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비록 성대하지만 조급하기도 하다.박수혁은 두 사람의 결혼식을 보름 뒤로 정했다.남유주는 박수혁이 분명히 취소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결혼식이 처음인가?’그녀는 여러 번 반대했지만,소용이 없었고, 그래서 아예 말을 아꼈다.장소는 유럽의 한 작은 섬으로 정했다.그곳의 경치는 말할 것도 없고 현지 특별한 식물 때문에 공기에도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하객은 모두 박수혁이 정했다.남유주 측은 와인바 직원만 초대했다.처음에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한수근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고급스러운 청첩장을 받았을 때, 그는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했다.남유주는 손님 접대 때문에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얼굴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피곤한 박시준도 방에 숨어서 나가지 않았다.얼굴도 모르는 유치한 어린이들과 함께 노는 건 정말 시간 낭비이다.하지만 박수혁은 여유롭게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그야말로 신혼에 흠뻑 젖어 헤어 나올 수 없는 신랑의 모습이다.남유주는 이한석이 보내준 옷을 입고 호텔 방에서 차를 마셨다.밖은 깨끗하고 산뜻한 해변과 바다이다. 바닥의 돌멩이까지 매끄럽고 정교한 아름다운 풍경이다.박수혁은 돈도 많고 돈을 아끼지도 않는다.이 결혼식의 사치스러움은 남유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집사가 보내온 명세서를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집사는 이내 명세서를 도로 가져갔다.혹시라도 그녀가 더 어지러울까 봐.그녀는 밖에서 오가는 낯선 하객들을 보았다. 보기에도 보통 신분이 아닌 것 같은 하객들은 아마 상업계의 거물들과 정치인들일 것이다.하지만 연예계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하긴, 박수혁의 결혼식에 연예인을 초대할 리가 있나. 이내 방문이 열리고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나와서 놀지 않을래? 시준이는?”남유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돌려 피곤한 말투로 말했다.“박수혁 대표님, 당신 아들은 당신 결혼식을 위해 고작 4시간밖에 안 잤어요. 지금 피곤해서
남유주는 웃는 듯 마는 듯 고개를 들고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봤다.그녀의 눈빛에 큰어머니는 미소가 굳어지더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남연의 얼굴에는 격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큰아버지는 더더욱 체면을 내려놓기 싫어 콧방귀를 뀌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적당히 해. 연이가 틀린 말 했어? 네가 인터넷에서 얼마나 욕먹고 있는데, 네가 남 씨가 아니었으면 박수혁 대표와 어울리기나 해?우리가 이만큼 손 내밀었으면 너도 넙죽 받을 줄 알아야지. 그깟 자존심 때문에 잘난 척하면서 상황 악화시키지 마.”호텔 방에는 정적이 흘렀다.남유주는 콧방귀를 뀌며 천천히 일어나 큰아버지를 훑어보았다.“제가 빚이라도 졌어요? 손 내밀면 넙죽 받게요?할아버지 유언장 잊으셨어요? 다이그룹은 큰아버지가 아닌 저한테 상속하신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포기했어요. 제가 남씨 가문과 관계를 끊겠다고 했어요.근데 제 허락도 없이 찾아오셨어요? 왜요, 회사 운영이 힘들어요?”큰아버지는 창피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너 스스로 포기해 놓고 왜 지금 와서 딴소리야? 게다가 회사가 네 손에 들어간다고 지금과 다를 것 같아? 아버지는 오랜 병으로 제정신이 아니셨어. 그러니까 그런 유언장을 쓰셨겠지.네가 잘나서 그렇게 된된 줄 알아?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큰아버지는 남유주가 박수혁이라는 거물을 뒤에 업고 회사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웠다.‘그건 절대 안 되지!’그 말에 남유주는 피식 웃었다.‘역시 큰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 리가 없어.’그녀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느긋하게 고개를 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준 건 다시 가져올 생각 없어요.”큰어머니는 한 걸음 앞서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유주야, 너도 남씨 가문 사람이고 우린 한 가족이야. 그런데 네 거 내 거가 어딨겠어. 게다가 넌 지금 태한그룹의 안주인이 되었으니 부족한 거 없잖아.너도 알다시피 다이그룹은
박수혁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니야. 저분들이 먼저 오시겠다고 했어. 친정 식구들이 한 명도 안 오면 보기가 안 좋으니까 당신 보고 싶다고 온 거야.”그는 이런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서 뭔가 뜯어낼 게 있지 않을까 하고 다가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상대해 줄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남유주가 이렇게 큰 반감을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자신의 판단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할걸.큰어머니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유주가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우린 밖에서 기다릴 테니 둘이 얘기해요.”남유주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말은 똑바로 할게요. 난 친정식구가 없어요. 다 죽었거든요. 이 사람들이 날 이용해서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박수혁 씨, 저 인간들에게 조금이라도 뭔가를 베푼다면 이 결혼 난 안 해요. 구청으로 가서 이혼수속 밟을 거예요.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는 이상한 논리 펼치지 말라고 해요. 난 남씨 가문 핏줄도 아닌데 왜 두 번씩이나 이용당해야 해요?”그녀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언성이 많이 높아져 있었다.말을 마친 남유주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그녀는 큰아버지 일가의 반응이나 태도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내가 그렇게 만만해?’남유주가 자리를 뜬 뒤, 남씨 가문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그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박수혁은 넥타이를 풀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집사람 기뻐하라고 만든 자리였는데 이렇게까지 반감을 가질 줄은 몰랐군요. 그렇다는 건 당신들이 여기 있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얘기겠죠. 사람을 시켜 배웅할 테니 앞으로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박 대표님, 일방적으로 유주 말만 듣고 이러시면 안 돼요. 유주는 원래 어릴 때부터 성격이 이상했어요. 항상 가족들에게 이런 식으로 예의 없게 대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왕래를
