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준을 놓치고 나서 바로 내년에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집안의 송영식을 잡았으니 부러움을 살만도 했다.“송영식이 그렇게 목을 멘다 싶었더니 예쁘긴 예쁘네.”“누가 아니래. 드레스 입은 걸 보니 몸매도 아주 모델이네.”“……”소곤소곤 들려오는 부러움의 말을 듣자니 백지안은 저도 모르게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최하준이 없으면 어때?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존재라고.’시아도 은근히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백지안이 하준에게 차였을 때 슬쩍 무시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쟤는 진짜 보통이 아니네. 하긴 그러니 강여름을 그렇게 바짝 누를 수 있었겠지?’이주혁만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백지안이 들어올 때 아주 찰나이긴 했지만 백지안의 눈에서 의기양양한 빛이 스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십수 년 동안 하준이를 사랑했고, 실연을 당했을 때는 자살소동을 벌일 정도였는데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영식이랑 이렇게 좋아진다고?’불현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우리는 진짜 지안이를 잘 모르는지도 몰라.지금의 지안이는 예전의 지안이가 아닌 거야.그런데…”꿀이 뚝뚝 떨어질 듯한 눈을 하고 벙실벙실 웃고 있는 송영식을 보니 그저 한숨이 나왔다.‘뭐, 영식이만 좋으면 된 건가. 마침내 소원을 이뤘잖아.’“지안아…”송영식은 벌떡 일어나 가서 백지안의 손을 잡았다.“아유, 이러지 마. 사람들 보잖아. 난 너무 부끄러워서.”백지안이 민망한 듯했다. 특히나 이주혁과 눈이 마주치자 더욱 그런 눈치였다.“주혁이도 왔었구나….”백지안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것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하준이는 안 불렀어.”송영식이 백지안의 마음을 읽은 듯 얼른 답했다.“그러면 되나….”백지안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네 친구잖아. 주혁이는 부르면서 준은 안 부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하준이가 너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주었는데도 넌 우리를 위해서 생각해
‘강여름하고 임윤서는 무슨 운명이 정해준 천적이냐고! 어째서 어딜 가도 나타나서 이렇게 방해를 하는 거야?’이 와중에 완전히 임윤서에게 고정된 백윤택이 시선에서는 탐욕을 숨길 수가 없었다.“오늘은 내가 꼭 쟤를 내 여자로 만들어야겠어.”백윤택은 백지안의 귀에 속삭였다.“임윤서는 어떻게 보면 볼수록 예뻐지냐? 오늘은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그래, 응원할게. 마침 기자들도 많이 와 있으니 이 기회를 이용해서 아주 오빠 여자라고 공개적으로 알려버려. 조심하고.”백지안은 심호흡을 했다. 이 분을 풀고 싶었다. 나중에 임윤서가 백윤태과 결혼하게 되면 괴롭힐 기회는 두고두고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그래.”백윤택은 간사하게 끄덕였다.무대에서 윤서는 사람들에게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신제품 책임자이자 조제사인 임윤서입니다….”송영식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윤서를 바라보았다. 윤서에게 제품 소개를 맡겨도 될지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런데 그 많은 기자들 앞에서도 윤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말을 잘 하는데다 시원스러운 이목구비가 시선을 끌어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만족스러웠다.여러 가지로 임윤서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임윤서를 오슬란에 데려온 건 아무리 봐도 잘 한 결정이야.’“영식아…”이때 백지안이 송영식의 팔을 잡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오늘 윤서 씨랑 똑 같은 레드 드레스를 입게 될 줄 몰랐네? 진작 알았으면 다른 걸 입고 올 걸.”송영식은 흠칫했다. 백윤태이 옆에서 덧붙였다.“하필이면 지안이가 레드 드레스를 입고 와서 사람들이 둘을 놓고 비교하잖아. 뭐 임윤서가 우리 지안이보다 낫다느니 하면서….”“오빠….”백지안이 백윤택을 흘겨보았다.“뭐 빨간 드레스가 나만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수 있지.”“일부러 저런 거야. 전에 강여름도 똑같은 짓을 했었잖아. 강여름이랑 친해서 그런가 하는 짓도 아주 똑같아요. 그런데 이제 최 회장이랑도 헤어졌는데
