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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처참한 몰골

“지금 여기서 뭐 해?”

문 앞에 서 있는 서준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심지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더니 하연의 손을 확 낚아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연은 서준에게 끌려 방을 나섰다.

“방금 그거 뭐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묻는 하연의 질문에 서준은 눈살을 찌푸릴 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뭘 봤든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하연의 의심은 더해져만 갔다.

심지어 이곳에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하연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방금 본 걸 떠올리더니 결국 서준을 보며 물었다.

“왜 서준 씨 흑백 사진이 벽에 걸려 있어? 뭐 귀신이라도 돼?”

그 말에 서준은 버럭 화냈다.

“헛소리하지 마. 잘못 본 거야.”

“전말?”

재차 질문하던 하연은 그제야 서준이 제 손목을 잡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이내 손을 뿌리쳤다.

“생일 연회 이제 곧 시작해. 내려가자.”

서준은 텅 빈 손을 바라보며 인내심 있게 말했다.

하연은 아직 의심이 가시지 않았지만 이내 본인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라고 결론 지었다.

‘한서준이 내 앞에 이렇게 있잖아. 그러니 그럴 리 없어.’

“할머님은 어떠셔? 괜찮아?”

“뭐라고?”

“할머님이 편찮으시다고 해서 올라와 본 거야.”

서준은 방금 전 상황을 설명하는 하연을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할머니는 괜찮아. 다음에 다시는 여기 오지 마.”

“응.”

하연은 눈을 내길 깔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이 앞뒤로 나란히 서서 계단 입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정체 모를 물건이 하연을 향해 날아왔다.

“조심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서준은 하연의 팔을 잡아당기며 제 몸으로 무거운 물건을 막아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서준의 등에 떨어지더니 옷이 얼룩덜룩한 물감으로 완전히 뒤덮여 처참한 몰골이 되어버렸다.

주위의 시선은 순간 서준에게 모였다. 다들 의아한 눈빛으로 처참한 몰골의 서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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