박수혁이 다가가자 전동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겨주었다.“박 대표, 축하해요!”그는 새봄이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재촉했다.“새봄이, 수혁 삼촌 결혼하시는데 축하해 드려야지!”새봄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박수혁에게 말했다.“삼촌, 결혼 축하해요!”박수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소은호도 다가서며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축하해, 박 대표. 남유주 씨도 축하해요.”남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오빠, 사모님이라고 해야지. 남유주 씨가 뭐야?”소은호가 웃으며 말했다.“이런,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사모님.”“결혼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름을 부르는 게 맞죠.”남유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소은정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축하해요, 유주 씨. 하늘이도 오려고 했는데 임신 중이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비행기를 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은해 오빠랑 둘은 오지 못했는데 선물을 우리가 대신 가져왔어요.”남유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요? 아직 임신한 거 축하도 못해줬는데!”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박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박 대표는 지금 보니까 인상이 많이 달라졌네. 역시 결혼이 좋아. 며칠 전에 인터넷에 기사가 떠돌 때는 보는 나도 민망했는데 말이야. 그대도 둘이 오해를 풀고 다 잘돼서 정말 다행이야!”전동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두 사람이 공개연인이 된 뒤로 난 너무 기뻐서 밤에 잠도 안 오더라고요. 두 사람 결혼식에 오기 위해 미팅도 미루고 날아왔지 뭐예요. 선물도 가져왔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군요.”말을 마친 그는 남유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박 대표는 성격이 별로 안 좋은데 그래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줘요.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살다가 무슨 어려움이 있으면 저희한테 연락하시고요. 우린 친구니까요.”박수혁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그는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참고 있었다.소은정은 남편의 옷깃을 잡아당
가식적인 인삿말은 남유주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반면 박수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사람들이 아내를 칭찬할수록 기분이 좋았다.그렇게 또 한사람을 보내자 남유주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난 좀 쉬러 가야겠어요. 당신 혼자 있을 수 있죠?”“나 혼자 버려두고 간다고? 의리는 지켜야지!”박수혁은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그녀가 뭐라고 반박하려는데 박시준이 새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아빠, 저 새봄이랑 같이 프랑스에 가고 싶어요.박수혁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방금 뭐라고 했어?”“새봄이는 준서 만나러 프랑스에 간대요. 제가 길에서 새봄이 보살펴 줄 거예요!”박시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박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박시준이 만약 새봄이를 데리고 프랑스에 간다고 하면 전동하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아마 미쳐 죽으려고 할 테지!결혼식을 그 녀석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았다.“이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그는 새봄이 앞에서 대놓고 거절할 수 없었기에 에둘러서 말했다.남유주는 이 기회를 틈타 박수혁의 손을 놓고 다가가서 새봄이의 손을 잡았다.“새봄아, 이모랑 엄마한테 가볼까?”새봄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는 생긋 웃으며 박시준에게 말했다.“시준 오빠, 오빠네 새엄마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박시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남유주는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그녀가 도망치는 걸 알면서도 막지는 않았다.남유주를 본 소은정이 웃으며 다가와서 새봄이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누가 엄마한테 얘기도 하지 않고 막 돌아다니라고 했어? 아빠한테 이른다?”새봄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였다.“시준 오빠한테 인사하러 갔었단 말이야!”박시준은 다가가서 아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고는 새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모, 새봄이랑 같이 저쪽에 가서 놀아도 될까요?”정원에는 모
박수혁은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을 버리고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로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가 담담한 시선으로 소은정이 있는 쪽을 힐끗 바라보자, 소은정은 눈치 있게 옆으로 물러서더니 미리 준비한 물건을 그에게 건넸다.박수혁은 그것을 손에 소중히 받은 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남유주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저기 봐요. 드론이 이쪽으로 날아와요!”그녀도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별이 반짝이던 하늘에 무수히 많은 드론이 나타났다.그것들은 남자가 여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형상을 하늘에 만들어냈다.여자가 입고 있는 치맛자락과 손가락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드론 아트는 하늘에 거대한 장관을 만들어냈다.남유주의 가슴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귓가에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눈앞의 남자만 보였다.박수혁이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을 때, 상공의 드론도 그들의 동작을 따라 변화를 이루었다.