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서글프게 웃었다.“저는 아버지에게 겨우 그런 사람이었군요. 나를 정말 사랑하긴 하세요? 나를 알려고 해보셨어요? 사실 저는 최하준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예요. 최하준이 계속 사귀어 달라면서 한동안 우리 회사와 양유진 대표를 압박한 것도 다 그 사람이 한 짓이에요. 제가 정말 이렇게 자존심을 다 버려야 하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저라고 사람들이 제게 천박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달가운 줄 아세요?”결국 여름은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서경주는 멍해졌다.“뭐라고? 왜 내게 좀 더 일찍 말하지 않았니?”“말씀드리면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여름이 자조적으로 말했다.“아버지는 집에서도 절 보호해주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하준에게서 절 보호해준다고요?”서경주는 낭패한 기색을 드러냈다. 갑자기 10년쯤 늙어버린 듯했다.“미안하구나. 내가 널 여기로 데려와서 수모를 당하게 만들었어. 내가 그 사람을 찾아가겠다. 사람을 너무 괴롭히는구나.”“됐어요. 제가 왔잖아요.”룸 문이 와락 열리더니 최하준이 들어왔다. 마치 약속에 좀 늦었다는 듯 아주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요?”화가 나서 여름이 벌떡 일어섰다.“미행했어요?”“아닙니다. 그냥 여름 씨와 아버님을 뵙고 싶었습니다.”하준이 여름을 밀면서 옆에 와 앉았다. 그 뻔뻔한 얼굴을 보니 서경주는 열불이 뻗쳤다.“누가 자네 아버님인가? 유인이랑 사귀면서 여름이를 협박하고 있었어? 난 자네 같은 사람과 내 딸을 맺어줄 생각이 없네.”“전 꼭 강여름 씨랑 결혼할 겁니다. 다 보셨을 텐데요?”하준이 큰 손을 여름의 손 위에 얹더니 여름의 눈동자를 따스하게 들여다봤다.“강여름과 결혼하겠습니다.”여름은 깜짝 놀랐다.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상대를 쳐다봤다.‘정말 나랑 결혼하겠다고?서유인이 했던 말이 정말이었어?’“안 돼!”서경주는 분노에 차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여름이랑 결혼할 거면 유인이에게는 애초에 왜 집적거렸어?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유인이를 여자친구라고
“아버님, 동의해 주셨으면 합니다.”하준이 천천히 여름을 잡아 일으켰다.“아버님의 축복만 있다면 저희는 당당합니다. 그리고 제가 여름 씨와 결혼하면 여름 씨도 당당하게 아버님 집안에서 받아들여질 겁니다. 다시는 누구도 무시하고 업신여기지 못할 겁니다. 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마지막 말이 서경주의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결국 여름은 어쩐 일인지 하준에게 이끌려 차에 타게 되었다진지하게 운전하는 하준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떠올랐다.‘그래서, 나랑 결혼하겠다고 해서 회장직을 박탈당한 건가?’“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요.”잠시 후 하준은 차를 세우더니 고개를 돌려 여름의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결혼반지 맞추러 갑시다.”“당신하고 결혼 안 해요!”여름은 미칠 지경이었다.‘평생을 이런 무서운 사람이랑 엮이고 싶진 않아!’“강여름 씨, 당신 하나 얻겠다고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지 않겠다니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하준이 배신당했다는 듯 상처 입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FTT의 회장이 아니어도, 재산이 없다고 해도 최하준 씨랑 결혼하고 싶어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거예요.”“좋습니다. 그러면 계속 내연녀로 남으시죠.”최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서유인과 결혼하더라도 당신을 놓을 생각은 없으니까요.”“당신 정말 악마군요!”여름의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내연녀와 와이프, 어느 쪽으로 하겠습니까?”최하준이 여전히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여름은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결혼을 하면서 이런 식으로 협박을 당하다니 참을 수 없어.대체 로맨틱한 프로포즈는 어디 있는 거야? 예전에도 이번에도 난 프로포즈를 받아본 적이 없잖아.하지만 지금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나? 세상에 평생 내연녀로 남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것도 서유인에게 멸시받아가면서 사는 내연녀라니….아니, 아니지. 우라 엄마를 위해서라도 내가 위자영 모녀에게서 멸시받으
