서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임윤서를 오슬란에 데려온 건 아무리 봐도 잘 한 결정이야.’“영식아…”이때 백지안이 송영식의 팔을 잡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오늘 윤서 씨랑 똑 같은 레드 드레스를 입게 될 줄 몰랐네? 진작 알았으면 다른 걸 입고 올 걸.”송영식은 흠칫했다. 백윤태이 옆에서 덧붙였다.“하필이면 지안이가 레드 드레스를 입고 와서 사람들이 둘을 놓고 비교하잖아. 뭐 임윤서가 우리 지안이보다 낫다느니 하면서….”“오빠….”백지안이 백윤택을 흘겨보았다.“뭐 빨간 드레스가 나만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수 있지.”“일부러 저런 거야. 전에 강여름도 똑같은 짓을 했었잖아. 강여름이랑 친해서 그런가 하는 짓도 아주 똑같아요. 그런데 이제 최 회장이랑도 헤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