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들은 지희가 깜짝 놀라며 지유를 바라봤다.“지유 네 말은 이번에 여이현과 스캔들을 터트린 게 커리어를 위해서라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여이현 씨처럼 든든한 백이 말까지 잘 듣는데 너라면 안 기대고 배기겠어?”지유가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든 그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라 놓치면 다시 없다.지희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이렇게 술술 풀리게 놔둘 수는 없지.”두 사람은 그렇게 매장으로 들어갔다.“어? 지희 님, 지유 님.”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던 점장이 두 사람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왔어요?”점장은 지희와 아는 사이었다. 점장은 유명한 디자이너라 지희와 같은 업계나 마찬가지였다. 점장이 설계한 옷은 패션위크에 수도 없이 올라갔다. 패션계에서도 유명했고 많은 연예인이 점장이 설계한 옷을 입고 레드카펫을 걸었다.지희가 말했다.“우리 드레스 고르러 왔어요. 나 한 벌, 지유 한 벌. 예쁘고 귀티 잘잘 흐르는 걸로 주세요. 전 세계에 단 한 벌 있는 거 있잖아요. 특히 지유는 조금 더 신경 써서 골라주세요.”점장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걸 찾는다면 참 잘 왔어요. 우리 매장의 오트 쿠튀르랑 신상은 아직 공개하기 전이라 모델도 입어본 적이 없어요. 두 분이 오셨으니 특별히 공개하는 거예요.”지희는 구미가 당겼다.“그래요? 그럼 한번 볼까요?”점장이 이렇게 말했다.“이쪽으로 와요.”지희가 지유를 밀며 말했다.“얼른 가. 이번에는 너를 위해서 온 거니까 꼭 맞는 거 골라야 해.”점장이 그들을 데리고 다른 공간으로 향했다. 안은 꽤 컸지만 옷은 적었고 하나같이 하얀 천에 가려져 있었다.“여기에요.”점장이 하얀 천을 거두자 열몇 벌의 드레스가 보였다. 모두 점장이 새로 디자인한 드레스였고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이 부분이 전문 분야인 지희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드레스들이 너무 예쁜데요?”“먼저 보고 있어요.”지유는 점장이 설계한 드레스를
지유는 이 드레스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피팅룸으로 향했다.지희는 옆에서 기다리며 자기가 입을 드레스를 골랐다.지유가 나오자 고개를 돌린 지희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지유를 보고 넋을 잃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귀티 나고 도도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희가 이내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너 정말 너무 예쁜 거 아니야. 나 반했어 진짜.”지유는 얹었던 머리를 풀었다. 빨간 드레스가 그녀의 하얀 피부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 튜브톱 드레스가 지유의 완벽한 가슴라인을 감싸고 있었고 한 손에 들어올 듯 가는 허리는 라인이 죽여줬다. 치맛자락에 수놓은 장미는 마치 생화처럼 생생했다.이 드레스의 최대 장점은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여자의 풍만함과 연약함을 완벽하게 받쳐주었다.지희는 그런 지유가 마치 덤불 사이에 빨갛게 피어난 탐스러운 장미 같다고 생각했다.꽃이 사람을 받쳐준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사람이 꽃보다 더 어여뻤다.지유는 거울 앞에 서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여자의 성숙함이 더해진 것 같았다.“나도 괜찮은 거 같아.”마침 안으로 들어온 점장이 드레스를 입은 지유를 마주했다.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도 완벽한 호접골과 허리 라인에 눈앞이 환해졌다. 드레스가 주인을 찾았다는 생각에 점장은 기분이 좋아졌다.“지유 님, 정말 너무 예뻐요. 제가 이 드레스를 설계할 때는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는데 지유 님이 입으니까 정말 지유 님을 위해 설계한 드레스네요. 아직 완성하기 전이긴 하지만 영감을 받았으니 완성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과찬이에요.”지유가 치맛자락을 살짝 들며 거울 속에 눈부시게 예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아직 완성하기 전이라니 일단 벗을게요.”지희는 드레스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에 매우 아쉬워했다.“이윤 점장님, 오늘 저녁에 혹시 완성될까요?”“어려울 것 같네요. 노승아 씨만 다그치지 않았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노승아 씨 드레스가 디자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요. 여러 장인이 같이 수
