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우리가 다시 사귀는데 안 기뻐요? 왜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그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그럼 뭐 어떤 반응을 원해요? 됐고, 일찍 자요. 이렇게 늦었는데 당신이 안 자면 아이한테 안 좋아요.” 진몽요는 실망해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가면 되잖아요, 미워!” 그녀가 방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경소경은 미간을 주물렀고, 사실 그도 너무 기뻐서 잠에 못 들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신발도 안 신고 달려 나와 방문을 열었던 건데… 정말 그녀와 함께 잘 엄두가 안 났다. 하늘도 그가 많이 참고 있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둘째 날 오전. 목정침은 일이 있어서 회사에 출근했고 그가 나가자 온연도 바로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혹시 임집사가 정보를 흘릴까 봐 운전을 부탁하지 않고 직접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 약속한 카페에 도착한 뒤, 그녀는 1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좀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더 일찍 도착했을 줄은 몰랐다. “사모님, 앉으세요. 뭐 드실래요?” 예군작은 신사 다웠고 아이를 보자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저는 물이면 될 거 같네요.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는 대충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온연은 앉은 뒤 고상하게 말했다. 예군작은 고민했다. “땅 때문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비록 대표님 행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주셨으면 해서요. 땅이란 게, 매입할 때 너무 비싸게 사면 이윤도 안 남고, 다 아시는 분께서… 단순히 경쟁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없으면 해서요.” 예군작은 웃었다. “하하… 경쟁이요? 아니에요, 오해하셨네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을 하셨으니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게요. 아이가 귀엽네요. 나중에 말 배우면 꼭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해주세요.”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한다고? 온연은 의심을 품었지만, 생각해보니 예군작이 해성에서 제도로 넘어와서 제도의 일인자인 목정침은 적으로 삼는 건 본인에게 좋을
예군작은 흔쾌히 허락했다. “네, 말 안 할게요. 그럼 다른 용건 없으시면 저는 가 볼게요.”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를 안고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아택이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갈 때 그녀는 예군작의 옆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겉모습은 아예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가 주는 느낌이 이상했다. 그녀는 기억을 자세히 더듬으며 예군작과 만났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생각했지만 목소리나 말투 혹은 분위기도 전혀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익숙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굳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외출도 하고 카페 에어컨 바람도 빵빵하니 피곤했던 그녀도 잠깐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차에 돌아온 예군작의 표정은 차가웠고 꽉 쥔 두 손은 그의 긴장감을 나타냈다. 아택은 작게 물었다. “의심받까 봐 두려워하시면서도 왜 만나러 오신 겁니까? 제가 대신 갔어도 됐었는데요.” 예군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숨어있는 게 더 의심스럽지. 나랑 제일 가까운 사람은 진몽요인데, 진몽요는 둔해서 거기까지 생각 못 할 테지만 온연은 달라. 얼굴을 유심히 보고 사소한 디테일도 신경 쓰지. 내가 살짝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들킬 거야.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말처럼, 그 사람도 목정침처럼 똑똑하고 신중해. 목정침이 과거에 나한테 관심이 없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어차피 이번 한번만 만날 생각이었어. 다시는 안 만날 거야. 너무 위험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아택은 이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진몽요와 경소경은 아예 다른 유형의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말을 뱉을 수 없었고 지금 진몽요와 경소경의 얘기를 꺼내면 죽음이었다. “그… 땅은 정말 목정침씨께 양보할 생각이신가요?” 예군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주는 건 아니야.” 아택은 궁금했다. “그럼 왜 양보하시는 건가요?”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아
