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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26 19:00:00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러자.”

“저 진짜 이모네 집에 가는 거예요? 이거 꿈 아니죠?”

여자아이가 팔을 꼬집었다. 곧 그녀의 팔에는 다른 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지유는 부랴부랴 허리를 숙이며 말렸다.

“몸에 상처 내는 일은 하면 안 돼.”

“상처 내는 게 아니에요. 이게 다 꿈일까 봐... 깨고 나면 또 쫓겨 다녀야 할 까 봐 그런 거예요. 다행히 꿈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는 진짜 입이 생기는 거죠?”

여자아이는 신이 나서 온지유의 품에 안겼다. 이번에는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저 진짜 집이 생긴 거 맞죠? 아저씨도 이모도 있고 오빠도 있어요!”

“그럼. 앞으로는 우리가 너를 돌봐줄게.”

온지유는 부드럽게 여자아이의 등을 쓸었다.

이 순간 그녀는 집에 남겨진 온하윤이 떠올랐다. 딸이 있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사월의 어머니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딸을 다른 나라에 버리다니 말이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사월이를 집에 데려가기로 했으면 제대로 된 이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언제까지 사월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앞으로 소미라고 불러도 돼? 이 이름이 싫으면 다른 거로 바꿔도 돼.”

온지유는 여자아이의 의견부터 물었다. 이름은 매일 같이 듣게 되는 것인데 본인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자아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저도 이제 이름이 생긴 거네요. 소미 좋아요.”

그녀는 이름이라고 하면 뭐든 좋았다.

온지유가 ‘소미’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여자아이의 미래에 미소가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있었다.

여자아이가 허락했으니 이름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바로 앞에 호텔이 있어서 거기 가서 먹으면 될 것 같아. 애들 배고플 텐데.”

여이현은 별이의 손을 잡고 별이는 소미의 손을 잡았다. 온지유는 소미 곁에서 서서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마중했다.

“네 분 안쪽으로 모실게요. 애들이 참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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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금 권다솔이 과연 좋은 삶을 누리고 있는가?배진호의 눈동자에 흐릿한 망설임이 스쳤다. 그는 문득 자신이 고집해 온 길이 옳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아마 회사를 차리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권다솔의 부모를 설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이런 사태까진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배진호는 한 템포 쉬고 나서 등 뒤의 정미진에게 차분히 말했다.“남은 장홍화는 저한테 주세요.”그 말을 남긴 뒤 그는 곧장 자리를 떴다.이번에도 정미진과 배진호 사이에는 불협화음만 남았다.그 후로 배진호는 쭉 권다솔 곁에 머물며 회사 일조차 손을 놓고 남에게 맡겼다. 여이현이 선뜻 도와줘서 참 다행인 부분이었다.밤낮으로 곁을 지킨 덕분에, 권다솔의 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의 그림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드물게 어린아이 용품이나 작은 장난감을 멍하니 응시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그녀의 상태가 좋아지는 걸 보자, 늘 긴장하던 배진호도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며칠간 잠잠하던 정미진이 마침내 전화를 걸어서 장홍화를 넘기겠다고 했다. 배진호는 바로 비서에게 심부름을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정미진이 그 의도를 못 알아챌 리 없었다. “물건을 가져가려면 네가 직접 와.”배진호는 잠시 생각한 뒤, 권다솔에게 한마디 알리고 집으로 향했다.그는 짐작도 못 했다. 자신이 막 출발한 직후, 권다솔이 병원에서 빠져나와 뒤를 밟을 줄은 말이다.“기사님, 앞에 가는 저 차 따라가 주세요.”권다솔은 택시 기사에게 부탁했다. 기사는 자신과 두 대 앞서 달리는 검은색 차를 힐끗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대낮에 이런 건 좀 그렇지 않나요.”그러고는 무언가 충고라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제 남편이 바람피우고 있어요. 증거 잡으러 가는 길입니다.” 권다솔의 짧은 한마디에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뭔가 목이 막힌 듯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9화

