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살짝 긴장했다. “그… 예군작씨가 보낸 거예요. 왜 보냈는지는 나도 몰라요.” 경소경은 표정이 썩었다. “나보다 먼저 당신이 임신한 걸 알았단 말이에요? 게다가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까지 확실히 알고 선물을 보낸 거예요? 이거 다 임산부 용품이잖아요…” 그녀는 곤란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미리 말하긴 했지만 난 그 사람이 나한테 다른 마음이 있을까 봐 정리하라는 차원에서 말한 거였어요. 나도 내가 여깄는 걸 그 사람이 어떻게 아는 지 몰라요. 말해준 적 없다고요!” 이 말은 그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경소경의 표정은 여전히 썩어 있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이 아이가 만약 내 거라면 그 사람한테 챙겨줘서 고맙다고 생각해야 되는 거예요?” 진몽요는 기분이 안 좋았다. “만약이라니요? 그럼 이 아이가 당신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요, 이 아이 예군작씨 거예요. 나랑 그 사람이랑 이미 잘 되고 있었어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예요, 됐어요? 그럼 내가 당신이랑 왜 재결합하러 왔을 거 같아요? 그 사람도 돈 있고 권력 있는데, 그런 삼촌 있는 게 뭐 어때서요!” 짧은 불꽃이 지나간 뒤, 다시 조용해졌다. 경소경은 입술을 문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했던 말은 취소할게요. 이왕 보냈왔으니 그냥 받아요. 이것 때문에 더 싸울 것도 없어요.” 진몽요는 크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런 물건이 임산부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머님들이 먹어도 좋은 거잖아요. 난 애초에 안 버릴 생각이었어요. 버릴 이유도 없고요. 그 사람은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데 내가 내칠 이유가 없잖아요? 예군작씨 때문에 당신 기분이 상한다면, 나는 당신 과거 문제로 벌써 속 터져 죽었을 거예요! 걱정 마요, 이 아이 내가 친자검사 할 거예요. 당신이 하도 불안해하니까요!” ...... 저녁. 목정침은 피곤한 상태로 목가네로 돌아왔고,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집에 늦게
그의 딱딱한 말투에 온연은 굳어버렸다. “내가… 왜 꼭 집에서 아이만 봐야 하는데요? 당신은 회사가 너무 바빠서 이렇게 얼굴 보기도 힘든데 그냥 내가 부담 좀 덜어주고 싶었어요. 이 집에서는 그 누구도 당연히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법은 없어요. 당신이 시간 날 때 나 대신 아이를 놀아주는 거랑 똑같아요. 내가 부담 좀 덜어주고 싶다는 게 잘못된 거예요? 나는 그게 고개 숙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문제가 해결됐으면 된 거잖아요?” 목정침은 심정이 복잡했다. “됐어, 얘기 안 할래. 그냥 다음부터 신경쓰지 마.” 온연은 그가 이런 반응일 줄 몰랐고, 들킬 수도 있다는 상황은 알았지만 막상 들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부터 얌전히 집에서 가정주부만 하고 있을 생각이 없었고, 이 일은 어쨌든 그를 위했던 건데 왜 저런 반응일까? 남자한테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한가? 게다가 이 일은 굳이 자존심 세울 것도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연아, 도련님 기분이 가끔 안 좋으실 때가 있잖아. 많이 피곤해서 그러실 테니 너무 마음 상하지 마. 기분 좋아지시면 분명 너한테 다시 잘하실 거야. 화낼수록 수유에 안 좋아. 나중에 젖이 안 나오면 어떡해? 작은 도련님은 아직 젖만 기다리실 텐데 말이야.” 온연은 말없이 속으로 억울해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녀는 안방에 들어가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아이 방에서 잤다. 혼자 화나게 내버려 두지 뭐! 정 안되면 서로 화 풀릴 때까지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았다. 다음날 아침. 경소경은 차를 운전해서 진몽요를 남쪽으로 데려다 준 뒤 혼자 돌아올 예정이었다. 왜냐면 그녀가 혼자 운전하는 게 걱정되었고, 특히 주차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제 두 사람은 예군작이 보낸 물건 때문에 살짝 말다툼을 했기 때문에 약간 화가 나 있는 상태였지만 그가 수고스럽게 그녀를 데려다 주려는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풀렸다. “안 피곤해요? 나 혼자 운전해서 가도 되는데. 당신 왕복으
