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넌 유주의 친아버지를 만난 적 있지?”그는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남유주는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인간이 누구지?”박수혁이 다시 물었다.남연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어릴 때 만난 게 전부예요.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기억이 안 나? 그런데 너한테 연락한 사람이 그 인간인지 어떻게 바로 알았지? 너 확인도 안 했잖아?”박수혁은 싸늘한 목소리로 압력을 가했다.남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오기 전에 바닷가에서 그 사람이랑 비슷한 인상을 가진 사람을 봤어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좀 이상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래서 믿게 됐어요. 하지만 그 사람을 찾아내라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았고 스치듯 봤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아서….”남연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대답했다.박수혁의 말투로 보아 남유주의 친부를 찾기 전까지는 절대 풀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래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그 사람이 먼저 연락해서 계좌를 조회해 보라고 했어요. 돈이 입금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수영장에 있던 식인어는 제가 준비한 게 아니에요. 제가 갔을 때 이미 그곳에 있었어요.”“대표님, 저 좀 풀어주세요.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예요. 유주 언니한테 가서 사과할게요….”박수혁은 담배연기를 길게 빨아들이고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시간은 그렇게 일분일초 흐르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남유주가 창백한 얼굴로 입구에 서 있었다.박수혁은 가슴이 철렁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더 자지 왜 일어났어? 배 안 고파? 어디 불편해?”남유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남연을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 친부가 널 사주해서 날 죽이라고 했단 말이야?”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네가 자초한 일.비행기 안.남연은 묶인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양옆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박수혁과 남유주가 그녀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대로 태평양에 던져버릴까 봐 두려웠다.남유주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잠에서 깼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박수혁은 다른 곳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화상회의 중 같은데 그녀가 잠자는 것을 방해할까 봐 멀리 간 듯했다.남유주는 멍하니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다가 남연에게 다가갔다.경호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인사했다.“사모님.”남유주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얘랑 할 얘기가 좀 있으니 저쪽으로 가서 기다려요.”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비켜주었다.남연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테이프를 그대로 제거했다.남연이 아파서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 반쪽이 테이프 자국이 커다랗게 나 있었지만 남연은 아픈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남연이 물었다.“나한테서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 거야?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네 친부가 누군지 찾아낼 수 없게 되잖아. 나만 그 사람을 봤으니까.”그녀는 용기를 쥐어짜내서 말했다.지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건 남유주의 친부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사실뿐이었다.남유주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며 냉랭한 시선으로 남연을 쏘아보았다.창백한 얼굴에 서늘한 눈동자는 보고만 있어도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남연은 그녀의 낯선 모습에 어깨를 움찔했다.남유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뭘 그렇게 겁에 질렸어? 전에는 그렇게 날 무시하더니?”“남유주, 나만 탓할 게 아니라 탓할 거면 그 사람을 탓해. 나도 사주를 받고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니까. 원망할 거면 네 아버지를 원망하라고!”남연은 어떻게든 그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남유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지. 둘 다 용서하지 않
전동하와 박수혁 사이에는 원한관계가 있으니 그가 배후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남유주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그녀의 직감이 그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소은정과 이 일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이한석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전 대표는 아닐 겁니다. 그날 밤 아주 기분 좋게 술을 마셨잖아요. 대표님을 대신해서 술을 마시고 새봄이를 케어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사람을 시켰을 수도 있지.”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이한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SC그룹은 오너 일가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왔어요. SC그룹 진한 지사의 소찬학 대표도 초대를 받고 왔으니까요. 비록 소은정 씨 가족들이랑 같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도 분명히 SC 사람입니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는 소찬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전부인 심청하가 전에 소은정에게 자주 시비를 걸었었는데 가문에서 쫓겨난 걸로 알고 있었다.실권이 없는 소찬혁 일가는 SC그룹에서 거의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매년 주주로써 가져갈 수 있는 이윤만 취할 뿐,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물론 소찬혁의 능력에 비하면 그것마저 감지덕지였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박수혁의 결혼식에 얼굴을 내민 걸까?이한석도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소찬혁을 지목했다.“대표님, 비록 우리가 초대 손님들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다지만 이 소찬혁이라는 사람은 SC의 친척이고 그때 당시에는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았을 겁니다. SC라는 큰 배경이 있으니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대했을 거고요. 제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남유주는 허리를 곧게 펴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더 직접적인 방법이 있어요.”“그게 뭐야?”“초대 손님들을 다시 자리에 부르는 거예요. 남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요. 그러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위험부담이 있었다.
