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에게 있어서 한 것은 한 것이고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이며 종래로 이건이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진은 독립적인 성격이라 허락 없이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니 현재의 상황은 더 말할 것 없었다. 이진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이건에게 특별히 이 문제를 묻다니…… 이건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홍문처럼 보였다.망설이다가 이건은 먼저 이진을 품에 안았다. 품속의 사람을 흘겨보자 이건의 검은 눈동자에는 모처럼 약간의 불안한 정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내가 신고했어, 왜 그래?”역시 그런 것이었다.사무실에 있었을 때 이진은 이미 이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직접 이건이 인정한 것을 들었을 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마치 꿀을 먹인 것처럼 달았다.“왜? 나는 네가 SA 그룹과의 원한을 진작에 정리한 줄 알았는데?”이진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억양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이건은 이진의 말투를 자세히 분별하였는데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는 것 같아서 다소 의외였다.“화 나지 않았어?”“내가 왜 화 나야 하는데?”이진은 어리둥절해하며 이건의 팔을 가볍게 밀면서 애교 부리듯이 재촉했다.“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왜 그랬어?”“너를 위해서.”이건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흐뭇하게 이진의 가는 허리를 껴안았다. 낮은 목소리는 이진의 귓가에 떨어지며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너한테 했던 그 전화 기억해? 너는 소 대표가 이기태를 이용해서 너를 위협했다고 말하지 않았어? 나는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볼 수 없어.”자신의 사람인데 이건은 총애하기에도 모자랐다.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이진은 더욱 제멋대로 웃었다.식사가 끝나고 의심할 여지 없이 또 한방의 봄기운이 남았다…….문도는 회사 내부의 난투극을 해결한 후 소 대표의 의견을 따라 모든 수단을 이건을 대응하는 데 사용했다. 이진과 상관없으니 그럼 분명 이건이 한 것일 것이다.설사 이건이 아니더라도…… 이건이 얼마 전 SA 그룹을
그들은 이건에게 중상모략할 용기가 있는 것을 보니 오기 전에 분명 충분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목재를 운송하는 운전기사는 이 목재가 이건이 주문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이건의 목소리가 들어 있는 통화 기록과 대량의 프로젝트 비용이 송금된 것을 위조하기도 했다.하나하나 증거는 충분했다. 만약 이건이 사건의 주역이 아니라면 그도 아마 이런 표상에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윤 대표님,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할 말씀이 있으십니까?”어두컴컴한 심문실 안에서 두 행정기관 직원은 점점 더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이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색이 변하지 않았다.“이 화물차 운전기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저를 모함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그리고 비슷한 소리가 그렇게 많은데 당신은 어떻게 이 목소리가 틀림없이 제 목소리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또한 이 송금 계좌에 대해 당신들은 어떻게 그것이 제 개인 계좌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윤 대표님께서 자재를 줄여 부당이익을 얻으려면 당연히 공금 계좌로 가지 않겠죠.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우리가 모를까 봐요?”행정기관 부장은 마침 문도의 좋은 점을 받아서 의심스러운 점을 잡고 이건을 한사코 억눌렀다.이건은 눈을 가볍게 치켜뜨고 약간 서늘한 시선으로 가볍게 그 부장의 얼굴을 스쳤다. 부장은 이렇게 노려보는 것을 보고 온몸의 솜털이 거의 곤두설 뻔했다.“왜 저를 이렇게 쳐다봅니까!”부장은 아무래도 제발 저려서 자꾸 치켜올리는 어조는 마치 일부러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윤 대표님, 대표님의 신분과 지위가 거기에 놓여 있다고 해서 우리가 대표님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 관광 프로젝트는 확실히 대표님이 인수한 것이지만 대표님 한 사람을 위해 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문제를 발견했다면 우리도 대중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미리 조사했기에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고 정말 프로젝트가 정식
네티즌들의 진심 어린 욕설과 많은 댓글 알바들의 악의적인 선동으로 인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분노의 태도를 가졌다.그래서 YS 그룹은 여론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 회사의 주식 가치까지 모두 심각하게 폭락하였다.루트는 인터넷에서 YS 그룹에 대한 뉴스를 찾았고 네티즌들이 이 일로 점점 더 심하게 다투고 인신공격까지 가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기에는 참으로 눈꼴사나웠다.비록 루트는 이건과 많은 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이건은 그들 이 대표님의 남편인데 네티즌들이 욕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게다가, 윤 대표님께서 어찌 목재를 가지고 부당이익을 얻으려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분명히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루트는 울분을 터뜨리며 손을 쓰기 전에 겨우 진정하고 그래도 먼저 이진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이 대표님, 인터넷 뉴스를 보셨어요? 제가 방법을 찾아서 눌러버릴까요?”비록 루트가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이진은 듣자마자 어떤 뉴스를 말하는지 즉시 이해했다. 이진은 오전에 이건이 답장한 메시지를 떠올리며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필요 없어.”이건이 자신의 생각이 있으니 이진은 굳이 끼어들어 계획을 망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입을 열었다. “악의적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마케팅 계정의 ID를 모두 적어놔.”그들은 모두 SA 그룹이 배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진은 비록 지금 참고 묻지 않을 수 있지만 나중에 그들을 찾아 결판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관광 프로젝트는 현재 YS 그룹의 모든 항목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하여 프로젝트가 잠시 보류한다고 선포되자 이건은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이자 YS 그룹의 대표로서 자연스럽게 한가해졌다.이진은 AMC를 떠나 별장으로 돌아왔지만 쉴 겨를이 없었다.다음 순간 남자의 뜨거운 입술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이진의 모든 숨을 쉽게 빼앗았다.뜨거운 입맞춤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열기가 치솟았다
