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소은정은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갔다.우연준이 보고를 하러 왔다가 빨갛게 달아 오른 소은정의 얼굴을 보니 걱정스러웠다.“열 나는 거 아니에요? 병원 가보실래요?”소은정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얼른 목청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답했다.“됐어요.”소은정은 곧 서류에 집중하더니 사인을 해주고 우연준을 쳐다보았다.“법무 팀에 거성 소유권 합의 빨리 이행하라고 재촉해요. 거성 쪽에서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응해주지 말고.”이렇게 과감하게 협상의 여지를 끊어버리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라 우연준은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알겠습니다.”더는 묻지 않고 법무 팀으로 가서 소은정의 의사를 전달했다.이번에는 거성에서 피해를 입힌 것이라 소은정의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칠 지나지 않아서 도준호에게서 채태현이 그만 두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상대에게 맞은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잘 나가고 있어서 제가 다른 사람에게서 리소스를 끌어다가 채태원에게 주었거든요. 그래서 원한을 산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갈비가 석 대나 나갔어요.”내색은 안 했지만 소은정은 헉 했다.“누가 한 짓인지는 아나요?”도준호가 웃었다.“굳이 캐보진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쪽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면 딱히 손 쓸 수도 없고요. 어쨌든 채태현이 쫄아서 경찰에 신고도 못했습니다. 일단 한동안 그냥 저렇게 가만히 둘까요?”소은정은 잠깐 망설였다.“알아서 하세요. 일 시킬 수 있으면 시키시고, 안 되면 말고요.”도준호가 소은정의 말뜻을 바로 알아듣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냥 놔주라는 건가?’전화를 끊고 난 소은정은 아무래도 채태현 폭행 사건이 의심스러웠다.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니 채태성의 성격으로 봤을 때 박수혁이 한 짓이라면 제일 먼저 자신에게 일렀을 것이다.말을 하지 못한다는 건 분명 채태현도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는 뜻이었다.‘됐어. 맞으면 맞은 거지 뭐!누가 그렇게 맞을 짓을 하고 다니래?’이때 톡 알람이 울렸다.
전동하는 즉시 화제를 바꾸었다.두 사람은 한참 잡담을 나누었다. 소은정은 마이크가 어찌 지내는지 물어보았다.소은정이 문제집을 한 박스나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이크는 화가 나서 밤새 울었다고 한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았다고….분위기는 차츰 꽤 가벼워졌다. 한참 웃고 떠드는데 직원의 ‘어서 오세요’하는 소리가 갑자기 귀에 들어왔다.곧 두 사람을 바라보는 음산한 시선이 와 닿았다.소은정은 등 뒤에서 한기를 느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차가운 팔이 갑자기 어깨를 누르더니 피할 새도 없이 허리를 감으며 옆에 앉았다.소은정은 깜짝 놀랐다. 박수혁이 웃음을 띠고 그윽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이런 우연이 있나, 베이비!”말 한 마디, 아니 단어 하나가 분위기를 완전히 싸하게 만들어 버렸다.소은정이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놔!”“소은정!”박수혁은 거친 눈빛을 억누르며 낮은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어떻게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지?’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라도 밥 한 끼 하려고 그렇게 불러 내도 거절하던 소은정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전동하와는 어떻게 이렇게 나와서 밥을 먹을 시간이 생겼단 말인가?‘그러니까, 그냥 나랑만 밥 먹기 싫었던 거냐고?으아, 짜증나!참을 수가 없어!’맞은 편에 앉아 있던 전동하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웃음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사람들이 봅니다. 소은정 씨가 뭐가 됩니까?”박수혁이 밥을 먹으러 나왔으니 당연히 여러 사람을 거느리고 나왔다.그런데 우연히도 여기서 둘을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박수혁의 눈이 얼음조각처럼 차가워졌다. 소은정의 허리에 놓인 손을 스르르 풀었다.소은정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버티고 있었다가는 분위기 파악 잘하는 전동하와 완전히 비교될 판이었다.“전 대표는 참 한가하군요. 자기 비즈니스는 내버려 두고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신경을 쓰고 있네요.”말 속에 뼈가 있었다.“박 대표님은 워낙 하시는 일이 많은 분 아닙니
