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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10-15 17:00:04
보름 후, 제도의 날씨는 이미 최고 온도에 다다랐고 너무 더워서 다들 에어컨 밑에서 꼼짝도 안 하고싶어 했다.

  온연과 아이는 답답해서 병들 것만 같았다. 아이는 더위를 타지 않지만 나가면 더위를 먹을까 봐 그녀는 정원에도 많이 데리고 나가지 못 했고 해가 지면 겨우 산책을 즐겼다. 목가네 면적이 아무리 넓어도 지금은 좁게 느껴졌고, 나가지 못 하니 지루하고 답답했다.

  목정침은 요즘 너무 바빠서 코빼기도 안 보였고, 온연이 눈을 뜨기도 전에 출근을 하며 저녁에 잠이 들 때쯤 퇴근을 했다. 그녀는 이대로 가다간 아이가 그가 아빠인 걸 못 알아볼까 봐 걱정했다. 같은 지붕아래 살지만 얼굴을 보지를 못 하니 아이들은 당연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못 알아보는 게 정상이었다.

  목가네 그룹 대표 사무실.

  목정침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 직원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땅을 한참을 찾더니 이미 임자가 있는 땅을 찾아왔네요. 예군작이 이미 가져간 걸 뱉어내기라도 한데요? 우리가 원했던 그 땅도 예군작이 가져간 거 몰라서 이래요? 머리속에 든 게 아무것도 없어요? 도대체 그 머리는 언제 써먹을 거예요?!”

  그랬다. 시장조사를 다 해본 결과 지금 모든 가치 있는 부지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예군작의 소유였고, 남은 건 다 일반 부지들이었다. 누구나 다 갖을 수 있는 땅이라 사도 별 의미가 없었다.

  예군작은 손이 커서 매번 경매에 참가해 얼마를 투자하든 죄다 사들였다. 꼭 땅을 사는 게 아니라 사탕을 사듯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고, 이렇게 많이 사들이면 결국 나중엔 큰 이익을 얻을 테니 돈이 돈을 버는 꼴이었다.