소은정이 자리를 뜨자 호텔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남유주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를 했다.박수혁은 다급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직원에게 싸늘하게 굳었다.“아무도 꽃을 시키지 않았는데 이건 뭐지?”직원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CK그룹에서 온 손님이 두분 결혼을 축하드린다고 꽃다발을 보내왔어요.”박수혁은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가져가. 사모님은 꽃가루 알러지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네.”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집사람이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요. 꽃가루가 들어간 술 같은 거 마시면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파티장에도 생화는 설치하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한 기업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러지가 심하면 조심해야죠.”소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결혼식장에는 전부 생화로 장식했었잖아요. 사모님은 특정한 꽃에 알러지가 있으신가요?”“그건 아니고요. 그때 항공기로 운반해 온 꽃들은 특수 약품으로 처리해서 꽃가루가 날리지 않거든요. 이번 일로 남편이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저는 그냥 조화를 쓰자고 했는데 이 사람이 꼭 생화여야 한다고 고집해서요.”박수혁도 웃으며 말했다.“결혼식에 조화를 쓸 수는 없죠. 앞으로 내가 선물한 꽃은 절대 꽃가루가 날리지 않을 거야.”두 사람은 서로를 애정을 담아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기업가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소찬혁이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사이가 참 좋아 보이네요.”남유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말씀 나눠요. 저는 저쪽에 좀 가볼게요.”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찬혁에게 말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말씀해 보세요.”소찬혁은 쑥스럽게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 지금 SC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거로 아는데
남유주는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이런 가능성이 희박한 낚시질보다 박수혁의 방법이 더 정확하고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DNA는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니까.남유주는 한 번도 친부라는 존재가 자신의 삶에 이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피해는 발생했으니 그 사람을 찾아 왜 그랬냐고 속 시원히 물어보고 싶었다.DNA 대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박수혁은 다시 시선을 남연에게로 돌렸다.남연은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일반 병원에 비하면 그녀에게 더 적합한 곳일지도 모른다.“난 정상이에요. 난 정신이상자가 아니에요! 제발 내보내 주세요!”남연이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그녀에게 다가온 의사가 싸늘하게 말했다.“여기 온 환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하죠. 하지만 그런 환자들 중에 심각한 환자가 아주 많아요.”“거짓말! 날 내보내 줘요. 난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니까요!”남연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뻗어 의사를 잡으려고 했다.그녀는 정말 여기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주변에 있는 환자들은 전부 다 정신이상자들이었고 그녀와 같이 생활을 하는 병실 동기는 매일 자해를 해댔다.매일 밤 눈을 뜨면 그 미친 여자는 남연의 앞에 서서 미친 듯이 스스로 귀뺨을 때렸다.겁에 질린 남연은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고 비명으로 밤을 지새웠다.의사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간호사에게 말했다.“이 환자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 못하는 것 같으니 진정제부터 주사해!”뒤에 있던 간호사들이 다가와서 그녀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남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그녀는 여기 발을 들인 순간부터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점점 반항하는 횟수는 줄어갔다. 그만큼 기력이 딸렸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많았다.박수혁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병원을 방문했다.의사가 자리를 물리자 박수혁은 싸늘한 시선으로 여자를 노려보았다. 진정제 약효 때문에 남연은 멍한 상태가 되었
박수혁은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시간이었다.남유주는 그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수혁도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남유주는 그의 과거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그녀 역시 과거가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해외 고찰을 떠난 소은찬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저택에 모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산후조리원에 있던 한시연마저 소찬식의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돌도 안 지난 소지율을 안고 저택으로 달려왔다.소은호와 소은해는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소은정은 소찬식의 옆에서 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그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소찬식은 넘어지면서 팔을 다쳤는지 팔에 붕대를 감은 채로 손자손녀와 놀아주고 있었다.새봄이는 껌딱지처럼 소찬식의 다리에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외할아버지, 팔 많이 아파요?”소찬식은 녹아내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안 아파, 새봄이 보니까 다 나았어!”