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22화

Penulis: 고운
[역시 자본가들은 진짜 대단해, 딸의 안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네.]

[만약 법적인 책임을 물으면 부선월은 감옥에 가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강씨 집안은 최씨 집안 부씨 집안 모두와 척을 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강씨 집안도 결국 부씨 집안 제안을 받아들였을 거야.]

[안 보냈으면 부선월이 바로 최국환이랑 결혼했겠지. 최동철한테는 다행 아니야? 부선월이 들어왔어 봐, 최동철 괴롭히기만 했지.]

그때 한 네티즌이 댓글 창에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며 말했다.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는데 며칠 전에 대선 탈락한 사람이 최동철 외동숙 강시우야.]

[와,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그 사진은 빠르게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갔고 사람들은 최동철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내어 그에게 동정과 응원의 말을 보내주고 있었다.

동시에 부승민의 인스타에는 험한 말들을 쏟아내었는데 그를 위해 나서주는 사람들한테는 “자본가의 개”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강시우의 일을 파던 사람 하나가 강씨 집안과 최씨 집안이 아직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서 협업 관계를 유지 중이라는 걸 발견해내자 사람들은 강 씨, 부 씨, 최씨 상관없이 다들 미친 사람들이라며 댓글 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도시는 너무 위험해. 엄마, 나 시골로 돌아갈래요.]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사실을 알게 됐어.]

그런 여론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온하랑의 핸드폰에도 알고리즘으로 뜨게 되었다.

제목을 보고 클릭해본 온하랑은 지금을 기회 삼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분노를 터뜨리는 많은 사람들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

2분 뒤, 황은숙이 웃으며 걸어오더니 온하랑을 향해 말했다.

“사모님, 오늘 핸드폰 너무 많이 보셨어요, 오래 보면 몸에 안 좋으니까 이제 저 주세요.”

아직 시간이 안 된 것 같은데 핸드폰을 달라는 황은숙에 온하랑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

“승민 오빠한테 전화만 하고 줄게요.”

“네.”

부승민의 번호로 전화를 걸자 상대편에서도 빠르게 부승민의 평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랑아.”

여론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위태로운 제안   제1223화

    부승민은 몇 초 동안 고통이라는 감정에 휩싸였다. 마치 뜨거운 불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처했다.온하랑은 임가희의 부상을 크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곧 부선월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온하랑이 입을 열었다.“부승민, 너가 출장 간다고 했던 날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지? 내가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뵈러 가던 길에 사고를 당할 뻔했어. 너는 그 일이 해외 경쟁자와 관련 있다고 했지만, 그때 필라시에 간 사람은 부선월 씨였고 날 해치려 한 사람도 부선월 씨였어. 맞아?”“...맞아.”부승민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그는 한 손으로 창턱을 짚고 무의식적으로 두드리며 온하랑이 말하기를 기다렸다.“부선월 씨가 내 목숨을 노렸던 거야?”부승민은 숨을 멈춘 채 대답했다.“...응.”“그 당시 부선월 씨가 병을 앓고 있었어?”“확실하진 않아. 다만 그때 이미 약을 복용 중이었어.”부승민은 부선월을 정신병원에 보낸 것이 어쩌면 의도치 않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정신질환이 있다는 게 증명되고 범행 당시 그 상태였다면 부선월 씨는 감옥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겠지?”“그렇지.”“그럼 넌 부선월 씨가 병원에서 얌전히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다시 탈출하지 않을 거라고?”부승민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과거였다.‘이번에도 부선월은 정신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게 아니던가?’“하랑, 내가 약속할게. 부선월 씨가 다시는 병원을 마음대로 나올 수 없도록 할 거야. 경찰이나 최씨 가문 쪽에도 협조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막을 거고...게다가 아직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잖아. 부선월 씨가 범행 당시 정말 발병 상태였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어. 결과는 아직 미지수야.”부승민의 말은 간절했지만, 온하랑의 마음은 여전히 요동치지 않았다.부승민이 아무리 단호하게 약속을 해도 현실이란 언제나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잘 알고

