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랭킹 4위는 취설검, 소유자는 홍흥조.” “신병 랭킹 5위는 패왕도, 소유자는 소명.” “신병 랭킹 6위는 추성검, 소유자는 한서.” “신병 랭킹 7위는 천뢰도, 소유자는 진무열.” “신병 랭킹 8위는 황천검, 소유자는 홍군림.” “신병 랭킹 9위는 창궁검, 소유자는 유장혁.” “신병 랭킹 10위는 폭우이화침, 소유자는 당흠.” 이청성은 신병 랭킹의 순위를 차례로 읊으며 그에 관련된 정보를 전달했다. 신병 랭킹에는 신병의 이름뿐 아니라 그 소유자의 정보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신병 랭킹 상위 10위에 두 자루나 이름을 올리다니, 이게 기쁠 일인지 걱정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군.” 유진우는 리스트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병 랭킹에 오른다는 건 겉으로는 영광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동시에 커다란 위험을 동반한다. 이른바 ‘옥이 무거우면 지키는 자가 고생한다’는 말처럼 신병을 손에 넣은 이상 이를 지킬 만한 강한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지의 고수들이 신병을 노리고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두 자루나 가졌으니 속으로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청성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무도 고수들이 제대로 된 병기를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혼자서 두 자루를 차지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부러워할지 상상이 가네요.” “저는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신병 랭킹이 발표된 이상 앞으로 제 무기를 노리는 고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겠군요. 일일이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유진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청성은 웃으며 대꾸했다. “사람들이 당신의 검을 빼앗으려면 먼저 자신의 실력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만 잃게 될 테니 그런 멍청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오호? 무슨 뜻이죠?” 유진우는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 알게 될 겁니다. 이제 나머지 두 개의 리스트를 들려줄게요.” 이청성
“어쨌든 이 진무열이 천교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라면 분명 비범한 능력을 가졌을 겁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보세요. 그래도 친척이잖아요.” 이청성은 반쯤 농담 식으로 말했다. “적일지 아군일지 아직 모릅니다. 난 진씨 가문에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어요.”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온화하고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진씨 가문에 의해 가문을 떠나야만 했고 이후 한 번도 그곳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진씨 가문이 결코 좋은 집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진무열이 어떻든 유진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물론 진씨 가문이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공주님은 그 정도 실력을 가졌으니 천교 랭킹에도 올라야 정상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름이 없죠?” 유진우가 문득 물었다. “이건 무림인들의 세계의 순위표예요. 황실 인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천기각이 아무리 강력한 정보기관이라 해도 모든 걸 완벽히 알 수는 없어요. 이 순위표는 단지 참고용일뿐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용국은 땅이 넓고 숨은 고수들이 많으니 우리가 모르는 곳에 더 강한 인물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건 맞는 말이네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고 사람 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법. 천교 랭킹에 들지 않은 강자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마지막 순위표를 발표할게요. 이번에는 경천 랭킹입니다.” 이청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경천 랭킹은 용국 최정상 강자들의 순위표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각 지역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경천 랭킹 1위는 여전히 변함없는 존재, 용호산의 장선기입니다.” “그리고 2위와 3위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호룡각 각주 이원무와 서경검선 백준이 차지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2위가 검종의 종주, 홍흥조예요.” “3위는 천하회의 종주, 소
“일리가 있네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경천 랭킹은 큰 변동이 있었어요. 이원무와 백준이 연이어 죽고 반유림은 행방불명이며 부규환은 한 칼에 쓰러졌죠. 작년 톱10 중 4명이 사라졌으니 정말 큰 손실이에요. 다행히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해 공백을 메웠어요. 정말 ‘강산은 인재가 계속 이어지고 신세대가 구세대를 대체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이청성은 감탄하며 말했다. “새로 순위에 오른 이들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유진우는 갑자기 물었다. “5위, 채원진, 호룡각의 신임 각주죠. 이 사람은 아바마마께서도 전에 당신에게 언급하셨던 인물이에요. 송원호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 중이에요. 이원무가 죽으면서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거죠.” 이청성이 대답했다. “채원진이란 사람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예전에는 경천 랭킹에 없었는데 이원무가 죽자마자 순위에 올랐고 그것도 그렇게 높은 위치인가요?” 유진우는 약간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게 말이죠. 채원진이라는 사람은 아주 깊이 숨어 있던 인물이에요. 이원무가 억누르고 있던 시절에는 채원진의 존재를 눈치챌 수 없었죠. 하지만 이원무가 죽고 나서 채원진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엄청난 수단으로 호룡각 잔당들을 정리했어요. 그러면서 천기각이 그제야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5위라는 평가는 보수적인 것이고 그의 실제 실력은 삼대파의 종주들과 견줄 만하다는 평이 많아요.” 이청성의 말투는 점점 진지해졌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군요?”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경천 랭킹의 강자는 순위마다 큰 격차가 있었다. 예전에 백준은 혼자서도 경천 랭킹 강자 3명과 싸워 완벽히 우위를 점했으니 말이다. 또한 자신이 부규환과 싸웠을 때 서로 막상막하였고 술법을 써야 겨우 승리했었다. 그렇다면 부규환보다 더 상위에 있는 채원진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와 맞닥뜨린다면 이길 수 있을지는커녕 목숨을 건지는 것조차 어려울 수도 있었다. “호룡각 부각