그녀는 큰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이제 그가 무얼 할지 모른다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그가 소은정에게 반지를 맡겼다는 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들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그는 이런 방식으로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그녀가 신경 쓰던 것들은 소은정의 설득과 박수혁이 보여준 행동 때문에 완전히 사라졌다.진작에 그를 믿어줬어야 했던 게 아닐까?남유주는 거칠게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박수혁이 무릎을 꿇은 채로 뭐라고 하는 듯했는데 그녀에게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진심과 사랑이 그녀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그녀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한사람을 믿어주고 사랑해 주고 싶었다.그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남유주는 이 순간에 모든 의심을 내려놓았다.북받치는 감정이 그녀를 집어삼켰다.사람들의 환호와 축하 속에 박수혁은 천천히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그녀가
박수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생각에 잠겼다.며칠 전 보여줬던 밝은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음침하고 냉철하며 진한 살기마저 느껴졌다.사람들은 호텔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녔지만 남유주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결국 그는 담배를 비벼끄고 호텔 지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호텔에 비밀통로가 있나요?”지배인이 벌벌 떨며 대답했다.“그런 건 없습니다….”박수혁의 싸늘한 시선이 날아왔다.경호원이 달려와서 지배인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지배인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경호원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박수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얘기하고 내 아내한테 아무 일 없으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지. 하지만 집사람이 사고를 당했다면 이 호텔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할 거야.”지금의 박수혁은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그는 상처 입은 맹수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지배인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대표님, 제가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도 이제 생각난 거고 예전에 대표님이 사람을 보내 고찰을 오셨을 때도 발견하지 못한 통로라서 말씀을 못 드린 겁니다.”“그러니까 지금 말하라고.”박수혁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시간이 흐를수록 남유주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그는 그녀가 지금 어떤 처지에 처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벌레가 심장을 물어뜯는 것처럼 쓰리고 아팠다.담당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옷방에 있는 옷장에 밖으로 통하는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박수혁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경호원도 지배인을 끌고 그를 따라 옷방으로 들어갔다.박수혁은 남유주가 쓰던 옷장 문을 열었다.아니나 다를까, 안에 작은 동굴 입구가 하나 나타났다.그 순간 그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고 온몸이 경직되었다.지배인이 말했다.“사모님께서 호기심에 들어가셨을 수도 있어요. 이 통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깐요.”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들어가 보지.”경호원이
설마 며칠 째 어딘가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남유주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다가 공중에 매달려 왔다갔다 하는 유리 가림막과 입을 쩍 벌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식인어를 보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했다.아득한 공포감에 그녀는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남연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겁에 질린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그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겁에 질린 남유주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팔다리가 모두 묶여 있었기에 그녀는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남연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마치 영혼을 악마에게 빼앗긴 것처럼 온몸으로 악의를 뿜어대고 있었다.가림막이 사라지자 남유주는 그대로 물에 빠졌다.그녀는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사냥감을 발견한 식인어가 그녀를 향해 헤엄쳐 왔다.추락하던 순간, 남유주는 누군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하지만 수영장으로 추락한 순간 외부의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숨이 막혀왔다.식인어 한마리가 달려들어 그녀의 발목을 물어뜯었다. 극심한 통증에 그녀는 온몸을 떨었다.다른 한 마리도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물어뜯었다.상처에서 피가 흘러 수영장 전체를 뻘겋게 물들였다.그녀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점점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었다.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식인어들은 맛있는 요리가 앞에 보이자 미친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안으로 쳐들어온 박수혁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남유주가 수영장으로 추락한 순간, 남연은 주체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박수혁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다.“박 대표님….”박수혁은 바로 달려들어 그녀의 가슴을 걷어찼다.바닥에 쓰러진 남연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박수혁이 수영장에 뛰어들었다.다른 경호원들이 달려와서 남연을 제압했다.일부는 박수혁을 도우려고 수영장에 뛰어들었다.박수혁이 여자를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