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망설이던 김하늘이 대답했다.“은정아, 솔직히 나도 은해 오빠 좋아. 하지만... 너무 불안해. 또 다시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바에야 처음부터 소유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윤지섭과 사귈 때 김하늘은 나름 경계심과 이성을 가진 상태였지만 소은해는 왠지 다르게 느껴지는 김하늘이었다.이게 진짜 사랑의 감정인가 싶다가도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소은해가, 톱스타인 소은해가 영원히 그녀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불안함이 앞섰다.소은정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랑이, 결혼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불행한 결혼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는지 소은정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밖으로 나가 깊이 숨을 들이쉰 소은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어쨌든 난 영원히 네 편이야, 하늘아. 뭘 하든 네 맘이 원하는대로 해. 절대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마. 네 인생이잖아.”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던 김하늘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박 대표님?” 완벽한 수트핏에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박수혁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소은정이 고개를 돌리고 박수혁과 시선을 마주쳤다.“이런 우연이 있나?”성큼성큼 다가온 박수혁이 미소를 지었다.우연은 개뿔!좁고 좁은 이 바닥에서 초대장을 돌리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며가며 파티에서 마주친 게 처음도 아니고 왜 호들갑인가 싶었다.“그러게.”소은정이 대충 고개를 저었다.“우리가 인연이긴 한가 봐.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 걸 보면.”진지한 박수혁의 표정과 말투에 소은정의 미소는 어색하게 굳고 김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박수혁 이 남자, 정말 은정이가 좋긴 한가 봐.한편 소은정은 박수혁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채 김하늘의 팔을 잡아끌었다.“저쪽으로 가서 인사나 하고 오자.”그 모습에 살짝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인 박수혁은 또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형식적인
혼이 반쯤 나간 채 돌아온 강서진의 모습에 박수혁이 고개를 저었다.방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애가 무슨 말을 듣고 왔길래 저러는 거야? 하여간 소은정... 대단하다니까.“아이고, 박 대표님...”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때 또 누군가 박수혁에게 인사를 건네고 와인잔을 부딪히려하자 누군가 허둥지둥 달려오더니 박수혁과 정면으로 부딪혔다.잔에 담긴 와인이 전부 쏟아지고 박수혁이 질색하며 와인을 털어내려던 그때, 박수혁과 부딪힌 여자는 아예 그의 품을 향해 파고 들기 시작했다.하, 뭐야?박수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뭔가 의도를 가지고 달려드는 것 같은 모습인데다 소은정이 보고 있는데 다른 여자와 스킨십을 할 수는 없었다.“악!!”그대로 바닥에 넘어진 여자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파티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바닥에 넘어진 여자의 정체는 바로 임선, 비록 위치와 각도까지 전부 계산해 달려든 건데 이렇게 넘어질 줄이야.그 사이에 피한 거야? 이게 무슨 망신이야...갑작스러운 소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유니폼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여기 직원인 것 같은데요?”“그러니까요. 여긴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그러니까. 매니저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얼마 전 임선은 박수혁을 만나기 위해 태한그룹으로 직접 찾아갔었지만 돌아온 건 임선 같은 사람은 모른다는 냉랭한 대답뿐이었다.SC그룹에서 해고당한 뒤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 임선의 다음 타깃은 태한그룹이었다.해외 유학파인 그녀가 아무 회사에나 입사할 수는 없으니까!박수혁, 분명 나랑 만난 적 있으면서... 왜 모른다고 하는 거야!결국 마음이 급해진 임선은 수소문 끝에 박수혁이 오늘 파티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알아냈고 알바생으로 취직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박수혁과 만날 수만 있다면 분명 그녀를 알아볼 것이라 확신했으니까.그런데 넘어지는 그녀를 잡아주는 매너는커녕 피해 버리다니...