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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단호하고도 두려운 것 없는 듯한 천도준의 모습에 오남미는 그만 당황해 버렸다.

그녀는 어쩐지 무력감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그녀를 향해 쏟아졌고, 카메라 플래시가 그녀를 거의 삼켜 버릴 듯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천도준은 이미 자리를 떠 사라진 뒤였다.

용정 화원 분양센터가 문을 열자, 주택 구매자들이 우르르 분양 센터로 몰려들어 그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피에로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

택시를 타고 용정 화원을 떠난 천도준은 곧장 겐팅 스카이로 향했다.

오씨 가문 사람들의 양심 없는 모습에 그를 그만 구역질이 났다.

오늘 현장에 나타난 오남미는 그를 더욱 화나게 했다.

오남미에 대한 그의 마음은 오남미가 어머니의 목숨을 구해줄 병원비를 가져갔을 때 이미 완전히 식어버렸다.

만약 이수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이미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는 이 일로 오남미와 오씨 가문에 완전히 정떨어졌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삼 년간의 결혼 생활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뿐이었다.

만약 그더러 오남미와 오씨 가문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봐주라고 한다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얼굴을 문지르며 울분을 삭였다.

천도준이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손가락을 비비적거리다가 사람들이 왜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늘 담배를 찾는지 알게 되었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고청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살짝 웃으면서 생각했다.

‘아마 이것이 내가 아직도 버틸 수 있는 이유겠지.’

적어도 그녀는 그가 지쳤을 때, 힘든 그의 모습을 눈치채고 그가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절대 오남미처럼 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그를 짐승처럼 부려 먹으려 하지 않았다.

"청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하지.”

천도준은 고개를 저으며 앞을 내다보았다.

그가 겐팅 스카이에 도착했다.

이 도시의 최고 빌딩에 있는 겐팅 스카이는 마치 산꼭대기에 우뚝 솟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비싼 소비를 과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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