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준에게 돈이 얼마 있는지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그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셈이었다.만약 평소의 고청하라면 이렇게 실례되는 질문을 할 리 없었다.그런데 오늘 천도준이 그녀에게 안겨준 놀라움이 너무 커, 그녀는 마치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떨떨해,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정태건설을 인수한 것이든, 서천구 낡은 집을 개발한 것이든, 아니면 눈앞에 있는 이 별장을 산 것이든,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100억 단위보다 작은 것이 없잖아?’‘설령 귀인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귀인이 천도준에게 돈을 마구 쏟아부을 리 없잖아?’‘이건 도움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퍼주는 격이잖아!’고청하는 이런 일이 절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천도준은 행동을 멈춘 채 깜짝 놀란 고청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얼마 되지도 않아. 큰돈을 몇 번 썼더니 카드에 남은 돈이 많지 않아."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은행카드를 꺼내더니 진지하게 계산해 보고는 말했다."대략 천억 정도 남았어.”"보히니아 체크 카드?"은행카드를 본 순간 깜짝 놀란 고청하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가느다란 손으로 입을 막아 터져 나오려던 비명을 눌러버렸다.그녀는 천억 정도 남았다며 아쉬워하는 천도준의 말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눈앞의 은행카드 때문에 받은 충격이 오늘 그녀가 받은 충격 중 가장 컸으니 말이다.최저 예금 2천억 원은 말할 것도 없이, 각종 번잡하고도 가혹한 심사 조건은 골든 보히니아 은행 카드를 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그녀가 이렇게 잘 아는 것은 그의 아버지도 이 카드를 한 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천도준이... 어떻게 이 카드를 가지고 있지?’"이 카드를 알아?"천도준도 놀라며 물었다.은행 카운터 직원이었던 임설아조차도 이 카드를 몰라봤다.고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격동된 목소리를 억누르며 물었다."이게 그 귀인이라는 분이 준 카드야?"천도준이 말한 그 귀
천도준은 어머니에게 좋은 휴양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쓰더라도 아깝지 않았다.저택의 인테리어는 천도준의 요구대로 호화롭지 않고, 따스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띠었다.천도준의 생각에 이곳은 그들이 살 집이니, 따스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줘야지 부를 과시하기 위해 호화롭고도 과장된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 되었다.저택 안에 들어선 천도준은 인테리어 스타일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아늑한 색채의 배합에, 쓰기 편한 가구들. 모든 것이 서로 잘 어우러져 아주 완벽한 느낌을 주었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도준아, 이 인테리어 스타일, 너무 좋아."고청하가 감탄하며 말했다."어쩐지 집에 돌아온 느낌이 들어."천도준은 미소를 지었다."그럼... 부인의 귀가를 환영합니다."고청하는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참, 얄미워. 쓸데없이 놀리지 말고 빨리 집구경이나 시켜줘.”천도준도 이 집에 처음 와봤기에 저택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그래서 그는 고청하와 함께 집안을 구경했다.천도준이 조금 이상하게 여긴 것은 그가 집안에 들어온 뒤로 존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존은 그가 오늘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가구 같은 인테리어 소품은 오늘에야 집에 들인 상태라, 존도 당연히 저택 안에 있었어야 했다.이 저택은 4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휴게실과 영화관 같은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집의 맨 꼭대기에는 넓은 테라스도 있었다.인테리어 디자이너는 테라스 변두리에 꽃을 가득 심어, 각양각색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며 피어있는 상태라, 공기 중에 꽃향기가 가득했다.테라스 가운데에도 그네와 벤치가 놓여 있었다.고청하는 그네에 앉아 가볍게 흔들거리면서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천도준, 너 예전이랑 완전히 달라졌어.”하루를 바쁘게 보낸 천도준이 벤치에 누워 하늘가에 점점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살며시 웃었다."그래.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왔지. 나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서로 한
노을빛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천도준과 고청하가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석양이 그 둘을 뒤덮어 그 장면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바로 이때, 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자리를 좀 비켜줄까?"아름다운 장면이 이 목소리 때문에 순식간에 깨졌다.고청하가 이 목소리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마치 깜짝 놀란 사슴처럼 펄쩍 뛰어 일어나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네로 돌아갔다. 그네에 앉은 뒤에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아… 어색하네.’천도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계단 입구 쪽에 있는 존을 돌아보았다.‘조금 전 저택을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며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왜 지금 나타나?’"어쩌는 게 좋을 것 같아?"존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럼, 계속해.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리 돌아와!"천도준이 존을 불렀다.‘겨우 쌓은 분위기가 저자의 말 한마디에 깨졌는데, 지금 자리를 피해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지?’설령 그가 계속하려 해도 고청하가 원하지 않을 것이다.천도준은 우울한 목소리로 존에게 물었다."조금 전에 어디 갔었어?"