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712화

작가: 남천
‘오밤중에 여자 혼자서 남자 4명을 마주쳤다가는 이기기는커녕….’

하준은 저도 모르게 핸들을 꽉 잡았다.

“성운빌은 학교를 끼고 있는 단지라서 어린 아이들도 많고 고급 단지라 보안이 철저할 텐데 10시밖에 안 된 시간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쪽에서도 이렇게 미친 건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그 네 놈을 잡아서 조사중입니다. 놈들 말로는 강여름 대표가 서경주 회장의 후계자니까 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돈될 만한 것이 있나 하고 들어갔다고 주장한답니다.

하지만 강도질을 하러 들어가서 이렇게 집안 살림을 모조리 부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집에 쓸만한 가구가 하나도 남지 않았을 정도로 모두 부쉈습니다. 아무래도… 복수로 보입니다.”

하준의 이마 양옆이 불뚝불뚝거렸다. 하준은 한참 만에야 싸늘하게 명령했다.

“이 사건이 백윤택과 관련있는지 좀 뒤져 봐.”

1시간 뒤 상혁이 사무실에 있는 하준에게 소식을 가져왔다.

“백윤택의 비서가 그 상습범 4명의 가족에게 상당한 금액을 이체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죽의자에 앉은 하준이 뒤로 휙 돌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다트를 던져 벽에 걸린 표적 한 가운데를 맞혔다.

“내가… 백윤택을 너무 이래저래 눈감아준 것 같지 않아?”

하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입가는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상혁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그냥 눈감아준 정도가 아니잖습니까? 아주 놈이 똥오줌을 못 가리는 지경까지 부추긴 거나 다름 없죠.’

그러나 말은 상당히 돌려서 했다.

“다 백 대표님이 슬퍼할까 봐 그러셨던 거 아닙니까?”

“……”

하준의 눈동자에 한기가 서렸다.

고개를 숙이고 피곤해진 미간을 문질렀다.

‘그래. 이게 다 지안이 때문이지.

3년 전에도 백윤택 자식을 도와주고 싶지 않았지만 지안이 때문에 양심을 져버리고 놈을 도와주고 말았어.

그 바람에 여름이가 놈을 미워하게 되었고 놈은 여름이를 가둬둘 수 밖에 없었던 거야. 그 일이 도화선이 되어서 우리 아이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3화

    “진정해. 내가 시킨 대로 왕 비서에게 얘기는 해 놨어?”“그건 했지….”“그럼 괜찮을 거야. 돈이 얼마가 들어도 놈의 입을 단단히 틀어 막아 놔야 해. 그리고, 이제 얌전히 있어. 한 번만 더 경거망동했다가는 이제 나도 몰라.”백지안은 얼굴이 벌개졌다.‘십중팔구 하준이가 뭔가를 찾아낸 게 틀림없어. 이렇게까지 날 배려하지 않고 밀어붙일 줄은 몰랐네.’----병원.여름은 여울이를 안고 죽을 먹이고 있었다. 임윤서는 전화를 한 통 받더니 신통치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어.좋은 소식은 경찰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와서 어제 그 강도 놈들이 매수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이야. 누가 그 놈들 가족 명의로 된 통장으로 거액을 입금했대. 그게 백윤택의 비서라는 거야.”여름이 고개를 들었다.“나쁜 소식은 백윤택의 비서가 죄를 뒤집어 쓰고 인정했다는 거겠지?”“맞아.”임윤서가 한숨을 쉬었다.“우리는 이제 백윤택을 뭐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누가 경찰에 증거를 넘겼는지 알아? 최하준이래! 너 아침에 가서 무슨 짓을 한 거야?”“정신 차리라고 약 좀 먹였지. 이제는 최하준도 백윤택이 한 짓에 염증을 느끼리라는 점에 나도 도박을 걸어본 거야.”여름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실은 오늘 아침 난동은 일종의 도박이었다.지금 하준의 마음에 아직 여름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남아있고 백윤택에 대한 인내심이 극에 달했을 것이라고 상정하고 이 기회를 빌어 3년 전 아이를 잃은 일이 백윤택과 간접적으로 그 일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려고 했던 것이다.그리고 다행히도 그 도박이 먹혔다.“너 진짜 대단하다.”임윤서가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근데 이모, 입술이 왜 그렇게 부었어요? 모기 물렸어요?”얌전히 여름의 품에서 죽을 먹던 여울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임윤서에게 물었다.갑자기 난처한 듯 임윤서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개한테 물렸거든.”“개가 엄청 큰가 보다. 어떻게 입을 물지?”여울이 깔깔대며 웃었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4화

