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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유선우의 목소리에 잡념에서 깨어난 조은서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차량은 교차로에 진입했고 빨간불이라 멈춰있었다.

그녀는 유선우의 손을 뿌리치며 얼굴을 홱 돌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유선우는 조은서의 옆얼굴을 보며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잠시 그녀와의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조은서는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선우와 결혼했고 막 결혼했을 당시 그녀는 그를 아주 많이 사랑했었다. 매일 밤 유선우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는 위층에서 달려 내려와 그의 가방을 들어주며 오늘 저녁은 뭔지 옆에서 조잘거렸고 항상 그를 위해 목욕물을 직접 받아주었다.

그러고 저녁이 되면 유선우가 일부러 그녀를 아프게 해도 꾹 참고 싫다는 말도 못 한 채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해달라고 애원만 했었다.

신혼 때의 조은서는 항상 에너지가 넘쳤고 밝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녀는 점점 웃지 않게 되었고 그에게 애교도 부리지 않게 되었다.

드디어 유선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듯 보였다. 또한, 그녀가 아무리 노력한들 그의 마음은 열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조은서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이 다정함은 부부의 의무 같은 거였고 거기에 사랑은 없었다. 그녀가 취중 진담으로 뱉어낸 말처럼 사실 그녀는 꽤 오래전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선우는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다 마침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고 그는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조은서는 창밖 풍경을 구경하다 길거리 옆에 있는 레스토랑을 보고는 멈칫했다. 그곳은 얼마 전 그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곳이었고 고작 며칠 사이에 폐업해버렸다. 의문을 품고 있던 조은서는 이내 거기에서 허민우와 마주친 사실과 그 뒤로 집 복도에서 유선우와의 일을 떠올리고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그제야 왜 유선우가 그녀를 데려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웠는지 알 것 같았다.

"선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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