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며칠 전, 소씨 가문의 네트워크가 끊겨 며칠 동안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문도는 바로 이건의 이름이 떠올랐다.‘이 일은 분명 윤이건과 관계있을 거야.’문도는 이건과 맞서기는커녕 자신을 지킬 방법조차 없었다. 결국 아버지와 협상한 후 일단 참으며 천천히 해결하기로 했다.한편 증거가 뚜렷이 밝혀진 신 부장은 아직도 발버둥 치고 있었다.“국장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전 윤이건이 너무 싫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에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들은 모두 가짜예요. 제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제가 오랫동안 국장님 곁에서 일해온 걸 아시잖아요, 이번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 다신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게요!”큰 사무실 안에서 신 부장은 자존심을 버린 채 울며 빌고 있었다.악의적으로 유언비어를 날조한 것은 작은 일이지만, 뇌물을 받은 것은 감옥에 갈 만한 일이었다.신 부장은 당장이라도 소씨 가문과의 관계를 내팽개치고 싶었다.만약 그들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난다면, 신 부장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뇌물을 받은 증거는 이미 확실히 밝혀졌다.신 부장이 마지막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자, 국장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결국 인내심을 잃고 손을 흔들어 신 부장을 밖으로 내보냈다.신 부장이 잡혔다는 소식은 다음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널리 퍼졌다.이 일을 알게 된 소씨 부자는 다음 타깃이 자신일까 봐 두려웠다.반면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친 이건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이진과 함께 N시로 돌아왔다.N시의 경제 뉴스는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씨 부자는 잡히기라도 할까 봐, 하루 종일 회사에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YS그룹은 이번 일을 겪은 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이전에 이건을 오해했던 네티즌들은 앞다투어 사과를 했다. 그리고 사과의 뜻을 표하기 위해, 자금을 모아 관광 프로젝트에 기여했으며, YS그룹의 제품 판매량도 배로 증가되었다.이 상황은 이건뿐만 아니라 이진도 바라던 것이다.‘하
식사 자리는 N시의 한 호텔로 정해졌다. 이건과 이진이 룸에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국장도 곧 도착했다. 식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국장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이건아, 나와 네 할아버지는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큰일을 도운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거하게 식사를 대접할 필요는 없어.”엄밀히 따진다면 국장이 그들 부부에게 대접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건이 아니었다면 신 부장이 이렇게 욕심 많은 놈인 줄 몰랐을 거야.’국장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은 후 이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이 분이 이진 씨, 이건이 네 아내인 거지?”국장과 눈이 마주치자 이진은 붉은 입술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으며 일어섰다.“네, 어르신. 만나 뵙게 되어 너무 영광입니다.”“좋아, 좋아.”국장은 칭찬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이건을 보고 입을 열었다.“이건이가 아내를 엄청 아낀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이건이가 좋아할 만한 아가씨네.”이 말을 듣자 이진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이건은 오히려 대범하게 이진의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그들은 간단히 잡담을 나누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이진은 식사 도중 무심코 국장을 살펴보았다. 매번 볼 때마다 이진의 안색은 더욱 진지해졌다.결국 이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어르신, 실례지만 전에 심폐에 관한 수술을 하신 적이 있나요? 그리고 지금까지 완쾌되진 않으신 건가요?”이 말을 꺼내자, 이건과 국장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 이진은 자신의 오지랖이 엄청나게 후회되었다.‘식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낸 건 엄청난 실례야!’국장은 놀란 표정을 보이더니, 한참 후 느릿느릿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비슷한 수술을 한 적이 있긴 해요. 그건 어떻게 알아차린 거죠?”“사실 제가 심폐에 관련된 책을 본 적이 있어서, 이 방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요. 어르신께서 병을 제대로 고치시려면
신 부장이 잡혀간 것은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건이 누명을 벗게 된 이상, 더 이상 프로젝트를 멈출 이유가 없다.이 일을 알게 된 시장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재개했다.YS그룹 전체 직원들의 휴가는 이쯤에서 끝났고, 앞으로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한편 숨어있느라 바빴던 소씨 부자는, 윤씨 가문의 어르신과 국장이 옛 친구라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들은 그동안 발생한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더니,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윤이건을 없애려고 이것저것 궁리를 했거니만, 결국은 우리가 처음부터 윤이건이 준비한 함정에 빠진 거였어!’소씨 부자는 하나같이 화를 내며 펄쩍 뛰었고, 어르신은 아예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두 사람은 울분에 찬 나머지 또다시 돈을 들여, 이건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기 시작했다.이에 이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달랐다.이미 한번 당했던 수법이기에, 네티즌들은 모두 이건을 지지하며 소씨 부자의 행동을 비난했다.비슷한 글들은 계속해서 커뮤니티에 올랐지만, 관심을 가진 것은 SA그룹의 몇몇 내부 직원들뿐이었다.이 일을 알게 된 이건은, 바로 유언비어를 퍼뜨린 근원을 조사하도록 명령 내렸다.이건은 더 이상 소씨 부자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건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유언비어를 날조한 기자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경고장을 보냈다.소씨 부자의 악행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YS그룹의 공식 사이트를 본 후 하나같이 이건의 방법을 칭찬하며 통쾌해하였다.이와 동시에, 멀리 녹화장에 있던 백정아는 무심코 실시간 검색어를 보게 되었다.사건에 대해 대충 알게 된 그녀는, 눈을 반짝이더니 이건을 지지하는 언론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곧 자신의 발언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올렸던 글을 지웠다.정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팬들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 게시글을 캡처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정아가 스스로 올렸던 글을 지우자, 그녀의 팬들과 기자들이 이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얼마 지