소지혁이 옆에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동생에게 말했다.“새봄아, 그쪽 팔이 아니잖아.”소찬식은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회장님, 박 대표와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집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보고했다.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은해가 말했다.“내가 박수혁 그 인간은 원래 음흉한 놈이라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뒤로 호박씨를 까는 놈이 분명하다니까? 아버지 신변 안전을 위협해 놓고 발각되니까 달려와서 사과해? 그걸 어떻게 믿어? 차라리 목적을 말하고 한바탕 힘겨룸을 하는 게 더 솔직하겠다!”“은정이 너 그 자식이랑 이혼한 거 백 번 잘한 거야! 저런 인간한테는 내 동생이 아깝지! 지금 매제랑은 전혀 비교가 안 된다고!”소은해의 말은 박수혁과 남유주의 귀에까지 분명히 들렸다.두 사람은 살짝 당황했지만 박수혁은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소은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동
“그거 맞아. 당신은 지금 우리 아빠가 유주 씨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래야 화풀이할 상대가 생기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조사하는데 한계를 느낀 거겠지! 그리고 이 일로 우리 가문을 협박해서 유주 씨를 재벌2세로 만들어 주고 싶은 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려?”그녀의 싸늘한 표정과 눈빛이 박수혁을 힘들게 했다.저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그냥 사실을 해명하고 사과하러 왔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소은해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정아, 저런 인간이랑 길게 얘기할 필요 없어. 얘기는 다 들었으니 그냥 내쫓아. 이거 소문나면 아무나 찾아와서 사생아를 사칭하겠어. 그런 거 일일이 우리가 다 해명해야 해?”박수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회장님, 그렇게 결백하시다면 친자검사 한번 해보시죠. 만약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친자 관계가 아닌 거로 나온다면 저도 이쯤하고 사죄드리겠습니다.”소찬식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하게 식었다.“난 자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하지만 자네의 집사람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해줄 수는 있지. 내 아이는 지금 세상에 알려진 이 네 명뿐이야. 다른 아이가 존재할 리 없어. 믿고 싶으면 믿는 거고 안 믿어도 어쩔 수 없다고.”박수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더 추궁하려고 했지만 남유주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만해요. 우리가 너무 예의 없이 굴었네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요.”박수혁은 여전히 머뭇거렸다.“하지만….”소은정의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당장 꺼져. 이곳은 널 환영하지 않아. 박수혁, 잘난 척하지 마. 그렇게 확신하면 증거를 가져와. 아니면 당신 아버지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박수혁은 말없이 착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의 대놓고 협박하는 말에 소은해도 크게 당황했다.하지만 소은호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이 있는데 소은정에게는 가족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한시연은 소찬식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자리에서 일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저는 저녁준비 좀 하러 갈게요. 동서는 저녁에 여기로 오는 거죠?”소은해가 웃으며 말했다.“수고스럽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형수님. 집사람은 임신한 뒤에 살찐다면서 먹는 것도 한참을 고민한다니까요.”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한편, 박수혁은 이한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검사결과는 나왔어?”소찬식 쪽은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네, 우리가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이한석의 말에 차 안의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워졌다.남유주의 얼굴도 같이 어두워졌다.조금 실망이었다.결국 그들은 모든 희망을 소찬식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박수혁은 남유주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조급해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남유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회장님은 그런 사람 같지 않아요.”시시각각 돌아간 전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고 자식들과도 사이가 좋았다.재벌 중에는 흔치 않은 가족애였다.그렇게 이틀이 지나갔다.남유주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해외에서 주문한 흉터 제거약을 바르니 흉터도 이미 말끔히 사라지고 연한 자국만 남았다.남연이 자취를 감춘 뒤로 남유주의 큰아버지 가족은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남유주를 찾아왔다.남유주는 몸이 회복하자 바로 가게로 복귀했다.큰어머니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새로 오픈한 가게로 찾아왔다.남유주는 한창 한수근과 주문 리스트를 점검하고 있었다.큰어머니는 예전의 기고만장한 태도를 버리고 그녀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했다.이제 지난날의 남유주가 아니라는 걸 인지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유주야, 다름이 아니라 연이가 며칠 째 집에 안 들어오고 있어. 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로 연락이 안 돼. 전화를 해도 꺼져 있고. 너무 걱정돼서 찾아왔는데 혹시 넌 연이가 어디 갔는지 알아?”한수근은 조용히 컵에 물을 따라 가지고 왔다.남유주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에 대답했다.“그걸 내가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