그는 웃으며 온갖 재료를 듬뿍 넣은 죽을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괜찮아요, 우리 엄마는 당신이 잘 자고 잘 먹는 걸 좋아해요. 돼지처럼 살찔수록 좋아하실 거예요. 지금 아침 먹을 때부터 이미 점심 준비하고 계세요. 나도 이런 대우는 못 받아 봤어요.” 진몽요는 마음이 달달해졌다. “어머님은 왜 저한테 이렇게 잘 해주시는 거예요? 친 엄마보다 잘해 주시는데, 이젠 좀 무서워요.” 그는 농담식으로 말했다. “며느리보다 딸로 더 삼고 싶으신 모양이에요. 항상 딸을 더 원하셨거든요. 내가 마음이 깊지 못하다고 맨날 투덜대셨는데 당신도 나보다 나을 건 없어 보이네요.” 진몽요는 웃으면서 죽을 먹었고, 숟가락도 안 쓰고 밥을 먹으니 입맛이 꽤나 돌았다. 깨끗하게 먹은 후 경소경은 그릇을 아래층으로 가지고 내려갔고, 이건 거의 왕비 수준의 생활이었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하람의 얼굴을 보자, 진몽요는 경소경이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고백한 걸 알았다. 역시 하람은 이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잘해주었다. “앉아, 뭐 먹고싶은 거 있어?” 먹고싶은 거? 진몽요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방금 먹어서 배 안 고파요.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왜 하람은 그녀에게 자꾸 뭘 먹이려는 걸까? 이게 진정한 엄마의 마음인가? 그녀는 진지하게 하람이 자신을 100키로까지 찌울까 봐 걱정했다. 하람은 그녀의 배를 만지며 “컨디션이 좋아야 아이를 잘 낳지. 몸이 안 좋으면 아이 낳을 때 엄청 고생할 거야. 그때가면 챙기려 하면 늦어. 이제 소경이랑 화해했으니까 다시 이쪽으로 와서 일할래? 거긴 너무 멀어서 매주 만나기도 힘들잖아.” 하람이 그녀의 배를 만질 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줄 알았는데, 말을 끝까지 듣고 안도했다. “괜찮아요, 일주일에 한번 보는 게 반갑고 좋죠. 결혼하기도 전에 질릴 수도 있잖아요. 여자도 맨날 가정에만 신경 쓰는 것보다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잖아요. 어머님 젊었을 때처럼 자기 일에 집중해야죠.” 하람은 그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
진몽요는 살짝 긴장했다. “그… 예군작씨가 보낸 거예요. 왜 보냈는지는 나도 몰라요.” 경소경은 표정이 썩었다. “나보다 먼저 당신이 임신한 걸 알았단 말이에요? 게다가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까지 확실히 알고 선물을 보낸 거예요? 이거 다 임산부 용품이잖아요…” 그녀는 곤란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미리 말하긴 했지만 난 그 사람이 나한테 다른 마음이 있을까 봐 정리하라는 차원에서 말한 거였어요. 나도 내가 여깄는 걸 그 사람이 어떻게 아는 지 몰라요. 말해준 적 없다고요!” 이 말은 그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경소경의 표정은 여전히 썩어 있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이 아이가 만약 내 거라면 그 사람한테 챙겨줘서 고맙다고 생각해야 되는 거예요?” 진몽요는 기분이 안 좋았다. “만약이라니요? 그럼 이 아이가 당신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요, 이 아이 예군작씨 거예요. 나랑 그 사람이랑 이미 잘 되고 있었어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예요, 됐어요? 그럼 내가 당신이랑 왜 재결합하러 왔을 거 같아요? 그 사람도 돈 있고 권력 있는데, 그런 삼촌 있는 게 뭐 어때서요!” 짧은 불꽃이 지나간 뒤, 다시 조용해졌다. 경소경은 입술을 문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했던 말은 취소할게요. 이왕 보냈왔으니 그냥 받아요. 이것 때문에 더 싸울 것도 없어요.” 진몽요는 크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런 물건이 임산부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머님들이 먹어도 좋은 거잖아요. 난 애초에 안 버릴 생각이었어요. 버릴 이유도 없고요. 그 사람은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데 내가 내칠 이유가 없잖아요? 예군작씨 때문에 당신 기분이 상한다면, 나는 당신 과거 문제로 벌써 속 터져 죽었을 거예요! 걱정 마요, 이 아이 내가 친자검사 할 거예요. 당신이 하도 불안해하니까요!” ...... 저녁. 목정침은 피곤한 상태로 목가네로 돌아왔고,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집에 늦게