    “어쨌든 저한테도 조카니까 저도 좀 같이 있어 보고 싶다고요.”최양하가 손을 흔들었다.“…알겠어요.”여름도 딸의 마음을 알고는 끄덕였다.“엄마가 내일 맛있는 거 해가지고 다시 올게.”하늘을 데리고 떠나면서 돌아보니 최양하가 여울을 데리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싱글벙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저도 모르게 여울이 태어났던 해가 생각났다. 늘 울기만 하고 다른 사람은 제 몸에 손도 못 대게 했던 여울이었다.‘역시 핏줄은 땡기는 모양이지. 아니면 최양하와 최하준도 어느 정도 닮았는지도 몰라. 애들은 그런 건 귀신같이 아니까.”----저녁. 여울은 최양하의 팔을 베고 잠들었다가 갑자기 소곤소곤 속삭였다.“삼촌, 우리 아빠도 삼촌처럼 애기들한테 잘 해줘요?”최양하는 움찔했다. 품 안의 작은 꼬맹이를 보며 중얼거렸다.“우리 여울이처럼 귀여운 아이를 보면 잘해주지 않을까? 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모르겠어요.”여울은 입술을 모아 합죽이 입을 했다. 눈가가 발그레해졌다.“그날 나쁜 사람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 왔을 때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한테는 말 못했어요. 엄마가 속상할까 봐.”“우리 여울이는 정말 마음씨가 곱구나.”최양하가 한숨을 쉬었다.‘어이구, 최하준. 이 천벌을 받을 인간아. 나한테 이런 딸이 있었으면 나 같으면 물고 빨고 공주님 대접을 해줬을 건데.’“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삼촌을 불러. 내가 아빠처럼 해줄게.”“네.”여울은 최양하의 곁에서 스르륵 잠들었다.다음날 아침. 간호사가 최양하에게 여울을 데리고 8시 전에 4층에 가서 흉부 CT를 찍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가는 길에 최양하는 여름에게 부탁 받은 대로 여울에게 마스크를 씌웠다.CT실에 들어갈 때만 잠깐 마스크를 벗으면 된다고 했다.CT 촬영을 마치고 나와서 여울에게 마스크를 씌우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돌아보니 장춘자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여울을 쳐다보고 있었다.“얘, 누구 애니?”최양하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5화

    여울은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라서 가족이라고는 여름과 하늘 둘 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할머니며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다 있었는데 여울에게만 없었다.그런 생각에 서러움이 왈칵 몰려왔다.여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양하의 목을 끌어안았다.“아빠~”최양하는 순간 다리가 후들하고 떨렸다.“이거 봐라. 애가 아빠라고 하잖니? 그런데도 인정을 안 해? 애는 거짓말 안 하는 법이다.”장춘자가 최양하를 쿡 찔렀다.최양하는 울고 싶었다.‘아니, 왜 갑자기 내가 딸이 생기냐고?’“안녕하세요?”여울이 달달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아이고, 요요, 조그만 게 예의 바른 거 보게? 귀엽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예의가 바르다니. 똑똑한 아이구나. 내가 누군지 아니? 어떻게 알았담?”그렇게 자식과 손자가 많아도 죄다 자라면서 골치 아프게 하는 것들뿐이었다. 특히나 손자 손녀들은 최윤형은 바람중이에, 최하준은 어렵사리 얻었던 아이들을 잃었지, 최양하는 아무리 해도 결혼할 생각을 안 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증손녀를 만나고 보니 노인네 마음이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방금 아빠가 ‘할머니’라고 했으니까요.”여울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아빠가 할머니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아유, 귀엽기도. 이제 날 증조할머니라고 부르거라.”장춘자는 볼수록 여울이 마음에 들었다. 최양하를 노려보았다.“이 녀석아, 이렇게 귀여운 애를 왜 여지껏 숨겨놓고 있었니?”“……”최양하는 이제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아니, 내가 언제 너한테 할머니 얘기를 했었다고…. 아주 순식간에 그냥 저 천진한 얼굴로 이 설정에 이렇게 녹아든다고?’“당장 네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다.”장춘자는 바로 휴대 전화를 꺼내 최란에게 전화ㅐㅆ다.통화가 되자 장춘자는 사뭇 기쁜 얼굴이었다.“란아, 축하한다. 너 손녀가 생겼구나.”한창 업무 중이던 최란은 어리둥절해졌다. 한참을 생각해도 어디서 튀어나온 손녀인지 알 수가 없었다.“지안이가 임신했다나요?”“걔가 임신한 게 뭐 그리 대수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6화

