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현은 양시은의 턱을 꽉 움켜잡으며 목소리를 낮게 내뱉었다. 그 당시 양시은이 그의 삶에서 사라졌을 때 나도현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빌려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가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 뜻밖에도 양시은을 만나게 되었고 이는 어쩌면 하늘이 정해준 인연일지도 모른다. 이 한 평생 그는 양시은과 사랑하고 또 싸워야 하는 운명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당연히 그 상황에 흘러가는 대로 행동해야 했다. “내 곁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어떻게 내게 사과할지 너의 사과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봐. 그러면 너의 날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질지도 몰라.” 양시은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도현은 원하는 건 그녀의 사과와 태도라는 걸 그녀는 분명히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옆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지금 그를 달래서 그를 기쁘게 할 수는 있어도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은희의 편견은 산처럼 높아서 그녀는 도저히 넘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결국 함께할 수 없었다. 그녀의 침묵은 이미 그녀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도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내가 너를 용서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 양시은, 이제 너는 여기서 안전하게 지내. 하민이가 걱정 되면 내 마음에 들게 나한테 잘해. 그럼 하민이를 찾아줄게. 안 그러면 소식을 알아도 너한테는 절대 말 안 해.” 양채은이 지금 통화를 거부하고 있어 양시은은 도대체 하민이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녀는 여기 갇혀 있고 아는 사람도 없었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조사할 돈도 없다. 그런데 나도현은 그 능력이 있었다. 지금 그는 아이를 이용해 그녀를 협박하며 그녀가 굴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도현, 나한테 아무렇게나 대해도 아이는 건드리지 말아줘.” 양시은의 마음은 정말로 아팠다. 그녀의 마음이 아플수록 나도현은 그 점을 더욱 이용해서 계속해서 자극했다. “아이는 건드리지 말라고? 너는 전혀 신경
약혼 연회 당일 나도현의 휴대폰이 양시은 옆에 나타났다. 그것은 하나의 신호였지만 그녀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 후 양채은은 친절히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더 잘 챙겼고 심지어 나도현이 양시은을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 결국은? 챙겨준 끝에 그들은 결국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이제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그녀의 아이는? 양채은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민을 보았을 때 갑자기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아이가 양시은 덕분에 행복하지 않다면 그녀는 양시은의 아이에게 복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갚는 복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민은 계속해서 이모라고 부렀고 그들 사이에는 감정이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무정할 수 없었다. “난 나도현의 별장에 있어. 그 사람이 나를 안 보내줘.” 양시은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자기 잘못이라면 반드시 인정한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해서 끝나는 거야? 미안하다는 말이 효과가 있으면 세상에 경찰과 법이 왜 필요해.” 양채은의 감정은 점점 격해졌다. “너희는 계속해서 하민이만 찾았고 나에겐 관심을 둔 사람이 있었어?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런 결과를 맞아야 하는 거야.” 그녀가 남의 감정을 고의로 끼어들어 이 상황에 빠졌다면 지금 배신을 당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도현은 자유 연애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결국 약혼에 이르게 됐다.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 이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렇게 큰 차이를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견뎠는지 자신도 몰랐다. 게다가 요즘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그녀 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말하고 그로 인해 그녀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채은아, 우리 한 번 만나자. 하민이만 병원에 데려다주면 네가 나에게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부탁하지 마. 부탁이 효과가 있었다면 나는 이미 나도현 씨에게 그만 두라고 애원했을 거야. 언니, 제발 부탁한다고 해서 그게 진짜 유용할까?” 양채은은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오늘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한 가지 말할 게 있어서야. 네가 나한테 빚진 것 나는 하나하나씩 네 아들 하민에게서 얻어 올 거야. 부모의 빚은 자식이 갚는 게 맞잖아.”이 무시무시한 말을 하고 양채은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마음속이 점점 아려왔다.마스크남이 그 옆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채은 씨, 지금 이걸 하는 게 무슨 의미에요? 