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eil / 로맨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 제207화 경매장에서의 경쟁

Share

제207화 경매장에서의 경쟁

Auteur: 손라떼
이미 많은 상황을 겪어 본 터라 제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 상혁의 말에도 설아는 화내지 않았다.

“이해해요. 사무가 다망한 분이니 잊을 수 있죠. 저는 한설아라고 해요. 전에 FL그룹 창립 파티에서 뵌 적이 있는데.”

상대의 설명에도 상혁은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아, 죄송해요. 기억나지 않네요.”

거절 의사가 다분한 직설적인 말에 설아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어색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옆에서 지켜보던 하연이 오히려 참지 못할 지경이었다. 솔직히 상혁이 이런 미녀의 대시에도 꿈쩍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검은색 수제 양복 차림의 서준이 경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서준은 그동안 HT그룹 평판이 바닥에 떨어진 터라 다시 명성을 되찾을 목적으로 이번 자선 경매 활동에 참석한 거다.

이번 기회에 기부도 하고 HT그룹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새롭게 각인시키려고.

“한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주최자는 서준에게도 공손하고 깍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은 HT그룹 명예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서준은 여전히 B시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고, 한씨 가문 역시 B시에서는 손꼽히는 가문이기에 일개 주최자가 감히 무례를 범할 수 없었다.

때문에 주최자는 서준을 맨 앞줄로 안내했다. 그것도 마침 하연과 상혁의 옆자리에.

하연은 본 순간 서준의 시선은 한 시도 하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상혁의 옆에 꼭 붙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안색과 눈빛이 이내 어두워지더니 곧장 제 자리에 앉았다.

“우선 오늘 저희 경매장을 찾아 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 밤 벌어들인 수입은 전액 적십자사에 기부되어 독거노인과 고아를 돕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경매사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바로 오늘 밤의 첫 번째 경매품을 소개하겠습니다. JY그룹에서 기부해 준 팔찌, 2000만 원부터 호가 진행하겠습니다.”

“2200만.”

“2600만.”

“3000만.”

“...”

잇따른 호가에 팔찌의 가격은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Chapitre verrouillé

Related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08화 하연의 고단수

    “기껏해야 1억짜리 시계가 4억까지 불리다니, 정말 놀랍네.”“호가한 사람이 누군지 봐봐. 최하연이잖아. 돈이 넘쳐날 정도로 많은 최씨 집안 아가씨잖아.”“하긴, 4억이 뭐 돈으로 보이겠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설아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번호판을 들었다.“6억!”경매사는 흥분한 듯 분위기를 고조로 이끌었다.“자, 6억 나왔습니다!”그때 하연이 다시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10억!”“와!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시계 하나에 10억? 이게 말이 돼?”“아무리 돈이 넘쳐 흘러도 그렇지.”“너희가 뭘 알아? 이건 어디까지나 자선 경매이니 기부하고 싶은 만큼 가격 부르는 거겠지.”“...”그때 상혁이 이해되지 않는 듯 하연에게 속삭였다.“이제 그만해.”하연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가격은 손목시계의 원래 가격을 훨씬 초월하는 가격이었다.하지만 하연은 상혁을 위로하듯 말했다.“괜찮아요.”하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설아가 다시 가격을 불렀다.“12억!”심지어 가격을 부르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마치 12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16억!”하연이 곧바로 따라 가격을 덧붙이자 설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발을 굴렀다.“20억!”이 가격은 단연 최고가라고 말할 수 있었다.심지어 앞서 나온 경매품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최고가이기도 하기에 현장 분위기는 단번에 끓어올랐다.“한설아 마친 거 아니야? 20억을 주고 시계 하나를 산다고?”“뭐 돈이 넘쳐흘러 쓸 곳이 없나 보지.”“설마 눈치 못 챘어? 한설아와 최하연 경쟁하는 거 같지 않아?”“부자들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우린 그냥 구경이나 하자고.”“...”하지만 이번에 설아는 가격을 부르자마자 하연이 뒤따르기를 기다렸다.20억은 이미 설아의 예산을 초과한 금액이라 하연이 가격을 더 부르면 포기할 생각이었다.“네, 20억 나왔습니다!”경매사는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09화 허세 부린 결과

