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
엘리베이터 안.유진우는 낙담한 눈길로 가슴팍의 옥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진작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혼하니 좀처럼 기분이 후련하지 못했다.그가 바라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뿐이었다.다만 이제야 알게 됐다.소소함도 죄라는 것을.소소한 행복에 흠뻑 빠진 3년이란 세월, 이젠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띠리링...”한창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능 상회의 안병서예요. 오늘이 진우 씨와 청아 씨의 결혼기념일이라면서요. 제가 특별히 두 분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언제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고마워요, 병서 씨 마음만 잘 받을게요. 앞으론 이런 거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안병서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회장님, 또 다른 용건 남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그게 사실... 대표님께 부탁드릴 사연이 하나 있어서요.”안병서가 어색한 듯 마른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요즘 이상한 병에 걸려서 온갖 명의를 수소문해 봐도 치료가 잘 안돼서요. 실례지만 진우 씨가 한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회장님도 제 룰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물론이죠! 빈손으로 감히 부탁을 청하겠나요. 제 친구 집에 마침 진우 씨가 원하던 용심초가 하나 있어요. 도와만 주신다면 이 희귀한 약재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안병서가 대답했다.“진짜예요?”유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니까요!”“좋아요, 그럼 직접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가 바로 허락했다.그는 돈과 보석 따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지만 일부 희귀한 약재는 꿈에도 오매불망 그릴 정도였다.왜냐하면 그것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고마워요, 진우 씨. 지금 바로 분부해서 진우 씨 모시러 가겠습니다!”안병서가 한시름 놓인 듯 웃으며 말했다.강
“꺼져!” 간결한 이 두 글자에 장경화는 겁에 질려버렸다.평소 한없이 자상하고 늘 웃기만 하던 유진우가 화를 내니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그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사람 살려요! 구해주세요!”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곧이어 청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와르르 몰려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시죠?”그중 경호 대장이 장경화를 알아보고는 곧장 그녀를 편들었다.“유성빈, 당장 저 녀석 끌어내!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경화가 강경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그룹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경호 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뭇사람들이 청성 그룹 앞에 몰려들었다.이건 대표님 어머님께 잘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표현만 잘하면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며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해 인생의 절정에 오를 천재일우의 기회였다.“뭘 보고 있어? 당장 제압하란 말이야!”경호 대장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누가 손대려고?!”이때 실버 롱드레스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경호원을 몇 명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왔다.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새빨간 립스틱에서 요염한 풍채가 한껏 드러났고 살짝 눈웃음 지으니 고혹한 자태에 저도 몰래 스며들 것 같았다.그녀는 요정처럼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와, 너무 예뻐!”한 무리 경호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눈앞의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 따로 없었다!“유진우 씨, 괜찮으시죠?”그 여인은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마다한 채 곧게 유진우 앞으로 다가왔다.“네? 누구시죠?”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의 눈가에 어렸던 표독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선미라고 해요. 안 회장님의 소개로 왔어요.”그 여자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순간 한 무리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선미? 설마 그 조씨 일가의 따님 조선미를 말하는 거야?
