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더 큰 화제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현재 이건이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해 시공했다는 소문이 떠들썩하지만, 네티즌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더군다나 이건이 질이 나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다.이건이 혐의를 벗어난 뒤 자신에게 보복할 까봐 두려웠던 문도는,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우선 돈과 관계를 이용해 아버지를 혐의에서 벗어나게 만든 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SA그룹의 방어 시스템을 강화시켰다.하지만 이건은 전혀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인터넷에서 여론을 선동한 것은 문도뿐이 아니다.이건은 회사 내 믿을 만한 홍보부 직원들에게 여론을 선동하는 일을 맡겼다. 며칠째 화제는 지속되고 있었다.문도는 이런 상황을 보더니 또 돈을 들여 YS그룹에 관한 허위 여론을 퍼뜨리기 시작했다.이 소식을 들은 이건은 그저 눈썹을 찡긋거린 채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욕하는 말들이 많을수록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SA그룹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이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이진과 함께 이틀 동안 휴가를 즐겼다. 그리고 3일이 지나서야 핸드폰을 다시 열어, 문도가 거짓 여론을 선동한 증거들을 올리라고 명령을 내렸다.며칠 동안의 여론을 통해, 네티즌들은 YS그룹과 SA그룹이 큰 갈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이 증거들로 YS그룹에 관한 거짓 여론들을 없앨 수는 없지만, 문도가 몰래 뭔가를 꾸민 것은 증명할 수 있었다.YS그룹에서 올린 증거들이 한동안 화제를 일으켰지만, 이건은 이쯤에서 그만두진 않았다.이건은 질이 나쁜 재료를 운송한 기사가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것은 물론, 문도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공부국의 사람을 매수한 것, 그리고 공사 진도를 조사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통화기록을 조작한 것을 모두 밝혔다.이와 동시에, 얼마 전에 문도의 아버지가 전임 시장의 돈 세탁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이로 인해, 회사의 식품안
바로 며칠 전, 소씨 가문의 네트워크가 끊겨 며칠 동안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문도는 바로 이건의 이름이 떠올랐다.‘이 일은 분명 윤이건과 관계있을 거야.’문도는 이건과 맞서기는커녕 자신을 지킬 방법조차 없었다. 결국 아버지와 협상한 후 일단 참으며 천천히 해결하기로 했다.한편 증거가 뚜렷이 밝혀진 신 부장은 아직도 발버둥 치고 있었다.“국장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전 윤이건이 너무 싫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에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들은 모두 가짜예요. 제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제가 오랫동안 국장님 곁에서 일해온 걸 아시잖아요, 이번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 다신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게요!”큰 사무실 안에서 신 부장은 자존심을 버린 채 울며 빌고 있었다.악의적으로 유언비어를 날조한 것은 작은 일이지만, 뇌물을 받은 것은 감옥에 갈 만한 일이었다.신 부장은 당장이라도 소씨 가문과의 관계를 내팽개치고 싶었다.만약 그들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난다면, 신 부장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뇌물을 받은 증거는 이미 확실히 밝혀졌다.신 부장이 마지막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자, 국장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결국 인내심을 잃고 손을 흔들어 신 부장을 밖으로 내보냈다.신 부장이 잡혔다는 소식은 다음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널리 퍼졌다.이 일을 알게 된 소씨 부자는 다음 타깃이 자신일까 봐 두려웠다.반면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친 이건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이진과 함께 N시로 돌아왔다.N시의 경제 뉴스는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씨 부자는 잡히기라도 할까 봐, 하루 종일 회사에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YS그룹은 이번 일을 겪은 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이전에 이건을 오해했던 네티즌들은 앞다투어 사과를 했다. 그리고 사과의 뜻을 표하기 위해, 자금을 모아 관광 프로젝트에 기여했으며, YS그룹의 제품 판매량도 배로 증가되었다.이 상황은 이건뿐만 아니라 이진도 바라던 것이다.‘하
식사 자리는 N시의 한 호텔로 정해졌다. 이건과 이진이 룸에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국장도 곧 도착했다. 식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국장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이건아, 나와 네 할아버지는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큰일을 도운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거하게 식사를 대접할 필요는 없어.”엄밀히 따진다면 국장이 그들 부부에게 대접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건이 아니었다면 신 부장이 이렇게 욕심 많은 놈인 줄 몰랐을 거야.’국장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은 후 이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이 분이 이진 씨, 이건이 네 아내인 거지?”국장과 눈이 마주치자 이진은 붉은 입술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으며 일어섰다.“네, 어르신. 만나 뵙게 되어 너무 영광입니다.”“좋아, 좋아.”국장은 칭찬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이건을 보고 입을 열었다.“이건이가 아내를 엄청 아낀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이건이가 좋아할 만한 아가씨네.”이 말을 듣자 이진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이건은 오히려 대범하게 이진의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그들은 간단히 잡담을 나누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이진은 식사 도중 무심코 국장을 살펴보았다. 매번 볼 때마다 이진의 안색은 더욱 진지해졌다.결국 이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어르신, 실례지만 전에 심폐에 관한 수술을 하신 적이 있나요? 그리고 지금까지 완쾌되진 않으신 건가요?”이 말을 꺼내자, 이건과 국장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 이진은 자신의 오지랖이 엄청나게 후회되었다.‘식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낸 건 엄청난 실례야!’국장은 놀란 표정을 보이더니, 한참 후 느릿느릿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비슷한 수술을 한 적이 있긴 해요. 그건 어떻게 알아차린 거죠?”“사실 제가 심폐에 관련된 책을 본 적이 있어서, 이 방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요. 어르신께서 병을 제대로 고치시려면
