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대표님, 내일 바로 기자회견부터 열 겁니다. 이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야죠!”임춘식이 성큼성큼 다가와 말을 건넸다.획기적인 기술인만큼 먼저 입지를 다지고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는 게 중요했다.“당연하죠. 저도 참석하겠습니다.”“sunner 씨도 참석할 거죠?”임춘식이 두 눈을 반짝였다. 소은찬의 손길이 닿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화제가 될 것이다.하지만 소은찬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더 강요하지 않았다.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 당장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큰일이니까.반면, 박수혁의 시선은 여전히 소은정의 팔목에 꽂혀있었다.“다친 건 괜찮아? 기자회견 일정은 미뤄도 괜찮아.”박수혁이 소은정의 표정을 살폈다.“이 정도로 안 죽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네요. 박수혁 대표님.”걱정하는 척하기는. 가식적인 자식.소은정이 비릿하게 웃었다.“집에 가야지?”소은정이 소은찬을 향해 말했다.소은찬을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고 있던 슈트를 벗어 어깨에 걸쳐주었다. 큰 슈트가 여리여리한 소은정의 몸매를 더 부각시켜주었다.임춘식은 항상 차갑기만 하던 소은찬의 다정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반면,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정한 소은찬의 손길도 거슬리지만 집으로 가자는 소은정의 말이 더 불쾌했다.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인 거야?”“각자 집까지 데려다줄게.”갑작스러운 박수혁의 말에 임춘식이 고개를 홱 돌렸다.천하의 박수혁이 기사를 자처한다고?“어차피 가는 길도 다르고 됐어.”또 선을 긋는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멀어져 가는 소은정과 소은찬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박수혁을 관찰하던 임춘식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안 좋아한다더니... 천하의 박수혁도 여자 때문에 흔들릴 때가 있구만? 어디 장난 좀 쳐볼까?“두 사람 동거하나 봐요?”불난 집에 기름을 퍼붓는 임춘식의 말에 박수혁은 말없이 건물을 나섰다.긴 하루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소은정은 밀려오는 피곤함에 바로 침대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창문을 통해
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바로 우연준에게 연락했다.“오늘 기자회견 전에 회사 하나 인수할 수 있겠어요?”“네?”아침부터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어 당황하던 우연준이 대답했다.“인수할 회사의 규모를 먼저 말씀해 주시죠.”피규어도 아니고 요즘 회사 모으는데 재미를 들이셨나?“트윈즈 엔터요.”트윈즈라면... 저번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트윈즈는 워낙 규모가 커서 절차가 복잡합니다. 하지만... 저희 그룹에서 트윈즈 엔터의 지분을 7% 정도 보유하고 있고 은해 도련님이 대주주로 계시는 이글스 엔터도 지분을10%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3%만 더 인수하시면 대표님께서 트윈즈 엔터의 대주주가 되실 수 있습니다.”대주주?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좋아요. 서둘러 움직여줘요.”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아침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사를 검색했다.“유준열, 저런 스타일 좋아했구나. 나랑 겹치네.”“연애는 소은정처럼! 멋지다!”“은해 오빠, 질투하는 모습도 귀여워!”“은열 커플 응원합니다!”“우리 준열 오빠는 건드리지 마세요...”“유준열, 설마 소은정 백으로 뜬 거 아니야?”......소은정은 피식 웃더니 휴대폰을 껐다.하여간, 남일에 관심도 많으시지...아침을 먹은 소은정은 회사가 아닌 이글스 엔터로 향했다. 트윈즈 엔터를 인수하면 그녀 대신 회사를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도준호가 바로 그 적임자였기 때문이었다.이글스 엔터 건물에 도착한 소은정은 예상치 못한 얼굴을 발견했다.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한 허하진이었다.아무 능력도 없이 집안 돈이나 까먹는 식충이, 해외 유학파라면서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 주제에...허하진을 무시하고 바로 건물로 들어가려던 그때, 허하진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이른 아침 여긴 무슨 일이래? 설마 도준호 대표한테 부탁하러 온 건가?”허하진은 팔짱을 낀 채 도도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내려다보았다.“내가 어딜 가든 허하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그리고 트윈즈 엔터 따님이야말로