  목정침은 이 일이 너무 짜증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왠지 모르게 예군작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본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예군작은 제도에 오자마자 모든 걸 휩쓸었고 이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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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소경은 전화가 연결된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저희가 딱 한 번 본 사이인 거 같은데 어쩐 일로 직접 찾아오셨어요? 용건 말씀해보세요.” 그는 일부러 딱 한번의 만남을 강조했고, 그땐 두 사람이 다 진몽요를 찾으러 갔을 때였기에 기억에서 잊히지 않았다.  아택은 예군작의 휠체어를 앞으로 밀었고 예군작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손에 있는 땅을 방치해 두고 계신 거 같은데 제가 갖고싶어서요. 가격만 불러주세요.”  경소경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오? 소식이 꽤나 빠르네요. 아직 그 땅으로 뭘 할지 못 정했을 뿐이지 방치해 둔 건 아니에요. 그거 꽤나 가치 있는 땅이거든요. 이미 손에 넣은 땅이 많으신 거 같은데 제도 전체를 사드릴 생각인가요? 마침 제 친구한테 방금 전화가 왔거든요. 이 땅 그 친구한테 주기로 했어요.”  예군작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두배 쳐서 드릴게요, 어떠세요?”  경소경은 살짝 의외라고 생각해 미간을 찌푸렸다. 땅 덩어리 하나가 어느 정도 가격인지는 대충 알고 있을 텐데 막무가내로 사려는 사람은 처음 봤다. 두배를 준다는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그는 돈을 밝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예 대표님, 제가 돈 때문에 친구를 버릴 것 같은 사람으로 보였나요? 이만 돌아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예군작은 웃었다. “하하, 아무리 정이 깊어도 돈이 제일 큰 힘이니까요. 제가 최대 3배까지 드릴 수 있으니 고민해보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꼭 답변 주시면 좋겠네요.”  예군작이 나간 뒤 경소경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너 들었어? 이거 완전 너 엿 먹이려는 거지? 3배라고 해서 순간 팔겠다고 할 뻔했어. 그때 디자인 대회에서 회사 손실이 좀 컸거든. 이 땅만 팔아도 손실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목정침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렇게 갖고 싶다는데 그냥 3배에 팔아.”  경소경은 목정침이 무슨 생각인지 몰랐다. “농담이지? 넌 내가 정말 돈에 눈 먼 사람처럼 보여? 너가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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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어, 깼어? 내가 내려가서 씻을게.”  온연은 눈을 비볐다. “괜찮아요, 그냥 방에서 씻어요. 지금 졸려서 바로 잠들 수 있어요. 당신도 얼른 씻고 자요, 피곤하겠어요.”  그녀가 이렇게 말했어도 그는 방에서 최대한 조용히 씻었다. 샤워를 마치고 그는 그녀의 옆에 누웠고 오늘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아이를 비켜 누웠다. 아이는 구석 한쪽에서 혼자 담요를 덮고 자고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온연은 아직 깊게 잠들지 않아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감쌌고 그의 품에 기대었다. “계속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 아이가 당신 얼굴도 못 알아보겠어요. 애기들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자더라도 얼굴을 못 보면 정말 까먹을 수도 있다고요. 아이가 아빠를 못 알아보는 건 웃기니까 시간 좀 내서 놀아줘요.”  목정침은 그녀의 머리 냄새를 맡자 잠이 솔솔 왔다. “응, 알겠어. 내일은 좀 늦게 나가서 일찍 올게. 얼른 자자.”  한편, 경소경은 남쪽으로 출발했고, 저녁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아침에 출근할 생각이었다.   그는 이미 목정침의 말 대로 3배의 가격으로 그 땅을 예군작에게 팔았고, 돈 쓰겠다는 사람을 막지 않았다. 솔직히 찝찝했지만 큰 이득을 보긴 했다.  그는 계약서까지 다 쓴 후에 출발을 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 예군작은 은근슬쩍 비꼬며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는지, 우정이 더 중요한 거 아니였냐며 물었지만 그는 자신이 지금 돈이 급하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 했다.   그가 생각지도 못하게 예군작은 이미 남쪽에 와서 진몽요와 함께 야식을 먹고 있었다.  일 경험이 부족한 진몽요는 요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고 퇴근 후에도 남아서 더 공부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  마침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는데 예군작이 야식을 사겠다니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포장마차에는 배를 내놓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양복차림에 휠체어에 탄 그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자 진몽요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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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코를 슥 문질렀다. “과장이 심하시네요, 그렇게 한가한 분 아니시잖아요.”  예군작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고백할 게 있는데 오늘 제가 경소경씨의 땅을 하나 샀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저한테 쌓은 게 많은 지 3배나 불려서 팔았어요.”  진몽요는 살짝 눈을 내리 깔았다 “아. 그래서요? 비싸면 안 사면 됐잖아요. 돈이 너무 많아서 쓸데가 없었나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웃었다. “하하, 신경 쓰이면서 왜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나랑 있을 땐 마음 편히 있어도 돼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필요 있어서 샀어요. 그 분도 이쪽 계열사에 잠깐 머무를 거 같아요. 미리 말해주는 거예요.”  진몽요는 순간 입맛이 뚝 떨어졌다. “뭐하러 여기까지 온데요? 본사에서 일하면 편하고 얼마나 좋아요. 이 더운 날씨에 이 멀리까지 오는 거 보면 아직 고생을 덜했나 보네요.”  예군작은 눈썹을 움직였다. “그 사람 안 만나고 싶으면 왜 이쪽으로 왔어요? 우리 회사로 오라고 했는데 안 왔잖아요.”  진몽요는 순간 말 문이 막혔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난 뒤 생각을 정리했다. “저는 원래 올 생각이 없었는데, 어머님은 말릴 수 없었어요. 저한테 그동안 잘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거절하지 못 했어요. 헤어지긴 했어도, 어머님한테까지 매몰차게 대할 수는 없잖아요. 아이고, 어차피 제가 말해도 그쪽은 이해 못 해요. 그 쪽은 인간관계에 관심 없겠지만 나 같은 일반인은 달라요.”  예군작은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든 술잔을 응시했다. 이제 보니 하람은 아직도 경소경이 진몽요를 꼬시길 바랐기에 어렵사리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게 말이다. 그는 왠지 모르게 하람이 싫어졌다…  진몽요는 아택 얼굴에 멍을 보았다. “아택씨, 얼굴 맞았어요? 잘 생긴 얼굴에 흠집 났네.”  아택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실수로 긁힌 거예요. 며칠 지나면 괜찮습니다.” 그 멍은 안야 일 때문에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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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층에 도착한 아택은 같이 들어 가지 않고 문 밖을 지키고 있었다. 진몽요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예군작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다. 단둘이 있는 상황이더라도 다리가 아픈 그가 설마 나쁜 짓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이 집에 이사 온지 얼마 안돼서 물건들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조금 난장판이어서 진몽요는 민망해했다. “아직 정리할 시간이 없었어서 이런 모습까지 보이네요. 차 내 올게요.”  정수기 앞으로 가자 그녀의 동작은 서툴었고 하마터면 물에 손을 대일뻔했다. 이때 갑자기 손 하나가 뻗어왔다. “내가 할게요.”  그녀는 몸이 살짝 굳었고, 왜 예군작의 목소리가 머리 윗 쪽에서 들리는지 순간 이해가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휠체어에 앉아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밑에서 소리가 들리는 게 정상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그의 턱에 부딪혔고 그녀는 입을 막았다. “당신…! 장애인 아니였어요...?”  예군작은 여유만만하게 그녀를 보았다. “아니였어요, 많이 놀랐어요? 내가 예가네에서 약한 척을 안 했더라면 오늘까지 살지 못 했을 거예요. 당신은 제가 믿는 사람이니까, 더 이상 장애인 연기를 하고싶지 않아서요.”  진몽요는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너무 놀라서 한 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예군작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옆으로 살짝 밀었다. “괜찮아요, 내가 할게요.”  갑자기 덩치가 커진 그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고, 이제서야 조금 위험을 감지했다. 그가 장애인이 아니고 정상적인 남자이니, 늦은 밤 단둘이 있으면 위험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앞으로 그와의 관계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가 준 화분의 꽃이 얼른 피길 바랐고, 예군작 입에서 나올 다른 비밀은 얼마나 더 자신을 놀라게 할지 궁금했다. 그가 장애가 없다는 걸로도 충분히 놀랐다.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고 예군작은 집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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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939장