양시은을 미워하면서도 왜 그 여자의 아들을 돌보고 있어요? 난 가끔은 당신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마스크남은 자기가 양채은이라면 이 기회를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채은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하민은 날 이모라 불렀고 어른들의 잘못을 왜 아이를 탓하겠어요.”양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양시은은 무정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는 선이 있었다. “당신 말도 일리는 있어요. 안에 있는 아이는 정말로 아무 죄가 없죠. 그나저나 당신 배 속의 아이는요?” 마스크남이 점점 더 압박을 걸면서 말을 이었다. “다른 아이를 생각하려면 먼저 네 애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만해요. 이건 내 일이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양채은은 등을 돌리며 걸어갔다.마스크남은 유유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알겠습니다! 이름을 변경하여 번역을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양시은은 마음속으로 하민에 대한 걱정이 극에 달해 당장이라도 아이를 찾으러 나가고 싶었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방 문이 열리며 낯선 여자가 트레이를 들고 그녀 앞에 섰다.“양시은 씨, 이건 제가 끓인 보약이에요. 기력 보충에 좋으니 따끈할 때 빨리 드세요.”“저 안 마셔요. 그냥 가져가세요.” 양시은은 보약에 전혀
여자는 일부러 말을 모호하게 꺼냈다. 그녀를 보낸 사람은 임다혜였고 여기에 더해 박은희가 몰래 도와주면서 이 두 사람이 협력하여 별장에 하녀 한 명을 배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양시은에게는 그 의도가 확실히 잘못 전달됐다. 여기가 바로 나도현의 집이므로 이 여자는 분명히 나도현이 불러낸 사람일 것이다. 이 보약을 마시지 않으면 나도현이 분명히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약은 여기 두세요. 목마를 때 마실게여.”“양시은 씨, 저는 꼭 당신이 이 약을 마시는 걸 봐야만 갈수 있습니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저는 여기서 기다리면 됩니다.” 여자는 그 말을 하고 나서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바로 양시은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양시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만약 그녀 앞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수 없었겠지만 이 상대는 양시은이었다. 그리고 박은희는 반드시 양시은을 집에서 쫓아내라고 말한 바 있었다. 따라서 양시은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약을 언제 마시면 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같이 기다려 보시든지.”양시은은 지금 아이를 찾는 일이 급해서 이 여자와 시간을 보내며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마셨으니 이제 가세요.” 그러자 양시은은 그 말과 함께 보약을 한 모금 두 모금, 금방 다 마셨고 그릇을 여자의 쪽으로 돌려보냈다. “다 마셨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물론이죠. 양시은 씨, 푹 쉬세요.” 여자는 목적을 달성하고는 그릇을 들고 떠났다. 여자가 별장을 나서며 길가에 서 있던 차로 올라타 이내 임다혜와 만날 예정이었다.양시은은 보약을 다 마신 뒤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리 신경을 쓰진 않았다. 나도현이 아무리 말을 까칠하게 해도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
양시은은 고통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전에 나도현을 위해 칼을 대신 막아준 상처는 아직 다 낫지 않았고 그 상처 위에 임다혜가 보낸 약까지 보내져 그녀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지금 양시은의 체온은 39도를 넘어서 거의 40도에 가까운 상태였다. 의식은 흐릿하고 이마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린다. 그때 음식을 가지고 온 가사도우미가 양시은이 침대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입을 벌려 놀랐다. 마치 그녀가 이미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급히 나도현에게 전했다. “도련님, 양시은 씨가 죽은 것 같아요...” “뭐라고?” 나도현은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찰나에 이른 속도로 깊어진 흑단처럼 좁아지며 가사도우미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봤다.도우미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도우닌 나도현이 이렇게 급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나도현의 얼굴은 흰 종이처럼 창백하고 그의 눈에서는 한치의 흔들림도 볼 수 없었다. 그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있었고 그는 바로 서재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몇 걸음에 방에 도달하고, 그는 문을 급하게 열었다.침대에 누운 양시은을 확인한 그는 잠깐 멈칫했다. 양시은은 살고 있는 듯 숨을 헐떡이며 자고 있었다. 그러나 땀에 젖은 얼굴과 급한 숨소리가 그에게 명확히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었다.그는 양시은의 붉어진 뺨을 보며 이마를 만지자 그녀의 열기가 손끝을 뜨겁게 만들었다. 나도현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 지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석훈, 지금 내 별장에 바로 와. 열 나는 사람이 있어.”지석훈은 피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너희 개인 의사야 뭐야. 열 정도로 괜찮은 거면 약 있잖아.”온지유가 아프면 여이현이 그를 찾았고 권다솔이 아프면 배진호가 그를 찾았다. “나도현의 여자가 아프다니... 아니. 잠깐만. 여자?”지석훈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현, 거기 아픈 사람이 여자라고? 어디서 생긴 여자야? 설마 그 전 여친이냐?”“그냥 빨리 와. 약도