“엄마, 일단 현이 데리고 병원부터 가요.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몇 초 동안 고민한 후 이청아가 끝내 마음을 정했다.“청아야, 현이가 당한 굴욕 반드시 갚아야 해. 절대 그놈 봐주지 마!”장경화가 표독스럽게 말했다.“걱정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해요.”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두 경호원에게 장경화와 이현을 병원으로 실어 가라고 분부했다.“장 비서는 이번 일 어떻게 생각해?”이청아는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대표님, 보다시피 유진우 씨가 먼저 이현 씨를 때렸어요. 방금 경호원들도 다 봤다잖아요.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장 비서가 대답했다.“다만 우리 엄마의 입방정이...”이청아는 말을 잇지 않았다.엄마의 표독스러움과 동생의 막무가내가 어느 지경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어쨌거나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에요!”장 비서가 진지하게 말했다.“정말 무슨 오해가 있더라도 대화로 풀어야 하잖아요? 게다가 이현 씨는 대표님 친동생인데 이 지경으로 때렸다는 것은 대표님이 전혀 안중에 없다는 뜻이에요. 이 점만으로 유진우 씨가 얼마나 저질스러운 사람인지 충분히 증명되지 않나요?”이청아는 미간을 구기고 의심의 골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래, 엄마와 현이가 아무리 표독스럽고 막무가내여도 손을 대는 건 잘못이야. 게다가 이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전에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졌어, 내가. 인제 보니 이혼은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선택이야.’“대표님, 이번 일은 이대로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야 해요!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 유진우 씨는 무조건 대가를 치러야 해요!”장 비서가 차갑게 말했다.안 그래도 심란했던 이청아는 이 말을 듣자 화가 울컥 치밀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도로를 질주하는 실버 벤틀리 안에서.유진우는 휴대폰에 뜬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미간을 살짝 구겼다.다만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유진우, 나한테 해명할 거 없어?”이청아가 다짜고
“어떻게 알았어요?”조아영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벌게진 얼굴로 물었다.창피함도 있지만 그녀를 더 놀라게 한 건 상대가 이토록 정확하게 증상을 집어냈다는 것이었다.편두통에 생리 불규칙까지, 게다가 배탈이 난 것도 바로 알아채다니.‘너무 신기해! 설마 헛짚은 건 아니겠지?’“한의학은 자고로 견문을 중시해요.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병명을 충분히 보아낼 수 있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어때, 아영아, 이젠 믿을 만해?”조선미가 가볍게 웃었다.그녀도 속으로 한숨을 돌리며 상대가 정말 실력 있는 의사란 걸 믿게 됐다.“쳇! 그냥 한번 얻어걸렸을 뿐이야. 뭐 대단한 거 있다고!”조아영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진우 씨, 얘가 말만 못되게 굴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조선미가 미안한 듯 유진우에게 사과했다.“괜찮아요. 일단 병부터 보죠.”유진우도 썩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그는 어르신 앞에 다가가 자세히 훑어보더니 대충 짐작이 갔다.어르신은 중독되었는데 일반 독성이 아니었다.다행히 제때 발견하여 구급했으니 망정이지 두 날만 더 미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선미 씨, 은침 한 세트 사 오실래요?”유진우가 말했다.“네, 바로 사 올게요.”조선미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 한 명이 발 빠르게 나갔다.5분도 채 안 돼 경호원이 은침 한 세트를 들고 왔다.“고마워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르신의 옷부터 벗겼다.그는 둘째 손가락을 내밀어 어르신의 복부를 두드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은침을 꺼내 한 개씩 그 위에 찔렀다.그는 가벼우면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침을 놨다.잔잔한 수면을 가볍게 찌르듯 행동이 너무 날렵하여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참 대단한 침법이네요!”이 광경을 본 조선미가 속으로 감탄했다.그는 비록 의술을 잘 모르지만 국내의 몇몇 유명한 신의를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도 침술만큼은 유진우의 노련하고 정확한 손놀림을 따라오지 못한다.이는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된 노력
“이런 폐인 따위가!”조선미는 울화가 치밀어 장 교수의 멱살을 잡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게 내가 침을 빼지 말랬잖아. 기어코 빼더니 끝내 이 사달을 내! 너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아니요, 이건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도 최선을 다했다고요.”장 교수가 고개를 내저으며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아참, 그 돌팔이 때문이에요. 그 돌팔이가 함부로 침을 놔서 어르신을 해쳤어요!”“찰싹!”조선미는 장 교수의 뺨을 한 대 갈겼다.“X발, 개 같은 놈! 본인이 멍청한 것도 모르고 남 탓하려고 해? 경고하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가만 안 둬! 껍질을 다 발라버릴 거야!”장 교수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조씨 일가의 실력으로 그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무슨 일이죠?”바로 이때 유진우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다만 그는 안색이 어둡고 입과 코에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어르신을 보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침을 빼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듣는 건데!”유진우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진우 씨, 아까는...”조선미가 해명하기도 전에 장 교수가 불쑥 앞으로 다가오더니 유진우의 멱살을 잡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너였어? 야 이 자식아, 그렇게 침을 놓으면 어떡해! 네가 함부로 치료한 탓에 어르신이 위태로워진 거야, 알아? 네가 어떻게 책임질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드디어 죄를 뒤집어쓸 자가 나타났으니 장영호는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보아하니 당신이 침을 뺐겠네?”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나다. 어쩔래?”“아니야, 아무것도. 그저 당신같이 능력 없고 책임을 회피할 줄밖에 모르는 뻔뻔스러운 인간들이 대체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몹시 궁금했거든!”“너...”“그 입 닥쳐!”조선미가 장 교수를 밀치고는 재빨리 유진우를 병상 옆으로 끌고 갔다.“진우 씨, 지금 상황이 위급해요. 어서 할아버지부터 구해주세요!”“선미 씨, 이 녀석은 돌팔이라 아무 실력 없어요.
