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유는 공손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과찬입니다.”지관식은 하승태, 염성민, 그리고 지현승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너희도 얼른 좋은 사람 만나야지.”그때 마침, 지철호가 연미혜와 김태훈을 데리고 이쪽으로 왔다. 그는 지관식을 향해 말했다.“아버지, 여기는 김씨 가문 어르신의 손자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넥스 그룹이 최근 크게 성장했고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할 핵심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네요.”그러고는 연미혜를 소개했다.“이쪽은 넥스 그룹의 핵심 기술 개발자 연미혜 씨입니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 귀한
잠시 후, 지관식은 다시 한번 모두에게 인사를 건넨 뒤, 복도를 따라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갔다.연미혜, 김태훈, 경민준, 하승태, 그리고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그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 들어간 사람이 많았지만,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있었기에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정원과 긴 정자에는 손님들이 자리를 잡았고 도우미들이 다과와 차를 내왔다.지관식은 허미숙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미숙뿐만 아니라, 지관식에게는 동양화에 조예가 깊은 두 명의 친구가 더 있었다. 대화가 무르익자
경민준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어르신과 바둑을 둘 수 있다니,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그는 차분한 걸음으로 다가와 이병철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이 모습을 보고 임지유와 하승태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바둑을 구경하기 시작했다.연미혜와 김태훈도 뒤따라왔지만, 그들은 이병철의 뒤쪽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았다.임지유와 하승태는 바둑을 둘 줄 아는 편이었다. 그런데 연미혜가 예상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바둑판을 바라보는 것을 본 하승태가 슬쩍 다가가 물었다
연미혜가 아이리스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9시가 넘어 있었다.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동료들과 친구들에게서 온 생일 축하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지만, 정작 경민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연미혜의 미소도 씁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저택에 도착했을 땐 벌써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유순자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곤 순간 멈칫했다.“사모님, 말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민준 씨랑 솜이는요?”“대표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고 다솜 아가씨는 방에서 놀고 계세요.”연미혜는 짐을 유순자에게
밤 9시가 넘어가자, 경민준과 다솜이 집으로 돌아왔다.경다솜은 아빠의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차에서 내리는 걸 한없이 미뤘다.솔직히, 엄마가 집에 있는 오늘 같은 날엔 아예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유 이모가 ‘엄마는 일부러 널 보러 온 거야. 만약 집에 안 가면 엄마가 속상해할 거야.’라고 했고, 아빠도 ‘오늘 밤에 안 들어가면, 내일 엄마가 바다를 보러 가는 데 따라가겠다고 할 거야.’라고 했던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기로 했던 것이었다.경다솜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고, 이내 찝찝한 얼굴로 중얼거
경문 그룹의 수행 비서이자 비서실장인 강철우는 연미혜의 사직서를 받아 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회사 내에서 연미혜와 경민준의 관계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경민준이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준 적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결혼 후, 경민준은 줄곧 냉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고,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연미혜는 남편과 가까워지기 위해 경문 그룹에 입사했고 그녀의 목표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바로 경민준의 수행 비서가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경민준은 단칼에 거절했고, 심지어 경무진이 직접 나서서 설득했음
경다솜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진짜예요?!”“그럼!”“지유 이모는 왜 저한테 같이 돌아갈 거라고 말 안 했을까요?”“이제 막 결정된 일이니까. 아직 말하지 않았어.”경다솜은 한껏 들뜬 얼굴로 활짝 웃었다.“아빠, 이거 당분간 비밀로 해 주세요! 우리 서프라이즈처럼 지유 이모 앞에 나타나요. 그러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그래.”“아빠 최고예요! 아빠 진짜 진짜 사랑해요!”전화를 끊은 뒤에도 경다솜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연미혜의 얼굴
김태훈과 연미혜는 이 몇 년 동안 거의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짧은 만남만으로도 김태훈은 그녀가 예전처럼 당당하고 빛나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전의 연미혜를 떠올리면, 그는 꿈에도 그녀를 보며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떠올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김태훈은 그녀와 경민준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짐작이 갔지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대신, 진심을 담아 말했다.“잠깐 뒤처지는 건 아무 문제 아니야. 너의 실력과 재능은 웬