    “아니에요. 날 좀 데리러 와요. 같이 한 번 가보죠.”----병원.장춘자는 벌써 식구들에게 모두 전화를 한통씩 돌렸다.최양하도 몰래 여름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따가 절대로 병원에 하늘이 데리고 오지 마세요.증손녀를 보고는 할머니가 거의 뭐 미친 듯이 좋아하세요. 둘이 생겼다가는 여기 큰일날 것 같아요.’마침 병원으로 가는 길이던 여름은 울컥했다.‘아니 이거 하룻밤 만에 딸을 뺏겼잖아? 어쩌다가 여울이가 양하 씨 딸로 둔갑을 해버렸어?뭐가 이렇게 안 맞아?’1시간도 지나지 않아 최대범, 최란, 추동현, 최민, 최진이 모두 달려왔다.모두들 올 때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왔지만 여울이를 보자 마자 모든 의심이 사르르 녹아버렸다.최란이 어렸을 때 모습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었다.최란은 여울을 본 순간 그냥 너무나 마음에 쏙 들었다. 사업에만 매진하느라 손자 손녀를 본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자신을 닮은 귀여운 녀석을 보니 순간적으로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최란이 들어서니 여울이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알겠다! 할머니구나!”“내가 그랬지? 애가 똑똑하다고. 역시 우리 집안 핏줄이 다르구나.”장춘자는 어린애처럼 의기양양했다.최란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그래. 내가 네 할미다. 어떻게 알았니?”여울이 고개를 갸웃했다.“우리 아빠랑 닮았는데요. 그래서 할머니인 줄 알았죠. 그리고 날 보고 웃을 때 제일 예쁘게 웃었어요. 우리 옆집 우현이네 할머니가 우현이를 볼 때 표정 같았어요.”“우현이가 누구냐?”“나랑 같이 노는 친구요. 걔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현이한테 엄청 잘해줘요. 나는 없었는데.”여울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하더니 곧 웃었다.“근데 이제 나도 다 생겼네.”“그래. 이제부터는 너도 할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구나.”최란은 마음 아픈 듯 여울을 안아 올리더니 최양하를 흘겨보았다.“이렇게 큰 일을 숨기고 말을 안 하다니, 나중에 나 좀 보자.”최대범도 맞장구를 쳤다.“우리 집안에 자손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7화

    “엄마, 옛날 예기는 뭐 하러 꺼내요? 여름이 걔가 명이 그것 밖에 안 되는 걸 어쩌겠어?”최민은 꽤 신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자제하며 말했다.“하여간 이 병원은 시설이 마음에 안 든다. 애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자꾸나. 나주에 의료팀을 꾸려서 집으로 부르면 되지. 애를 병원에 이러고 냅둘 일이 아니다.”최대범이 즉시 명령했다.FTT의 증손녀는 더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최 씨 대 가족이 위풍당당하게 여울을 데리고 병원을 떠날 때 여름이 주차장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마음이 섭섭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여울이 행복한 얼굴로 최란에게 안겨 있는 것을 보니 속이 영 말이 아니었다. 직접 입 밖으로 말한 적은 업지만 여울이 친구네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부러워 했던 것은 알고 있었다.‘뭐… 이렇게 되는 것도 괜찮을지 몰라. 최양하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FTT에 들어가면 식구들이 모두 아이를 아껴줄 테고 최양하가 애를 빼앗아 가려고 하지도 않을 테고.다만 어렵사리 키워놓은 딸을 갑자기 그 집에서 데려가 버리니 상실감에 괴로웠다.“하늘아, 여울이가 부럽니? 너도 아빠네 집에 들어가고 싶어?”여름이 허리 굽혀 아들에게 물었다.하늘은 고개를 흔들었다.“저는 아빠네 집이 싫어요. 엄마랑 있고 싶어요.”그러더니 여름의 손을 꽉 잡았다.여울과 비교하면 하늘의 생김은 훨씬 여름을 닮았다.여름은 손을 뻗어 부드럽게 하늘을 껴안았다.“엄마, 실망하지 마세요. 지금은 여울이가 신기해서 그 집이 좋을 수도 있어요. 며칠 지나면 울면서 엄마를 찾을 걸요.”하늘이 담담히 말했다.“그래.”여름이 한숨을 쉬었다.‘뭐, 사실 여울이를 다시 그 나라로 보내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어. 그렇다고 최하준을 그렇게 닮은 애를 곁에 두는 것도 시한폭탄 같아서 위험해. 언제고 하늘이 존재가 폭로될 수 있어.일단은 잠깐 이 상태로 두자. 그래도 양하 씨네 집에 두는 게 제일 안전할 거야.’“하늘아, 여울이가 본가로 들어갔으니 너도 잠깐 여기 같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8화