    “자, 다음으로 소개할 경매품은 청자를 주제로 한 조선시대 한복입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1억부터 호가 시작하겠습니다.”“1억 1천만!”“1억 2천만!”“1억 4천만!”“...”얼마 지나지 않아 한복의 가격은 단번에 2억으로 치솟았다.그때 하연이 때마침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3억!”주위 사람들은 하연이 경매에 참가하자 하나 둘 번호판을 내려놓으며 자진 포기했다.하지만 그때, 서준이 갑자기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3억 6천만!”이건 오늘 밤 서준이 처음으로 호가한 가격이었지만,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한복 한 벌을 두고 하연과 경쟁해야 했다.“헐, 이건 또 무슨 명장면이래? 한 대표님과 최하연이 붙었는데?”“전처와 전남편의 싸움이라, 과연 누가 이길까?”“갑자기 기대되는데?”“...”서준이 갑자기 경매에 뛰어들 줄 몰랐던 하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뒤따랐다.“4억 4천만!”그러자 서준 역시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6억!”가격을 외치는 서준의 모습은 마치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오늘 서준이 경매에 참석한 목적은 사실 이 한복 때문이다.그도 그럴 게, 이 한복은 한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것이니까.심지어 강영숙이 결혼할 때 혼수로 가져왔던 가보인데, HT그룹 창립 초기 회사 상황이 어려워 경매에 내놓았었다.나중에 HT그룹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서준은 줄곧 이 한복을 다시 사들이려고 했으니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면서 비매품으로 전해진 터라 어찌할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그 한복이 경매로 나왔으니 서준은 반드시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8억!”물론 하연 역시 이 한복이 필요했다.이번 패션쇼에 이 한복을 선보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거니까.“12억!”엎치락뒤치락 가격을 부르는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마치 몇억, 몇십억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16억!”“20억!”“28억!”“...”그러다 가격이 40억까지 치솟았을 때, 서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하연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10화 하루빨리 모든 걸 내려놓길 바라

    하연은 설아를 가볍게 무시한 채 제 은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하지만 그 카드를 직원에게 건네주려 할 때, 뒤에 있던 상혁이 가로막았다.“이거로 계산해 줘요.”“아니에요. 제 거로 계산하면 돼요.”하연이 다급히 거절하자 상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사양할 거 없어.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앞으로 사업이 번창하고 이번 패션쇼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 단번에 유명해져.”“네?”하연은 놀란 듯 상혁을 보며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상혁은 하연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얼른 제 카드를 건넸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40억이라는 가격으로 하연은 한복을 손에 넣었다.‘상혁 오빠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하연이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직원은 어느새 한복을 포장하여 하연에게 건넸다.방금 무대에 있는 걸 볼 때보다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보니 더욱 놀라웠다.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바느질과 고풍스러운 디자인만 봐도 예술품이 따로 없었다.이토록 예쁜 한복을 하연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상혁 오빠, 고마워요.”상혁은 손을 내밀어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꿀이 뚝뚝 떨어지는 상혁의 눈빛에 서준은 화가 치밀었다.“최하연!”곧이어 서준은 성큼성큼 걸어와 두 사람 앞에 막아서더니 하연의 손에 들린 한복을 빤히 바라봤다.서준을 본 순간, 미소를 띠고 있던 하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무슨 일이야?”이렇듯 소원한 태도는 상혁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그 순간 서준은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불타올랐다.“40억짜리 선물을 그렇게 덜컥 받는다고? 조심성 너무 없는 거 아니야?하연은 어이없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게 한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지?”“남자가 여자를 위해 돈 쓰는 건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뜻이야. 속지 않도록 조심해.”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상혁이 하연의 앞을 막아서며 바로 맞받아쳤다.“그게 무슨 뜻이죠?”“내가 무슨 뜻인지는 부상혁 대표님도 잘 아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11화 포기해줘서 고마워

