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박수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남유주의 친부?그는 남유주의 과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가족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혈육을 찾아주겠다고 했을 때도 그녀는 거절했었다.그 뒤로 박수혁은 그녀의 반감을 살까 봐 두려워 그녀의 가족을 수소문하지는 않았다.딸이 갑부를 만나 잘살면서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자 화가 난 걸까?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친딸에게 이런 짓을 한 아버지라니!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게 누구지?”“그 여자의 말을 들어보면 누가 먼저 남연 그 여자에게 연락했고 돈을 줘서 사모님을 처리하라고 했답니다. 조사를 해봤는데 조심성이 많은 놈이에요. 돈은 달러로 남연의 계좌에 입금했더군요. 그 전화번호에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라고 나왔습니다.”경호원은 초조한 얼굴로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남연이 남유주를 질투해서 벌인 짓인 줄 알았는데 배후에 친부가 얽혀 있을 줄은 몰랐다.“초대한 손님 중에 범인이 있을 수도 있었겠군. 내가 경솔했어.”박수혁은 피곤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호텔 측에 말해서 CCTV를 다 조회해 봐. 그 여자가 전화를 받을 때 통화 중이었던 사람은 한 명도 놓치지 말고 전부 조사해. 그리고 이번에 섬에 방문한 손님 리스트를 다시 정리하고 그 사람들의 배경을 알아내서 최대한 빨리 용의자를 특정하도록.”박수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향했다.그렇게 오전이 되자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쳐들어왔다.남유주는 새벽에 열이 내렸지만 고통은 여전했는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날이 다 밝은 뒤에야 그녀는 고통이 덜했는지 조금 편하게 잠을 잤다.의사는 두 사람에게 진통제를 주사했다.고통에 시달리는 남유주와는 달리 박수혁은 독소에 몸이 마비되지도 않았고 열도 나지 않았다.아마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인 것 같았다.점심 때가 되자 남유주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그
박수혁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넌 유주의 친아버지를 만난 적 있지?”그는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남유주는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인간이 누구지?”박수혁이 다시 물었다.남연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어릴 때 만난 게 전부예요.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기억이 안 나? 그런데 너한테 연락한 사람이 그 인간인지 어떻게 바로 알았지? 너 확인도 안 했잖아?”박수혁은 싸늘한 목소리로 압력을 가했다.남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오기 전에 바닷가에서 그 사람이랑 비슷한 인상을 가진 사람을 봤어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좀 이상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래서 믿게 됐어요. 하지만 그 사람을 찾아내라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았고 스치듯 봤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아서….”남연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대답했다.박수혁의 말투로 보아 남유주의 친부를 찾기 전까지는 절대 풀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래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그 사람이 먼저 연락해서 계좌를 조회해 보라고 했어요. 돈이 입금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수영장에 있던 식인어는 제가 준비한 게 아니에요. 제가 갔을 때 이미 그곳에 있었어요.”“대표님, 저 좀 풀어주세요.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예요. 유주 언니한테 가서 사과할게요….”박수혁은 담배연기를 길게 빨아들이고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시간은 그렇게 일분일초 흐르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남유주가 창백한 얼굴로 입구에 서 있었다.박수혁은 가슴이 철렁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더 자지 왜 일어났어? 배 안 고파? 어디 불편해?”남유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남연을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 친부가 널 사주해서 날 죽이라고 했단 말이야?”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네가 자초한 일.비행기 안.남연은 묶인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양옆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박수혁과 남유주가 그녀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대로 태평양에 던져버릴까 봐 두려웠다.남유주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잠에서 깼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박수혁은 다른 곳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화상회의 중 같은데 그녀가 잠자는 것을 방해할까 봐 멀리 간 듯했다.남유주는 멍하니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다가 남연에게 다가갔다.경호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인사했다.“사모님.”남유주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얘랑 할 얘기가 좀 있으니 저쪽으로 가서 기다려요.”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비켜주었다.남연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테이프를 그대로 제거했다.남연이 아파서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 반쪽이 테이프 자국이 커다랗게 나 있었지만 남연은 아픈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남연이 물었다.“나한테서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 거야?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네 친부가 누군지 찾아낼 수 없게 되잖아. 나만 그 사람을 봤으니까.”그녀는 용기를 쥐어짜내서 말했다.지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건 남유주의 친부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사실뿐이었다.남유주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며 냉랭한 시선으로 남연을 쏘아보았다.창백한 얼굴에 서늘한 눈동자는 보고만 있어도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남연은 그녀의 낯선 모습에 어깨를 움찔했다.남유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뭘 그렇게 겁에 질렸어? 전에는 그렇게 날 무시하더니?”“남유주, 나만 탓할 게 아니라 탓할 거면 그 사람을 탓해. 나도 사주를 받고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니까. 원망할 거면 네 아버지를 원망하라고!”남연은 어떻게든 그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남유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지. 둘 다 용서하지 않