존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나도 도련님의 좋은 일을 망칠 줄은 몰랐어. 만약 도련님에게 이런 좋은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면 맞아 죽더라도 바로 올라오지 않았을 거야.’‘적어도 삼십 분은 기다렸다 올라왔을 거야.’그러나 천도준이 그를 불렀으니, 그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안마의자가 하나 모자라, 조금 전에 사러 나갔다 왔어."그는 천도준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했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로 도련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친구랑 대화하는 말투로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안마, 의자!"천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가 꽉 깨물었다.‘안마의자 하나 때문에 내 좋은 일을
천도준의 표정이 갑자기 사납게 변하더니 오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몸을 단련하는 이유는 더 강해지기 위해서이지, 천태영과 겨루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는 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훈련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에요."매우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말투에 오만방자한 느낌이 묻어났다.눈동자를 바르르 떨며 그를 바라보던 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이 시각, 오남미는 넋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집으로 갈아가는 길이었다.그녀의 두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고, 눈물도 다 말라 버린 상태였다.그녀는 이 순간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그녀는 천도준의 인생을 망치려 벌인 소동이, 천도준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뒤집혀 자기가 뭇매를 맞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내가 그의 어머니 수술비 4천만 원을 가져다 내 동생을 도와준 것이 잘못이야? 그가 일부러 나를 속였어. 내가 피해자인데, 왜 모두가 나를 비난해?"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오남미는 줄곧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매우 억울해했다.그녀는 날이 어두워져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힘없이 문에 기댄 그녀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 힘도 없어 머리로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곧 문이 열렸다."누나...."오남준은 맥없이 초라한 모습의 오남미를 보더니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오남미는 심지어 오남준의 눈에 서린 분노를 똑똑히 보았다.그녀는 맥없이 물었다."왜?"그녀는 그에게 물으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갑자기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오남미, 너는 우리 집 체면을 완전히 깎아 먹었어!”장수지의 날카로운 외침이 마치 날카로운 송곳처럼 오남미의 고막을 찔러와, 오남미는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녀는 문득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마침 그녀가 용정 화원 예매 식에서 소란을 부리는 모습이 담겨있었다.이때 천도준의 말 한마디에 텔레비전 화면 속의 모든 사람이 앞다퉈
오덕화와 오남준조차도 장수지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오덕화가 무심결에 장수지를 잡아당겼다."당신 미쳤어? 창피하게 뭐 하는 거야?”장수지는 오덕화를 홱 뿌리치고는 한껏 노려보았다.그런 뒤, 곧바로 얼굴에 다시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사위, 예전에는 모두 우리 가족이 잘못했어. 그러니 속이 넓은 자네가 용서해 주고, 남미랑 다시 잘 지내 보게. 제발 내 딸을 버리지 말게."그녀는 매우 저자세로 나오며 평소의 오만방자한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버린다고요?"오남미가 중얼거렸다. 장수지의 말은 마치 붉게 달아오른 예리한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에 매섭게 꽂혔다.이미 심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말에 순식간에 하늘땅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엄마는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내가 이혼할 때 엄마가 뭐라고 했어? 그런데 지금은 왜 또 저렇게 말하는 거야?’툭!전화를 끊은 장수지가 얼굴에 지었던 미소를 거두고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더니 오덕화의 팔을 세게 꼬집으며 말했다."이 쓸모없는 인간, 방금 왜 나를 막았어요? 내가 내 사위랑 통화하겠다는데, 당신에게 무슨 방해가 됐어요?”"제발 체면 좀 챙겨.”오덕화가 너무 아파 이를 악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체면을 챙기라고요?”장수지가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어디 당신 아들의 결혼식이나 치러줘 봐요.”"당신...."오덕화는 이 한마디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장수지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디 봐봐요. 천도준이 지금 얼마나 돈이 많은지? 그는 이미 정태선설의 대표가 된 상태예요. 정태걸설은 지금 서천구 쪽을 개발하는 상황인데, 다 개발하고 나면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겠어요?”장수지는 이 말을 할 때 두 눈을 반짝였다."천도준이 남미를 그렇게 좋아하니, 남미가 지금 가서 그에게 사과하면 분명 재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앞으로 우리 가문은 완전 대박 나는 거예요!”오덕화는