호텔 바닥은 아수라장이었다.잠에서 깬 지유는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지유는 미간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커다란 몸집을 가진 남자가 옆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지나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은 조각과도 같았고 눈매도 깊고 진했다.아직 깊은 잠이 들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지유가 몸을 일으키자 이불이 그녀의 몸에서 미끄러져 내렸고 뽀얗고 매혹적인 두 어깨에 어젯밤 남긴 흔적이 보였다.지유가 앉았던 자리에 선명한 핏자국이 보였다.시간을 보니 어느새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유는 바닥에 널브러진 출근룩을 다시 집어 들어 얼른 갈아입었다.스타킹은 이미 남자에 의해 찢겨 있었다.지유는 스타킹을 돌돌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하이힐을 신었다.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깔끔하게 차려입은 지유는 어느새 워커홀릭 비서로 완전히 돌아왔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들어온 사람은 청순한 미녀였다.지유가 부른 사람이었다.이현의 취향이 이런 여자였다.지유가 그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침대에 누워서 대표님 깨나길 기다리면 돼요. 다른 건 한마디도 하지 마요.”지유는 고개를 돌려 아직 단잠에 빠진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억울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방에서 나왔다.지유는 두 사람이 어젯밤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현이 아는 게 싫었다.그들 사이에 계약에 의하면 아무도 모르게 3년간 결혼을 유지하면 바로 이혼할 수 있었다.이 기간에 선을 넘는 행동은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았다.지유는 7년째 이현의 비서로, 3년째 이현의 와이프로 있었다.졸업한 그날부터 이현의 곁을 한시도 떠난 적이 없었다.같은 날, 이현은 지유에게 두 사람은 그저 상사와 부하의 관계일 뿐 이 관계를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지유는 복도 창가에 서서 어제 일을 떠올렸다. 이현은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누워 ‘승아’라는 이름을 연신 불러댔다.지유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승아는 이현의 첫사랑이었다.이현은 지유를 승
이에 지유가 화들짝 놀라며 하마터면 발을 삐끗할 뻔했다.중심을 잘 잡지 못한 지유는 그렇게 이현의 몸에 기댔다.이현은 지유의 몸이 앞으로 쏠리자 손으로 지유의 허리를 잡아줬다.뜨거운 체온이 전해지자 지유는 어젯밤 그가 저돌적으로 그녀를 덮치던 화면이 떠올랐다.지유는 가까스로 진정하고 고개를 들어 이현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 봤다.이현의 눈동자는 매우 진지했고 그 속엔 질문과 의혹도 담겨 있었다. 눈빛은 지유를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지유는 심장이 벌렁거렸다.이현과 더는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아까 나간 그 여자라고 생각했을 때도 이현은 불같이 화를 냈는데 여기서 만약 지유가 자신이었음을 인정한다면 후과가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아니라고 하기엔 억울했다.만약 어젯밤 잠자리를 가진 사람이 지유라는 걸 이현이 알게 된다면 결혼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그래도 지유는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게 겁나 고개를 숙인 채로 물어봤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지유는 사실 남몰래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이현이 코웃음을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너는 그런 용기가 없을 것 같아서.”지유는 멈칫하더니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어쩌면 이현은 어젯밤 잠자리를 가진 사람이 지유가 아니길 더 바랄지도 모른다. 계약 결혼일뿐이니 말이다.게다가 며칠만 더 지나면 계약도 끝나간다순간 이현이 지유의 손을 힘껏 낚아챘다.지유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이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심사하듯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지유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발버둥 치며 손을 빼려 했지만 이현이 지유를 전신 거울 앞으로 바짝 몰아갔다.“뭐 하는 거예요?”지유는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긴장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너 정말 사무실에서 잠들었어?”지유는 칠흑같이 어두운 이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혹시나 들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3년 전, 결혼한 첫날 밤, 지유는