    조연숙이 말을 꺼내자 순간 방 안은 조용해졌다.정미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녀는 조연숙 모녀의 달라진 기색을 인지하곤 허둥지둥 수습하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배진호가 입을 열었다. “저는 결혼했습니다.”석규리의 젓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연숙은 분노에 들끓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쏘아붙였다. “네 아들이 결혼했다는 걸 왜 이제 와서 말해?”“아니, 그게 아니고, 얘가 헛소리를...” 정미진은 황급히 배진호를 노려보곤 변명에 나섰다. “우리 집안에 얽혔던 여자가 있었던 건 맞지만,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어.”하지만 조연숙은 냉소를 지었다. 이런 변명 따윈 세상 물정 다 겪은 사람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허점 덩어리에 불과했다. 설령 정미진의 말대로라고 해도, 결국 배진호는 한번 결혼한 경력이 있는 남자라는 이야기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무엇하랴? 잘 키운 딸을 돌싱에게 시집보낼 순 없었다.조연숙은 바로 석규리의 손을 잡아채며 노려봤다. “우리 딸은 그런 사람한테 시집갈 수 없어. 나가자.” 석규리는 아직 멍한 상태였으나 조연숙에게 이끌려 나가면서 미련 어린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이렇게 상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정미진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녀는 답답한 듯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배진호에게 소리쳤다. “왜 그런 말을 했어? 규리가 널 얼마나 마음에 들어 했는지 몰라? 네가 입 다물고만 있었으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텐데!”“어머니, 저는 오늘 물을 게 있어서 온 거예요.” 배진호는 느닷없이 정미진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의 눈동자는 한기 서린 빛을 품고 있었고, 그런 기세에 정미진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뭔데?”“다솔 씨 일 어머니한테 책임이 있죠?”배진호는 또박또박 말했다. 기세도 점점 살벌해졌다.자신이 뒷걸음질 친 사실을 깨달은 뒤, 정미진은 고개를 떨구며 고약한 얼굴빛을 띠었다. “내가 네 엄마인 거 모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8화

    권다솔을 바라볼 때만큼은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저녁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 거예요. 혹시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해요.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알겠죠?” 권다솔은 입술을 떨며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었지만 결국 말문을 열지 않았다.배진호는 병원을 나서서 차를 타고 한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정미진은 일찌감치 이곳에 방을 잡아둔 모양이었다.그가 문밖에 도착했을 땐, 안에서 터져 나오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문을 뚫고 나올 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어둑한 눈빛으로 얼마 전 여이현이 해준 말을 되새겼다.“진호 씨 집 도우미 얼마 전 집안일로 휴가를 냈다죠? 그 도우미가 집에 가기 전 내가 불러서 물어봤어요. 진호 씨도 만약 만나봤다면 다솔 씨가 사고 당일 누구와 있었는지 알았을 텐데요.”그날, 그 말을 듣고 배진호는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한 번도 품어보지 않았던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그는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그 가능성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다.그런데 지금 이 문이 바로 앞에 있다. 더는 피할 수 없었다.쾅!배진호가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안에 가득하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찰나에 고요해졌다. 안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정미진, 그리고 그녀가 입버릇처럼 학력이 출중하다고 칭찬하던 규리, 그리고 중년 여성을 발견했다. 그 중년 여성은 규리와 가까워 보였다. 아마 그 규리의 어머니이자, 정미진이 오래도록 입에 올리던 옛 친구일 것이다.또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목소리, 이번엔 도우미의 말이었다. “사모님께서 그날 드신 거, 어머님 동창이 특별히 가져온 보양식이라던데요.”그 말을 떠올리자, 배진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세가 서렸다. 그의 예리한 시선에 안쪽 사람들은 마치 가시에 찔린 듯 몸을 움츠렸다. 석규리는 흠칫하며 어머니 쪽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보인 반응에 중년 여성은 약간 머뭇거리며 정미진에게 물었다. “이쪽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7화

    창밖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순간, 권다솔은 자신이 어느새 창가까지 다가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입원 병동은 7층에 있었다.이곳 창문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어서 사람이 몸을 내밀기만 하면 잠깐의 충동으로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할 수 있었다.마치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무감각하게 건너온 것만 같았다.그럼에도 권다솔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두려움이나 격앙된 기분도 없이 모든 감정이 텅 빈 채 그저 멍하게 서 있었다.스스로 방금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다솔 씨...”배진호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입술 끝에 머문 말을 삼키곤 다른 화제로 돌렸다. “배고프지 않아요? 다솔 씨가 가장 좋아했던 식당에서 갓 만든 새우죽이랑 두유를 가져왔어요. 한번 먹어봐요. 예전 맛이랑 같은지 확인해 봐야죠.”새우죽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해산물 특유의 신선한 향이 감돌았다. 그 위로 송송 다진 파가 푸르게 떠 있었다.과거에 권다솔이 가장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배진호는 그 기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되살려냈다.권다솔이 병실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배진호는 조용히 밖으로 나가 의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조금 전 마치 영혼이 잠시 떠난 듯한 권다솔의 상태를 낱낱이 전했다. 의사는 그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 점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부인께서는 아마도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사실 임신부에게 흔히 보이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출산 전 우울증이나 출산 후 우울증 같은 경우가 있는데, 부인의 경우는 상황이 약간 다르지만,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정서가 불안정해져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지요.” 배진호는 순간 멍해졌다. 무엇보다 활기차고 웃음 많던 권다솔에게 이런 병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니, 권다솔은 정말로 오랫동안 그에게 화를 내거나 큰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6화