루트는 10분도 안 되어, 그 기자들이 소씨 가문의 뇌물을 받은 증거를 찾아냈다. 그리고 증거들을 모두 이진의 핸드폰에 보냈다.‘이건 씨가 공항에 나타난 걸 소씨 가문이 어떻게 알게 된 걸까?’이진은 곁눈질로 이건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리기 전에 루트에게 계속 조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예상대로 이건이 일부러 소씨 가문에 알린 것이다.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건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이진은 더 이상 루트에게 조사를 맡기지 않았다.그리고 이건을 보며 자신이 궁금했던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건은 잠시 놀라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따뜻한 손으로 이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큰일을 하려면 멀리 내다봐야 되잖아, 안 그래?”이진은 눈을 부릅뜨고 그의 손을 탁 쳤다.‘그래도 굳이 소씨 가문에게 자신을 미행할 기회를 줄 필요는 없잖아. 그 사람들이 지금 이건 씨의 일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지도 모르잖아.’ “여론의 힘이 강하다는 걸 잊지 말아요.”이진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건은 더 이상 해석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이진은 잠시 생각 해보더니 마찬가지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이건 씨의 결정이 좋든 나쁘든, 난 언제나 이건 씨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지해 주면 돼.’소문도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이건에게 달려든 것이다.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문도는 이건을 쓰러뜨릴 뿐만 아니라, 가장 빠른 속도로 이건을 이 바닥에서 없애버리려고 작정했다.왜냐하면 이진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나중에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자신을 상대하면 분명 일이 복잡해질 것이다.문도는 걱정 반 흥분 반이었다. 그리고 이건이 자세한 조사를 받으러 공부국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문도와 이건은 마을의 관광개발 프로젝트로 다투고 있었다. 문도가 다시 프로젝트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이건을 이대로 놔줄지도 모른다.“시장님, 윤 대표가 책임지지
네티즌들은 더 큰 화제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현재 이건이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해 시공했다는 소문이 떠들썩하지만, 네티즌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더군다나 이건이 질이 나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다.이건이 혐의를 벗어난 뒤 자신에게 보복할 까봐 두려웠던 문도는,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우선 돈과 관계를 이용해 아버지를 혐의에서 벗어나게 만든 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SA그룹의 방어 시스템을 강화시켰다.하지만 이건은 전혀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인터넷에서 여론을 선동한 것은 문도뿐이 아니다.이건은 회사 내 믿을 만한 홍보부 직원들에게 여론을 선동하는 일을 맡겼다. 며칠째 화제는 지속되고 있었다.문도는 이런 상황을 보더니 또 돈을 들여 YS그룹에 관한 허위 여론을 퍼뜨리기 시작했다.이 소식을 들은 이건은 그저 눈썹을 찡긋거린 채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욕하는 말들이 많을수록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SA그룹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이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이진과 함께 이틀 동안 휴가를 즐겼다. 그리고 3일이 지나서야 핸드폰을 다시 열어, 문도가 거짓 여론을 선동한 증거들을 올리라고 명령을 내렸다.며칠 동안의 여론을 통해, 네티즌들은 YS그룹과 SA그룹이 큰 갈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이 증거들로 YS그룹에 관한 거짓 여론들을 없앨 수는 없지만, 문도가 몰래 뭔가를 꾸민 것은 증명할 수 있었다.YS그룹에서 올린 증거들이 한동안 화제를 일으켰지만, 이건은 이쯤에서 그만두진 않았다.이건은 질이 나쁜 재료를 운송한 기사가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것은 물론, 문도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공부국의 사람을 매수한 것, 그리고 공사 진도를 조사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통화기록을 조작한 것을 모두 밝혔다.이와 동시에, 얼마 전에 문도의 아버지가 전임 시장의 돈 세탁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이로 인해, 회사의 식품안
바로 며칠 전, 소씨 가문의 네트워크가 끊겨 며칠 동안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문도는 바로 이건의 이름이 떠올랐다.‘이 일은 분명 윤이건과 관계있을 거야.’문도는 이건과 맞서기는커녕 자신을 지킬 방법조차 없었다. 결국 아버지와 협상한 후 일단 참으며 천천히 해결하기로 했다.한편 증거가 뚜렷이 밝혀진 신 부장은 아직도 발버둥 치고 있었다.“국장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전 윤이건이 너무 싫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에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들은 모두 가짜예요. 제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제가 오랫동안 국장님 곁에서 일해온 걸 아시잖아요, 이번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 다신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게요!”큰 사무실 안에서 신 부장은 자존심을 버린 채 울며 빌고 있었다.악의적으로 유언비어를 날조한 것은 작은 일이지만, 뇌물을 받은 것은 감옥에 갈 만한 일이었다.