주위의 다른 직원들이 임선을 부축하고 어느새 달려온 매니저가 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매니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소은정 대표의 사촌동생이라고? 재벌집 아가씨가 왜 이런 곳에서 알바를 하는 거야? 설마 서민 체험 같은 건가?한편, 박수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임선 옆에 서 있는 매니저에게 더러워진 재킷을 건네며 말했다.“이 여자더러 보상하라고 해요.”사실 재수 없었다 치고 대충 넘어가려고 했지만 소은정의 사촌동생이라는 말에 생각이 바뀌었다. 이러면 소은정과 단둘이 만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까...박수혁이 자신의 “꾀”에 의기양양하던 그때 매니저는 흠칫하다 조심스레 재킷을 받아들었다.세계 최고의 장인이 수제작으로 만든 재킷, 어림 잡아도 억대일 텐데... 아니지. 재벌집 아가씨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한편 박수혁의 말을 들은 임선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백수인 그녀가 억대의 재킷을 보상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박 대표님...”임선은 가련한 표정으로 박수혁의 이름을 불렀지만 남자는 흔들리지 않는 표정이었다.일부러 그를 향해 달려든 것이라는 걸 박수혁을 비롯해 파티의 다른 사람들도 이미 대충 눈치챈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억지로 로맨스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이 바닥에 널리고 널렸으니까.박수혁이 왜 굳이 이런 재킷 하나에 집착하는지 의아해하던 사람들은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걸 빌미로 소은정 대표와 만나려는 거구만... 하여간 남자들이란...“임선 씨, 박 대표님 말대로 하세요.”소은정의 사촌동생이라면 충분히 보상이 가능할 거란 생각에 매니저는 재킷을 임선에게 건넸다.“그게...”창백해진 얼굴로 주먹을 꽉 쥐던 임선은 붉어진 눈시울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한편, 소은정과 김하늘은 2층에서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겨우 이 정도야? 와인 쏟기라니... 진부하기도 하지...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임선은 드디어 소은정을 발견하고 두 눈을 반짝였다.“언니...”박수혁의 대본대로 흘러가는 시나리오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하
갑자기 나타난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과 김하늘 모두 꽤 놀란 눈치였다.“아까 간 거 아니었어?”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기다렸는데?”“왜?”이 추운 날 왜 기다린 거지? 소은정의 의아한 표정에 박수혁도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네 사촌동생이란 사람이 내 옷에 와인을 쏟았잖아...”“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하려던 그때 소은정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 여자 내 사촌동생 아니야. 재킷 값 받고 싶으면 그 여자한테 직접 연락해. 내가 모르는 사람 돈까지 내줘야 해?”임선의 추잡한 술수를 떠올린 소은정의 눈동자에는 혐오로 가득했다.예상밖의 반응에 당황스러운 건 박수혁이었다. 소은정의 본가에서 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외모부터 총기까지 소은정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박수혁이 당황하든 말든 소은정은 그를 지나쳐 차에 타고 김하늘도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뒤를 따랐다.차에 탄 김하늘은 고개를 살짝 돌려 박수혁의 표정을 확인하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꽤 많이 실망한 것 같네?”“그렇게 비싼 재킷을 버리게 생겼으니 실망스럽겠지.”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잠시 후, 소은정과 김하늘은 사운드 클럽에 도착했다. 두 사람을 알아본 매니저가 다가왔다.“성 대표님 만나러 오신 거죠? 안쪽에 계십니다.”매니저의 말에 소은정과 김하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강희도 왔다고?잠시 후, 성강희가 있다는 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소은정과 김하늘은 다시 멈칫했다. 문틈 사이로 성강희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나라 잃은 백성처럼 오열하는 소리에 소은정이 속삭였다.“강희 요즘 무슨 일 있어?”소은정의 질문에 김하늘은 고개를 저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로라를 보러 갈 거라는둥 잔뜩 들뜬 눈치던데 왜 저런대...“똑똑...”노크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없자 소은정은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술병이 소은정의 머리결을 스치고 지나갔다.“내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지
