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과 실리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전동하가 이미 와 있었다. 그를 본 실리아는 오랜 옛사랑이라도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보자마자 전동하를 끌어안았다. “이게 얼마 만이예요. 한국에 잠깐 머물다가 미국으로 돌아온다더니 대체 언제 와요?”전동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요…”말을 마친 전동하는 이내 소은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은정은 웃으면서 동하의 손을 잡아 주었고 전동하는 엄지로 그녀의 손등을 살짝 어루만졌다. 작은 스킨십이였지만 다정하고 사랑이 넘쳤다. 그녀의 마음도 깃털이 손등에 스쳐 지나간 것마냥 설렜다.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선으로 그려진 동양화처럼 날렵하고 아름다웠다. 실리아는 먼저 예약했던 룸으로 들어가고 전동하는 소은정의 손을 살짝 끌어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전동하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계약은 잘 마쳤어요? 늙은이가 꼰대 짓 안 했어요?”전동하는 언제나 소은정 생각밖에 없는 듯했다. 소은정은 어떻게 이렇게 착하고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지 감동하여 눈가에 눈물이 맺힐뻔한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입을 열었다.“아니, 근데 2% 지분 말이에요, 동하씨의 지분을 저를 준거에요?”전동하가 멈칫하더니 이내 낯빛이 어두워졌다. “저 늙은이가 그걸 당신한테 얘기했어요?”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듯 전동하를 쳐다보았다.“동하씨 지분인 걸 알았다면…”전동하는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었다.“신경 쓰지 마요 제 것이나 은정 씨 거나 다 똑같아요.”“어떻게 같아요? 저는 그냥 조금 더 편한 길을 찾으려 한 것뿐인데. 이렇게 되면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전동하가 멈칫하더니 따듯한 손길로 그녀의 귓가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은정씨가 말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바랐던 거 아니에요?”소은정이 멈칫했다. 내가 이렇게 오만했던가.“빨리 들어와요, 동하씨, 오랜만에 봤는데 저 안 보고 싶었어요?”실리아가 그들을 재촉했다
식사 자리를 무사히 끝낸 소은정과 전동하는 함께 실리아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손호영의 일은 며칠이 지나자 점점 사그라드는 듯하였다. 다들 새로운 찌라시를 누군가 물어다 주기를 바라던 차에 익명의 제보자가 한 톡방내용을 공개했다. 톡방에서는 각자 업계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다. 월드패치라는 사람이 톡방에서 많은 사진을 공유하였고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 속 연예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톡방의 사람들의 채팅 내용도 함께 폭로되었다. “미친, 이 여자 몸매 미쳤는데. 찍을 때 어떻게 참았어요?”“이 남자 연예인은 역시나 역시네. 다른 사진에서는 보정 엄청 많이 했나 봐. 월드패치님 사진에서는 너무 못생겼어.”“손호영 사진은 없어요? 손호영 몸매가 여자들의 로망이라던데…”월드패치가 답변했다.“손호영이 찍을 때 벗으라고 한 요구를 안 듣고 있었는데 마침 소은정이 그 상황을 봤음. 소은정 성격 장난 아닌 거 다들 알 테고, 바로 손호영보고 화보 찍지 말라 하고 데려감. 이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다들 알테고. 우리 잡지사가 SC그룹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지. 손호영이 대체 뭐라고 우리의 규칙이 안 벗으면 안 찍는 건데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안 그래?”“대박이다…”“말도 마, 장고은 그 여자가 손호영이랑 자고 싶어서 수작을 걸었는데도 안 넘어왔어. 이후에 또 볼만한거 있으면 공유해줄게. 아 그리고 이 내용 비밀이야, 다들 알지?”“그럼요. 입 꾹!”“당연하죠.”비밀이라고는 했지만 익명의 제보로 언론에 공개되고 말았다. 또 다른 네티즌이 월드패치가 바로 바이올렛의 고용 사진작가라고 폭로했다. 업계에서는 일반 연예인은 찍지도 않고 톱스타만 찍는다는 소문이 돈다.새벽에 채팅방 내용이 폭로되고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전 국민이 알게 되었다. 바이올렛의 사람들은 돈이 얼마나 들던지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지만 이미 많이 퍼져나가 삭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바이올렛은 발등에