    한창 신나게 놀던 여울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강여울이에요.”“강 씨라고!”다들 깜짝 놀라서 눈빛이 이상해졌다.최민이 눈짓을 했다.“설마하니 쟤 에미 이름이….”최양하는 다리가 후들거렸다.“아하하, 그게 우연이죠. 뭐 세상에 강 씨는 많잖아요?”“하긴, 성이 뭔지가 뭐 중요하냐? 어쨌든 최 씨로 바꾸면 되지.”치대범이 강경하게 말했다.“난 최 씨가 되기 싫은데.”그 말을 듣더니 여울은 놀라서 울었다.“난 그냥 강여울 할 거야.”“그래, 그래. 안 바꾸면 되지. 괜찮다.”장춘자가 영감을 흘겨보았다.“이제 막 엄마를 일은 애한테 갑자기 성을 바꾸라고 해요? 천천히 하면 되지, 급할 거 뭐 있다고.”최대범은 머쓱해지고 말았다.어느 새 다들 유아실에 도착했다.여울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할머니, 여기 너무 좋아요. 난 인형이랑 분홍색이 좋거든요. 미끄럼틀도 있네? 하늘이랑 같이 놀고 싶다.”“하늘이라고?”다들 깜짝 놀랐다.최양하의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 여울이 덧붙였다.“아, 내 친구 말이에요.”“아….”그제야 다들 이해했다.최양하는 아주 그냥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이때 최란이 최양하를 흘겨보았다.“이제 애도 있겠다, 집으로 들어오너라. 애랑 같이 있어줘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밖으로 돌 생각이니?”“이제는 퇴근하면 바로 바로 집으로 오거라.”장춘자도 덧붙였다.여울이 최양하의 다리에 매달렸다.“아빠, 사랑해요~”“……”온 식구들이 하루종일 여울을 물고 빠느라 바빴다.그러나 최동현은 1시간쯤 지나자 최란에게 말했다.“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뭘 이렇게 서둘러요. 오늘 저녁에는 여울이에게 파티를 해주기로 했는데. 당신은 여울이 할아버지 아니네요.”최란이 약간 화를 냈다.“양하는 당신 아들이라고요.”“얼굴 봤으면 된 거죠. 용돈 봉투는 하나 두고 갈 게요.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추동현은 그러더니 자리를 떴다.최란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최양하가 다가와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19화

    “너도 눈치 챘니?”최란이 씁쓸하게 웃었다.“네가 보이에는 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니?”최양하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3년 전, 하준의 정신병원 사진이 유출된 일로 모두가 추동현을 의심했을 때도 자신을 의심했을 때 최양하만이 자신이 결백하다는 사실을 믿었었따.나중에 그 사진이 추신 쪽에서 흘러나왔다는 정보가 들어왔을 때에야 최양하는 그것이 추동현이 벌인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버지가 겉보기는 유해 보이고 세상사와는 등지고 사는 분인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그러나 최양하가 아무리 물어도 추동현은 정확하게 답을 해주지 않았었다.그 동안 최양하가 FTT에서 온갖 멸시를 당했지만 추동현은 도와주겠다는 소리 한 마디 없었다. 최양하와 보내는 시간보다 추성호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추신에 갈 때마다 그쪽 식구들은 겉으로는 최양하에게 잘 해주기는 했다. 그러나 한번은 삼촌에게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어 주주로 참여하고 싶다고 했더니 삼촌은 그 프로젝트는 별로 돈이 안 돼서 외주를 부었다며 거절했다.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삼촌은 그것을 외주를 준 것이 아니라 자기 아내 쪽 조카에게 넘겼던 것이다.친조카보다 조카를 더 챙긴 것이다.그리고 어렸을 때 명절이라고 추신에 갔을 때 할머니 가방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을 보고 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해놓고서는 나중에 할머니가 몰래 추성호에게만 주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최양하도 어엿한 손자인데 말이다.나중에 최양하는 그것이 다 자기가 최 씨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추신이 국내 제2의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동안에도 최양하는 추신에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했던 것이다.“어머니, 저는 정말 아버지 친 아들이 맞나요?”별안간 최양하가 물었다.최란은 흠칫하더니 무거운 표정이 되었다.“네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면 누구 아들이니? 네 엄마가 밖에서 다른 사람이라도 만났다는 말이니?”“그런 뜻이 아니고요. 아, 뭐. 그냥 해본 말이에요.”최양하는 그러더니 자리를 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720화

