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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갑자기 나타난 한설아

작가: 손라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31 18:00:00
하연은 흥분한 듯 말했다.

이것 역시 상혁이 이곳에 온 목적이기도 하다.

“이 한복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오늘 저녁 자선 경매 활동에 경매품으로 나올 거래.”

그 말에 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뭘 멍하니 있어? 얼마가 됐든 무조건 사야지.”

여은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이 한복이 패션쇼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무조건 손에 넣어야지.”

한복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던 하연은 결심이 선 듯 천천히 눈을 들어 상혁을 바라봤다.

“상혁 오빠, 이렇게 해요.”

“그래, 오늘 저녁 내가 같이 가줄게.”

예나와 여은은 그 말에 다급히 끼어들었다.

“그럼 우리도 갈래요.”

...

저녁 7시가 되자, 이번 자선 경매가 열리는 B시의 제일 경매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번 자선 경매 활동에 참석하는 사람은 모두 B시에서 알아주는 유명 인사들이다.

같은 계열 색상의 커플룩을 입고 나타난 예나와 여은은 경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저 사람 B시 디자이너 브랜드숍의 장 사장아니야? 장 사장이 이런 곳에 다 오다니.”

“그 옆에 사람도 낯이 익은데. 아! 생각났어. 보그 패션 잡지 편집장이잖아.”

“두 사람 친구 사이였구나. 진짜 부럽다.”

“우리도 가서 인사나 할까?”

“...”

적지 않은 사람은 명성이 자자한 두 사람과 친해지려는 목적으로 먼저 인사를 건넸고, 말재주가 뛰어난 데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 덕에 예나와 여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명함을 받게 되었다.

한편, 하연이 상혁의 팔짱을 낀 채 경매장에 나타난 순간,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의 하연은 너무 아름다웠다.

하늘거리는 드레스는 하연의 단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최대한으로 끌어냈고, 역시 명문가 아가씨가 아니랄까 봐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우라를 내뿜었다.

게다가 하연 옆에 선 상혁마저 워낙 뛰어나니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사람들 모두 하연과 서준이 결혼했던 사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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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사이, 정다영은 차갑게 닫힌 문을 수없이 마주했다. 한때 주변 사람들이 다영을 떠받들며 찬란한 별처럼 여겼지만, 이제 집안의 사건이 터지자 사람들은 그녀를 피하려고만 했다. 마치 다영에게 다가가기만 해도 불행이 전염될 것처럼... 그렇게 다영은 세상의 차가운 이면과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자연스레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바꾸었다. “송 여사와 남준이는 요즘 집에 없는 걸로 아는데, 정 다영 씨는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상혁은 평범한 어조로 물었지만, 그 말은 다영을 잠시 멈칫하게 했다.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남준 씨가 곧 돌아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상혁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날이 추우니 안에서 기다려요.” 말을 마친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건 남자의 차가운 뒷모습뿐이었다. 다영은 상혁을 따라가며 급히 소리쳤다. “부 대표님, 잠깐만요...” 상혁이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할 말이라도?” 다영은 망설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며칠 동안 그녀가 이리저리 뛰어다닌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버지를 이 난관에서 구해내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 아버지와 관련된 일입니다.” 상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건 검찰 소관이에요. 전문 변호팀을 고용하면 사건의 진행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다영은 초조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부 대표님, 이건 분명 오해입니다. 제 아버지는 회사에 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아버지는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계약서를 조작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즉, 정지철은 딸을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망칠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분명히 이번 일에는 뭔가 숨겨진 진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0화 모든 걸 망칠 수 있다