“깼어, 정말 깼다고?!”갑자기 깨어난 조 어르신을 보며 모두가 다시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기기의 각종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 걸 확인하자 입이 쩍 벌어졌다.전문 의료진도 속수무책이었던 난치병을 젊은 의사가 치료하다니, 이는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우와! 할아버지 드디어 깨셨네요!”어르신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조아영은 기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줄곧 조마조마해하던 조선미도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진우 씨, 이 은혜를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네요. 앞으로 진우 씨를 저희 가문의 손님으로 극진히 모시겠습니다!”그녀는 정중하게 허리 숙여 경례를 올렸다.“아닙니다, 선미 씨. 뭐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그의 겸손한 말투가 장 교수에겐 가시처럼 콕콕 박혔다.그들이 갖은 심혈을 기울여도 치료하지 못한 병을 상대는 정작 별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이보다 수치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이봐요, 거기! 지네는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할아버지 몸속에 왜 그딴 게 들어있냐고요?”조아영이 불쑥 물었다.“이건 보통 지네가 아니라 인공 재배한 독충이에요.”유진우가 문득 어르신께 물었다.“어르신 혹시 최근에 외지에 다녀오시지 않았나요? 혹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었다던가요.”“맞아요. 며칠 전에 서울에 있는 연회에 참가했다가 술도 조금 마셨어요.”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제 예상이 맞는다면 누군가가 어르신께 독충을 탄 것 같아요.”유진우의 말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독충을 탔다고요?”어르신도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다른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어찌 됐든 그의 말이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니까.“헛소리 그만 지껄여! 독충을 타다니?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내가 볼 때 어르신은 지네 알을 잘못 드신 게 틀림없어!”장 교수가 입을 나불거렸다.“장 교수라고 했나? 한 가지만 물을게. 일반적인 지네 알이 인간의 체내에서 생존할 수 있어? 무식한 건 죄
그 시각, 도로를 달리는 실버색 벤틀리 안에서.“진우 씨, 할아버지를 구해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저희 가문의 청룡 카드를 드립니다. 달갑게 받아주세요.”조선미가 금테를 두른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진우 씨는 앞으로 우리 가문의 귀빈이 되실 겁니다. 조신 그룹 산하의 모든 산업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요.”“선미 씨,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에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그냥 저의 소소한 마음이에요. 안 회장이 말씀하신 용심초는 내일 바로 분부해서 댁으로 가져다드릴 겁니다.”조선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미 씨, 역시 통쾌하시네요. 그럼 넙죽 잘 받겠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청룡 카드를 건네받았다.조선미가 선뜻 내민 물건은 절대 초라한 물건이 아닐 것이다.“끼익!”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기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길옆에 세웠다.“죄송해요, 대표님. 그 사람들이 저를 협박했어요!”기사는 뜬금없이 이 한마디만 남긴 채 부랴부랴 도망쳤다.그와 동시에 검은색 대포차 두 대가 갑자기 나타나 앞뒤로 벤틀리를 막아버렸다.이어서 차 문이 열리고 얼굴을 가린 채 손에 몽둥이를 든 십여 명의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뛰어왔다.맨 앞장선 사람은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였다.“조선미 씨, 저희 사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함께 가시죠.”대머리 남자가 칼을 들고 한쪽 발로 차 덮개를 디디며 말했다."간이 단단히 부은 모양이네. 지금 감히 내 차를 막은 거야?"조선미는 당황해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경호원들이 전부 옆에 있으면 저희도 감히 나서지 못하겠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전부 병원에서 조 어르신을 경호하고 있네요. 옆엔 고작 앳된 남자만 한 명 데리고 있으니 이런 절호의 기회를 우리가 놓칠 리가 있겠어요?”대머리 남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생각보다 머리는 좀 쓰네. 내 기사를 매수할 줄도 알고 말이야. 하지만 나 진짜 너무 궁금
