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중얼거리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천도준이 얼떨떨해하는 모습을 상상했고, 얼굴에 걸린 달콤한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오씨 가문 저택.이 시각 방 안의 공기가 마치 굳어버린 듯 저기압인 상태라 숨이 다 막혀왔다.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뉴스를 보던 오남미의 일가족 네 명은 얼굴색이 각각 서로 달랐다.오덕화와 장수지는 얼굴이 푸르뎅뎅해졌는데, 장수지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사람이라도 잡아먹으려는 듯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오남준은 분노 가득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오남미는 고개를 숙이고 소파에 앉아 예쁜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누나, 예전에 왜 우리를 더 설득하지 않았어?"오남준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거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는 장수지에게 애원하며 말했다."엄마... 다들 내가 설아랑 결혼하는 걸 도대체 원하기는 해?”이 한마디에 장수지가 완전히 폭발했다.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화를 냈다."오남미, 네 마음속에 이 집이 있기는 해? 애초에 네가 나랑 네 아버지를 더 설득했다면 우리가 서천구에 집을 샀을 테고, 남준이는 지금쯤 이미 설아랑 결혼했을 거 아니야? 이건 모두 네 탓이야, 다 네 탓이야!"그 말이 신랄하고도 각박하여 뼈를 찔렀다.오남미는 경악한 얼굴로 장수지를 바라보았다.방금 뉴스를 볼 때, 그녀는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했었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납득할 수 없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온 가족이 아직도 집을 사지 못한 일로 그녀로 탓했다."엄마... 왜 내 탓을 해? 내가 이 집을 위해 한 일이 어디 적어?”오남미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울며 애원했다."제발 나를 그만 놔줘.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 천도준이랑 결혼한 삼 년 동안 내가 크고 작게 집에 얼마를 가져왔는데? 남준이도 몇 번이나 도왔는데? 그런 걸로도 모자라?""헛소리하지 마!"장수지가 포악한 얼굴로 매섭게 말했다."너는 누나로서 당연히 집에
"엄마...."그 말에 충격받은 오남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장수지를 바라보았다.장수지는 오히려 지긋지긋해하며 호통을 쳤다."또 울어? 너는 울 줄밖에 모르지? 지금 당장 꺼져버려!""남미야, 네 엄마가 퇴원한 지 얼마 안 되니, 네 엄마를 자극하지 마.”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오덕화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오남미에게 말했다.오남미가 가버린 뒤, 오덕화가 한숨을 쉬며 장수지에게 원망스럽게 말했다."당은 정말, 어떻게 모든 일을 딸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어?”"지금 저를 탓해요? 그럼, 어디 당신이 방법을 대 돈을 모아봐요!"장수지의 한마디에 오덕화는 얼굴이 붉어졌다.오덕화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그런데, 천도준이 만약 돈이 없다면 어떡해?""아빠, 천도준이 돈이 없을 리 없어. 만약 돈이 없다면 그가 어찌 그의 빌어먹을 엄마를 구할 수 있겠어?"오남준이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너는 입 닥쳐. 이 집이 소란스러운 게 안 보여?”오덕화가 그를 찌릿 노려보자 오남준이 깜짝 놀라서 고함을 멈추었다.오덕화가 고개를 돌려 장수지를 보며 말했다."남미와 천도준이 결혼하고 나서 남미가 모든 은행카드를 갖고 있었으니, 집에 돈이 얼마 있는지는 남미가 가장 잘 알겠지. 그러니 그 애가 속았을 리 없어.”"내가 보기에는, 천도준이 회사에서 돈을 빌려 그의 어머니를 치료한 것 같아. 어쨌든 부대표니 돈을 빌리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거야.”그의 분석을 듣고 난 장수지도 분노를 가라앉히고 눈살을 찌푸린 채 사색하기 시작했다.잠시 뒤, 장수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매우 독한 얼굴로 말했다."그자가 돈이 있든 없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가 회사에서 돈을 한 번 빌릴 수 있었다면 분명 두 번도 빌릴 수 있을 거예요. 당시 우리가 하찮은 그 자식을 꺼리지 않고 받아들여 줬는데, 이제 와서 배은망덕하게 남미랑 이혼하고 4천만 원으로 때우려 한다고요?""당신...."오덕화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그만 말문이 막