    서준은 애써 감정을 억제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화제를 돌렸다.“이 한복 좋은 거야.”하연은 서준이 한복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걸 눈치채고 되물었다.“이 한복에 관심 있어?”하지만 서준은 아무런 설명도 덧붙이지 않은 채 가볍게 대답했다.“좋은 건 모두가 좋아하는 거 아니겠어?”왠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하연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포기해줘서 고마워.”이윽고 말을 마친 뒤 경매장을 떠나려 했다.서준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멀어지는 하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런데, 다음 순간.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설아가 뻔뻔스럽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한 대표님, 혹시 6억만 빌려줄 수 있나요?”서준은 고개를 돌려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저를 보는 설아를 바라보더니 비아냥거리듯 말했다.“내가 누구한테 돈 빌려주는 습관이 없는지라.”명백한 거절에 설아는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결국 20이라는 거금을 내지 못한 설아는 경비원에게 쫓겨났다.한편, 경매장을 나선 서준은 기분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아 운전석에 앉아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다. 그렇게 담배꽁초가 쌓여감에 따라 차 안도 점점 담배 연기와 냄새로 가득 찼다.바닥에 널린 담배꽁초를 한참 바라보던 서준은 끝내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동후에게 전화했다.“최하연이 DS그룹에서 책임진 프로젝트 뭐가 있는지 모두 알아 와. 최근에 뭘 하고 있는지까지.”“네, 대표님.”동후는 서준의 명에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그때 서준이 말을 보탰다.“한 시간 내로 알아 와.”그 말을 마친 서준은 전화를 끊고 시동을 걸더니 곧장 경매장 주위를 벗어났다.역시나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동후는 1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하연이 최근 책임진 모든 프로젝트를 알아내서 서준의 핸드폰으로 전송했다.최근의 프로젝트와 일부 F국의 프로젝트를 확인하던 서준은 문뜩 나운석이라는 세 글자에 시선을 멈추었다. 서준은 솔직히 운석이 DS그룹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중요한 프로젝트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12화 내가 너 제대로 사람 만들어줄게

    그러다 패션쇼 전날 리허설하는 와중에 하연은 예나의 입에서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하연, 너 이번 행사장 HT에서 협찬해 준 거 알고 있어? 한서준도 내일 패션쇼에 참석할 거래, 심지어 오프닝 연설까지 한다더라.”하연은 그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HT에서 언제부터 공익 활동을 시작했대?”예나가 그 물음에 곧바로 정곡을 찔렀다.“딱 봐도 답 나오잖아. 한서영 때문에 바닥 친 기업 이미지 되돌리려고 용쓰는 거지 뭐.”“아.”하연은 대충 대답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도 그럴 게, 하연은 메인 디자이너로서 내일의 패션쇼를 순조롭게 끝내기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있잖아. 혹시 한서준이 네가 이번 패션쇼 메인 디자이너인 걸 알고 일부러 행사장 협찬해 준 건 아니겠지?”그때 예나가 무의식중에 자기의 생각을 밝혔다.“너무 간 것 같은데?”하지만 하연은 곧바로 부인했다. 한서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하연이 가장 잘 안다.이제껏 하연의 편 한 번 들어준 적 없는 사람이 이제 와서 하연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더군다나...“한서준의 일은 이젠 나와는 상관없어. 우린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접점이 없을 거야.”“문제는 상대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는 거지.”“한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한서준 일이야.”‘난 내 일만 상관하면 그만이야.’...그 시각, DS그룹.하연과의 내기 때문에 호현욱은 최근 하연의 동향을 살피느라 바삐 보내고 있다.“이사님, 최근 회사의 큰 프로젝트는 모두 나운석이 도맡아 하고 있고 작은 프로젝트는 정태훈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 사장님은 패션쇼 때문에 좀처럼 회사 밖을 나서는 일이 없고요. 하지만 이번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몇억이라는 실적을 올렸더라고요.”“듣기로는 패션쇼에서 선보일 모든 의상을 회사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답니다. 내일 패션쇼가 끝나면 아마 더 많은 주문을 받을 거고요. 그렇다면 적어도 패션 업계 쪽만 해도 5배가량의 실적을 내게 될 겁니다.”성진호의 보고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13화 그동안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나 보네