서경 왕성.유진우와 이청성은 비행기에서 내려 조용히 승합차에 올랐다. 그들은 매우 신중하게 행동했으며 아무의 주목도 받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두 사람만이 함께 떠난 것으로 그들의 밀사와 근위병은 이미 전날 밤에 서경에 도착해 있었다. 이렇게 하니 더욱 은밀하고 안전했다. 차 안에서 이청성은 창문 너머로 번화한 거리를 바라보며 새로운 것들에 흥미를 느꼈다. 연경의 번잡함과 비교하면 서경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역 풍경이든, 문화든, 연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평소 연경을 떠날 일이 거의 없었던 이청성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서경이 이렇게 많이 변했을 줄은 몰랐어요. 어렸을 때 이곳에 왔을 땐 대부분 낮은 건물들뿐이었는데 십여 년 만에 연경 못지않게 번화해졌네요.” 이청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그러게요. 서경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이제는 저조차도 길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에게 모든 것이 이미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왕부에 돌아가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당신 아버지는 정말 위대한 분이에요.” 이청성은 감동한 듯 말했다. “아바마마께 들었는데 20여 년 전 서경은 아직도 황폐하고 끊임없는 전쟁이 이어지는 곳이었다고 해요. 백성들은 고통 속에 살아갔고 정말 메마른 땅에 굶주린 시체가 들판을 덮은 그런 상태였죠.” 그런데 서경왕 유만수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유만수는 연경의 명문가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군사적 재능을 보였다. 군에 입대한 후에는 연전연승하며 많은 공을 세웠고 당시 그는 ‘세상에 비할 자 없는 명장’으로 불렸다. 어린 나이에 후작이 되고 장군의 자리에 올랐으니 정말 대단한 영광이었다. 모두가 유만수가 연경에 돌아가 발전하면 ‘천하의 권력을 쥔 이인자’가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결정을 내렸다. 바로 서경에 정착해 국경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다.
유씨 가문 묘원, 일명 왕씨 가문 묘원은 약 800묘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묘원 내부는 경치가 아름답고 나무들이 우거져 있으며 널찍한 도로와 다양한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묘원 곳곳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사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꽃바다가 펼쳐지고 여름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 흩날리며 감탄을 자아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쌓여 은빛으로 뒤덮인다. 유씨 가문 묘원은 개방형으로 유씨 가문의 자손들뿐만 아니라 서경을 위해 공헌한 많은 장병들도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매년 추모 기간 때마다 묘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떤 사람들은 고인의 묘를 참배하러, 또 어떤 이들은 순국열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서경 사람들은 이 점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은 현재 누리고 있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 모두 순국열사들이 목숨을 바쳐 쟁취한 결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시간 후, 유진우와 이청성은 차를 타고 유씨 가문 묘원의 정문에 도착했다.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은 간단히 변장을 했다. 이청성은 섬유 재질의 인조 얼굴 가면을 쓰고 평범한 얼굴로 변장했다. 이는 사전에 준비한 것이었다. 서경에 도착해 종일 망사 모자나 베일을 쓰고 다닐 수는 없었기에 오히려 주목을 끌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청성은 평범한 얼굴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매와 기품은 여전히 돋보였다. 묘원 안을 걷는 동안 그녀를 힐끗거리는 남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연지 랭킹 1위의 무게감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유진우는 기억을 더듬으며 묘원의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억이 맞는다면 어머니의 묘는 묘원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고 비교적 한적한 곳이었다. 약 10분 정도 걸었을 때, 유진우는 드디어 진왕비의 묘를 찾아냈다. 다른 묘소에 비해 진왕비의 묘는 훨
