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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동창을 뒷좌석에 반듯이 눕히고 박연희는 남자와 나란히 맞은 편 좌석에 앉았다.

남자가 손을 뻗어 앞 창을 두드리며 말했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

"네, 대표님.”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때까지 박연희는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카펫 위에 반쯤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머금고 기절한 학생의 손을 잡고는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버텨내라고 했다.

조은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다.

올백머리를 한 그의 하얀 셔츠에 피가 묻었지만 그의 미모는 조금도 절감되지 않았다.

그는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지만, 불을 붙이지 않고 가볍게 두드리며 정신을 겨우 붙들고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순했고, 마치 무해한 흰 토끼 같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엉덩이가 위로 올라간 자세로 있었는데, 그 뒤에 하얀 짧은 꼬리를 달면 더 귀여울 것 같았다.

그녀의 피부는 매우 하얬고 드러난 종아리는 투명했다. 그 모습은 남자들로 하여금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조은혁 또한 평범한 남자였기에 그는 순수한 남성의 눈으로 박연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눈빛에는 성욕이 담겨 있었다.

그는 몸을 기울여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목소리는 약간 쉬어있었다.

"괜찮을 거야. 곧 병원에 도착해.”

박연희가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돌아서서 물기 어린 큰 눈으로 조은혁을 바라보았고, 그 풋풋함은 이 세상의 더러움을 겪은 조은혁조차 은근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이 느낌을 지워버렸다.

그가 살짝 웃었다.

방금 그는 하마터면 그녀가 박연준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잊을 뻔했다.

박연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조은혁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를 붙잡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분명히 아까와 같이 그의 곁에 앉았는데, 그녀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휴지를 가져다가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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