메시지가 발송되고 나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땡!메시지 알람음을 듣게 된 오남미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러나 천도준의 답장을 보고 난 그녀는 마치 얼음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일찍이 젖어버린 온몸이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천도준의 답장은 아주 간단했다.[나는 당신네 가족을 일으켜 세울 능력이 없어!]조금 뒤, 오남미의 눈빛이 미친 사람처럼 번뜩였다.그녀는 이를 악문 채 입술 사이로 말을 내뱉었다."당신들이 나를 핍박한 거야. 당신들 모두가 나를 핍박하고 있어. 모든 사람이 나를 핍박해! 천도준, 우리 둘 다 편히 살 생각하지 말자. 당신이 먼저 무자비하게 나왔으니, 내 불의를 탓하지 마. 당신이 정태건설에서 순풍에 돛단 듯이 순조롭게 지낸다면서? 내가 15일에 당신 회사의 예매 발표회에서 소란을 떨고 나면, 당신이 회사에서 부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는지 어디 두고 보자고!”임대주택 안, 메시지를 보내고 난 천도준은 우스운 마음에 피식 웃었다.그는 질질 끄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미 오남미와 이혼한 이상 깨끗하게 끊어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고청하에게 미안해질 테니 말이다.게다가 어머니의 중병으로 그는 오씨 가문 사람들과 오남미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그들은 정말 사람도 아니지!’그는 결혼생활을 하는 삼 년 동안 오남미 때문에 매번 참고 양보했지만, 결국 오씨 가문 사람들의 더욱 심한 갈취를 당하게 되었다.‘어떤 일은 참을 수 있지만, 어떤 일은 내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이라 절대 물러서거나 참을 수 없지!’‘오남미가 많은 것을 희생했다고? 그럼 나는?’천도준은 잠이 오지 않았다.오남미의 민폐스러운에 행동에 대해 그는 조금도 불쌍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남미가 지금 처한 상황은 완전히 그녀 자신과 그녀의 가족들 때문이지,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그는 오남미가 그의 수면을 방해해 그저 화가 날 뿐이었다.다시 휴대폰을 집어 든 그는 이수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음
그 뒤 며칠간 천도준은 모든 정력을 서천구 주택 예매 준비에 돌렸다.한 달 동안이나 기세를 끌어모았기에 그는 이번 행사에 자그마한 문제라도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도시의 거리와 골목에 서천구 주택 예매에 관한 포스터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그리고 남녀노소가 잡담을 할 때, 서천구 매물에 관한 화제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마치 도시 전체의 주의력이 모두 서천구 매물에 쏠린 듯한 모습이었다.부동산 한 채를 살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이 서천구 주택을 사려 벼르고 있었다.왜냐하면 의성그룹이 입주하기 전에 서천구 부동산을 구입하면 의성그룹이 입주한 뒤, 주택가격이 반드시 오를 것을 그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바로 돈을 거저 줍는 일이었다.돈을 거저 주울 수 있으니 누구나 열정이 넘치는 것은 당연했다.심지어 이미 인맥을 가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관계를 이용해 내부 구매를 진행하려 하고 있었다.천도준은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일찍이 예상했었다.그는 삼 년 동안 부동산업에 종사하면서 내부 구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내부 구매에 너무 많은 집을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그가 진행하는 첫 번째 행사니 그는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성과를 거두고 싶었다.만약 내부 구매로 대부분의 집을 앞당겨 판매한다면 예매하는 날, 서천구의 부동산이 인기 폭발할 가능성이 없었다.내부 구매에 관한 일이 일단 소문나기 시작한다면, 서천구 부동산에 대한 현재 사람들의 기대로 보아 분명 정태건설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리하여 그는 마영석을 시켜 내부 구매자를 일부 선별하게 했다. 권력이 대단해 그들 회사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만 내부 구매를 진행하게 했고, 그외의 내부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 요구를 거절했다.정태건설이 “내부 구매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곧 세간에 알려졌다.이것이 또 세간에 떠들썩한 분위기를 불러일으켰다.서천구 주택을 사