박수혁은 다가가서 음험하게 둘의 대화를 끊었다.속이 쓰렸다.“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렇게 즐거워?”전동하가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소은정은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내려 놓고는 손도 대지 않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은 윤기가 흐르는 것이 마치 무슨 작품 같았다.정신을 차린 전동하가 입을 열었다.“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박 대표도 들어보겠습니까?”소은정은 눈을 들어 전동하를 쳐다볼 뿐 별 말이 없었다.박수혁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눈빛이 어두워졌다.‘흥,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고 있었다고?’“무슨 얘긴지 궁금하군요. 같이 좀 들어도 되겠습니까?”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연히 의견을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멋대로 소은정의 옆에 앉으며 완전히 주도권을 선언하는 모양새를 했다.무릎에 간신히 닿을 정도로 짧은 소은정의 스커트 아래로 기다란 박수혁의 다리가 와 닿았다. 소은정은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옆으로 치웠다.박수혁은 그걸 보고 일부러 더 소은정의 다리로 다리를 밀었다. 순간적으로 전류가 통한 듯 심장이 찌릿했다.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흘끗 쳐다봤다가 시선을 움직이지 못했다.‘무슨 다리가 이렇게 예쁘담?’보다 보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박수혁은 곧 시선을 옮겼다. 더는 볼 수가 없었다. 더 봤다가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소은정은 싸늘하게 흘겨보더니 더 피하지 않고 박수혁의 다리를 걷어 찼다.순간 너무 아픈 나머지 박수혁은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아오, 겁나게 아프잖아!움직임이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전동하는 테이블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박수혁은 아무일 없다는 듯 웃었다.“사실 전 대표랑 밥 먹으면 아주 재미있거든요. 다음부터는 둘이 밥 먹을 일이 있거든 나도 꼭 불러줘요.”그러면서 소은정을 쳐다보았지만 소은정은 박수혁을 노려보고는 전동하에게 말했다.“잘 먹었어요. 전 먼저 가볼게요.”전동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저,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요.”소은정이 쳐다봤다.“며칠 있다가
박수혁은 깜짝 놀라서 기쁜 얼굴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가다 보니 호텔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아,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교외의 호텔로 가려는 건가?’박수혁은 이렇게 몸서리쳐지게 설렌 적이 없었다.컴컴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노란 가로등 불빛을 보니 마치 행복으로 가는 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바람마저도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점점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길가에 점점 더 나무가 많아졌다.분명 어딘가 교외인 것 같았다.이렇게 먼 곳에 방을 잡는다고?박수혁은 차의 계기판을 보고는 완전 깜짝 놀랐다.기름이 없잖아!그러나 막 경고해주려는 찰나에 갑자기 차가 멈추었다.박수혁은 멍하니 소은진을 바라보았다.소은진이 갑자기 박수혁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심장이 마구 날뛰어서 질식할 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안전 벨트가 풀리더니 오른쪽의 차 문이 벌컥 열렸다.차가운 바람이 와락 들어왔다.정신이 번쩍 들었다.날 여기에 버리려는 건가?박수혁의 입이 꾹 다물어 졌다. 눈은 어두워졌다. 소은정이 턱을 치켜들었다.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려.”쓸 데 없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박수혁은 가슴이 서늘해졌다.“……”박수혁은 차에서 내렸다.“내가 한 말에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역시나 너무 서두르면 안 되는 법이다.소은정은 차 문을 닫았다. 창문을 내리더니 살짝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그러더니 다른 것을 묻는 것이었다.“거성 프로젝트, 당신이 지시한 거지?”박수혁은 심장이 철렁했다.“아, 아니야.”소은정은 창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깔끔하게 유턴을 하더니 먼지를 일으켰다.황량한 야산에 정말 이렇게 버려두고 간다는 말인가?밤새 걸어도 돌아갈 수 없다고!“사실대로 말하면 넘어가 줄 거야?”그 말에 소은정은 웃었다.박수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젠장, 그렇게 말하면 내가 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잖아?오한진과 오래 있다 보니 똑같이 덜 떨어진 녀석이 되어 버리는구먼!’소은정은
