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소매를 걷었다.“나 AB인데….”“우리 친구는 너무 어려서 피를 나누어 줄 수가 없단다.”의사가 하늘을 말렸다.“500ML는 수혈 받아야 하는데… 아버님은 어떠십니까?”“아빠요?”여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하준이 알게 되면 분명 여울을 빼앗아 갈 게 분명했다.이때 하늘이 여름의 손을 잡아 당겼다.“삼촌을 찾아가요. 전에 우리랑 혈액형이 같다고 말했어요.”여름은 움찔했다. 바로 최양하에게 전화했다.10분도 되지 않아 최양하가 달려왔다.“여울이가 어쨌다고요?”“양하 씨, 고마워요.”여름은 너무나 고마웠다.“여울이 수술 중인데 당장 수혈이 필요하대요.”“여울이 혈액형이 저랑 같아요. 당장 채혈해 주세요.”곧 간호사 가 와서 최양하를 아래 층으로 안내했다. 혈액현을 확인하고 500ml를 뽑아 여울에게 수혈했다. 여울은 곧 안정되었다.“양하 씨,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여름은 최양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지는 것 같았다.“별말씀을요. 여울이는 제 조카인 걸요.”최양하는 창백한 얼굴로 우유를 마셨다. 건장한 남자라고는 하지만 단번에 500ml를 뽑고 나니 어지러웠다.“여울이에게 가보세요. 전 잠깐 여기서 쉴게요.”“그래요.”여름이 여울의 병실로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임윤서가 다급히 들어왔다.“세상에 내가 가보니까 너희 집 완전 난리났더라. 내가 경찰에 신고했어. 여울이는 지금 어때?”“고비는 넘겼어.”여름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잠든 여울을 마음 아프게 바라보았다.“세상에, 너무 악랄하다. 어떻게 애들한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임윤서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더니 진지하게 물었다.“백윤택 자식 아니야?”“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여름이 싸늘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은 적이 많았지만 만약 서유인과 서경재라면 벌써 손을 댔을 것이다. 오늘이 아니라.“다 나 때문이야.”임윤서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내가 오늘 포럼에서 백윤택을 너무 세게 자극한 거야. 3년 전에는 내 집을 쳐들어
“그러면 사건 해결이군요.”경찰이 떠나려고 하자 임윤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건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니라고요. 누군가가 사적인 복수를 위해서 고용한 놈들이에요.”“됐어, 윤서야. 경찰에서는 아무리 조사해도 배후를 찾아내지 못할 거야.”여름이 임윤서를 말리고 경찰을 보냈다.“백윤택은 돈을 써서 놈들을 샀을 거야.”임윤서가 분노했다.여름이 냉랭하게 웃었다.“그렇겠지. 사람이라는 건 발전하기 마련이거든. 백윤택이 이제는 아주 나쁜 짓을 말쑥하게 해내네. 전에는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다녀서 최하준에게 뒷수습을 시키더니 이제는 저 혼자서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네. 심지어 자기는 뒤로 쏙 빠지기까지 했어.”“그러면 이제 여울이 복수는 어떻게 할 거야”임윤서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천천히 하자고. 천천히 하겠지만 결코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야.”여름이 하늘이를 임윤서에게 부탁했다.“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엄마, 어디 가요?”하늘이 불안한 듯 물었다.“먹을 것 좀 사가지고 금방 올 거야. 동생 잘 보고 있어.”여름은 몇 마디 어르고는 병원에서 나갔다.----아침 8시해변 별장.하준이 아침을 먹고 나자 백지안이 하준의 양복을 외투를 들고 내려오며 부드럽게 웃었다.“시간 이른데 같이 병원 가줄래? 나 주사 맞으러 가야 하거든.”백지안은 요 며칠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매일 배란유도제를 맞았다.하준은 그 말을 듣고 복잡한 심경으로 백지안을 쳐다보았다.“우리 아직 젊은데 이렇게 급히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아? 결혼하고 해도 늦지 않잖아?”“준, 나 이미 젊지 않아. 얼른 아이를 갖고 싶어. 그래서 너랑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 아픈 건 하나도 겁 안 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참아낼 거야.”백지안이 따스하게 하준의 팔을 잡았다.“… 그래. 같이 가줄게.”하준은 미안한 듯 눈을 깔았다.‘내가 지안이에게 손을 못 대는 것만 아니면 지안이가 이 고생을 해가며 시험관 아기를 할 필요도 없는데.’여