전동하와 박수혁 사이에는 원한관계가 있으니 그가 배후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남유주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그녀의 직감이 그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소은정과 이 일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이한석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전 대표는 아닐 겁니다. 그날 밤 아주 기분 좋게 술을 마셨잖아요. 대표님을 대신해서 술을 마시고 새봄이를 케어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사람을 시켰을 수도 있지.”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이한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SC그룹은 오너 일가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왔어요. SC그룹 진한 지사의 소찬학 대표도 초대를 받고 왔으니까요. 비록 소은정 씨 가족들이랑 같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도 분명히 SC 사람입니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는 소찬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전부인 심청하가 전에 소은정에게 자주 시비를 걸었었는데 가문에서 쫓겨난 걸로 알고 있었다.실권이 없는 소찬혁 일가는 SC그룹에서 거의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매년 주주로써 가져갈 수 있는 이윤만 취할 뿐,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물론 소찬혁의 능력에 비하면 그것마저 감지덕지였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박수혁의 결혼식에 얼굴을 내민 걸까?이한석도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소찬혁을 지목했다.“대표님, 비록 우리가 초대 손님들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다지만 이 소찬혁이라는 사람은 SC의 친척이고 그때 당시에는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았을 겁니다. SC라는 큰 배경이 있으니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대했을 거고요. 제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남유주는 허리를 곧게 펴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더 직접적인 방법이 있어요.”“그게 뭐야?”“초대 손님들을 다시 자리에 부르는 거예요. 남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요. 그러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위험부담이 있었다.
소은정이 자리를 뜨자 호텔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남유주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를 했다.박수혁은 다급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직원에게 싸늘하게 굳었다.“아무도 꽃을 시키지 않았는데 이건 뭐지?”직원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CK그룹에서 온 손님이 두분 결혼을 축하드린다고 꽃다발을 보내왔어요.”박수혁은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가져가. 사모님은 꽃가루 알러지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네.”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집사람이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요. 꽃가루가 들어간 술 같은 거 마시면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파티장에도 생화는 설치하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한 기업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러지가 심하면 조심해야죠.”소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결혼식장에는 전부 생화로 장식했었잖아요. 사모님은 특정한 꽃에 알러지가 있으신가요?”“그건 아니고요. 그때 항공기로 운반해 온 꽃들은 특수 약품으로 처리해서 꽃가루가 날리지 않거든요. 이번 일로 남편이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저는 그냥 조화를 쓰자고 했는데 이 사람이 꼭 생화여야 한다고 고집해서요.”박수혁도 웃으며 말했다.“결혼식에 조화를 쓸 수는 없죠. 앞으로 내가 선물한 꽃은 절대 꽃가루가 날리지 않을 거야.”두 사람은 서로를 애정을 담아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기업가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소찬혁이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사이가 참 좋아 보이네요.”남유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말씀 나눠요. 저는 저쪽에 좀 가볼게요.”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찬혁에게 말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말씀해 보세요.”소찬혁은 쑥스럽게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 지금 SC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거로 아는데