    B시의 패션쇼는 매우 성대하게 열렸다.현장에는 수많은 국제 패션업계 디자이너들이 도착했을 뿐만 아니라 업계의 유명 인사, 심지어는 국내외 유명 언론사 기자들까지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모든 사람이 이번 패션쇼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듯했다.하연은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하여 무대 뒤에서 패션쇼 준비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예나도 하연을 도와 메이크업 상태를 확인하는가 하면 모든 모델의 의상을 체크했다.매우 중요한 패션쇼인 만큼 모든 세부 사항에 주의해야 하고, 조그마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에 하연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옆에서 바빠 움직이는 하연을 본 예나가 다급히 물 한 컵을 건넸다.“물 좀 마시면서 해.”하연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얼른 컵을 받아 들었다.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초대 손님들도 어느 정도 다 모인 것 같아. 패션쇼까지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조금이라도 쉬어.”“응.”예나의 말에 하연이 가볍게 대답했다.그때, 호주머니에 있던 하연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발신번호를 확인하니 한동안 연락하지 못한 셋째 오빠 최하성이었다.‘오늘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 하지?’하연은 조금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하연, 왜 이렇게 늦게 받아?”하연은 스크린에 나타난 하성의 얼굴을 보며 농담 섞인 말투로 물었다.“그러는 오빠야말로 오늘 웬일로 저한테 전화할 생각을 다 했대요?”“에이, 나야 우리 동생 항상 생각하지. 네가 요즘 바쁜 것 같아 방해하지 않은 것뿐이야.”“아.”하연은 그 대답이 못마땅한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그때 하성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오늘 패션쇼 연다면서? 축하해.”하연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예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우리 사이에 뭘. 내가 선물 준비했는데, 이제 곧 도착할 거야. 받으면 잊지 말고 말해줘.”하연은 그 말에 바로 호기심이 발동했다.“뭔데요?”하지만 하성은 뜸을 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14화 오늘 패션쇼 망했네

    하지만 그런 말에도 하연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나를 볼 게 아니라 민헤경을 봐야지. 민혜경이 아직 감옥에 있는데, 시간 나면 자주 가서 봐.”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서준은 낯빛이 어두워졌다.“민혜경 얘기는 하지 마!”서준의 그런 반응에 하연은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죽고 못 살던 연인도 이젠 싫어졌나 봐?”서준은 애써 화를 내리눌렀다.“최하연, 나랑 민혜경 그런 사이 아니야. 왜 내 말을 믿지 않아?”“그만! 오늘 같은 날에 과거사 들먹이고 싶지 않아. 재수 없으면 어떡해.”하연은 서준과 혜경이 무슨 사이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 손톱만큼도 관심 없었다.“난 이만 가봐야 하니 편할 대로 해.”그 말을 끝으로 하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하지만 하연이 무대 뒤편에 도착했을 때,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하연, 왜 이제야 왔어? 큰일 났어.”예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저를 잡아당기자 하연이 놀란 듯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옷이 망가졌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연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순간 가위에 갈기갈기 찢긴 메인 의상 몇 벌을 발견했다.원래 모습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의상들을 보면서 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최 사장님, 저희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의상이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이제 어떡해? 패션쇼가 시작하려면 반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하필 모두 메인 의상들만 문제가 생겼으니, 오늘 패션쇼 망했네.”“...”모델들은 서로서로 귓속말로 소곤거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예나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대체 어떤 개X식이 이랬어? 나한테 잡히기만 해 봐, 내가 그 자식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그때 무대 담당자가 재촉했다.“최 사장님, 이제 준비해 주세요. 모델분들도 나와 주시고요.”하연은 눈앞에 닥친 상황에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아직 얼마나 남았어?”그 물음에 예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215화 시간 끌기