신 부장이 잡혀간 것은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건이 누명을 벗게 된 이상, 더 이상 프로젝트를 멈출 이유가 없다.이 일을 알게 된 시장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재개했다.YS그룹 전체 직원들의 휴가는 이쯤에서 끝났고, 앞으로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한편 숨어있느라 바빴던 소씨 부자는, 윤씨 가문의 어르신과 국장이 옛 친구라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들은 그동안 발생한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더니,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윤이건을 없애려고 이것저것 궁리를 했거니만, 결국은 우리가 처음부터 윤이건이 준비한 함정에 빠진 거였어!’소씨 부자는 하나같이 화를 내며 펄쩍 뛰었고, 어르신은 아예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두 사람은 울분에 찬 나머지 또다시 돈을 들여, 이건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기 시작했다.이에 이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달랐다.이미 한번 당했던 수법이기에, 네티즌들은 모두 이건을 지지하며 소씨 부자의 행동을 비난했다.비슷한 글들은 계속해서 커뮤니티에 올랐지만, 관심을 가진 것은 SA그룹의 몇몇 내부 직원들뿐이었다.이 일을 알게 된 이건은, 바로 유언비어를 퍼뜨린 근원을 조사하도록 명령 내렸다.이건은 더 이상 소씨 부자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건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유언비어를 날조한 기자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경고장을 보냈다.소씨 부자의 악행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YS그룹의 공식 사이트를 본 후 하나같이 이건의 방법을 칭찬하며 통쾌해하였다.이와 동시에, 멀리 녹화장에 있던 백정아는 무심코 실시간 검색어를 보게 되었다.사건에 대해 대충 알게 된 그녀는, 눈을 반짝이더니 이건을 지지하는 언론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곧 자신의 발언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올렸던 글을 지웠다.정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팬들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 게시글을 캡처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정아가 스스로 올렸던 글을 지우자, 그녀의 팬들과 기자들이 이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얼마 지
느닷없는 소식에 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더욱이, 자신의 불쾌한 기분과 질투심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전화 너머의 루트는 여전히 화가 가득 나 있었다.“대표님, 백정아 씨는 분명 일부러 그런 글을 올린 거예요! 제가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처리할까요?”‘처리하는 건 괜찮지만, 관건은.’이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무심코 물었다.“이건 씨 쪽에서는 어떤 반응이죠?”“아직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 같아요.”루트는 이건이 이 일에 대해,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진은 나머지 얘기를 듣기도 전에, 불쾌한 마음이 들어 루트의 말을 끊었다.“당사자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우리가 왜 나서야 되죠? 이건 씨가 일부러 내버려 둔 걸지도 모르잖아요.”“대표님.”루트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방금 하려던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다.이진은 마우스를 들고 실시간 검색어를 찾아볼까 말까 망설였다. 컴퓨터를 켜기 전에 이진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이건 씨도 신경 쓰지 않는데, 내가 굳이 찾아봐서 뭐해?’이진은 이를 악문 채 가슴이 답답했다.‘지금 일부러 해명 안 한다는 거지? 그래, 어디 평생 해명하지 말지 그래!’이진은 핸드폰을 열어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핸드폰 스크린에 한시혁의 이름이 번쩍이자, 이진은 의외라고 생각되었다.‘한시혁한테서 왜 전화가 온 거지? 지난번 일 때문에 다신 연락 안 할 줄 알았는데, 꽤나 끈질긴 녀석이네.’이진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시혁은 이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여 놓진 않았다.“이진아, 오랜만이야. 최근 AMC에서 연예계 사업에 관심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어떻게 알았어?”이진은 순식간에 경계심을 가지며 물었다.“지금 내 뒷조사를 한 거야?”“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너한테 진심인 건 너도 잘 알잖아. 때때로 네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 정도는 당연한 거잖아, 안 그래? 게다가 난 배우니까, 네 사업에 도움
전화를 받은 만만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누군가가 대표님께 꽃을 보내왔다는 게 정말이에요?”꽃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분명 윤이건이다.‘윤 대표님께서 그래도 눈치는 있으신 가 보네, 적어도 아내가 화났을 때 달래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네.’“제가 바로 내려가 볼게요!”이진이 아침에 보이던 차가운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만만은 얼른 서둘러 프런트로 내려왔다.하지만 만만은 전혀 알지 못했다. 꽃다발 속에 카드 한 장이 있다는 것을.만만은 꽃다발을 안은 채 이진의 사무실로 향했다.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던 이진은, 만만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온 것을 보더니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갑자기 꽃은 왜 가지고 온 거야? 누가 보내온 거야?”“저도 잘 모르겠어요.”