거의 점심시간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자 목정침은 정말 못 참겠는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 듯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내 검은 색 넥타이 어딨어?” 그는 물어볼 때 유씨 아주머니도 온연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주위에 두 사람 밖에 없었기에 누가 봐도 온연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연은 그를 가볍게 무시했고 유씨 아주머니는 그가 무안할까 봐 대답했다. “제가 찾아드릴까요?” 그는 화를 냈다. “아니요!” 그러고 셔츠 위쪽 단추를 풀어 해치더니 그대로 나갔다. 온연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예전에는 늘 깔끔하게 외출하는 것만 좋아하더니, 이제 저랑 싸우니까 넥타이도 안 하고 나가네요.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두고 봐야겠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웃었다. “남자들은 자존심이 중요하잖아. 특히 도련님 같은 분은 어렸을 때부터 그러셨어. 도련님도 생각이 있으셨을 텐데, 너가 몰래 예군작씨를 찾아갔으니 기분이 안 좋으신 것도 이해돼지. 괜찮아, 다 큰 남자가 계속 너랑 싸우지도 않을 거야. 제일 중요한 건 문제가 해결된 거니까.” 주말에는 회사에 직원들도 없고 원래 일요일은 쉬려고 했었기에 목정침은 회사에 가지 않고 임립을 끌고 나와 골프장에 갔다. 임립은 농담을 했다. “오랜만에 쉬는 날인데, 집에서 와이프랑 애랑 안 놀고 왜 날 찾아왔어? 설마 소경이가 진몽요씨랑 놀아줘야 된다고 널 보낸 건 아니지? 난 사실 혼자 있어도 괜찮아.” 목정침은 투덜댔다. “와이프랑 아이가 나 필요 없데. 나 집에서 왕따야.” 임립은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너도 누군가한테 소외될 때가 있는 거야? 무슨 짓을 했길래?” 목정침은 짜증 나는 얘기를 하고싶지 않았다. “됐어, 말하기도 귀찮아. 요즘 몸은 어때? 병원에는 제때 가고 있지?” 임립은 멈칫했다. “잘 가고 있어. 매일 약도 먹고, 억지로 보통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침대에 안 누워있는 것 만으로도 난 만족해. 의사 선생님이 진통제도 처방해 주셔서 이제 다른 약도 딱히 안 필요해.” 여기까지
임립은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었고 골프채를 잡을 힘도 없었다. “에이 아니지? 설마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거야? 같이 10년이나 넘게 살았잖아. 친구로써 내가 보기에 너는 이기적인 사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자한테 증명해 보여야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마음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근데 내가 발견한 점은 그 사람을 네가 키웠으면 너랑 너무 비슷해서 일반 사람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 해도 넌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아? 그냥 너랑 똑같다고 생각해봐. 입장을 바꿔서.” 입장을 바꿔서? 목정침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만약 그가 온연이라면 그는 뭘 원할까? 어떻게 해야 그녀가 그에게 먼저 다가오게 만들 수 있을까? 결론은… 그는 여전히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일은 그녀가 건들일 이유가 없었다. 한편. 경소경은 몇 시간동안 운전을 해서 진몽요를 강남 아파트에 데려다 주었다. 아파트는 크지 않았고, 이사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도 상자안에 짐이 있거나 정리가 안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경소경은 결벽증은 없지만 깔끔한 걸 좋아했다. 예를 들어 백수완 레스토랑은 넓직했고 그가 보기엔 넓은 게 깨끗한 거였다… 들어가자 마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에 그렇게 바빴어요? 개집보다 더러워도 치울 시간이 없을 만큼?”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맞아요. 평소에 너무 바쁜데, 그럼 내가 한가한 줄 알았어요? 싫으면 어차피 나도 당신한테 차 대접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돌아가요.”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소파에 둔 옷을 치우고 앉았다. “난 진짜 당신이 혼자서 잘 챙길 수 있을지 걱정돼요. 회사 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앞으로 야근하지 말아요. 어차피 두 달도 안 되서 본사로 옮길 텐데, 본사에서 부이사직 맡기 싫으면 내가 다른 자리 줄게요.” 진몽요는 그에게 물 한잔을 따라주었다. “물 마셔요. 점심 뭐 먹을래요? 집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배달시키죠. 날도 더워서 나가서 먹기 귀찮아요.” 경소경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뱃지를 쥐고 아무 일 없었던 척했다. “나는 밥 안 먹어도 되니까 당신 것만 시켜요. 내일 회사에 일 있어서 일찍 가서 쉬어야겠어요.” 진몽요는 살짝 실망했다. 