    최씨 가문 본가 후원에 있는 온실에서는 조용히 바둑알이 내려놓아는 소리가 들렸다. 상혁과 최동신은 마주 앉아 바둑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상혁아, 지금 이 바둑판은 승부가 거의 결정 난 것 같은데!” 바둑판 위에서 흑과 백이 치열하게 맞서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최동신은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자네의 백돌이 반 집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대단해! 예전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 상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기백이 여전히 넘치시니 제가 아직 배울 점이 많습니다.” 최동신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탄식했다. “늙었지.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그는 곧 말을 돌려 흑돌을 손에 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자네도 조심해야겠어.” 최동신은 그 말을 하며 흑돌을 바둑판 위에 툭 하고 내려놓았다. 그 돌이 놓인 자리로 인해 한순간 바둑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바둑판 위에 집중되었다. 상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손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황이 단 한 수로 인해 역전이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바둑 실력은 늘 감탄할 따름입니다. 제가 이 점을 간과하고 놓치고 있었네요.” 상혁은 차분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판세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동신은 손에 들고 있던 바둑알을 다시 주우며 훈계하듯 말했다. “그렇지. 이길 수 있는 상황도 한 수의 실수로 모두 망쳐버릴 수 있는 법이다.” 상혁은 최동신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최동신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들리는 말에 DL그룹의 실질적인 권한은 이제 자네가 잡았고, 자네 동생은 동남아 지사로 발령이 났다고 들었네.” “겉으로 보기엔 좋은 상황 같아 보이지만, 상혁이, 네가 한 수라도 실수하는 날엔 모든 걸 망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충고 이상의 뜻을 담고 있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9화 제발 나 좀 구해줘요

    “이렇게 빨리?” 남준은 무심코 말을 뱉었다. 그의 음성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남준은 방 안을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연말 이후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나? 어떻게 앞당겨진 거지?” 연지는 침착하게 보고했다. “들리는 말로는 이번 사건이 중대한 만큼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되면서 연말 전에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부상혁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정규인의 입을 열어 내 약점을 찾아내려는 것이겠지.”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부상혁도 모르는 게 있지. 정규인의 입은 결코 열리지 않을 거란 사실을 말이야.” 연지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상무님, 그 말은 혹시...” 그러나 그녀의 말은 남준의 강렬한 눈빛으로 끊겼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연지는 남준의 의도를 즉각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정규인의 사건은 법원에서 열렸고, 법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찰들이 구치소에서 정규인을 호송해 나오자, 멀리서 그의 초췌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규인의 기운 없는 모습에서 예전의 당당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법정 방청석을 둘러보다가, 맨 끝자락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다. 순간, 정규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갑작스럽게 방청석을 향해 달려들며 미친 듯이 외쳤다. “여기 왜 왔어! 당장 나가! 나가란 말이야!” 경찰들이 급히 정규인을 제지하려 했으나, 그의 필사적인 몸부림에 저지당했다. “진정해!” 경찰은 엄중히 경고했지만, 그의 저항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결국, 경찰봉이 그의 등을 강하게 내려쳤다. 퍽! 정규인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의 몸은 앞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방청석의 허징인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8화 인정사정없는 세상

    “이모...” 하연은 조진숙을 꽉 끌어안으며 말문이 막혔다. 지금은 어떤 말도 조진숙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되든 간에, 이모 곁엔 항상 저희가 있어요.” 조진숙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고맙다.” ...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독채 빌라. 고급스러운 소형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차고로 들어섰다. 황연지는 휴대폰으로 위치를 확인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렸다. 빌라는 꽤 외진 곳에 있었고, 오랜 기간 비어 있었던 듯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연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상무님? 계신가요?”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텅 빈 집안의 메아리뿐이었다. 연지는 2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용기를 냈다. 계단 끝에 닫혀 있는 문 하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상무님, 안에 계신가요?” 그녀는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잠시 망설이던 연지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렬한 술 냄새가 그녀를 덮쳤다. 연지는 본능적으로 코를 막고 안으로 더 들어갔는데, 방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상무님?” 이사회 이후 부남준은 자취를 감췄고, 외부에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없단다. 그렇게 된 지가 삼 일째였다. 연지는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상무님, 괜찮으세요?” 남준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비록 지금의 그는 어딘가 지쳐 보였지만, 그 매서운 매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운 빛을 띄고 있었다. 그는 황연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너였구나?” 연지는 아침에 급히 소식을 듣고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왔다. “상무님, 사라지신 며칠 동안 정다영 씨가 상무님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정다영은 남준을 찾기 위해 거의 미쳐버린 상태였고, 부남준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뒤지고 있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7화 이제 신경 쓰지 않아