“어쨌든 이 진무열이 천교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라면 분명 비범한 능력을 가졌을 겁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보세요. 그래도 친척이잖아요.” 이청성은 반쯤 농담 식으로 말했다. “적일지 아군일지 아직 모릅니다. 난 진씨 가문에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어요.”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온화하고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진씨 가문에 의해 가문을 떠나야만 했고 이후 한 번도 그곳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진씨 가문이 결코 좋은 집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진무열이 어떻든 유진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물론 진씨 가문이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공주님은 그 정도 실력을 가졌으니 천교 랭킹에도 올라야 정상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름이 없죠?” 유진우가 문득 물었다. “이건 무림인들의 세계의 순위표예요. 황실 인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천기각이 아무리 강력한 정보기관이라 해도 모든 걸 완벽히 알 수는 없어요. 이 순위표는 단지 참고용일뿐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용국은 땅이 넓고 숨은 고수들이 많으니 우리가 모르는 곳에 더 강한 인물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건 맞는 말이네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고 사람 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법. 천교 랭킹에 들지 않은 강자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마지막 순위표를 발표할게요. 이번에는 경천 랭킹입니다.” 이청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경천 랭킹은 용국 최정상 강자들의 순위표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각 지역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경천 랭킹 1위는 여전히 변함없는 존재, 용호산의 장선기입니다.” “그리고 2위와 3위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호룡각 각주 이원무와 서경검선 백준이 차지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2위가 검종의 종주, 홍흥조예요.” “3위는 천하회의 종주, 소
“신병 랭킹 4위는 취설검, 소유자는 홍흥조.” “신병 랭킹 5위는 패왕도, 소유자는 소명.” “신병 랭킹 6위는 추성검, 소유자는 한서.” “신병 랭킹 7위는 천뢰도, 소유자는 진무열.” “신병 랭킹 8위는 황천검, 소유자는 홍군림.” “신병 랭킹 9위는 창궁검, 소유자는 유장혁.” “신병 랭킹 10위는 폭우이화침, 소유자는 당흠.” 이청성은 신병 랭킹의 순위를 차례로 읊으며 그에 관련된 정보를 전달했다. 신병 랭킹에는 신병의 이름뿐 아니라 그 소유자의 정보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신병 랭킹 상위 10위에 두 자루나 이름을 올리다니, 이게 기쁠 일인지 걱정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군.” 유진우는 리스트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병 랭킹에 오른다는 건 겉으로는 영광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동시에 커다란 위험을 동반한다. 이른바 ‘옥이 무거우면 지키는 자가 고생한다’는 말처럼 신병을 손에 넣은 이상 이를 지킬 만한 강한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지의 고수들이 신병을 노리고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두 자루나 가졌으니 속으로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청성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무도 고수들이 제대로 된 병기를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혼자서 두 자루를 차지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부러워할지 상상이 가네요.” “저는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신병 랭킹이 발표된 이상 앞으로 제 무기를 노리는 고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겠군요. 일일이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유진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청성은 웃으며 대꾸했다. “사람들이 당신의 검을 빼앗으려면 먼저 자신의 실력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만 잃게 될 테니 그런 멍청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오호? 무슨 뜻이죠?” 유진우는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 알게 될 겁니다. 이제 나머지 두 개의 리스트를 들려줄게요.” 이청성
“당신이?” 유진우는 놀란 눈으로 이청성을 바라보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공주 전하, 당신은 귀족 중의 귀족이고 신분이 고귀합니다.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당신을 끌어들일 순 없습니다.” “뭐죠?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순간, 날카로운 백색 강기가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와 창문을 뚫고 날아가더니 정원에 있는 바위산을 강타했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위산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마스터 강기?” 유진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당신이 무도 마스터란 말입니까?” 