그의 딱딱한 말투에 온연은 굳어버렸다. “내가… 왜 꼭 집에서 아이만 봐야 하는데요? 당신은 회사가 너무 바빠서 이렇게 얼굴 보기도 힘든데 그냥 내가 부담 좀 덜어주고 싶었어요. 이 집에서는 그 누구도 당연히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법은 없어요. 당신이 시간 날 때 나 대신 아이를 놀아주는 거랑 똑같아요. 내가 부담 좀 덜어주고 싶다는 게 잘못된 거예요? 나는 그게 고개 숙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문제가 해결됐으면 된 거잖아요?” 목정침은 심정이 복잡했다. “됐어, 얘기 안 할래. 그냥 다음부터 신경쓰지 마.” 온연은 그가 이런 반응일 줄 몰랐고, 들킬 수도 있다는 상황은 알았지만 막상 들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부터 얌전히 집에서 가정주부만 하고 있을 생각이 없었고, 이 일은 어쨌든 그를 위했던 건데 왜 저런 반응일까? 남자한테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한가? 게다가 이 일은 굳이 자존심 세울 것도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연아, 도련님 기분이 가끔 안 좋으실 때가 있잖아. 많이 피곤해서 그러실 테니 너무 마음 상하지 마. 기분 좋아지시면 분명 너한테 다시 잘하실 거야. 화낼수록 수유에 안 좋아. 나중에 젖이 안 나오면 어떡해? 작은 도련님은 아직 젖만 기다리실 텐데 말이야.” 온연은 말없이 속으로 억울해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녀는 안방에 들어가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아이 방에서 잤다. 혼자 화나게 내버려 두지 뭐! 정 안되면 서로 화 풀릴 때까지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았다. 다음날 아침. 경소경은 차를 운전해서 진몽요를 남쪽으로 데려다 준 뒤 혼자 돌아올 예정이었다. 왜냐면 그녀가 혼자 운전하는 게 걱정되었고, 특히 주차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제 두 사람은 예군작이 보낸 물건 때문에 살짝 말다툼을 했기 때문에 약간 화가 나 있는 상태였지만 그가 수고스럽게 그녀를 데려다 주려는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풀렸다. “안 피곤해요? 나 혼자 운전해서 가도 되는데. 당신 왕복으
거의 점심시간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자 목정침은 정말 못 참겠는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 듯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내 검은 색 넥타이 어딨어?” 그는 물어볼 때 유씨 아주머니도 온연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주위에 두 사람 밖에 없었기에 누가 봐도 온연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연은 그를 가볍게 무시했고 유씨 아주머니는 그가 무안할까 봐 대답했다. “제가 찾아드릴까요?” 그는 화를 냈다. “아니요!” 그러고 셔츠 위쪽 단추를 풀어 해치더니 그대로 나갔다. 온연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예전에는 늘 깔끔하게 외출하는 것만 좋아하더니, 이제 저랑 싸우니까 넥타이도 안 하고 나가네요.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두고 봐야겠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웃었다. “남자들은 자존심이 중요하잖아. 특히 도련님 같은 분은 어렸을 때부터 그러셨어. 도련님도 생각이 있으셨을 텐데, 너가 몰래 예군작씨를 찾아갔으니 기분이 안 좋으신 것도 이해돼지. 괜찮아, 다 큰 남자가 계속 너랑 싸우지도 않을 거야. 제일 중요한 건 문제가 해결된 거니까.” 주말에는 회사에 직원들도 없고 원래 일요일은 쉬려고 했었기에 목정침은 회사에 가지 않고 임립을 끌고 나와 골프장에 갔다. 임립은 농담을 했다. “오랜만에 쉬는 날인데, 집에서 와이프랑 애랑 안 놀고 왜 날 찾아왔어? 설마 소경이가 진몽요씨랑 놀아줘야 된다고 널 보낸 건 아니지? 난 사실 혼자 있어도 괜찮아.” 목정침은 투덜댔다. “와이프랑 아이가 나 필요 없데. 나 집에서 왕따야.” 임립은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너도 누군가한테 소외될 때가 있는 거야? 무슨 짓을 했길래?” 목정침은 짜증 나는 얘기를 하고싶지 않았다. “됐어, 말하기도 귀찮아. 요즘 몸은 어때? 병원에는 제때 가고 있지?” 임립은 멈칫했다. “잘 가고 있어. 매일 약도 먹고, 억지로 보통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침대에 안 누워있는 것 만으로도 난 만족해. 의사 선생님이 진통제도 처방해 주셔서 이제 다른 약도 딱히 안 필요해.” 여기까지