너무나도 많은 연예인이 거론되었던 터라 언론에서의 소리가 더욱더 거세졌다. 많은 대중들이 얼버무리려 하지 말고 입장을 내놓으라는 소리였다. 각종 경고장과 해명하라는 소리가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었다. 같은 양식의 경고장과 같은 변호사 사무소였다. 연예인의 태도도 확실했다. 이미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으며 추가 고소를 할 입장이라고 얘기했다. “바이올렛 진짜 더럽다. 어떻게 이렇게 썩은 내가 진동하는데 감히 우리 아이돌을 건드려?”“손호영 진짜 억울하겠다. 바이올렛은 이제 와서 죽은 듯 조용히 있으면 괜찮아질 줄 아는 건가?”“바이올렛 메인 편집장 장고은 이 늙은여우 같은 년, 감히 손호영을 넘봐? 더러워!”“손호영도 진짜 남자답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한마디도 안 하고… 잘생긴 줄만 알았더니 아량도 남다르네.”“소은정이 있기에 망정이지 소은정이 없으면 어쩔 뻔했어?”“손호영은 틀 안에서만 행동하는 사람인 듯, 이런 억울한 일에도 한마디도 안 하는데 지난번 가정폭력 일 안 봐도 뻔하지.”“손호영 빼고 다른 아이돌들은 왜 노출 사진을 찍은 거야? 사진을 유출한 촬영 작가 혼자만의 잘못일까? 굴복당한 아이돌들이 늙은 여우랑 잤을지 누가 알아?”“나만 소여신과 손호영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함? 손호영은 소은정에게 해가 되려 하지 않고 소은정은 손호영이 나쁜 일을 당하게 놔두지 않고… 너무 어울리는 한 쌍 아니야?”“바이올렛은 진짜 망해야 해, 혹시 다른 잡지사도 이런 업계 규정이 있는 거야?”장고은은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사람으로 가득 찬 회사 문 앞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핸드폰으로 전화를 돌리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평소에는 물고 빨고 난리더니 정작 일이 터지니 다 나를 무시해?”결국에는 촬영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이 저지른 일 당신이 수습해. 그 사진들은 그들을 협박할 최종병기였는데 그걸 퍼트리다니 당신 제정신이야?”촬영작가는 어젯밤 술자리에서
하지만 어젯밤 만난 후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촬영작가는 그 후배가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장고은은 차 안에서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순간 좋은 수가 생각 났는지 핸드폰을 들어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준호는 그녀의 발신자 표시를 보고도 받지 않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소은정이 자신한테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소은정이 손호영의 촬영을 제지했고 유준열을 도준호가 붙였다는 사실을 소은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도준호는 이렇게 좋은 리소스와 기회를 날리기 싫었다. 서로 간의 이익과 암묵적인 규칙은 서로에게 큰 기회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도준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새벽에 핫토픽을 보는 순간 머리가 세게 한 대 맞은 것처럼 벙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이 일은 소은정이 설계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연준에게 소은정이 하는 일에 대해 몇 번이고 물었지만, 우연준은 도준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소은정 혼자 조용히 이런 설계를 하다니! 연예계에서 제일 추악한 일면을 사람들에게 낱낱이 보여준 것이다. 왜지? 소은정은 이미 도준호를 믿지 않았다. 이것을 인지한 도준호는 어두운 사무실 한 켠에서 그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인터넷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 소은해가 얼마나 자신에게 인맥과 지원을 해줬는지를 그 누구보다 도준호가 제일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사무실의 의자가 더욱더 가시방석이었다. 소은해는 겉으로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가족을 끔찍이도 여기고 있다. 더군다나 그의 여동생 소은정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처리할 것이다.만약 소은정이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면 소은해가 봐줄까? 아닐 것이다. 그는 사무실 의자를 뒤로 하고 눈을 감았다. 지난 일들을 후회하기 그지없었다. 휴대전화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끝없이 울리는 그 소리에 짜증이 섞인 어투로 전화를 받아서 들