지유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이현이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현은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요즘 행사 준비에 열을 올리긴 했지만 해야 될 일은 회사에서 마쳤기에 집에 와서까지 일에 몰두할 필요는 없었다.이현은 고개를 들어 지유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내일 여진그룹에서 하는 행사, 나도 가려고요.”이 말에 구미가 당긴 이현은 시선을 지유에게로 돌렸다.“이런 행사 참석하기 싫어했잖아.”지유가 이런 행사를 싫어하는 건 맞았다. 너무 눈에 튀기도 했고 시끌벅적한 걸 싫어해서였다.전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부터는 필요할 것 같았다.지유가 웃으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할 때도 있잖아요.”“그래.”이현이 대답했다.“드레스 준비하라고 할게.”“괜찮아요. 이미 골랐어요.”지유는 이현을 힐끔 쳐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당신 카드 긁었어요.”이 말을 뒤로 지유는 서재에서 나갔다.이현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 하지만 자기 카드를 긁었다는 말에 이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여진그룹 자선 행사에는 많은 손님이 몰렸다.밴이 하나둘씩 현장에 도착했다.지유는 아직 드레스룸에서 화장하고 있었고 안에는 다른 연예인도 함께였다.여성 손님들에게 꾸밀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단독으로 드레스룸을 만든 게 참 스윗했다.지희를 기다리던 지유는 승아와 마주쳤다. 생얼이었고 차림새가 매우 소박했다. 옆엔 일고여덟 명의 매니저를 대동하고 걸어왔다. 보아하니 승아도 오늘 여기서 화장하려는 듯 보였다.승아는 지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 까만 슈트에 머리를 얹은 모습이 평소에 비서로 일하던 모습과 같았다. 이에 승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다 예쁘게 단장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설마 오늘 행사 참석 안 하는 거예요? 아니면 오빠가 초대 안 한 건가? 그냥 여기서 스태프로 있으래요?”“노승아 씨, 저는 괜찮으니 신경 좀 꺼주실래요?”지유가 차갑게 쏘아붙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드레스룸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장다희가 웃으며 손에 든 레몬수를 마셨다. 지금 들리는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승아와의 접점은 별로 없었지만 요새 그녀의 스케줄을 뺏는다는 소식이 들려서 기억은 하고 있었다.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오트 쿠튀르를 입고 싶어 그녀 앞에 끼어든 건 너무 심했다. 막무가내로 끼어들었는데도 결국 입지 못했으니 그녀는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이윤은 지금 안에 같이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수선을 마친다 해도 승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욕을 바가지로 먹을 테니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저희도 할 만큼 했어요…”“할 만큼 하긴 뭘 해요? 다른 건 멀쩡하던데 우리 승아 언니 것만 이따위로 만들었잖아요. 일부러 그런 거죠?”“오해에요.”싸우는 소리에 승아가 걸어 나오더니 활짝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싸워?”예진이 말했다.“언니, 드레스 아직 완성 전이래요. 조금 있다 입어야 되는데 어떡해요. 밖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이 드레스를 입지 못하면 비웃음을 받을 게 뻔한데. 그걸 어떻게 두고 봐요.”승아는 예진과 이윤을 번갈아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난 또 무슨 일이라고. 예진아, 점장님 난감하게 하지 마. 백업으로 가져온 드레스 입으면 되지. 모양새가 우스워지면 우리만 손해 보는 것도 아니잖아. 화낼 거 없어.”이윤을 직접적으로 탓하진 않았지만 말뜻을 캐보면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이를 이윤이 모를 리가 없었다.승아의 체면을 세워주지 못하면 이현에게 밉보이게 되는 거겠지.지희가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저것들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여기가 집이라도 되는 줄 아나?”승아는 연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순진무구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뒤에서는 누구보다 음흉했다.이윤은 지금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유는 이윤이 밤새 수선해 완성한 드레스를 보며 지희에게 물었다.“너 점장님한테 큰소리쳤지?