    장춘자가 다시 신신당부했다.“아 참, 여울이가 4살이란다. 선물 살 때 나이에 맞춰서 고르거라. 그리고 말해둘 게 있는데 내가 쌍둥이들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유아실을 일단 여울이에게 내줬단다. 어쨌든 너는 당장 급하지 않잖니?”그러더니 장춘자는 전화를 끊었다.하준은 수화기를 들고 한동안 꼼짝도 않았다.‘4살이라고…?그때 강여름의 아이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그 나이겠구나.’이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백지안이었다.“준, 오늘 야근이야? 우리 같이 웨딩 사진 고르러 가기로 했잖아?”“오늘은 시간이 없네. 퇴근하고 본가에 좀 가야 해서 집에 못 가.”하준이 답했다.백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아직도 우리 오빠가 강여름 네 집 부순 일로 화났어? 준, 나는 정말 몰랐어. 전에 쓸데 없는 짓 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었는데도 내 말은 듣지를 않아. 미안해. 이런 오빠를 둬서 네 명예에 먹칠이나 하고….”“지안아, 지나간 얘기는 하지 말자. 어쨌든 앞으로는 백윤택이랑 거리를 좀 둬. 도저히 방법이 없는 인간이야.”하준이 말을 끊었다.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데 백윤택이 저지르는 짓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백지안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답했다.“오늘은 정말 본가에 일이 있어.”하준은 통화를 끝내고 상혁에게 어린애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다.상혁은 하준의 집에 4살 짜리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더니 온몸이 굳어서 가만히 있었다.“뭘 멍하니 있어? 빨리 안 가?”하준이 상혁을 노려봤다.상혁은 사무실에서 나와 조용한 곳을 찾아 바로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강 대표님, 회장님 댁에 있다는 그 여자애가….”“맞아요. 여울이에요,”여름은 할 수 없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상혁은 울상이 되었다.3년 전 여름의 ‘유산’은 최양하와 상혁이 손을 잡고 벌인 쇼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당시 하준이 여름을 밀쳤을 때 하혈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쌍둥이를 지키지 못할 뻔했으나 다행히도 쌍둥이의 생명력이 강해서 살아남았다.그러나 상혁은 하

최신 챕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700화

    “잠깐.”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야. 난 갈게. 어쨌든 넌 이제 예전의 하준이가 아니잖아. 예전 친구 따위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송영식은 한숨을 쉬었다.“잡지 마라.”“너 잡는 거 아니거든.”하준은 어이가 없어 하며 송영식을 쳐다보았다. ‘나에게 저런 신경질적인 친구가 있었다고?’송영식은 잠시 매우 민망해졌다.“…나 간다?”“앉아 봐.”하준이 옆이 의자를 가리켰다.송영식은 그제야 휘적휘적 가서 앉았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하준의 노트북으로 향했다.“FTT 자료 보고 있었네?”하준은 그에 답하지 않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더니 물었다.“나랑 강여름은 어떤 사이였어?”“어떨 것 같냐?”송영식이 고소해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맞추면 여기 앉아서 얘기해 줄 거야?”하준이 냉랭하게 물었다.“말 하기 싫으면 말고.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내가 졌다.”송영식은 김이 빠졌다.“네가 느끼기에는 어떨 것 같은데?”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노트북도 핸드폰도 만질 줄 몰랐지만 오늘 아침에 핸드폰으로 몰래 뒤져보았다. 성인 남녀 사이에 키스를 한다는 것은 둘이 굉장히 친밀한 사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자신과 여름이 나눈 것은 프렌치 키스라는 것까지 알아냈다.그런 것을 알아내고 나자 하준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뭐 응큼한 생각하고 있구나?”송영식이 큭큭 웃었다.하준이 송영식을 싸늘하게 흘겨 보았다.“내 여자인구인가? 하지만 결혼했다던데? 아이도 있고. 난… 강여름의 정부인가?”“… 컥컥. 대단하네. ‘정부’ 뭐 그런 단어까지 알아냈어?”송영식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하지만 그 단어가 딱 적당한 것 같다.”그 말이 맞다는 뜻이었다.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정말 내가 그렇게 내놓기도 부끄러운 정부야?’“그렇다고 화내지는 말고.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네 인과응보라고.”송영식이 말을 이었다.“여울이하고 하늘이 아빠가 누군지는 아냐?”“내가 어떻게 알아?”하준은 짜증이 났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9화

    “요즘 쭌은 자신을 더 이상 두 살짜리 아기로 생각하지 않아. 쭌의 실제 나이는 나보다도 많다고 얘기해 줬거든. 요즘은 선생님들 모셔서 가르치는데 정말 빨리 배워. 앞으로 한 달 정도면 전에 배웠던 지식 수준은 따라잡을 것 같아.”“하지만… 그러면 뭐해? 너희들 사이에 있었던 애정 같은 건 다 잊었을 텐데.”윤서가 망설이면서 말했다.“널 잊어 버린 사람이 다시 널 사랑하게 만드는 게벌써 몇 번 째냐?”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슬픈 기분이 되었다.‘그러네. 대체 이게 몇 번 째냐고….처음에 동성에서 만났을 때,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최하준을 따라다닌 바람에 결국 최하준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지.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온갖 수단을 써서 백지안 옆에 있던 최하준이 날 사랑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었고.그래, 매번 성공했어. 그래서 피곤했냐 하면, 그래. 정말 피곤했지.두 사람이 서로를 향하는 사랑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어.’“나도 모르겠어.”여름이 망연자실해서 말을 이었다.“전에는 기억에 착란을 일으켰던 거고 이번에는 완전히 어린애나 다름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애정 부분도 완전히 백지가 되어 버렸어. 사실 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인생은 길잖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 다음에 또 이러지 않을까? 그 다음은? 내가 매번 이렇게 주동적으로 나서고 인내할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라고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도 아니고,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네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뭐라고 한 적이 없지만, 너 이러는 거 보니까 나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난… 최하준은 자기 자신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혹시나 이번에 다시 고백 받거든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마.”윤서가 말을 이었다.“본인이야 그러고 싹 다 까먹어도 별 문제 없겠지. 하지만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그렇게 몇 번이고 잊어버린다면 그게 뭐 누구의 계략에 빠진 거든 뭐든 막 때려주고 싶을 것 같다. 아내랑 애가 있는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8화