    “어떡해? 이제 5분밖에 안 남았어. 그사이에 끝낼 수 있어?”예나는 무대 뒤에서 한참 동안 서성이면서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하연의 속도는 매우 빨랐지만 옷은 여전히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다.“아니면 주최 측에 시간 좀 연기해달라고 부탁할까?”“안돼. 이번 쇼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알잖아. 시간을 끌면 파장이 엄청 날 거야.”“그럼 어떡해?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예나의 말에 하연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심지어 바느질을 시작한 와중에도 머릿속으로 생각을 멈추지 않더니 문득 동작을 멈추며 말했다.“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모를까.”“그런데 이 시간에 합당한 이유를 어떻게 찾아?”이에 스태프들도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다 할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정 안 되면 첫 번째 모델들 한 바퀴 더 워킹하라면 어떨까요? 그러면 적어도 10분 정도는 벌 수 있을 거예요.”“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같은 모델이 한 번 더 워킹하면 문제가 생겼다는 걸 금방 알아챌걸요.”“이번 쇼에 참석한 사람이 많아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 힘들 거예요.”“...”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제 의견을 냈다.그 시각, 하연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하지만 하연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옷 수선에 몰두했다.어느덧 시간이 되자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개막사를 시작했다.“시작했나 봐. 이제 곧 HT그룹 대표 연설이 있을 거야. 1조 모델들 준비시켜야 할 것 같아.”예나는 걱정스레 말하면서 얼른 준비하기 시작했다.당장 뾰족한 수가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모델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자 예나는 다급하게 물었다.“하연아, 얼마나 더 필요해?”“15분 정도.”예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델들에게 분부했다.“여러분, 이따 워킹할 때 속도 좀만 늦춰줘요. 결과가 어떻든 우리 함께 노력하여 시간 조금이라도 더 벌어 보자고요.”“알았어요, 예나 언니. 그렇게 할게요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9화 선물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정문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부동건이 고개를 돌리자, 최하연이 부상혁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잘생긴 남자와 우아한 여자의 조합.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딱 봐도 좋은 그림이야. 저 둘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끌어...’ “회장님, 부상혁 대표님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최씨 가문의 따님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부동건의 표정이 확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부동건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좋아하는 걸, 우리 어른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 일일 뿐이지요.” “게다가 상대가 최씨 가문의 따님이라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닙니까.” 부동건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역시 상혁이다.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상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당당히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한편, 송혜선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띄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갔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하연에게 향했다. 오늘의 하연은, 나무나 예쁘고... 아니, 그냥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 화사하게 피어난 얼굴빛까지. 하연의 행복함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송혜선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정다영... 그년, 나를 속였어.’ 그동안 하연 쪽에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소식은커녕, 정다영조차 자취를 감췄다. ‘다영이 걔가 하연이에게 약 먹이는 계획이 분명 실패한 거야. 그렇지 않고 선 지금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을 수는 없어.’ 이대로 배가 불러오면, 섣불리 손도 쓸 수 없게 된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8화 제 딸의 어머니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7화 이분은?

    부지윤의 ‘한 달 잔치’는 그야말로 성대한 수준의 파티였다. 초대받은 인사들만 봐도, 그 위세가 느껴졌다. F국 재계의 실력자들, 정재계의 핵심 인물,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가 자제들이 대거 초청됐고, 심지어 부씨 가문 어른들에게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직접 청첩장을 보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 아이를 공식적으로 가문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부동건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애정을 집착하듯 쏟고 있는지, 이날 행사 하나로 증명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동건은 스스로의 체면과 명예를 걸고, 딸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었다. ...잔치 당일, 연회장은 유난히 붐볐다. 샹들리에의 조명이 화사하게 반짝였고,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는 악단의 선율이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송혜선은 산후조리를 마친 직후였지만, 여전히 그만의 풍채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예전보다 조금 살이 오른 듯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너그러워 보였다. 그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평소 자주 어울리던 재벌가 부인들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혜선씨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 고생 끝에 드디어 볕뜰날이 왔네요.” “부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챙기시는 거 보니까, 이제 정말 한 자리 하시겠어요.” “정말 이러다 조만간 ‘겹경사’ 나는 거 아니예요? 우리라도 미리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송혜선은 그 소리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얄미울 정도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역시 사람은 자리가 높아야 대접 받는 거야.’ “지윤이는 회장님의 첫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귀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회장님이 우리 모녀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신다는 건, 여기 있는 분들도 느끼셨을 테고요.” 그 말에 다들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이제 우리도 호칭 바꿔야지, 사모님!” 누군가 먼저 그렇게 불렀고, 뒤이어 몇몇이 장난처럼 따라 불렀다. 송혜선은 그 말에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그 호칭이 제법 익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6화 초대장

    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남준은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였어요. 부씨 가문이 이 일에 개입한다면... 여론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감싸려 들면 들수록, 결국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가문의 존망이 걸린 문제야.’ 맞은편 소파에 앉은 상혁은 다리를 꼬고,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세속의 먼지 따윈 전혀 묻지 않은 사람처럼. 진윤의 말이 끝났지만, 상혁의 표정엔 미동 하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씨 가문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왔습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여사님.” 그는 손짓으로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거기엔 작은 검은색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안에... 고나희 씨가 남긴 게 있습니다. 여사님께 드리라고 하더군요.” 순간, 진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USB를 바라봤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희가... 뭔가를 남겼다고...?’ 사고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딸의 마지막을 함께할 시간조차 없이,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유언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줄 알았다. “나희... 그 애가... 무슨 말을 남겼다는 거예요...” 진윤은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은 이미 참을 수 없다는 듯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상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사람이 떠난 건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마음은, 누군가가 반드시 전해야죠.”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뒤로한 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잠시 후.룸 안에서 낮고,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희야...” 진윤은 USB를 손에 쥐고,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울고 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5화 끝까지 지켜야 할 싸움