여성이 무도를 수련하는 것은 남성보다 훨씬 어렵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마스터 경지에 이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유진우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해 보이는 이청성이 이미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 놀라운 점은 그와 오랫동안 함께 있었음에도 그녀의 정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여자는 정말 철저히 감추고 있었구나.’ “제 실력은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부담을 덜어줄 정도는 됩니다.” 이청성은 평온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당신이 남자였다면 황제 자리는 틀림없이 당신 것이었을 겁니다!” 유진우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친제감 사람들이 대체로 무력을 추구하지 않고 점복술, 기문둔갑에 더 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청성이 마스터 경지에 이를 정도로 무술에 능통하다면 그녀가 익힌 술법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녀가 이전에 사용했던 호신 부적만 보더라도 이는 명백했다. “빈말 그만하고요.” 이청성은 손을 흔들며 대화를 끊었다. “당신을 돕겠다고는 했지만 조건이 있어요.” “어떤 조건이죠?” 유진우가 물었다. “간단합니다. 저를 도와 용원의 기를 찾아주세요.” 이청성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물론 찾으면 공평하게 나누죠.”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도 아니면서 용원의 기는 왜 찾으려고 하는 겁니까?” 유진우
그 무엇보다도 배신이 가져온 심리적 충격이 가장 컸다. “유장혁 씨, 제가 한 가지 충고하겠어요.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크다고 하잖아요. 호룡각이 비록 큰 타격을 입었지만 남은 잔당들 역시 여전히 강력한 세력입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청성은 엄중한 말투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겁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혼수상태에 있던 이 사흘 동안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유진우가 다시 물었다. “당신 말에 생각난 게 있네요.” 이청성은 무언가 떠올린 듯 말했다. “황실 정보에 따르면 최근 호룡각 잔당들이 연경을 떠난 것 같아요. 그들이 운영하던 은밀한 사업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연경을 떠났다고요? 어디로 갔죠?” 유진우는 다급히 물었다.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판단해 보면 호룡각 잔당들은 서경으로 향한 것 같아요.” 이청성이 말했다. “서경?” 유진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설마 서경왕부를 노리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어요! 지금 바로 서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상처가 땅겨 아팠고 이내 숨을 들이켰다. “움직이지 말아요!” 이청성은 그의 어깨를 눌렀다. “지금 당신은 원기가 크게 손상됐고 관통상을 입었어요. 비록 제가 옥로고를 발라줬지만 완전히 회복하려면 며칠 더 쉬어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호룡각은 이미 준비를 마쳤을 테니 이번 서경행에는 큰 음모가 있을 거예요. 반드시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유진우는 단호히 말했다. “지금 당신 상태로 어떻게 막으려는 건가요?” 이청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채원진의 실력은 깊이를 알 수 없고 곁에는 강력한 고수들이 있어요. 당신이 전성기라 해도 그들을 막기 어렵겠죠. 지금처럼 부상 중인 상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유진우는 점차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의 상반신은 두꺼운 붕대로 감겨 있었고 팔다리는 무겁고 힘이 없었으며 숨결 또한 매우 약했다. “나 안 죽었나?” 유진우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방 안의 환경을 둘러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곳 같았다. “깨어났군요?” 이때, 이청성이 맑은 죽 한 그릇을 들고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다. “당신 부상이 심각했지만 기초 체력이 좋아 다행히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구했나요?” 유진우는 놀란 기색을 띠며 물었다. “그럼 누구겠어요?” 이청성은 담담히 대답했다. “전에 내가 준 호신 부적이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의 심맥을 지켜주고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어요. 덕분에 당신을 저승 문턱에서 끌어낼 수 있었죠.” “그 호신 부적에 그런 기적 같은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 귀한 물건, 혹시 남은 거 없나요? 두어 개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유진우는 뻔뻔스럽게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최근 그의 상황이 너무 위험했다. 강적을 만나지 않으면 가까운 주변에서 내통자가 나오기 일쑤였다. 며칠 만에 몇 번이나 생사를 오갔으니 목숨을 지킬 보물이 간절히 필요했다. “흥! 당신은 그걸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배추쯤으로 아는 건가요? 있다고 쉽게 줄 수 있는 물건인 줄 알아요?” 이청성은 짜증 섞인 말투로 답했다. “호신 부적 하나를 만들려면 제가 10년의 수명을 소모해야 해요. 게다가 호신 부적이 파괴되면 저도 그만큼 부상을 입어요. 지금껏 제 생에 단 두 사람에게만 호신 부적을 준 적 있습니다. 한 사람은 우리 아바마마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10년 수명을 소모한다고요? 그렇게 귀한 건가요?” 유진우는 깜짝 놀랐다. 수명을 대가로 만든 보물은 확실히 범상치 않았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매우 컸다. 특히 이처럼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소모품이라면 그 가치가 더욱 어마어마했다. “제가 농담하는 줄 알았어