성강희의 말에 소은정과 김하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참 뒤에야 소은정이 물었다.“너희 집안 어른들은 개방적인 분들이셨잖아. 갑자기 정략결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성강희의 형이 사고로 세상을 뜬 뒤로 성태수는 두 쌍둥이 형제를 금이야 옥이야 키워왔었다. 잘못을 저질러도 차마 화도 못 내던 사람이 왜 갑자기...성강희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요즘 그룹 내부 상황이 별로 안 좋아. 할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하고 주주들간에 지분 경쟁이 시작됐는데... 대주주들 중 한 명이 다른 이사들 지분까지 전부 인수해서는 그집 딸이랑 결혼 안 하면 우리 그룹을 먹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하잖아...”성강희의 말에 소은정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성일그룹 상황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지분 경쟁이 그렇게까지 번질 동안 눈치를 못 챌 수 있는 건가 싶었다.“어쩌다 상황이 그렇게 된 거야?”“난 회사일에 별로 관심없는 거 알지? 회사 주주들 전부 할아버지 오른팔들이었는데 그 자식들이 글쎄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어쩌냐... 할아버지한테는 얘기도 못 드렸어... 충격받아서 정말 쓰러지실까 봐...”시무룩한 성강희의 표정에 소은정과 김하늘은 성강희의 등을 토닥여줬다.위로를 받으니 서러움이 더 북받치는지 성강희는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김하늘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소은정은 조심스레 물었다.“정략 결혼 상대는 누군데? 이... 이뻐?”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맞으니 일단 결혼부터 하고 다시 지분을 되찾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물은 말이었다.“나보다 1살 더 많아... 게다가 이혼녀래...”아이고... 불쌍한 강희... 강희 성격에 절대 고분고분 결혼은 안 하겠네.잠깐 고민하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사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소은정, 성강희 두 사람이 고개를 번쩍 들자 김하늘이 싱긋 미소 지었다.“더 대단한 집안 여자랑 결혼하면 되잖아. 그럼 저쪽에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 할테고 시간은 벌었으
”아, 아빠.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 저에 관한 스캔들 기사가 뜰 거예요. 그룹 주가에는 영향이 가지 않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소은정이 싱긋 미소 지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소찬식이 의아한 표정에 잠시 고민하던 소은정은 결국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소은정의 설명을 듣고 한참 침묵하던 소찬식이 한숨을 내쉬었다.“휴, 그 어르신 가장 아끼는 손주를 잃고 회사고 뭐고 나몰라라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네... 그래, 너랑 강희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도울 수 있는 거면 뭐든 도와. 은해, 너도.”아버지의 말에 소은정과 소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SC그룹,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려던 소은정은 프런트 직원에게 가로막힌 성강희를 발견했다.어제 오열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늘은 멀끔하게 꾸민 모습이었다. 게다가 커다란 꽃다발까지...하지만 어딘지 껄렁해 보이는 모습과 의심스러운 꽃다발까지 들고 있으니 직원들은 그의 앞을 막아 설 수박에 없었다.소은정의 등장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성강희가 두 팔을 벌렸다.“자기야, 너무 보고 싶었어...”그 모습에 프런트 직원은 바로 경비원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감히 우리 대표님을!하지만 다음 순간, 번호를 누르려던 직원의 손이 어색하게 굳고 말았다. 소은정이 환한 미소와 함께 성강희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었다.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항상 침착하고 차가운 냉미녀 우리 소 대표님이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 분이셨나?건물 로비에서 사람들의 시선 따윈 상관없다는 듯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오고 가는 직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쯤이면 볼 사람들은 다 봤겠다 싶을 때에야 두 사람은 포옹을 멈추고 손을 꼭 잡은 채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기자들한테는 연락 돌렸어?”한숨을 내쉰 소은정의 질문에 성강희가 휴대폰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제대로 찍혔으니까.”15분 뒤, 성강희가 그룹을 떠나고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각 포털