"허튼소리 하지 말아요!"장수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욕설을 퍼부었다."천도준이랑 남미가 이혼한 지 겨우 얼마나 되었다고요? 천도준이 예전에 남미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언제나 남미의 말에 따랐잖아요? 그러니 남미가 사과하고 재결합하기를 바라면 천도준도 고청하 그 계집애를 버릴 거예요!”집 안에 말다툼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완전 난장판이 되었다.오남준도 이런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엄마, 설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천도준이 저렇게 빨리 돈이 생긴 거로 보아, 지난번에 내가 말했듯, 그가 누나랑 이혼한 것은 분명 이미 계획을 세워놓은 일이었어. 그러니 지금 가서 요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그럼, 너는 도대체 결혼하고 싶기는 해?”장수지가 얼굴을 험상궂게 구긴 채 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그가 계획을 세웠든 말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되든, 안 되는 일단 시도해 봐야 할 거 아니야? 천도준이 저렇게 돈이 많은데, 무슨 서러움인들 못 당하겠어? 그가 네 누나랑 재혼하기만 하면 그의 돈이 모두 우리 돈이 되는 거야!”이 한마디에 오남준은 말문이 막혔다.임설아랑 그의 결혼식이 정말 코앞까지 닥쳤다.이미 집에서는 더 짜낼 돈이 없으니, 유일한 돌파구가 천도준이었다.오남준이 입을 다무는 것을 본 장수지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오남미를 노려보았다.그녀는 오남미가 지금 충격받은 상태라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오히려 그녀를 크게 비난했다."너 이 계집애야, 정말 복에 겨워 복인 줄도 몰라보네. 천도준 같은 좋은 사위가 어디 있다고? 생긴 것도 잘생겼지, 능력도 있지, 애초에 네가 그에게 시집간 것 자체가 복에 겨운 짓이었는데, 왜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풀썩!오남미가 바닥에 쓰러진 채 가슴이 찢어지라 대성통곡했다.그러나 장수지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엄하게 질책했다."오남미, 잘 들어. 네가 만약 내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순순히 천도준에게 찾아가 재결합해 내 좋은 사위를 되찾
"줄곧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존에게 손목을 붙잡힌 어둠 속의 그자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조금 기뻐했다.천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너무 어두워서 철장 주위를 제외한 다른 곳은 손을 뻗어도 손가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당신 누구야?"존은 그를 붙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이미 발견한 이상, 그는 눈앞의 이자가 다시 공격하는 것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이자가 공격하는 순간, 바로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어둠 속의 그자가 앞으로 한 발 내디뎌 철장 쪽의 불빛을 받자, 눈가에 난 지네 모양의 흉터가 드러났다."울프?"천도준이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너 방금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지?지난번 철장 안에서 그가 울프를 한 번 봐줬을 때, 당시 울프의 반응을 보건대 울프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조금 전 기회를 틈타 그를 공격하려 했을 것 같지 않았다."나, 나는 그냥 인사하고 싶었어.”울프가 조금 난감해하며 말했다."지하 격투 경기가 한창인 지금, 내가 만약 크게 소리쳐 너를 부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잖아?”천도준은 코를 문지르며 어색하게 웃었다."내게 인사하려면 조금 가까이 다가와 부르면 되잖아? 이런 곳에서 갑자기 어둠 속에서 손을 뻗으니, 존이 너를 오해하지 않을 수 없지.""내가 생각이 부족했어."울프가 멋쩍게 웃었다.울프를 다시 만난 천도준은 울프가 당시 철장 안에 있을 때랑 표정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철장 안에 있을 때, 울프는 어쩐지 피에 굶주린 맹수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랑 비교해 훨씬 온화해졌다.심지어, 조금 내성적이기까지 했다.“와!”어두운 지하 격투장 안에 갑자기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천도준이 깜짝 놀라 철창 안을 뒤 돌아보니, 격투 경기가 한창 치열해진 상태였다이 순간, 피비린내 나는 잔혹함이 남김없이 드러났다.한방 한방 제대로 꽂히는 가학적인 폭력이 가장 쉽게 인류의 본능을 자극했다."곧 승부가 갈
천도준은 키 작은 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조차 믿기지 않는 말투로 한마디 했다."저자의 보법이 어쩐지 기회를 엿보는 맹수처럼 느껴지네요. 아마도 저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기회를 기다렸다가 일격에 치명타를 날리게요.”존이 놀란 마음에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고는 눈동자를 바르르 떨었다.그가 용병 생활을 할 때, 전장에서 겪은 전투는 철장 안의 싸움보다 훨씬 더 잔혹했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투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해져 울프가 비교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울프 같은 전문가도 발견하지 못한 일을 실전 격투를 한 번 해본 도련님... 발견하다니!’이런 무서울 정도의 전투 본능은 존조차도 가슴이 떨리게 했다.천도준의 말이 막 끝나자마자, 철장 안에서 줄곧 얻어맞기만 하던 키 작은 자가 갑자기 소리를 내질렀다."아!""기회가 왔네요!"거의 동시에 천도준의 눈빛이 번뜩였다.철장 안에 있던 키 작은 자가 갑자기 몸을 굽히더니 앞으로 돌진해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하반신을 이용해 재빨리 일어나면서 마치 전투 도끼를 휘두르듯, 오른발에 힘을 실어 하마의 관자놀이를 힘껏 공격했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탑처럼 단단하던 하마의 몸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그대로 철장 안에 꼿꼿이 쓰러졌다.떠들썩하던 격투장이 순간 조용해졌다.모두가 깜짝 놀라 멍해졌다.이미 정해진 결말이 이 순간 바뀔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심판이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던 격투장 안에 또다시 격투선수를 응원해 대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정말.... 정말 역전했네?"울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철장 안을 바라보았다."휴...."천도준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금 전 모든 정신을 키 작은 자에게 집중한 탓에 그는 저도 모르게 전세를 따라 긴장하기 시작했다."도련님, 도련님의 강해지는 속도가 너무 놀랍네요.”존이 눈에 웃음기를 가득 담은 채 대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천도준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천씨 가문 젊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