남유주는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이런 가능성이 희박한 낚시질보다 박수혁의 방법이 더 정확하고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DNA는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니까.남유주는 한 번도 친부라는 존재가 자신의 삶에 이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피해는 발생했으니 그 사람을 찾아 왜 그랬냐고 속 시원히 물어보고 싶었다.DNA 대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박수혁은 다시 시선을 남연에게로 돌렸다.남연은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일반 병원에 비하면 그녀에게 더 적합한 곳일지도 모른다.“난 정상이에요. 난 정신이상자가 아니에요! 제발 내보내 주세요!”남연이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그녀에게 다가온 의사가 싸늘하게 말했다.“여기 온 환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하죠. 하지만 그런 환자들 중에 심각한 환자가 아주 많아요.”“거짓말! 날 내보내 줘요. 난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니까요!”남연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뻗어 의사를 잡으려고 했다.그녀는 정말 여기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주변에 있는 환자들은 전부 다 정신이상자들이었고 그녀와 같이 생활을 하는 병실 동기는 매일 자해를 해댔다.매일 밤 눈을 뜨면 그 미친 여자는 남연의 앞에 서서 미친 듯이 스스로 귀뺨을 때렸다.겁에 질린 남연은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고 비명으로 밤을 지새웠다.의사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간호사에게 말했다.“이 환자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 못하는 것 같으니 진정제부터 주사해!”뒤에 있던 간호사들이 다가와서 그녀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남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그녀는 여기 발을 들인 순간부터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점점 반항하는 횟수는 줄어갔다. 그만큼 기력이 딸렸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많았다.박수혁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병원을 방문했다.의사가 자리를 물리자 박수혁은 싸늘한 시선으로 여자를 노려보았다. 진정제 약효 때문에 남연은 멍한 상태가 되었
박수혁은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시간이었다.남유주는 그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수혁도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남유주는 그의 과거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그녀 역시 과거가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해외 고찰을 떠난 소은찬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저택에 모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산후조리원에 있던 한시연마저 소찬식의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돌도 안 지난 소지율을 안고 저택으로 달려왔다.소은호와 소은해는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소은정은 소찬식의 옆에서 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그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소찬식은 넘어지면서 팔을 다쳤는지 팔에 붕대를 감은 채로 손자손녀와 놀아주고 있었다.새봄이는 껌딱지처럼 소찬식의 다리에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외할아버지, 팔 많이 아파요?”소찬식은 녹아내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안 아파, 새봄이 보니까 다 나았어!”소지혁이 옆에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동생에게 말했다.“새봄아, 그쪽 팔이 아니잖아.”소찬식은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회장님, 박 대표와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집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보고했다.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은해가 말했다.“내가 박수혁 그 인간은 원래 음흉한 놈이라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뒤로 호박씨를 까는 놈이 분명하다니까? 아버지 신변 안전을 위협해 놓고 발각되니까 달려와서 사과해? 그걸 어떻게 믿어? 차라리 목적을 말하고 한바탕 힘겨룸을 하는 게 더 솔직하겠다!”“은정이 너 그 자식이랑 이혼한 거 백 번 잘한 거야! 저런 인간한테는 내 동생이 아깝지! 지금 매제랑은 전혀 비교가 안 된다고!”소은해의 말은 박수혁과 남유주의 귀에까지 분명히 들렸다.두 사람은 살짝 당황했지만 박수혁은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소은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동
“그거 맞아. 당신은 지금 우리 아빠가 유주 씨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래야 화풀이할 상대가 생기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조사하는데 한계를 느낀 거겠지! 그리고 이 일로 우리 가문을 협박해서 유주 씨를 재벌2세로 만들어 주고 싶은 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려?”그녀의 싸늘한 표정과 눈빛이 박수혁을 힘들게 했다.저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그냥 사실을 해명하고 사과하러 왔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소은해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정아, 저런 인간이랑 길게 얘기할 필요 없어. 얘기는 다 들었으니 그냥 내쫓아. 이거 소문나면 아무나 찾아와서 사생아를 사칭하겠어. 그런 거 일일이 우리가 다 해명해야 해?”박수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회장님, 그렇게 결백하시다면 친자검사 한번 해보시죠. 만약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친자 관계가 아닌 거로 나온다면 저도 이쯤하고 사죄드리겠습니다.”소찬식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하게 식었다.“난 자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하지만 자네의 집사람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해줄 수는 있지. 내 아이는 지금 세상에 알려진 이 네 명뿐이야. 다른 아이가 존재할 리 없어. 믿고 싶으면 믿는 거고 안 믿어도 어쩔 수 없다고.”박수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더 추궁하려고 했지만 남유주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만해요. 우리가 너무 예의 없이 굴었네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요.”박수혁은 여전히 머뭇거렸다.“하지만….”소은정의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당장 꺼져. 이곳은 널 환영하지 않아. 박수혁, 잘난 척하지 마. 그렇게 확신하면 증거를 가져와. 아니면 당신 아버지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박수혁은 말없이 착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의 대놓고 협박하는 말에 소은해도 크게 당황했다.하지만 소은호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이 있는데 소은정에게는 가족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