SC그룹.소은정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사건에 반전이 일어났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를 마친 우연준은 소은정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큰 사건을 퍼트리고 태연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만약 우연준 자신이라면 신나서 뛰어다녔을 것이다.사무실로 돌아온 소은정은 핸드폰을 확인하고 우연준에게 말했다.“일 층에서 손님 좀 모시고 와요.”“네.”소은정은 천천히 원두를 갈고 있었다. 인터넷 페이지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손호영은 소은정에게 감사의 인사를 짧지만, 진심을 담아 전했다. 소은정은 그런 손호영에게 답장을 보냈다.“고마워하지 마세요. 앞으로 더 재밌는 일이 일어날 거예요.”대기업들의 홍보팀이 손호영의 일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있었다면 소은정의 이 폭로는 그야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연예계의 홍보팀이 아무리 이미지를 갈고 닦아 주고 옷을 입혀주어도 규칙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규칙이라 하면 암묵적으로 연예인 배후에 있는 스폰서의 요구에 응하고 다른 연예인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하지만 소은정이 이런 요구에 응할 리가 없다. 손호영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연예인들이 눈앞의 이익에 굴복해 옷을 벗고 사진을 찍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손호영은 죽어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장점이라면 모든 국민이 알게 해야지! 바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대중들이 손호영을 더욱더 뇌리에 박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음원 사재기나 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대중들의 민심이 아니다. 소은정의 눈에 유준열의 문자가 보였다. “죄송합니다. 소 대표님, 이미 바이올렛과의 계약을 파기했습니다.”소은정은 역시 답장하지 않았다. 우연준이 들어왔다.“대표님, 오셨습니다.”“들어와요.”소은정은 웃으면서 금방 내린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마르고 큰 키의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소은정 대표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소은정은 웃으
소은정은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통쾌하기도 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성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꽤 괜찮은 사람을 골랐네. 돈은 내가 이미 줬어. 일자리도 소개해 줬고. 다른 거 더 필요한 거 있어?”성강희는 약간 말을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그거면 된 것 같아….”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성강희, 어떻게 아는 사람이야?”워낙 급한 사안이었기에 그녀는 단체 채팅에 사실을 말했고 문자를 보내기 바쁘게 성강희가 사람을 추천했다.성강희가 추천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바로 채용했다.그리고 그 결과, 그녀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일도 아주 깔끔하게 잘했다.나중에 혹시라도 사람들에게 이 일을 들킬까 봐 염려하지 않았다면 오래 옆에 두고 싶은 정도였다.잠시 머뭇거리던 성강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박수혁 씨가 보낸 사람이야. 그때 술집에서 너한테 이런 일이 있다고 얘기하는 걸 어떻게 들었나 봐. 그리고 나한테 이 사람을 소개해 줬어.”소은정은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가슴 한편이 아련했다.말로 설명할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었다.씁쓸하고 아련한 그다지 편하지 않은 기분.성강희도 그들이 다시 재결합할 가능성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소은정은 현재 전동하와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둘이 헤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그걸 알면서 박수혁을 이 일에 끌어들인 것이 못내 미안하기도 했다.“욕하고 싶으면 욕해. 하지만 그때는 너도 꽤 급한 상황이었잖아. 그래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그 인간이 혹시라도 이 일로 너 방해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갑갑했다.세상 모든 사람에게 신세를 져도 그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피하려고 할수록 그들은 이상하게 자주 부딪치고 있었다.“그래. 이만 끊을게.”더는 성강희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졌던 소은정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조금 전 그 사람도 자신은 성강희가 보내서