    하마터면 윤서의 입술이 송영식의 코에 닿을 뻔했다. 순식간에 호흡이 엉키고 얼굴은 빨개졌다.“왜 이렇게 들이대?”“어떻게 사람이 말 한마디를 곱게 안 하냐?”송영식은 속상했다. 그런데 발그레해진 윤서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요즘 윤서의 배가 점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얼굴도 동그라니 뺨이 포동포동했다. 워낙 잘 먹여 놔서 피부도 촉촉해서 저도 모르게 한번 꼬집어 주고 싶었다.“좋은 말은 할 줄 알지만 당신한테는 안 쓸 거야.”윤서가 코웃음을 쳤다.“여름이가 장보러 간다니까 우린 좀 천천히 가자.”“마침 잘 됐네. 나도 올라가서 뭣 좀 해야 하거든.”송영식이 묘하게 웃더니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갔다.송영식의 뒷모습을 보며 윤서는 어리둥절했다.*****1시간 뒤, 송영식이 차를 몰고 하준의 집으로 향했다.송영식의 집에서 하준은 집까지는 멀지 않아서 30분이면 닿았다.윤서는 하준의 집에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집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여기 너무 큰 거 아니야? 너희 집에 대니까 우리 집 너무 초라하다.”송영식이 반박했다.“그집이 어디가 초라해?”“그러게. 그런 좋은 집을 두고.”여름이 웃으며 답했다.“같이 한 바퀴 돌까? 그러면서 과일도 좀 따고.”“그래.”윤서가 송영식을 돌아보았다.“따라오지 말고 하준 씨한테나 가 봐요.”“누가 따라간대? 자기가 무슨 인기 연예인인 줄 아나?”송영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흥, 앞으로는 절대로 나 따라다니지 말라고!”윤서가 싸늘하게 웃었다.송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누가 따라다니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줄 아나? 워낙 덤벙대니가 아기 다칠까 봐 그러는 거지.”“고오맙네요. 백지안 때문에 밀치지 않아서. 내 아기는 누구보다 건강할 예정이거든요.”윤서가 비꼬았다.“대체 언제적 얘기를 아직까지…. 됐다. 내가 당신이랑 무슨 말을 하냐? 하준이한테나 가 봐야지.”송영식이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너희 둘… 안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7화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아까부터 그거 때문에 의기소침한 거였어?’“그래. 완전히 탄복했지.”여름이 끄덕였다. 감탄한 것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차진욱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사람이었지만, 여울이를 구해주고 나서부터는 내심 존경하는 마음이 커졌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차진욱은 남편으로서 아껴주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도록 방임하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차진욱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여 처음부터 하준을 상대했다면 여름과 하준은 진작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돈이 넘치는 사람은 쓸데없는 못된 버릇도 있기 마련인데 차진욱에게는 그런 결점도 딱히 없었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아플 때도 결코 곁을 떠나지 않았다.여름은 강신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랑과 혼인 관계는 너무나 부러웠다.자신은 결혼 생활도 실패한 것 같았다. 하준은 차진욱처럼 아량이 넓고 포용력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백지안 같은 불여우에게 속아서 이용당하는 지경이었다.재결합한 뒤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전에….여름은 슬픈 마음으로 하준을 돌아 보았다. 그런데 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우울한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여름이가 감탄할 수 있는 그런 사람.”하준이 진지하게 주먹을 쥐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FTT를 되찾아 올 거야.”여름이 빙긋 웃었다.“난 차 회장님의 패기 넘치는 스타일에 감탄한 게 아니야. 쭌은 아직 잘 모르네.”“그럼 뭔데. 말해 봐봐. 나도 배우게.”하준이 다급히 물었다.“배워서 뭐 하게?”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혼인 관계에 대한 지조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포용력에 감탄한 거야. 그런 걸 쭌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데?”하준은 흠칫했다.혼인이니, 사랑하는 사람이니, 다 하준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어제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사실 하준은 핸드폰에서 여름과 자신의 셀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6화

