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자 박연희의 손바닥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차에서 내린 후, 그녀는 매우 빨리 달렸다.집에 돌아온 뒤, 도우미 김향희가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거기에는 굉장히 잘생긴 남자가 차 옆에 서 있었는데, 차는 비싸고 남자도 훤칠하니 매우 근사했다.남자는 어른스럽고, 잘생겼고, 딱 봐도 부자였고, 서른 살 정도 된 것 같았다.주인 아가씨의 일에 김향희가 참견하는 건 안 될 일이었지만 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넌지시 말했다."아가씨 오빠 분께서 저번에 말씀하시길 아가씨는 나이가 어려서 아직 연애하지 적당하지 않다고 하던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 남자들은 너무 나빠요, 특히 돈 많은 남자들은 예쁜 여자들만 골라 연애하고, 1년 반 정도 사귀다가 신선함이 없어지면 또 바꾸죠.”박연희는 김향희의 뜻을 알아챘다."남자친구 아니야, 저번에 사랑이를 구해줬던 사람이야!”김향희가 잠깐 멈칫하더니 재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럼 더 조심해야죠. 그 사람이 구해준 사람이 아가씨 동기라면서요? 그러면 무슨 일이 생겨도 그 동기 분이랑 생겨야지... 아가씨랑은 왜 또 엮이는 건데요?”박연희가 얼음 물을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날부터, 매일 하교하면 조은혁이 집까지 바래다줬다.처음에는 집에만 데려다주었다.그러다가 일주일 뒤에는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서 같이 식사를 했다. 레스토랑의 통창 밖으로는 도시 전경이 보였는데 멀리 있는 관람차의 불빛이 찬란하게 빛났다.외로움에 익숙했던 박연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남자는 깔끔한 옷차림으로 머그잔을 손에 쥔 채 그녀 곁에서 함께 도시의 불꽃놀이를 지켜보았다.밤 10시, 아래층에서 환호성이 간간이 들려왔다.그리고 그때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조은혁이 멍하니 있는 박연희의 손을 한 손으로 잡았다.그는 옆으로 돌아앉아 손에 든 머그잔을 내려놓고 금테 안경을 벗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첫 키스를 가져갔다. 은은한
그러나 그녀의 생각이 얼굴에 버젓이 쓰여 있는데 그가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조은혁은 여전히 박연희를 건드리지 않고 계속 그녀와 데이트했다.그는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아 그녀가 자신에게 깊이 빠져들게 한 후 그녀를 데리고 하와이로 놀러갔다.그날 그는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박연희를 데리고 골프를 치러 갔다.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산 중턱에 갇혔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급 민박집에 묵게 되었다. 조은혁은 스위트룸만 하나를 예약했다.그가 방 카드를 받았을 때 박연희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녀는 간절히 그를 바라보았다.조은혁은 그녀가 그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제 그만절제해도 된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가 밀어붙이면 그녀는 받아줄 것이라고 믿었다.그녀는 얌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조은혁이 깊은 눈동자로 박연희를 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스위트룸으로 끌고 들어갔다.방은 약 80평이고, 통나무로 인테리어를 했다.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조은혁이 전화를 받았다. 5분 정도 통화를 하던 그가 몸을 기울여 박연희를 바라보며 턱을 가볍게 들었다."옷이 다 젖었으니 먼저 샤워하고 나와. 내가 머리 말려줄게.”박연희는 맨발로 양털 담요를 밟았다.그녀는 약간 긴장했다.하지만 그녀는 방금 조은혁이 업무에만 신경을 쓰는 금욕적인 모습을 보았기에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여겼다. ‘박연희,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 사람은 그런 뜻이 없어!’그녀는 긴장을 풀고 욕실로 가서 목욕을 했다.잠시 후, 욕실 안의 물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소녀의 몸이 보일락말락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목욕을 즐겼다.그때, 욕실 문이 살며시 열리자 그녀는 즉시 몸을 숨기고 구석에 웅크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매우 애처롭고 가련했다.조은혁의 검은 눈동자가 약간 어두워지며 유리문을 닫아 두 사람을 한 공간에 가뒀다. 이어서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고,