소은정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언론매체에 연락해서 손호영 씨 기사를 잘 좀 써달라고 부탁하세요. 그리고 기사 내용은 최대한 진솔하고 겸손한 쪽으로요.”일단 호감도를 쌓아 올리는 것도 중요했다.우연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바이올렛 잡지사는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업계에 이미 안 좋은 소문이 확 퍼져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이런 시기에 그들의 잡지에 얼굴을 내밀 간 큰 연예인은 없었다.누드 사진이 노출될 수도 있는데 누구라도 꺼릴 수밖에 없었다.며칠 사이 장고은 편집장은 감히 얼굴을 들고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누가 경찰에 신고한 건지 경찰까지 찾아와서 장고은과 사진작가를 잡아갔다.이 사건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환호가 쏟아졌다.사람들은 경찰이 드디어 할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이어서 화영상 시상식이 화두에 올랐다.바이올렛 사건이 있은 뒤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이 바로 손호영이었다그의 팬들은 호소 짙은 목소리로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젊은 배우 중 꽃미남으로 손꼽히는 유준열도 고작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손호영은 바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의 연기실력이 이미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뜻했다.가장 중요한 건, 손호영은 이번 바이올렛 사건에서 불공정한 일을 당하고만 있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웠다. 그래서 정의롭고 당찬 이미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었다.화영상 주최 측이 그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린 이유였다. 심사위원들도 어쩌면 그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바라봐줄 수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소은정이 주최 측을 따로 찾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돈으로 상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을 받아도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오히려 심사위원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그럴 바에야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나았다.이렇게 중요한 이벤트이니만큼, 소은정도 당연히 참석해야 했다.그녀는 몸매를 강조하는 롱드레스를 골랐다. 우아하면서도 생기를 잃지
또 다른 스탭이 맞장구를 쳤다.“누가 아니래? 요즘 사람들은 너무 눈앞의 이익만 따진다니까. 준열아, 괜찮아. 때가 되면 넌 손호영이랑 같이 입장해. 저들이 감히 너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그들이 불평하는 소리가 차에 있는 소은정의 귀에까지 들렸다.고개를 그쪽으로 돌리자 스탭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유준열이 보였다.여전히 앳된 얼굴이었지만 미소가 조금 억지스러웠다.유준열은 한숨을 쉬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저는 언제 나가든 상관없어요. 손호영이 인기가 많으니까 그가 등장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죠.”그 말을 들은 스탭들이 앞다투어 불만을 터뜨렸다.“사람들이 그런 애를 좋아한다고? 회사에서 돈 주고 세탁을 안 해줬으면 걔가 재기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지금쯤 어느 구석에 처박혀 술이나 마시고 있겠지!”“그러니까. 회사도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임원중 누가 걔를 일부러 띄워주려고 하는 것 같아. 바이올렛 사건 때도 그 임원이 나서서 손호영을 감싸줬다고 들었어. 도대체 누굴까?”“우리 준열이가 걔보다 뭐가 부족해서? 일도 열심히 하고 드라마 출연 제의가 빗발치는데! 회사에 돈도 많이 벌어줬구만 이렇게 푸대접을 해?”“맞아. 준열아, 이따가 손호영이 나갈 때 너도 같이 나가. 어차피 같은 회사니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거야.”소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한편, 스탭들은 회사 대표가 저들의 뒷담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옆에 있던 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위로했다.“저들도 은정 씨 직원이잖아요. 이만 화 풀어요. 그리고 은정 씨도 한때는 유준열을 많이 아꼈잖아요.”그제야 싸하던 소은정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들었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씁쓸하게 말했다.“그래서 후회해요.”한때는 저 순수한 외모에 속아 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그런데 나이도 어린 소년이 업계의 어두운 면을 대표인 그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불쌍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