    “이게…”“그리고, 월급 받는 전문 경영인 주제에 이사회의 결정을 듣지 않고 우리에게 반항한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이 회사를 침탈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죠. 회사 중역은 죄다 당신이 심어놓은 사람이고 아무나 와서 기고 만장하단 말이야.”한마디 한마디 뼈가 시렸다. 맹원규의 안면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하준은 그렇게 싸늘한 여름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도 너무 매력이 넘쳤다.맹원규가 싸늘하게 웃었다.“강여름 씨는 내 모가지를 쳐내고 내가 고용한 임원까지 싹 솎아내고 싶으신가 보군.”“그러면, 당신은 그만 두고 나갈 건가요?”여름이 비꼬았다.“당신 같은 사람은 철면피처럼 여기 어떻게든 붙어있을 걸.”맹원규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절대로 안 비킬 줄 알았지.”여름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일부터는 최하준 씨가 회사에 와서 회장직을 수행할 겁니다. 당신은 직위 해제예요. 이사회의 절대적인 행사권 앞에서 당신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싫다고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나갔다.막 문을 나서는데 안에서 뭔가를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여름이 하준에게 눈짓을 했다.하준은 바로 알아듣고 주먹을 쥐고 돌아섰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맹원규와 깨진 컵이 보였다.“어, 아주 잘나셨어?”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일개 직원이 이사 앞에서 컵을 깨고 눈을 부릅뜨다니?”“아닙니다. 제가 실수로 컵을 떨어트렸습니다.”맹원규가 뱉었다.“왜요? 내 안면 근육이 멋대로 수축하는 것도 안 됩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직원이 오너보다 기고만장한 꼴을 다 보고. 당장 나가시오.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하준은 냉엄하게 내뱉고는 여름을 데리고 나갔다.가면서 맹원규의 그 얼굴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내일 맹원규가 꺼질까?”여름이 웃었다.“그렇게 쉽게 나가겠어?”“그런가…?”하준의 어깨가 쳐졌다.“안 나갈 거야. 배후에 양유진이 있을 테니까. 양유진이 놈에게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5화

    차진욱의 변호사가 나섰다.“미안하지만 강여경이 FTT를 구매하는데 사용한 자금은 모두 강신희 여사님의 계좌에서 나온 돈입니다. 계속해서 당신이 FTT 주식을 상속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법원에 주식의 동결을 신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강태환이 다급히 외쳤다.“돈은 내 동생이 준 거라고. 신희를 불러와.”“강신희는 지금 병으로 입원 중이고, 나는 배우자로서 부부 공동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차진욱이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그리고 난 당신들 셋이 사기범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마침 강여경의 시신이 아직 냉동 보관 중이지? 그러면 이참에 DNA를 검출해서 친자확인을 해보자고. 난 재산도 되찾고 당신들을 사기로 고소도 해야겠어.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기쳤지. 아주 전세계 최고 사기액일 거야.”“헛소리! 우리는 사기 같은 거 치지 않았어!”강태환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호흡이 가빠진 척하며 휠체어에 쓰러졌다.이사회를 개최했던 맹원규는 후다닥 일어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구급차 오고 있나? 회의실에 또 한 명이 기절했어. 같이 실어 보내지. 어서. 사람 죽게 생겼다고….”전화를 끊고 나가 회의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해 졌다.맹원규가 차진욱을 보고 웃었다.“주식에 이렇게 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회의는 취소하고 다음에 다시 논의하시죠. 아니면 두 분이 개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시고 나서 다시 이야기 나누십시다.”차진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맹원규를 훑었다.“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당신을 불렀지? 그 돈도 내 아내의 자금이야.”맹원규의 얼굴이 굳어졌다.사실 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맹원규를 초빙한 것은 사실이었다.“내 아내의 자금을 날려가며 불러온 게 겨우 이따위 쓰레기라니?”차진욱은 경멸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제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는지요?”맹원규가 깊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4화