“아닙니다. 몸매도 모델 같으시고 머릿결도 찰랑찰랑해서 너무 매력이세요.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거침없이 흘러나오는 점장의 찬양을 듣다가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장사하는 사람답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뭐 하나를 놓치지 않고 줄줄 읇잖아.’곧 온갖 화려한 예물이 줄줄 나왔다. 어찌나 화려한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좋아하는 걸로 편하게 골라봐요. 다 가져가도 상관없고.”하준이 시원스럽게 말했다.“…….”여름은 큰 다이아에 작은 다이아들이 박힌 반지를 골랐다. 그러나 하준은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핑크색 꽃잎 모양 반지를 여름에게 끼웠다. 손가락이 희고 가늘어서 끼워보니 화사하게 잘 어울렸다.점장이 웃었다.“역시 보는 눈이 높으시네요. 13.14캐럿짜리입니다.“이건 너무 무거워서….”여름은 슬쩍 거절하려고 했다.“그냥 하고 있어요. 빼지 말고.”하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나더러 고르라더니?’그러나 하준은 확실히 보는 안목이 있었다. 여름은 확실히 핑크색을 좋아하기도 했다. 동성에서였다면 분명 무척 기뻤을 것이다.“보는 김에 내 반지도 하나 골라줘요.”하준이 말했다.하준은 큼직한 걸 좋아하지만 여름은 일부러 조그만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힌 반지를 골랐다.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디자인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하준의 손가락에 끼워놓고 보니 그렇게 패셔너블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여름은 멍하니 하준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하준은 그렇게 매혹된 여름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만족스럽다는 듯 여름의 머리카락을 쓸었다.“보는 눈이 있군요.”“그게….”‘이런 젠장, 이렇게 잘 어울릴 일이 아닌데….’두 사람이 막 쥬얼리 샵을 나오자 플래시가 번쩍였다. 기자였다.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감더니 물었다.“이런 거 신경쓰입니까?”“당신 때문에 하도 당해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여름이 되려 놀렸다.“최하준 씨야말로 여자친구가 서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괜찮겠어요?”“난 한
여름은 심지어 최하준이 투자한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것까지 보았다.한때 국민 사위감으로 칭송받던 최하준이 이제는 온 국민의 타도의 대상이 되었다.여름은 복잡한 눈으로 테이블 맞은편에서 신문을 읽는 하준을 바라보았다. 느슨하게 묶은 잠옷은 앞섶이 살짝 벌어져 보이는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는 보일락 말락 남성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오늘도 일하러 안 나갈 건가 보네.’사실 서유인과 결혼하고 여름과 헤어졌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여름은 아직도 하준이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 최고의 지위와 명예를 버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아침 댓바람부터 왜 그렇게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봅니까?”하준이 갑자기 신문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여름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그렇게 오래 쳐다봤나? 왜 난 몰랐지?’“보긴 뭘 봤다고 그래요?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여름은 급히 당황한 모습을 수습하며 얼버무렸다.하준은 신문을 접더니 일어나 여름 뒤로 왔다. 두 손으로 의자를 꾹 누르더니 물었다.“무슨 생각을 했습니까?”“무슨 상관이에요?”여름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답했다.“내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네.”하준이 허리를 숙이더니 여름의 목덜미에 얼굴을 댔다. 면도하고 뿌린 오드뜨왈렛이 코끝을 시원하게 간질였다.여름은 하마터면 우유 컵을 놓다가 엎지를 뻔했다.‘이 와중에도 장난칠 정신이 있어? 미쳤나 봐.’여름은 그런 마음을 꾹 누르며 뻔뻔하게 말했다.“최하준 씨, 정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날 놔줘요. 그러면 모두 다 제자리로 돌아갈 텐데.”“모두 다가 뭡니까? 명예? 지위?”하준이 빙긋 웃었다.“다 알면서 그래요?”“알지. 잘 모르는 건 당신인 것 같은데?”하준이 손가락으로 여름의 입가에 묻은 우유를 닦았다.“강여름, 아직도 몰라? 강여름을 위해서라면 뭐든 걸어 볼만 하지.”‘날 위해서라면 뭐든 걸어 볼 만하다….’그 몇 마디 말에 여름은 그간 어렵사리