第710章백지안도 따라 내리더니 씁쓸하게 말했다.“진정해. 나랑 준의 결혼으로 좀 흥분하셨나 본데, 지금 이런 행위는 법적으로 엄연히 범죄행위야. 경찰에 신고했어요.”하준은 깜짝 놀랐다. 백지안이 해명했다.“이번에는 정말 너무 비상식적이잖아. 우리 집 꼴 좀 보라고. 사람을 안 쳤기 망정이지. 이번에 따끔하게 교훈을 줘야 정신 차리지. 다음에는 더 심한 짓을 할지도 모르잖아.”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여름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미친 짓을 저지는 것을 보니 실로 무서웠다. 제대로 따끔하게 경고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여름은 둘을 보더니 싸늘하게 웃었다.“착각하지 마셔. 당신들 결혼이 질투 나서 온 거 아니야. 경고하러 왔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거야. 백지안, 백윤택 간수 똑바로 해. 어젯밤에 내 집을 엉망진창이 되었더라고.이런 우연이 있나? 낮에 윤서가 언론에 백윤택을 비난하자 밤에 윤서가 지내는 집에 변고가 생긴다? 내 집에 침입한 인간은 잡혔어. 그냥 건달 몇 놈이었는데 배후의 인물은 백윤택 말고 다른 인간은 생각할 수 없지.”하준의 안색이 변했다. 그제서야 여름이 초췌하고 다크 서클도 심한 것이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울었다는 게 보였다.“백윤택이 한 짓인가?”백지안을 돌아보는 하준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아니… 그럴 리가 없지.”백지안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지만 당황스러웠다.“어제 일부러 오빠한테 전화까지 했는데, 우리 오빠는 임윤서가 한 말 따위는 마음에 두지도 않았어. 그러니 당신들을 찾아가 괴롭힐 이유도 없다고. 평소 얼마나 사람들에게 원수를 졌으면 그런 일이 벌어져? 내가 싫다고 아무 일이나 다 우리 오빠한테 뒤집어 씌우지 말라고.”“백윤택이 얼마나 후안무치인지 내가 다시 입 아프게 설명해야 하나? 3년 전 백윤택은 사람들을 데리고 남의 집에 침입해 칼부림까지 무릎 썼어. 심지어 내가 임신한 걸 알았으면서도 날 밀었다고! 이제는 FTT의 며느리가 될 여동생까지 있으니 그 인
“사랑하는 남자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어때?”여름의 냉랭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고개를 돌려 여름의 얼굴을 마주하니 저도 모르게 그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강여름, 너무 우쭐하지 마시지. 준이 잠깐 우리 오빠를 오해했을 뿐이니까. 게다가 다 네 입에서 나온 말 뿐이지 증거도 없잖아.”백지안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강여름에게 증거가 있었다면 진작에 다이렉트로 우리 오빠를 찾아갔지, 여기 와서 이 지랄을 하지도 않았겠지.’이번에는 구해달라고 쪼르르 달려오지 않았다는 것은 미리 충분히 대비를 했다는 뜻이니 강여름이 우리 오빠를 어쩌지는 못할 거야.’“그래. 증거는 없어. 하지만 최하준이 조사를 해보지는 않을까? 당신이라면 당신 오빠 같은 인간이 의심스럽지 않겠어? 백윤택 머리에서 나오는 수야 빤할 텐데 그 따위 가벼운 수로 최하준의 눈을 속여 넘길 수 있을까?”여름의 말을 들은 백지안은 안색이 확 변했다.“최하준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최면을 걸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본성까지 최면을 걸 수 있을까? 최하준은 본성이 나쁜 인간은 아니야. 그저 당신 때문에 내내 백윤택을 봐줬을 뿐이지.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그게 계속 반복이 되고 범죄를 방조하는 것도 죄라고 사람들이 떠들어대면 최하준은 어떻게 생각하겠어?”여름은 입술 꼬리를 씩 올리더니 주변을 휙 돌아봤다.“그건 그렇고, 이 별장은 나랑 최하준의 신혼집이었는데 내가 자던 침대에서 자는 거 별로 거부감 없나 봐?”그러더니 여름은 백지안이 얼마나 불쾌한 얼굴이 되었는지 따위는 아랑곳 않고 차를 타고 가버렸다.백지안은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백윤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젯밤에 강여름 집에 사람 보내서 다 부쉈어?”“아니. 그냥 임윤서가 지내는 곳에 애들 좀 보냈는지.”백윤택이 자랑스럽게 말했다.백지안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임윤서는 지금 강여름 네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강여름 네 집을 뒤집어 놓은 거야. 방금 그 인간이 우리 집에 와서