    진윤은 송혜선이 내민 공백 수표를 내려다보며 손끝까지 떨렸다. 종이 한 장.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그녀의 심장을 조용히 갉아먹었다. ‘돈이란 게... 사람을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건지.’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돈, 참 좋은 거죠. 수많은 집이 그거 하나 때문에 무너지고, 사람 목숨도 스스럼없이 거래되고.”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로워졌다. “고경수도 그랬어요. 결국 돈 때문에 스스로 감방에 들어갔고, 지금 당신은 그 돈으로 내 아이의 죽음을 사겠다는 거죠.” 진윤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을 꿰뚫었다. “송 여사님의 눈엔... 돈이면 뭐든 다 해결돼요?” 송혜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윤은 고개를 들었다. 쭉 뻗은 어깨, 흐트러지지 않은 눈빛으로 조용히 말했다. “근데, 저에게 그딴 건... 아무 의미 없어요.” 테이블 위의 수표는 그녀 눈엔 그저 휴짓조각에 불과한 쓰레기였다. ‘내 아이 이름 위에 적힌 숫자가 많을수록, 그 애는 더 억울해지는 거야.’ 그런 진윤의 단호함에, 송혜선도 이내 표정을 굳혔다. “정말 고집 세시네요, 여사님.”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진윤 쪽으로 다가섰다.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송혜선은 하찮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며 진윤에게 시선을 내리꽂았다. “그 자존심,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볼까요?” 그 말투엔 이젠 더 이상 숨길 필요 없는 위협이 담겨 있었다. “당신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없어요. 남편은 감옥, 딸은... 하늘에 있어. 그런데도 이렇게 버티겠다고? 부씨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당신 같은 사람 하나쯤 사라지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에요.” 진윤은 순간 움찔했지만,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송혜선을 바라봤다. 송혜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참, 고경수 씨 말인데요. 그 사람, 아직 당신한테 마음 있더라. 감방에서 계속 당신 얘기만 했대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4화 현실 좀 보시죠

    “그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에요. 여사님. 같은 여자로서, 제 처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진윤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커피잔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한 모금 머금었다. “이해? 아니요. 전 그런 거 몰라요.” 단칼처럼 냉정하게 잘라버린 말이었다. 그 한 마디에 송혜선의 입술이 경직되며 굳어버렸다. ‘이런, 내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송혜선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진윤의 손등을 잡았다. “여사님... 따님 일에 대해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윤이 빠르게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내 터져나온 감정. “사과? 한 아이가 죽었는데, 고작 한 마디 사과로 끝내겠다고요?” “아니면... 송 여사님의 눈엔 제 딸 목숨이 그깟 아무렇게나 다뤄도 되는 값싼 거였어요?” 그 목소리는 카페 전체를 울릴 만큼 컸고, 송혜선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윤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흥분하지 마세요... 결국... 이 모든 건 우리 부씨 집안이... 정말 죄송합니다.” 진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결국 끌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울었다. 그 모습은 너무 아프고, 너무 무너져 있었다. 진윤은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송혜선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하지만 진윤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됐어요.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송 여사님, 솔직히 말해봐요 오늘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도 당신 아들 부남준이 꼬투리 잡혀서, 지금 당장 날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만나자고 한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애 죽고,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3화 합의서

    “닥쳐!!” 송혜선이 낮게 내뱉었다. “그 비밀, 평생 당신 뱃속에 묻어둬.”“아니면... 다시는 당신 딸 얼굴 못 볼 줄 알아.” 조봉규는 그제야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렸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철썩 때리며 말했다. “화내지 마, 혜선아. 나도 그냥... 기분 좋아서, 그만...” “앞으로 이 집에서 그 얘긴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을게. 약속해.” 조봉규의 간절한 다짐에도, 송혜선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한번 쏘아봤다. 곧이어, 목소리를 낮추며 화제를 돌렸다. “부동건, 딸한테 명분은 준다더니, 정작 혼인신고 얘긴 입도 안 뗐어. ‘이러다 또 마음 변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안 돼. 남준이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준비해야 해.’ 그 말엔 조봉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봤는데, 유가족 쪽에서 합의서만 받아낼 수 있으면, 그 사건도 다시 볼 여지가 있대.” 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짜야?” “응. 듣자 하니까 고경수 와이프, 진윤... 아직 F국에 있다더라. 기회만 되면 한번 만나봐. 그쪽에서 합의서를 써주기만 하면, 다시 기회는 생길 거야.” “근데 지금 당신 산후조리 중이잖아. 몸이 먼저야.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하지만 혜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남준이가 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야. 기회가 있다면... 어떤 수라도 써야 해.’ 며칠 후, 송혜선은 드디어 고경수의 아내 진윤과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의외로, 진윤은 단 한 마디 망설임 없이 만남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평일 오전, 한산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진 실내엔 손님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 송혜선은 긴 트렌치코트에 머리까지 스카프로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밖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끔. 카페 입구에 들어선 그녀는 안쪽을 빠르게 훑었다. 한눈에 알아봤다. 구석 창가에 앉은, 수척한 얼굴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2화 부지윤