“드레스 마련해 놨으니까 가서 좀 갈아 입어요.”송영식은 턱으로 소파에 놓인 검은 드레스를 가리켰다.“제 드레스는 멀쩡한데 왜 갈아 입어야 하죠?”윤서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당신 드레스가 우리 지안이랑 너무 똑같잖아.”송영식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지안이는 내 약혼녀니까 이제 회장 사모님인데 직원이랑 비슷한 옷을 입어서야 되겠어?”“……”윤서는 경악한 나머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뭐래! 아예 내가 같은 여자여서도 안 된다고 하지 그러셔?”송영식은 윤서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거참 지위가 있는 사람이 말이야 입이 그렇게 거칠어서야.”“아니, R&D 총감으로 모셔올 때는 굽신굽신하고 데려와 좋고는 이제 와서 뭐? 입이 거칠어?”윤서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디자인도 다른데 왜 백지안이 레드 드레스를 입으면 나도 레드 드레스는 입지도 못하는데요? 자기가 뭐나 되는 줄 아시나 봐? 참나 지금 그 집은 온 집안이 내년에 대통령 선거 준비한다고 다들 어디 가서 눈에 띄는 짓 안하려고 다들 모을 낮추는데 어디서 이런 자손이 나와서 집안을 흐리고 다니나 몰라?”그러더니 윤서는 돌아서 나가려고 했다.송영식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일부러 지안이랑 똑같은 색으로 입은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오늘 밤에 지안이보다 돋보여서 사람들 앞에서 지안이를 우습게 만들 생각이었잖아? 안 그래도 불쌍한 애를 진짜 너무 괴롭히네. 강여름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이제 그만 좀 하지 그래?”윤서는 아주 크게 심호흡을 했다.“머리가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상상력이 그렇게 풍부하면 화장품 회사 CEO가 아니라 작가가 되지 그러셨어요? 내가 백지안 코디야, 뭐야? 그 인간이 뭘 입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당신처럼 음모가 많은 사람은 당연히 남들은 모르는 무슨 방법이 있겠지.”송영식이 냉랭하게 뱉었다.“아, 몰라! 어쨌든 난 죽기 전에는 옷 안 갈아입어요.”윤서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댁이랑 계속 얘기하다가는 바보 옮을 것 같으니까 먼저 갈게
“뭐래? 진짜 바보예요? 그걸 안 붙이면 어떻게 나가?”윤서가 이를 악 물었다.“누굴 더러 바보래? 한번만 더 욕해 봐라, 내가 이걸 아주 그냥 밖으로 던져 버릴 거야.”송영식은 아까부터 은근히 말을 막하는 윤서에게 화가 났다.“…제가 잘못했네요. 제발 그걸 저에게 좀 건네 주시겠어요?”윤서가 웃음을 장착했다.“안 주워주시면 이대로 뛰어 나가서 회장님이 날 덮쳤다고 말하고 다니겠습니다. 밖에 기자도 많던데, 아, 백지안도 있지?”“졌다, 졌어.”송영식은 윤서의 협박에 어떨 수 없이 집어서 윤서에게 건네주었다.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송영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우스웠다.‘아니, 그저 니플 패치 하나 주워주는 걸로 저렇게 부끄러워할 일이냐고?’“뭐야,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셔? 영 여자 경험도 없는 사람처럼?”“누, 누가 경험이 없대?”송영식은 일부러 크게 말하긴 했지만 좀 주눅이 들었다. 서른이나 먹은 남자가 경험이 전혀 없다고 말하려니 뭔가 부끄러웠다.“경험이 있긴 있으시구나? 누구? 백지안에게 가서 말 해줘야지. 그래도 유경험자시라고.”임윤서가 빙글빙글 웃으며 약을 올렸다.“거 말 많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있지 그래.”영식이 어두워진 얼굴로 경고했다.“궁금해서 좀 물어본 걸 가지고. 설마, 여자 몸 본 것도 내가 처음 아닌…”임윤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영식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나가 버렸다.그러고 대뜸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골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우스웠다.‘부끄러워서 화내는 거 봐.아니지, 설마 그렇게 순수하려고? 그러면 백지안 같은 인간에게는 정말 너무 아깝잖아.’----연회장.송영식은 와인잔을 들고 훌쩍 마셨다.‘젠장!’윤서 때문에 열이 받아서 그런지, 처음 여자 알몸을 봐서 그런지 열기가 몸의 특정 부위로 몰리는 기분이었다.‘이 나이가 되도록 경험도 없다니 어째 생각할수록 창피하잖아.’“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백지안이 다정하게 물었다.“임윤서 때문이지.”송영식이