‘오밤중에 여자 혼자서 남자 4명을 마주쳤다가는 이기기는커녕….’하준은 저도 모르게 핸들을 꽉 잡았다.“성운빌은 학교를 끼고 있는 단지라서 어린 아이들도 많고 고급 단지라 보안이 철저할 텐데 10시밖에 안 된 시간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그러니까 말입니다. 그쪽에서도 이렇게 미친 건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그 네 놈을 잡아서 조사중입니다. 놈들 말로는 강여름 대표가 서경주 회장의 후계자니까 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돈될 만한 것이 있나 하고 들어갔다고 주장한답니다.하지만 강도질을 하러 들어가서 이렇게 집안 살림을 모조리 부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집에 쓸만한 가구가 하나도 남지 않았을 정도로 모두 부쉈습니다. 아무래도… 복수로 보입니다.”하준의 이마 양옆이 불뚝불뚝거렸다. 하준은 한참 만에야 싸늘하게 명령했다.“이 사건이 백윤택과 관련있는지 좀 뒤져 봐.”1시간 뒤 상혁이 사무실에 있는 하준에게 소식을 가져왔다.“백윤택의 비서가 그 상습범 4명의 가족에게 상당한 금액을 이체한 것이 밝혀졌습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죽의자에 앉은 하준이 뒤로 휙 돌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다트를 던져 벽에 걸린 표적 한 가운데를 맞혔다.“내가… 백윤택을 너무 이래저래 눈감아준 것 같지 않아?”하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입가는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상혁은 어이가 없었다.‘그게 그냥 눈감아준 정도가 아니잖습니까? 아주 놈이 똥오줌을 못 가리는 지경까지 부추긴 거나 다름 없죠.’그러나 말은 상당히 돌려서 했다.“다 백 대표님이 슬퍼할까 봐 그러셨던 거 아닙니까?”“……”하준의 눈동자에 한기가 서렸다.고개를 숙이고 피곤해진 미간을 문질렀다.‘그래. 이게 다 지안이 때문이지.3년 전에도 백윤택 자식을 도와주고 싶지 않았지만 지안이 때문에 양심을 져버리고 놈을 도와주고 말았어.그 바람에 여름이가 놈을 미워하게 되었고 놈은 여름이를 가둬둘 수 밖에 없었던 거야. 그 일이 도화선이 되어서 우리 아이들
“진정해. 내가 시킨 대로 왕 비서에게 얘기는 해 놨어?”“그건 했지….”“그럼 괜찮을 거야. 돈이 얼마가 들어도 놈의 입을 단단히 틀어 막아 놔야 해. 그리고, 이제 얌전히 있어. 한 번만 더 경거망동했다가는 이제 나도 몰라.”백지안은 얼굴이 벌개졌다.‘십중팔구 하준이가 뭔가를 찾아낸 게 틀림없어. 이렇게까지 날 배려하지 않고 밀어붙일 줄은 몰랐네.’----병원.여름은 여울이를 안고 죽을 먹이고 있었다. 임윤서는 전화를 한 통 받더니 신통치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어.좋은 소식은 경찰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와서 어제 그 강도 놈들이 매수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이야. 누가 그 놈들 가족 명의로 된 통장으로 거액을 입금했대. 그게 백윤택의 비서라는 거야.”여름이 고개를 들었다.“나쁜 소식은 백윤택의 비서가 죄를 뒤집어 쓰고 인정했다는 거겠지?”“맞아.”임윤서가 한숨을 쉬었다.“우리는 이제 백윤택을 뭐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누가 경찰에 증거를 넘겼는지 알아? 최하준이래! 너 아침에 가서 무슨 짓을 한 거야?”“정신 차리라고 약 좀 먹였지. 이제는 최하준도 백윤택이 한 짓에 염증을 느끼리라는 점에 나도 도박을 걸어본 거야.”여름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실은 오늘 아침 난동은 일종의 도박이었다.지금 하준의 마음에 아직 여름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남아있고 백윤택에 대한 인내심이 극에 달했을 것이라고 상정하고 이 기회를 빌어 3년 전 아이를 잃은 일이 백윤택과 간접적으로 그 일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려고 했던 것이다.그리고 다행히도 그 도박이 먹혔다.“너 진짜 대단하다.”임윤서가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근데 이모, 입술이 왜 그렇게 부었어요? 모기 물렸어요?”얌전히 여름의 품에서 죽을 먹던 여울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임윤서에게 물었다.갑자기 난처한 듯 임윤서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개한테 물렸거든.”“개가 엄청 큰가 보다. 어떻게 입을 물지?”여울이 깔깔대며 웃었