놀랍게도 그는 바로 유진우에게 중상을 입은 사철수였다. “사 장로님, 부상당하셨습니까?” 용좌에 앉아 있던 가면을 쓴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한 음색이었다. “작은 부상입니다. 죽지는 않겠지요.” 사철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다시 또 기침하며 피를 토해냈다. “보아하니 꽤 심각한 것 같은데 이 약을 복용하십시오.” 가면을 쓴 남자가 갑자기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약이 공중으로 튀어 날아갔다. “감사합니다.” 사철수는 약을 재빨리 잡아들고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젖혀 그것을 삼켰다. 호룡각의 영단묘약은 엄청 귀중한 보물로 아무리 심각한 부상이라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영단묘약은 상층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송 어르신...” 사철수가 뭔가를 말하려던 찰나 가면을 쓴 남자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지금 저는 채 씨입니다. 저를 채 선생이라 부르든 채 각주라 부르세요. 과거의 이름은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채 각주.” 사철수는 몸을 낮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 장로님, 제가 맡긴 임무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가면을 쓴 채원진이 물었다. “유장혁의 심장을 칼로 찔렀습니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지금쯤 이미 죽었을 겁니다.” 사철수가 보고했다. “훌륭하네요!” 채원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 장로님, 또 한 건의 큰 공을 세우셨군요!” “채 각주, 당신이 시킨 대로 했으니 제 딸을 풀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철수는 간절히 부탁했다. 그가 여전히 호룡각의 명을 따르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딸 때문이었다. 그의 사랑하는 딸은 이미 호룡각에 의해 감금된 상태였다. 1년에 한 번밖에 얼굴을 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명령에 불복하거나 배반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그의 생명은 물론 딸 역시 끔찍한 고문과 굴욕을 겪게 될 터였다. 이것이 호룡각이 간첩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단순하고도 폭력적이며 매우
삼 분 후, 모든 호룡각의 킬러들은 이미 피를 뿌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피로 물든 유진우는 흔들리며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내면의 강력한 진기 역시 모두 사라지면서 그는 이제 거의 죽음에 가까웠다. 눈앞의 풍경은 점점 흐릿해지고 심장박동은 거의 멈춰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위험을 겪고도 결국엔 내가 내 사람의 손에 죽다니, 정말 웃기네.” 유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보며 두 손으로 칼을 움켜잡고 힘껏 뽑았다. 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죽을 때 칼이 몸에 꽂혀 있는 건 보기 싫었다. 칼을 빼자 유진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결국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이내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유진우가 쓰러질 때 그의 몸에 항상 지니고 있던 부적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금빛으로 변하며 유진우의 이마에 흡수되더니 사라졌다. 영혼 부적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안의 강력한 에너지가 유진우의 사지와 백골을 휘감으며 퍼졌다. 이전에 사철수가 뿌린 이상한 독은 이 에너지에 접촉하자마자 급속히 분해되었고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유진우의 내부 상처와 방금 뚫린 치명적인 칼자국도 이 에너지를 받고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 에너지 안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러 원래 생명을 잃었던 유진우를 천천히 죽음의 문턱에서부터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시각, 수십 리 떨어진 어느 비밀 저택에서 명상 중이던 이청성은 갑자기 몸이 움찔하더니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호신 부적이 손상된 건가?” 이청성은 이마를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수를 놓으며 계산을 했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얼굴이 크게 변했다. “큰일 났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이청성은 곧바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한 줄기의 빛으로 바뀌더니 황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이 시각, 호룡각의 비밀 기지 안에서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금색 의