고개를 들어보니 승아가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국자를 들고 있었다.지유를 본 승아는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다시 부드럽게 인사했다.“아주머니 손님이에요? 마침 삼계탕을 조금 더 끓였는데 같이 와서 먹어볼래요?”승아의 느긋한 태도는 마치 그녀가 이곳의 안주인인 것 같았다.오히려 지유가 멀리서 찾아온 손님처럼 보였다.하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유는 곧 이 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된다.지유는 이런 거지 같은 상황에 미간이 찌푸려졌다.이현과 결혼할 때 모든 사람에게 알렸고 승아도 축복을 보내왔기에 지유가 이현의 와이프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승아는 지유가 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자 얼른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왔으면 손님이죠. 얼른 들어와요.”승아가 가까이 다가오자 옅은 재스민 향이 풍겨왔다. 이현은 작년 생일에 지유에게 똑같은 향수를 선물했다.지유는 목구멍이 점점 메어와 숨쉬기가 힘들었고 다리가 천근만근인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여진숙은 지유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자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유야, 여기 서서 뭐 하는 거야? 손님이 왔으면 차라도 내와야지.”지유는 승아와 겨뤄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물었다.“어머님, 승아 씨가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예요?”여진숙이 답했다.“승아도 오랜만에 귀국했으니 한 번쯤은 나 보러 와야 할 거 아니니? 왜? 승아가 우리 집에 오면 안 돼? 현이도 뭐라 안 하는데 네가 뭐라고 시비야?”“그런 뜻 아니에요.”지유가 고개를 푹 숙였다.“아, 지유 언니였구나. 이현 오빠가 결혼사진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못 알아봤네요. 기분 상했다면 죄송해요.”지유는 환하게 웃는 승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허.’하긴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른 여자와 결혼한 사진을 보여줄 리가 없지.이때 여진숙이 호통치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얼른 승아한테 차를 내주지 않고 뭐 해?”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놓은 주전자를 들었다.승아는 여진숙과 웃고 떠들며
양시은은 고통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전에 나도현을 위해 칼을 대신 막아준 상처는 아직 다 낫지 않았고 그 상처 위에 임다혜가 보낸 약까지 보내져 그녀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지금 양시은의 체온은 39도를 넘어서 거의 40도에 가까운 상태였다. 의식은 흐릿하고 이마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린다. 그때 음식을 가지고 온 가사도우미가 양시은이 침대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입을 벌려 놀랐다. 마치 그녀가 이미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급히 나도현에게 전했다. “도련님, 양시은 씨가 죽은 것 같아요...” “뭐라고?” 나도현은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찰나에 이른 속도로 깊어진 흑단처럼 좁아지며 가사도우미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봤다.도우미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도우닌 나도현이 이렇게 급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나도현의 얼굴은 흰 종이처럼 창백하고 그의 눈에서는 한치의 흔들림도 볼 수 없었다. 그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있었고 그는 바로 서재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몇 걸음에 방에 도달하고, 그는 문을 급하게 열었다.침대에 누운 양시은을 확인한 그는 잠깐 멈칫했다. 양시은은 살고 있는 듯 숨을 헐떡이며 자고 있었다. 그러나 땀에 젖은 얼굴과 급한 숨소리가 그에게 명확히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었다.그는 양시은의 붉어진 뺨을 보며 이마를 만지자 그녀의 열기가 손끝을 뜨겁게 만들었다. 나도현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 지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석훈, 지금 내 별장에 바로 와. 열 나는 사람이 있어.”지석훈은 피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너희 개인 의사야 뭐야. 열 정도로 괜찮은 거면 약 있잖아.”온지유가 아프면 여이현이 그를 찾았고 권다솔이 아프면 배진호가 그를 찾았다. “나도현의 여자가 아프다니... 아니. 잠깐만. 여자?”지석훈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현, 거기 아픈 사람이 여자라고? 어디서 생긴 여자야? 설마 그 전 여친이냐?”“그냥 빨리 와. 약도
여자는 일부러 말을 모호하게 꺼냈다. 그녀를 보낸 사람은 임다혜였고 여기에 더해 박은희가 몰래 도와주면서 이 두 사람이 협력하여 별장에 하녀 한 명을 배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양시은에게는 그 의도가 확실히 잘못 전달됐다. 여기가 바로 나도현의 집이므로 이 여자는 분명히 나도현이 불러낸 사람일 것이다. 이 보약을 마시지 않으면 나도현이 분명히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약은 여기 두세요. 목마를 때 마실게여.”“양시은 씨, 저는 꼭 당신이 이 약을 마시는 걸 봐야만 갈수 있습니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저는 여기서 기다리면 됩니다.” 여자는 그 말을 하고 나서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바로 양시은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양시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만약 그녀 앞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수 없었겠지만 이 상대는 양시은이었다. 그리고 박은희는 반드시 양시은을 집에서 쫓아내라고 말한 바 있었다. 따라서 양시은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약을 언제 마시면 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같이 기다려 보시든지.”양시은은 지금 아이를 찾는 일이 급해서 이 여자와 시간을 보내며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마셨으니 이제 가세요.” 그러자 양시은은 그 말과 함께 보약을 한 모금 두 모금, 금방 다 마셨고 그릇을 여자의 쪽으로 돌려보냈다. “다 마셨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물론이죠. 양시은 씨, 푹 쉬세요.” 여자는 목적을 달성하고는 그릇을 들고 떠났다. 여자가 별장을 나서며 길가에 서 있던 차로 올라타 이내 임다혜와 만날 예정이었다.양시은은 보약을 다 마신 뒤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리 신경을 쓰진 않았다. 나도현이 아무리 말을 까칠하게 해도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