  • 위태로운 제안   제1224화

    부승민의 정체는 원래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의 모든 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심지어 수십 년 전 최국환과 강윤희의 일까지도 파헤쳐졌다.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은 분명히 이례적이었다.“맞아. 내가 알아보라고 시켰더니 처음 폭로한 건 도시일보의 마감독 주필이었어. 마감독은 임 여사의 친구인데 두 사람은 예술 전시회에서 만나 종종 함께 전시회를 다녔다고 하더라.”온하랑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럼 임 여사가 폭로한 거네? 목적이 뭐야?”“아마 내가 정신적 검증을 신청한 것에 불만이 있어서 여론의 힘으로 날 압박하려는 것 같아. 얼마 전 최국환 씨도 날 찾아와 신청을 철회하라고 했거든.”“...결국 지금 넌 꼼짝 못 하게 된 거구나.”임 여사가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이상 부승민이 신청을 철회하더라도 그녀가 쉽게 물러날 리 없었다. 오히려 여론을 부추기며 부승민이 철회한 이유를 죄책감이나 찔림 때문이라고 몰아갈 가능성이 컸다.만약 감정 결과에서 부선월이 범행 당시 발병 상태가 아니라고 판정된다면 그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테니 비교적 간단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여론은 부승민이 뇌물을 써서 결과를 조작했다고 몰아갈 가능성이 컸다.결과가 어떻든 부승민은 각종 의혹과 압박에 직면할 운명이었다.“네 말이 맞아.”부승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를 손으로 눌렀다.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일이 자신에게 큰 압력과 도전을 안겨줄 것임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그래서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온하랑이 조용히 물었다.“계속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릴 거야.” “...”“하랑, 미안해.”부승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그는 온하랑의 걱정을 잘 알면서도 이 상황에서 물러설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알아.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겠지.”온하랑의 목소리에는 아주 미묘한 동정심이 스며 있었다.다행히도 임 여사는 부

  • 위태로운 제안   제1225화

    리우 그룹에서.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비서는 책상 앞에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최동철에게 최신 상황을 보고했다.“최초 보도를 한 기자는 임가희 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백 선생님의 일이 드러나는 바람에 부승민이 그 혼란을 틈타 상황을 더욱 부추기며 모든 사람을 끌어들였습니다.”모든 이를 늪으로 끌어내리려는 의도였다.최동철의 얼굴은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눈동자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비서는 최동철의 표정 변화를 감지하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최동철의 지시를 기다렸다.“이 화제를 잠재울 수 있나?”최동철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 전반에서 강제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키지 않는 한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비서는 신중히 답하며 말을 아꼈다.“그렇다면 먼저 화제를 돌려야겠군.”최동철이 손가락을 비비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임가희가 그 노인과 어떤 관계였는지 사람들이 꽤 흥미로워할 테니 말이지.”부선월을 미워하는 것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임가희가 자신의 어머니와 사적인 일을 대중 앞에 공개하며 자신과 강씨 가문을 이용하려 든 건 분명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임가희는 가만히 있어도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녀를 도와 부선월을 완전히 몰락시키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임가희는 그 기회를 거절했다.이제는 모두가 법적 감정 결과에 주목하고 있어 최동철이 직접 나서기도 껄끄러운 상황이었다.“알겠습니다.”비서는 신속히 응답하며 물러설 준비를 했다.사무실 안은 다시 깊은 침묵에 잠겼다.최동철은 책상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비서는 숨조차 크게 내쉴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최 대표님, 더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손짓으로 비서를 불렀다.비서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최동철의 지시를 기다리며 한 걸음 다가섰다.최동철이 차분한 목소