승아의 매니저가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오더니 승아에게 귓속말을 전했다.“언니, 온지유 저 여자가 한 짓이래요.”그 말에 승아의 시선이 지유에게로 향했다.지희와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그녀의 모습에 잔뜩 약이 오른 승아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쪽으로 다가갔다.‘나 골탕 먹이려는 사람이 너였어?’승아는 지유가 머리 세팅도 하고 메이크업도 받으려고 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혹시 지금 저 보라고 꾸미는 거예요? 아니면 오빠가 한 번이라도 봐줬으면 해서 꾸미는 거예요?”지희의 스타일리스트가 해주는 대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지유는 거울로 승아가 잔뜩 비꼬며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항상 지유 앞에서만 이러한 본색을 드러내고는 했다.지유는 그녀를 힐긋 보고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착각도 자유네요. 제가 꾸미는 건 오로지 저를 위한 거예요.”“말은 잘하네요. 그러면 제 드레스 수선은 왜 방해하려 했는데요? 예진이가 원장님하고 얘기하는 거 듣고 기분 나빠져서 수선 못 하게 막은 거잖아요?! 파티에서 저만 스포트라이트 받을까 봐 불안하기라도 한 거예요?”그 말에 옆에 있던 지희가 입을 열었다.“이봐요, 노승아 씨, 혹시 피해망상증이라도 있어요?”그러자 승아가 도끼눈을 뜨고 지희를 바라보았다.“지금 대화 중인 거 안 보여요? 그쪽은 끼어들 주제가 안 되니까 빠져요.”“대체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활개를 치는지 모르겠네, 그래봤자 불륜녀인 주제...”짝.지희의 비아냥거림에 승아가 바로 뺨을 내리쳤다.“네가 뭔데 나를 모욕해?”얼떨결에 뺨을 맞은 지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승아가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뺨을 맞은 사람이 승아인 줄 착각할 수도 있을 장면이었다.“이게 감히 나한테 손을 대?!”흥분한 지희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자 승아의 매니저들이 우르르 달려와 그녀를 포박하고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그 모습에 지희와 함
이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입을 떡하니 벌렸다.장다희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지유 씨, 미쳤어요? 지유 씨가 손댄 사람 노승아 씨라고요!”직장 동료가 깜짝 놀라 외쳤다.노승아는 머리가 옆으로 돌아간 채 그 자리에서 몇 초간 얼어버렸다.“이건 노승아 씨가 지희한테 손댄 거 갚아준 거예요.”지유가 담담하게 이유를 말해주었다.김예진은 설마 승아가 맞을 줄은 몰랐는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지유를 밀어버렸다.“이봐요, 미쳤어요? 지금 누구한테 손을 대는...”짝.그때 지유가 이번에는 김예진에게도 손을 올렸다.“이런 예의도 모르고 사리분간도 하지 못하는 매니저 때문에 노승아 씨가 뺨을 맞는 겁니다.”“이, 이 미친!!”김예진은 갑작스럽게 날아든 뺨에 씩씩대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승아는 지유에게 맞은 쪽 뺨을 감싸며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예진아, 그만해.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누굴 못 건드려?”그때 여진숙이 달려 들어와 지유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또 너야? 이번에는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너 계속 이렇게 나랑 이현이 뒤에서 승아 괴롭히고 있었지? 고작 비서 주제에 지금 어딜 감히 내 예비 며느리한테 손을 대?!”승아는 여진숙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아주머니...”사람들 앞에서 노승아가 자신의 예비 며느리라고 인정하는 그 모습은 참으로 여진숙다웠다.그녀의 말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승아가 미래 여씨 집안 안주인이라고 더 확신할 수 있었다.지유의 마음은 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여씨 가문에 시집을 간지 어언 3년,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건 둘째치고 이제는 대놓고 이런 모욕까지 받게 되었다.여진숙과 승아는 마치 친 모녀처럼 애틋하기 그지없었다.지유는 전혀 움츠러드는 기색 없이 또박또박 대꾸했다.“자고로 사람이라면 시비를 제대로 가릴 줄은 알아야죠. 노승아 씨가 무슨 짓을 하든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제 친구를 건드린다면 얘기가 달라지죠.”승아가 울면서 답변