“어쨌든 저한테도 조카니까 저도 좀 같이 있어 보고 싶다고요.”최양하가 손을 흔들었다.“…알겠어요.”여름도 딸의 마음을 알고는 끄덕였다.“엄마가 내일 맛있는 거 해가지고 다시 올게.”하늘을 데리고 떠나면서 돌아보니 최양하가 여울을 데리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싱글벙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저도 모르게 여울이 태어났던 해가 생각났다. 늘 울기만 하고 다른 사람은 제 몸에 손도 못 대게 했던 여울이었다.‘역시 핏줄은 땡기는 모양이지. 아니면 최양하와 최하준도 어느 정도 닮았는지도 몰라. 애들은 그런 건 귀신같이 아니까.”----저녁. 여울은 최양하의 팔을 베고 잠들었다가 갑자기 소곤소곤 속삭였다.“삼촌, 우리 아빠도 삼촌처럼 애기들한테 잘 해줘요?”최양하는 움찔했다. 품 안의 작은 꼬맹이를 보며 중얼거렸다.“우리 여울이처럼 귀여운 아이를 보면 잘해주지 않을까? 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모르겠어요.”여울은 입술을 모아 합죽이 입을 했다. 눈가가 발그레해졌다.“그날 나쁜 사람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 왔을 때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한테는 말 못했어요. 엄마가 속상할까 봐.”“우리 여울이는 정말 마음씨가 곱구나.”최양하가 한숨을 쉬었다.‘어이구, 최하준. 이 천벌을 받을 인간아. 나한테 이런 딸이 있었으면 나 같으면 물고 빨고 공주님 대접을 해줬을 건데.’“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삼촌을 불러. 내가 아빠처럼 해줄게.”“네.”여울은 최양하의 곁에서 스르륵 잠들었다.다음날 아침. 간호사가 최양하에게 여울을 데리고 8시 전에 4층에 가서 흉부 CT를 찍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가는 길에 최양하는 여름에게 부탁 받은 대로 여울에게 마스크를 씌웠다.CT실에 들어갈 때만 잠깐 마스크를 벗으면 된다고 했다.CT 촬영을 마치고 나와서 여울에게 마스크를 씌우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돌아보니 장춘자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여울을 쳐다보고 있었다.“얘, 누구 애니?”최양하
여울은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라서 가족이라고는 여름과 하늘 둘 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할머니며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다 있었는데 여울에게만 없었다.그런 생각에 서러움이 왈칵 몰려왔다.여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양하의 목을 끌어안았다.“아빠~”최양하는 순간 다리가 후들하고 떨렸다.“이거 봐라. 애가 아빠라고 하잖니? 그런데도 인정을 안 해? 애는 거짓말 안 하는 법이다.”장춘자가 최양하를 쿡 찔렀다.최양하는 울고 싶었다.‘아니, 왜 갑자기 내가 딸이 생기냐고?’“안녕하세요?”여울이 달달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아이고, 요요, 조그만 게 예의 바른 거 보게? 귀엽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예의가 바르다니. 똑똑한 아이구나. 내가 누군지 아니? 어떻게 알았담?”그렇게 자식과 손자가 많아도 죄다 자라면서 골치 아프게 하는 것들뿐이었다. 특히나 손자 손녀들은 최윤형은 바람중이에, 최하준은 어렵사리 얻었던 아이들을 잃었지, 최양하는 아무리 해도 결혼할 생각을 안 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증손녀를 만나고 보니 노인네 마음이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방금 아빠가 ‘할머니’라고 했으니까요.”여울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아빠가 할머니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아유, 귀엽기도. 이제 날 증조할머니라고 부르거라.”장춘자는 볼수록 여울이 마음에 들었다. 최양하를 노려보았다.“이 녀석아, 이렇게 귀여운 애를 왜 여지껏 숨겨놓고 있었니?”“……”최양하는 이제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아니, 내가 언제 너한테 할머니 얘기를 했었다고…. 아주 순식간에 그냥 저 천진한 얼굴로 이 설정에 이렇게 녹아든다고?’“당장 네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다.”장춘자는 바로 휴대 전화를 꺼내 최란에게 전화ㅐㅆ다.통화가 되자 장춘자는 사뭇 기쁜 얼굴이었다.“란아, 축하한다. 너 손녀가 생겼구나.”한창 업무 중이던 최란은 어리둥절해졌다. 한참을 생각해도 어디서 튀어나온 손녀인지 알 수가 없었다.“지안이가 임신했다나요?”“걔가 임신한 게 뭐 그리 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