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16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12 19:00:01
오후가 되어서야 부승민은 온하랑의 집에 도착했다.

온하랑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급히 마중을 나가 문을 열며 물었다.

“어떻게 됐어?”

부승민은 온하랑의 표정에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온하랑은 부승민을 이토록 환영해준 적은 처음이었다.

“타협하고 왔어.”

부승민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어떻게 얘기했는데?”

온하랑은 부승민과 마주 보고 앉아 강의를 듣는 학생이라도 된 듯 귀를 쫑긋 세웠다.

“오형일이 나한테 사랑하는 자기 아들 좀 이해해달라고 하길래, 난 사랑하는 내 아내 좀 이해해달라고 맞받아쳤지.”

부승민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온하랑도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부승민, 너 진짜 생각보다 더 뻔뻔하다.”

“그걸 이제 알았어?”

“…”

온하랑이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리고? 단순히 그 말 한마디로 탄원서를 포기했을 리가 없잖아.”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방향을 좀 잡아줬어.”

“어떻게 했는데?”

“최씨 일가를 찾아가라고 알려줬어.”

부승민이 진지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너, 오재원이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뭐라고 진술했는지는 알아?”

온하랑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몰라.”

“오재원 진술로는 본인이 그런 짓을 저지른 이유가 최동철이 너한테 홀릴까 봐서래. 네가 최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는 게 싫어서.”

온하랑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는 부승민의 표정에는 어딘가 기분 나쁘다는 듯한 기색이 비쳤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했다.

온하랑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미친 거 아니야? 내가 언제 최씨 가문 며느리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부승민의 눈을 마주 보며 온하랑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왜? 넌 오재원 말을 믿어?”

“당연히 안 믿지. 근데 오재원이 왜 이런 오해를 하는 걸까?”

“임연지 때문에.”

“맞아.”

부승민이 답했다.

“그러니까 최동철을 위해서든, 임연지를 위해서든 오재원이 저지른 짓은 최씨 일가와 무조건 관련이 있다는 거야. 그럼 오재원 부모는 최씨 일가부터 찾아가야지. 임연지 찾으러. 알겠어?”

온하랑이 잠시 고민하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717화

    온하랑은 부승민의 의견을 알아차리고 입술을 앙다문 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됐어.”시작부터 온하랑은 그저 기부가 하고 싶었다. 다만 그 금액이 지나치게 컸던 탓에 재단을 설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 뿐 재단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았다.부승민도 온하랑이 거절할 것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온하랑은 여전히 무의식 속에서 본인을 평범한 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인맥이나 돈을 찾는 대신 경찰부터 찾는다.그러니 부승민은 항상 온하랑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단순하고 쉬운 온하랑을 지켜주고 싶었다.“그래, 싫으면 말아. 내가 다 보완해주고 지켜줄 테니까 빚진다는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 그냥 날 떠나지만 말아줘.”부승민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설마 내가 허를 찌른 건가?”...감동하려던 찰나였지만 마지막 한 마디 때문에 온하랑은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아니, 네가 의심이 너무 많은 거야.”온하랑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민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부승민 한 번만 믿어주어도 되는 걸까? 꼭 떠나야만 할까?“너 사기꾼이잖아. 경주에서 날 어떻게 속였는지 난 아직도 기억하는데”부승민이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온하랑은 뭔가가 떠오른 듯 부승민을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맞다, 우리 집 열쇠가 너한테 왜 있어?”부승민이 잠시 멈칫하더니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온하랑이 곧바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열쇠를 들고 물었다.“이거 내 열쇠 아냐?”“응, 맞아.”“언제 가져갔어?”“오늘 아침에.”“난 왜 몰랐지?”“넌 그때 바나나 먹느라 바빴으니까.”“...”아침, 임연지는 오재원에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빠른 항공권을 예매해 다급히 경성으로 돌아갔다.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을 깨닫자 임연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경주에 도착해 임가희를 보는 순간 임연지는 그녀의 품에 안겨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6-12
  • 위태로운 제안   제718화