  • 위태로운 제안   제1226화

    강기우는 웃으며 손을 뻗어 품에 안고 있던 여자의 엉덩이를 가볍게 툭 치고는 술잔을 들었다.“소리, 최 대표님께 술 한 잔 따라드려.”“네.”그러나 최동철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괜찮습니다. 안 해도 돼요.”강기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요? 아까 40년 된 브랜디 두 병을 호주에서 공수해 왔는데 나중에 한잔해봐요.”그는 다시 소리를 품에 안으며 능글맞게 웃었다.“감사합니다.”“그런데 소문에 동철 씨에게 새로 생긴 아이가 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인가요?”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최 대표님은 워낙 몸을 잘 아끼시는 편인데 언제 밖에서 자식을 남기셨어요?”최동철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게 대꾸했다.“말하자면 길어요.”강기우는 더 묻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마침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어 서비스 직원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문하신 브랜디가 도착했습니다.”강기우가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고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은 직원이 트레이를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녀는 테이블에 브랜디를 내려놓으며 물었다.“강 도련님, 개봉하시겠습니까?”소리를 듣고 최동철이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았다.“개봉하세요.”직원은 능숙한 손길로 병을 열며 작업을 진행했다.그러는 동안 강기우의 시선이 그녀를 유심히 살폈다.“혹시 새로 왔어요? 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인데.”“네.”설윤은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도련님, 저는 새로 온 직원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모시게 되었네요.”“이름이 뭐죠?”“설윤입니다. 모두 저를 윤이라고 부릅니다.”“설윤 씨, 이 사람 알아요?”강기우는 최동철을 향해 턱짓하며 물었다.설윤은 그의 시선을 따라 잠시 최동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답했다.“아니요.”“이분은 리우그룹의 최 대표님이셔요. 최 대표님께 술 한 잔 따라드려요.”“네.”설윤은 브랜디를 따라 조심스럽게 최동철 앞으로 술잔을 건넸

  • 위태로운 제안   제1227화

    “최 대표님, 농담하지 마세요. 이 일은 최 회장님과 무관해요. 요즘 일자리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저는 이 기회를 정말 소중히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회장님 곁을 떠나야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설윤은 겸손하면서도 약간의 확고함을 담아 대답했다.마치 이 일이 특별하고 소중한 기회라도 되는 듯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이었다.최동철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더는 이 주제를 파고들지 않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두 주요.”설윤이 대답했다.설윤은 최동철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과일 접시를 살짝 흔들었다.“혹시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저는 이제 일하러 가도 될까요?”최동철은 짧게 대답한 뒤 냉담한 태도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설윤은 과일 접시를 들고 룸으로 향하며 다시 일에 몰두했다.모퉁이를 돌던 최동철은 설윤의 뒷모습을 무심히 한 번 더 흘깃 바라봤다.‘늙은이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어린 여자를 탐하는군. 하지만 이렇게 깍쟁이는 아닐 텐데.’최국환 옆에서 얌전히 잘 모시며 얻은 재산으로 한평생 무리 없이 살 수 있다.‘늙은이를 달래지 않고 설윤 씨는 대체 왜 여기서 일하는 걸까?’최동철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딘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그러나 그 기분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온라인에서 논란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했다.사법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그때 인터넷에선 또 다른 큰 이슈가 터졌다.[피해자로 알려진 임 씨의 본명은 임가희였다. 강남 외곽의 작은 마을 출신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중학교까지만 학업을 마쳤으며 고인이 된 기자 온강호의 전처이자 온하랑의 친어머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온강호가 누구예요?]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몇 년 전의 기사들이 첨부되었다. [온하랑은 누구죠?][부승민의 전처입니다.][세상에 부