“부탁하지 마. 부탁이 효과가 있었다면 나는 이미 나도현 씨에게 그만 두라고 애원했을 거야. 언니, 제발 부탁한다고 해서 그게 진짜 유용할까?” 양채은은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오늘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한 가지 말할 게 있어서야. 네가 나한테 빚진 것 나는 하나하나씩 네 아들 하민에게서 얻어 올 거야. 부모의 빚은 자식이 갚는 게 맞잖아.”이 무시무시한 말을 하고 양채은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마음속이 점점 아려왔다.마스크남이 그 옆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채은 씨, 지금 이걸 하는 게 무슨 의미에요? 양시은을 미워하면서도 왜 그 여자의 아들을 돌보고 있어요? 난 가끔은 당신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마스크남은 자기가 양채은이라면 이 기회를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채은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하민은 날 이모라 불렀고 어른들의 잘못을 왜 아이를 탓하겠어요.”양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양시은은 무정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는 선이 있었다. “당신 말도 일리는 있어요. 안에 있는 아이는 정말로 아무 죄가 없죠. 그나저나 당신 배 속의 아이는요?” 마스크남이 점점 더 압박을 걸면서 말을 이었다. “다른 아이를 생각하려면 먼저 네 애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만해요. 이건 내 일이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양채은은 등을 돌리며 걸어갔다.마스크남은 유유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알겠습니다! 이름을 변경하여 번역을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양시은은 마음속으로 하민에 대한 걱정이 극에 달해 당장이라도 아이를 찾으러 나가고 싶었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방 문이 열리며 낯선 여자가 트레이를 들고 그녀 앞에 섰다.“양시은 씨, 이건 제가 끓인 보약이에요. 기력 보충에 좋으니 따끈할 때 빨리 드세요.”“저 안 마셔요. 그냥 가져가세요.” 양시은은 보약에 전혀
약혼 연회 당일 나도현의 휴대폰이 양시은 옆에 나타났다. 그것은 하나의 신호였지만 그녀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 후 양채은은 친절히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더 잘 챙겼고 심지어 나도현이 양시은을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 결국은? 챙겨준 끝에 그들은 결국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이제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그녀의 아이는? 양채은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민을 보았을 때 갑자기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아이가 양시은 덕분에 행복하지 않다면 그녀는 양시은의 아이에게 복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갚는 복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민은 계속해서 이모라고 부렀고 그들 사이에는 감정이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무정할 수 없었다. “난 나도현의 별장에 있어. 그 사람이 나를 안 보내줘.” 양시은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자기 잘못이라면 반드시 인정한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해서 끝나는 거야? 미안하다는 말이 효과가 있으면 세상에 경찰과 법이 왜 필요해.” 양채은의 감정은 점점 격해졌다. “너희는 계속해서 하민이만 찾았고 나에겐 관심을 둔 사람이 있었어?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런 결과를 맞아야 하는 거야.” 그녀가 남의 감정을 고의로 끼어들어 이 상황에 빠졌다면 지금 배신을 당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도현은 자유 연애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결국 약혼에 이르게 됐다.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 이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렇게 큰 차이를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견뎠는지 자신도 몰랐다. 게다가 요즘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그녀 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말하고 그로 인해 그녀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채은아, 우리 한 번 만나자. 하민이만 병원에 데려다주면 네가 나에게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나도현은 양시은의 턱을 꽉 움켜잡으며 목소리를 낮게 내뱉었다. 그 당시 양시은이 그의 삶에서 사라졌을 때 나도현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빌려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가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 뜻밖에도 양시은을 만나게 되었고 이는 어쩌면 하늘이 정해준 인연일지도 모른다. 이 한 평생 그는 양시은과 사랑하고 또 싸워야 하는 운명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당연히 그 상황에 흘러가는 대로 행동해야 했다. “내 곁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어떻게 내게 사과할지 너의 사과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봐. 