윤서는 사뭇 두려움에 찬 목소리를 옆 사람 들으라는 듯 높였다.“아까 갈아입으라고 마련해 주신 블랙 드레스는 사이즈가 작아서 입을 수가 없더라고요. 백지안 님, 다음부터는 무슨 색 드레스를 입으실 건지 미리 좀 알려주세요. 또 같은 옷을 입어서 괜히 대표님한테 한 소리 듣기는 싫거든요.”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백지안을 쳐다보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빨간 색은 저만 입어야 하나?”“그러니까 말이야. 솔직히 임 총감이 자기보다 예뻐 보이니까 갈아입으라는 게 말이나 돼? 저런 사람인지 몰랐는데 실망이야.”“송 대표도 그래. 임 총감은 이번 신제품 조제사이자 오슬란의 공신인데 백지안이랑 같은 색 옷을 입었다고 뭐라고 하다니 제가 무슨 제왕인가?”“……”송영식과 백지안은 부끄러워서 목까지 빨개졌다. 송영식은 윤서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방 대표도 괜히 말을 보탰나 싶어서 좌불안석이 되었다.방 대표가 얼른 화제를 신제품으로 옮겼지만 어떤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가는 법이다. 드레스와 관련된 일은 온 발표회장 내로 퍼졌다.다들 경멸하는 시선으로 백지안을 보기 시작했다.백지안은 임윤서가 너무나 얄미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백윤택을 불러 속삭였다.“오늘 밤에 무슨 수를 쓰던 임윤서를 꼭 괴롭히도록 해.”“걱정하지 마. 임윤서가 마시는 술에 이미 사람을 시켜서 뭘 좀 넣었거든.”백윤택이 사악한 웃음을 드러냈다.“밤에 내가 침대에서 아주 실컷 괴롭혀 줄게.”“좋은 소식 기다릴게.”백지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이때 이주혁이 송영식에게 다가왔다.“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래. 멀리 안 나갈게.”송영식이 주혁의 어깨를 두드렸다.이주혁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영식을 잠깐 들여다 보았다.“저기, 그냥 드레스잖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송영식은 절친의 말에 매우 민망한 얼굴이 됐다.“아니, 그런 게 아니고….”“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대선이 코 앞인데 집안에 자꾸 누를 끼치면 안 되잖아. 난
백윤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임윤서는 너무 더워서 깼다.온 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비틀비틀 일어났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생각해 보다가 몽롱한 채로 걸어 나오다가 누군가와 탁 부딪혔다.윤서는 원하던 것을 만난 듯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저기요, 어? 임윤서 씨 아닌가…?”비서는 긴장한 눈빛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송근영을 쳐다보았다.“아무래도 누가 약을 탄 모양이구나.”송근영은 임윤서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비서는 흠칫했다.“오슬란 신제품 발표회에서 감히 오늘 잠 주인공인 개발팀 총감에게 손을 대다니 누가 이렇게 대담할까요?”“일단 내 방으로 데려갈 테니까 자네는 여기서 누가 와서 임윤서를 찾는지 잘 지켜 봐. 그 놈이 임윤서에게 약을 탄 놈일 테니까.”송근영은 그렇게 당부하고는 윤서를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다.방에 들어가자 임윤서는 이제 견디지 못하고 침대에서 마구 구르며 난동을 부렸다.송근영은 골치가 아팠다. 할 수 없이 욕조에 찬물을 받아 윤서를 집어넣었다.그러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비서가 돌아왔다.“방금 백윤택이 아까 그 자리에서 사람을 찾았습니다. 소방통로 쪽으로 가더니 위 아래로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당황한 기색이더라고요”“백윤택이라….”송근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백지안의 오빠인 백윤택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그 집안의 속 썩이는 인간이지. 이제 영식이 뒷배를 믿고 날뛰려는 게로구나.이제 작은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시면 동생 시댁을 등에 업고 더 지랄을 하겠지.할아버지 말씀이 맞아. 무슨 수를 쓰던 백지안이 우리 집 안에 들어오게 두면 안 되겠어.’“저, 임 총감이 굉장히 괴로운 것 같은데요.”비서가 윤서의 신음소리를 듣고 귀까지 빨개져서 말했다.송근영은 비서를 흘끗 쳐다보았다.“가서 영식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 봐요.”----연회장에서 접대 술을 계속 받아 마시고 오늘 기분도 좋아서 송영식은 이미 거나하게 취해있었다.백지안이 송영식을 부축해 엘