유진우는 어머니의 비석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올렸다.어머니를 살해한 주범 이원무는 살해되였고 호룡각도 무너졌으니 이젠 채원진과 사철수 일행만 남았다.이 사람들만 없애면 어머니의 피맺힌 원수는 완전히 갚을 수 있다.“어머니, 너무 보고 싶어요!”유진우는 눈앞의 비석을 바라보면서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유진우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일 년 내내 나랏일에만 힘쓰시며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으셨고 어머니 혼자 고생스럽게 자신을 키우셨다.어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엄하게 다스린 탓에 반항심이 생겨 걸핏하면 엉덩이를 몇 대씩 더 맞곤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고된 마음을 이해 할수 있었다.유진우는 서경 세자로서 어려서부터 부유했고 만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이런 환경에서 어머니가 잘 가르치지 않았다면 그는 남을 쉽게 깔보는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을 것이다.유진우의 오늘이 있게 된 것은 모두 어머니가 정성껏 길러주신 덕분이다.무술이든 군사든 의약이든 아니면 기이한 비술이든 모두 어머니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다.어머니는 그에게 생명을 줬을 뿐만 아니라 장래의 모든 길을 열어 주셨다.“휴...”슬픔에 젖어 있는 유진우를 보며 이청성은 한숨을 내쉬며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그녀는 두 모자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을거로 생각했다.한 시간 뒤, 유진우는 하소연을 마치고 어머니의 비석 앞에서 정중하게 세 번 절을 한 후 일어섰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커다란 묘지에는 몇몇 사람들이 간혹 슬피 통곡하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도 없었다.“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유진우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청성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진 왕비의 인품을 항상 매우 탄복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그녀의 수상을 보게 된 것도 저의 영광이에요.”이청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우리 일단 쉴 곳이라도 찾아봐요.”유진우는 어머니의 말이 나오면 더 슬퍼질까 봐 다시 말을 돌렸다.“제가
“어?”의외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비석을 다시 똑똑히 쳐다본 유진우는 이 비석의 주인이 뜻밖에도 자신이랑 친분 있는 당시 흑용군의 선봉에 섰던 유림 부 장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선봉군은 모두 신중하게 고른 실력 있는 사람들로 부 장군까지 될 수 있었다는 건 그 누구보다 더 우수했을 것이다.유진우의 기억 속에 부 장군 유림은 천성적으로 신력을 가진 사람으로 전쟁터에서 매우 사납고 흉악했으며 무수한 적을 죽여 일생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었다.유림 장군은 또한 자신의 아버지 유만수를 위해 서경을 평정시키고 적들을 방어하는데 큰공을 세웠었고 희생된 후에도 관직이 바로 한 계급 올라 선봉군 주 장군으로 바뀌었다.그리하여 장례식도 매우 성대하게 치렀고 후손들은 덕분에 각종 우대를 받으며 생활했다.‘이대로라면 유림 장군의 후손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처참해진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유진우는 혼자 생각하다 천천히 젊은 남자한테로 다가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려 했다.“누구냐!”젊은 남자는 인기척을 눈치챈 듯 살짝 경계하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긴장하지 말아요. 우리도 당신처럼 가족한테 제사를 지내러 왔어요.”경계심이 가득한 남자를 본 유진우는 급하게 대답했다.“가족한테 제사 지내러 오셨다고요?”젊은 남자는 아래위로 훑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경계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네, 저희도 방금 제사가 끝나고 돌아가려던 찰나 너무 슬피 우시길래 걱정되어 찾아왔어요.”“죄송해요. 방금 제가 감정이 조금 격했어요. 두 분이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라요.”유진우의 걱정 어린 말투에 젊은 남자는 그제야 사과의 말을 전했다.“괜찮아요. 저희도 다 이해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르고 있었다는 듯 눈앞의 비석을 쳐다보며 놀란 어조로 물었다.“어머! 여기는 위대한 유림 장군님의 묘지가 아니에요? 설마 귀하께서는 유 장군님의 후손이신가요?”“네, 제 이름은 유성이고 유림 장군은 바로 저희 아버지예요
“제가 이길 수 없어도 서경에는 왕이 계시잖아요. 그들의 세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왕보다 더 강할까요?”“이보게 친구,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들이 아니에요. 그 악당들의 아버지들은 전부 지위가 높은 사람들로 유명하며 대부분 서경 황족과 친분이 두텁고 개인적인 금융거래도 엉켜있어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유성은 울먹이면서 말했다.“이런 벌레 같은 놈들을 설마 어르신도 상관하지 않는다고요?”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르신 인품으로 보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절대 가만히 있었을 수 없었을 것이다.“어르신께서 처리해야 될 일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찌 이런 작은 일까지 일일이 신경 써주시겠어요. 게다가 그 나쁜 관리자 놈들이 이런 추악한 일들이 생겨도 말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입막음했으니, 어르신께서는 절대 알 리도 없고 우리를 위해 정의를 밝혀줄 기회도 없었어요.”유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서경이 이 정도로 난잡해졌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유진우는 서경에서 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집안의 세자로서 시민들이 이런 압박을 받고 있으면서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분노가 차올라 낯색이 어두워졌다.게다가 장군의 아들인 유성마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일반 시민들은 또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지금의 서경은 겉보기엔 번화한 것 같지만, 인성은 예전 같지가 않아요. 어르신도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몸이 예전보다 못해지다 보니 많은 일들을 직접 처리할 수 없기에 관리자들에게 기회를 주어 처리하게 하는데 그들 또한 이런 추악한 일들은 어르신께 보고 없이 내부에서 숨기고 있어서 우리한텐 이런 불공평한 일들은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에요.”유성은 실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일들은 금시초문이에요. 이젠 제가 알았으니 절대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저한테 말만 해주시면 제가 반드시 되돌려 놓을 거예요.”유진우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