경민준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어르신과 바둑을 둘 수 있다니,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그는 차분한 걸음으로 다가와 이병철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이 모습을 보고 임지유와 하승태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바둑을 구경하기 시작했다.연미혜와 김태훈도 뒤따라왔지만, 그들은 이병철의 뒤쪽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았다.임지유와 하승태는 바둑을 둘 줄 아는 편이었다. 그런데 연미혜가 예상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바둑판을 바라보는 것을 본 하승태가 슬쩍 다가가 물었다
잠시 후, 지관식은 다시 한번 모두에게 인사를 건넨 뒤, 복도를 따라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갔다.연미혜, 김태훈, 경민준, 하승태, 그리고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그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 들어간 사람이 많았지만,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있었기에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정원과 긴 정자에는 손님들이 자리를 잡았고 도우미들이 다과와 차를 내왔다.지관식은 허미숙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미숙뿐만 아니라, 지관식에게는 동양화에 조예가 깊은 두 명의 친구가 더 있었다. 대화가 무르익자
임지유는 공손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과찬입니다.”지관식은 하승태, 염성민, 그리고 지현승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너희도 얼른 좋은 사람 만나야지.”그때 마침, 지철호가 연미혜와 김태훈을 데리고 이쪽으로 왔다. 그는 지관식을 향해 말했다.“아버지, 여기는 김씨 가문 어르신의 손자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넥스 그룹이 최근 크게 성장했고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할 핵심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네요.”그러고는 연미혜를 소개했다.“이쪽은 넥스 그룹의 핵심 기술 개발자 연미혜 씨입니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 귀한
“승태 오빠!”하승태가 돌아오자, 손아림이 다소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하승태는 무덤덤하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한편, 경민준이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 듯해지자, 손수희가 말했다.“지유는 잠깐 전화 받으러 밖에 다녀온다고...”“알겠습니다.”경민준이 대답하자마자, 전시장 안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바로 지관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와 함께 지철호, 지현승 등 지씨 가문 사람들도 동행하고 있었다.많은 이들이 그의 등장을 주목했다.지관식이 앞으로 나서자, 주변이 조용해졌고, 이윽고 인사
하승태가 연미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손아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녀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는 정범규에게 물었다.“승태 오빠가 왜 저 여자랑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정범규가 답하기도 전에, 손아림은 이미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그러나 손수희가 팔을 가볍게 붙잡으며 나직이 말했다.“그냥 사업에 관한 이야기 중일 거야.”“사업에 관한 이야기요?”손아림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콧방귀를 뀌며 한껏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억지로 감정을 눌렀지만, 시선만은 계속 연미혜와 하승태 쪽을 향해 있었다.
염성민은 아까 임해철이 말한 대로, 오늘 임지유와 경민준도 올 거라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래. 할아버님 이야기 끝나시면 문자 하나 남겨줘.”“알겠어.”염성민과 윤신재는 먼저 전시장 밖으로 나왔다.마침 그들이 나오는 순간, 하승태와 정범규도 도착했고,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사람들이 앞다투어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하승태는 임해철과 악수를 나누었다.정범규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민준이랑 지유는? 아직 도착 안...”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눈앞에
연미혜는 허미숙의 팔을 꼭 붙잡았고, 허미숙은 담담하게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괜찮아.”그들이 허미숙이 올 걸 알고 있었다면 허미숙도 그들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김태훈이 말했다.“할머니, 제가 먼저 들어가서 화백님을 찾아뵙겠습니다. 미혜야,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가자.”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허미숙을 지관식에게 소개해, 그녀가 우상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만들려는 것이었다.하지만 허미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야. 괜히 폐를 끼치고 싶진
‘경민준이 지유 씨를 향한 마음은 의심할 필요도 없어. 그러니 그 장면은 단순한 오해였을 가능성이 커!’...금요일 아침, 연미혜가 막 일어나자마자 허미숙의 전화가 걸려 왔고, 일요일 아침에 함께 지관식의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가자고 했다.허미숙은 동양화의 거장인 지 화백, 지관식의 열렬한 팬이었다.지관식이 마지막으로 개인 전시회를 연 건 십여 년 전이었기에, 좀처럼 보기 힘든 기회였다.연미혜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네. 일요일에 같이 가요.”전화를 막 끊자마자, 이번엔 경다솜에게서 전화가 왔다.월요일, 학교에서 열린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는 휴대폰을 확인한 뒤,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받았다.“그래. 알겠어.”“저희가 계속 보관해 둘까요?”“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상대방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와 함께 식사하던 임지유가 물었다.“민준 씨, 회사에 볼일 있어?”경민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답했다.“아니야. 경매장에서 온 전화야.”임지유가 웃으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경다솜이 끼어들었다.“경매장이 뭔데요?”경민준은 식기를 들고 고기를 잘라 한 조각 먹으며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