신 부장은 당장이라도 소씨 가문과의 관계를 내팽개치고 싶었다.만약 그들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난다면, 신 부장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뇌물을 받은 증거는 이미 확실히 밝혀졌다.신 부장이 마지막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자, 국장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결국 인내심을 잃고 손을 흔들어 신 부장을 밖으로 내보냈다.신 부장이 잡혔다는 소식은 다음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널리 퍼졌다.이 일을 알게 된 소씨 부자는 다음 타깃이 자신일까 봐 두려웠다.반면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친 이건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이진과 함께 N시로 돌아왔다.N시의 경제 뉴스는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씨 부자는 잡히기라도 할까 봐, 하루 종일 회사에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YS그룹은 이번 일을 겪은 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이전에 이건을 오해했던 네티즌들은 앞다투어 사과를 했다. 그리고 사과의 뜻을 표하기 위해, 자금을 모아 관광 프로젝트에 기여했으며, YS그룹의 제품 판매량도 배로 증가되었다.이 상황은 이건뿐만 아니라 이진도 바라던 것이다.‘하
식사 자리는 N시의 한 호텔로 정해졌다. 이건과 이진이 룸에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국장도 곧 도착했다. 식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국장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이건아, 나와 네 할아버지는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큰일을 도운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거하게 식사를 대접할 필요는 없어.”엄밀히 따진다면 국장이 그들 부부에게 대접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건이 아니었다면 신 부장이 이렇게 욕심 많은 놈인 줄 몰랐을 거야.’국장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은 후 이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이 분이 이진 씨, 이건이 네 아내인 거지?”국장과 눈이 마주치자 이진은 붉은 입술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으며 일어섰다.“네, 어르신. 만나 뵙게 되어 너무 영광입니다.”“좋아, 좋아.”국장은 칭찬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이건을 보고 입을 열었다.“이건이가 아내를 엄청 아낀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이건이가 좋아할 만한 아가씨네.”이 말을 듣자 이진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이건은 오히려 대범하게 이진의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그들은 간단히 잡담을 나누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이진은 식사 도중 무심코 국장을 살펴보았다. 매번 볼 때마다 이진의 안색은 더욱 진지해졌다.결국 이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어르신, 실례지만 전에 심폐에 관한 수술을 하신 적이 있나요? 그리고 지금까지 완쾌되진 않으신 건가요?”이 말을 꺼내자, 이건과 국장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 이진은 자신의 오지랖이 엄청나게 후회되었다.‘식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낸 건 엄청난 실례야!’국장은 놀란 표정을 보이더니, 한참 후 느릿느릿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비슷한 수술을 한 적이 있긴 해요. 그건 어떻게 알아차린 거죠?”“사실 제가 심폐에 관련된 책을 본 적이 있어서, 이 방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요. 어르신께서 병을 제대로 고치시려면
신 부장이 잡혀간 것은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건이 누명을 벗게 된 이상, 더 이상 프로젝트를 멈출 이유가 없다.이 일을 알게 된 시장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재개했다.YS그룹 전체 직원들의 휴가는 이쯤에서 끝났고, 앞으로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한편 숨어있느라 바빴던 소씨 부자는, 윤씨 가문의 어르신과 국장이 옛 친구라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들은 그동안 발생한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더니,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윤이건을 없애려고 이것저것 궁리를 했거니만, 결국은 우리가 처음부터 윤이건이 준비한 함정에 빠진 거였어!’소씨 부자는 하나같이 화를 내며 펄쩍 뛰었고, 어르신은 아예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두 사람은 울분에 찬 나머지 또다시 돈을 들여, 이건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기 시작했다.이에 이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달랐다.이미 한번 당했던 수법이기에, 네티즌들은 모두 이건을 지지하며 소씨 부자의 행동을 비난했다.비슷한 글들은 계속해서 커뮤니티에 올랐지만, 관심을 가진 것은 SA그룹의 몇몇 내부 직원들뿐이었다.이 일을 알게 된 이건은, 바로 유언비어를 퍼뜨린 근원을 조사하도록 명령 내렸다.이건은 더 이상 소씨 부자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건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유언비어를 날조한 기자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경고장을 보냈다.소씨 부자의 악행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YS그룹의 공식 사이트를 본 후 하나같이 이건의 방법을 칭찬하며 통쾌해하였다.이와 동시에, 멀리 녹화장에 있던 백정아는 무심코 실시간 검색어를 보게 되었다.사건에 대해 대충 알게 된 그녀는, 눈을 반짝이더니 이건을 지지하는 언론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곧 자신의 발언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올렸던 글을 지웠다.정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팬들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 게시글을 캡처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정아가 스스로 올렸던 글을 지우자, 그녀의 팬들과 기자들이 이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얼마 지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