  • 위태로운 제안   제1228화

    비록 최국환이 재혼을 했고 아들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젊고 잘생겼으며 최씨 가문의 미래 상속인으로서 경주에서 유명한 인기남으로 많은 가문들이 그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당시 최국환은 유명 가문의 딸과 연애 중이었고, 임가희는 어느 클럽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곳에서 최국환과 알게 되었다.임가희는 교활하고 영리했다. 그녀는 한 차례의 교란을 일으켜 최국환과 그 명문가의 딸을 헤어지게 만들고 결국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정말 큰 이슈네요... 부 여사님, 우리 같은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속이 후련해졌어요.][부선월 씨가 이 이슈를 퍼뜨린 건가요?][이슈는 자신을 좀 더 천천히 음미하시라고 전해 달라고 할 지경이에요.][유명 가문의 딸: 임가희 씨, 고마워요.][진짜인가요? 혹시 게시자가 부승민이 고용한 사람은 아니겠죠?][너무 가짜 같아요. 부선월을 옹호하는 것 같네요. 부승민은 정말 돈이 많네요. 저는 부승민의 감정 결과를 똑똑히 지켜볼 거예요.][...]댓글에는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고 게시자는 고정 댓글을 남겼다.[제가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그때 임가희에게 당한 당사자가 바로 저희 이모입니다. 이모는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서 이 사건에 대해 불평하지 않지만, 이 얘기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모든 내용은 사실이며 만약 허위로 만든 것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 저를 임가희가 저를 고소해도 좋습니다. 과연 임가희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이 글이 올라오자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갔다.[그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 그 누구 하나 똑똑하지 않겠어요? 결국 모두 비슷한 급이네요. 다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아요.][다행히 나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어요. 그냥 계속 옆에서 후속 기사를 지켜볼 거예요.][남자들은 또 숨어버렸네요.][이미 말했잖아요. 부선월은 배경이 강해요. 임가희가 저렇게까지 몰아붙였으니 알겠죠. 부선월은 집안에서 보호받고 자란 순진한

  • 위태로운 제안   제1229화

    이번에 작성자는 한층 더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다. 그는 민감한 정보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애매한 단어와 흐릿한 그림으로 암시하였다.진상이 어떻든 간 온라인에서의 논의는 갈수록 복잡한 방향으로 번져가고 있었다.임가희, 최국환, 부선월 세 사람을 둘러싸고 구성된 이야기는 부승민, 최동철, 온하랑 세 사람을 함께 엮어서 마치 드라마처럼 매일 새로운 스토리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병실 안에 있는 임가희의 두 눈에서는 음울한 빛이 흘렀다.박수아의 조카가 불쑥 튀어나와 지나간 옛일을 터뜨릴 줄은 그녀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당사자인 박수아도 진작 과거를 내려놓고 시집가서 애 놓고 잘 살고 있었기에 임가희도 옛일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임가희도 최국환과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었다. 혹시 다른 도련님들이 계속 찾아와서 집적거리지는 않을지, 박수아가 복수라도 하지 않을지, 최씨 가문의 어른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는 안 할지, 누군가가 그녀를 붙잡고 놓지 않으면 어쩔까…하지만 최국환과 결혼을 한 뒤 이 모든 걱정은 더는 문제가 아니었다.그녀는 몇 년이라는 청춘을 바쳐가며 끝내는 계급의 편견을 넘어서 최 부인이 되어 소망을 이루었다.옛날에 그녀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던 사람들은 뒤에서는 어떤 표정을 짓든 간에 그녀의 앞에서는 한결같이 상냥했다.최국환과 결혼하기 전의 몇 년은 그녀가 가장 돌이키기 싫은 기억으로 가득 찼다.마치 신체의 어느 한구석에 남아 있는 깊은 흉터처럼 분명히 아문지 몇 년은 퍽 되었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저녁이 깃들면 가려워서 잠을 못 이루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각종 예의범절을 열심히 배워가면서 애써 최씨 가문의 사교계와 융합하여 완벽한 최 부인으로 탈바꿈하기에 온갖 힘을 다 썼다.그녀는 지나간 그 시절에 만난 사람들과 겪은 일들은 언급하기도, 돌이키기조차 싫었다. 부유하고 편안한 생활의 세례 속에서 천천히 잊어가면서 살아왔다.하지만 박수아 조카의 말이 그녀를 또다시 옛날의 기억 속