박수혁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져만 갔다.생각 같아선 지금이라도 당장 소은정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겨두고만 싶었다.분노로 이마의 핏줄이 터질 듯 팽장하고 박수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한참을 침묵하던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내려. 언론사를 전부 인수해서라도 전부 내리라고.”“네...”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뜨는 한 박수혁의 분노는 그대로일 것이고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최측근인 그뿐이니 박수혁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약 20분 뒤, 연예계 유명 잉꼬 부부가 사실은 쇼윈도 부부였으며 사실은 각자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뉴스가 새롭게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소은정과 성강희의 스캔들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하지만 이 정도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을 거란 생각에 소은정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성일그룹 주가가 하루만에 치솟은 것만 봐도 스캔들 뉴스가 효력을 제대로 발휘했음을 알 수 있었다.한편, 다시 이성을 되찾은 박수혁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요즘 성강희도 소은정에 대한 마음을 접은 눈치던데 왜 갑자기 이런 기사가 난 거지?박수혁은 다시 이한석을 불러들여 사건의 자초지종을 제대로 알아보라고 명령했다.성일그룹.대표 사무실에 앉아있는 성강희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소은정과의 스캔들 기사가 발표되고 귀찮은 주주들도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기사를 살펴보려던 그때, 성강희도 두 사람의 기사가 저 멀리 밀린 걸 발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언론사에 물어 박수혁이 개입했음을 알게 된 성강희는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아주 오래 전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지만 한 번도 걸지 않았던 박수혁의 전화번호를 클릭했다.“박수혁 씨, 이게 지금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전동하 씨가 은정이한테 들러붙을 때 내가 그쪽 편을 얼마나 들었는데! 이렇게 다 된 죽에 코를 풀어요?!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입니까?!”죽어도 1살 연상의 이혼녀와 결
소은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소은해의 마세라티를 끌고 거리를 나섰다.직원들도 기사를 확인했는지 성일그룹에 도착하고 회장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그 누구도 소은정의 앞을 막지 않았다.성강희의 사무실을 연 소은정은 그녀가 처음 보는 남녀 두 명과 성강희의 어머니 현숙명도 함께 있는 걸 발견하고 살짝 멈칫했다.망설이는 소은정의 모습에 성강희가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섰다.“은정아, 왜 이제야 왔어? 같이 밥 먹기로 했잖아. 레스토랑 예약까지 했다고.”성강희의 말에 소은정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엥? 밥이라니? 그냥 기사들 사진 찍기 좋게 함께 있는 모습만 보여주기로 한 거 아니었나?성강희가 소은정을 향해 윙크를 날리고 남자 옆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가 그녀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강희 씨, 정말 소은정 대표랑 사귀기로 한 거야? 나보다 더 좋은 집안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이거냐고!”주연화는 이혼 전부터 파티에서 성강희를 만나고 멋진 그의 외모에 한눈에 반했었다. 완벽한 외모에 젠틀한 성격까지 배만 잔뜩 나온 남편보다 백 배는 더 멋진 왕자님처럼 보였었다.그래서 부랴부랴 이혼을 하고 아버지이자 성일그룹 주주인 주석재를 설득해 성강희와의 결혼 계획을 꾸미기 시작했던 것이다.예상대로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고 모든 계획이 성공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때, 생각지 못한 스캔들 기사로 인해 주연화의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여자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자리에 앉은 여자가 바로 주연화이며 그 옆에 앉은 남자가 바로 성일그룹 대주주 주석재임을 눈치챘다.뭐, 내가 그쪽보다 돈이 더 많긴 하지.앙칼진 주연화 달리 주석재는 소은정을 본 순간 왠지 모를 압박감에 딸을 나무랐다.“예의없게 왜 그래.”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소은정 대표님이시군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성일그룹을 이 정도로 뒤흔들 있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아닐터, 하지만 오랫동안 모시던 성강희의 할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