하루만 안 봐도 엄청 보고싶을 것 같은데 재결합 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는 정작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벌써 간다고요? 방금 왔는데 나랑 좀 더 있어 주지도 않네요. 알겠어요, 바쁜 사람이니까 가봐요. 안 붙잡을 게요.” 돌아가는 길, 경소경의 기분은 먹구름처럼 어두웠고, 올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거의 장마비가 내리기 직전 같았다. 그 뱃지는 꽤나 괜찮아 보였고 딱 봐도 남자건데 도대체 누구 것일까? 예군작껀가? 예군작이 그녀의 집에 왔었다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 아이가 자신의 아이는 맞는 걸까? 그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심란해졌고, 두 손은 운전대를 꽉 쥔 채 속도를 올렸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블루투스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건 사람은 임립이었다. “너 어디쯤이야? 잘 데려다 줬지? 같이 저녁 먹을래?” 그는 대답했다. “응, 데려다줬어. 지금 가는 길이니까 이따 봐.” 저녁. 세 남자는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목정침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경소경의 기분도 나을 바 없어서 그나마 임립이 제일 괜찮았다. 룸 안엔 세 사람 밖에 없어서 그런지 조용했고, 음식을 기다릴 때 경소경은 그 뱃지를 꺼냈다. “이거 내가 진몽요씨 아파트에서 주웠어. 남자 것 같은데 내 건 아니야. 그 사람은 몰라…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임립과 목정침은 당황한 듯 눈을 마주쳤다. “네 말은 진몽요씨한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야? 화해한지 얼마나 됐다고?” 경소경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러게. 게다가 그 사람 임신했어. 난 이제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워… 왜냐면 두 달 동안 접촉이 없었으니까 확신할 수가 없어.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제 예군작이 우리 공관으로 임산부
경소경은 두 사람의 부추김 끝에 영상통화를 걸었다. 진몽요는 막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서 요가를 하고 있었고 다행히 잠옷은 큰 노출이 없었다. 진몽요는 아무 일 없어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일찍 들어가서 쉰다고 하지 않았어요? 가게에서 밥 먹는 거예요? 술은 마시지 말고 밥만 먹고 일찍 들어가요.” 경소경은 뱃지를 꺼냈다. “이거 본 적 있어요?” 진몽요는 자세히 화면을 보았다. “아니요, 뱃지예요? 당신 거예요? 난 그런 거 안 쓰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가 대답했다. “당신 집에서 찾았어요. 정수기 앞에서요. 내 건 아닌데 남자 뱃지잖아요. 그때 못 물어봤는데 지금생각해보니까 물어보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진몽요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자 뱃지? 정수기 앞? 그녀의 집에 딱 예군작이 한번 왔었으니 분명 그의 것이었다. “음… 진실을 들을래요 거짓을 들을래요? 화 내지 말고요…” 경소경의 마음은 점점 내려 앉았다. “말해요… 사실대로 말하면 화 안 낼 게요.” 진몽요는 우물쭈물 말했다. “그거 아마 예군작씨 거 일거예요. 전에 강남 쪽에 왔을 때 같이 밥 먹고 우리 집에 잠깐 있다 갔거든요. 딱 몇 분 동안 만요. 내가 차도 내려줬는데 안 마시고 갔어요. 그때 정수기 앞에서 서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 떨어트렸나 봐요. 진짜예요. 근데 그 뱃지는 기억이 안나요, 당신 말고 왔던 남자는 그 사람 밖에 없어요…” 역시나 예군작 것이었고 경소경은 심호흡을 했다. “알겠어요… 나중에 내가 돌려줘도 되죠?” 진몽요는 어색해했다. “그래요… 주인한테 돌려줘야죠… 당신이 알아서 해줘요.” 전화를 끊고 경소경은 목정침과 임립을 보았다. “어때?” 임립이 분석했다. “말을 우물쭈물 하는 거 보니까 찔린 것 같진 않고, 너가 오해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목정침도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래도 예군작한테 돌려주면서 더 확인해 봐.” 경소경은 기운이 빠졌다. “너희는 밥 얻어먹으면서 도움이 하나도 안되네. 얼