만만은 잠시 망설이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프런트 직원의 말로는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꽃이 위에 놓여 있었답니다. 혹시 윤 대표님이 보내신 게 아닐까요? 윤 대표님 말고 누가 이런 방식으로 대표님께 꽃다발을 보내오겠어요?”‘이건 씨?’이진은 속눈썹을 가볍게 떨더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혹시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얼굴 보며 말하기 쑥스러워 꽃을 보내온 건가?’이건은 늘 말보다 행동이 앞섰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붉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순간 만만이 들고 온 꽃다발이 더 이상 거슬려 보이지 않았다.만만은 이진의 표정 변화를 살펴보더니, 단번에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리고 몰래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일하고 계신다는 걸 제가 깜빡했네요. 꽃다발을 받을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프런트 직원더러 대신 처리하라고 할까요?”“내가 언제 안 받는다고 했어?”이진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놀리는 만만을 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꽃다발을 품에 안자, 꽃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 끝에 닿아 기분 좋게 만들었다.이진은 기쁜 마음에 온몸의 세포들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대표님
곧 외제차 한 대가 AMC 건물 아래 세워졌다. 이건은 차에서 내린 후 긴 다리를 내디디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때 이건은 마침 꽃을 들고 내려오던 만만을 만나게 되었다.이진의 기분을 고려해 이건을 막으려고 했지만, 만만은 도저히 그를 막을 수 없었다.결국 이건은 바로 이진의 사무실로 뛰어들었다.이때의 이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몇몇 주주들이 AMC의 재무 상황을 보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갑자기 큰 힘에 의해 사무실 문이 열리자, 사무실 내의 엄숙한 분위기는 조금이나마 완화되었다.특히 문밖에 서있던 이건의 질투 가득한 표정을 보자, 주주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어쩔 줄 몰랐다.‘YS그룹의 윤 대표가 왜 갑자기 온 거지?’ 그중 한 눈치 빠른 주주가 코를 비비며 이진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윤 대표님께서 찾아오셨는데, 먼저 두 분께서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게, 저희가 자리를 피할까요?” 이진은 붉은 입술을 오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이건을 보았다. 그 눈빛은 이건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에 엄청 불쾌해 보였다.이건도 마찬가지로 이진이 사무실에서 회의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이건은 하는 수없이 한걸음 물러서며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 뒤를 따르던 만만의 안내로 이건은 휴게실에서 이진을 기다렸다.사무실 내의 주주들은 서로 마주 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왜 대표님의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같지? 이게 사랑의 힘인가?’회의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건이 갑자기 찾아온 목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진은 그가 회사로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그 이유가 기대 되었다.이진은 들뜬 기분으로 문을 열었지만, 또 자신의 착각일까 봐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윤 대표님이 한 마디 상의 없이 들이닥치신 건, 제가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인가요?”이진은 맞은 쪽 소파에 앉은 뒤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방금 충동적이었던 이건은 마음을 가라앉힌 뒤, 이진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냉전이 하루 종일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해가 풀린 이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 할 때가 되었다.이건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 자신과 정아의 스캔들에 관한 해명글을 발표하였다.이건은 평소에 회사일 외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그가 올린 글에는 정아와의 스캔들을 부정하려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이에 정아의 팬들은 앞다투어 나서서 이건을 욕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네티즌들은 무엇이 사실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정아가 이건과의 스캔들로 인기를 얻으려는 것을 알아차린 네티즌들은, 일제히 정아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 일은 빠르게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결국 정아의 회사에서 반박할 기사를 내기도 전에, 화살은 모두 정아를 향해 있었다.그들은 이건이 이렇게 나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미리 계획했던 방법들은 결국 하나도 쓰지 못하게 되었다.뿐만 아니라, 정아가 눈여겨보고 있었던 광고 측에서도 협력을 해제할 것이라고 연락을 보내왔다. 애초에 그들이 정아를 뽑은 원인은, 단지 이건과의 스캔들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당사자가 직접 해명한 이상, 그들은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김 매니저를 통해 이 소식들을 전해 들은 정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럴 수가.”“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광고가 무산된 것은 그들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매니저는 화를 내며 정아를 노려보더니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네가 윤씨 어르신과 백씨 가문이 아는 사이라고 말했잖아. 윤이건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그런데 일이 이 지경이 돼? 어디 한번 설명해 봐! 사장님이 물어보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데?”정아가 일부러 이건과의 관계를 내세우지 않았다면, 김 매니저도 사장한테서 돈을 빌려 온 데 간 데 소문을 내진 않았을 것이다.지금은 화제와 광고를 모두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아는 모두가 비난하는 상대가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