그녀의 눈물 한 방울이 그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조은혁이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며 박연희의 이름을 불렀다.“연희야!”박연희는 오히려 담담했다.그녀는 몸을 반듯하게 눕히려고 침대를 더듬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피곤하고 힘이 없었다."갑자기 안 보여요. 하지만 이것도 언젠간 있을 일이었고, 저는 이미 준비를 다 했어요.”"조은혁 씨, 이제 좀 그만 해요.”"전 지쳤어요."...박연희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녀는 눈가에 눈물을 매단 채 방금 떠올렸던 옛날을, 그리고 그의 첫인상을 다시 회상했다.그때 그는 매력이 넘쳤다.지금도 그는 여전히 잘생기고 부유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 또한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눈물이 그녀의 눈을 적셨다. 그들의 사랑은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봤던 도시 밤하늘의 불꽃처럼 아름다웠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가짜다.박연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조은혁은 갑자기 닥친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그녀가 회복된 후 간 이식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눈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그가 그녀 앞에 반쯤 무릎을 꿇었다.조은혁은 그녀를 대신해서 눈물을 가볍게 닦으며 말했다."아프고 나서 후회한 적 있어? 이런 결정을 후회한 적이 있냐고. 내 마음 속에 정말 네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왜 한번 시도해 보지 않았어.”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이제 그가 있든 없든,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옆 병실에 있는 진범은 계속 울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를 원하고 있다.장숙자가 그런 조진범을 끌어안고 달래고 있었다.그때 조은혁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김 비서가 전화를 걸어왔다.“대표님, 닥터 앨런이 사모님의 치료에 동의했지만 대신 3억 달러를 요구했습니다.”"동의해."조은혁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지금 당장 민국 병원으로 와서 여기 의사들이랑 만나서 회의하라고 해. 그리고... 연희 눈이 보이지 않
저녁 무렵, 노을이 하늘을 물들였지만 박연희의 세계는 여전히 어두웠다. 그녀는 아침 햇살도, 노을도, 그녀의 아이도 볼 수 없었다.조은혁이 자리를 비우자 장숙자가 조진범을 안고 왔고, 장숙자는 조진범의 작은 손을 이끌며 엄마 손을 잡으라고 했다.장숙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진범 도련님, 빨리 엄마라고 불러봐요.”박연희는 차가운 손바닥으로 조진범을 안고 작고 따뜻한 손을 잡았다. 그러다가 조진범이 추울까봐 미련을 버리고 아이를 다시 놓았다.그녀의 몸이 옅게 떨렸다.엄마가 불편한 걸 아는지 조진범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마... 어마 어마.”장숙자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사모님, 진범 도련님이 부르십니다. 얼마나 철이 들었는가 좀 보세요. 진범 도련님을 봐서라도 기운을 내셔야 합니다. 대표님께서 가장 좋은 의사와 의료 장비를 찾아주셨으니 병세가 호전될 수 있을 겁니다. 기적이 있을 겁니다!”장숙자가 말을 마치자 박연희가 웃더니 말했다."그 사람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지금은 저를 잃을 것 같으니까 갑자기 잘해주고 마음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제 병세가 좋아지면 또 다시 반복할 거예요. 그처럼 모진 사람이 어떻게 저를, 그리고 제 오빠을 놓아줄 수 있겠어요. 게다가… 이미 너무 늦었어요.”그녀는 말하면서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한번 애틋하게 조진범을 어루만지더니 말을 이었다. "진범이를 데려가세요. 병 기운이라도 옮을 까봐 걱정되네요.”장숙자는 마음이 괴로워져서 낮게 말했다.”좀 더 같이 계시지 않고요.”박연희는 반대하지 않았다.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를 창밖을 향해 돌린 그녀가 중얼거렸다."밖에 노을 너무 예쁘겠네요. 사람한테 비치면 그건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장숙자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사모님, 생각하지 마세요!”박연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 사람 생각한 적 없어요. 그냥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된 제가 너무 한심해요... 결국 이런 꼴이 되고 말았네요.”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그녀