    조봉규의 말은 하나하나 송혜선의 마음을 쳤다. “정 안 되면, 우리도 그냥 확 뒤엎어.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잖아. 신발 신은 놈들이야 겁낼 게 많겠지만, 우린 맨발이야.”‘맞아... 지금이라도 안 붙잡으면, 우린 끝장이야.’송혜선의 눈빛이 점점 확고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채로, 그녀는 곧장 부동건을 찾아갔다.하지만 부동건은 송혜선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조차 없었다. 부남준의 사건이 악화로 치닫고 있었다. 갓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결정적 증거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고, 경찰 쪽 수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건...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법 앞에선 아무리 부동건이라도 무력하군.’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이 부동건의 어깨를 짓눌렀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 죄, 그건 부모의 몫이야...’그저 무기력하게,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송혜선의 말은 부동건의 귀에 닿지도 않았다.그는 오히려 조용히 갓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막내딸을 품에 안았다. 부드러운 솜털이 보일 정도로 작고 여린 얼굴. 손가락 하나만 잡혀도 녹아버릴 듯한 느낌이었다.‘이 아이는... 내 마지막 기적일지도 몰라.’부동건은 딸을 안고 있을 때만큼은 세상의 복잡한 모든 것이 잠시 잊히는 듯했다. 그리고 눈가가 부드러워졌다.“딸아, 네 엄마랑 진짜 많이 닮았네. 크면 예쁘겠다... 아주.”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속삭였다.“지윤이라고 이름 지었어. 복 많은 아이라고 하더라. 부씨 가문 첫 딸, 제대로 키울 거야. 우리 지윤이는, 아빠의 제일 소중한 딸이 될 거야.”‘그래... 남준이는 못 지켜도, 이 아이만큼은...’부동건의 얼굴은 어느새 기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송혜선의 속은 서늘했다.‘정작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아이를 부동건의 품에서 안아올렸다.“조심해요, 아직 작아서... 그렇게 막 들면 안 돼요.”부동건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송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1화 이익 앞에서는 감정 따윈 없어

    부동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밝은색으로 혈기가 도는가 싶더니 이내 새파랗게 질리더니, 순식간에 붉어졌다.‘이게 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조진숙은 그런 부동건의 반응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갑고 단호한 말투로 말을 던지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섰다.“당신 입으로 한 말, 잊지 마.”철컥-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진숙은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남겨진 부동건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딱 한 발, 그 한 걸음이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줄은 몰랐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진숙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평소처럼, 그저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로 여긴 것이다.그 후 부동건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형사 전문 변호사를 찾았고, 부남준의 사건을 맡겼다. 그것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소식을 들은 송혜선은 더 이상 산후조리고 뭐고 할 틈이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외쳤다.“남준이는 부동건 당신 아들이란 말이야. 그런데도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이 저렇게 손 놓고 있는다고?”그녀에게 있어 부동건은 F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재벌이었다. 사람 하나 죽었든, 법을 어겼든, 그 모든 걸 덮는 것쯤은 그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 정도 힘도 못 쓰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내가 그 옆에 왜 있었겠어?’그런데도 부동건은 변호사 하나 붙인 걸로 끝이라니. 송혜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안 돼. 내가 직접 가서 말해야겠어.”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조봉규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송혜선을 다독였다.“혜선아, 지금은 당신 몸이 먼저야. 다른 건 잠시 내려놔.”하지만 송혜선은 남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남준이 내 아들이야.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 그 애랑 나, 이 지경이 되도록 얼마나 참고 견뎠는지 몰라? 이제 와서 그냥 두라고?”송혜선은 황급히 신발을 신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 옆에서 어쩔 수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