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의 드레스룸에서 조은혁은 박연희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오늘 그녀는 은색 프린지 드레스를 입었는데 하얗고 가녀린 몸이 고급스러운 원단에 감합되어 있어 매우 고귀해 보였다. 그중에서도 팔뚝과 가슴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이렇게 큰 공간은 사방이 모두 거울로 되어있었다.남자의 장엄함은 여자를 더욱 나긋나긋하게 만들고 그 물기가 섞인 용서를 비는 소리는 조은혁의 눈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그녀의 몸을 끊임없이 놀리는 움직임과 함께 그의 목소리는 뜨거운 기운을 머금고 그녀의 목덜미에 굵게 흩뿌려졌다.“이렇게 감겨놓고도 싫다고... 어?”박연희는 임신한 탓에 몸이 정말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다.결국, 조은혁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탐한 것이다...조은혁의 양복 주머니에 들어 있는 휴대폰이 울리며 계속 전화가 왔음을 알렸지만 박연희에 의해 음소거되고 말았다.이때 조은혁은 이미 정과 욕망에 빠졌는데 어떻게 그런 것을 돌볼 수 있겠는가?그는 박연희에게 매달려 자신과 한번 해달라고 졸랐고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후는 이미 출발 시각이 지난 시각이었다. 그러자 조은혁은 아예 박연희를 끌어안고 거울 앞에 놓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냥 가지 말자.”박연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그의 어깨에 기대어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조은혁의 말을 듣고는 가늘고 흰 손가락을 뻗어 그의 늠름한 미간을 그리며 속삭였다.“청첩장을 받았으면 어떻게 안 가요? 게다가 오늘 협상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지 않았어요?”박연희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양복바지에 묻은 윤기를 긁으면서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러자 조은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읊조렸다.“이런 여우 같은 여자를 봤나.”그는 남녀 방면에 있어서 수요가 보통 남자보다 훨씬 강하다.예전에는 많은 여자를 옆에 끼고 살아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박연희 하나뿐이고 그녀는 또 임신 중이니... 사실 대부분 그는 만족하지 못한다.그런데 오늘 박연희의 컨디션이 좋으니 조은혁은
하지만 조은혁은 끝까지 듣지 못했다.그는 마음속에 진시아를 품고 바쁘게 걸어 나갔다. 자신이 오랫동안 기대했던 아기가 이미 어머니의 뱃속에서 요절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그렇게 조은혁은 노기를 띠고 떠났다.한편, 박연희는 홀로 유산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몸을 애써 바로잡으며 아랫배를 감싸 안은 채 땅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피가 서서히 짙은 카펫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은혁은 그녀를 껴안고 말했었다.“연희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은혁은 진시아 때문에 그녀의 뺨을 때렸다.그의 약속은 사실 줄곧 이토록 저렴했다.아이는 여전히 그녀의 몸을 벗어나고 있다.박연희는 고통을 참기 힘들어 몸을 움츠리고 벽을 짚으며 조금씩 계단 어귀로 몸을 옮기며 나지막이 장씨 아주머니를 불렀다.“아주머니... 아주머니...”마침 아래층에 있던 장씨 아주머니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2층에 서 있는 박연희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치마는 온통 피투성이였다.그 장면을 본 장씨 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혼이 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그녀는 다급히 올라가 박연희를 부축하며 안달복달 울음을 터뜨렸다.“사모님, 사모님... 왜 그러세요!”그러자 박연희는 참담하게 웃으며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기사 불러서 병원에 데려다줘요. 아이가 유산됐어요.”...같은 시각, 조은혁은 차를 몰고 진시아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수수한 병실 안, 생기가 없는 듯 누워있는 진시아는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자궁을 적출하여 아랫배도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완전한 여자가 아니다.조은혁이 병실에 들어서자 진시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 아리따운 눈에는 강한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하여 다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박연희, 어쩜 그렇게 독할 수 있어요?”“은혁 씨... 저 대신 복수해 줘요. 당신은 나를
그런데 김 비서의 표정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상사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연희 씨가 유산했어요. 의사는 아랫배가 심한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말했고 이제... 아이는 이미 완전히 지워졌어요.”조은혁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손가락 사이에 끼워둔 담배와 주변도 잊은 채 오직 김 비서의 그 한마디만이 귓가를 맴돌았다.“아이는 이미 완전히 지워졌어요.”창밖에는 늦가을이 노랗게 어려 있었고 창가엔 하얀 셔츠를 입은 훤칠한 남자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연희 씨는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몸이 매우 허약해요. 대표님, 이곳에서 진시아 씨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돌아가서 연희 씨와 함께하시겠습니까?”그녀의 말이 끝날 때 조은혁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이에 김 비서도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운전기사가 서둘러 운전했고 조은혁은 뒷좌석에 앉은 채 말이 없었다.그는 묵묵히 뒷좌석에 앉아 아이가 생긴 후 박연희와 함께 지냈던 그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그 기억은 매우 달콤했다.박연희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더 이상 그를 떠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여 조은혁은 그들이 영원하리라 생각했다.그는 심지어 아이의 이름도 다 생각해 놨었다. 조은희, 바로 그와 박연희의 막내딸의 이름이다.그 따귀가 아이를 잃게 한 것이겠지.박연희가 화장대에 부딪힌 장면이 기억났다. 박연희는 애써 화장대를 잡고 그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홧김에 그녀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조은혁이다. 조은혁이 결국 자기 손으로 아이를 죽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은혁이 별안간 얼굴을 돌렸고 그의 눈가에는 촉촉한 물기가 어려 있었다....VIP 병실에는 은은한 약물 냄새가 가득했다.박연희는 곤히 자고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베개에 깔려 있었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연약하다 못해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조은혁은 침대 곁으로