  • 위태로운 제안   제1230화

    최국환 역시 박씨 가문의 사람이 터뜨린 기사를 보고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임가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탄을 했다. 밖에 드러난 두 눈동자는 햇살을 받은 호수처럼 반짝이였고 물안개가 자욱한 듯 몽롱했다.“이게 바로 제가 받아야 할 벌인가 봐요... 그들이 나를 증오하는 것은 응당해요. 제가 박수아 씨한테 상처를 줬으니 말이죠. 하지만 여보, 난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만약 당초에 제가 조금만 더 일찍 당신을 만났더라도...”“지나간 일은 당신 잘못이 아니야. 내가 박수아 씨를 좋아하지 않았어. 설사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최국환은 임가희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으면서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그러던 최국환은 갑자기 화제를 돌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을 흘리면서 차갑게 말했다.“난 그래도 박씨 가문이 주제 파악은 잘하는 줄 알았어. 흥, 그 사람들이 지금 옛일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건 무조건 나를 견주고 한 짓이야. 여보, 걱정하지 마. 난 당신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게 하지 않을 거야.”이런 상황에서 그는 임가희와 한 몸이 되어야 했다. 임가희가 불륜녀라는 것을 승인하는 것은 곧바로 자신이 외도한 남자라는 승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는 그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무척 큰 영향이 미칠 테였다. “여보, 난...”임가희는 뭔가를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순간 만감이 교차하여 목이 멘 채 말을 잇지 못했다.최국환은 그녀에게 이제는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거려 주었다.“당신은 그냥 안심을 취하면서 몸조리나 잘해. 나머지 일은 다 나한테 맡겨.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이제는 그 누구도 당신을 다치지 못할 거야.” 임가희는 머리를 끄덕였다.최근에 박씨 가문이 저지르고 다니는 일들은 최국환의 영향력과 세력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감은 채 갑작스레 그녀에게로 덮친 이 풍파가 하루 일찍 가라앉고 대중의 시선이 다시 부선월의 몸

Bab terbaru

  • 위태로운 제안   제1365화

    “동림아, 네가 임 여사님을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어머니는 스스로 잘 해결하실 거야.” 최동림은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엄마의 태도가 이상했다. 친구네 아빠가 바람을 피웠을 때 친구 엄마는 크게 분노하고 난리를 쳤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적도 있다. 아내가 남편의 내연녀를 공격하는 영상 그리고 그 영상 아래 달린 수많은 댓글. ‘저런 여자들은 가만두면 안 돼.’ ‘원래 저런 건 맞아야 정신 차리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연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엄마는 너무도 평온했다. 심지어 그 여자, 설윤에게까지 온화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형, 그런데 엄마는 왜 그러시는 거야?” “너한테는 아직 좀 어려운 얘기야. 그냥 엄마 말 잘 따르기만 하면 돼.” “나도 알고 싶어. 형, 알려줘.” 최동림은 형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이의 눈빛은 맑고 어렸다. 하지만 그 안에 깃든 것은 단순한 호기심만이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최동철은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림아, 너 이익이 뭔지 알아?” “알지. 돈!”최동림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자 최동철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꼭 돈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사람과의 관계, 사업 기회, 사회적 지위, 더 나은 생활. 이 모든 게 다 이익이 될 수 있어.”“음...” 최동림은 이해가 되는 듯 안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최동철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정략결혼도 결국 이익과 이익이 맞물린 관계야.” “정략결혼?”“그래. 두 집안이 서로 협력하면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맺는 거지. 남자가 신분이 낮다면 여자 집안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도 있고 반대로 여자가 남자의 배경 덕을 볼 수도 있어.”“임 여사님도 마찬가지야. 아버지가 결혼하면서 더 나은 생활을 했고 더 많은 인맥과 사회적 지위를 얻었어.”“그게 바로 결혼이 임 여사님에게 가져다준 이익이야.” 최동림은 조금 헷갈린