오남준의 결혼 예단을 채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윳돈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제 와서 과욕일 뿐이었다.지금 서천구 쪽의 집값은 이미 그들이 그저 우러러볼 수밖에 없게 비쌌다.오남미는 핍박에 못 이겨 밖에 있는 호텔에 묵은 채 감히 집에 돌아가지도 못했다.왜냐하면 그녀는 일단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남동생에게 책망과 원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호텔에 숨어 있으면 오히려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다만 도시 전체가 떠들썩해지면서 그녀도 점차 더없이 후회하게 되었다.그녀가 생각하기에 천도준은 정태건설의 부대표이고 서천구는 정태건설이 개발한 것이니, 15일 이후, 천도준이 앞으로 정태건설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제쳐두더라도, 그 상금만 해도 절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오남미는 결코 그렇게 단호하게 천도준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녀가 후회할 때마다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일 뿐이었다.그녀는 후회함과 동시에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15일!’‘바로 15일 날에, 천도준을 패가망신 당하게 만들 거야. 정태건설의 부대표가 도대체 어떤 쓰레기인지 이 도시의 모두가 알게 할 거야.’‘내가 못 가진다면 망쳐버려야지.’‘그가 먼저 내게 무자비했으니 내가 불의를 저질렀다고 탓할 수는 없겠지.’‘그가 나를 속였으니 대가를 치러야 해!’15일이 점점 다가오자, 정태건설의 모두가 매우 바빠진 상태였다.천도준은 모든 직원을 데리고 밤을 새워가며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려 했다.아무도 이런 상황을 원망하지 않았고, 모두가 마치 흥분제라도 맞은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이것은 정태건설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더욱이 모든 사람이 한 달 넘게 열심히 노력해 곧 성공의 열매를 딸 수 있는 순간이었다.이날 저녁, 천도준은 모두를 일찍이 퇴근시켜 집에 돌아가 쉬게 했다.내일이 바로 15일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전날 밤에 푹 쉬어야 내일에
용정 화원.오늘 예매가 시작될 서천구의 건물이었다.이른 아침부터 호화로운 분양센터의 앞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매를 한다기보다 시세차액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게 더 맞았다. 심지어 어젯밤 저녁부터 이곳에 죽을 치고 앉아 기다리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줄곧 서천구의 사람들로부터 낡고 초라한 건물이라며 갖은 천대를 받던 땅이 오늘처럼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은 이미 분양 가구 수를 훌쩍 초과한지 오래였지만 집을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줄은 더욱더 길어지고 있었다.분양센터 앞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모여든 인구에 비해 턱없이 작은 주차장 때문에 차들은 무려 일 키로메터 넘은 곳까지 주차되어 있었다.심지어 현장 질서를 유지하고 집결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 시의 기능 부서 직원들까지 이곳으로 파견되었고 각 대형 언론사에서는 전속 구역에 주둔한 채 모든 카메라 설비를 완벽하게 세팅하고 대기 중이었다.전례 없는 어마어마한 상황이었다.시에서 상위 10위의 부동산 회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도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려들지 않았었다.“대광이 형, 오늘 좀 바쁘겠는데요?”분양센터 건물 안, 한 앳되어 보이는 직원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바깥 상황을 바라보며 이대광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던졌다.“이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저 밟혀죽는 거 아니에요?”“정신 똑바로 차려. 상담원이면 땅에 떨어지는 돈을 허리 굽혀 쓸어 담아도 모자랄 판에 밟혀 죽는 게 두려워?”이대광은 젊은 직원을 흘기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예상을 뛰어넘은 인파에 마음이 착잡했다.그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제일 큰 이유는 정태건설의 판매량이 오늘의 국면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도준이 미리 주건희를 찾아 도움을 빌린 것이었고.한 달 여전까지만 하더라도 정태건설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천도준이 직원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언론매체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세상에! 저, 저분 정태건설의 대표님이신 것 같은데!”그의 말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다.