갑작스럽게 밝힌 결혼 소식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다 놀라고 말았다.승아의 혈색이 삽시간에 창백해지더니 곧 빨개진 눈으로 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지대한 상처라도 받은듯했다.대체 여이현은 무슨 생각으로 사람들 앞에서 결혼을 인정한 거지?충격이 컸던 승아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려지려 하자 다행히 여진숙이 옆에서 부축해주었다.이현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건 비단 승아뿐이 아니었다. 지유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결혼식 날 밤 만약 두 사람의 결혼을 다른 이에게 알린다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이현이였으니까.지유는 지금 머리가 혼란스럽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몇 초간 멍하니 있던 이진환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이거 참, 여 대표님도 너무하시네요. 결혼한 사실도 얘기 안 해주시고 부인이 누군지도 얘기 안 해주시니.”“아내가 공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추는 걸 원하지 않아서요. 저는 제 아내 말만 듣는 편이라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지유는 그 말이 마치 자기 들으라고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그녀가 두 사람 사이를 공개하기 싫다고 하면 이현은 그에 따르겠다는 말로 들렸다.하지만 처음에 둘 사이를 공개하기 원치 않았던 사람은 바로 그였다.그런데 대체 왜 지금에 와서 갑자기 결혼을 인정하는 거지?여이현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했던 지유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었다.“완전히 아내 바라기시네요. 행복해 보이시니 저도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하하하”이진환이 너털웃음을 짓자 그 뒤에 있던 몇 명의 남자들이 줄지어 축하를 보냈다.“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여 대표님. 그리고 큰 사모님도 며느리 맞은 거 축하드립니다!”여진숙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 인사를 받았다. 조금 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예비 며느리는 노승아라고 얘기했는데 여이현이 나타나 자신은 이미 결혼했다고 해버리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승아는 자신에게서 이현을 뺏어간 지유가 미치도록 싫었다.왜 자신이 받아야 하는 것들을 지유가 누리고 있는지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여진숙을 티슈를 가져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승아야, 조금만 참아. 이제 곧 있으면 모든 게 다 네 것이 될 거야, 응?”승아는 그녀의 말에 오늘도 또 참아야 한다.모든 게 자신의 것이 되는 그날을 위해서.하지만 매번 이런 말밖에 듣지 못하니 이제는 점점 인내심이 바닥을 치게 된다....“지유야, 봤어? 노승아 오늘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 당한 거잖아. 그것도 여이현이 직접 그렇게 만든 거고!”지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 진짜 웃겨 죽을 뻔했잖아. 너 노승아 얼굴 제대로 못 봤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옆에 부축 안 해줬으면 아마 바닥에 쓰러졌을걸? 엄청나게 쪽팔릴 거야. 미래 여씨 가문 안주인이라고 있는 허세 없는 허세 다 떨었을 텐데, 꼴 좋다.”지희는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웃다가 이번에는 이현을 칭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제 보니 여이현도 괜찮네. 네 편 들어준 거잖아.”사람들 앞에서 자신은 기혼자라는 사실을 밝힌 것만으로도 이현이 이 결혼을 가볍게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지희는 물론이고 지유 역시 그 말은 너무 의외였다.“지유야, 무슨 생각해? 혹시 아까 여이현이 너 지켜주던 생각? 확실히 멋있긴 했어?”지유는 자신보다 더 신난 듯한 지희를 보며 물었다.“웬일이야? 싫다고 질색할 때는 언제고.”“오늘은 네 편 들어줬잖아. 그리고 노승아 한 방 먹인 것만으로도 여이현은 오늘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 있어. 당분간은 싫은 거 해제.”이에 지유가 웃었다.“이렇게 쉬워도 돼?”“지유 너도 똑같거든? 아, 참. 이럴 때가 아니라 빨리 마저 세팅해야지. 여이현한테 제일 예쁜 모습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지유의 제일 친한 친구로서 지희는 그녀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만약 그 행복이 여이현 옆에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면 온 마음을 다해 지지해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