허하진의 협박에도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유일한 카드인 트윈즈 엔터가 곧 그녀의 손에 넘어올 거라는 걸 모르고 날뛰는 꼴이 우스울 뿐이었다.“설마, 박수혁 때문에 그래요?”정곡을 찍힌 허하진은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그래. 알면 됐어. 이혼했다면서 왜 자꾸 수혁 오빠 앞에서 얼쩡거려?”누가 누구 앞에서 얼쩡거렸다고.“내가 버린 쓰레기 다시 주워올 정도로 궁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한테 한 그 말 박수혁한테나 전해요. 제발 내 앞에 좀 나타나지 말라고.”세상 여자들이 다 박수혁한테 목을 매는 줄 아나.“너...!”그녀가 사랑하는 박수혁을 똥차 취급하는 소은정의 태도에 허하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과 고고한 분위기,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미... 그녀에게 부족한 걸 모두 가지고 있는 소은정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고 미웠다.왜! 왜 내가 노력으로 겨우겨우 얻은 걸 넌 그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 건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시계를 확인한 소은정은 혼자 열을 올리는 허하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 정도 놀아줬으면 됐겠지.“유준열 씨를 매장시키겠다고요? 난 유준열 씨 띄워주고 싶은데. 어디 누구 마음대로 되는지 지켜보죠.”세상 물정 모르고 곱게 자란 아가씨 주제에. 이번 기회에 세상이 그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그래, 좋아.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소은정이 SC그룹 딸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살짝 쫄리긴 했지만 그래도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그래요. 몇 시간 뒤에도 그 표정 그대로이길 바랄게요.”소은정이 고개를 돌리자 허하진도 그 뒤를 따랐다.프런트 직원이 소은정을 발견하고 공손하게 물었다.“대표님 만나러 오셨나요? 기다리고 계십니다.”“그래요. 수고해요.”직접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눌러주며 극진하게 소은정을 대접하는 반면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허하진이 소리쳤다.“야! 너 뭐야? 난 안 보여?”귀청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던 직원이 물었다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했다. 여유로운 얼굴의 소은정, 화가 잔뜩 난 허하진, 그리고 난처한 표정의 직원. 세 사람을 훑어보고 바로 상황을 파악한 도준호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바쁘신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냥 회사 부르시지.”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인 도준호가 한참 어린 소은정 앞에서 굽신대는 꼴에 허하진은 더 불타올랐다.나 트윈즈 엔터 대표 딸이야! 이런 대접이나 받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도준호 씨, 당신...”“아까 밤길 뭐요?”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도준호의 포스에 살짝 흠칫하던 허하진이 말했다.“내가 누군 줄 알아? 나 트윈즈 엔터 허강운 대표 딸이야. 소은정한테 직접 물어보든가!”어지간히 급했는지 소은정에게 신분 인증을 부탁하는 허하진의 모습에 소은정은 웃기만 할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저런 우스운 연극에 굳이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하, 그쪽이 허강운 대표 딸이라고 칩시다. 그쪽 아버지도 이 정도로 건방진 태도로 나한테 말하지 않을 텐데. 다른 건 몰라도 자식 농사는 잘 못 지었나 보군요.”같은 엔터 회사니 웬만큼 예의를 차릴 줄 알았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표정에 허하진은 꽤나 당황스러웠다.“그래요. 도준호 대표님, 저 오늘은 일 얘기하러 온 거예요.” 하지만 도준호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여자를 당장 쫓아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글쎄요. 정말 허강운 대표 딸이면 직접 오라고 하세요. 그럼 저희는 바빠서 이만. Andy, 경비 불러.”“네.”“대표님, 여긴 안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안심하라는 듯한 도준호의 말투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애초에 소은정은 허하진이 두렵지 않았다. 회사 규모는 그렇다 치고 몸싸움으로 붙어도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자꾸 기어오르는 꼴이 웃길 뿐이었다.도준호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탄 소은정은 방금 전 건물 앞에서 허하진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이 정도면 루머는 충분히 해명할 수 있을 거예