모두들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태건설의 대표님이 택시를 타고 오셨다고? 나 방금 잘못 본 거 아니야?”“스포츠카를 몰고 와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데 택시라니...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가지고 있으면서 차 한 대 사지 않았다는 거야?”“아, 아까 사진을 찍었어야 했어. 분명 한바탕 난리 날 뉴스거리였는데.”...충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모아 수군거렸다.천도준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올렸다.본격적인 분양이 시작된 것이다.지나치게 꾸물거리지도 의례 진행되는 축하공연도 없었다.밤을 새워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천도준은 잘 알고 있었다.파죽지세의 상황에서 발표회를 부각시키는 것은 아무런 작용도 없는 쓸데없는 짓이었다.오프닝 인사말로 현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후 다음 순서는 테이프 커팅식이었다.천도준은 일찍이 안에서 여러 의원님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며 얘기를 해두었다.사회자가 테이프 커팅식이 있겠다고 말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무대에 올랐다.그 순간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들을 향해 번쩍이는 플래시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센터 안으로 들어온 구매자들 역시 숨을 죽이고 무대를 지켜보았다.단아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천도준을 비롯한 다른 사자임들에게 가위를 가져다주었다.사회자가 커팅식을 시작하려 할 때 천도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사회자를 향해 말했다.“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돌발 상황에 사회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했다.얼떨결에 무대 위에 멍하니 서있게 된 의원님들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졌다.계속 천도준의 뒤에 서있던 마영석이 이를
찰나의 순간.군중 속의 고청하는 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고개 숙인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비록 어려서부터 이런 장면을 적잖게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을 해댔다.그전에는 아버지의 영광에 힘입어 서였다면 지금은 그녀의 남자 친구 천도준이 가져다준 것이었다.“와... 예쁘다...”고청하의 얼굴을 보자 사람들 속에서 일제히 그녀의 미모를 칭찬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어쩐지 내 여자 친구가 이렇게 예쁘면 나도 기다렸을 거야!”“대표님 정말 대단하시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둔 것도 모자라서 예쁜 여자 친구까지... 성공한 인생이야...”...들려오는 말소리에 고청하는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섬섬옥수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지금껏 이렇게 긴장되기는 처음이었다.그녀가 무대에 이르렀을 때 불쑥 나타난 큰 손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었다.“긴장돼?”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고청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천도준을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을 짓이기며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손을 뻗어 천도준의 손바닥을 맞잡았다.천도준의 큰 손을 맞잡자 미친 듯이 쿵쾅거리던 가슴이 점차 진정되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신기한 느낌에 그녀조차도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터져 나오는 플래시는 멈출 줄을 몰랐다.정장 셋업의 천도준과 화이트 원피를 입은 고청하가 천천히 무대 정중앙으로 걸어갔다.고청하가 좌우를 가볍게 살펴보더니 속삭였다.“이러면 회장님한테 안 혼나요?”“내가 나를 혼낼 리가 있겠어?”천도준이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 말에 고청하가 움찔하며 경악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바라보았다.그녀가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천도준이 마이크를 집어 들더니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발표했다.“정식으로 소개 드리겠습니다. 제 여자 친구 고청하입니다.”그 순간.열렬한 박수 소리가 터져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