하준은 흠칫하더니 얼른 여름을 풀어주고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부들부들 두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여름이 돌아보더니 두려운 듯 하준을 쳐다봤다.“당신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최하준 씨와 있을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져요. 난폭하고 멋대로에 억지를 부리니까. 조금이라도 잘못해서 성질을 건드리면 악마처럼 변하는데, 누가 그렇게 악마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그만, 그만 해요.”하준은 테이블에 있던 그릇을 모두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눈에는 시뻘겋게 핏발이 섰다.‘강여름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왜 이렇게 자꾸 날 건드리는 거야?’최하준도 사람이었다. 마음이 아팠다.곧 절제심을 잃을 것 같자 하준은 벌컥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휘청거리며 차로 들어가 약을 찾아 꺼내 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 핸들을 세게 내리쳤다. 손에 선연한 아픔이 전해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식당.여름은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마에서 식 땀이 흘러내렸다.방금 하준의 시선은 너무 무서웠다.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 느낌이었다.‘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확확 바뀌지? 1초마다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것 같아.전에는 왜 최하준이 저렇게 무서운 사람인지 몰랐을까?도망쳐야 해! 최하준과 결혼해서 평생 살 수는 없어.’여름이 돌아서니 이모님이 주방 입구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계셨다.여름은 못 본 척하고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이모님이 불렀다.“여름 씨, 회장님을 자극하지 말아요.”“네. 다시는 안 그러려고요.”여름은 창백한 얼굴에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이모님은 좀 더 설명하려고 입술을 달싹였다.‘회장님이 일부러 저러시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병이 발작한 것 같아요.’그러나 사실을 말하고 나면 여름이 더 겁을 낼까 싶어서 그냥 그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병원.이주혁은 하준의 손에 붕대를 감아주며 창백한 친구의 얼굴을 가만히
붕대를 감고 났는데 문이 쾅 하고 열렸다.송영식이 뛰어 들어와 하준의 손에 상처를 보더니 화나서 소리쳤다.“야, 너 제정신이야? 여자 하나 때문에 이게 다 무슨 꼴이야!”“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야.”하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네가 내 형제 같아서 그래.”송영식이 쏘아붙였다.“양하 자식 하는 짓 보라고. 온라인에서 다들 너만 욕해. 이제 아주 온 국민의 욕받이가 됐어. 그렇게 떠받들던 너희 식구들도 이제 너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이제는 최양하만 쳐다보고 있잖아. 진짜 그러고 싶냐?”이주혁이 웃었다.“진정해. 하준이가 어디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인간이냐?”“그래도….”“최양하가 FTT 장악하기기 그리 만만치 않을 거야.”이주혁이 하준을 쳐다봤다.하준이 비죽거렸다.“그래도 네가 날 잘 아네.”송영식은 그래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알겠다.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 보네. 지난번에 배에서 너한테 한 대 맞아서.”“이 자식….”하준이 빙긋 웃었다.“…….”‘에이씨, 짜증나.’“됐어. 그런 우울한 얘기 그만두고, 지훈이도 네 소식 들어서 동성에서 왔어. 밤에 한 잔 해야지.”하준은 아무 표정이 없었다.“뭐 하러 왔대? 도와주러?”“술 마시러 왔지.”이주혁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한잔하고 다 풀자고.”“.......”*******서경주 네 별장.하준이 여름에게 엄청난 반지를 사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위자영은 열이 올라서 거실 화병을 전부 깨버렸다.“최하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우리 유인이가 그렇게 잘했는데, 그딴 애랑 결혼을 한대! 으아아! 강여름! 어쩜 그렇게 지 에미랑 똑같은 짓을 하고 다녀!”“됐어요. 말이 좀 심하구려.”서경주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하여간 정말 도움이 안 돼요, 당신은.”위자영이 더 날뛰었다.“걔가 우리 애를 그렇게 몰아붙이고 괴롭히는데 하나도 안 도와주고, 이제 애랑 지웅이가 구치소 갇혀 있는데 꺼내주지도 못하고, 쓸모도 없어, 정말.”“거 말 좀