사실 허하진이 해외로 유학을 간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퇴학당하고 도피성 유학을 선택한 것이었다. 신상털기로 밝혀진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박수혁에게 차인 뒤 해외에서 얼굴을 전부 뜯어고쳤다는 것.박수혁이 이혼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귀국했다는 것. 등등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밝혀졌지만 사람들이 가장 열광한 건 바로 녹음 파일의 뒷부분이었다.“설마, 박수혁 때문에 그래요?”“내가 버린 쓰레기 다시 주워올 정도로 궁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한테 한 그 말 박수혁한테나 전해요. 제발 내 앞에 좀 나타나지 말라고.”“유준열 씨를 매장시키겠다고요? 난 유준열 씨 띄워주고 싶은데. 어디 누구 마음대로 되는지 지켜보죠.”소은정의 선전포고에 사람들은 열광했다.“오늘부터 제 롤모델은 은정님이십니다!”“돈, 얼굴, 성격. 소은정이 뭐가 부족해서 전 남편한테 매달리겠어. 저 정도면 더 젊고 잘생긴 애들이 줄을 설 텐데.”“저희 오빠 루머 밝혀주셔서 고마워요, 언니!”“허하진 저 여자 뭐야? 우리 오빠를 건드려?”“불륜 저지른 전 남편보다야 파릇파릇한 연하남이 백 배 더 낫지.”물론 부작용은 있었다. 파일의 마지막 한 마디 때문에 다들 소은정이 정말 유준열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게 된 것이다.태한 그룹.박수혁의 사무실은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휴대폰으로 기사 댓글을 확인하던 박수혁의 표정이 점점 굳자 주위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 듯 몸이 오소소 떨렸다.오늘 아침, 소은정에 관한 루머를 발견한 이한석은 바로 이 사실을 박수혁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그들이 뭔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여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유준열을 스폰 했다며 비난하던 팬들이 오히려 사귀어줘서 고맙다고 응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표를 바라보는 이한석은 그야말로 가시방석이었다. 심지어 소은정과 유준열이 경매장에서 함께 찍힌 사진으로 영상까지 만든 팬들도 있었다.내가 이제 갓 데뷔한 신인한테 밀렸다고?퍽!박수혁은 짜증스레 휴대
소은정 씨의 이상형을 왜 나한테 물으시는 걸까?당황한 이한석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말해 봐.”박수혁이 이한석을 다시 다그쳤다.“두 사람 사이 좋아 보이던데. 말해 보라고.”눈을 가늘게 뜬 채 그를 노려보고 있는 박수혁과 눈이 마주친 이한석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이건 분명 협박이다.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소리다.계속 이대로 출근하다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한참을 고민하던 이한석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변명했다.“대표님, 저 소은정 씨와 안 친합니다. 소은정 씨 이상형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그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여전히 서늘한 시선에 이한석은 바로 말을 이어갔다.“3년 전, 소은정 씨는 모든 걸 버리고 대표님과 결혼하지 않았습니까? 이상형이라면 분명 대표님 같은 사람이겠죠. 유준열은 절대 아닙니다.”그제야 고개를 숙이는 박수혁의 모습에 이한석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한고비 넘겼다.“거성 프로젝트 기자회견 준비해. 차질 없이. 알겠어?”“네. 알겠습니다. 새 휴대폰은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지옥의 질문 세례를 견디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즐거웠으므로 이한석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휴대폰을 주워 다시 댓글을 확인하던 박수혁은 다시 짜증스레 휴대폰을 뒤엎었다.유준열, 그딴 자식이 뭔데. 다들 눈이 삔 거 아니야?박수혁이 열을 올리는 사이, 인터넷에서 소은정과 유준열은 국민 연상연하 커플로 떠올랐다. 비록 양측 모두 인정하지 않았지만 팬들의 극성에 두 사람의 열애는 기정사실화되었고 가만히 있던 소은해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말았다.그의 인스타 아래에는 불쌍하다, 다시 소은정을 빼앗아라, 그냥 포기하라는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오후가 되고 태한, 거성 SC그룹의 기자회견 발표에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다들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궁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임춘식이 워낙 보안 작업을 열심히 한 덕에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다.