  • 위태로운 제안   제1364화

    “형이야 당연히 막아보려고 했지. 하지만...”최동철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소용없었어. 아버지가 결정한 일은 누구도 막을 수 없어. 그리고... 아버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아이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최국환은 언제나 강하고 존경할 만한 존재였다. 그런데 형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반사적으로 반박했다. “그건 혹시 설윤 아줌마가 아버지를 유혹한 거 아닐까요?”“유혹?”최동철은 피식 웃으며 동생을 내려다봤다. “유혹이라는 단어 뜻은 제대로 알고 쓰는 거야?” “들었어요. 아빠 같은 사람한테는 붙으려는 여자가 많대요. 그러니까 설윤 아줌마도 그랬을 수도 있잖아요.” 최동림은 사립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학비가 비싼 만큼 친구들도 하나같이 부잣집 자식들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런 집안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와 가정을 차린 친구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안도했다. ‘우리 집은 달라.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니까.’하지만 지금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동림아, 형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대단한 사람이요.” 최동림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이는 존경 어린 눈빛으로 형을 바라봤다. 그들은 나이 차가 많아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형에 대한 동경은 항상 있었다.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이 형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는 형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새삼 깨닫곤 했다. 형이 해외 명문대에 진학할 때도 집안 도움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합격했고 지금도 모든 걸 스스로 해내고 있었다. “외모로 보면 형이랑 아버지 중에 누가 더 잘생겼어?” “당연히 형이죠.” ‘아빠는 이미 늙었으니까.’ “몸매는?” “그것도 당연히 형이죠.” “재산은?” 최동림은 이번엔 조금 고민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더 많겠지만... 형도 결코 부족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363화

    최동철의 입술이 설윤의 쇄골을 스쳤다. “아무도 모를 거야.”“그만해요. 저... 임신 중이에요. 안 돼요.”“알아.”“회장님은 최동림 공부 봐주시러 가셨으니까 곧 돌아오실 거예요.”“아버지는 오늘 서재에서 밤새 일할 거야.”“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계속 방에 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문 잠갔어. 그리고 다들 내가 방해받기 싫어하는 거 알잖아.”“그럼 어떻게 나왔어요?”“테라스로.”설윤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조용히 말했다. “흔적 남기지 않게 조심해요.”“응.”잠시 후, 최동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윤은 입술을 꼭 다문 채 빠르게 손을 닦아내고 일어났다. 그녀는 서둘러 창문과 테라스 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켰다. 찬 공기가 얼굴을 스치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옷을 단정히 여민 최동철이 테라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간다.”“잠깐만요.” 설윤이 그의 팔을 잡았다. 최동철이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눈빛으로 돌아봤다. 그 순간, 설윤은 커다란 종이티슈 덩어리를 그의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최동철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건 당신 거예요. 가져가세요. 회장님이 보면 제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최동철은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윤은 그가 창문을 넘어 테라스로 이동하는 걸 지켜봤다. 본가의 방들은 각자 테라스를 가지고 있었고 서로 멀지 않은 거리였다. 최동철의 방은 설윤의 방 바로 옆은 아니었지만 중간에 빈 객실 하나만 두고 가까운 편이었다. 그는 방으로 돌아가기 전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설윤은 곧장 방을 점검했다. 이상한 흔적은 없는지, 냄새가 남아 있지 않은지. 모든 걸 확인한 뒤에야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한편, 최동철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종이티슈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책상 앞으로 갔다. “똑똑.”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려던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최동철은

  • 위태로운 제안   제1362화

    그녀는 어딘가 쑥스러운 듯 손끝으로 옷자락의 끈을 만지작거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붉어진 귀 끝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민박에 머무는 며칠 동안 그들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그날 밤이 너무 격정적이어서 그럴 겨를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둘 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최동철이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잠시 시선을 고정하더니 혀끝으로 어금니를 굴리며 낮게 물었다. “내 거야?” 설윤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의 표정을 살폈다. “네.”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최동철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곧 감정을 지운 듯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야.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네가 임 여사한테 쫓겨나기 전부터 이미 임신했다고 하던데?” 설윤의 손끝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건 거짓말이에요.”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가희가 절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덫을 놓았어요.” 임가희의 수법은 너무나도 조악했다. 처음부터 그녀는 유나영이 임가희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반대로 그녀를 역이용하기로 했다. “만약 다움시에서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최동철이 천천히 물었다. “낙태 수술 기록이라도 위조해서 아버지한테 가서 울었겠지?” “네...” 그녀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임신할 줄은 몰랐다. 최국환에게 보낸 자료에는 임신 9주 차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5주 남짓이었다. 최동철은 낮게 웃었다. 그러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그러니까 네 원래 계획대로라면 결국 다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겠다는 거네.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면서 왜 내 제안은 거절했던 거야?” ‘이 인간은 아직도 그걸 따지고 있는 거야?’설윤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잠시 침묵하더니 등을 꼿꼿이 세우고 발끝을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그때 생각이 바뀌었어요.”그녀는 조용히 숨을