    임연지는 말이 없어진 임가희의 모습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고모, 꼭 저 구해주셔야 해요.”뒤늦게 정신을 차린 임가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 오재원이 저지른 짓이라고 하지 않았어? 경찰이 아직 널 체포하러 온 것도 아니잖아. 그럼 이 일은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임연지의 심장이 계속해서 쿵쿵 뛰었다.“근데 저 무서워요. 만약 오재원이 감형받으려고 경찰한테 제 이름 불어버리면 어떡해요? 그리고 오씨 집안 사람들이 제가 연루되어 있다고 확신하면요? 두 집안 관계 유지하려고 고모부께서 저를 방패로 쓰시면 어떡해요?”오재원이 경찰한테 잡혀있는 건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오재원은 정말 임연지의 개새끼였다. 임연지가 손가락만 까딱이며 오른쪽으로 가라 하면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은 감히 쳐다도 못 보는 그런 사람이었다.임연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는 바로 오재원의 가문인 오씨 집안이었다.명문 세가 사람들로서 모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람 보는 눈에는 도가 터 있었다. 임연지가 오재원을 꼬드겼다는 것쯤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곧 있으면 얘기를 나누러 최씨 일가로 찾아올 것이다.임가희가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밑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임연지가 다급히 창가로 달려가 창밖을 확인했다. 검은색 승용차가 최씨 일가의 저택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차 뒷좌석의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내렸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오재원의 삼촌이었다.오재원의 삼촌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저택 2층을 쳐다보았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임연지가 재빨리 고개를 숨기고 임가희의 팔을 끌어안은 채 울면서 말했다.“고모, 오씨 집안 사람이 온 것 같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부모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저한테 남은 친척이라고는 고모밖에 없다고요.”임연지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그 시절, 임연지의 부모님은 경주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던 탓에 임가희의 차를 타고 외출했다.어쩌면 임가희도 그 차에 함

    최신 업데이트 : 2024-06-12
  • 위태로운 제안   제719화

    “형님, 어차피 진짜 가족도 아니잖습니까. 임연지 그것이 심보가 못돼서는 관리도 똑바로 안 되니까 계속 최씨 가문에 남겨두면 언젠가 큰일을 칠 겁니다.”“형님, 우리 두 가문의 관계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두 노인네가 아직 살아있을 때는 기억 하십니까? 저희 아버지가 저 데리고 최씨 일가 저택까지 찾아왔다가 속옷 한 장 못 입고 돌아갔던 그 일 말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그때 일을 장난처럼 얘기하시더라고요. 재원이도 동철이랑 같이 자란 아이인데 아직도 저렇게 잘 지내는 걸 보니까 저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형님, 형님도 제 친형 부부한테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아시겠죠. 바깥사람 때문에 형제 우애를 망치고 싶지가 않네요.”오정우는 두 집안의 관계가 최씨 가문에 달려있다는 뜻이 담긴 말을 전했다. 최국환이 임연지만 자신들에게 넘긴다면 두 집안의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오재원이 감옥에 들어가는 이상 두 집안의 관계는 바로 끊긴다는 것이다.최국환이 답했다.“난 여태껏 재원이를 내 친조카라고 생각해왔어. 재원이를 감옥에 보내고 싶을 리가 있나. 이렇게 하자. 지금 당장 연지 불러서 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지. 정말 연지와 관련되어 있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어휴, 역시 형님은 공평하게 대해줄 줄 알았어요.”오정우가 말했다.최국환이 도우미를 시켜 위층으로 올라가 임연지를 불러오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위층에서 내려와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선생님, 아가씨께서 집에 안 계신데요.”최국환이 놀란 기색으로 물어봤다.“금방 돌아오지 않았나?”도우미가 답했다.“사모님께서 말씀하시기로는 아가씨께서 잠시 다른 곳으로 여행 가셨다고 하던데요. 물건 정리만 대충하고 바로 다시 나가셨대요.”오정우가 최국환을 슬쩍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여행이라니, 물건만 챙기고 바로 나갔다니. 이걸 누가 믿나.일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니까 도망간 게 아니고? 임연지의 도망으로 최국환은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6-13
  • 위태로운 제안   제720화

    “정말 관련도 없다면 도망은 왜 친 건데?”최국환이 냉소를 지으며 임가희를 바라보았다.“요즘 날씨가 확확 변하니까 동림이 감기 안 걸리게 케어 잘 해줘. 다른 일은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어.”“하지만, 연지는 우리 오빠 부부의 유일한 아이예요.”임가희가 말을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전에 본가에 있을 때도 저희 오빠가 저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지 아세요? 무슨 물건이든 다 저한테 남겨주고 전남편한테 가정 폭력을 당할 때도 저희 오빠 아니었으면 이혼도 못 했을 거예요. 연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나중에 오빠 얼굴을 무슨 면목으로 봐요?”“나도 당신이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어. 당신 오빠한테 미안해서 이러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하지만 당신이 정말 연지를 위한다면 이런 식으로 감싸고 도는 것도 절대 좋은 게 아니야! 만약 정우가 아니었다면 난 연지가 남의 작품을 도용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최국환은 관리를 잘 받아 아직도 청초하고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의 비참했던 몰골을 떠올렸다. 최국환의 말투는 여전히 단호했지만 태도에서 마음이 약해졌다는 게 티가 났다.임가희가 눈물을 머금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그 일은 연지가 잘못한 게 맞아요. 그 일에 대해선 제가 이미 잘 알아듣게 혼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잘 넘기기만 한다면 제가 충분히 타이르도록 할게요. 여보,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돼요?”얼음장 같던 최국환의 마음이 순식간에 눈 녹듯 풀려버렸다. 그는 아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연지가 저지른 일의 뒤처리쯤은 나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조건으로 연지는 무조건 내 계획에 따라야 해.”임가희가 잠시 멈칫하더니 찔러보듯 물었다.“어떤 계획인데요?”최국환이 임가희를 바라보았다.“그건 나도 아직 몰라. 하지만 연지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야. 그저 연지가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날 따위는 없을 거란 소리지.”임가희가 입을 열기 전에 최국환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6-13
  • 위태로운 제안   제721화