    기다리지.”차진욱은 셔츠를 정리하고 다시 앉았다.강태환은 바들바들 떨었다. 기절했으면 싶었다. 이제 양유진이 실려나갔으니 혼자서 어떻게 차진욱을 감당하겠는가?차진욱이 손이라도 댄다면 자신도 양유진 꼴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피범벅이 된 양유진을 생각하니 두려워졌다.‘기절한 척할까? 그러면 맹원규가 회의를 취소하겠지?’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름이 갑자기 다정하게 다가왔다.“왜 그러세요?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건 아니겠죠?”“……”“기절하시면 안 돼요.”여름이 다정하게 말했다.“아빠가 기절하면 강여경의 주식을 어떻게 상속받아요?”강태환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강여경의 주식?”차진욱이 결혼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큭큭 웃었다.“그게 당신 차지가 되겠나? 범죄자 따위가 말이야.”차진욱의 말에 회의실은 묘한 정적에 빠져들었다.강태환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난 강여경의 아버지요. 여경이가 죽었는데 자식이 없으니 우리나라 법에 따라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는 거지.”“강여경의 부모인 건 확실하고?”차진욱이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얼마 전 동성에 갔을 때 분명 강여경의 부모는 따로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강여경의 친엄마는 내 아내 강신희라고 말이야.”강태환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그런가요? 내가 그런 소릴 했나? 어쨌든 법적으로는 걔가 내 딸이거든.”“그래?”차진욱이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손짓했다.변호사가 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건넸다.차진욱이 서류를 강태환에게 들이 밀었다.“그러면 잘 보시지. 소위 당신의 딸이 일전에 내 아내의 재산을 어마어마하게 썼거든. 당신네 나라 법에 따라 강여경이 쓴 돈은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라서 내게도 그 돈을 추심할 권리가 있어. 강여경이 죽었으니 그러면 그 돈은 법적인 아버지에게서 돌려받아야겠군”“무, 무슨 근거로?”서류의 숫자를 본 강태환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평생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금액이었다.“거 참 우습구먼. 당신 딸이 죽어서 딸이 남긴 주식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3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아무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차진욱이 눈동자를 보자 양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양유진은 자신이 차진욱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차진욱은 아들이 하나뿐이다. 그것도 강신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그러니 분명 매우 애지중지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양유진은 차진욱이 잔인함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양유진은 너무 아파서 입술에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솟아났다. 고통에 가득 찬 눈에 독기가 서렸다.“계속해 보시지. 그 대가로 아들 시체를 받게 될 거야. 난 놈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겨뒀어. 누구도 찾을 수 없게.”“그러시겠지.”차진욱은 큭큭 웃으며 양유진을 놓아주었다. 위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얼굴이었다.“난 이래서 가식적인 인간이랑 말을 섞기가 싫다고. 인질을 잡았으면 잡은 거지 왜 나랑 쇼를 하겠다는 건지?”양유진은 당황해서 비척비척 뒤로 물러났다. 부러진 손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차진욱! 당장 내게 사과해! 사과하지 않으면 아들놈을 죽여 버리겠어. 네놈은 이제 대가 끊기게 될 거다.”몸을 빼자마자 다시 차진욱을 협박하다니 너무나 양유진다웠다.맥퀸이 분노했다.“도련님을 다치게 했다가는 네 집안이 쑥대밭이 될 줄 알아!”“우리 집안이 차민욱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지.”양유진은 화가 난 맥퀸을 보더니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차진욱,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면 내가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진욱은 양유진을 걷어차 날려버렸다.양유진은 바닥에 엎어졌다. 목구멍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차진욱이 다가가 양유진의 얼굴을 밟았다.“그래도 체면을 좀 차리게 해주려고 했더니 끝간 데를 모르고 까부는군. 내가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나? 내 아들이 팔 다리 잃는 것쯤은 신경 안 쓴다고 했지? 살아만 있으면 된다. 잘 들어. 민우의 목숨은 네가 살수 있는 조건이다. 멋대로 날 협박할 생각은 버려. 난 협박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양유진은 전혀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2화

    “난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한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계의 낙후된 국가에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썼습니다. 하루하루 병에 침식되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을 아십니까?”여름은 구역질이 올라왔다.양유진의 연기는 그야말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감이었다.자기 친조카도 살해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 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니….“윽!”옆에서 듣던 하준이 먼저 반응했다.“구역질이 나는군. 당신네 약은 선진국에 팔자면 무시 당할 수준이니 제3세계 국가에 가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지. 가난한 나라지만 의약품은 필수니까. 당신은 죽음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거야. 말로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굴지만 사람들이 다 바보인줄 아나?”차진욱은 하준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래. 내가 살면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나 봤지만 너처럼 구역질 나는 인간은 참 드물지.”자존심이 센 양유진은 그런 모욕을 당하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차진욱이 천천히 일어서 양유진에게 다가갔다.강태환은 양유진과 같이 있다가 차진욱의 거대한 몸이 다가오자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휠체어에 앉아 있어 마음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저 손잡이만 꼭 잡을 뿐이었다.“왜 이러시죠? 여기는 FTT그룹이고, 우리나라입니다.”양유진이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내가 모른다더니? 이제는 내가 이 나라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나 보군, 그래?”차진욱은 느릿하게 소매 단추를 풀었다. 소매를 걷으니 그을린 팔뚝이 드러났다. 탄탄한 주먹만 봐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누구 없나?”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자 맹원규가 냅다 사람을 불렀다.그러나 맥퀸이 맹원규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테이블에 짓눌렀다.동시에 차진욱의 주먹이 양유진의 안면을 강타했다.180cm가 넘는 양유진의 몸이 그대로 벽까지 날아갔다. 입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이빨도 몇 개가 부러졌다. 너무 아파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태환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머…멈춰요. 경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