그러나 박연희는 오히려 손을 빼냈다.그녀는 그의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박연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말을 마치고 박연희는 이불을 끌어당기고 혼자 이불 속에서 통곡했다.조은혁에게 있어서 이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것은 단지 유감일 뿐이다.아마 며칠 동안은 슬퍼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슬픔 또한 잊힐 것이다...그러나 한 여자에게 있어 잃은 아이는 모체에서 산 채로 베어낸 피와 살이며 평생 잊지 못할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조은혁은 하룻밤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다.다음날 그는 중요한 접대가 있어서 별장에 다녀와야 한다며 자리를 비웠다.드레스룸 안은 일찌감치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박연희의 유산된 피도 흔적도 없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지만 공기 속에는 여전히 희미한 피비린내가 남아 있었다...조은혁은 옷장 문을 열고 넥타이를 뽑아 매었다.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외출하려던 참이었는데 공기 중의 피비린내를 느끼고 심란해진 마음에 결국 넥타이를 다시 벗고 화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그는 손을 떨면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꺼냈다.지금은 아이가 없으니 그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아도 된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땐 언제든지 피울 수 있다.사실 그는 이전에 이미 담배를 끊었다.담배의 매운 연기가 목을 자극했다.그는 은은한 니코틴 냄새 속에서 그와 박연희 사이의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요즘 그들의 감정이 다시 온기를 되찾으며 그들은 마치 신혼 때로 돌아간 것과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니, 심지어 신혼 때보다 더 좋아졌다... 그 당시 박연희는 너무 풋풋했고 지금은 온화하고 여유로워서 사모님이 되기에 더 적합하다.조은혁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답답해졌다.그때, 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입구에서 말을 건넸다.“대표님, 진범 도련님께서 울고 계십니다. 계속 사모님을 찾고 있어요.”그러자 조은혁은 다급히 담배를 끄고 답했다.“아, 진범이를 데려오세요.”고용인은
잠시 후, 조은혁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난 이곳에서 너와 함께 있을게.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그러자 박연희는 지극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박연희는 남자의 치졸한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고 그의 연기에 맞춰주며 싸늘한 눈빛으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역할을 흉내 내고 있는 조은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더 이상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남자의 약속은 자정이 넘으면 신데렐라의 크리스털 구두처럼 먹통이 되어 추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조은혁은 종일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심지어 휴대폰을 꺼놓기도 했다.황혼 무렵에 이르러 진범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작은 머리로 꾸벅꾸벅 졸면서도 절대 자려 하지 않자 조은혁은 그제야 아들을 안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난 진범이 집에 데리고 가서 잘게. 내일 아침 일찍 올 거야.”그리고 박연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담담하게 그를 응시했다.종일 전화를 꺼놓았으니 저녁에는 틀림없이 진시아를 보러 갈 것으로 추측했다.그러나 박연희는 여전히 그를 폭로하지 않았다.단지 그가 떠날 때 가볍게 한마디 거들뿐이었다.“진범이는 밤에 한 번 분유를 먹여야 해요. 잊지 마세요.”그러자 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너머로 아들을 바라보며 답했다.“알겠어. 걱정하지 마.”그렇게 조은혁은 진범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눕자마자 진범이는 곧 단잠에 빠졌고 작은 몸은 이불 속에서 후끈후끈한 열기를 내뿜었다. 참으로 차분하고 보기 좋았다... 조은혁은 침대 옆에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는 진범이를 사랑한다.진범이는 박연희의 외모와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아 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완벽한 아들이었다.이윽고 조은혁은 진범이를 보면서 휴대폰을 켰다.종일 걸려온 전화는 68통. 그중 62통은 진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잠시 생각해보던 조은혁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여자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구슬픈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 두냐고,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두느