    저녁에 하연과 상혁은 음악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집 안의 불이 자동으로 켜졌다. “돌아왔니?” 하연과 상혁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조진숙을 보았다. 지금의 조진숙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어머니, 집에 계셨네요?” 조진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희 기다리고 있었어.” 하연은 활짝 웃으며 조진숙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이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거예요? 일찍 주무시지 그러셨어요.” 하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조진숙은 손을 들어 하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너희가 안 들어오면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하연은 그녀의 팔짱을 끼며 더 애교를 부렸다. “이모가 이렇게 저희를 걱정해주니까, 너무 좋아요!” 조진숙은 하연의 손등을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오늘은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린 거야.” 상혁은 소파의 다른 쪽에 앉아 조진숙의 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하연과 눈빛을 교환한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모,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조진숙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네 동건이 삼촌이 송혜선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것뿐이야.” 이 말은 마치 고요한 연못에 큰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분위기를 흔들었다. 상혁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조진숙이 그를 불러 세웠다. “상혁아, 흥분하지 마라.”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눈빛을 깊게 내리깔았다. “가서 직접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그럴 필요 없어.” 조진숙이 단호히 말하며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고, 마치 이번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아들아,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다.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함께 사는 건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은 그런 장난스러운 일은 아니잖아. 네 아버지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6화 오직 하나의 타이틀

    “이 말은...?” “회장님, 저랑 결혼해주실 수 있어요?” ... 카페에서. 부동건은 카페에서 오래 시간 조진숙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진숙이 마침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동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가방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조진숙은 능숙하게 피해버렸다. “말해봐. 이렇게 급하게 나를 부른 이유가 뭐죠?” 부동건은 조진숙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짓으로 직원을 불렀다. “블루마운틴 한 잔, 반 설탕으로.” 조진숙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꼬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내 취향을 기억하다니 의외네요.” 부동건은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도 한때 부부였잖아, 결국엔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거지.” 조진숙은 무심한 태도로 대꾸했다. “‘잘못했다’라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어. 다른 표현은 없어?” “알겠어.” 부동건은 커피를 젓는 스푼을 천천히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사는 이미 상혁이한테 넘겼어.” “응, 들었어.”조진숙은 가볍게 대답했고, 목소리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톤이었다. “상혁이는 신중하고 믿음직스러워. 회사를 맡기기에 더없이 적합한 사람이야. 앞으로 상혁이하고 하연이는 그 얘들 둘은 함께 안정된 삶을 살게 될 거야.” “너도 알다시피, 하연이는 말 안 해도 좋은 아이라는 걸 당신도 알잖아. 하연이가 상혁이 곁에 있는 한, 상혁이는 하연이로 인해 고통받는 일은 없을 거야.” 조진숙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듯했다. “오늘 나를 부른 이유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어?” “아니야.” 부동건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혼 후 두 사람이 이렇게 함께 앉아 대화하는 시간은 정말로 드물었다. 부동건은 오늘따라 조진숙을 천천히, 자세히 바라보았다. 세월은 참으로 잔인한 것이었다. 수많은 세월 속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5화 우리 사이에 뭘 숨기겠어?