마이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고 입을 삐죽 내밀며 전동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안 돼. 예쁜 누나는 내 거야. 나 혼자 거야. 그 나쁜 아저씨는 절대 누나 곁에 다가올 수 없어. 난 허락하지 않을 거야."겨우 전동하가 출국하는 날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정정당당하게 예쁜 누나와 함께 있게 됐으니 당연히 제대로 정을 쌓아야지!나쁜 아저씨, 우리 예쁜 누나에게 접근할 기회가 절대 없을 거야!그의 뾰로통한 모습을 보고 전동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 이런 아들이 소은정 옆에 있으면 안심하고 해외 출장 다녀올 수 있겠네.전동하는 매우 흡족해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마이크는 급히 하인과 경호원을 시켜 물건을 정리하고, 예쁜 누나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내일 그가 직접 갈테니 아무도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왜냐하면 그는 예쁜 누나를 한시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날이 훤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소은정 저택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마이크는 이미 그의 백팩을 메고 거실에 서서 아직 잠이 덜 깬 소은해와 마주보고 있었다.갑자기 마이크는 빙그레 웃으며 소은해의 허벅지를 껴안았다. "형, 좋은 아침이에요…."소은해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서 이 아이는 왜 지난번보다 말을 더 예쁘게 하지?이 아이는 솜사탕으로 만든 건가?소은해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을 꼬집었다."아저씨라고 불러야지.”어쨌든 네 아빠가 내 여동생에 대시하고 있으니까."예쁜 누나의 오빠도 오빠예요!" 마이크가 고민하며 고개를 저었다.소은해는 그와 잠시 놀아주다가 일어나서 짐을 챙겨가지고 나갔다.소은정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마이크가 바닥에 얌전히 앉아 노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녹았다.그에게 방을 마련해 주고 떠날 때, 마이크는 간절히 바라보면서 소은정 따라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소은정은 어쩔 수 없었고 또 여기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회사로 데려 갔다.그녀는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바쁘게 움직이기
박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악물고, 곧장 앞으로 가서 마이크를 한 손으로 들어 안쪽에 앉게 했다.거절할 수 없는 힘과 의지, 마이크는 몸부림칠 여유와 시간도 없었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박수혁은 그 자리에 앉아서 옷깃을 느슨하게 풀었다."이러면 자리가 생겼지?"소은정은 그를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약간 경고의 어조로 말했다. "박수혁, 마이크는 아직 어린애야."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옆에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국의 꽃, 아니, 외국의 꽃이지, 우리 중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소은정: "…."마이크는 화가 나서 박수혁을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져서 정말 빨리 자라서 나중에 예쁜 누나를 데리고 외국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싶었다!"예쁜 누나, 난 싫어하는 사람 보면 밥이 안 넘어가요!"마이크는 콧방귀를 뀌고 대놓고 말했다.소은정은 눈을 들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어서 가요."라고 말했다.이렇게 단호하게?박수혁은 조금 상처받았다.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담담한 눈빛 마이크를 바라보았다."그럼 눈 감고 먹으면 안 보일 거야."마이크에게 말을 다하고 바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우리 안 본 지 오래됐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은정은 아주 가볍게 웃었다. "내 곁에 너만 있는 것도 아닌데 보고 싶을 게 뭐가 있어?"박수혁의 눈빛은 금방 어두워졌지만, 그는 애써 감정을 억제했다.소은정은 자신을 자극해서 화나게 하고 알아서 물러서라는 뜻이라는 걸 박수혁은 알고 있다.그럴 리가!"그 사람들은 다 나보다 못해. 내가 최고야."그의 눈매가 무거워 보였고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소은정은 침묵했고 결코 아이 앞에서 그에게 심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식사하는 동안, 그녀는 말을 잘 하지 않았으며 그도 말을 안 하고 그녀가 천천히 먹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정말 예쁘다!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 같았고 꾹 참고 자제하면서도 욕심이 났다.눈 속에는 소유욕밖에