기자 회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임춘식은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 칩 “휴먼 월드”의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의학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제품에 기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가 될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놀라운 성과였다.임춘식의 차분한 브리핑과 놀라운 표정의 기자들과 전문가들의 표정을 파악한 소은정은 성취감에 두 눈을 반짝였다.사랑? 남자?그것보다 일이 훨씬 더 재밌고 짜릿했다.기자회견이 끝나자 바로 기립박수가 터졌고 일정이 끝났음에도 임춘식의 주위로 수많은 전문가들과 기자들이 몰려들었다.예정 시간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질문 세례에 임춘식이 진땀을 흘릴 무렵, 우연준의 문자가 도착했다. 트윈즈 엔터 지분 인수가 끝나 주주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대충 눈치를 보고 조용히 자리를 뜨려던 그때, 눈치 빠른 기자들이 바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대표님, 더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아, 프로젝트 관련 사항은 임 대표님한테 질문하세요. 감사합니다.”친절한 소은정의 태도에 기자들도 경계를 풀었다.“아, 그럼 프로젝트 말고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을 해도 될까요?”“글쎄요. 너무 프라이빗한 질문이라면 거절하겠습니다.”“인터넷에서 유준열 씨와 대표님의 열애설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일전에 유준열 씨는 대표님을 이상형으로 꼽았는데 그렇다면 대표님은 유준열 씨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순간, 술렁대던 현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소은정에게로 쏠렸다.“글쎄요. 요즘 유준열 씨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저도 물론 팬으로서 좋아합니다.”명확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팬으로서라는 단어를 통해 뜻을 전달하기엔 충분했다.이에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길을 비켜주던 기자들은 박수혁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아, 전 남편인 박수혁 대표 앞에서 그런 질문을 한 것도 모자라 애매모호한 소은정의 대답에 더 기분이 언짢은 듯한 박수혁의 모습에 기자들은 바로 긴장하기 시작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수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소은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최소한의 예의도 차리지 않는 모습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여전히 가슴이 아려왔다.성강희, 소은찬, 소은해, 유준열 심지어 이한석까지. 모두 다 친절하게 대하는 그녀가 그에게만 보여주는 증오 어린 시선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한편, 소은정은 박수혁이 알아서 비키길 기다렸지만 30초가 흐르고 1분이 흘러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거절하려던 그때 박수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가는 곳이면 그게 어디든 안 갈 거라고? 정말?”“당...”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운전석에 있던 우연준이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트윈즈 그룹 지분 3%, 양도 계약서에 내가 사인을 했던가?”능글맞게 말끝을 흐리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바로 우연준을 쳐다보았다.“아까 말씀드리려 했는데 계약서 작성은 마쳤지만 아직 사인은 안 하신 상태입니다.”깊은 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우연준을 힐끗 노려보았다.진작 말할 것이지.하지만 미처 말하기 전에 불쑥 나타난 박수혁 때문에 말을 끝내지 못했던 우연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박수혁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피어오르고 다시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1초... 2초...박수혁이 고개를 돌린 순간.“잠깐!”소은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우 비서, 뭐해요? 박 대표님 모시지 않고?”소은정의 말에 우연준이 바로 차에서 내려 좌측 차 문을 열었다.“타시죠.”목적을 달성한 박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랐다. 은은한 향수 향이 박수혁의 코끝을 자극했다.그녀의 분위기처럼 은은하고 차가운 분위기의 향이 박수혁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자극적인 여성 향수 냄새는 극혐하던 박수혁이었지만 왠지 향수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제야 소은정은 방금 전 우연준이 건넨 파일을 확인했다. 역시, 지분 양도 계약서에 박수혁의 사인이 비어있었다.“왜 지분을 양도하려는 거야?”소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