    송혜선은 태동이 불안해졌지만, 병원에 제때 도착한 덕분에 큰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병실에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조봉규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병실로 돌아오자, 송혜선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혜선아, 의사가 말했잖아. 임신 기간은 많이 지나서 안정기에 들었지만 그래도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한다고 지금처럼 자극을 받으면 쉽게 자궁 수축이 일어나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봉규의 말에 송혜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대신 천천히 물었다. “그 사람... 아직 안 왔어?” 그녀가 말한 ‘그 사람’이란 당연히 부동건을 뜻했다. 조봉규는 안경을 고쳐 쓰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빠르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연락했으니까, 곧 도착할 거야.” 송혜선은 그 말을 듣고서야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이번에 남준이가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그 사람 때문이야. 그러니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겠지...” 그녀는 손을 천천히 배 위로 가져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부동건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실 문 너머로 송혜선이 몰래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한걸음에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다급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괜찮아?” 하지만 송혜선은 몸을 돌려 등을 돌렸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부동건은 다급해지면서 그녀 앞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대답 좀 해봐.” 옆에 있던 조봉규가 상황을 대신 설명했다. “회장님, 사모님께서 자극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부동건은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자극?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순간, 송혜선은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흐르고 있지만,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당신이 제일 잘 알지 않나요?” 부동건은 어리둥절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자 송혜선은 참아왔던 말을 모두 쏟아냈다. “뭐긴 뭐겠어요! 내가 다 들었어요. 이사회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4화 남준이가 졌다고?

    떠나기 전, 부동건은 마지막으로 남준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비록 너를 본사에 남기지는 않았지만, 동남아 지사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남준아, 이 기회를 잘 살려 내가 기울인 정성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이사들이 하나둘씩 회의실을 떠났다. 순식간에 넓은 회의실에는 상혁과 남준 단둘만 남게 되었고,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준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이겼네요, 형님.”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옷깃을 정리하며 말했다. “결국 그렇게 말할 거면서 원래부터 누구의 것이었는지, 오늘로 분명해졌을 뿐이다.” 남준은 코웃음을 치며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대꾸했다. “형님 말씀이 맞아요. 승패는 병가상사일 뿐, 그저 순간의 결과에 불과하겠지요.” 상혁은 미소를 머금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동남아 시장은 기회의 땅이지. 남준아, 이 기회를 잘 활용해라. 너의 전임자였던 정규인의 사례처럼 성급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상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참, 깜빡할 뻔했네. 정규인의 사건이 곧 재판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남준의 얼굴에는 잠시 놀란 기색이 스쳤다. ‘이렇게 빨리?’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남준은 곧 평정을 찾으려 애썼다. 상혁은 남준의 속내를 꿰뚫은 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규인의 입은 아직 단단히 닫혀 있지. 지금까지는 별다른 중요한 정보는 불지 않았다고 하던데. 하지만...” “하지만 뭐 말입니까?” 남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급히 물었다. “형님, 말씀은 끝까지 하셔야죠.” 상혁은 몇 걸음을 걸어 남준의 바로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낮췄다. “고경수는 제법 많은 걸 실토했다고 하던데. 정규인은 거의 감옥에서 나올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정규인의 아내가 뭔가 중요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하고... 그게 네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3화 결정

    부동건과 부남준의 대립을 본 이사회 임원들은 공기의 분위기를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부동건의 목소리가 임원들을 붙잡았다.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분들입니다. 굳이 자리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동건의 한 마디에, 임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부동건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온몸에 깊은 회한과 슬픔을 내비쳤다. 부씨 가문 형제가 서로 다투는 모습은 부동건이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이미 이렇게 된 김에, 오늘 여러분께 제 마음속에 있는 말 몇 마디 전하고자 합니다.” “회장님,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우리는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장 이사가 먼저 나서서 지지를 표명하자, 다른 이사들도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DL그룹이 누구에게 넘어가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입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이사회의 임원들은 이제 그의 뜻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좋습니다. 제가 여기서 다시 한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동건은 주석 자리에 앉아,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남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항상 두 형제가 화합하고 협력하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 꿈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부동건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고요한 숨을 내쉬었다. 이내 시선을 돌려 상혁을 바라보았다.상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은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냉담한 태도를 풍기고 있었다. “동남아 시장에서 남준이가 해낸 일은 정말로 훌륭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장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킨 공로는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남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진수용이 타이밍 좋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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