그의 표정이 확 변했다. “서재에서 얘기하시죠.” 거실을 지나치자 온연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었고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턱 막혀 심호흡을 하며 애써 참았다. 서재로 들어온 뒤, 그는 의자에 앉아 물었다. “알아내신 게 뭐예요?” 임집사는 사실대로 보고했다. “예가네에서 기밀을 꽤나 잘 지키고 있는 모양이라 정보를 알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알아본 결과, 반년에서 정도 1년 사이에 예군작이 해외에서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총상 때문에 입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얼굴이 좀 망가졌었고요. 최근에 성형수술을 해서 크게 티는 안 나지만 예전이랑은 미세한 차이는 있는 듯합니다. 다리는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렇게 됐는데, 예가네 집안 사정이 복잡해서, 친형제, 친척들끼리 서로 죽였고, 원래 이 사람도 형제가 10명이 넘는데 지금은 결국 혼자 살아 남았습니다. 예군작은 원래 이 집안 도련님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예가네에서 자라지 않고 성인이 될 때쯤 예가네로 데려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가네 어른께서 관심을 두진 않는 것 같습니다. 후계자가 더 있었더라면 다른 사람이 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제 생각엔 뒤에서 분명 나쁜 짓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면 집안 사람도 아닌 사람에게 예가네 후계자로 맡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위험인물이니 저희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마지막 형제가 그 분이 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걸 보니 분명 관련이 있을 겁니다.” 목정침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1년 전쯤 사고 당했을 때 어느 나라에 있었어요?” 임집사는 당황했다. “그건… 확실한 건 모르지만 남미 쪽이었던 거 같습니다.”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목정침도 더 묻지 않았다. “네, 알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집에 계셨어요? 연이는…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어요?” 임집사는 대답했다. “사모님은 별 거 안 하셨습니다. 작은 도련님
두 사람의 태도는 차가웠지만 그 사이엔 불꽃이 튀고 있었다. 목정침은 마음이 답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사 비용이 최소 몇 억은 들 거야. 이건 초기 예산이고, 다른 몇 억짜리 저택들은 보수공사 비용이 이렇게 싸지도 않아. 몇 십억원까지도 들여야 하는 곳도 있어.” 온연은 그의 의미를 알았다. 지금 돈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려는 거 아닌가? 그녀는 절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음, 알겠어요. 나한테 아직 2억 정도 있으니 그거 다 투자할 게요. 나머지 돈은 당신한테 빌린다 치고 천천히 갚죠 뭐. 지금은 내가 일을 안 해도 디저트 가게 수입은 있으니 언젠간 갚을 수 있을 거예요.” 목정침은 숨을 들이 마셨다.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누가 돈 달래?”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돈 필요 없다는 사람이 돈 얘기는 왜 꺼내요?” 그는 이를 꽉 깨물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데?” 그녀는 웃으면서 아이한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쩌자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아들? 엄마는 착한 사람이잖아. 그런데 잘못하지 않아도 꼭 미움 사는 사람들이 있지. 혼자서 하루 종일 놀다 온 사람은 무시하자. 혼자 알아서 놀게.” 목정침은 참지 못하고 아이를 뺏어 왔다. “너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는데, 아이는 안아야겠어!” 온연은 살짝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안으라고 했잖아요. 본인이 거절했으면서, 안기 싫은 거 아니었어요? 그래요, 오늘 저녁은 당신이 책임져요. 혼자서요. 나는 손 뗄 거예요. 드디어 편하게 잘 수 있겠네요. 내일 아침에 강남 가서 몽요랑 쇼핑할 거니까 못 버티겠으면 얘기해요. 내가 적당히 놀다가 와서 아이 보면 되니까요.” 그녀는 바로 올라가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오늘 저녁 목정침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아이 방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가 먼저 화를 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며칠은 그가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자게 만들 생각이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그도 느껴봐야했다. 그는 정말로 그녀가 육아를 하는 게 안 힘들다고 생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