그러면 너의 날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질지도 몰라.” 양시은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도현은 원하는 건 그녀의 사과와 태도라는 걸 그녀는 분명히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옆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지금 그를 달래서 그를 기쁘게 할 수는 있어도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은희의 편견은 산처럼 높아서 그녀는 도저히 넘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결국 함께할 수 없었다. 그녀의 침묵은 이미 그녀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도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내가 너를 용서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 양시은, 이제 너는 여기서 안전하게 지내. 하민이가 걱정 되면 내 마음에 들게 나한테 잘해. 그럼 하민이를 찾아줄게. 안 그러면 소식을 알아도 너한테는 절대 말 안 해.” 양채은이 지금 통화를 거부하고 있어 양시은은 도대체 하민이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녀는 여기 갇혀 있고 아는 사람도 없었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조사할 돈도 없다. 그런데 나도현은 그 능력이 있었다. 지금 그는 아이를 이용해 그녀를 협박하며 그녀가 굴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도현, 나한테 아무렇게나 대해도 아이는 건드리지 말아줘.” 양시은의 마음은 정말로 아팠다. 그녀의 마음이 아플수록 나도현은 그 점을 더욱 이용해서 계속해서 자극했다. “아이는 건드리지 말라고? 너는 전혀 신경
아쉽게도 나도현은 이런 걸 이해하지 못했다. 임다혜는 전혀 두렵지 않았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 사람한테 아무 짓도 안 했잖아요. 그냥 평소에 말 좀 섞고 싶은 건데. 설마 이걸로 저를 쫓아 내겠어요? 저는 안 믿어요.” 박은희는 입술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임다혜가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나도현이 그녀를 거절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조용히 손까지 써본다면...’ 박은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임다혜는 그 생각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니, 말씀하신 방법 너무 좋아요. 도현 씨가 더 이상 이상한 짓 안 하게 우리 빨리 실행해요.” “좋아.” 박은희의 계획은 좋았지만 그들은 계획을 삼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한편 나도현은 법률 사무소에 가진 않았지만 사무소의 사건들을 계속 관리했고 양채은과도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다. 전화를 통했지만 영채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양시은은 그와 대화할 때마다 불편해졌지만 양시은은 밥은 잘 먹었다. 그녀에게 있어 사람은 밥심이고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도현이 정신 없이 있을 때 그녀는 탈출할 수 있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도현은 그걸 참지 못했다. 그는 양시은 앞에 나타나 비꼬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걱정하는 네 아들 결국 네가 이런 식으로 걱정하는 거냐? 양시은, 네 입에는 한 마디 진심이라도 있어?” 양시은은 나도현이 이렇게 작은 일로도 이렇게 화를 낼 줄 몰랐다. 그러나 나도현은 그녀를 싫어하니까 당연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였다. 그의 눈에 양시은의 단점은 끝없이 확대되어 보였다. 양시은은 더 이상 나도현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와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나도현, 만약 내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 죽으면 하민이는 돌아와도 못 보잖아.” “그건 네 변명이야. 지금 네 얼굴에는 아무런 슬픔도 없어.”나도현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양시은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런데
양시은이 말을 뱉을 때 나도현은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은 만큼 화가 났다. “네가 날 교육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인간성? 그는 인간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건을 처리했고 그 가운데 양시은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 양시은과 함께할 땐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양시은은 그에게 깊은 배신을 했다. 나도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뭐라고 하는가?’ 그가 복수를 결심하고 양시은을 죽이려고 해도 마음이 약해져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양시은, 여기서 깊이 반성해.” 만약 양시은이 그에게 울면서 용서를 구하면 그는 분명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양시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 애만 신경 썼다. 그는 그 아이가 얼마나 더 버티며 살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생각했다. 박은희는 나도현을 설득할 수 없었고 임다혜에게도 어떻게 말할지 몰랐다. 임다혜는 박은희가 직접 고른 며느릿감이었다. 하지만 나도현은 그녀의 얼굴조차 보기 싫어했고 아예 연락도 하지 않았다. 임다혜는 나도현에게 진심이었고 종종 박은희에게 안부를 묻고 늘 영양제와 화장품을 선물하며 찾아왔다. 지금은 그녀를 볼 면목이 별로 없었다. 임다혜가 다시 물어왔다. “도현 씨는 요즘 많이 바쁜가요? 로펌에도 없고...” 임다혜는 나도현이 양시은에게 갔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양시은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사람이고 그의 마음속에 깊은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었다. 나도현은 그녀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임다혜는 포기하기 싫었다. 부모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결혼은 행복하지 않다고 믿고 있었다. 게다가 박은희는 그녀 편이었다. 그녀는 박은희를 통해 나도현의 마음을 얻은 후 나 부인이 되려 했다. 박은희는 이것도 방법이 아닌지라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다혜야, 넌 정말 좋은 아이야. 하지만 이건 말해 줘야 할 거 같아. 난 네가 정말 좋은데 도현이는... 양시은이라는