느닷없는 소식에 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더욱이, 자신의 불쾌한 기분과 질투심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전화 너머의 루트는 여전히 화가 가득 나 있었다.“대표님, 백정아 씨는 분명 일부러 그런 글을 올린 거예요! 제가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처리할까요?”‘처리하는 건 괜찮지만, 관건은.’이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무심코 물었다.“이건 씨 쪽에서는 어떤 반응이죠?”“아직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 같아요.”루트는 이건이 이 일에 대해,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진은 나머지 얘기를 듣기도 전에, 불쾌한 마음이 들어 루트의 말을 끊었다.“당사자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우리가 왜 나서야 되죠? 이건 씨가 일부러 내버려 둔 걸지도 모르잖아요.”“대표님.”루트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방금 하려던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다.이진은 마우스를 들고 실시간 검색어를 찾아볼까 말까 망설였다. 컴퓨터를 켜기 전에 이진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이건 씨도 신경 쓰지 않는데, 내가 굳이 찾아봐서 뭐해?’이진은 이를 악문 채 가슴이 답답했다.‘지금 일부러 해명 안 한다는 거지? 그래, 어디 평생 해명하지 말지 그래!’이진은 핸드폰을 열어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핸드폰 스크린에 한시혁의 이름이 번쩍이자, 이진은 의외라고 생각되었다.‘한시혁한테서 왜 전화가 온 거지? 지난번 일 때문에 다신 연락 안 할 줄 알았는데, 꽤나 끈질긴 녀석이네.’이진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시혁은 이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여 놓진 않았다.“이진아, 오랜만이야. 최근 AMC에서 연예계 사업에 관심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어떻게 알았어?”이진은 순식간에 경계심을 가지며 물었다.“지금 내 뒷조사를 한 거야?”“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너한테 진심인 건 너도 잘 알잖아. 때때로 네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 정도는 당연한 거잖아, 안 그래? 게다가 난 배우니까, 네 사업에 도움
전화를 받은 만만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누군가가 대표님께 꽃을 보내왔다는 게 정말이에요?”꽃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분명 윤이건이다.‘윤 대표님께서 그래도 눈치는 있으신 가 보네, 적어도 아내가 화났을 때 달래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네.’“제가 바로 내려가 볼게요!”이진이 아침에 보이던 차가운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만만은 얼른 서둘러 프런트로 내려왔다.하지만 만만은 전혀 알지 못했다. 꽃다발 속에 카드 한 장이 있다는 것을.만만은 꽃다발을 안은 채 이진의 사무실로 향했다.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던 이진은, 만만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온 것을 보더니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갑자기 꽃은 왜 가지고 온 거야? 누가 보내온 거야?”“저도 잘 모르겠어요.”만만은 잠시 망설이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프런트 직원의 말로는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꽃이 위에 놓여 있었답니다. 혹시 윤 대표님이 보내신 게 아닐까요? 윤 대표님 말고 누가 이런 방식으로 대표님께 꽃다발을 보내오겠어요?”‘이건 씨?’이진은 속눈썹을 가볍게 떨더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혹시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얼굴 보며 말하기 쑥스러워 꽃을 보내온 건가?’이건은 늘 말보다 행동이 앞섰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붉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순간 만만이 들고 온 꽃다발이 더 이상 거슬려 보이지 않았다.만만은 이진의 표정 변화를 살펴보더니, 단번에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리고 몰래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일하고 계신다는 걸 제가 깜빡했네요. 꽃다발을 받을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프런트 직원더러 대신 처리하라고 할까요?”“내가 언제 안 받는다고 했어?”이진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놀리는 만만을 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꽃다발을 품에 안자, 꽃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 끝에 닿아 기분 좋게 만들었다.이진은 기쁜 마음에 온몸의 세포들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대표님