    정미진은 장홍화를 이용해서 권다솔이 유산하게 만들었다.그런 짓을 저지른 다음 매일 같이 악몽에 시달리면 어쩌겠는가? 더러운 여자를 집안에 들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말조심해.”정미진은 배상준을 힐끗 노려보며 경고했다.“내가 진호랑 통화할 때 말 함부로 하지 마. 안 그러면 용서 안 할 테니까.”“마음대로 해. 난 신경 안 쓸게.”5분 뒤, 정미진은 배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저녁 집에 와서 밥 먹을래? 내가 규리랑 규리 어머니를 초대했어. 규리는 내가 예전에 같이 학교에 다녔던 동창 딸인데, 성품도 괜찮고 학력도 높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어.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아는 집안이니 한번 만나보지 않겠니?”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확실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좋은 소식이었는지 정미진의 얼굴에 확연한 기쁨이 번졌다.“좋아, 이틀 뒤라도 괜찮아. 네가 만나주기만 하면 됐어! 그때 내가 사람들 불러놓을 테니까 약속 어기면 안 돼!”옆에 있던 배상준이 물었다.“정말 진호가 이렇게 빨리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거로 생각해?”정미진은 콧방귀를 뀌며 남편의 의심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는 거지. 권다솔은 애당초 진호한테 진심인 적 없었잖아. 그렇게 뻔히 드러나는 사실을 내가 모를 것 같아? 전에야 그 여자한테 잠깐 홀린 데다가 아이까지 있어서 묶여 있었던 거지. 지금은 아이도 없으니 그런 여자한테 미련 갖고 있을 리가 없잖아.”정미진이 계속해서 아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배상준은 점점 더 얼굴을 찌푸렸다. 마음속에서 무서운 추측이 고개를 들었지만 차마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정미진이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것을 막지 않고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권다솔이 병원에 입원한 지 다섯째 날.깨어난 이후로 그녀는 병실에 틀어박혀 아무와도 말하지 않았다. 누가 들어와 말을 걸어도, 심지어 배진호가 와도 마찬가지였다.배진호는 이런 그녀의 상태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매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5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허상에 불과했다. 소미가 이 장면에 느끼는 것은 질투심밖에 없었다. 그저 아직 손을 쓸 기회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며칠 후.권다솔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온 힘이 빠져버린 듯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울었다. 눈물은 점점 이불을 적셔갔다.배진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며칠 동안 그는 한순간도 마음이 편한 적 없었다.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그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배진호는 익숙한 얼굴에 순간 놀라며 입을 열었다.“여 대표님.”여이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쪽을 바라보았다. 오는 길에 그는 권다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략 들은 상태였다.“다솔 씨는 좀 어때요?”여이현이 물었다.배진호는 억지로 웃어보려 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 밖에 나오지 않았다.“별로 좋지 않아요. 저조차도 만나려 하지 않아요. 저를 병실 밖으로 내쫓더군요.”그는 주먹을 꽉 쥐며 말을 이었다.“누군가 손을 쓴 게 분명해요.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내야겠어요. 그리고...”뒤이은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배진호의 차가운 눈빛은 결심을 그대로 드러냈다.이번 일로 그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감히 권다솔을 해치고 아이를 잃게 만든 행동은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넘었다.“그 문제를 얘기하려고 내가 온 거예요.”여이현은 잠시 멈칫하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혹시 주변 사람을 의심해 본 적 있어요?”배진호는 그 말을 듣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배진호 집의 도우미가 불려 와 질문을 받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사건이 있던 날 배진호의 어머니가 권다솔을 보러 왔다고 했다.“근데 뭐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어머님은 평소에도 자주 오셨으니까요. 아! 그날도 어머님이 보온병을 들고 오셨더라고요.”“보온병?”“네, 아주 귀한 보양식이라면서요. 맞다, 홍경천이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배진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도우미는 그의 싸늘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4화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그러자.”“저 진짜 이모네 집에 가는 거예요? 이거 꿈 아니죠?”여자아이가 팔을 꼬집었다. 곧 그녀의 팔에는 다른 멍이 생기기 시작했다.온지유는 부랴부랴 허리를 숙이며 말렸다.“몸에 상처 내는 일은 하면 안 돼.”“상처 내는 게 아니에요. 이게 다 꿈일까 봐... 깨고 나면 또 쫓겨 다녀야 할 까 봐 그런 거예요. 다행히 꿈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는 진짜 입이 생기는 거죠?”여자아이는 신이 나서 온지유의 품에 안겼다. 이번에는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저 진짜 집이 생긴 거 맞죠? 아저씨도 이모도 있고 오빠도 있어요!”“그럼. 앞으로는 우리가 너를 돌봐줄게.”온지유는 부드럽게 여자아이의 등을 쓸었다.이 순간 그녀는 집에 남겨진 온하윤이 떠올랐다. 딸이 있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사월의 어머니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딸을 다른 나라에 버리다니 말이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사월이를 집에 데려가기로 했으면 제대로 된 이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언제까지 사월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앞으로 소미라고 불러도 돼? 이 이름이 싫으면 다른 거로 바꿔도 돼.”온지유는 여자아이의 의견부터 물었다. 이름은 매일 같이 듣게 되는 것인데 본인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여자아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활짝 웃었다.“저도 이제 이름이 생긴 거네요. 소미 좋아요.”그녀는 이름이라고 하면 뭐든 좋았다.온지유가 ‘소미’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여자아이의 미래에 미소가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있었다.여자아이가 허락했으니 이름은 이렇게 결정되었다.“이제 밥 먹으러 가자. 바로 앞에 호텔이 있어서 거기 가서 먹으면 될 것 같아. 애들 배고플 텐데.”여이현은 별이의 손을 잡고 별이는 소미의 손을 잡았다. 온지유는 소미 곁에서 서서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마중했다.“네 분 안쪽으로 모실게요. 애들이 참 예쁘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3화

