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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허투루 하는 거 걸리기만 해봐요. 다들 잘리고도 남을 테니까.”

승아의 매니저 예진이 우쭐거리며 점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는데 누구도 홀대할 엄두를 못 냈다. 점장이 굽신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시는 드레스는 정성을 다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여진그룹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자선 행사에요. 그 자리에 입어야 하는 드레스니까 내일 전에 완성해야 할 거예요.”

예진이 이렇게 덧붙였다.

점장은 약간 난감했다. 드레스를 얼마나 많이 고쳤는데 매번 그냥 넘어갈 때가 없었다.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한 그녀였지만 이렇게 깐깐하게 하나하나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러 번 고쳤으니 된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퇴짜를 받았다.

점장이 이렇게 말했다.

“드레스를 가져다드린지도 며칠은 되는데 이제야 가져오시니 좀 난감하네요. 수작업으로 완성한 드레스라 수선하려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아마 시간이 빠듯할 것 같네요.”

예진은 이런 말을 새겨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하던 일 다 멈추고 우리 승아 언니가 입을 드레스에만 집중하면 되잖아요. 허투루 할 생각 마요. 이 행사 우리 승아 언니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리란 말이에요. 제때 완성하지 못해서 행사에 차질이 생기면 이 매장 닫아야 할 수도 있어요.”

승아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한 다음부터 예진은 여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해 말하는 것도 점점 거만해졌다.

점장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이 드레스에 수놓은 꽃을 완성하려면 다른 고객이 예약한 드레스가 늦어지게 된다. 그러면 다른 고객의 클레임도 뒤따라오게 될 것이다.

신뢰를 제일 중요시하는 매장이니 점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예진은 점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손에 들었던 쇼핑백을 카운터에 올려놓으면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이 어려워요? 사태 파악 좀 해요. 다른 사람은 밉보여도 괜찮은데 여씨 집안 미래 며느리한테 밉보이면 좋을 게 뭐에요?”

점장도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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