    살짝 회의실 문을 열자 그녀는 주목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가 들어가자 마자 경소경은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를 딱 2초간 보다가 다시 시선을 피했다.  이게 뭐지…?  조용한 분위기를 예상하진 못했는데, 다들 일을 안 하는 건가?  이때 에이미가 입을 열었다. “부이사님, 지각하셨네요… 그것도 20분이나.”  경소경의 표정은 이상해졌고, 진몽요가 들어왔을 때 살짝 놀랐지만 하람의 계획이었던 걸 눈치챈 후 더 놀라지 않았다. 하람이 그녀에게 높은 직책을 줄 줄 몰랐고 이사가 아닌것에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는 헛기침을 했다. “큼큼, 그, 앉으세요. 회의 이어서 하겠습니다. 지각 관련된 건 끝나고 얘기하시죠.”  진몽요는 입술을 내밀고 일부러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사람이 많은 자리이니 그가 모르는 척을 하는 건 나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눈도 더 안 마주치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왔다는 사실에 긴장까지 했는데… 제일 중요한 건 그녀가 지각한 걸 기억하고 있으려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회의 내용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 회사에 온지 얼마 안돼서 아는 것도 없었다. 지루한 회의시간에 그녀가 발견한 건 경소경 외에 이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다 여자였고 그가 유일한 청일점이었다.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 나갔고 에이미와 진몽요 그리고 경소경만 남았다.  경소경과 에이미는 아직도 일 얘기를 하고 있었고 진몽요는 자신이 대화에 쓸모 없다고 생각해 나가려 하자 그가 말했다. “기다리세요, 에이미씨랑 대화 끝나고 따로 할 얘기 있어요.”  진몽요는 가까운 자리에 다시 앉아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20분동안 듣고 있었다. 에이미가 나가자 그녀는 바로 물었다. “무슨 얘기요? 할 말 있으면 빨리해요, 나 바빠요.”   경소경은 예전처럼 그녀에게 상냥한 표정을 짓지 않고 상사와 직원처럼 진지하게 대했다. ”부이사가 돼서… 지각하면 되겠어요?”  게다가 그의 진지한 모습은 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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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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