곧 외제차 한 대가 AMC 건물 아래 세워졌다. 이건은 차에서 내린 후 긴 다리를 내디디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때 이건은 마침 꽃을 들고 내려오던 만만을 만나게 되었다.이진의 기분을 고려해 이건을 막으려고 했지만, 만만은 도저히 그를 막을 수 없었다.결국 이건은 바로 이진의 사무실로 뛰어들었다.이때의 이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몇몇 주주들이 AMC의 재무 상황을 보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갑자기 큰 힘에 의해 사무실 문이 열리자, 사무실 내의 엄숙한 분위기는 조금이나마 완화되었다.특히 문밖에 서있던 이건의 질투 가득한 표정을 보자, 주주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어쩔 줄 몰랐다.‘YS그룹의 윤 대표가 왜 갑자기 온 거지?’ 그중 한 눈치 빠른 주주가 코를 비비며 이진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윤 대표님께서 찾아오셨는데, 먼저 두 분께서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게, 저희가 자리를 피할까요?” 이진은 붉은 입술을 오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이건을 보았다. 그 눈빛은 이건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에 엄청 불쾌해 보였다.이건도 마찬가지로 이진이 사무실에서 회의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이건은 하는 수없이 한걸음 물러서며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 뒤를 따르던 만만의 안내로 이건은 휴게실에서 이진을 기다렸다.사무실 내의 주주들은 서로 마주 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왜 대표님의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같지? 이게 사랑의 힘인가?’회의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건이 갑자기 찾아온 목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진은 그가 회사로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그 이유가 기대 되었다.이진은 들뜬 기분으로 문을 열었지만, 또 자신의 착각일까 봐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윤 대표님이 한 마디 상의 없이 들이닥치신 건, 제가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인가요?”이진은 맞은 쪽 소파에 앉은 뒤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방금 충동적이었던 이건은 마음을 가라앉힌 뒤, 이진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냉전이 하루 종일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해가 풀린 이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 할 때가 되었다.이건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 자신과 정아의 스캔들에 관한 해명글을 발표하였다.이건은 평소에 회사일 외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그가 올린 글에는 정아와의 스캔들을 부정하려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이에 정아의 팬들은 앞다투어 나서서 이건을 욕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네티즌들은 무엇이 사실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정아가 이건과의 스캔들로 인기를 얻으려는 것을 알아차린 네티즌들은, 일제히 정아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 일은 빠르게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결국 정아의 회사에서 반박할 기사를 내기도 전에, 화살은 모두 정아를 향해 있었다.그들은 이건이 이렇게 나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미리 계획했던 방법들은 결국 하나도 쓰지 못하게 되었다.뿐만 아니라, 정아가 눈여겨보고 있었던 광고 측에서도 협력을 해제할 것이라고 연락을 보내왔다. 애초에 그들이 정아를 뽑은 원인은, 단지 이건과의 스캔들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당사자가 직접 해명한 이상, 그들은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김 매니저를 통해 이 소식들을 전해 들은 정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럴 수가.”“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광고가 무산된 것은 그들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매니저는 화를 내며 정아를 노려보더니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네가 윤씨 어르신과 백씨 가문이 아는 사이라고 말했잖아. 윤이건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그런데 일이 이 지경이 돼? 어디 한번 설명해 봐! 사장님이 물어보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데?”정아가 일부러 이건과의 관계를 내세우지 않았다면, 김 매니저도 사장한테서 돈을 빌려 온 데 간 데 소문을 내진 않았을 것이다.지금은 화제와 광고를 모두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아는 모두가 비난하는 상대가
백세진은 떠나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때 카메라 소리가 구석에서 들려왔다. 정아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이 그쪽으로 빠르게 쫓아갔다.정아는 YS 그룹에 가기 전에 일부러 파파라치를 불렀다.파파라치더러 이건의 용서를 받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것이다. 운이 좋으면 이건과 가까워 보이는 사진도 몇 장 찍으려고 했다.그러나 이건이 자신의 아버지마저 무시할 줄은 몰랐다.방금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은, 분명 백세진이 모욕을 당한 채 거절당하는 사진일 것이다.‘절대로 사진이 퍼져서는 안 돼!’다행히 파파라치는 멀리 가지 않았다. 정아는 가까운 길로 돌아 빠르게 파파라치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파파라치의 당황한 눈빛을 보며 다가가 말했다.“내가 이딴 사진이나 찍으라고 당신을 불러온 건 줄 알아? 당장 지워버려!”“백정아 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못 알아듣겠네요.”파파라치는 멋쩍게 웃으며 카메라를 뒤로 숨겼다. 분명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정아는 파파라치의 뻔뻔한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하필 연예계에서 가장 꺼리는 것 중 하나가 파파라치와 싸우는 것이다.정아는 심호흡을 하고 침착하게 말했다.“말해봐요, 얼마를 드려야 지울 거예요?”“그건.”파파라치는 망설이며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을 꼭 주었다.한참이 지난 후, 파파라치는 정아의 핍박 속에 액수를 정했다.정아는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는 수표 한 장을 꺼내 파파라치에게 건넸다.“사진 당장 지우세요! 내일 인터넷에서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정아는 파파라치가 사진을 지운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떠났다.하지만 사진이 삭제되었다고 해서 필름이 삭제된 것은 아니다.현재 정아에 관한 스캔들이 높은 화제성을 띠고 있었기에, 이 사진들을 폭로하면 분명 폭발적인 반응을 가지게 될 것이다.더욱이, 파파라치는 이 사진들로 인해 보너스를 받고 승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정아가 준 수표 따위는 전혀 그의 눈에 차지 않았다.다음날 아침, 파파라치는 자신의 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