이제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죽는 것뿐이었다. “응?” 유진우의 빠른 철권을 맞닥뜨린 사철수는 눈이 커지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철수의 두 팔이 그대로 부러졌고 그의 몸은 마치 자루처럼 10미터 정도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고 입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배신자!” 유진우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터뜨리며 계속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철수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두 손으로 인을 그렸고 발을 힘껏 구르자 갑자기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한 무더기의 옷만 남았다. 이건 분명히 기문둔술이었다. “와!” 사철수가 도망친 뒤 유진우는 거칠게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흔들리며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했다. 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몸은 독에 중독되었으며 가슴을 관통한 그 칼이 여전히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 유진우는 죽음 직전까지 다가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전하!” 손도운은 절망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우 형님!” 왕현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설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고 게다가 호룡각의 킬러들이 여전히 주변에 많았다. “왕현 씨! 손도운을 데리고 먼저 가요!” 유진우는 부서진 몸을 힘겹게 지탱하며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칼이 몸에서 뽑지 않는 한 대략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진우 형님! 그럼 형님은요?” 왕현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세 사람 중 유진우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수련이 깊으니 죽지 않아요.” 유진우는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만 떠들고 손도운 데리고 가요!” 왕현은 계속 말하려 했지만 유진우의 호통에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손도운을 부축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호룡각의 킬러들은 두 사람을 쫓지 않고 오히려 유진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두 명
유진우는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을 습격한 사철수를 보며 순간적으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의심해 왔다. 왕현, 유공권 등도 그중 하나였지만 유독 사철수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철수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왕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래서 그는 사철수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껴왔고 그랬기에 아까 전심을 다해 치료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독에 걸리고 상처를 입어도 사철수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왕부의 결사대원이었고 마치 가족처럼 여기던 사철수가 뒤에서 칼을 꽂을 줄은... ‘도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유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장혁아, 미안하다. 이렇게 해야만 했어.” 사철수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고 그 눈빛에는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말했지. 그때의 진실을 조사하지 말라고. 그런 건 죽음을 부를 위험이 크다고. 그런데 왜? 왜 너는 그걸 듣지 않았니? 너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 죽으려 드는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야?” 유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 사철수는 서경 중군 부장이지만 그전에 내 진짜 신분은 호룡각의 밀사였다.” 사철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호룡각의 밀사?” 유진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철수가 호룡각에서 보낸 첩자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그를 습격한 것은 사철수가 미리 정보로 전달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때 터졌던 검은 독기 역시 사철수의 짓이라고?’ 사철수는 일부러 자신을 독에 중독시켜 유진우에게 독을 풀게 하면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얽힌 계략은 그를 완벽하게 속여왔고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것들이 전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