“당연하….”송영식이 휘 둘러보더니 갑자기 말소리가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자기 방이 아닌 것 같았다.“자기 방도 아니면서!”윤서는 화가 나서 눈이 벌게졌다.“이 변태가! 백지안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나에게 손을 대? 어디 사람이 없어서 나한테 이래? 백지안한테나 갈 것이지!”“내가 손을 댔다고?”송영식은 울컥했다.“돈과 지위를 노리고 내가 취한 틈을 노리고 들어온 거잖아?”미칠 지경이었다. 어렵사리 백지안에게 청혼을 해서 겨우 성공했다 싶었더니 지금까지 지켜왔던 동정을 하룻밤 만에 윤서에게 빼앗겨 버린 것이다.“돌았나, 진짜? 이 몸은 당신 같은 인간이랑 자는데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거든! 게다가… 난 첫경험이란 말이야!”윤서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누굴 바보로 아나? 당신 같은 사람이 아직까지 경험이 없다고? 내가 분명 다른 남자랑 만나는 것도 봤….”송영식은 말을 맺기도 전에 하얀 시트 위에 선명한 붉은 꽃무늬를 보고 목이 턱 막혔다.임윤서가 정말 첫 경험이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나,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이 쓰레기가, 진짜! 죽어라!”윤서는 베개를 집어 던졌다.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기자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너무나 익숙한 장면이었다. 왜 자꾸 이런 일만 생기는 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송 대표님, 백지안 씨랑 사귀는 거 아니었습니까? 어째서 오 총감과 함께 계시는 거죠?”“바람입니까?”“임윤서 씨, 송 대표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눈도 못 뜨게 마구 플래시가 터졌다.윤서는 이불을 두르고 욕실로 뛰어들었다.‘이건 내가 전에 송영식에게 썼던 작전이잖아? 내가 당할 줄이야. 그런데 당해보니 정말 환장하겠네.난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다행히도 호텔 경비 팀에서 와서 곧 현장을 정리하고 두 사람에게 옷을 가져다 주었다.임윤서가 옷을 입고 나오자, 송영식은 어두운 얼굴로 호텔 매니저에게 신경질을 냈다.“기자들이
“백지안은 절대로 당신이랑 헤어지지 않을 테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이제 최하준이 없어서 당신을 잡은 거니까. 헤어지자며 난리난리는 좀 쳐도 좀 달래주면 다 용서해 줄 걸. 아 참! 아마도 결국은 당신은 아무 죄가 없다며 봐줄 거야.”그러더니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송영식은 그 말을 듣고 얼떨떨한 채로 서 있었다.----윤서는 시큰거리는 다리를 끌고 호텔을 나섰다. 여름이 전화를 걸어왔다.“어우~ 이 언니, 아주 끝내 줘.”여름이 존경스럽다 듯 말을 꺼냈다.“대대적으로 백지안에게 청혼을 한 다음 날 송영식을 데리고 자버리다니? 백지안에게 복수한다고 너무 신하게 하는 거 아니니? 너희 지금 완전 실검 1위야. 아주 온나라에 너희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어.”“아, 시끄러!”윤서는 울고 싶었다.“나도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거든. 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다고. 내 첫 경험을 그 똥멍청이한테 뺏겨서 지금 완전 열 받아!”“아무래도 너 당한 것 같다.”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빨리 사후 피임약 처방 받아.”“아, 그러네.”윤서는 얼른 근처의 산부인과로 향했다. 그 처방전을 들고 약방으로 갔다. 약사가 처방전을 들고 약을 찾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약사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전화를 끊더니 윤서에게 말했다.“약이 저 안에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그러고 들어가더니 약사는 피임약을 비타민으로 바꾸었다.윤서는 계산을 하고 약을 먹었다.이때 길 가에 송근영의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윤서가 떠나자 송근영은 송우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약방에 얘기해서 약을 바꿔치기 했습니다.”“그래그래, 아주 잘 했다. 윤서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 아주 잘 해주도록 하자꾸나.”----그 시각.백지안은 뉴스에서 윤서와 송영식의 사진을 보고 바로 얼굴이 일그러졌다.‘분명 어젯밤 송근영이 송영식을 데려갔는데 어째서 임윤서랑 같이 있다 사진을 찍힌 거지?”백지안은 열이 뻗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