“잘 됐지, 뭐. 추성호 생긴 것도 아주 멀끔하고.”위자영은 멍하니 있는 유인을 바라보았다.“마음 접어라. 이제 최하준은 나중에 너에게 그런 모욕을 준 걸 후회하게 될 거야.”서유인은 확 정신이 들었다.‘그래. 최하준은 내내 날 가지고 놀았어. 심지어 그거 때문에 난 구치소까지 들어갔다 왔잖아.사람들 앞에서 내 사랑을 완전히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아아악!이제 최하준이 후회하면서 용서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게 만들겠어!그리고 강여름! 죽도록 괴롭혀 주겠어!’구치소에서 나오니 인터뷰하려고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서유인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기자들이 몰려왔다.“서유인 씨, FTT 자선기금의 밤에 최하준 회장과 내연녀의 불미스러운 현장을 포착하셨다는 게 사실입니까?”“이러지들 마세요.”서유이는 처량하게 웃었다.“저는 최 회장님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회장님을 오래도록 흠모했기 때문에 서로 만날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그냥 제가 사랑을 잘못한 거죠. 하지만 회장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저 행복하시기만 바랍니다.”“서유인 씨, 정말 아량있으시군요. 최 회장 같은 사람은 서유인 씨에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반드시 행복해지실 거예요.”어느 기자가 외쳤다.“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지금 너무 피곤하네요. 전 여자들이 자신을 잘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특히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요.”******사무실여름은 핸드폰으로 서유인의 그 인터뷰를 보고 인상을 썼다.온 국민에게 동정과 사랑을 받을 것을 노리고 한 인터뷰가 틀림없었다.교양 있고 똑똑한 게 역시나 명문가의 딸이라는 사람도 있고어쩜 저렇게 사람이 진실되고 마음이 넓으냐, 사연을 들으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서유인에게 최하준 따위 어울리지 않는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난리였다.그러나 서유인의 그 멍청한 머리에서 저런 고단수 작전을 짜냈을 리가 없다.일이 뭔가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면 뒤에서 수를
여름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넌 내 친구야, 최하준 친구야?”“아이고, 넌 널 위해서 지위도 명예도 다 버리겠다는데 그게 정말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 뭐야? 난 그런 사람은 멸종인 줄 알았구먼.”“......”평온하던 여름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솔직히 지금의 최하준이랑 비교하면 상원 오빠는 널 사랑한 것도 아닌 것 같다.”“일하러 가야 돼, 끊어.”여름은 점점 더 윤서의 말에 짜증이 올라왔다.8시까지 야근하고 돌아와 보니 하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목욕하고 누워서 핸드폰을 열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추천 검색어에 뜨는 최하준을 눌렀다.누군가가 올린 동영상이 떴다.익숙한 화면이었다. 전에 송영식에게 잡혀 유람선에 끌려갔던 밤이었다.화면을 보니 하준이 여름을 꼭 안고 있는데 누군가가 물었다.“최 회장,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요?”송영식이 나섰다.“하준아, 쟤들은 내가 불렀어. 나하고 얘기해.”최하준이 말했다.“오늘 밤 일에 대해서… 글이던, 사진이던, 동영상이던 관련된 어떤 거 하나라도 밖으로 유출이 된다면, 어느 집 자식이건 집안 전체가 통째로 날아갈 줄 알아!”하준이 여름을 안고 가자 재벌 2세들은 다들 손이 꺾이고 눈물에 콧물을 쏟으며 무릎을 꿇고 비참하게 애원하는 모습이 보였다.조회수가 어마어마했다.-이제야 알겠네. 더러운 것들. 건방지기 짝이 없잖아? 저런 것들은 감옥에 처 넣어야 해.-최하준은 아주 금수저도 개돼지처럼 아나 봐. 어이, 잘나신 금수저들 다 어디 숨었어? 좀 기어 나와보시지?-이 영상 누가 퍼트린 거야? 최하준은 이제 끝났네. 자업자득이지.곧 하영그룹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최하준 회장이 우리 하영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에 대해 한 일에 대해 우리 하영그룹 회장은 최후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이진그룹도 바로 이어 입장을 표명했다.-이진그룹의 장 회장도 @하영그룹과 법적 책임을 묻는데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서울의 9개 재벌가에서 줄줄이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다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