박연희가 옅게 웃으며 축하했다.그녀는 그를 볼 수 없어서 손가락으로 그의 옷소매를 살짝 건드릴 수 밖에 없었다.박연희에게 있어 하인우는 한 시절을 가리키는 사람이었다. 그리 힘들지 않았던, 버틸만 했던 시절. 하지만 하인우가 부상을 당한 뒤 그녀의 인생은 지옥으로 추락했다.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으니까.그때야말로 그녀는 사람답게 살고 있었다.단지 그 때문에 하인우가 피해를 입었을 뿐.하인우는 그녀의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서 박연희의 예전의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었지만, 그는 그 청춘의 푸릇함과 그녀에 대한 설렘을 기억하고 있었다.하인우는 천천히 주저앉았다.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귓속말로 말했다."잘 살아, 응? 연희야... 넌 아이도 있고, 아직 젊으니까 나중에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어. 지금 의학기술이 그렇게 발전했으니 너는 다시 앞을 볼 수 있을 거야.”박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가 그녀를 보러 올 수 있어서 그녀는 이미 매우 기뻤다.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서로에게 등을 돌린 적이 없었다.하인우에게 딸이 생겼기에 그녀는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어했고, 장숙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는 서둘러 짐을 뒤져서 옥 목걸이를 찾았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박연희에게 말했다."사모님이 친정에서 가져온 물건입니다.”박연희가 옥을 받아서 천천히 하인우의 손에 쥐어주었다.“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게요.”하인우은 옥 목걸이를 손에 쥐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그는 이미 결혼했고, 박연희는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의 삶에 조은혁이 없었다면... 그녀가 그에게 약간의 설렘을 가졌을지.하지만 그는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다.아래층에서 자동차 소리가 났다.장숙자가 긴장해서 하인우의 손을 잡고 목소리를 약간 떨었다."대표님이 곧 돌아오실 것 같아요
그의 딸은 그를 닮아 피부가 희고 예뻤다.마음이 약간 풀어진 하인우는 그 옥 목걸이를 딸의 목에 가볍게 매어주고는 길이를 조절해줬다.전소미 또한 집안이 가난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이 물건의 가치를 알아채고 말했다."인우야, 이거 누가 준 물건이야?”하인우는 아내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옛날 동창인데 마침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에 가봤더니 이걸 줬어.”전소미가 남편에게 일러 주었다."이건 꽤 값이 나가는 물건인 것 같아. 병이 나으면 나중에 제대로 된 물건을 사서 보내줘, 받지만 말고.”하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아내와 자식을 돌보았다. 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한평생을 그냥 이렇게 눈과 귀를 막고 보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단지 조은혁이 용서한 불쌍한 벌레일 뿐이고, 늘 함께 지내며 매일 밤 같이 잠드는 아내는 조은혁이 그에게 보내준 여자일 뿐이다.이런 ‘행복’을 그는 항상 꿈꿔왔다.생각할수록 얼마나 우스운지.그는 딸의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민희라고 하자. 이 아이 이름은 하민희야.”전소미도 그 이름을 매우 좋아했다.그녀는 딸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아빠가 너한테 지어준 이름은 하민희야. 어때? 이 이름 맘에 들어? 아빠가 지어준 이름인데.”전소미가 남편을 바라보며 웃었다.이 결혼은 비록 조은혁이 주선한 것이지만, 하인우는 온화하고 자상하며 또한 점잖고 잘생겨서 평소 같이 살며 그들은 말다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결혼생활이 퍽 행복하게 느껴졌다.전소미의 눈에는 하인우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조은혁은 VIP병동 입구에 서서 손을 살짝 들었다.김 비서는 눈치가 빨라서 밖을 지키고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조은혁이 문고리를 잡고 문을 밀고 들어가며 낯선 냄새를 맡았다.피에 익숙했던 그는 낯선 냄새를 기민하게 알아 챌 수 있었다.어둠이 내렸고, 박연희는 새