  • 위태로운 제안   제1361화

    최동림이 이렇게 쉬운 문제조차 풀지 못하는 걸 보자 최국환은 순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둘째 아들은 원해부터 몸이 약했고 공부에서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몸이 약하니 학업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한 거겠지.’그렇게 스스로 납득한 후 차분하게 문제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최동림은 금세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환하게 웃었다. “이제 알겠어요! 아빠, 감사합니다.” 사실 그는 이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랬다. 이렇게 하면 아빠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최국환은 한 번만 듣고도 문제를 이해하는 아들이 기특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앞으로 모르는 문제 있으면 언제든 아빠한테 물어보렴.” “네!” 최동림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설윤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자마자 불을 켜기도 전에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를 강하게 벽으로 밀쳤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놀라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거친 손이 빠르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딸깍.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천장의 조명이 켜지며 은은한 불빛이 방 안을 환히 밝혔다. 설윤은 순간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빛에 적응하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애 눈앞의 인물을 또렷이 마주했다. 최동철. 그는 문 앞에 서서 한쪽 손으로 그녀를 벽에 가둔 채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한 달 만에 봤다고 날 못 알아보는 거야?” 낮고 서늘한 목소리. “설마요.” 설윤은 그의 손을 가볍게 치우고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한 채 나지막이 되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신데요. 최 대표님?” 최동철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탐색하는 듯한 어딘가 날카로운 시선. 설윤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어쩐지 불안했다. 그녀는 눈길을 피하며 자

  • 위태로운 제안   제1360화

    최씨 가문의 저녁 식탁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했지만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최동철은 식탁 한쪽에 앉아 냉랭한 표정으로 조용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몇 번 음식을 집어 들었을 뿐 내내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이 설윤을 스쳤다. 눈빛에는 차가움과 은근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고 설윤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다시 최국환에게 시선을 돌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 “여보, 집안 아주머니 손맛이 정말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드네요.”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바로 준비하게 할 테니까.” 최국환은 그렇게 말하며 직접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덜어 주었다. “고마워요. 여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연지는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설윤이 일부러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며 사랑스러운 아내인 척하는 모습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임연지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손에 쥔 젓가락을 부러질 것처럼 꽉 쥐었다. 혹여나 자신의 표정에서 감정이 드러날까 봐 애써 고개를 숙이고 밥만 떠넣었지만 도무지 목구멍을 넘어가질 않았다. 최동림 역시 그녀 옆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면서도 가끔 설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흘끗 쳐다보았다. 그의 곁에 앉은 임가희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없이 진정시키려 했다. 그리고는 오히려 먼저 나서서 공용 젓가락으로 설윤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거 한번 먹어봐. 아주머니가 제일 잘하는 요리야.” “고마워요. 언니.” 설윤은 미소를 띠며 음식을 한입 가져갔다. “정말 맛있네요.” 최국환은 식탁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먹어. 이제 둘이서 먹는 거니까 영양도 충분히 챙겨야지.” 설윤은 살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네. 여보도 많이 드세요.” ‘우웩!’ 임연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제발 저 귀에 거슬리는 ‘여보’

  • 위태로운 제안   제1359화

    ‘뭐야. 저 여자 또 시작이네.’ 설윤은 체리를 입에 넣고 씨를 가볍게 뱉은 뒤 애교 섞인 목소리로 최국환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말했다. “고마워요. 최 회장님.” “아직도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최국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설윤은 잠시 머뭇거리다 옆에 앉아 있는 임가희를 흘끗 쳐다봤다. 그러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조그맣게 속삭였다. “여보, 더 먹고 싶어요.” ‘우웩!’ 눈앞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두 사람을 보자 임연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진짜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그리고 고모부... 저 역겨운 느끼한 미소는 또 뭐야?’ 오늘 오후, 최국환은 직접 설윤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의 아내, 그러니까 임연지의 고모인 임가희는 설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설윤도 눈치가 있었는지 임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 후, 임가희는 집안의 가정부들을 모두 불러 모아 설윤을 가족의 일원으로 소개하며 자신과 동등하게 대하라고 당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임연지는 억울함과 불쾌함을 꾹 참고 어쩔 수 없이 설윤에게 좋은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진짜 토할 것 같아.’ 더 있다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할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은이를 보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황급히 2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뒤 설윤도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위해 최국환이 따로 가정부까지 붙여주었고 집안일은 손끝 하나 대지 않도록 했다. 설윤은 그저 편하게 지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한동안 방에서 쉬던 그녀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거실로 내려왔다. 그러다 계단을 내려오던 도중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한 사람은 최국환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최동철. 설윤의 입꼬리가 은근히 올라갔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우아한 걸음으로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 한