    “아버지, 서로에게 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최동철은 웃는 듯 마는 듯하면서 최국환의 사심을 알아보지 못 본 척했다.“피해자가 친구라면서? 네가 직접 가서 얘기해봐. 만약 오재원을 양해해 준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상관없어.”“이게 바로 아버지가 말한 서로에게 다 좋은 방법이에요?”최동철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최국환은 눈꼬리가 펄쩍 뛰었다.“온하랑은 너의 학생이지? 네가 나서면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동의할 거야.”앞서 촬영 공모전에서 최동철은 사고가 발생하였고 임연지는 이 틈을 탔다. 겨우 이일을 해결하였는데 그날 룸에서 오재원은 또 온하랑에게 함부로 말을 지껄였다. 이번 일까지 겹치게 되면 최동철은 온하랑에게 오재원을 양해하라고 말할 면목이 없었다.최동철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최국환은 그를 흘겨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오재원이 말한 것처럼 온하랑에게 미혹되어 너의 사촌 동생인 오재원이 감옥에 가는 꼴을 보더라도 돕지 않을 거야?”최동철은 말하려다 무언가가 문득 생각이 나서 눈을 내리깔며 찬웃음을 지었다.“난 그녀를 좋아하지만, 양해하는 것은 그녀의 권리에요. 그녀가 원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억지를 부리겠어요! 나 때문에 이미 이런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사정할 면목이 없어요. 그리고 오씨네 가문에서 그녀를 찾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협박과 회유도 안 되는 걸 내가 말하면 양해해 줄 것 같나요?”“이번 일은 오재연과 연지의 잘못이에요.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저한테 책임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어요. 그러니 그들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되죠, 아버지가 보기에는요?”“오재원은 너와 함께 컸어. 그가 감옥살이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당연히 아니죠. 하여 나는 임연지를 오씨 가문에 넘기려고 해요.”최동철이 답했다.최국환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나는 그녀가 다른 곳으로 피신갈 거라고 짐작했어요.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을 시켜 쫓도록 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예요.”최동철이 말했다.“너...”최국환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6-13
  • 위태로운 제안   제722화

    촬영 현장이다. 방금 촬영을 마친 온하랑은 분장실에서 대본을 보고 있었다.이때 직원 한 명이 문 앞에서 머리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다가 온하랑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하랑 씨, 밖에 누군가가 찾아왔어요.”“누구죠?”대본을 읽고 있던 온하량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현재 상황으로 보면 배우 본인과 관계되는 사람만이 올 수 있었다. 팬들이 스타를 만나기 위해 줄줄이 서 있는 상황에서 배우 본인과 관계되는 사람이 아니면 스태프는 일부러 통지하지 않을 것이다.“엄마라고 했어요.”온하랑은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말했다.“나의 엄마는 이미 20여 년 전에 떠났어요. 밖에 있는 분은 사기꾼일 테니 쫓아내면 돼요.”직원은 의아해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떠났다는 것은 죽었다는 뜻일까?’“네. 그럼 돌려보낼게요.”스태프는 촬영장 밖에 서 있는 차 옆에 다가와 뒷좌석의 임가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버젓하게 생겼는데 사기꾼이군!’스태프는 무례한 태도로 임가희에게 말했다.“가세요. 온하랑 씨는 당신을 만나지 않을 거예요.”임가희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나의 신분을 말하지 않았어요?”“말했죠.”“그럼 뭐라고 했어요?”“이 사람이 체면을 세워주니 싫어? 온하랑 씨가 그러는데 그의 엄마는 20년 전에 이미 죽었대! 사기꾼, 어서 떠나지 못해!”스태프는 말을 마치고는 돌아갔다.임가희는 어이가 없었다.어쩐지 온하랑이 여태껏 그녀를 찾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있었구나?“사모님, 어디로 모실까요?”기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임가희가 말했다.“일단 기다려요.”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사람을 시켜 온하랑의 전화번호를 알아보게 했다.앞서 두 사람은 통화했지만, 경찰의 전화를 사용했기에 그녀는 번호를 기록하지 않았다.몇 분 후 온하랑의 전화번호를 받은 임가희는 바로 연락했다.“온 선생님, 전화가 왔어요.”비서는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건네줬다.최근에 너무 바빠진 온하랑은 출퇴근을 책임질 기사를 모집했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6-13
  • 위태로운 제안   제723화