장숙자는 아연실색했다.“사모님, 어디 가세요?”박연희는 고개를 숙이고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곧 끝날 거예요, 곧 자유로워질 거예요.”장숙자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장숙자는 지금의 박연희에게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모님이 진시아 씨의 다리를 절단한 것에 대해 장숙자는 감복하여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였다. 이 얼마나 큰 박력인지.사모님은 예전에는 개미도 죽이지 못했다.장숙자는 차를 부르고, 또 그녀를 시중들어 옷을 갈아입게 했다.옷을 갈아입힌 후, 장숙자는 짙은 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가져다가 박연희에게 단단히 둘러주었다. 장숙자는 마음이 아파서 입을 열었다.“제가 같이 갈게요. 저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박연희는 가볍게 장숙자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어요. 어찌 되었든, 낳고 키울 수 없었어요.”장숙자가 벼락을 맞은 듯 했다.세상에!방금 그녀가 무엇을 들었지?장숙자가 겁에 질려 박연희를 쳐다보자 박연희는 빙긋 웃었다.“돌아와서 얘기 해 줄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장숙자를 두고 병실을 나갔다....30분 후, 박연희는 진시아의 병원에 도착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다.그는 검은색 디올 코트에 같은 색의 스틸레토 힐, 검은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온화하고 청아했다.4층 VIP병실.간호사는 그녀를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막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 층 전체는 이미 다 예약되었습니다. 잘못 오신 것 같네요.”박연희는 진시아의 명함을 내밀었다.“전 진시아 씨의 여동생인데 아프다는 것을 알고 해외에서 찾아왔어요.”그녀가 입은 옷이 값도 꽤 나가고, 백은 더욱 귀한 가죽으로 된 것이었다.간호사는 의심하지 않고 말했다.“진시아 씨 여동생이시구나. 그럼 얼른 들어가보세요. 아, 진시아 씨의 남자친구도 있어요, 사이가 정말 좋으시죠. 진시아 씨가 다친 이
조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박연희가 벗어났다.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바람을 피운 남자는 그녀의 눈물 한 방울도 가질 자격이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떠났다.그녀는 통로를 걷다가 온몸이 차가워져서 손을 뻗어 코트를 꽉 조였다.뒤에서 조은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연희야.”박연희는 돌아서서 그와 눈을 마주쳤고 가볍게 중얼거렸다.“오지 마요.”“조은혁... 오지 말라고!”“이제 와서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조은혁 씨, 당신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여자가 괜찮을 것 같아요? 그 여자가 당신에게 조금의 감정도 없이, 그저 당신의 돈과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성적 능력만을 원하는 게 아닌 이상... 하지만 전 할 수 없어요! 조은혁 씨, 난 못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당신과 결혼할 때, 전 평생 같이 하기를 바랐어요.”“그래도 괜찮아요.”“적어도 좋게 헤어지는 게 어디예요. 적어도, 마지막 체면은 지켜야죠.”“당신한테 너무 실망이에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천천히 떠났다.조은혁은 쫓아가지 않고 창가로 가서 박연희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여윈 몸이 바람에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고, 그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조이는 것을 보았다.그는 그녀가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는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검은색 캠핑카가 그의 시야에서 천천히 움직였다.벨린의 늦가을, 이런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뜻밖에도 눈이 흩날렸다.아마 조은서가 했던 말인 것 같다.조은서는 눈이 오는 것이 싫다고 했다. 눈이 올 때마다 이별을 의미했고, 그녀가 잃을 게 있다는 뜻이니까.그럼 지금, 그와 박연희도 그런걸까?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를 완전히 떠나려했다......조은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연희는 이미 퇴원했다.그는 또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차가 정원에 천천히 주차했다. 하얗게 쌓인 눈 위, 차 안에서 그는 조
조은혁은 말이 없었다.그는 단지, 그녀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이 말들을 그녀가 오래전부터 다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조은혁은 그와 이혼하고 떠나는 것도 그녀가 이미 다 계획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조은혁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참 뒤 박연희는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범이는 저한테 줘요.”그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조은혁은 좋다고도, 싫다고도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들이 끝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연희가 그에게 하는 말에서 둘의 감정에 대한 미련도 조금도 듣지 못했고, 조금도 질투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가 그를 좋아하던 마음을 어떻게 깨끗하게 지울 수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사랑하지 않으니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떠나고 싶으니 떠난다고 말했다.두 사람이 서로 말 없이 있을 때, 도우미가 전화를 가지고 와서 진시아의 전화라고 했다.도우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진시아 씨가 또 자살시도를 했다고 합니다.”조은혁은 휴대전화를 받아 몇 마디 들었다.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박연희에게 말했다.“잠깐 다녀올게.”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에 조은혁은 또 실망했다.새벽의 눈 속에서 그는 다시 진시아 곁으로 달려갔다.이른 아침, 진시아는 자신의 손목을 베었다.응급처치, 그리고 여자의 히스테리적인 울음소리는 아무래도 사람을 심란하게 했다.처치가 끝나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조은혁은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그가 침실 문을 밀어 열자 안은 어두컴컴한 무드등 하나만 남아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없었다.그녀가 그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는 뜻이었다.피곤한 조은혁은 푹신한 침대에 박연희와 나란히 누워 있었다.몸도 마음도 힘들었고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그는 손을 들어 양미간을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연희야.”그는 등을 전부 껐다.서로의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