  • 위태로운 제안   제1358화

    최동철은 김지환의 말을 듣자마자 문서를 거칠게 덮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김지환을 향했다. 싸늘한 눈빛이 그대로 박혀들었다. “설윤 씨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네가 해야 할 일만 신경 써. 나머지는 간섭하지 말고.”그 차가운 분위기에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김지환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경솔했습니다.”“됐어. 나가.”“예.”김지환은 속으로 싸늘한 긴장감을 느끼며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조용히 닫히는 순간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제안만 했을 뿐 직접 나서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설윤 씨가 임신한 지 3개월도 채 안 됐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처리할 생각이지?’ ‘그냥 아이가 태어나는 걸 지켜볼 셈인가?’ 어젯밤, 최동철이 설윤의 주소를 조사하라고 했을 때 김지환은 최동철이 직접 그녀를 만나 겁을 주고 이후 처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에도 최동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계속해 봤자 의미 없었다. 김지환은 잠시 머릿속에서 이 일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요즘 회사 일이 많아 최동철은 매일 야근했고 김지환 역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대표님이 정시 퇴근을 하시네?’김지환은 놀라면서도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어깨가 가벼워졌다. 비서실 내부에도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회사 로비. 노트북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는 최동철을 본 김지환은 재빠르게 다가가 노트북을 받아들었다. 그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대표님, 오늘은 일찍 퇴근하시네요. 메이슨 도련님 보러 가시는 건가요? 정말 좋은 아버지세요.”그 말에 최동철이 순간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강남시에서 돌아

  • 위태로운 제안   제1357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무관심이 좋기만 했는데 클수록 오재원은 그게 다 기대가 없어서였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다.주위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과 형을 비교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집안의 무게는 형이 다 짊어지니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오기도 했다.모두가 내놓은 자식이라 해서 정말 그렇게 사니 부모님은 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타박했다.그런 사람들 속에서 오직 임연지만이 오재원을 인정해주었다.오재원의 우수함을 발견하지 못한 건 오승은과 오형일이 부모 노릇을 잘 못 했기 때문이라며, 오재원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모 때문에 엇나간 거라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노력만 하면 절대 형한테 뒤지지 않을 거라는 그 한마디가 오재원의 가슴을 울렸고 오재원은 그때부터 임연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오재원도 자신이 형보다 못 한 게 아니라 형이 받았던 교육을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재원아,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는 거야. 넌 아주머니, 아저씨 자식이니까 너를 탓하진 않겠지만 나한테 그 화살이 올 거야. 그러면 날 더 싫어하시겠지.”“나도... 떳떳하게 너랑 결혼하고 싶은데...”임연지가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자 오재원은 그녀를 향해 무턱대고 약속부터 했다.“걱정 마 연지야. 내가 부모님 설득해볼게. 네가 내 아이까지 임신했으니까 부모님도 어쩌진 못하실 거야.”“고마워 재원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다.”오재원은 눈물을 글썽이는 임연지를 꼭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연한 일인데 뭐. 넌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만은 꼭 지킬 거야.”“우리 부모님은 아직 내가 귀국한 거 모르셔. 내일 집에 가서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너희 집 가서 의논할 거니까 너도 고모랑 고모부한테 미리 말해놔.”“응. 아주머니, 아저씨랑 싸우지 마.”“알겠어.”...리우그룹 대표 사무실.“나가 봐.”보고도 끝난 마당에 최동철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