    “내가 온하랑의 엄마야. 전화 바꿔.”비서는 잠시 멍해졌다.‘온하랑 선생님의 엄마라고?’‘하지만 정말 온하랑의 엄마라면 어떻게 낯선 번호로 전화를 했을까?’온하랑 선생님은 분명히 이 번호를 모른다.비서가 뒤를 돌아보니 현장 감독은 오디션 때문에 이미 온하랑을 불러갔다. “죄송해요, 온하랑 선생님은 지금은 촬영 중이니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제가 대신 전달해 드릴게요. 아니면 선생님께서 퇴근한 후에 다시 전화해 주세요.”“나는 걔 엄마야. 낯선 사람이 아니라고! 빨리 전화를 바꿔봐!”임가희는 매서운 태도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죄송해요. 온하랑 선생님께서 일하고 계시니 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끊을게요. 이제 선생님께서 퇴근하신 후 다시 연락해주세요.”전화를 끊고 비서는 물컵을 들고 촬영 현장으로 갔다.온하랑은 대역 배우와 대본을 맞추었으며 그 배우의 비서도 역시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화제는 갑자기 온라인 사기 사건으로 돌려졌고 두 사람은 이를 주제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비서는 아까 받은 전화가 생각나서 참다못해 불평을 터뜨렸다.“...요즘 별의별 온라인 사기가 다 있어요. 저도 조금 전에 남의 엄마 행세를 하는 전화를 받았어요...”“사기꾼이 가족들의 목소리와 억양을 모아 AI로 시뮬레이션하면 친자식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너무 끔찍해요.”비서가 감탄했다.오후 3시가 넘어서야 온하랑은 촬영을 마치고 현장에서 나와 길가의 차로 걸어갔다.비서가 있으니 확실히 많이 편리했다. 예를 들어 온하랑이 분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비서는 이미 기사에게 연락하여 차를 제작진 근처로 대기시켜 그녀를 편하게 했다.온하랑이 뒷좌석의 문을 열고 차에 오르려고 했을 무렵 갑자기 옆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하랑!”온하랑은 주춤하며 멈춰 섰다.이 목소리는 한 번밖에 들어본 적이 없지만 아주 익숙했다.임가희가 이렇게 끈기 있게 여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온하랑은 차분히 고개를 돌렸

    최신 업데이트 : 2024-06-14
  • 위태로운 제안   제724화

    임가희는 어리둥절하여 즉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몰고 오라고 했지만 아쉽게도 온하랑의 차는 이미 멀리 가버렸다.그녀는 뒷좌석에 앉아 창문으로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으나 마음속으로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온씨네가 온하랑에게 자신이 죽었다고 속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면, 그녀가 목적을 이루려면 먼저 온하랑에게 그녀가 어머니라는 사실을 믿게 해야 했다.하지만 다시 자세히 생각해보면, 임가희는 또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만약 온하랑이 정말로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다면 불화가 있었던 사람이 나타나 갑자기 자신이 어머니라고 말하면 화를 내며 머리가 이상하다고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냉정하게 엄마가 없다며 죽었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온하랑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혹시 온하랑이 그녀의 신분을 일찍 알고 있었기에 덤덤했을까?온하랑의 차가운 눈빛을 떠올리며 그녀는 알아차렸다.그렇다면 온하랑은 언제 알았을까?임가희는 지난번에 병원에서 만났을 때를 회억하며 온하랑의 반응이 가식적이지 않아 몰랐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병원에 들어온 후 온하랑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게 되었고, 병원의 일을 떠올리면 억울한 마음에 화가 나서 그녀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음이 틀림없다.임가희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온하랑은 지난번 병원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그녀를 탓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 모녀 관계를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이기에 그녀가 주동적으로 친해지기만 하다면 온하랑의 태도는 틀림없이 누그러질 것이다.차 안에서 온하랑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꼼짝도 하지 않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지난번 병원에서 다시 만나기 전에 온하랑은 이미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접었다.사실 그녀도 임가희를 이해하려 했었다. 비록 자신을 낳았지만 불행하게 살았으니 더 좋은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두 사람이 재회한 후의 상황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일이 없으면 찾아오지 않는 법, 온하랑은 임가희가 양심의

    최신 업데이트 : 2024-06-14

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