임립은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었고 골프채를 잡을 힘도 없었다. “에이 아니지? 설마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거야? 같이 10년이나 넘게 살았잖아. 친구로써 내가 보기에 너는 이기적인 사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자한테 증명해 보여야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마음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근데 내가 발견한 점은 그 사람을 네가 키웠으면 너랑 너무 비슷해서 일반 사람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 해도 넌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아? 그냥 너랑 똑같다고 생각해봐. 입장을 바꿔서.” 입장을 바꿔서? 목정침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만약 그가 온연이라면 그는 뭘 원할까? 어떻게 해야 그녀가 그에게 먼저 다가오게 만들 수 있을까? 결론은… 그는 여전히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일은 그녀가 건들일 이유가 없었다. 한편. 경소경은 몇 시간동안 운전을 해서 진몽요를 강남 아파트에 데려다 주었다. 아파트는 크지 않았고, 이사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도 상자안에 짐이 있거나 정리가 안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경소경은 결벽증은 없지만 깔끔한 걸 좋아했다. 예를 들어 백수완 레스토랑은 넓직했고 그가 보기엔 넓은 게 깨끗한 거였다… 들어가자 마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에 그렇게 바빴어요? 개집보다 더러워도 치울 시간이 없을 만큼?”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맞아요. 평소에 너무 바쁜데, 그럼 내가 한가한 줄 알았어요? 싫으면 어차피 나도 당신한테 차 대접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돌아가요.”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소파에 둔 옷을 치우고 앉았다. “난 진짜 당신이 혼자서 잘 챙길 수 있을지 걱정돼요. 회사 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앞으로 야근하지 말아요. 어차피 두 달도 안 되서 본사로 옮길 텐데, 본사에서 부이사직 맡기 싫으면 내가 다른 자리 줄게요.” 진몽요는 그에게 물 한잔을 따라주었다. “물 마셔요. 점심 뭐 먹을래요? 집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배달시키죠. 날도 더워서 나가서 먹기 귀찮아요.” 경소경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뱃지를 쥐고 아무 일 없었던 척했다. “나는 밥 안 먹어도 되니까 당신 것만 시켜요. 내일 회사에 일 있어서 일찍 가서 쉬어야겠어요.” 진몽요는 살짝 실망했다. 하루만 안 봐도 엄청 보고싶을 것 같은데 재결합 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는 정작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벌써 간다고요? 방금 왔는데 나랑 좀 더 있어 주지도 않네요. 알겠어요, 바쁜 사람이니까 가봐요. 안 붙잡을 게요.” 돌아가는 길, 경소경의 기분은 먹구름처럼 어두웠고, 올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거의 장마비가 내리기 직전 같았다. 그 뱃지는 꽤나 괜찮아 보였고 딱 봐도 남자건데 도대체 누구 것일까? 예군작껀가? 예군작이 그녀의 집에 왔었다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 아이가 자신의 아이는 맞는 걸까? 그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심란해졌고, 두 손은 운전대를 꽉 쥔 채 속도를 올렸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블루투스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건 사람은 임립이었다. “너 어디쯤이야? 잘 데려다 줬지? 같이 저녁 먹을래?” 그는 대답했다. “응, 데려다줬어. 지금 가는 길이니까 이따 봐.” 저녁. 세 남자는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목정침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경소경의 기분도 나을 바 없어서 그나마 임립이 제일 괜찮았다. 룸 안엔 세 사람 밖에 없어서 그런지 조용했고, 음식을 기다릴 때 경소경은 그 뱃지를 꺼냈다. “이거 내가 진몽요씨 아파트에서 주웠어. 남자 것 같은데 내 건 아니야. 그 사람은 몰라…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임립과 목정침은 당황한 듯 눈을 마주쳤다. “네 말은 진몽요씨한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야? 화해한지 얼마나 됐다고?” 경소경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러게. 게다가 그 사람 임신했어. 난 이제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워… 왜냐면 두 달 동안 접촉이 없었으니까 확신할 수가 없어.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제 예군작이 우리 공관으로 임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