하지만 나도현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박은희도 하민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천지개벽하고 피와 살이 뒤섞이는 상황에까지 끌고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녀가 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도현이 화가 가라앉으면 자연스럽게 그녀를 놓아줄 것이라 믿었다. “그 아이가 누구의 애인지 물어봐서 뭐 해? 나도현, 우리는 말할 건 다 했잖아. 더 이상 서로 힘들게 하지 말자.” “네 엄마가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데 내가 바보냐? 그걸 왜 거절해야 해? 예전에 20억에 너를 포기했던 것처럼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이미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어. 넌 내가 울며 매달려서 싫다고 말할 걸 기대했어?” 양시은은 담담하게 나도현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무섭기도 했지만 점점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도현이 그녀에게 죽으라고 할 리는 없으니까. 죽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도현에 의해 풀려날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나도현의 마음속엔 그저 그때 분노로 가득 찼을 뿐이다. “그게 가능할 리가 있냐?” 나도현은 비꼬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양시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잖아. 그러니 내가 책임질 순 없어. 지금 나를 여기에 가두고 있을 바엔 차라리 양채은을 찾아가. 양채은은 진짜로 널 사랑해. 뱃속의 아이도...”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그 여자가 날 사랑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난 널 사랑하지만 너는 나한테 어떻게 했지?” 양시은이 말을 계속하려는 순간 나도현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진 채 양시은의 몸에 머물렀다.나도현의 깊은 사랑을 양시은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현이 예전에 사랑했던 만큼 지금은 증오도 그만큼 깊어졌다. 나도현은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너 같은 사람한테 사랑을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지금까지 아이 아빠는 보지도 못한 걸 보니 네가 죽인 거 아니냐?” 양시은의 마음이 처참하게 찔렸다. 아이의 아버지는 바로 눈앞에
바로 핸드폰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도현은 그 번호를 비서에게 보내며 지시했다. “철저히 조사해.”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갑작스러운 결심이 떠올랐다. ‘더 이상 양시은이 밖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놔둘 순 없어.’ 그리고 나흘 뒤 박은희가 찾아왔다. “네가 가업을 물려받는 걸 싫다고 한 건 이해한다. 근데 지금 또 나랑 대항해서 그 아이를 다시 데리고 오겠다는 거야?” 나도현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은희는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나도현, 양시은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그 여자에게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소개해 준 약혼녀는 네가 고른 여자보다 어디가 못 해?” 임씨 가문도 경성의 명문가다. 나씨 가문과 임씨 가문은 비록 여씨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성에서 두 번째로 손꼽히는 대가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나민우 집안과 친척 관계다. ‘나민우 역시 처음에는 결혼은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부모의 뜻을 따랐고 가문의 이익을 위해 결혼하게 되지 않았나?’이런 생각이 들자 박은희는 더욱 불쾌한 마음에 불만을 터뜨렸다. “나도현, 네가 내 말을 듣기 싫으면 나민우를 좀 본받으면 안 되겠니? 나민우가 어떻게 했는지 알잖아. 넌 도대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내가 진짜로 나민우를 내 아들로 삼아야 속이 시원하겠어?” 부모들이 자녀를 나무랄 때 자녀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남이 그렇게 좋으면 그 쪽한테 가서 아들이나 돼달라고 하세요.’와 같은 뉘앙스였다. 하지만 박은희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나도현에게 상황을 잘 파악하고 나인우를 따라 배우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가문의 발전과 명성을 위해 양시은과는 반드시 거리를 두어여 한다. “왜 그렇게 남들과 비교하기를 좋아해요? 나민우는 나민우의 선택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양시은에 대한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요.” 나도현은 등을 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