    온지유는 여자아이 혼자 보낼 수 없었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사고를 당하거나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그녀는 다시 여자아이를 안아 올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무슨 일인지 이모한테 말해 줄래? 네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넌 엄마 아빠가 없어?”소녀는 울음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는 떠났어요. 다들 아빠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엄마도 절 혼자 두고 떠나버렸어요.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도 절 돌보지 않아서 집에서 굶어 죽을 뻔했어요.”여자아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온지유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이야기를 듣고 대강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아이를 짐스럽게 여겨 의도적으로 버린 것이다.이렇게 어린아이가 집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이름까지 모른다니 말이다.“이모,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제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어요. 아빠랑 엄마는 그냥 저를 사월이라고만 불렀어요.”소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속삭였다.“제가 너무 멍청해서 그런 거겠죠? 제가 좀 더 똑똑했으면 엄마가 절 버리지 않았을 텐데...”“아니야.”온지유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몰라 머뭇거렸다. 아이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었다. 잘못은 그녀의 부모에게 있었다.여자아이를 사월이라고만 부르며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으니,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더구나 아이를 낳았다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아이가 똑똑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이유로도 아이를 버릴 권리는 없었다. 모든 아이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진실을 그대로 말한다면, 소녀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길까 두려웠다. 아이에게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했다.온지유는 여자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거짓말로 이야기를 꾸며냈다.“아마도 네 엄마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거야. 일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2화

    강원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이 되었다. 여이현은 그들을 데리고 가장 큰 백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한참 구경하고 나서 백화점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이때 백화점 안에서 귀를 찌르는 화재 경보음이 들렸다.“불났나 봐. 빨리 나가자.”여이현은 별이를 훌쩍 안아 올리며 온지유의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은 함께 출굴 나갔다.그들이 출구에 갔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들은 백화점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밖으로 밀려 나왔다.여이현은 별이를 안은 손에 힘을 더했다. 인파 속에서 흩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니 말이다. 특히 별이는 아직 어린아이기 때문에 어른들 틈에서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았다. 별이도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기에 여이현을 꼭 끌어안았다.이때 한쪽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된 온지유는 이런 소리에 유독 예민했다.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자 혼자 울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는 별이 또래로 보였다.여자아이는 부모 없이 혼자 인파 속에 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휘청댔다. 커다란 발이 이미 그녀의 발을 밟고 지나가고 있었다.온지유는 단호하게 여이현의 손을 놓았다.“별이 데리고 먼저 나가. 우린 밖에서 합류하자.”말을 마친 그녀는 여자아이 쪽으로 필사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 올리면서 말했다.“네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여아아이는 더 크게 울면서 온지유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과정에 그녀의 팔에 난 상처들이 드러났다.온지유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설마 아동 학대인가?’어찌 됐든 지금은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녀는 있는 힘껏 앞으로 걸어가서 무사히 출구로 빠져나갔다.백화점 밖으로 나간 그녀는 우선 여이현과 별이부터 찾았다. 다행히 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별아, 너 괜찮아?”온지유는 후다닥 달려가서 별이부터 살폈다. 그리고 그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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