그는 그녀를, 그의 불충한 아내를 벌하고 있었다.박연희는 그를 막을 수 없었기에 그저 개의치 말자고 다짐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그를 보았다."조은혁 씨, 당신은 아직도 나를 보면 느낌이 와요?”그는 잠시 멈칫했다.그는 문득 옛날을 떠올렸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희고 섬세한 몸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아침에 물을 묻힌 장미 같았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여자의 몸에 경외심을 느꼈다.하지만 지금의 박연희는 마른 장미와 같았고 조은혁은 그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키스하고, 만지고, 그녀와 그의 공통된 기억을 일깨우려고 했다."박연희! 예전에 넌 나를 많이 사랑잖아, 그리고 우리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어.”그는 하인우를 향한 질투로 동작이 과격해졌고 박연희를 아프게 했다.그녀는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잡고 얇은 몸을 침대에서 뒤척이며 몸부림쳤다.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고통이 담겨 있었다."조은혁 씨, 내가 당신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증오뿐이에요.”그는 그녀의 목 언저리에 엎드려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늘씬하고 다부진 몸이 팽팽하게 조여오는 것은 그가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그는 한창 성욕이 강할 때였고, 이미 한 달 정도 금욕했다.그가 내뿜는 뜨거운 기운이 사람을 태울 듯 했다.박연희가 얼굴을 살며시 옆으로 비켰다.한참 만에 마침내 평온을 되찾은 그가 그녀의 옷을 가볍게 끌어당기고 혼자 한쪽으로 돌아앉았다.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고는 가지고 놀았다. 그는 마치 부부간의 일상적인 이야기처럼 말했다. "내가 최고의 의사를 찾았는데, 네 병을 고칠 방법이 있대. 우선 얼마간 치료하고, 때가 되면 간 이식 수술 하자.”"나는 당신 간 필요 없어요.”박연희가 중얼거렸다. "조은혁 씨, 당신 간 필요 없다고.”그는 그녀를 곁눈질하며 냉소했다.“그럼 누구 걸 원하는데? 네 그 대단한 오빠? 적합도가 떨어진
박연희는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거듭 물었지만 조은혁은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았다.답을 얻지 못한 박연희는 그 연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일어나 앉고는 침대 위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집어 허공을 향해 던지고 조은혁을 향해 던졌다. 그녀는 그를 볼 수 없었지만 그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가 죽기를 원하고 있다.그렇다.그녀는 그가 죽기를 원했다.그녀는 그에게 속아 몇 년을 고통받았고 그녀가 가장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울 때조차도 단지 벗어나고 싶을 뿐 그를 죽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가 죽기를 간절히 바랐다.박연희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조은혁, 그냥 죽어!”박연희가 던진 물건에 맞은 이마에서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조은혁이 손을 들어 살짝 닦고는 박연희의 작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난 네 남편이고, 널 위해 간을 기꺼이 기증할 사람이야. 박연희, 정말 날 미워하는 거야?”“그래!” 박연희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조은혁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내가 신경 쓸 것 같아? 박연희, 난 신경 안 써... 나 같은 사람은 여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그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깨진 도자기를 하나하나 주워담기 시작했다.그의 손에는 온통 더 이상 붙일 수 없는 파편들 뿐이었다. 마치 조은혁과 박연희의 감정처럼 다시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완전히 박살났다.하지만 그는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않으려 했다.“날 미워해도 네 오빠가 감옥에 가는 게 싫으면 순순히 치료에 협조하는 게 좋을 텐데... 수술 끝나면 서류 줄게.”그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사실, 그 문서는 이미 박연희에 의해 태워졌다.그녀가 태운 것은 진짜 서류다.그녀는 항상 그들의 결혼은 기만일 뿐이라고 했으니, 한 번쯤 더 그녀를 속여도 문제 될 건 없겠지.사실, 그녀가 그를 사랑하든 말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