소은정 저택.마이크의 나쁜 기분은 끝내 사라지고 소호랑과 즐겁게 놀고 있었다.소은정은 씻고 서재에서 주식을 보고 있었다.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데 말 안 해도 소은해인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손에 작은 박스를 들고 있었다."은정아, 바빠?""알면서."소은해는 웃으며 박스를 그녀 앞에 놓았다."내일, 이것 좀 그녀에게 전해줘.""누구?"소은정은 궁금해 물어보면서 그 박스를 열었다.물방울 모양의 옥팔찌가 그 안에 그대로 누워 있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것 같다.처음에 사분오열된 모습에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았는데, 소은해가 실제로 해내다니?그냥 자세히 봤을 때 약간의 하자가 있긴 하지만 무시해도 된다.소은해는 정말 모처럼 한 가지 일에 이렇게 마음을 쓰는구나!소은정은 눈을 들고 "오빠, 직접 전달해 주면 하늘이 엄청 좋아할 텐데."라고 말했다.하지만 소은해는 한숨을 내쉬었다."하늘씨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단호하게 박스를 오빠의 앞으로 다시 되돌려주었다. "아니야. 하늘이 좋아할 거야. 오빠가 직접 전달해주면 더 좋아할 거야."이렇게 좋은 기회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니, 소은정은 당연히 기회를 뺏을 수 없었다!소은해는 조금 망설이는 거 같아서 소은정은 생각을 해봤다. "내일 강서진의 파티에 하늘도 갈 테니까 오빠가 나랑 같이 가"그러면 그녀는 그 망할 놈의 남자 박수혁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두 사람은 서로 맞장구를 치다가 유쾌하게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잤다.다음날, 소은정이 회사에서 회의가 끝나자 우연준이 디자이너에게 저녁 파티 때 입을 드레스를 준비해 놓으라고 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물었다.소은정은 갑자기 강서진의 파티도 수상하다는 것이 생각났다.재결합?강서진이 언제 이혼했는지 그녀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이런 재벌 가족의 결혼은 대부분 이익에 얽매여 있고, 일단 발표를 하면 주가 변동을 크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가족들은 외부에서 아무리 추측해도 이
우연준은 뒤에서 소은정 대신 차 뒷문을 열어주었고 마이크는 한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파티에 가서 수호천사가 될 것이다.소은정은 허리를 굽혀 한 발 먼저 딛고 차에 타려고 했을 때,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팔을 꽉 잡고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상대방의 그 차갑고 매서운 분위기에 소은정은 단번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박 대표님…."우연준은 좀 의아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소은정을 보호하고 싶었으나 그의 손에서 소은정을 당겨올까 말까 망설였다.하지만 박수혁은 소은정을 자신의 품에 꼭 안은 채 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내가 데리러 오기로 했잖아? 누가 감히 너를 데리고 가?"그는 진노의 모습을 티 내지 않고 단지 얼굴이 흐렸지만 말속에는 극도의 냉담함과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그가 애써 억누르던 감정에서도 안하무인의 거만함이 쏟아져 나왔다.소은정은 그의 품에 갇혔지만 힘들게 발버둥 치려고 하지 않았고 그가 마음대로 하게 놓아버리고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박수혁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간질거렸다.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있으며 두 사람의 호흡은 매우 가까웠다.그는 고개를 숙이면 바로 밤낮으로 그리웠던 향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이렇게 행동했다.박수혁은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감미로운 입술에 닿을 것 같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눈에는 담담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왜, 다른 사람이 알까 봐 그래?이 마이바흐를 모는 재벌 2세가?박수혁의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광풍과 소나기가 몰아쳤다.그의 손은 그녀의 턱을 잡고 기어코 강제로 그녀에게 뽀뽀하려고 했다.이 순간 바로 차 안의 재벌 2세가 차에서 내렸으며 목소리는 차갑고 비꼬았다."박 대표님, 내 사람도 감히 건드리는가?"박수혁의 눈동자에는 날카롭고 위험한 느낌이 스쳐갔지만, 순간 그는 멍해졌다.소은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거기에 서서 입가에는 냉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